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추천

'기술의 발전'은 투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 JOB 취업대란, 청년은 살고 싶다

일취월장7 2017. 2. 9. 15:37
'기술의 발전'은 투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프레시안 books]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를 읽고
제현주 일상기술연구소 진행자     
2017.02.07 18:30:30

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에 문화로놀이짱의 안연정 대표를 초대해 "몸으로 익히는 손노동의 기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문화로놀이짱은 폐목재를 업사이클링해 가구를 제작해서 파는 사회적기업으로 설립한 지 10년이 넘었다. 안연정 대표는 방송에서 "자기 손으로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보면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게 되는데, 그런 이해가 삶에 안정감을 준다"는 말을 했다. 자신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물건이 순전한 블랙박스로 다가오지 않을 때, 자기 삶을 좀 더 잘 붙들고 있다는 감각이 생겨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케아에 가면 꽤 쓸 만한 4인용 식탁을 십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시대다. 금전적으로만 보자면, 자기 손으로 직접 나무를 자르고 붙여 가구를 만드는 일이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 기업으로서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을 만든다면 더욱 그러하다. 문화로놀이짱의 사업이 "어떻게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가"를 묻는 질문에 안연정 대표는 "누가 만드느냐, 어떻게 만드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둘러 답했다. 그런 사람들이 문화로놀이짱이 만든 물건을 찾고, 그 덕에 작은 규모로나마 지속가능성이 생겨난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과 시장 경쟁력을 동의어로 받아들인다. 여기서의 시장 경쟁력은 계량될 수 있는 단기적 효용으로 환산된다. 그러나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단기적 효용만을 소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단기적 효용 뒤에 숨은 층위를 볼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럼으로써 소비자이자 동시에 '시민'이 된다.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이영준·임태훈·홍성욱 지음, 반비 펴냄)를 읽으면서, 안연정 대표와 더불어 또 다른 친구 하나가 떠올랐다. 제빵을 배우고서야 돈 주고 사먹는 빵에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가는지 알게 되었다던 친구였다. 나 역시 직접 요리를 해먹기 시작하면서 내 입맛에 익숙한 간이 얼마큼의 소금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입맛이 싱거워 지는 변화를 체험했다.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 쓰는 게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친구는 여전히 반지르르하게 구워진 페이스트리만은 사서 먹는 게 낫다고 말하고, 나 역시 외식을 전혀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결코 같지 않다. 지나치게 값이 싼 식당이 뜻하는 바를 의심할 수 있게 되었음은 알게 된 덕에 일어난 변화들 중 하나다. 알고 쓰는 소비자는 모르고 쓰는 소비자와 다르다.  

그런데 가구나 빵, 한 끼의 식사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에 관해서도 이 말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첨단의 기술로 집약된 이런 물건(?)을 '알고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를 읽은 덕에 나는 기술을 '안다'는 것이 굉장히 다양한 의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제빵이나 요리에서처럼 만드는 것과 아는 것이 가까운 분야가 있겠지만, 그 거리가 먼 분야라 해서 아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나는 내가 먹을 스파게티 한 그릇을 만들 듯이 소셜 미디어나 스마트폰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스마트폰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페이스북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이런 첨단 기술을 만드는 기업이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지 얼마간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해는 어떤 식으로든 차이를 만든다. 

거대 기술 기업이 우리 일상을 장악하는 힘은 날로 커지고 있다. 가장 단순한 예로, 페이스북의 알고리듬에 따라 어떤 친구와 더 가깝게 소통하는지가 결정되기도 한다. 페이스북이 무엇을 얼마나 자주 보여주느냐에 따라 내 관심사가 재편되기도 한다. 미국 대선에 페이스북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에 관한 숱한 사후 논평이 하나 같이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처럼 들렸을 지경이다. 시민은 정치를 통제하고, 정치가 규제로 기술을 통제한다는 게 우리의 보편적 기대일 것이다. 그런데 기술을 모르는 시민이 내리는 선택들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정치가 기술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까?  

▲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이영준·임태훈·홍성욱 지음, 반비 펴냄) ⓒ반비

우리가 민주주의를 당연한 정치 원리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시민의 통치가 왕의 통치보다 언제나 더 선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 아니다. 선출된 권력은 때로 왕의 권력보다 무능할 수도 악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우리 선택의 결과이므로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 삶의 점점 더 많은 영역이 알지 못하는 기술의 영토로 포섭될수록, 왕의 선한 의지를 막연히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기술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왕은 모습을 감추고, 우리는 눈에 보이는 기술의 접근성을 민주성으로 착각하게 된다. "기계의 편리함이 기계를 잊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21세기 기계의 운명이다."(157쪽)라는 이영준의 말이 기술의 위대함에 감탄하는 것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기술이 스스로를 지우면 지울수록, 기술의 힘은 보이지 않는 만큼 커진다.
 
이 책은 기술에 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사회에 관한 이야기이자 경제에 관한 이야기,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덕에 기술을 안다는 것의 지평이 어디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저자들의 생각에 때로 동의하고 때로 반박하며 읽었다. 어떤 지점은 다소 강박적인 윤리의식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산업화시대의 자본-노동 이분법으로 오늘의 노동을 재단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넘겨버리거나 내가 의견을 보탤 수 없겠다고 두 손 들게 되는 지점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동의하거나 반박할 수 있었던 만큼, 기술을 '알고' 쓰는 일이 감당할 만한 과업으로 여겨졌다. 누군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내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알고자 한다면 우리는 기술을 알 수 있다. 그러려면 그 일이 기술 사회를 사는 시민에게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납득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 덕에 좀 더 단단하고 구체적인 납득의 근거를 얻을 수 있었다. 


‘뻥카’도 치는 AI가 주는 메시지, “이제 심리전도 한다”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7.02.06(월) 16:54:10


뛰어난 겜블러는 참고 물러나는 법을 잘 알아야 한다. 때로는 상대방의 심리를 읽어내 허세도 부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질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게임이 포커다. 무적의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바둑을 이기자 사람들은 다음 AI와의 전쟁이 포커에서 벌어질 거라 내다봤다. 물론 바둑의 알파고는 수많은 기보를 학습하고 수많은 상대의 수를 분석해 자신이 낼 최적의 수를 찾아내 인간 최고수들을 완파했다. 

