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만약 호남이 '이재명 돌풍' 을 선택한다면? - '카톡 민주주의'로 '촛불'에 날개를 달자

일취월장7 2016. 11. 22. 10:19
만약 호남이 '이재명 돌풍' 을 선택한다면?
[이충렬의 정권+교체] 시민항쟁이 야권 대선 전략을 바꾸다
2016.11.22 10:06:41

백만 시민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시위투쟁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항쟁국면이 열렸다. 몇 달 전만 해도 누구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시민항쟁이 본격화하면서 야권의 대선 지형에도 근본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가장 상징적인 현상으로 기초자치단체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약진을 들 수 있다. 

올 초만 해도 가십거리에 가까웠던 이재명 시장은 항쟁 전 여러 후보군 중 한명에 불과하였으나 항쟁이 본격 시작하자마자 10% 가까이 수직상승하면서 문재인·안철수의 2파전 구도를 단숨에 3파전 구도로 바꾸어버렸다.  

오늘 칼럼은 이재명 시장의 얘기로부터 시작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이재명 돌풍을 계기로 야권 대선 전략을 심층 분석하고 항쟁 국면을 거치면서 내년 대선 구도에 미칠 영향을 나름 설명해 보고자 한다.  

항쟁 전까지 야권을 암묵적으로 지배해온 담론이 있었다. 지난 6월 민주당의 씽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원인 이진복 박사가 개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고 매우 중요한 문건을 발표하였다. '협치의 권력구조 :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이 글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절대다수의 내심을 반영한 문건이었다. 또한 야권 대선후보와 전략가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문건은 야권이 승리한 4·13 총선이후의 과제를 이렇게 요약한다. 

"'87년 체제, 지난 30년간의 정치 키워드가 '대결'이었다면' 17년 체제, 또 다른 30년의 시대적 화두는 '타협'. 타협을 통해 정치를 정상화하는 3단계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상황인식을 밝힌다. (5쪽) 

그리고 그 대안으로 대통령은 외치,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한다.  

이 문건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현존하는 정치질서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그 결과 개헌을 위한 다양한 정계 개편 시도가 운위되어왔다. 여야를 뛰어넘는 정계 개편이랄지 비박을 주요 파트너로 삼는 제3지대랄지 하는 말들이 모두 정계 개편을 통해 현재의 세력들이 국회를 거점으로 합법적으로 권력의 주체가 되자는 안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몇가지 중요한 함의를 띄고 있다. 첫째, 한국정치를 주름잡으면서 극우반동정치를 일삼는 새누리당 세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의 의회내 기득권을 인정함으로서 그들을 극복할 계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구상이었다.  

두 번째는 재벌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이 통째로 빠져버린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사회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재벌이다. 그들이 일순 권력의 피해자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들이 지배자다. 5년 대통령 권력은 유한하지만 재벌의 세습 권력은 영원무궁하기 때문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여 국회의 연합세력(소연정이나 대연정)이 정권을 잡으면 재벌개혁이 요원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재벌이 한국정치의 막후 지배자가 될 것이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군사독재세력의 후신이자 냉전수구세력의 정체성으로 한국 정치를 끊임없이 퇴행시키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정계 개편이 정치권의 주된 관심사였던 것이다.  

이러던 차에 시민항쟁이 시작되었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을 불신임하고, 새누리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요구하는 함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항쟁이 본격화하면서 내년에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자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 ⓒ프레시안(손문상)


심상치 않은 '이재명 돌풍'의 의미 

항쟁이 있기 전부터 야권후보들은 크게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거칠게 나누면 이재명과 다른 후보들의 2그룹이다. 무슨 소린고 하니, 이재명 후보만이 핵심 가치를 겨냥한 좌향좌 포지션이고,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중도확장을 겨냥한 우향우 포지션이란 뜻이다.

