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리 인터뷰 “5천만이 시위해도 박대통령 절대 안 물러날 것”
최태민 조사 말라며 울고불고하는 딸에 박정희 대통령도 두 손 들어… 쓴소리하면 무덤 속에 들어가서도 나를 원망할 사람
시사저널·정리=박혁진 기자 ㅣ phj@sisapress.com | 승인 2016.11.14(월) 13:02:04 | 1413호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형부이기도 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JP는 사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1970년대의 ‘영애(令愛) 박근혜’와 최태민 목사의 관계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11월3일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시사저널 경영진 및 기자들을 만난 JP는 박근혜-최태민 두 사람에 대한 것 등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JP는 9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1950년대 에피소드까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거동이 불편한 JP였지만 총기(聰氣)는 전과 다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및 최태민 일가에 대한 JP의 술회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행간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난세에 대한 개탄과 나라 장래에 대한 우려도 마디마디 이어졌다.
JP는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과 시사저널 권대우 사장·박영철 편집국장 등의 1시간 반에 걸친 껄끄러운 질문에도 찡그리지 않고 소상하게 답변했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박정희 대통령이나 육영수 여사를 둘러싼 일화 등을 회고하는 JP에게선 숙연함마저 느껴졌다.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거목(巨木)의 허심탄회한 증언이기에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자리였다.
나라가 어지럽습니다.
큰일이오. 저 지경을 만들어 놨으니….
JP 같은 나라의 어른들이 나서주셔야 하는데요.
다 소용없어. 누가 나선들…. 몸도 이래 가지고.
한광옥씨가 이번 개각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총리에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명되고요.
한광옥? 고르다 고르다가 야당 사람 옆에 데려다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처제(박근혜 대통령) 좀 잘 좀 가르치시지 그랬습니까.
그거 뭐 내 말 들을 사람이오?
옛날부터 총재님 이야기를 전혀 안 들었나요.
전혀 안 듣는 친구야.
대통령이 주변 관리를 너무 잘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도 말하고 싶지도 않아. 뭘 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가 상관하고 싶지 않고.
대통령 하야는 물론이고 탄핵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야(下野)? 죽어도 안 해. 그 고집을 꺾을 사람 하나도 없어. 남자 같으면 융통성도 있고 할 터인데….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도 못 꺾었다면서요.
박 대통령, 육영수 여사, 나쁜 점만 물려받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박 대통령에게 바른말 할 수 있는 사람은 김 총재밖에 없지 않습니까.
없어. 내 말 듣지도 않아. 옛날부터 그랬어요. 저희 아버지 어머니 말도 안 들었어. 최태민이란 반 미친놈, 그놈하고 친해 가지고 자기 방에 들어가면 밖에 나오지도 않았어.
그러니까 최태민과 관련해 별의별 소문이 다 돈 것 같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침부터 깜깜할 때까지 뭔 얘기를 하고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지만 들어앉았으니 그렇지. 오죽하면 박정희 대통령이 정보부장 김재규에게 ‘그 최태민이란 놈 조사 좀 해 봐. 뭐하는 놈인지’ 그랬을까. 김재규가 ‘아버지가 조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했더니 ‘근혜’는 ‘맘대로 해 보라’며 고함을 지르고 야단을 쳤어요. 아버지한테 찾아가서 울고불고 난리를 부렸지. 그랬던 사람이 지금 대통령이다. 우습지 뭔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몰라 그 둘이 뭐하려고 접촉하는지 내가 알 턱이 없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어쨌든 최태민이 혈맹이니까 믿고 뭐 좀 부탁도 하고, 뒤에 가서는 박근혜 추켜대고 뭐 해 주고 하니까….