 

그런데 포커는 좀 다르다. 바둑과 달리 상대방의 카드를 내가 볼 수 없다.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를 고려해야 한다. AI가 이기려면 더욱 복잡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바둑에서 말하는 ‘신의 한 수’라는 개념이 포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뻥’이 중요하다. 포커의 고수들은 이른바 ‘블러핑’이라고 부르는 허풍의 대가들이다. 별 것 아닌 카드를 들고 마치 좋은 카드인양 판돈을 팍팍 지르며 상대의 심리를 무너뜨리는 ‘뻥카의 기술’은 포커에서 승리하기 위해 갖춰야 할 미덕이며 그래서 포커는 인공지능의 것이 아닌, 인간의 게임이었다. 물론 훌륭한 포커 플레이어는 블러핑을 잘 이용해야 하지만, 블러핑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참 복잡하다. 

 

ⓒ pixabay

ⓒ pixabay


그런데 카네기멜론대학의 연구자가 개발한 최신 AI는 이미 블러핑을 활용하고 있었다. 리브라투스(Libratus)라고 불리는 이 AI는 1월11일부터 30일까지 20일 동안 네 명의 프로 포커 선수와 무제한 ‘텍사스홀덤’을 했고 76만6250달러의 칩을 획득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카네기멜론대학은 이미 2015년에 클라우디코(Cloudico)라는 인공지능으로 포커 승부에 도전했는데 그때는 패했다. 이번에는 그 벽을 넘어선 셈이다.

 

원래 포커를 모르던 AI에 연구팀은 무작위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도록 지시했다. 리브라투스는 10의 160제곱에 해당하는 경우의 수를 처리할 수 있다. 수억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점점 이기는 방법을 배워갔고 이번 대회기간 동안 매일 밤 10시까지 약 11시간 동안 인간 포커 플레이어 대결했다. 처음에는 AI의 패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자신이 했던 게임 중 약점을 보완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AI는 자신의 약한 부분을 없앴다.

 

물론 이런 수많은 연산이 블러핑을 가능하게 한 건 아니다. AI는 상대방의 심리를 읽어내기보다는 매일 자신이 치렀던 게임 중 상대방 선수가 치고 들어왔던 자신의 취약점을 분석해 보완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 때문에 게임에 참여한 프로 포커 선수들은 처음 며칠 동안에는 리브라투스를 공략할만한 취약점을 찾아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약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AI의 공동제작자인 토마스 샌드홈(Tuomas Sandholm)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매일 대결이 끝난 뒤 메타 알고리즘이 프로 포커 플레이어들 전략의 구멍을 분석했고 리브라투스는 그것을 다음 날 전략에 반영했다. AI 스스로의 약점 우선 순위 3개를 슈퍼컴퓨터로 보완하고 전략의 알고리즘에 녹였다. 이것은 과거의 AI 포커 학습법과는 다르다. 보통은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대로 AI 자신의 전략적 약점을 메워 알고리즘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AI가 새차 가격을 딜러와 대신 논의해주는 세상이 온다”

 

이런 방법을 통해 실제로 AI는 블러핑을 시도했다. 이번 대회 중 이런 장면이 있었다. AI는 다이아몬드10, 하트 10을 쥐며 시작했다. 당시 바닥에 공개된 건 4,9,킹이었는데 클로버가 두 장이었다. 베팅이 시작되자 AI는 클로버를 한 장도 쥐지 않았지만 마치 클로버 플러시(같은 무늬의 카드 5장을 모으는 것)를 완성하듯 전략을 펼쳤다. 뒤에 공개된 카드와 마지막 공개된 카드가 클로버가 아니었는데도 AI는 계속 베팅금액을 올리며 공세를 취했다. 말 그대로 ‘뻥카’를 시도한 것이다. 

 

4명의 포커 플레이어는 김동규, 지미추, 다니엘 매컬레이, 제이슨 레스였다. 이들은 20만 달러의 상금을 나눠 가졌다. 이들은 AI의 약점을 찾기 위해 협력했다. AI도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연구했다. 실제 AI와의 대전을 치른 뒤 매컬레이는 “리브라투스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상대였다”고 평가했다. 

 

단지 포커라는 카드 게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지만(포커에는 무제한 텍사스 홀덤 외에도 수많은 게임이 있고 1대1 포커는 여러 명이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이번 경기를 두고 AI의 승리라고 표현하는 게 섣부르다는 지적도 많다) 불완전한 정보를 전략적으로 처리하는 이번 시스템은 보다 폭넓은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전략을 짜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종종 마주치는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협상이다. AI가 협상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조력자가 아닌 결정권자로 나서는 미래도 상상해볼 수 있다.

 

샌드홈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엄청난 응용법이 무수히 펼쳐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새차를 사고 싶을 때, 스마트폰이 가장 싼 차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당신 대신 최선의 가격을 딜러와 협상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이건 단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단지 포커 하나 이긴 게 아니라 좀 더 다른 차원의 AI 활용법이 열렸다는 얘기다.



[특집 | JOB 취업대란, 청년은 살고 싶다] 예과 2년, 취업용 본과 4년.., 대학 인문계열 6년제?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 2017.02.08 09:26          

기업, 졸업 예정자 가장 선호..고용시장 한파에 학교 못 떠나

[주간동아]

[동아DB]
"남들 하는 만큼 스펙도 열심히 쌓았고 대외 활동도 많이 했는데 아직까지 취업을 못 한 것을 보면, 딱 남들 하는 만큼 노력해선 취업이 안 되나 봐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만난 정모(27) 씨의 말이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정씨는 정규 학기 4년과 군 휴학 2년에 취업준비 2년을 합해 총 8년간 학생 신분을 유지해왔다. 그는 "신입생 시절 졸업을 유예한 채 학교를 떠나지 못한 선배들을 보면서'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어느새 내가 그 선배들보다 더 오래 학교에 남아 있다"며 한탄했다.  

