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예술

"브로커가 된 엘리트, 최순실은 죽지 않는다" - 외신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현 위기 상황

일취월장7 2016. 12. 19. 11:51

"브로커가 된 엘리트, 최순실은 죽지 않는다"

[서리풀 논평] 직접민주주의 불씨를 살려라
시민건강증진연구소   
2016.12.19 10:16:57


'박근혜 게이트'를 다루는 국정조사 청문회.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보고 있기에 참으로 답답하고 분통 터지는 노릇이다. 시청하는 사람들 혈압이나 올릴 것이면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줄을 잇는다. 여기서도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니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다. 보통 사람들의 삶을 쥐고 흔드는 이른바 정치·경제·사회 '엘리트'의 본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 그리고 지식을 무기로 삼아 대중을 속였던 것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라면, 오랜 신화에서 벗어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셈이다.  

그 중에서도 오늘 우리의 관심은 '주범'과 '공동정범'이 아니다. '박근혜 게이트'는 그들 말고도 수많은 정치인, 관료, 지식인, 언론이 한통속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부분 그런 줄 몰랐다고 하겠지만, 결코 모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힘을 보태면 안 된다는 것은 명확했던 것이므로, 그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그들의 민낯  

서울대병원은 스스로 한국 최고 병원임을 자신하고 자부하는 곳이다. 그곳의 전, 현직 병원장 두 사람이 동시에 청문회에 출석했다. 평소 내세우던 것 그대로면, 그들은 한국 의료의 지침이 될 의학적 견해나 판단을 두고 다투었어야 한다. 국립대학병원 또는 '국가중앙병원'의 기능을 그리고 그 어려움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비록 허울만이라도.  

실제 우리가 봤던 것은 누가 누구를 소개했고 누구의 청탁을 들어 주었는지 같은, 무슨 사기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 스토리다. 그마저 서로 말이 다르고 남 탓을 계속했으니, 그냥 개인으로도 혀를 찰 정도로 천박하다. 이를 두고 누가 의사, 의학자, 국립대학병원의 경영자, 대통령 주치의를 떠올릴 수 있을까? 

전통의 '명문'임을 자부하던 이화여대, 그곳 사람들은 또 어떤가. 교육부 감사에서도 드러난 부정을 뻔뻔하게 부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모양이 기가 막힌다. 학교를 찾는 학부모는 누구라도 만난다는 전임 총장의 한심한 변명에 할 말을 잃는다. 아니다, 그들의 참모습을 드러내기로 치면 차라리 잘한 짓인지도 모르겠다.

'비선' 진료에 개입한 의사들에 대해서는 말하는 쪽이 더 민망할 지경이다. 의학적 판단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렇지 않게 불법까지 서슴지 않는 그 의식과 행동을 뭐라고 해야 할까. 이익 앞에는 그 어떤 의료윤리와 규범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단지 영혼 없는 청부업자가 아닌가 싶다.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지만 다를 바 없는 사람들. 뒤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이다. 그 수많은 국정농단을 그들이 몰랐다고 하면 곤란하다.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공무원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하지 말라. 뻔히 알면서 그들은 불법과 부정, 왜곡을 국가 발전이나 공공의 이익이란 이름으로 치장했다.

일부 국회의원은 또 어떤가. 뻔히 박근혜 체제를 만들고 조장하며 부추겼던 사람들이 아직도 생존과 영화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아예 어떤 논리도 없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묻는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들인가?

다만, 우리는 이들이 예외적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치의, 병원장, 총장, 어디 유명한 의원의 원장 그 누구라도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특히 그들이 보았고 익혔던 대로라면, 공무원과 국회의원도 무슨 대단한 생각을 했을 리 없으니, 그들이 맹신하는 '도구적 합리성'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노라 강변할 것이다.

엘리트끼리의 협력과 적극적 참여, 또는 순치의 바탕이 되는 것은 당연히(!) 사익 또는 '확대된' 사익 추구이다. 그중에서도 사익이되 공익처럼 속이고 속는, '우리'를 앞세우는 확대판 사익을 주의해야 한다. 우리 기관, 학교, 그룹, 지역 발전이라는 명분이 있으면, 그 어떤 사익 추구도 불가피한 필요악쯤으로 격상되거나 오히려 공익을 가장하기 마련이다.