1975년 6월21일 서울 배재고등학교에서 열린 한국구국십자군 창군식에 나온 박근혜 당시 영부인 대행과 최태민(왼쪽) © 연합뉴스
<대화가 JP 건강과 나이로 옮겨 가면서 유명한 점술가 백운학으로 이어졌다. 백씨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 2개월 전 자신의 집을 찾아온 육군 중령 JP가 묻지도 않았는데 ‘혁명 성공’을 예언, JP를 놀라게 했었다. 백씨는 JP가 88세를 넘긴다고 예언한 바 있다.>
백운학이 총재께서 88세 이상 산다고 예언했다지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뭐라고 했습니까.
맞는 얘기네. 지금 내 나이 90을 넘겼으니. 내가 그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한참 눈 감고 있다가 그러더군. “말년에 험하십니다”라고. “몇 살이라고는 얘기 안 하지만 말년에 험합니다. 험해” 이렇게 말하더라고. 다 맞았지 뭐야. 박정희 대통령에게 그 얘기(험하다)는 안 했어.
백운학씨가 박근혜 대통령은 관상도 안 봐줬어요?
관상 봐줄 수 있나. 박근혜는 천하가 제 손아귀에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 신념화를 하게 한 게 최태민이야. 반 미쳤지 뭐. 지금 저러고 앉았는 거 그때 미친 거 그대로야.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 애가 있으면서 무슨 정치를 하려고 하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그런 얘기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데요.
(벌컥 역정을 내면서)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있나.
그런 말이 인터넷을 쳐보면 나옵니다.
어디에 그런 게 있어. 누가 그랬어요? <배석했던 JP 특보가 “증권가에 나도는 찌라시 내용입니다. 이런 게 돌아다니기에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고, 고소를 하려 해도 누가 그런 내용을 처음 퍼뜨렸는지 알 수가 없답니다. 퍼뜨린 자를 특정할 수가 없어서 고소를 할 수가 없고 인터넷에서 지울 수도 없습니다”라고 보고하자> 어떤 놈이 그런 허튼소리를 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의 JP가 그랬다니까 진실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어떤 놈이 박근혜하고 내 사이를 끊어 놓으려고 그런 짓을 했구먼. 박근혜는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을 게야. 그러니 눈이 뒤집히게 됐지. 그런 얘기를 내가 할 턱이 있나. 사실도 아닌데. 최태민이란 자식이 미쳤거든. 하여튼 (당시 최태민은) 늙어서 애를 못 만들어. 활동할 때 이미 70세가 넘었으니 불가능해. 하여튼 고얀 놈이 얼마든지 있어.
박(근혜) 대통령 고집이 원체 강해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소용없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게다. 그런 고집쟁이야. 고집부리면 누구도 손댈 수가 없어.
총재께서 지적하신 고집이라는 게 아버지 닮아서 그런가요.
박정희 대통령은 그런 고집이 없었어. 사실 박 대통령처럼 약한 사람이 없어. 내가 잘 알지. 약한 것을 강한 것처럼 가장한 거야. 혁명도 처음에는 내가 하자고 했어. 박 대통령은 처음에는 응하지 않았지. 오히려 ‘뭐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화를 냈어. 그래서 ‘한 번 뒤집어 놓아야 나라가 될 텐데 선두에 서십시오’라고 했더니, 그제야 피식 웃으시더만. 한참 지난 뒤 ‘근데 나도 좀 혁명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는데’라고 했고 내가 ‘그러면 합시다’라고 해서 혁명을 한 거야.

5·16 다음 해인 1962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만난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왼쪽). 당시 김 부장 나이는 36세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박정희 대통령) 단점을 닮았다고 하셨는데 단점이란 게 어떤 것인가요.
박(정희) 대통령에게 모자란 점이 몇 가지 있어. 약해. 알려진 것과 달라. 그렇게 약한 사람이 없어. 약하니 의심을 잘하고.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 고집이 어머니 쪽을 닮았다는 말이 되는데요.
육XX라고 알아? 그(육영수 여사)의 아버지(육종관씨)가 고향에서 육XX라고 그랬어. 욕심이 많다고. 그뿐이 아니야. 길러준 사람 고맙다고 하나. 동네 사람들이 그래서 붙인 별명이야. 그만하면 알 거 아닌가.