정씨처럼 대학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관련 통계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거액의 예산을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지원 사업에 투입했으나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 이제 청년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어디든 취업이 되기를 바라지만 이제는 중소기업도 채용 규모를 줄이는 형편이다.

청년 3명 중 1명은 직업 없어

지난해 온라인 취업 사이트 인크루트의 하반기 취업설명회에 참가한 취업준비생들(왼쪽). 인문계열 대학생의 경우 평균 6년간 학교를 다닌 뒤 졸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청년실업 문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청년실업률은 9.8%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8.1%)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청년실업률은 2012년까지 7.5%로 서서히 줄었지만 4년 만에 2.3%p 상승해 10%대에 근접했다. 청년층 중에서도 4년제 대학 졸업 연령인 25~29세의 실업률이 크게 올랐다. 25~29세 실업률은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00년 6.0%에 불과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7.1%를 기록한 것이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처럼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취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은 이마저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과천시의 김모(25·여) 씨는 "통계대로라면 청년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실업 상태라는 얘기인데, 막상 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을 만나보면 단번에 취업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1년 넘게 취업준비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체감 실업률은 통계청의 공식 실업률을 크게 상회했다. 1월 30일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일자리팀은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에게 용역 의뢰한'청년고용체감지표 설계·연구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 지표가 실제 고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할 의지를 상실한 청년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NEET)족과 비자발적 비정규직, 급여가 낮아 이직을 희망하는 청년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실업자를 실업률 통계에 포함하면 2015년 체감 청년실업률은 34%대로 추산된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체감 청년실업률 예측치도 이와 유사했다. 지난해 6월 현대경제연구원도 체감 청년실업률이 34.6%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체 청년의 3분의 1이 사실상 실업 상태이다 보니 대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1월 22일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 알바몬과 함께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431명을 대상으로'졸업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을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평균 5.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계열별로는 인문계 학생의 평균 재학 기간이 6년으로 가장 길었고 법학계열(5.7년), 이공계열(5.4년), 사회과학계열(5.4년), 상경계열(4.6년)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학생의 평균 재학 기간이 6.2년으로 여학생(4.7년)보다 1.5년 길었다. 서울 4년제 대학 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5) 씨는 "다른 학과 학생에 비해 국문학, 사학, 철학 등 인문학 전공자가 특히 취업이 어렵다. 인문계열 학생 사이에서는'인문계열 전공은 예과(1, 2학년)를 거쳐 취업준비 본과(3, 4학년 수료 후 취업준비 2년)까지 마쳐야 비로소 졸업이 가능하다'는 씁쓸한 농담이 오간다"고 밝혔다. 


졸업 시점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

청년들이 학생 신분을 오래 유지하면서 취업준비를 하는 이유는 신규 채용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국내 대기업 신규 채용 서류전형에서 대학 졸업 시점이 가장 중요한 평가 척도가 되기 때문. 지난해 12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00개사 인사담당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보고서(‘한국의 청년 채용시장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인사담당자가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기준은'최종 학교 졸업 시점'이었다. 전체 평가점수 100점 만점에 19.6점을 차지해 비중이 가장 컸다. 그 뒤는 졸업 평점(16.2점)이었다. 반면 어학능력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 관련 점수는 각각 10.3점, 9.5점으로 졸업 시점 기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한 대학 졸업 후 3년 이내 취업하지 못하면 서류전형에도 합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시점 선호도 조사 결과 졸업 예정자가 800점 만점에 68.6점으로 가장 높았다. 졸업 후 1년이 지나자 선호도는 62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졸업 후 3년이 지나면 선호도는 1.4점으로 급감했다. 졸업 후 3년 이내라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아무리 학점 등 정량적 스펙이 뛰어나도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졸업 평점이 4.0점 이상으로 높아도 졸업 후 3년이 지나면 서류전형 통과 가능성이 7.8%에 불과했다. 이는 졸업 평점이 3.0점 미만인 졸업 예정자와 동일한 수준이다. 서울 마포구의 윤모(25·여) 씨는 "졸업유예 비용을 마련하고자 최근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 기업에서 졸업 예정자를 선호하니 어쩔 수 없이 졸업을 유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잡코리아 조사 결과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에 내야 하는 돈은 학기당 평균 43만6000원에 달했다.   


지원자의 능력 외에도 졸업 시점이 중요한 평가 대상으로 떠오르자 취업준비 장수생들은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10월 23일 발표한'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의향 결정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생 청년 186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7%가'중소기업에도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 동작구의 박모(27·여) 씨는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3년간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를 병행하며 대기업 공채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연애도, 친구도 포기하고 취업준비에 매진해왔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잔고 10만 원도 안 되는 통장과 30대를 바라보는 나이뿐이다. 대기업 입사만 고집하면 정규직 월급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20대가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중소기업에도 입사지원서를 적극적으로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춘다고 취업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소기업의 취업문마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월 31일 온라인 구직 사이트 인크루트가 918개 상장사(대기업 156개, 중견기업 239개, 중소기업 523개)의 2017년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확정했다고 밝힌 기업은 전체의 44.68%에 그쳤다. 기업별로는 대기업은 67.31%가 확정했고 중견기업은 52.3%, 중소기업은 34.42%만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 많은 청년 고용지원 사업은?