이화여대 총장은 학교 발전을 위해 할 수 없었다고 변명할 것이다. 서울대 병원장은 속으로 더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병원이 좀 더 많은 지원을 받으려면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다른 대안이 있느냐고. 지금 이 시대가, 이 나라가 그런 것을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그런 점에서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처참한 국정 문란의 뿌리는 '개인'이 아니라 철저하게 '구조'다. 구조는 곧 되풀이하여 같은 사건을 일으키는 공통의 원인이 아닌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정치·경제·사회 '엘리트'를 둘러싼 구조가 이런 것이면, 비슷한 사태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  

되풀이 강조하지만, 그 뿌리를 뽑지 않고는 OO 게이트와 '부역'을 또 보게 될 것이며, 청문회며 촛불 집회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뿌리 뽑는다는 것은 다른 뜻이 아니다. 철저하게 사적 이익에 기초한 엘리트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첫째다.

탄핵을 압박해야 하는 때에 더불어 새로운 권력 구조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멀리 미래도 중요하지만 당장 둘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일부 언론이, 그리고 새누리당이 여전히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라. 탄핵 과정과 기존 '엘리트' 구조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권력 구조는 '어떻게' 가능한가? 지금까지 축적한 것으로 보면, 백가쟁명, 백화제방이 불가피하다. 다만 한 가지, 에릭 올린 라이트가 <리얼 유토피아>에서 주장한 대로(권화현 옮김, 들녘 펴냄), '대항 권력'을 형성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데에 크게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대항 권력이란 단지 어떤 집단이나 조직을 넘어 "현재의 제도 속에 존재하는 유력한 집단과 엘리트의 권력 우위를 감소시키거나 무력화하는 여러 다양한 과정" 모두를 가리킨다.  

우리는 이것이 조직일 뿐 아니라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둘은 연결되어 있으니, 조직은 과정에서 분리될 수 없고 과정은 또한 흔히 조직으로 귀결된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항'이다. 완강한 사익 구조를 해체하는 데에는 대항 과정 없이 그럴 만한 권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촛불'의 구조와 과정, 지향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대항 권력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단지 이백만 삼백만의 규모뿐 아니라 '대항'으로서의 성격이 큰 의미가 있다. 얼마나 모였다는 외형보다는 왜 모이느냐는 이유와 동기가 대항 권력을 형성하고 실천하는 근본 에너지다.

촛불로 상징되는 직접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대중의 동기는 사익이나 확대된 사익이 아니다. 사사롭게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개인들이 모여 공(公)과 공익을 찾는 역설적 행동이 이만큼이라도 역사를 끌고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는 지금 검찰과 특검, 헌법재판소를 압박하지만, 동시에 병원과 학교, 관료체제에 진입한다. 회사, 공장과 지역사회에도 스며들 수밖에 없다. 그곳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부도덕한 엘리트 구조를 녹일 불씨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크게 살려야 한다.

'공화국'의 요체인 직접 민주주의를 멈출 수 없으니, 곳곳에서 새로 이야기하고 시도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다시 탄핵을 압박하는 새로운 민주적 권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더 많이 모이고 말하며 토론하자.  



'이명박근혜' 시대 '적폐청산' 특위부터 만들어야 한다

[김민웅의 인문정신]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 용인할 수 없다
김민웅 경희대학교 교수     
2016.12.19 15:28:58


