[두근두근 인터뷰] “한국 교육은 가난의 길로 가고 있다” 존 리 메리츠 대표
자녀를 위한다면 사교육보다 일찌감치 주식에 투자하라고 외치는 메리츠(Meritz) 자산운용의 존 리(59·John Lee·한국명 이정복) 대표이사. 20여 년간 미국에서 배운 투자 경력과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투자 문화를 조성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공부보다는 돈을 벌라는 그의 강연은 지금까지 2만여 명의 학부모가 들었다.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가 되라’고 말하는 존 리 대표를 서울 북촌의 메리츠 사무실에서 TONG청소년기자가 만났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는데요.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인생이 너무 지루하잖아요. 앞으로의 내 인생이 예상되는 게 너무 싫었어요. 미국에서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란 회사에 취직하게 됐죠. 거기서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3년 전 또다시 모험을 하고 싶어 돌아왔어요. ‘미국에선 주식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한국은 왜 아닐까’ 의문을 갖다 주식을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 메리츠에 왔나고요? 당시 메리츠는 가장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 일부러 왔어요.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거든요. ‘no pain no gain.’
-주식 투자를 왜 해야 하나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이 사회에는 노동과 자본이 있죠. 노동과 자본을 극대화하는 게 부의 창출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노동만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은 늙기 때문에 노동에는 한계가 있죠. 학교는 자본을 잘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더라고요. 여러분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생각해 보세요. 보통 사람들은 취직을 할 거라고 말하죠. 그리곤 열심히 일하겠죠.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노인층이 어떻게 살고 있는 한번 보세요. 노후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왜? 노동만 했기 때문이에요. 자본을 이해하지 못한 거죠. 자본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회사를 차려 자본가가 된다. 둘째, 주식에 투자한다. 이렇게 간단한 걸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아요. 오직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하죠. 부모님들이 사교육에 돈을 쏟는 게 너무 아까워요. ‘학원 열심히 보내 좋은 대학 가면 성공하겠지. 돈 많이 벌겠지’ 기대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국영수 잘한다고 부자 되는 거 아니에요.”
-부모님은 자식에게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사교육비를 지출하잖아요.
“투자 중 가장 잘못된 투자가 자식 투자예요. 아이들이 잘 될 리가 없어요. 나는 엄마들에게 ‘부자 되라고 가르쳐야지 공부만 하라고 가르치는 건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부모 세대는 공부를 잘하면 다 할 수 있었어요. 명예, 돈, 권력 등을 차지했죠. 하지만 그런 세상은 지금 없어요. 국영수, 토익 잘 보는 거 더 이상 경쟁력이 없어요. 차라리 어렸을 때부터 주식 투자를 하는 게 남다른 경쟁력이 되죠.”
![[사진=중앙포토]](http://tong.joins.com/wp-content/uploads/sites/3/2017/03/20160906_28285608_.jpg)
-‘주식 투자가 방법이 아닌 철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주식 투자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트릭을 써서 재빨리 돈을 벌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아요. 나는 노후를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간단하죠. 그러니까 철학이죠. 늙어서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능력이 있는 젊을 때부터 월급의 10%를 주식에 투자해 노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에 와 보니 연세 드신 분들이 굉장히 어렵게 사세요. 미국의 중상층 사람들은 다 주식 투자를 하거든요.”
-왜 대중교통을 이용하시죠?
“비싼 외제 승용차를 타는 직원들에게 ‘가난의 습관을 버리라’고 항상 말해요. 가난의 습관은 말 그대로 자기도 모르게 가난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죠. 사교육비 지출, 자동차 타는 것 등등. 버스는 1200원인데 자동차를 타면 만 원씩 쓰는 거잖아요. 계속 가난해지려고 하는 거죠.”