채용 의사가 있는 기업들이 밝힌 총 채용 계획 규모는 4만5405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4만7916명)에 비해 5.24% 감소했다. 이는 대기업, 중소기업 등과 관계없이 기업 대부분이 채용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올해 채용 규모 예상치를 지난해 채용 규모와 비교해보면 대기업은 약 4.12%,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9.35%, 13.34% 줄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경기 불황, 불안정한 정치 환경,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요소 때문에 기업이 올해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고용환경이 이렇게 나빠질 동안 정부가 가만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만 총 7조5000억 원을 투입해 수많은 청년 고용지원 및 일자리 창출 사업을 쏟아냈다. 고용노동부(고용부)가 발간한'2016년 청년고용정책 프로그램'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앙행정부처의 청년 고용 프로그램은 128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113개로 총 241개의 청년 고용지원 사업이 집행됐다. 그러나 그 수가 무색하게 청년실업 현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의 청년 고용지원 사업이 실업률 감소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는 청년 대부분이 사업 자체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대학생, 미취업 청년 등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청년 고용지원 정책에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정부의 취업지원 사업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경기 고양시의 민모(28) 씨도 "정부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예산을 들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취업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내 주위에도 정부의 청년 고용지원 사업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들이 정부의 청년 고용지원 사업에 무관심한 이유에 대해 청년단체 대표들은 "정부가 임시방편 식의 청년 고용지원 사업을 남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비영리청년단체'청년이여는미래'의 백경훈 대표는 "청년 고용이 문제라고 하니 각 부처가 경쟁하듯 청년 일자리 대책을 쏟아내기만 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청년에게 어떤 형식의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유진'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도 "정부가 일자리 관련 정책을 내놓기만 할 뿐 추후 관리를 하지 않아 정작 청년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뒤늦게 문제점을 알고 시정하려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1월 18일'2017년 고용여건 및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추진 방안'을 통해 "3월 안으로 청년 일자리 정책을 종합평가해 보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고용부의 일자리 사이트'워크넷'을 보완해 청년이 쉽게 정부 지원 정보를 찾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 눈높이에서 정책을 평가·개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공계열 복수전공해도 깨기 힘든'인구론'
최근에는 소프트웨어(SW), 코딩 등 정보기술(IT) 관련 교육을 받는 인문계열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뉴스1]
‘취업 절벽'에 고통받는 인문계열 전공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공계 과목도 함께 공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공계 학과목을 복수전공하거나 코딩 등 정보기술(IT) 관련 교육과정을 수강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설령 인문계열 학생이 이공계열 학생에 버금가는 역량을 쌓는다 해도 이것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구실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인문대생 90%는 논다'는'인구론'을 깨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고용개발원의'2016년 상반기 고등교육통계조사'에 따르면 인문사회계열에서 자연과학과 공학계열로 전과한 학생 수는 각각 389명, 927명으로 전국적으로 총 1316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전과생 수의 5%에 육박하는 수치다.

주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이나 소프트웨어 관련 부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한 인문사회계열 전공 학생은 2012년 처음 등장한 이후 2014년 5명, 2015년 22명, 지난해 27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한양대 역시 문과계열에서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관련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2014년 35명에서 2015년 47명, 지난해 79명으로 증가했다. 성균관대와 이화여대, 중앙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도 이런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학교의 전공 수업이 아니더라도 취업시장에서 인문계 전공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자 소프트웨어 관련 외부 강의를 듣거나 각 대학의 코딩 동아리에 가입하는 학생도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코딩을 배우려는 직장인 수강생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취업을 목표로 코딩을 공부하는 인문계열 대학생도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문계 전공의 취업준비생이 소프트웨어 또는 코딩을 공부하거나 이공계 과목을 복수전공해 이를 지렛대 삼아 취업하려 해도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관계자는 "대학 생활 내내 프로그램만 짜던 컴퓨터공학 전공 개발자도 포화상태인데 기업이 굳이 인문학 전공의 개발자를 채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

20대 여성 실업률 매달 최고치 경신…남자보다 높은 취업 문턱에 우는 여성 취준생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

한 손으로 축하 꽃다발을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취업게시판에 붙은 취업 정보를 들추는 졸업생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취업난을 엿볼 수 있다. [동아DB]

“평가 과정에서 저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남자 지원자들이 저를 제치고 합격하는 모습만 두 번째 보고 있네요.”  

취업에 2년째 도전 중인 이모(25·여) 씨의 말이다. 이씨는 지난해 기업 공채 최종 면접까지 두 번 올라갔으나 전부 최종 탈락했다. 그는 “지난 두 번의 공채에서 실무평가를 잘 치른 것 같아 합격권에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탈락했다. 최종 합격자 명단을 보니 실무평가에서 크게 두각을 보이지 못한 남자 지원자의 이름이 있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좌절된 것 같아 억울했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대란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다. 고용시장이 한껏 얼어붙으면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이 불이익을 보고 있다. 실제로 여성 실업률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정부에서도 기업의 여성 고용을 장려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 최대 여성 실업률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

설 연휴 첫날인 1월 27일에도 학원에 나와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모습. [동아DB]

여성은 대부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온라인 구직 사이트 ‘인크루트’는 1월 25일 구직 경험이 있는 여성 593명을 대상으로 여성 취업 장벽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남성보다 여성의 취업장벽이 더 높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구직 활동을 하며 여성으로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72%의 응답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 관악구의 김모(24·여) 씨는 “서류전형에서도 기업은 남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학과 내에서 취업 스터디를 한 적이 있는데 학점, 토익 등 정량적 스펙은 여학생이 더 강했지만 정작 서류전형 합격률은 남학생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20대 여성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1월 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실업률은 전년보다 1.0%p 오른 7.3%였다. 이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도 높은 수치다. 외환위기 여파로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된 1999년 11월 20대 여성 실업률은 지난해 11월보다 0.5%p 낮은 6.8%였고,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6%를 넘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11월 20대 남성 실업률은 9.1%로 2015년 11월에 비해 1.0%p 떨어졌다.

20대 여성 실업률은 지난해 1월부터 매달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2월 실업률은 11.4%로 여성 실업률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줄곧 증가세를 보이던 20대 여성 취업자 수도 하반기 들어 줄어들기 시작했다. 11월 20대 여성 취업자 수는 194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3000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남성 취업자 수의 감소 폭은 20대 여성의 4분의 1 수준인 3000명에 그쳤다.

20대 여성의 취업 사정이 남성에 비해 더 나빠지고 있지만 정작 실업률은 같은 나이의 남성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렇듯 현실과 통계에 모순이 생기는 이유는 실업률 통계를 내는 방식 때문이다. 고용통계에서는 급여를 받으며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전부 취업자로 본다. 따라서 생계를 위해 임시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청년도 취업준비생이 아닌 취업자로 집계된다.  