수상한 정치권

아무래도 전력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인 듯하다. 시민혁명의 기세를 좌절시키려는 움직임이 제도권 정치에서 뚜렷해 보인다. 단지 박근혜 세력과 새누리당 일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도 이 혐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국정조사에 연일 바쁜 것은 충분히 알겠으나, 정국을 풀어나가는 기본 방향 설정이 불안하고 위태롭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주말마다 '박근혜 퇴진(구속)'과 '황교안 사퇴'를 외치고 있는데, 제도권 정치는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를 용인하고 있다. 그렇게 첫 단추를 잘못 끼워놓고 '황교안'을 비난해봐야 의미가 없다. 자신들이 깔아준 무대 위에서 최고 권력을 누리는 순번을 맞이한 자가 머리를 쉽게 조아릴 까닭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적폐청산특위'를 가장 먼저 설치해야 할 판에, '개헌특위'부터 만들었다. 정치개혁의 혁명적 위력을 모아나갈 의지가 없는 것이다. 탄핵 소추 발의 통과 이후 의회 권력 키우기에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의혹을 벗어날 길이 없다.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이들이야 일부 있겠지만, 그 시급성과 절박성을 외치는 시민들은 지금 없다. 헌법 정신의 유린에 대한 분노가 더 크다. 그런데 뭣들 하고 있는 것인가? 


ⓒ프레시안(최형락)


설명하지 않는 사람들

 

'박근혜 퇴진'과 '박근혜 구속'을 외치는 시민들은 대통령 박근혜가 발동한 일체의 권력이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혁명의 제1차 요구다. 따라서 '박근혜 탄핵'은 대통령 박근혜가 세운 내각의 정당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탄핵 소추 표결과 함께 '박근혜 퇴진 촉구 결의'와 '황교안 내각 총사퇴'가 강력하게 추진되는 걸 시민들은 보고 싶어 했다. 지난 17일 8차 촛불 집회에서 '황교안이 박근혜다'라는 구호가 나오는 상황이다.

황교안 내각 퇴진에 대한 제도적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 이전에, 그런 주장이 중심 의제가 되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방법도 강구되고 현실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청산되어야 할 세력이 정국 주도권을 여전히 쥐고 있는 것은 시민혁명이 용납하는 바가 결코 아니다. 권력을 부여받은 정치의 언어는 힘이 있다. 그걸 하라고 의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 3당은 그 누구도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시민혁명은 국정의 중심에 의회가 있도록 만들어 주었는데, 그걸 엉뚱하게 쓰고 있다. 국정의 방향에 대해 시민들과 대대적인 토론, 논의를 하려는 모습도 없다. 사태가 그렇게 될까봐 막아 나서려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게 순서다.

도대체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왜 개헌특위를 만들었는지, 왜 황교안 체제를 그대로 인정해버리고 말았는지에 대해 입 다물고 있다. 어차피 개헌에 대한 논의가 나올 테니, 이러 저러하게 준비를 하려 한다든지, 국정의 일상적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라고 하든지 뭔가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반론이 자유롭게 오가는 진지하고도 치열한 국민적 토론과 선택이 이루어진다.  

집을 허물고 다시 세워야 할 판에 

이러지 않으니, 대의제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주권자의 요구를 담는 노력을 성실하게 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면 그건 착각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장을 열자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는 까닭은 제도권 정치가 특권화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들의 권력 분점 구도를 만드는 일에 더 힘을 쏟고 있다는 비판이 잘못되었다고 보는가?  

물론 억울한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혁명의 목소리에 담긴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의회 내에서 정치개혁의 깃발을 올리는 정치인을 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제도권 정치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으며, 한국 정치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김수영이 뼈아프게 토로했듯이 '혁명은 하지 못하고 방만 바꾸고' 말 것만 같아서 말이다(시 <그 방을 생각하며>의 원문은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이다).

지금의 국면에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87년 체제의 유산을 넘어 새로운 공화국으로 가자는 논리도 있다. 현행 헌법에 따른 대선은 제왕적 대통령을 낳게 되어 있고, 그걸 욕망하는 이들이 개헌을 반대한다고 덧붙인다. 이 말이 맞으려면 첫째, 현행 헌법의 어떤 대목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보장하고 있는지 말해야 하고 둘째, 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도 제왕적 대통령이었다는 걸 실증해야 한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점에 대해 명확하게 들어본 바가 없다.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제왕적 통치는 국정원, 검찰이 손발 노릇을 했고 언론에 대한 장악이 기본 틀이었다. 현행 헌법은 이를 그 어떤 경우에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제왕적 대통령제도 현행 헌법이 그 어느 대목으로도 보장하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조문과 그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법과 제도, 정치를 관철하지 못한 결과가 '박근혜'이다.