김부겸 의원은 대구에서 분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최대 기득권세력인 TK세력과의 '공존'을 주요 화두로 발전시켜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정희 대통령 세력과의 화해'를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정감과 경륜으로 중도층에 어필하려 애써왔다. 문재인 전대표가 중도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도를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생각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때의 중도는 무엇을 의미할까? 지지하는 정당이 없고, 사안별로 그때그때 지지정당이 달라지는 사람, 그리고 정치에 막연히 비판적인 정서를 띄고 있는 사람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지않고 변화에 소극적인 무관심층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백만 시민들, SNS를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수천 만명의 광장밖 시민들은 이러한 개념의 중도와는 같은 건가? 다른건가? 이 분노하는 대중은 이전에 상상했던 중도의 개념을 완전히 깨어버린다.  

대다수 대선주자들이 중도층 공략과 외연 확장에 매달리다 보니 이들의 메시지와 정치 행동에는 모순이 발생한다.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그들의 메시지를 들어보면 한국 사회는 혁명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절망적인 사회로 묘사된다. 그런데 정치 행동과 대안으로 가면 기득권 세력에 대한 화해와 용서로 뒤바뀐다.  

바로 이 모순점에서 이재명 돌풍이 시작되었다. 이재명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명쾌한 규정을 주저하지 않는다. 친일매국세력의 후손, 군사독재세력의 후예, 재벌과 유착한 세력.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정치적 단죄를 명료하게 선언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단순한 이치로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하고 유죄 입증되면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말 자체를 이때까지 야권은 자기검열을 통해 걸러왔다. 이제 군사쿠데타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마음 한켠으로 옛날의 무섬증으로 혹 쿠데타가 일어날까봐 걱정하는 것처럼. 우리의 민주주의가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의법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음에도 이를 주장하기보다는 먼저 화해의 손길부터 내민다. 대만에서도 천수이벤 전 총통이 뇌물죄로 퇴임 후 징역살이를 했는데 

만약 중도가 유용한 개념이었더라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도가 20%에서 정체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때 지지도 50%까지 치솟았던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 안철수 전 대표가 10%대에서 맴돌지 않았을 것이다. 선두주자의 정체 상태를 딛고 이재명 시장이 10%의 지지율로 3자 정립구도를 만든 것이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정체 상태를 좀더 살펴보자. 문재인은 2012년에도 자신의 고유기반이 20%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그는 외연을 확장했다기보다 기본을 지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2002년 노풍으로 형성된 친노의 대중적 지지 기반을 현상 유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안철수는 좀더 참혹하다. 항쟁 초기부터 적극 참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지지율이 8-10%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무언가 심각한 경고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박근혜 퇴진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은 그의 이전의 입장-정쟁을 비판하고 합리적 자세로 여야 사이의 타협을 강조했던 그의 스탠스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안철수 현상의 동력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의 유일한 탈출구는 조기대선을 실현하여 정치공학적 정계개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일 것이다.  

이재명은 확장성이 있을 것인가? 그에게는 두 개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첫째는 그의 그릇됨과 준비 상태에 대한 검증이다. 두 번째는 항쟁의 발전 여부다. 그가 지금까지 한 것처럼 항쟁의 흐름과 정비례 관계를 유지해나가면 그는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이 호남의 향배다. 호남은 지난 몇 년 동안 호남정치를 대변할 지도자를 학수고대해왔다. 작년 1월 민주당 전당대회 에서 올해 총선까지 호남을 대표할 지도자의 탄생 여부는 야권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관찰점이었다. 그런데 결론은 실패였다. 많은 사람들이 호남 정치의 복원을 부르짖은 천정배 의원을 주목하거나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정배 의원을 비롯하여 누구도 DJ를 잇는 호남의 지도자가 되지 못했다. 

호남은 문재인에게도, 안철수에게도 확실히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은 어떨까? 그의 숙제일 것이다. 그가 만약 호남의 마음까지 얻는다면 야권 대선후보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것이다. 