어려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살핀 분으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데요.
얼마나 거시기했는지 얘기할까. 우리 집사람이 내가 미국 보병학교에 유학 갔을 때 딸(예리)을 낳았지. 돌봐주는 사람이 없고 쌀도 없으니 굶었대. 그걸 보다 못한 박종규(나중에 청와대 경호실장. JP가 하사관이던 그를 육군종합학교에 보내 소위로 임관)가 제 고향에 내려가 쌀 한 가마를 가져다줘 끼니를 때웠다는구먼. 그래 이게 될 법한 소리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육 여사가 애를 낳은 산모더러 밥 먹었냐고 물어보지도 않더래. 저쪽에선 숟가락, 밥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벽에 걸린 부인 박 여사 사진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날 붙들고 울고불고하잖아.
어머니같이 온순한 분으로 아는데, 설마?
겉으로 보이는 모습 보고 해석하면 백번 틀려.
자애로운 국모로 알려져 있는데 그 부분은 정말 상상이 안 가네요.
뭐라고? 오죽하면 내가 미국에서 돌아와서 난리를 폈겠어. 남도 아닌 당신네 조카딸 아니냐고. 자기는 밥 먹는 소리 내면서 애 낳고 굶고 있는 산모한테 그럴 수 있냐고 막말을 했어. 말 한마디 못하더군. 남에 대한 배려가 없어. (불우한 사람 돌본다는)그거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름에 맞게 행동하는 것처럼 꾸민 거여.
육 여사 신화가 깨질까 봐 걱정됩니다. 화제를 돌리죠. 박정희 대통령 살아생전 견제를 받았는데… JP가 대통령 자리 빼앗을까 봐 그랬나요?
그런 (대통령의 의심이) 나를 늘 누르고 있었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아파서 그만둬야 되겠다니까 안 된대. 내가 자기 옆에 있어야 한대. 그러면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주치의 등 의사들도 내가 쉬어야 한다고 했지만 안 놓아줬어. 그래서 내게 병이 왔어. 의사들이 ‘정말 좋지 않으니 쉬게 해야 합니다’라고 하니까 그때서야 ‘할 수 없지. 그렇게 나빠요? 멀쩡하던데’라면서 풀어주더라고. 박 대통령은 나를 옆에 놔두고 눌러야 할 사람으로 알았어. 자유롭게 놔두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경계했던 것이지. 그렇게 생각한 거야. 나는 조금도 다리를 펼 수가 없었어(운신 폭이 제한됐었다는 뜻). 내가 말을 안 했지만….

2001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 예를 올리는 JP © 시사저널 임준선
그 정도였습니까.
욕심 자꾸 나니 나를 의심하는 거야. 하도 의심하기에 하루는 ‘제가 나세르(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전 대통령)입니까? 왜 자꾸 의심하십니까’라고 대들었어. 무슨 소리냐 하면, 나세르는 자기가 쿠데타 일으킬 때 모셨던 윗사람(나기브 대통령) 모가지 비틀어서 대통령 됐거든. 내가 (당신)조카딸 남편이고, 그러면 내가 조카 아니냐고 했지. 절대 딴생각할 놈이 아닌데 왜 자꾸 의심하느냐고 대들었어. 그때 박 대통령이 ‘내가 좀 의심도 해’ 그렇게 말했어. ‘했어’가 아니라 ‘해’라고. (의심을)하고 있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박(정희) 대통령이 미안하다고 하던가요?
쓴웃음만 짓더구먼. 말은 못하지. ‘이 자식이 내 속에 있는 것을 다 알고 있구나’라고 여겼겠지. 그러니 쓴웃음밖에 안 나온 거지. 웬만하면 ‘내가 그런 생각할 리가 없잖아’라는 정도는 말할 텐데 아니었어. 그것도 안 해. 안색이 조금 변했을 뿐이야. 근데 내가 구렁이 같은 놈이라서 (상대의)속은 다 보고 있거든. 하지만 충청도 사람은 생각은 그래도 (동지를 배반하거나 윗사람을 해치는)행동은 안 해.