시민혁명과 개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적 장치가 있음에도 그걸 붕괴시킨 것은 현행 헌법의 책임이 아니라, 권력과 대자본의 결탁이 그 원인제공자 아닌가? 통합진보당 해산도 헌법재판소가 김 아무개와 뭔가 수상한 교신을 통해 이루어낸 것이라는 혐의가 포착된 마당에 이에 대해서도 힘 있게 발언하지 않고 있다. 현행 헌법에 대한 위반 논란조차 거론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헌법 정신으로 관통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아예 없다.

시민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 말이 맞으려면, 시민혁명의 혁명적 위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거기서 개헌의 진정한 동력과 방향이 태어난다. 더군다나 시민혁명의 완성은 개헌이 아니다. 모든 특권과 기득권을 떠받치고 있는 정치경제적 구조를 혁파하고, 적폐 생산을 주도해온 세력을 깨끗이 청산하는 것에서 그 완성의 토대가 이룩된다. 국민적 차원의 적폐 청산 특위가 만들어져야 할 절실함이 그래서 있는 것이다.

이 경험이 헌법에 투철하게 녹아나고 부당한 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권이 내란으로 규정당하지 않고 당연한 권리로 명시되는 순간, 시민혁명과 그 정치적 성과는 온전히 시민의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이게 진짜 개헌이다. 이러한 과정과 경로를 펼쳐내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개헌론을 군불처럼 지피는 것은 시민혁명의 의미에 대해 무지하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러설 수 없는 촛불 

'혁명' 운운은 위험하다는 비난도 나온다. 제도 정치권 내에서 질서 있는 수습이 필요하단다. 이미 시민들은 혁명 중이다. 누구를 비난하는 건가. 뿐만 아니라 이만큼 질서정연한 혁명을 본 적이 있는가? 촛불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제도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목표와 방식만이 주도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혁명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기득권밖에 없는 법이다. 다시 김수영의 말을 빌자면, 혁명의 시기에 권력자들이 말하는 질서란 "정치 권력의 시정(施政) 구호"(1968년 <사상계> 1월호에 실린 글 중)에 지나지 않는다.

거듭 강조하건대 선거제도부터 바꾸면 일단 미래형 정치개혁이 되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그건 놓아두고 있다면, 기존의 정치 기득권 보호나 새로운 기득권 창출에 관심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비롯해서 한일군사정보협정, 사드 배치, 성과급 연봉제, 전교조의 법외 노조화 등 잘못된 적폐정책을 폐기하고 박근혜 세력과 맞서다가 감옥에 갇힌 이들도 속히 석방할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시민혁명이 아니다. 아니, 시민혁명의 요구를 가로막고 있는 권력에 대해 보다 더 강력한 저항과 압박이 필요함을 뜻한다. 우리가 촛불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다.  

혁명은 그 어떤 경우에도 지칠 수 없는 쪽이 이긴다. 물러서면 그때부터 더 무서운 악몽의 시작이다. 새날을 원하는가?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든다. 바람 찬 저녁, 어깨를 나란히 함께 하는 서로에게 감동하면서.  

매번 그랬다.  



'청문회 스타' 장제원은 왜, 어떻게 탄생했나?

[인터뷰] 김형욱 세월호 특조위 언론팀장
서어리 기자    
2016.12.19 14:56:32


"맨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 7시간부터 시작한 거 아닙니까! 그래 가지고 여당 몫 위원들을 내몬 거 아닙니까! 그래놓고 지금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면서 이것은 세월호 이슈로 총선 정국을 다시 만들겠다는, 타깃을 보면 그렇게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 (2015.12.16.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중)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부분, 이런 부분을 우리가 밝혀내야만 국정조사 특위가 그나마 성과 있게 끝날 수 있는 부분..." (2016.12.16. 문화방송 <신동호의 시선집중> 중) 

같은 사람이 한 말이다. 불과 일 년 만에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이 두 발언의 주인공은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 조사에서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이다. 장 의원은 일 년 전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어느 시집의 제목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며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그렇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핵심 과제이자 전 국민의 관심사인 '세월호 7시간'은 불과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정쟁 이슈였다.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 조사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특조위는 "세월호 진상 조사 대신 정치 공세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급기야 '세금 도둑'으로까지 몰렸다. 