친노(또는 친문), 안철수 현상, 그리고 민주세력 본진으로서의 호남은 이때까지 야권정치를 설명하는 3개의 키워드였다. 그런데 여기에 진짜 변수가 출현했다. 그것은 광장과 SNS에서 보이는 세대 연합의 가능성이다. 성공과 실패를 통해 세상을 바뀌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던 6월항쟁세대와 헬조선에 분노하는 청년세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대선구도에서 세대연합을 성공시키는 후보가 나온다면 그가 다음 대통령이 되리라 나는 믿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끼리의 경쟁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 박근혜 지지도가 5%라고 해서 보수 세력의 지지도가 5%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근혜 이후 보수의 대표자가 만들어지면 본선에서 여전히 51% 대 49%의 피말리는 싸움을 대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야권의 총합을 키우는 포지티브 섬 전략은 여전히 소중하다. 야권의 지지기반과 대선후보자들이 총력으로 연합해도 반드시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사회의 지형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포지티브 경쟁과 지지자들의 포지티브 지지 활동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야권의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정권교체가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카톡 민주주의'로 '촛불'에 날개를 달자
[곽노현 칼럼] 직접 민주주의, 이렇게 가능하다
2016.11.22 15:00:12

광장의 뜨거운 함성과 열기를 뒤로 할 때마다 한편으론 뿌듯한 마음과 다른 한편으론 허전한 마음이 공존한다. 늦은 밤 집회가 끝나도 근처에서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의 소회와 전망을 다시 나누는 이유다. 때로는 쟁점과 대안을 놓고 지인들끼리도 격렬한 토론을 벌이지만 일상의 세계로 복귀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더 이상 직접 목소리를 낼 뾰족한 수가 없어 거기서 멈춘다. 아쉽다. 광장은 이미 뜻을 함께 하는 시민들이 모여서 불의와 비리를 규탄하고 상식과 정의를 촉구하기에 적합할 뿐 규모 때문에 토론과 숙의에는 적합하지 않다. 찬반 표시를 넘어서서 집단적 의견을 모아 나가기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온오프 언론의 한계 

시민들은 언론 매체가 날마다 쏟아내는 정치 관련 뉴스와 논설을 일상적으로 접한다. 일부 시민은 열광적인 정치 뉴스 소비층으로, 분석력이 숨은 고수 급이다. 요즘엔 보수 종합 편성 채널의 정치 뉴스쇼에 새로 재미를 붙인 사람들이 많다. 24시간 뉴스 방송과 보수 종합 편성 채널의 등장으로 정치 뉴스와 논평에 대한 노출은 크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다수는 수동적 소비에 머문다. 정치의 서커스화와 시민의 구경꾼화가 더 진행된 감마저 있다. 정보와 주장은 넘치지만 잠깐 멈춰 서서 주체적으로 소화하며 비판적으로 곱씹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된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트위터로 대표되는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와 쌍방향 댓글 소통이 용이한 온라인 매체는 점점 기존 언론 매체 못지 않은 여론 형성 기능을 수행한다. 신문과 방송만 있던 시절에 비해 목소리를 내는 시민의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신문과 방송 매체가 선호하는 유명 인사들의 영향력 있는 논평과 제안이 삽시간에 증폭되는 확성 기제로 주로 사용된다. 다만 예전처럼 소통이 일방적이지 않고 댓글 형태로나마 반응할 수 있는 점은 달라지고 진일보한 모습이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는 과거에 숨어있던 강호 제현들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예전에 비해 정치 논쟁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적극적 시민층이 두터워졌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차분한 논의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정당, 시민 단체, 여론 조사의 한계 

정당은 본래 정치적으로 가장 활발한 시민들의 결사체다. 정당은 정권 획득과 유지를 일차적 목표로 움직인다. 정당은 모든 정치 국면과 현안에 대해 토론과 논쟁, 숙의와 대안 제시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제대로 토론하고 숙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정당은 본래 고도의 정치 교육 기관이다. 공공의 현안과 정치의 쟁점에 관한 한 정당 모임이 가장 좋은 학습장이자 토론장이다. 문제는 자유 의사에 입각해서 정당에 가입하여 활동 중인 실질 당원(=권리 당원)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을 뿐 아니라 그 사이에 토론 문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저 반민주적 주종 관계와 포퓰리즘적 '빠' 문화가 판을 친다. 정당에 시민이 없다.