(JP 당신은)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 찬성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습니까. 버틸 수 없었나요.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는데.
청와대에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 (박정희 대통령이 집무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거야. “임자, 혼자 살려고 그래? 혁명 거사 때는 함께 살고 함께 죽기로 서약하고 이제 와서 혼자만 살겠다는 거야?”하더군. 그 러니 뭐라 할 말이 없더라고. 그래서 “알겠습니다”라고 했지. 청와대를 나와선 전국을 돌며 유세를 했지. 내가 말린다고 (3선 개헌이)멈출 상황이 아니었어.
올해 초 펴내신 회고록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해 안 좋은 내용은 없던데요.
회고록이 아니고 증언록이야. 있던 일을 한 번 더 내가 확인하기 위해, 증언을 하겠다는 뜻에서 증언록이라고 했어. 거기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나쁜 소리는) 한마디도 안 했어. 나오면 인식이 달라질 정도여. 뭐 다 아는 한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지. 계집애 데려다 술 마시다가 제일 믿는 부하한테 총 맞았잖아. 그걸 뭐라고들 해석하느냐고. 그런 불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당하게끔 했다고.
물론 위대한 사람이야 틀림없지. 박 대통령 (시해)사건이 났을 때 그분을 모셔다가 수도육군병원에 뉘었어. 어쩌면 그리도 작게 보이던지…. 그때 내가 영어로 ‘He is not a big man, but a big man’이라고 했어. 머리맡에 서서 그랬어. 박(정희) 대통령도 권력을 잡고 보니까 욕심이 자꾸 났고… 사람이 그래서 망하는 거지. 증언록에 그런 것들 썼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일절 박 대통령 관련은 건드리지 않았어. (증언록에) 한마디도 안 나오지. 국민들이 통 크고 이해력이 많고, 자기를 희생시키면서 나라 구한 분으로 기억하는 게 나을 거야. 그런 분을 제일 측근이 좋지 않은 말을 남겨 놓으면 안 좋다는 생각에서 박 대통령 (나쁜)얘기는 일절 안 했어. 기자들이 자꾸들 있을 거라고 물어보는데도 없다고 했어. 책에도 안 썼지.
대통령 물러나라고 많은 국민이 외치니 나라 앞날이 어떻게 될까요? 행적이 너무나 분명하고 거짓을 말하는 바람에 주워 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근혜라는 여자는 국민 전부가 청와대 앞에 모여 내려오라고 해도 절대 내려갈 사람이 아니야. 그 엄청난 고집을 자기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박근혜야. 육 여사의 이중적(二重的)….
박근혜 대통령이 민심을 거슬러 저렇게 고집을 피우면 본인도 불행하고 나라에도 불행한 사태가 계속될 텐데요.
안 고치면 불행한 사태 계속되지. 지금의 엉터리 같은 나랏일이 계속되지. 하지만 (대통령직을)절대 그만두지 않습니다. 무슨 짓을 하든. 그 고집이 그래.
그 말 많은 최태민과 관련해 다른 얘기는 없나요.
최태민이 제일 처음 왔을 때를 알고 있어. 최태민은 바지가 이만큼 올라가는 (JP는 바지 한쪽이 한 뼘 정도 찢겨 올라간 모양을 흉내 내며) 거지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났어. 최면술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근혜’는 그가 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하면서) 무슨 짓을 하고 이끌어 가는지 몰랐지. 극빈자 행색으로 처음 ‘근혜’를 만났는데 ‘근혜’는 연민의 정이 좀 생겼지. 그게 밀착한 원인이 되어 가지고… 지금 그 딸(최순실)이 몇 십억을 맘대로 쓰고 왔다 갔다 했으니.