문제는 이러한 불완전 취업 상태에 놓인 청년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것. 지난해 8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년여성 취업 애로요인 해소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15~29세 청년 가운데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불완전 취업자는 총 5만4000명이다. 이 중 64.2%(3만4000명)가 여성이었다. 실제로 취업 희망자의 비율도 여성이 더 높았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총 80만3000여 명의 취업 희망자 가운데 50.9%(40만9000여 명)가 여성이었다.  


채용 기피 이유는 출산, 육아 공백

20대 여성 실업률이 가파르게 증가한 근본적 원인은 지난 한 해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발표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기획재정부는 2016년 고용·실업률에 대해 “신규 채용 축소,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 등으로 청년과 조선업 밀집지역의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2016년 500대 기업 신규 채용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210개 가운데 48.6%(101개)가 2016년 신규 채용 규모를 2015년에 비해 줄였다.

안 그래도 혹독한 신규 채용시장은 여성 구직자에게 더 가혹하다. 온라인 취업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기업 407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사의 69.8%가 ‘채용 시 남성 지원자가 유리할 때가 많다’고 답했다. 국미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성정책실 연구위원은 “기업이 여성 근로자의 고용을 꺼리는 이유는 남성 근로자에 비해 출산, 육아 등으로 노동의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안양시의 정모(26·여) 씨도 “입사 면접을 보러 다니면 10개 회사 중 대여섯 곳이 출산 및 육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심한 경우 ‘출산 후 직장은 어떻게 다닐 것이냐’는 질문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2015년부터 출산 및 육아에 따른 기업의 여성 고용 차별을 막아보겠다며 남성 육아휴직급여 제도를 도입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8만9795명) 대비 남성 육아휴직자는 8.5%(7616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취업 지원책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2013년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고 4조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20대 여성에 특화된 고용정책은 전무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기업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 청년고용할당제의 남녀비율을 맞춰 여성 구직자가 소외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학습 병행制 - 능력 중심 채용 확산돼야 청년취업난 숨통”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08일(水)

▲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남부지사에서 일·학습 병행제와 청년 취업난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최근 새로운 취업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일·학습 병행제’의 설계자로 인정받고 있다. 박 이사장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시절인 2011년부터 일·학습 병행제를 연구하기 위해 독일과 스위스 등 선진국들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현장을 찾아다녔다. 박 이사장은 이들 국가를 돌아보면서 학력 차별 없는 인재 양성 문화와 일하면서 배우는 일·학습 병행 문화에서 한국 고용시장 문제점의 해결책을 봤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남부지사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과 스위스는 청년의 30% 정도만 대학에 간다”며 “대학 졸업자나 고등학교 졸업자나 모두 사회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게 청년 실업 해결의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독일에 갔을 때였습니다. 선박엔진을 만드는 중소기업을 방문했었는데, 이 회사 대졸 직원의 70%가 고졸자로 입사해 일하면서 대학에 다녀 학위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고등학교 졸업 후 타이피스트로 입사한 여직원이 있었는데, 입사 20년 만에 인사 담당자가 됐다고 합니다. 자격증을 무려 7개나 갖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며 공부를 해 인사관리(HR) 자격증을 땄다고 그러더군요. 독일에 ‘강소기업’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박 이사장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독일의 경제가 더욱 빛이 나는 이유를 일·학습 병행제도의 성공에서 찾았다. 

박 이사장과 같은 전문가들의 숨은 노력으로 2014년 우리나라에도 일·학습 병행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독일과 스위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도제학습 제도를 한국 실정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현재는 산업인력공단이 ‘선 취업·후 학습’이라는 새로운 채용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도입 당시 3300명에 불과했던 일·학습 병행제 학습 근로자는 지난해 3만5000명(누적)으로 늘어났다. 

일·학습 병행제 도입이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이명박정부 마지막 시절인 2012년 일·학습 병행제의 도입을 정부에 건의했는데, 교육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이다 보니 교육 당국은 많이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그런데 교육훈련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던 고용노동부가 받아줬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고용부 주도로 정책이 진행돼 오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할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박 이사장은 심각한 상황에 처한 청년 실업의 근본 원인을 1995년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와 ‘대학 정원 자율화’ 정책에서 찾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한국 고용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했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학의 무분별한 설립을 허용하는 정책으로 인해 지금의 대졸 청년 실업 문제가 유발됐다는 게 박 이사장의 해석이다. 

“1997년 외환위기 체제가 고용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바로 시장의 고용창출 능력이 급격히 줄었다는 겁니다. 양적 성장이 멈춘 기업들이 인력 운용을 핵심 인력 위주로 바꾸면서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 반해, 자유로운 대학 설립 허용과 정원 자율화로 대졸자는 급증하면서 수요와 공급에 부조화가 온 것이지요.” 

박 이사장의 분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졸자와 대졸자에 대한 차별이나 격차 문제를 간과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박 이사장은 지적했다. 고졸자에 대한 차별이나 격차를 해소하지 않은 채 무작정 대학을 늘리다 보니 너도나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사교육 등이 심해지고 주거문제와 취업문제가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1987∼1989년 당시 노동연구원 설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연구원의 가장 큰 고민은 불안정한 노사관계의 원인과 대책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원들은 그 원인을 학력에 대한 차별에서 찾았습니다. 실제 그때 대졸 사무직과 고졸 생산직은 복장부터 다르고, 식당까지 서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런 문제점들을 놔둔 채 너무 많은 대졸자를 양산해 버린 것이지요.”

박 이사장은 경직되고 닫힌 노동시장이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대기업 정규직은 전체 근로자 중 10% 정도인데,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 급여는 3배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적자원 평가의 주요 기준이 학벌과 해외연수, 어학 성적 등의 ‘스펙’이라는 점과 연공 중심의 닫힌 노동시장이 문제입니다. 대학 진학률이 70%에 가깝지만, 지난해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 비중은 44.5%로 일자리의 질과 직업 능력에 대한 ‘미스 매치’ 또한 심각한 상황이죠.”