"대통령의 행적 조사 결정은 대통령의 사생활을 캐기 위한 것이 아닌 청와대가 참사 당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수없이 항변해도 귀담아듣는 이는 없었다.

만시지탄.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했던 특조위는 이제 없다. 지난 9월 30일 자로 특조위는 정부에 의해 사실상 강제 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사라졌다. 힘이 있을 땐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고, 여론이 받쳐주자 이번엔 진실에 다다를 힘이 사라졌다. 

몇몇 조사관들이 자리를 지켰지만 곧 사무실은 철거됐다. 오갈 데 없어진 조사관들을 품어준 곳은 YMCA였다. 갈 곳 없는 특조위 조사관들에게 서울 마포구 YMCA 건물 내 회의실 한 칸을 내어준 것. 회의용 탁자 하나만으로도 꽉 차는 비좁은 공간이지만, 10명 남짓한 조사관들은 이곳에 매일 출근해 전과 다름없이 업무를 본다. 

둥지를 옮긴 조사관들을 지난 13일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세월호 7시간 이슈가 다시금 떠오른 데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형욱 특조위 언론팀장과 긴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컨퍼런스를 연다. ⓒ김형욱 특조위 언론팀장


"박근혜, 차라리 약을 하고 누워있었다면..." 

김 팀장은 "이제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전보다 할 일이 더 늘어났다"며 투덜거렸다. 마냥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세월호 7시간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언론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대 언론 업무를 맡고 있으니 덩달아 손이 바빠지는 건 당연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내놓은 '이것이 팩트입니다'에 대해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김 팀장은 특조위가 강제 해산된 뒤론 특조위 공식 입장을 내놓는 대신 각 언론의 요청이 있을 때만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예전에는 특조위를 외면했던 언론들이 지금은 앞다퉈 먼저 연락한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들은 YMCA 사무총장실을 회의 공간으로 빌려 쓰고 있다. ⓒ프레시안(서어리)

안타까운 것은, 이 이상으로 특조위가 대응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기관과의 소통 통로가 차단된 상황에서 7시간 의혹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아쉬운 대로, 조사관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조사한 내용과 공개된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다. 4.16가족협의회를 주축으로 준비 중인 '국민조사위'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추진하는 '2기 특조위'가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밑 작업을 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조금만 일찍 이런 정국이 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왜 없겠느냐"며 "늦게나마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행적 조사가 타당하다는 여론이 조성돼 다행"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나온 걸 보면, 대통령은 참사 당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게 너무 끔찍해요. 분명 서면보고는 올라갔는데, 대통령이 그걸 보고도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게. 지금 떠도는 의혹처럼 차라리 약을 맞고 쓰러져있거나 미용 시술을 해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면 나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일도 없이 아무것도 안 한 거라면 정말 더욱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모든 국민이 이렇게 한마음으로 구조를 기다릴 때, 대통령이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 머리를 하고, 일상 생활을 한 거잖아요."

그는 "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위기 대응 시스템이 아예 작동하질 않았다"며 "그날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행적 조사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특조위가 지금까지 누누이 주장해왔던 바다. 

"대통령의 7시간이 밝혀진다 해도, 세월호 문제는 끝나지 않습니다. 침몰 원인이, 구조 실패 원인이 다 밝혀지는 건 아니니까요. 피해자 지원 문제, 추모 시설 건립 문제 등도 다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인양 후입니다. 내년 4~5월경 선박이 뭍으로 나와도, 특조위에는 조사 권한이 없습니다. 해수부를 감시할 수 없습니다. 2기 특조위가 반드시 세워지도록 국회와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조사대상자 박근혜 출석요구서'를 들고 기자회견에 나선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들. ⓒ프레시안(서어리)



"박근혜, 탄핵 직후 조대환 임명...모멸감 느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9일, 조사관들은 두 팀으로 나뉘었다. 한 팀은 유가족들과 함께 국회 앞으로 갔고, 한 팀은 회의실에 남았다. 김 팀장은 몇몇 조사관들과 함께 회의실에 남아 탄핵 표결을 지켜봤다.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이제야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는 첫 단추가 끼워졌다고 생각했어요." 

