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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성장 둔화 리스크 증가

일취월장7 2016. 7. 8. 12:05
브렉시트 이후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성장 둔화 리스크 증가
이창선 이근태 | 2016.07.06
브렉시트(Brexit) 결정 직후 혼란에 빠졌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금융위기나 재정위기 등 과거 충격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는 기업이나 금융기관, 국가의 부도 위험과 직접 관련이 없어 금융연계를 통해 확산되는 힘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향후 수년간 이어질 영국과 EU간의 탈퇴협상 과정에서 국가간 갈등이 확대되고 다른 회원국으로 탈퇴 움직임이 확산되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현상이 수시로 재현될 수 있다. 경기부진 우려에 대응하여 영국과 유로존, 일본 등에서는 추가 통화완화가 예상된다. 미연준의 금리인상 역시 연말경 한차례 정도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안전자산 수요 확대로 달러 강세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엔화강세 흐름이 고착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브렉시트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향후 유럽 재정위기 시와 같이 간헐적인 불안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브렉시트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계 자금의 유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채권시장보다는 영국계 자금 비중이 높은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이다.

 
금융시장 충격이나 불확실성 확대 등 심리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영국과 EU의 통합관계 약화라는 측면만 고려할 경우 브렉시트가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성장세 둔화로 대영국 수출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EU 시장이나 제3국에 대한 수출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EU 시장에서 영국과의 주력 수출품 구조가 유사한 편이어서 영국수출을 대체하는 무역전환 효과도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주체들이 브렉시트를 무역자유화가 퇴조하고 자국 중심의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전환점으로 판단하게 된다면 이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하기 어렵다. 2000년대 세계경제의 고성장을 이끌어오던 글로벌화가 역전될 경우 세계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투자와 수요가 둔화되고 이는 교역 위축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저유가나 원화가치 하락 등 우리나라에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세계교역 위축으로 우리 수출의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며 기업 투자의지나 가계 소비성향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브렉시트는 실물경제 측면에서 단기급락 리스크보다는 지속적인 성장 둔화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주체들은 브렉시트에 대해 과도한 불안심리를 가지기보다는 균열된 선진국 시장에 뛰어들어 우리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단기대책보다는 장기적인 성장활력 제고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 목 차 >

 
1. 금융시장에 대한 파급효과 
2.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브렉시트(Brexit) 결정 직후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었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당국과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선 데다, 브렉시트가 과거의 글로벌 충격과 달리 당장 세계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인식된 때문이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전례 없는 사건인 데다 향후 전개과정도 쉽게 가늠키 어려워 세계경제가 큰 불확실성에 놓이게 된 것은 분명하다. 향후 영국의 EU 탈퇴를 위한 길고 어려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영국과 EU간의 갈등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염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영국의 뒤를 이어 반EU 정치 세력이 힘을 얻을 경우 유럽 내에서 탈EU 바람이 거세질 수 있다. 유럽 금융시장이 뒤흔들릴 경우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회생 기미를 보이던 유럽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영국의 EU 탈퇴는 세계경제의 향방에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브렉시트가 과거 수십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해 온 개방과 자유화의 흐름을 후퇴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향후 국내외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게 될 파장을 점검해본다.

 

 
1. 금융시장에 대한 파급효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은 빠르게 진정

 
브렉시트 직후인 6월 24일(금요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보인 반응은 위험자산 회피, 안전자산 선호였다. 주식시장에서는 각국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인 반면 파운드화,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국채 수요가 늘면서 각국 국채금리는 대부분 하락했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급등했다. 반면 국제유가는 세계경제 침체 우려와 달러화 강세를 반영하여 급락세를 보였다.

 
금융시장이 브렉시트 결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EU 내 경제규모 2위 국가의 탈퇴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안심하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EU 잔류를 주장했던 조 콕스 노동당 의원이 피살된 6월 16일부터 23일 투표일까지 일주일간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모든 금융변수들이 브렉시트 무산을 기정 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는 상승하고 달러화와 엔화는 약세, 파운드화를 비롯한 여타 통화는 강세를 보였다. 금리와 유가는 상승세였고 금 가격은 하락했다. 예상과 달리 브렉시트로 결정 나자 투자 포지션 조정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금융시장이 놀란 것이다. 대체로 투표 직전 일주일 동안 주가 상승 폭이 컸던 나라일수록 브렉시트 직후 주가 하락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 참조).

 
주말을 거치고 개장한 6월 마지막 주 금융시장 움직임이 향후 금융불안 확대 및 장기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였는데 글로벌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회복했다. 아시아 주식시장이 월요일부터 반등에 성공했고 유럽과 미국 주식시장은 월요일에는 약세 국면이 좀 더 이어졌으나 화요일부터는 반등세로 전환되었다. 달러화 및 엔화의 강세는 누그러졌으며 각국 국채금리의 하락세가 멈추고 국제유가는 반등했다. 아직은 모든 가격변수가 브렉시트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아니어서 금융시장 내에 불안심리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추락의 공포에서는 벗어난 듯하다.