박 이사장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학력’이나 ‘학벌’ ‘스펙’이 아니라 ‘능력’에 의한 취업 모델의 정착이다.  

“선진국을 보면서 교육과 주거만 해결되면 과격한 노동운동을 꼭 해야 하겠다는 근로자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력이나 학벌이 아니라 능력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주거문제만 해소되면 고용시장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이사장이 내놓은 간략한 해결책이다. 그렇다고 실업문제가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박 이사장도 잘 알고 있다. 

“대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어떤 걸 고르느냐의 문제죠. 분명한 건, 통상적인 대책으로는 지금의 청년 취업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몇 년만 지나면 자연적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입니다. 문제는 그때까지의 틈새를 메울 수 있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몇 년 동안만 계약직으로라도 청년 취업 대상자의 일정 비율은 무조건 채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혁신적 발상이 없으면 지금의 상황을 해소하기 힘듭니다. 사회에 나오는 청년들이 학교 졸업 후 5∼6년 이내에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되면 허드렛일만 하면서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후배 졸업자들이 밑에서 계속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죠. 단 몇 년 동안만이라도 특단의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이런 차원에서 일·학습 병행제 역시 앞으로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박 이사장의 판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박 이사장은 먼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초해 양성된 예비 숙련 기술자들이 ‘블루 엘리트’로 성장하고 이들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급여체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마이스터(Meister) 자격 취득자가 대학 졸업자 엔지니어와 대등한 지위와 생활 수준을 보장받습니다. 일찍이 기업과 연계한 직업 경로를 구축해 운영해 온 것이 독일 경쟁력의 원천이고 청년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는 비결이죠.” 

이를 위해서는 승진 및 전보 교육훈련에 있어 ‘연공서열’이나 ‘학력’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능력’에 의한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가 구축돼야 한다. NCS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가 조직의 비리나 폐단을 감추는 경향이 있는데, NCS가 정착되면 사람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져 이런 문제점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NCS의 장점을 이렇게 부연 설명했다.

왜곡된 유교문화와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한 기술·기능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바꿔야 한다고 박 이사장은 주장했다. 인적 자원에 대한 평가가 능력 중심이 돼야 우수한 청년들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현장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도전을 하게 된다는 게 박 이사장의 생각이다. 여기에는 유망 중소기업 육성과 직무능력 중심의 급여체계 구축 등 개선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향후 학위와 자격, 경험 및 경력의 등가성을 연계하는 ‘국가 역량체계(NQF)’가 완성돼 청년들이 어디에서 시작하든 자기 계발과 성장을 통해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함은 당연한 과제다.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고용시장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박 이사장은 밝혔다.

“산업구조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걸맞은 직업 능력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일자리 경쟁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겁니다. 이런 차원에서 공단은 국가 인적자원개발 고도화를 위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로봇, 신에너지, 바이오·생명공학 관련 국가기술 자격을 올해 신설하고 민간기관과 동반성장을 통해 우수한 훈련과정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직업 방송 프로그램도 편성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변화하는 고용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를 분석해 산업현장 중심의 직업 능력개발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민간분야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박 이사장은 이를 위해 공단 내 소통과 철학 공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 소속기관 24개를 포함, 산업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지난 2년 5개월 동안 1600여 회 만나 소통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1월까지 릴레이 간담회도 진행해 모두 12회에 걸쳐 9개 사업 110개 파트너 기관의 기관장 및 실무자 200여 명을 만났습니다. 우리도 정부로부터 업무위탁을 받지만, 우리가 업무위탁을 한 기관들도 일을 잘해야 우리 실적도 좋아지는 것이지요. 그런 차원에서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2∼3곳의 기관을 만나기도 하고, 회의에서 나온 건의사항들에 대한 피드백도 다 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공단에서 계속 이어지도록 하려면 문화와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는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사장직을 떠나면 그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과 정책에 관해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 전에 박 이사장은 공단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공단이 진정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창의적인 DNA를 구축하는 게 마지막 목표입니다. 직급별로 CEO와 함께하는 ‘독서간담회’나 ‘무비톡톡’, ‘주니어보드’ 등의 제도를 통해 직원들에게 열린 마인드를 심어주고 싶어요. 공단은 지금 2011년 이후 입사한 신규 직원이 전체 직원의 41.8%를 차지하고 있어, 세대 간 소통이 매우 중요한 때입니다. 아울러 양질의 직업 능력개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고용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 파트너와의 동반성장을 정착시키는 것도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가 산업현장에서 검증될 수 있는 고품질 자격관리 인프라도 구축해야 합니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박 이사장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았다.



프랑스와 일본의 교육방식을 비교해 볼 때 드러나는 3가지|_교육문제

꼭두각시 | 조회 585 |추천 4 |2017.01.27. 11:12 http://cafe.daum.net/kseriforum/7ofv/5656 

http://www.huffingtonpost.kr/2017/01/18/story_n_14238050.html

출처



한 일본인 저자는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폐해를 지적한다. 그리고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라는 질문은 던지고 계속해서 의심을 하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답 하나만을 고르기를 강요 받고, 그렇게 길들여진 아이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일본만의 이야기로 들리지는 않는다. 우리 역시 비슷한 문제 제기가 끊임 없이 되었다. 우리의 교육은 어느 부분이 잘못 된 것일까?


japan school test


1. 프랑스로 전학한 아이가 0점을 맞은 까닭

france school

“일본에서 살 때에도 집에서는 프랑스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프랑스어로 말하고 쓰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전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인 역사 시험을 보게 됐다. 문제는 이랬다. ‘제2차 대전에 대해 설명하시오.’ 일본의 초등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험 문제지만 프랑스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식의 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아이는 순간 당황했지만 평소 역사라면 줄줄 외울 정도였기에 교과서를 읽고 외운 대로 이렇게 답을 썼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미국, 소련, 프랑스 등이 참전한 세계 규모의 전쟁으로 1945년 종전.’ 초등학생 수준으로서는 꽤 훌륭한 답이지 않은가? 그러나 결과는 0점이었다.” (책 ‘세계 1%의 철학수업’, 후쿠하라 마사히로 저)