여당이라는 새누리당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갈팡질팡입니다. 저들끼리 쌈질이나 하고. 어찌 될까요.
깨질 것 같아.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혼자 앉아 단식이나 한다질 않나… 그런 자가 대표랍시고 있잖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어떻게 보십니까.
그가 (청구동에)가끔 오지. 그런(새누리당과의 제휴 등 정치 관련) 얘긴 않고, 이런저런 얘기를 교환하는데 인간 안철수는 괜찮아. 정계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안 전 대표가 아직 정치를 잘 모르는 거 아닙니까. 때는 묻지 않았을지 몰라도.
모르지. 내(JP 자신) 속엔 구렁이가 몇 개씩 들어 있지만 (안 전 대표에게)그거는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아. 퍽 담백하고 솔직해.
보수 계층의 기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쏠리는데. 반 총장하고는 어떻겠습니까.
반기문이는 구렁이가 몇 마리 들어 있는 사람이고, 안철수는 아직 구렁이가 꽁지를 틀고 들어앉은 것 같지는 않아. 비교적 순수해… 가끔 오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아주 순수한 정치인이야.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까요?
누가 될 줄 (어찌) 알아.
누가 되면 좋으십니까.
그런 사람 없어. 문재인. 이름 그대로 문제야.
반 총장 같은 사람이 어떨까요.
반기문이 와서 나가겠다고 하면 내가 도와줄 거야.

5월28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서울 청구동 JP 자택을 예방했다. JP는 차기 대선에서 반 총장의 역할을 기대하며 지지를 공언했다. © 운정재단 제공
안 전 대표도 괜찮게 보고 계시는데, 안이 출마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안철수는 지금 순수해요. 저보다 나은 사람이 나가면 그만둘 사람이야. 내가 확인했어. 서울시장도 양보했잖아. 어거지로 떼를 쓰면서 뭐를 하려고 하는 것이 없고. 도리를 찾아서 판단하더만 그래.
반 총장도 나오고 안 전 대표도 나오면요.
안철수는 반기문 나온다고 하면 도와줄 수도 있지 않을까.
왜 반기문 총장을 도우려 하십니까?
어쨌든 세계 정부에서 10년 동안 심부름한 사람 아닌가. 그러니까 보통 사람이 못 가진 것을 가지고 있지. 그런 사람이 해 보겠다 하면 도와주는 것이 순리지. 이쁘고 밉고가 아니야. 나라 장래를 위해서야. 노무현이 그를 외무부 장관 시켰잖아. (반 총장)머릿속에는 다분히 (급진)진보주의가 박혀 있어. 그래서 본인에게 물었더니(JP가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그때만 해도 젊을 때입니다’ 이렇게 말하더라고. 쓸 만해.
국내 정치가 원체 험하잖습니까. 외교관 출신이 와서 감당할 수 있을까요.
험한 것은 박 대통령이 그만둬야 풀려, 조금이라도 풀려 그나마….
이처럼 어려우니 지금쯤 박 대통령이 총재께 자문을 구할 만도 한데요.
아이고, 나를 개똥으로 아는데 뭘. ‘니까짓 게 나이나 먹었지 뭘 아느냐’ 그 정도야. ‘저보다 더 잘 알고, 더 경험을 가지고 나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니 어쩌겠나. 막상 의지하고 도와줄 사람은 나밖에 없을 텐데도 그래.
안 찾아와도 한마디 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이 자신을 고치도록. 나라를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이)찾아와야지. 그 동생 지만이나 근령이 내 옆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단단히 해 놔 말도 안 하는 사이가 됐는데 뭘…. 누가 고쳐, 본인이 고쳐야지.
대통령 출마 전엔 청구동에 왔었죠.
한 번 왔어. 아래층에서 만났어. 도와달라고 하더구먼.
호칭을 뭐라고 했습니까.
뭐 그대로 ‘총재님’.