시민 단체도 큰 차이가 없다. 시민 단체의 목적은 정부나 정당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공익과 공공선을 추구하는 데 있다. 그러나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고 회원들의 십시일반으로 운영되는 자발적 결사체라는 점이 다르다. 시민 단체는 정부와 함께 또는 정부에 맞서 공공의 일을 추구한다. 시민 단체에 활동과 후원으로 참여할수록 당사자 개인의 성장은 물론 공익이 자라나고 국가와 시민 사회가 건강해진다. 그렇지만 시민 단체에 시민이 없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시민 단체는 소수의 활동가 중심으로 굴러가기 쉽다. 회비 납부 외에 회원의 실질 참여가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현대 여론 정치의 총아, 여론 조사는 주권자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드문 기회라는 점에서 여론 조사 응답 기회는 굉장한 행운이고 특권이다. 5000만 국민을 대신해서 일반적으로 1000여 명만 기회를 갖기 때문에 여론 조사에 응한 시민 1인은 그 사안에 관해 1인당 5만 시민을 대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엄청난 대표권을 잠시나마 행사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막상 여론 조사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질문도 짜증나게 많고 바로바로 대답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여론 조사도 복잡 미묘한 사안에 적합지 않고 방법론적 함정이 많아서 여론 형성을 오도하는 경우가 많다. 아쉽다. 

요컨대, 언론 매체와 SNS도, 정당과 시민 단체도, 여론 조사와 광장도 토론과 숙의 과정이 보장되는 시민 주권과 시민 참여의 공간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오프라인 민회 민주주의, 와글와글 온라인 민주주의 

그렇다면 기존 시민 참여의 이러한 공백을 무엇으로 어떻게 메울 것인가? 회의실과 강당 등 공공 시설을 개방해서 지역 시민들이 타운홀 민회나 원탁 토론 방식으로 와글와글 목소리를 내도록 광장과 의회 사이를 매개할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다. 특히 탄핵 이후의 정치 국면이 시민의 뜻에 어긋나게 흐르지 않도록 시민들의 힘을 조직하고 구체제의 청산과 새 사회 건설을 위해 시민의 중지를 모아나가기 위해서 그렇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보다 많은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광장을 만들어내고 시민들이 어디서나 편하게 목소리를 내며 진단과 제안, 토론과 숙의를 이어나갈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광장의 참여 열기와 목소리를 오프라인 민회 민주주의와 와글와글 온라인 민주주의로 이어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구시대 청산과 새 시대 개막을 위해 꼭 필요한 국가 대개조 프로젝트를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일이 안 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시민 공론장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상시 운영함으로써 시민들이 정치권의 상황 진단과 제안을 토론하고 숙의하며 평가, 보완할 기회를 갖는 것은 물론 기성 정치권 특유의 관성적 사고방식과 논의 수준을 뛰어넘어 시민의 가치와 열망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시민들의 30대 개혁 요구 안을 직접 만들어내 제도정치권을 견인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민회 민주주의로 형성한 국민 개혁 의제 

첫 발을 간단히 떼기 위해서는 전국 시도마다 원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500명 원탁 회의 방식으로 1개씩 운영해보면 좋을 것이다. 사실 지금처럼 시민들의 열기가 뜨겁고 뭔가 얘기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상황에서는 민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크기도 제한을 두지 않고 모이는 대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형식적인 진행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다만 참석한 시민들이 빠짐없이 발언과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형식만 갖추면 된다. 당연히 민회의 참석 규모에 따라 바람직한 규칙이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참석 인원이 많을 경우 전체 토론 때는 누구도 1분 이상 발언하지 못하겠지만 적으면 2~3분도 가능하다. 모둠 토론 때 발언 시간도 규모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면 된다. 1인의 발언 횟수 제한도 같다. 누구도 회의 시간을 독차지 못하고 누구도 발언할 수 있는 회의규칙을 자율적으로 만들어내면 된다. 