-아 그래서 저희 보고 마을버스 타고 오라고 하신 거군요. 저는 심지어 걸어 왔습니다.(웃음)
“잘했어요. 그런 식으로 하루에 1만 원씩 아끼면 그만큼 부자가 되는 거죠. 그것이 부자의 습관이에요.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1만 원을 쓴다면 그만큼 가난해지는 거고, 가난의 습관인 겁니다.”

-한국 사람들은 주식을 ‘합법적 도박’으로 인식하며 ‘어른들이나 하는 것’ ‘공부나 해라’ 등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철학이 없기 때문이죠. 내 친구들도 그래요. 노후를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단순 이익을 위해 단기간에 사고팔죠. 그건 투자가 아니에요. 도박이죠. 도박장에선 돈 번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더 많죠? 주식을 빙자한 도박을 한 거죠. 주식은 모으는 겁니다. 내가 1만 5000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샀어요. 그 주식이 지금 200만 원 가까이 되잖아요. 주식은 시간을 둬야 해요. 여러분은 시간이 많잖아요.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겁니다. 근데 여유자금이 없잖아요. 어머니께 사교육비로 쓰지 말고 투자해 달라고 하세요. 그럼 남들 대학 등록금 걱정, 취직 걱정 할 때 할 필요 없잖아요. 남들 그 걱정 할 때 어디로 여행을 갈지, 창업을 할지, 뭘 더 공부할지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은 취직 하나만 목표를 두고 있는데 취직하는 것은 남을 위해 일하는 거예요. 왜 남을 위해 일하나요? 나를 위해 일해야지.”
-모두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데요.
“남들이 다 취직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자신도 그런 목표를 두는 건 아니에요. 이 좋은 세상에서 학원에서 밤 10시 넘도록 공부하는 건 바보 중에 바보입니다. 공부가 정말 좋다고 하면 열심히 하세요. 다만 그렇지 않다면 적당히 숙지만 해도 됩니다. 대학교도 꼭 가지 않아도 돼요. 대학 가는 게 인생의 목표가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을 가요. 그러면서 순수한 꿈을 위해 간다고 아닌 척을 하죠. 돈을 좋아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돈을 알면 안 돼’ 이러죠. 노후에 타인에게 신세지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자식을 잘 기르기 위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돈을 버는 겁니다. 늙어서 너무 힘들게 일하면 비참하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겁니다. 너무 준비들 안 해요. 한국이 노인 빈곤율 1위예요. 미얀마보다 낮아요. 이런 얘기는 미국에서 당연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하루에 1만 원 20년간 투자했으면 10억입니다. 워런 버핏에게 50년 전 100만 원을 맡겼으면 지금 180억이고요. 복리의 무서움이죠. 어렸을 때부터 하라는 겁니다.”
-그럼 청소년은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할까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걸요. 친구들이 뭘 좋아하는지. 나는 나이가 많아 여러분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요. 여러분들이 미래잖아요. 미래에 뭐가 잘 될까?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나온다는데 그럼 그 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가 잘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세요.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5% 이윤을 보면 팔고 10% 손해 보면 손절매(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손해를 보더라도 파는 것)하죠. 그것은 철학이 없는 도박이에요.”
-주식은 모으는 거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언젠가 매매를 해야 하잖아요.
“매매도 철학이죠. 내가 생각한 것과 틀렸을 때 장기적으로 보고 샀는데 싹이 노랄 땐 팔아야죠. 그리고 단기간에 엄청 올랐을 때 팔아야죠. 정말 사고 싶은 주식이 생겼는데 여유자금이 없을 때 가장 전망이 낮은 걸 팔아야죠. 단순히 주가가 오르고 떨어졌다고 사고파는 것은 도박이에요. 파는 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사진=중앙포토]](http://tong.joins.com/wp-content/uploads/sites/3/2017/03/20150913_28624026_.jpg)
-미국 월스트리트(금융업의 본산지)에 오래 계셨는데 월가는 어떤 곳인가요?