감격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탄핵안 통과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조대환 변호사가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특조위 부위원장이었던 조 변호사는 특조위 방해 1등 공신이었다. "세월호 특조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전리품 잔치를 하는 곳"이라며 특조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주도했다. 

"조대환이 임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 가슴에 얼마나 비수를 꽂은 사람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어떤지를 마치 확인 사살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온갖 방해와 모욕을 겪으면서, 특조위는 끝내 해산이라는 비극을 맞았다. 정부가 특조위 해체를 기정사실화한 6월 이후 조사관들은 월급 한 번 받지 못했다. 그래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활동 기간 동안 더 많은 걸 밝혀내지 못해 그저 죄송한 마음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특조위를 떠난 조사관들은 죄책감이 더욱 큽니다. 그래도 국민과 한 약속이니까요. 저희가 언제까지 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끝까지 저희의 책임을 다하려고 합니다."



“한국에 위기가 암처럼 번지고 있다”; 외신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현 위기 상황|_정치/외교/안보

아쿠스틱 | 조회 1576 |추천 8 |2016.12.16. 10:57 http://cafe.daum.net/kseriforum/7og2/2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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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현 위기 상황』 

“한국에 위기가 암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은 가혹하고, 무섭고, 아주 어려운 한 해를 맞고 있어” 

 

 

“한국에 위기가 암처럼 번지고 있다(‘South Korea’s Metastasizing Crisis’)”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가 현재 한국이 처한 위기 상황을 논평하는 사설 제목이다. 이를 위시하여 거의 모든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한국이 지금 처해 있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대해 한결같이 깊은 우려와 경계의 시선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라는 희대의 스캔들을 해외의 언론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살펴서 그들이 관찰하는 사태의 원인과 예상하는 여파를 가늠해 보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한 우리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본다. 아래에 현 한국 사태와 관련하여 몇 개 주요 외신들이 전하는 보도, 분석 내용들을 감안해서,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재조명해 보고, 사태의 향방을 전망해 본다. 

 

■ “최태민은 박정희 대통령의 영적(靈的) 조언자였다” NYT 사설  

뉴욕 타임스는 금년 11월 3일 자 사설에서, 지금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무시무시한 부정 스캔들에 휘말려 그의 남은 임기가 위협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 스캔들로 인해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 많은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그의 사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이 언론은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 가족의 가까운 친구인 최순실과 연관된 스캔들이라고 규정하며, 최순실의 아버지인 최태민은 애매모호한(obscure) 종교 교단의 설립자이며 당초,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적 조언자(spiritual adviser)’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런 사적인 관계로, 1994년 최태민이 사망한 이후 그의 딸인 최순실이 그의 아버지의 역할을 이어받아 박 대통령의 곁에 있게 되었다고,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내려온 집안의 내력을 전한다. 그런 연유로, 정부 내 공직을 가져 보지도 못했고, 보안 검증도 거치지 않았고, 아무런 정책적 지식 배경(policy background)을 가지지도 못한 최순실이 분명히 국가 운영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 “대통령 탄핵 위기의 핵심 배경” 英 가디언(Guardian)誌 

한국 의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결의안이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된 배경에는 박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 내 일부가 박 대통령에 반대해서 대통령 지위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데 찬동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불과 2개월 전에 불거진 스캔들로 인해 그의 명예에 결정적 흠집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제, 박 대통령의 향후 운명은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손에 달려 있고, “비록 9명 전원이 박 대통령 혹은 같은 여당의 집권 중에 임명되었다고 하나, 지금처럼 성난 민심을 감안해 보면, 그들 재판관들이 자기 자신을 구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마 잘못된 판단이 될 것” 이라고 보고 있다. 오랜 동안 헌재에서 일했던 한 재판관은 “그들도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각자 양심에 따라 심판할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하늘 공간에서 숨쉬고 사는 사람들” 이라고 말한다. 