암기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나 일본 아이들은 주관식 역시 정답을 쓴다. 외운 대로, 교재에 나와있는 대로 쓰면 된다. 위의 글에 언급된 학생도 프랑스 시험에서 일본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답을 적었다. 그런데 0점을 받다니? 결과에 승복할 수 없던 학생의 엄마가 학교를 찾아가 따지자,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이 답안에는 아이의 생각이 단 한 가지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래서는 아이의 생각을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정답을 쓰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2. 물고기는 (헤엄친다). 새는 ( ). 어떤 말이 들어가야 할까?

penguin

“아래는 일본의 어떤 초등학교 시험 문제다. 여러분도 한번 풀어보자. ‘물고기는 (헤엄친다). 새는 ( ). 문제: 괄호 안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너무 쉬운 문제였을 것이다. 그렇다. 정답은 “새는 난다”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괄호 안에 이렇게 썼다. ‘새는 (헤엄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이 학생의 답은 X 처리가 됐다. 하지만 이 답은 틀린 게 아니다. “새는 헤엄치지 않는다”도 사실이다. 깊숙이 파고 들어가면 ‘헤엄을 치는’ 새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새는 난다”도 마찬가지다. 닭, 오리, 거위 등 ‘날지 못하는’ 새도 있다. 펭귄은 어떤가? 펭귄은 새가 아닌가? “새는 헤엄치지 않는다”라는 답도 O, 하다못해 △를 줄 수 있는 유연성이 결여된 일본 학교 교육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대목이다.”(책 ‘세계 1%의 철학수업’, 후쿠하라 마사히로 저)



정답이 하나 밖에 없는 시험은 채점자는 편하다. 채점하기 용이하고 공정성 시비가 붙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시험은, 더 나아가 인생은 정답이 하나 밖에 없을 리가 없다. 배움을 제대로 일깨워주려면 기존의 ‘정답은 무조건 하나’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지식 편중 시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런 시험으로는 창의력과 사고 능력을 키워줄 수 없기 때문이다.



3.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문제는 스마트 폰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

smartphone search

“앞에서 지식 편중의 일본 교육에 대해 언급했지만, ‘지식’ 자체에 대해서도 일본의 교육이 그렇게 깊이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예를 들면 프랑스 고등학교 시험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가 나온다. “자유와 평등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이런 문제에 정답은 없다. 자유와 평등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든 좋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나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사상 등을 이론적 바탕에 두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힘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대학 입시 문제는 이런 식이다. “OO주의를 제창한 사상가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에 몇 개의 보기를 주고 그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이런 문제로는 ‘생각하는 힘’을 평가할 수 없다.”(책 ‘세계 1%의 철학수업’, 후쿠하라 마사히로 저)



선택지에서 하나의 답을 고르는 문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다. 프랑스 시험 문제와 일본 시험 문제의 차이는 크다. 다른 철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하는 프랑스 학생들은 단지 암기하여 줄줄 읊으면 되는 일본 학생들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정답 없는 문제를 스스로의 생각으로 풀어가는 학생들은 앞으로도 그 능력이 필요하다. 암기만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학생들은 그 능력이 필요 없다. 스마트 폰을 꺼내 검색해 보면 더 정확한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진형의 경제알바] 1. 청년을 위한 경제 - 요약|_경제현안

개발선인장 | 조회 790 |추천 5 |2017.02.03. 22:11 http://cafe.daum.net/kseriforum/7ofr/33096 

[주진형의 경제알바] 1. 청년을 위한 경제 - 요약



1. 청년문제에 관해서 자꾸 직접적인 공약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청년문제는 한 두가지 원샷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청년문제라는 것은 전체적인 경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서 고용이 팽창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 중 하나이다. 따라서 큰 상황을 보지 않고 작은 문제에만 좁혀서 해결하려고 하면, 효과가 없는 대중요법에 의존하게 된다.


2. 우리나라가 크게 보면 사회가 둘로 갈려져 있다. 하나는 원청에 속해있는 부문이고, 또 하나는 하청에 속해있는 부문이다. 원청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이고, 나머지는 다 하청이다. 그래서 원청에 들어가면 그 사람이 얼마나 일을 열심히 잘 하느냐와 상관없이 높은 월급을 받고, 원청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청에 떨어지는 순간 그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도 낮은 보수를 받는다. 대표적인 예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차가 IMF 이전에는 80%정도까지 됐는데, 요새는 그게 50%까지 내려가 있다.


3. 우리는 경제발전을 할 때 급하니까 일본 체제의 대기업 위주로 시작했고,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려줬다. 그런데 IMF 이후에 대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데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이익은 내야하니까 중소기업을 더 쥐어짜게 된 거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처음 90년대 초반에는 90% 정도 였는데, 90년대 중반에 80% 정도로 내려가다가 IMF 위기 이후로는 꾸준하게 내려와서 이게 48%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4. 대기업 탑 100그룹의 기업부분 이익은 60%정도 차지하는데, 고용은 5~6%밖에 안 된다. 이러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생산성격차, 임금격차, 경제력집중의 문제가 그대로 노동시장의 이분화, 임금의 이분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5.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한테 중소기업에 왜 안가냐고 하면 "맨날 야근하는데 보수가 낮다"라고 말한다. 반면에, 중소기업주한테 물어보면 임금을 높게 주면 회사가 망한다고 한다. 지금도 이익률이 2~3%인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말한다.


6. 단기적인 해결책은 없다.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아주 강고한 기득권의 구조, 권력구조를 바꾸려고 엄청난 노력을 해야 가능한 것이다.


7.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소권과 고발권을 독점하고 있는데, 이 독점권을 풀어야 한다고 10년 전, 20년 전부터 이야기하는데 해결이 안 된다. 왜냐하면, 첫째, 공정거래위원회에 속해있는 공무원들이 그 권한을 붙잡고 싶어한다. 둘째, 전속고발권이 풀리면 기업인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퇴물관료들을 갖다놓고, 일년에 4~5억씩 주며 무마해야하는데 그럴 수 없고 검찰을 상대해야 하니까 무서운 거다. 이 경우 하나만 해도 20년이 된 문제인데 안 풀린다.