“우리는 금융업이 굉장히 낙후돼 있어요. 금융이 발전해야 나라가 부강한데도 말이죠. 금융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고 영리함을 필요로 해요. 예를 들어 미국엔 엔젤 펀드도 있고 스타트업 펀드도 있어서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죠. 한국은 공부만 하라고 해요. 금융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해요. 한국은 공장 짓는 것만 생각해요. 공장을 지으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 공장을 가장 싸게 가져오는 능력이 경쟁력이죠.”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까요?
“유태인들은 어릴 때부터 자본에 대한 교육을 해요. 복리가 무엇인지, 삶에 있어 돈의 중요성을 알려 주죠. 한 살때부터 주식을 삽니다. 작은 철학 하나의 차이로 유태인들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겁니다. 한국 사람은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요. 대학 못 가도 창피할 것 없어요. 그냥 공부에 관심이 없을 뿐이에요. 사람마다 특기가 다르잖아요. ‘나 서울대야’ ‘나 연대야’ 하면 ‘우와’ 하죠. 그것뿐이에요. 택시기사님들 여쭤 보면 ‘이래 보여도 나 은행 지점장이었어’ ‘삼성 임원이었어’ 하는 분들 많아요. 한국 교육 시스템이 다 가난의 길로 가고 있어요. 내가 교육부 장관이 되면 수능 없앨 거예요. 서울대도 없애고.
누구나 백만장자 될 수 있는데 공무원이나 하려 하고. 빌게이츠처럼 살고 싶지 않나요? 그 정도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러한 꿈과 비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시험 잘 봐서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비싼 차 사서 잘 보이려고 하는 거 무슨 의미가 있나요? 과외 안 시켜서 꼴찌 하면 어쩌나 걱정들이 많은데 꼴찌 해도 괜찮습니다. 1등 해서 가난한 거보단 꼴찌 해도 부자 되는 게 낫지 않나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재벌이 돼 서울대 졸업한 친구들 쓰면 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공부 못 해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네요.(웃음) 다 부자가 될 수 있으니 자기가 원하는 걸 하라고요. 그리고 부자가 되는 연습을 하라고요. 그 첫 번째가 주식 계좌를 여는 거죠. 쓸데없이 돈 쓰지 말고 성실하고 부지런하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길 바랍니다.”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 덕수초, 여의도고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에 들어갔지만 중퇴하고 미국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해 KPMG 회계사가 됐다. 미국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Scudder, Stevens & Clark)’라는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포진한 굴지의 자산운용 회사에 들어가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15년간 일했다. 미국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번 자수성가형 타입으로 ‘커피 한 잔 값으로 주식을 사 모으라’는 지론으로 투자의 귀재 반열에 올랐다. 『엄마, 주식 사 주세요』 등 저서가 있다. 활발한 토론과 수평적 조직을 장려하고 재택근무,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제 등을 도입해 메리츠 자산운용이 ‘2016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 일터’(여성가족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터뷰=허재·정재모(서울 배명고 2)
글·사진=정재모 TONG청소년기자
도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한 외국 창녀의 고백 "한국에서는 많이 힘들었어요"
"한국에서는 많이 힘들었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없었다. 그녀는 바로 앞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내가 무안할 만큼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세상으로부터의 무감각한 이런 초연함은 어디에선가 본듯 익숙하다. 그렇다. 그녀의 이런 표정과 말투는 거친 세상을 간신히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거친 세상의 풍파를 자신의 몸뚱이 하나로 견뎌내는 사람들만 가지는 특징은 체념과 달관 그 사이 어디쯤 있을 자신과 세상을 대하는 무덤덤한 태도다. 깊은 고통을 경험하는 이는 자신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어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유폐시킨다. 스스로 유폐되어 있는 사람들의 특징적 몸짓과 말투가 그녀에게서 나왔다. 그녀는 한국에서 수만 리 떨어진 뉴질랜드에서 일하는 창녀였다.