가디언 지(誌)는 이번 스캔들 사건의 충격 및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전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실각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사건은 기성 정치인들과 이 나라 기업들의 불건전한 연계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아시아 4위 경제 대국 한국 경제가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동안에는 이런 관계는 대체로 용인되고 있었으나, 그 동안에 소득 격차의 확대, 청년 실업 증가, 삼성그룹 및 다른 재벌들의 경영층 문제 등으로 유권자들의 인내가 위험스러운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번 스캔들 사건으로 깨끗한 정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인지는 좀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부패와 족벌주의(cronyism)는 새로울 것이 없다. 1987년 처음으로 실시된 민주 선거 이후 선출된 거의 모든 대통령들은 퇴임을 전후하여 뇌물과 관련하여 수사를 받았고, 그 중 한 명은 부패 혐의에 대한 수사가 가족들에게 미치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도 있다” 고 전한다. 

 

■ “현재의 위기는 리더십 위기(leadership crisis)” CFR

미국 행정부에 대한 자문기구인 외교문제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스나이더(Scott A. Snyder) 선임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광장 시위는 지난 1980년대 후반에 있었던 전체주의 독재 정권을 타도한 민주화 운동 이후 처음 보는 대규모 시위” 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은 박 대통령과 몇 사람의 보좌관들을 덫으로 포위하는 것이며, 한국의 국가 위기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권력 남용은 한국 국민들의 민심을 당혹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든 것이었다. 박 대통령의 위기를 잠재우려는 두 차례의 시도는 오히려 민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던 것” 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에는, 친구 관계에서의 의리가 적법성의 한계를 넘어가는 부정 부패 사례들이 아주 끈질기게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민들이 유례없는 분노를 분출하고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의 비밀주의, 최순실의 행동에 대한 무책임, 스캔들에 연루된 사실의 암시, 그리고 대통령이 정부 요직 임명 및 정책에 관해 비밀 자문을 받고, 이를 이용해서 사익을 챙긴 것에 대한 분노” 라는 평가이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박 대통령은 2012년 취임 당시, 한국의 역대 정권들의 부정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고 약속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나는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어 오직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만이 정치를 하는 이유“ 라고 밝혔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강력한 재벌들 및 대기업 족벌들과 대결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박 대통령의 정부 운영 능력은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써 보좌진들과 정책 토론을 거의 가지지 않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정부 내의 군사, 관료 계통의 공식 보좌진에도 의존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보좌진들과 냉담하고 공적 계통을 회피한 점은 공중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 “향후 한국 사회의 향방을 점치는 세 가지 관점”

박 대통령은 이미 나라를 이끌어갈 능력을 상실한 것이지만, 앞으로 이를 대체할 정권이 언제 들어설 것인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은 언젠가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정치적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스캔들에 내포되어 있는 다음 세 가지 상호 연관된 관점들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첫째; 사법적인 일정 문제다. 지금 한국의 지도자들이 당면한 문제는 위기 해소의 ‘페이스(pace)’ 문제다. 대중의 분노는 이미 검찰의 수사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여기에는 사법 절차 진행 상의 부정합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박 대통령은 대중의 사임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머물고자 하는 유인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식 탄핵 절차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러면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은 더욱 크게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은 야당 측에는 리스크를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둘째; 정치적인 권력 공백이다. 이는 의회 내의 권력의 균형에 관한 문제이다. 그리고, 다음 5년을 담당할 정권을 세우기 위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 두 세력 간 또는 각 세력 내의 견해 차이 문제다. 