8. 그래서 정치가 바뀌어야 경제가 바뀐다는 것이다. 원청과 하청으로 나뉘는 사회적 이분화는 굉장히 많은 사회문제를 만드는 병상이다. 따라서 그 주요 원인을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야지, 갑자기 단기간에 한 두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9. 우리 나라는 젊은 사람과 나이 많은 사람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왜 우리나라에서 사오정 현상이 있냐면 초임 사원 대비 부장급 월급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그렇게까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왜냐면 연공에 따른 임금이 아닌, 생산성에 따라가는 임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연공에 따른 임금이 생산성과 괴리가 생기니까 나중에 가서는 이 사람에게 하는 일에 비해서 너무 많은 돈을 주게 되고, 이는 회사가 몰아내고 싶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0. 우리나라는 사람을 안 기르고, 여기에 더해서 자기도 일을 안 한다. 외국의 경우 직급이 올라가도 자기가 굉장히 일을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대리만 되도 사원 시키고, 과장되면 대리한테 일을 시킨다. 그렇게 자기가 직접 기안을 안 하고, 일을 안 하게 되면 5년만 지나도 머리가 굳어진다. 그러면 전문성이 완전히 떨어지고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11. 고속 성장경제에서 저속 성장경제로 가면서 사회 운영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외국은 저속 성장경제인데도 고용하고 분쟁없이 다 먹고 산다. 즉, 우리는 고성장 하지 않으면 단번에 넘어지는 위태위태한 불안한 구조를 가졌던 것이고, 서양은 2~3% 경제성장을 해도 넘어지지 않는 경제구조를 가졌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경제가 하나하나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를 하고, 그 과정에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회 전체적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 10년 전 노무현 정권이 나타났을 때만해도 국민들이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었고, 그걸 알고 이명박씨가 잘 이용해 먹은 것이다.


12. 우리나라는 복지정책에 수십조의 예산을 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원청업체를 통해서 나간다는 것이다. 직접 사람들 주머니에 꽂아주는 방식으로 안 하고, 중간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년고용을 위해 2조를 매년 쓴다는데 그게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즉, 복지예산이 원청 업자들에 속해있는 공단이나 연수단체를 통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받는 구조이다. 이게 단계를 거치면서 손끝에는 영향이 가지 않는다. 중간에서 용역이니 뭐니 하는 형식에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 그런데 못 바꾸는 이유는 중간에 뜯어 먹고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빼는 순간 난리가 난다.


13. 국가가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복지재정, 경제개발재정을 되도록 중간업자를 빼고, 직접 전해줘야 한다. 따라서 권력의 집중을 줄이면서, 경제권력, 행정부권력, 정치권력을 분화시키는 것에서 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14. 미주 법인에서 40대 중반 같은 또래 사람에게 주는 월급보다 서울 직원에게 주는 월급이 조금 더 높다. 그런데 미주 사람들은 그 월급 갖고 충분히 안정적인 중산층 생활을 하는데, 우리나라 회사 부장들은 돈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하나는 아파트값이고, 또 하나는 교육비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우리나라가 매년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청에 속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창의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순위에서 하나 더 올라가기 위한 교육에 돈을 과도하게 지출한다.

 
15. 일본에서도 격차사회지만 알바하고 일반기업에 대기업이 아닌데 들어간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그런대로 잘 산다. 왜냐하면 20년에 걸쳐 부동산값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렌트하고 월세가 우리나라 젊은이처럼 자기가 버는 돈의 50~60% 내지 않는다. 또한 아르바이트 비정규직도 소비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이 된다. 우리나라보다 받는 돈이 크게 높은 것도 아니다. 이는 전체적으로 부동산이 낮아진 이유 때문에 유지가 되는 것이다.


16. IMF 위기 전에는 기업의 부채를 쌓아가지고 억지로 쥐어짜는 경제성장을 했다. IMF 위기 이후 김대중 정권 후반기부터 개인의 부채를 높여 경제성장률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15년을 버텼다. 그 결과 2001년 개인부채가 200조였는데, 지금은 1500조가 되었다. 기업의 부채는 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개인의 부채를 늘려서 쥐어짜는 성장을 지금까지 해왔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어쩌다가 부동산을 가지게 된 사람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엄청 고생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값이 내려갈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가진 사람들 중산층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싫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인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올리고 부동산임대소득세를 올려야하는데, 말하는 순간 그래도 조금이나마 있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달려들 것 같으니까 알면서도 보면서도 말을 못 한다.


17. 조금이라도 재산을 가진 사람들의 투표율이 훨씬 높고, 재산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투표율이 낮으면 세상은 바꿀 수가 없다. 돈을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은 다른 면에서 싸움을 하면 상대 자체가 안 된다. 그런데 보통선거가 무서운 것은 나이가 적건 많건 어쨌든 똑같이 한표라는 거다. 이건 엄청난 의미를 갖는 거다. 돈을 가진 사람이나 돈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나 똑같은 한표이다. 이게 4,5년마다 돌아온다. 그런데 이 기회를 휙 날리고 난 다음에 '아 우리에겐 미래가 없어'하는 것은 자격이 없는 것이다.

 
18. 불만이 있고 정말 희망을 갖길 원한다면, 여러분들이 판단해서 선택하라는 것이다. 우리를 뽑으란 얘기가 아니다. 투표율을 높여서 스스로 선택하자는 거다. 


19.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넘어간 것을 기본으로 놓고서, 우리 사회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재설계가 하나하나가 당장은 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야한다.

 
20. 재벌개혁은 정치적인 결단력과 꾸준함이 중요하다. 그런데 재벌들은 보나마나 경제가 나빠진다고 하고, 보수언론은 또 난리를 칠거다.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노무현 정권 때 경제를 아예 버린 대통령이니 뭐니 난리를 쳤는데, 그 당시 경제성장률이 5~6%였다. 그런데 지금 경제성장률이 2%인데 박근혜 정권을 욕하고 비난하는 언론이 있는가. 즉, 국민들이 언론조종을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