나는 여러 해 전 뉴질랜드에서 건설업자로 일한 적이 있다. 그녀를 만난 것은 지방에 사는 교민이 통째로 월세를 놓은 블럭하우스베이 지역의 외부 수리를 하던 중이었다. 하루종일 커튼이 쳐져 있어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공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 평소보다 늦은 저녁 무렵까지 일을 하자, 그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집안 사람들을 봤다. 대여섯 명의 여성들은 그들을 관리하는 중국인 남성 한 명과 살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우리와 눈길을 마주치지도 않았고, 우리의 인사에 답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그녀들의 직업을 알았고, 그녀들은 우리와 거리를 두려했다.
공사가 거의 끝날 무렵 어느 저녁, 집안에 살던 20대 여성 한 명이 문을 열고 작은 강아지를 데리고 나왔다. 집안 여성이 혼자 이렇게 집 밖을 나서는 것은 처음 봤다. 그녀들이 우리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현관 앞에서 정면에서 마주쳤기에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은 오히려 어색했다. 나는 먼저 "날씨 좋네요"라는 뻔 한 인사를 했다. 상투적 인사말에 그녀는 군말을 덧붙인다. "며칠 비가 오더니 오늘은 참 날씨 좋네요. 아저씨들은 언제쯤 공사 끝나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질랜드가 참 좋은 곳 같다는 말에 나는 얼른 대답했다. "그래도 사람 사는 재미는 한국이 훨씬 좋은 것 아니에요." 하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고통이 살짝 스쳐가는 듯했다. 그녀는 대답 대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다시 나를 쳐다보면서 그녀는 말했다. "한국에서는 많이 힘들었어요."
힘든 사람은 힘들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한다. "힘들다"는 언명이 주는 약간의 무게감조차 견디기 힘들만큼 경계선에 있기 때문이다. 그 무게감을 견디면서 말하는 "힘들다"는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누른다.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깊게 느껴지기에 그러하다. 그리고 그 마음에 죽음의 불온한 기운이 감지되기에 그러하다. 이때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선진국의 '선진'이 그 나라 하층 서민의 삶과는 별다른 관계없는 '선진'임을 알았다. 이후 나는 단절과 고통을 감내하려 짓는 이런 무표정을 다시금 보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이런 저런 모임을 나가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갔다. 어느 독서모임에서 30대 남성을 알게 되었고, 그는 나를 '선배님'이라고 칭했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무표정했다. 그의 무표정은 독특한 무표정이었다. 사람의 무표정에는 무표정을 발산하는 사람의 기운이 드러난다. 주위를 내려 보는듯한 자만심 가득한 정서에서도 무표정한 얼굴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후배의 무표정은 독특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배려심을 보이면서도 얼굴은 슬펐다. 이때 마음 상태를 눈치챘어야 했다. 그의 무표정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그럼에도 그는 친절했다. 그의 친절은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필사적 노력이었다. 결국 그가 자살하고 나서 그의 특유의 무표정이 이전에 뉴질랜드에서 봤던 여성의 무표정과 유사했음을 깨달았다. 세상에서 고립되어 힘겹게 분투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살아간다. 무표정만이, 무감각만이 세상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유일한 기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무표정하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표정이 없다. 십수 년 전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웃는 얼굴로 거리를 지나가자던 캠페인을 TV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한국인들의 표정이 너무 딱딱해 무섭다고 느낀다는 말도 덧붙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표정은 개인적 특성이 아니다. 가족심리치료에서는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특정 가족구성원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누군가의 정신적 문제는 가족 전체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징표이듯 무표정한 개인이 많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표정은 '단절되어 있음'을 의미하고, 후배의 경우처럼 때로는 죽음으로 이어진다.