셋째; 헌법 개정 문제다. 박 대통령 집권 초기에는 개헌에 대해 논의하는 것조차 금했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 전격적으로 스스로 개헌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이 개헌 논의에 해당하는 이슈들은 5년 단임 제도를 포함하여 보다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통치 구조를 정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로, 헌법을 개정하는 문제가 부각되기는 했으나, 각 정당들은 이 기회를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을 올리는 데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헌법 개정 논의는 정치적 형태를 떠나고, 이번 정치적 위기에서도 분리된 별도의 구도에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 아주 어려운(very bad) 한 해를 맞고 있어” 블룸버그 

지난 11일 자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핵 결정 이후의 거리 시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핵 폭탄이 폭발한 것처럼 시작하여 거리의 축제로 끝났다”, “80만 시민들은 서울의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맑은 태양 아래에서 그들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을 환희와 노래로 경축하고 있었다. 현대 역사에서 격동의 세월을 지내온 한국에 대해 2016년은 다사(多事)로운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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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한국은 지금 가혹하고, 무섭고, 아주 어려운 한 해(‘terrible, horrible, no good, very bad year’)를 맞고 있다며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올 해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도 부조(不調)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이번에 엄청난 정치적 스캔들이 불거져서 “이제까지 한국을 글로벌 산업 강국으로 만들어 온 종전의 시스템이 어쩌면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 본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종전에 정부와 기업들 간에 있었던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 상당히 너그러운 자세를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대기업들로 하여금 더욱 성장해서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 더욱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분노한 민심의 차이점은 정부와 기업들이 그러한 ‘너그러운 기대’를 배신했다는 감정이 분출한 것이다. 

여기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내년에는 경제 성장이 더욱 암울할 것이라는 예측과 북한으로부터 끊임없이 증대되고 있는 안보 위협이다. 즉, 경제 전문가들은 금년에 한국의 GDP 성장률이 겨우 2.7%에 그쳐서, 한국 전쟁 이후 처음으로 5년 연속 3.5%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핵 개발 및 미사일 발사 등으로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 타락한 권력에 대한 분노로 사회 변혁에 나서야  

앞에 소개한 바와 같이, 외신들이 우리의 현 위기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들을 보면 박 대통령은 이번 부패 스캔들로 인해, 취임 당시 자신의 대명사였던 ‘깨끗한(clean)’, ‘금욕적(stoic)’ 이라는 이미지는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이미 나라를 이끌어갈 명분도 그리고 동력도 잃어버린 상황임에 틀림없다. 내치도 흐트러지고 외교도 길이 막혀 안팎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개중에는 이번 탄핵 결정을 ‘시민 혁명의 시작’이라고 환성을 올리며 선동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좀 더 현명하고 지각 있는 시민들이라면 그렇게 단순한 열광 일변도로 치우쳐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미국에 불고있는 트럼프 선풍, 영국 EU 탈퇴로 나타난 반(反)이민 배타주의의 발호 등,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극우 사조가 이 나라에도 닥쳐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가 민심의 결집된 에너지로 어떻게 사회 변혁을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관점이다. 이런 시국에 몰지각한 포퓰리즘에 휩쓸려 국운을 더욱 위태롭게 하는 경거망동은 절대 배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이 나라 국민들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은 풍전등화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과제들 몇 가지만 들어 보아도, 매 정권마다 부패 연루로 얼룩져 온 대통령 중심의 통치 체계, 끊임없이 부정과 패악을 낳는 재벌 중심의 경제 성장 패턴, 부실기업 및 취약 산업의 구조조정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문제, 고용시장 불공정 및 소득 격차 문제, 개혁 동인을 찾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금융 시스템 문제 등, 하나같이 누대에 걸쳐 해결하지 못하고 적폐로 쌓여 있는 구조적 문제들이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이런 기회에도 이들을 탈각하지 못하면 이 나라의 명운은 더욱 암담해질 따름이다.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선택한 이 상황에서, 여야(與野), 좌우(左右), 보혁(保革), 장유(長幼), 모든 진영 구분을 떠나, 한 방향으로 모아진 단심과 쉼없는 열정으로 불철주야 숙의해야 할 과제들이다. 여기에서 어느 누구라도 대중영합적 포퓰리즘으로 일관하거나 책임없는 선동에 골몰한다면, 그들이 내던진 창 끝은 바로 자신들의 가슴을 향해 되돌아 올 것이라는 철리(哲理)를 가슴에 새기고, 절대 합심의 대오로 성심을 다해 진력해야 할 때임을 강조할 뿐이다. <if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