원칙적으로는 의제도 민회가 자율적으로 정하면 된다. 그러나 전국의 크고 작은 민회가 대표자들을 뽑고 이들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모여 공동 의제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크고 작은 민회가 전국 곳곳에서 솟아나면 지원 조정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운영위와 사무 지원 조직을 둬서 전국적인 네트워크 조직으로 묶어둬야 힘이 생긴다. 전국의 민회들이 최대한 동시다발적으로 동일한 의제를 다루면 전국적으로 일반 시민의 민의를 수렴해서 집단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권과 언론이 무시할 수 없는, 조직된 시민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행사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현 상황의 민회 민주주의는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 재벌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 등 핵심 공동 의제를 선정해서 이를테면 30대 국민 개혁 안을 만들어내는 선까지 나아갈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 경우, 사상 최초로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을 넘어 일반 시민들이 집단 지성 방식으로 만들어낸 국가 대개조 30대 국민 요구 안이 완성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 조직 풀이 전국 민회 네트워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전문 연구자들이 이미 제출된 개혁 안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해서 전국의 지역 민회에 미리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학계, 시민 사회의 전문가가 크고 작은 민회에 출석하여 시민들과 질의 응답 과정을 거치며 시민들의 토론과 숙의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5만, 10만 시민이 참여하고 토론한 가운데 제일 커다란 지지를 획득한 방안과 의견은 정치권의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국민의 명령이 될 것이다.

100인 카톡방에서 1명씩 대표 내보내자 

나아가서 오프라인 지역 민회를 예를 들어 카카오톡 온라인 공간과 연결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회원이 100명을 넘는 카톡방의 경우 회원 100명당 1인씩의 대표를 만들어내 반드시 지역 민회에 참석하게 해보자. 만약 이런 구상에 관심을 가진 카톡방 회원 총수가 500만 명에 달한다면 5만 명이 경향 각지의 민회에 중요한 활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각자가 100인 카톡 인구의 대표로서 소속 카톡방에서 민회의 안건을 미리미리 논의하며 숙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 연후에 오프라인 민회에 나아가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집단지성의 과정 속에서 더 나은 의견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들 5만 명의 관심 있는 카톡 인구 대표들을 하나의 거대한 집중 토론 카톡방에 초대하고 다시 운영위를 구성하게 한 후 오프라인 지역 민회의 지원 조직이 제공한 토론 자료를 제공받아 함께 공동 의제를 논의하게 운영하면 어떨까. 하루 이틀 정도의 온라인 토론기간을 거친 후 몇 개의 대비되는 제안을 다듬어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고 의견 분포와 우선순위를 공표하면 어떨까. 온라인 강국으로서 이 정도의 온라인 민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몹시 거칠지만 일단 이런 구상을 내놓는 이유는 이것을 상상력의 단초로 삼아 더 짜임새 있고 실용적인 방안이 나오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온오프 민회가 동시에 진행되면 의회와 정치권, 언론과 학계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유력 정치 지도자들이 빠짐없이 온오프 민회에 와서 발언하고 소통해야 할 것이다. 이런 장면을 생중계하면 민회 민주주의에 불이 붙을 것이다. 투표를 실시할 때에도 전통적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더 바람직한 투표 방식을 얼마든지 실험적으로 실시해볼 수 있다. 선호 순위 투표나 선호 가중치 부여 투표도 그 방식 중 하나다. 제1선호를 고르게 하는 전통적 방식을 넘어 각 대안에 선호도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하여 투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투표 결과의 해석 왜곡을 줄이고 투표로 나타난 복잡미묘한 민의를 더 잘 드러낼 수 있다. 

아일랜드 시민 의회의 경험 

여기서 주창하는 민회는 학문적 개념의 시민 의회와는 다르다. 중대한 공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와 숙의를 최대한 확보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개방형, 자발적 민회라는 점에서 폐쇄형 제도 민회와는 다르다. 광장과 의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이론적으로 고안된 폐쇄형 제도 시민 의회(=민회)는 100명 안팎을 기준으로 선거인 명부에서 몇 배수 무작위 추출, 자원 의사 확인, 넘칠 때는 추첨 실시라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시민의회는 대상 지역에 사는 일반시민의 인구학적, 지역적 분포와 동일하게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역사적 경험으로는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등에서 100명에서 160명의 무작위 추출된 일반 시민으로 1개의 시민 의회를 구성해 운영한 경험이 있고 아일랜드를 제외하곤 모두 선거법 개혁 방안을 심의해서 제안하는 임무로 한정되었다. 아주 엄격한 조건 아래서 공식적인 소규모 제도 실험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지금도 아일랜드에선 낙태, 기후 변화, 선거법 개정 등 6개의 중대한 국가 의제에 대해 집중 학습 토론한 후 공식 보고서를 내는 임무를 띤 공식 시민 의회가 지난 10월부터 새로 만들어져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의 외국의 공식 민회 운영 경험으로부터 분명히 확인된 것은 전문가들의 적절한 지원을 받을 경우 아무리 어려운 사안도 진지한 학습과 토론, 숙의 과정을 거치며 일반 시민들이 책임감 있게 결정할 수 있더라는 점이다. 보통 사람의 집단 지성에 대한 민주주의적 신념이 정당화되더라는 얘기다. 