그럴 때는 ‘형부’라고 불러야 마음이 통하는 거 아닐까요.
형부라고 부를 정도로 정서가 정돈된 여자가 아니야. 그냥 총재라고 불렀어. 아내가 죽었을 때도 왔어. 잠깐 묵념을 하더니 내가 이쪽 방에 있었는데, 말을 안 해. 그냥 와서 나를 보고는 앉았다가 갔어. 한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야. 저 혼자만 똑똑하고 나머지는 다 병신들이야.
그래도 따끔하게 한마디 해 주시죠. 간접적으로라도 들어가게.
싫어. 잘못 얘기하면 묘(墓) 속에 들어가서도 나를 미워할 거야. 그 정도로 지독한 사람이야. 회복불능인 사람이야.
나라 앞날이 대단히 걱정스럽습니다.
자기 운명의 길을 걷겠지. 누가 뭐라고 해도. 고집스러운 성격에다… 더 나쁜 것은 저 위엔 없다고 생각하는 게야. 정상에 앉아서 모두 형편없는 사람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뭔 얘기를 해.

ⓒ 시사저널 미술팀
JP "박근혜-최태민, 애 있다는 말 안 했다"
평생 한국의 민주주의 연구에 몰두해온 노(老)정치학자의 무거운 질문이다.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15일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가 주최한 토론회의 강연 원고를 이 질문으로 시작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퇴진' '탄핵'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일 게 아니라 "박근혜 없는" 한국 사회의 비전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회, 당장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를 밟아야"
우선 최장집 교수는 현 시점에서 국회가 해야 할 역할로 "탄핵 절차를 밟을 것"을 주문했다.
최장집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민주 정부로서 정당성을 상실했고, 도덕적 권위 또한 땅에 떨어졌다"며 "정치적, 외교적, 사회적, 문화적, 교육적 등 거의 모든 영역과 수준에서 사실상 나라를 파탄에 이르게 한 무책임과 실정에 대한 비판과 분노는 광범위하고 격렬하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사태가 여기에 이르게 된 것은 공정하지 못한 분배와 사회적 양극화, 그로 인한 시민 다수의 배제와 성장 혜택으로부터의 소외를 확대 재생산해 온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무책임과 무능력에 (근본) 원인이 있다"며 "정부 실정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지 않았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도) 이렇듯 지지의 철회와 비판에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회가 헌법의 정신과 규범을 따라 헌정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광장에서 터져 나오는 시민의 분노한 요구에 부응하면서, 마비 상태에 놓인 정부를 대신하여 헌정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최장집 교수는 한국의 정치인에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 교수는 "정당과 정치인이 광장에서 시민의 분노에 동참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통치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주저하거나 전략적으로 행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지금 그들은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수동적 내지 전략적으로 행위하는 데 전념하는 듯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국가의 최고 행정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절대 다수의 국민들에 의해 통치에 필요한 권한과 능력이 부정당했다면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를 밟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 국회가 우선해야 할 일로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를 밟는 일"을 꼽은 것이다.
"'헌정 공백' 상태, 대선 주자의 능력 평가할 시험대"
최장집 교수는 현재 상태를 "헌정 공백" 상태로 규정했다.