프랑스 학자 뒤르켐은 베버와 함께 현대사회학의 양대 거장이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로 근대자본주의를 설명했듯 뒤르켐은 자살 현상으로 사회를 해석한다. 뒤르켐은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한다. 뒤르켐에 따르면, 자살의 원인은 사회적으로 통합되는 정도 즉 한 사회나 집단의 응집력이나 연대감의 결핍에 있다. 응집력과 연대감이 유지되는 사회에서는 자살이 훨씬 낮은 비율로 발생한다. '자살'이 한국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자살률을 걱정한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 높은 복지를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자살이 경제력만의 문제라면, 오히려 해결이 쉽다. 문제는 자살의 발원이 좀 더 먼 곳에 있다는 것이다. 자살을 낮은 복지의 문제로 보는 것과 국가시스템의 근원적 문제로 보는 것은 서로 다른 대책을 필요로 한다.
자살은 낮은 복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 체제의 자본주의적 변환의 성공 여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19세기가 되면 서구에서 자본주의는 일반화된다. 모든 인간의 유대관계가 뒤로 물러나고, 오로지 돈으로 대표되는 사회가 나타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빠진다. 이런 사회에 대해서 사상가 칼라일은 '금과 지폐로 맺어진 모든 사회적 유대가 붕괴해버린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유대를 이완시키는 경향이 있다. 농촌공동체는 무너지거나 약화되어 간다. 아니, 개발이 막 시작되는 초기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저임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자본주의화를 위해서는 농촌공동체의 몰락은 오히려 장려되어야 했다. 농촌을 약화시켜 저임노동자를 만들어 내지 않고는 자본주의는 성공하기 힘들다.
농촌에서 인간과 인간으로 이루어지던 친밀한 관계는 돈을 매개로 하는 삭막한 도시적 관계로 바뀐다. 인간은 누군가와 이어지기를 원한다. 현대심리학의 애착이론은 누군가와의 애착이 얼마나 인간 심리에 결정적인가를 말해준다. 개인과 사회와의 연결이 탄탄했던 전근대와 달리 자본주의적 근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만성적인 '정서적 허기'를 느끼게 된다.

▲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승현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페이퍼로드
이 정서적 허기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공동체에의 주체적 참여가 필요하다. 정서적 허기를 개인적 탐닉으로 해결하려면, '부자 되기'라는 물신주의나 약물 중독 등으로 빠진다. 퍼트남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에 대해서 오랜 시간 연구한 사회학자다. 그는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정승현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이라는 세기적 명저를 통해 사회 발전에 있어서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런데 신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퍼트남에 의하면 신뢰는 자발적 모임이나 결사체(association)에 참가한 사람들이 긍정적 상호작용의 경험을 하고, 이 경험이 이후 공동체에 대한 정서적 연결로 확장될 때에만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만나는 모임과 소규모 사회에서 좋은 경험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주위와의 행복한 유대감은 사회를 신뢰하게 만들고 이것은 다시 공동체 전체의 신뢰로 흘러가게 된다.
한국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다들 신문기사를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선진국보다 가난해서 행복지수가 낮다고 지레짐작한다. 그런데 한국의 행복지수를 끌어내리는 것은 행복지수를 구성하는 공동체지수가 극단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가령 공동체지수는 이런 것을 묻는다. "지난 6개월간 마을을 위해 순수한 자원봉사를 몇 시간 하셨나요?" "당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등 이런 질문은 공동체에 대해 개개인이 얼마나 유대감을 갖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바로 이런 것에 기인한다.
한국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복지확대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이다. 자살은 돈의 결핍에서도 오지만, 그 결핍을 더욱 뼈저린 좌절로 만드는 것은 공동체와의 유대감 상실이기에 그렇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공동체에 자신이 속해 있다는 귀속감을 느끼게 만들고 그 속에서 안정감과 유대감을 흐르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살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공동체적 대안이 아닐까?
공동체를 잃어버렸듯 우리는 표정도 잃어버렸다. 이제 우리의 표정을 찾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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