고교생부터 중장년까지'와글와글 시민 평의회' 


어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있었다. 이심전심의 시민 의식으로 무려 60만이 참석한 19일 촛불집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1503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국민행동이 '와글와글 시민 평의회'를 서울시청사 지하1층 시민청 로비에서 주최했다.


150명 남짓한 시민 평의회는 원하는 시민 누구에게나 개방되었고 유명 인사의 발언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고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까지 골고루 참여해서 모둠 토론 두 차례와 전체토론 1회 등 2시간 넘게 진행했다. 주최 측은 퇴진 압박을 위해 일반 시민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며 시민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 집회 방법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고 그에 따라 진지한 토론이 진행되고 그 자리에서 제출된 다양한 제안에 대해 1인 1표 최상위 선호 투표 방식을 통해 의견을 결집했다. 시민평의회를 계속 진행하자는 제안과 다양한 구성원이 주도하는 시민 중심적 집회 만들기가 각각 24%와 31%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시민 혁명 국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민회 민주주의의 횃불이 첫발을 뗐다는 점이다. 

우선 시민청에서 시작된 시민평의회를 11월 26일 광화문 집중 촛불 집회와 12월 3일의 지역 거점 촛불 집회에 적용해 보자. 현재까지 촛불 집회는 각 분야별 사전 집회-행진-본집회-행진-자유 발언의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이 형식을 조금 바꿔서 사전 집회-시민평의회-본집회-행진-자유 발언, 혹은 시민평의회-본집회-행진-자유 발언의 형태로 운영해 보면 어떨까? 집회 주최 측(비상국민행동과 소속지역단체들)이 시민평의회와 광장을 연결하는 효과적인 방안에 대해 적극 고민해주면 좋겠다. 

광장 민주주의, 그 다음을 준비하자 

이제 정국은 청와대의 분명한 거부 의사 표시로 야당 추천 총리 지명에 대한 미련을 접고 탄핵 외길을 밟을 전망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당론 확정과 비박계의 탄핵 가세 공식 결정으로 이미 국회 통과는 기정 사실로 바뀌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선고 시점과 수용 여부만 여전히 안개 속일 뿐이다. 결국 황교안 대행 체제가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민의 1차 승리(박근혜의 대통령 권한 정지)가 목전에 와있는 상황이다.

곧 박근혜가 공식 세계에서 사라지고 황교안 허수아비 체제가 들어서면 국정 조사와 특검 수사의 쌍끌이 진상 규명 작업이 진행돼도 성난 민심이 다소 소강 상태로 빠져들 위험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황교안 대행 체제가 문자 그대로 박근혜 대행 체제라는 점에서 민심은 분노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광장의 촛불은 '황교안 아웃'과 '헌재 신속 심리'를 외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광장의 민주주의는 탄핵 이후에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광장 민주주의로는 황교안 대행 기간(=탄핵 심판 기간) 중에 앙시앵레짐(구 체제) 청산과 새 시대 건설에 필요한 30대 국민 개혁 안을 마련해낼 수 없다. 광장의 함성 민주주의에 와글와글 민회 민주주의와 와글와글 카톡 민주주의의 양 날개를 달아야만 시민주권이 힘을 발휘한다. 시민주권은 의회 민주주의 외에도 광장 민주주의, 카톡 민주주의, 민회 민주주의로 보완되어야 한다. 


시민들이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시민평의회를 조직해서 30대 국가 개혁 요구 안을 만들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