최장집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대통령과 집행부가 일시에 무력화돼 국정이 마비되고 헌정 공백이 생긴 경험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이때 국가의 어느 부분 내지 누가 통치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헌법이 규정하는 분명한 제도가 없거나 애매하다는 점에서 오늘의 상황은 '헌정 공백'"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헌정 공백 하에서 국회가 다음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때까지 의회 내에 집행부 기능을 갖는 과도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충분한 헌법 이론적 근거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즉,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는 일"과 동시에 선거를 위한 국회 중심의 과도 내각을 구성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최 교수는 "탄핵 절차에 우선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해 모든 시민이 이 문제를 놓고서 심도 있고 폭넓은 정보를 갖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 나아가 그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조사위원회 또는 특검을 설치하고 조사하는 일에 착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평결에 대한 의문을 놓고서 최 교수는 "그 결과가 어떠하든 (이런 과정을 통해서) 국회가 얼마나 헌법 공백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헌법재판소가 얼마나 헌법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할 것인지가 명백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 교수는 "대통령 선거까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대선 주자로 일컬어지는 주요 정치인은 헌정 공백과 탄핵 문제를 둘러싼 여러 이슈를 놓고서 자신의 관점과 대책을 내놓을 훌륭한 기회를 갖는다"며 "이 과정에서 대선 주자의 능력도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견제 받지 않은 권력, 박정희 패러다임 맨얼굴 보여줘"
최장집 교수는 지금과 같은 '헌정 공백'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박근혜 정부가 고집해온 "박정희 모델 또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꼽았다.
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파탄은 1960~70년대 시행되고 완성된 권위주의적 산업화 또는 경제 성장 모델 즉 박정희 모델 또는 박정희 패러다임이 그 시대적 역할을 다했음에도 그것을 부활시키고 재현하려 했던 국가의 구조와 그 운영 원리의 시대착오적 성격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최장집 교수는 박근혜 패러다임의 핵심 요소로 ① 관치 경제와 그 결과인 국가-재벌 대기업 동맹 ② 노동자와 노동 운동의 산업적 시민권 부정 ③ 자율적 결사체를 억압하고, 관변 단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시민 사회 축소 ④ 지방 자치를 통한 지역적 권력 분산 금지 ⑤ 반공 의식과 국가주의적 이념과 가치 강화 교육 등을 꼽았다.
최 교수는 "박정희 패러다임은 한국 사회에서 유일하게 헤게모니를 가졌던 국가 구조와 운영 원리였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조차도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대안적 국가 운영의 비전을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전제하고 나서, "박근혜 패러다임의 실체는 박근혜 정부에서 더 적나라하게, 또 조야하게, 노골적이면서 시행착오적인 형태로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박정희 패러다임의 종말을 가져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정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야당과 시민 사회의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시점에 발생했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라고 환기하며, "견제되지 않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통령의 엄청난 권력이 얼마나 쉽게 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박정희 패러다임 해체, 민주화 이은 두 번째 대전환점"
최장집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무력화/붕괴가 가져온 가장 큰 의미는 '박정희 패러다임'의 해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개혁적 야당이나 과거 민주 정부마저도 대체하지 못했던 박정희 패러다임이 사실상 해체되었다"며 "박근혜 정부의 붕괴는 민주화를 통해서도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통해서도 가능하지 않았던 역사적인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화에 이은 두 번째 정치적 대전환점"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렇게 넓게 열린 공간, 예기치 않게 다가온 구질서의 치명적 약화 내지 해체가 밖으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응할 수 있고, 안으로는 민주주의 가치와 원리에 잘 부응하는 정치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귀결될지, 아니면 위로부터의 개혁의 방식으로 구질서를 다른 형태로 복원하게 될 것인지('수동 혁명')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그것은 정당과 정치인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앞당겨질지도 모르는 앞으로 다가올 대선은 지난날의 대선과 달리 박정희 패러다임이 수명이 다한 이후 한국의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큰 문제를 둘러싼 어젠다 사이의 경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사익에 기반 둔 정치 공학적 개헌, 불필요"
한편, 최장집 교수는 '개헌'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헌정 공백을 처리하는 과정과 다가오는 대선 정국이 개헌에 대한 논쟁과 서로 중첩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개인 정치인이 정치의 판을 흔들어 자신의 정치적 전략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개헌에 대한 편의주의적이고 정치 공학적 접근을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개헌은 필요하면 할 수도 있고, 필요 없다면 안할 수도 있다"며 "개헌이 필요하다면 왜 필요하고, 오늘의 한국 정치 체제와 제도가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광범위한 토의가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한 뒤에야 우리는 본격적인 개헌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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