 
중앙은행들의 재빠른 대응이 시장불안 완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진정된 데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시장안정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브렉시트 당사국인 영국의 마크 카니 중앙은행 총재는 6월 24일 시장안정을 위해 필요한 어떤 일이든지 할 것이며 2,500억 파운드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장 내에 달러화 유동성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통화스왑 협정을 통해 달러화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6월 28일 일본은행이 미연준과의 통화스왑으로 확보되는 달러화 자금을 활용하여 14억7,500만달러를 민간 금융기관에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6월 마지막 주에 3조원 이상 유동성 공급을 확대키로 한 것을 비롯하여 신용경색을 방지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조치가 이어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하여 최근 10여년간 발생된 크고 작은 글로벌 충격을 경험하면서 축적한 위기대응 능력을 각국 중앙은행이 충분히 가동한 것이다.

 
금융연계를 통해 증폭되던 여타 글로벌 충격과는 다른 성격

 
중앙은행의 빠른 대응 외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조기에 안정을 되찾은 것은 브렉시트라는 쇼크의 성격과 관련이 크다. 브렉시트는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로서 과거 2008년 금융위기를 야기한 리먼쇼크, 2010~2012년에 발생한 남유럽의 재정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리먼쇼크나 유럽재정위기 시에는 대형 금융기관이나 재정취약 국가의 부도 위험이 불거지면서 각종 금융 연계를 통해 여타 금융기관이나 기업, 국가들로 부정적 효과가 증폭되었다. 대규모 손실위험에 직면한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확보를 우선시하고 높아진 신용위험으로 대출을 기피하면서 신용경색이 발생했다.

 
반면 브렉시트는 당장 특정 기업이나 금융기관, 국가의 부도 위험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금융 연계를 통해 파급력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파운드라는 독자적 국제통화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EU 탈퇴는 유로존 국가의 탈퇴와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 영국 경제의 1/10 규모인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 우려가 금융시장의 공포를 유발한 것은 유로화 대신 도입하게 될 독자통화의 가치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지닌 기존 유로화 표시 부채에 대해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각국 채권 은행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에 영국은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통화 미스매치에 의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상환 불능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다.

 
몇몇 금융 불안정성 지표를 통해 가늠해 볼 때 이번 브렉시트는 과거 주요 글로벌 충격에 비해 강도가 낮은 편이다. 금융시장 공포지수인 주가변동성지수(VIX)가 급등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이고 유럽재정위기나 지난해 8월의 위안화 쇼크 때보다 변화가 적었다. 금년 1월 중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한 정도이다(<그림 2> 참조). 신용스프레드 역시 상승세를 보였으나 과거 글로벌 충격이 발생했을 때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금융기관 간 유로시장에서 달러화 유동성 상황을 나타내 주는 Ted 스프레드가 소폭 상승세였으나 눈에 띨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 대비 Baa 등급 회사채 수익률의 스프레드 역시 브렉시트를 전후하여 큰 변화는 없었다(<그림 3> 참조).

 
브렉시트 전개 과정에서 금융불안 재연 가능성

 
결국 브렉시트가 기존 쇼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기보다는 일단 빠르게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브렉시트를 단순히 일회성의 이벤트나 쇼크만으로 볼 수도 없다. 향후 영국과 EU간의 관계 설정을 두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간헐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캐머런 영국 총리를 대체할 새로운 총리가 9월 이후 선출되어 EU 당국에 탈퇴를 신청하면 2년 동안 밀고 당기기 식의 지리한 협상이 예상된다. 영국은 최대한 EU 단일시장(single market)에 대한 접근성을 현재의 수준과 가깝게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대가로 영국이 EU 규율을 어느 정도 따라야 하느냐이다.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도와 이를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EU 규율의 정도를 두고 영국과 EU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영국은 단일시장에 접근하면서도 이민과 난민 문제에 있어서는 통제력을 지니고 EU의 엄격한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EU 당국으로서는 영국이라는 경제대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단일시장에서 너무 멀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조건으로 영국이 단일시장의 일원으로 남는 것을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영국 뒤를 따르려는 나라들에게 탈퇴의 비용이 크지 않다는 성공적인 선례를 남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6월 28일 독일 의회 연설에서 탈퇴협상과 관련하여 이기적 행동을 배제할 것이며 EU 회원국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한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권한은 없다고 미리 선을 긋고 나섰다.

 
더욱이 이미 그리스 구제금융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EU 내의 복잡한 의사결정구조로 인해 영국의 탈퇴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2017년 4~5월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 2017년 10월 독일의 총선 등이 예정되어 있어 협상의 집중력이 분산되고 연속성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영국과의 협상 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몇몇 나라에서 유로존, 또는 EU 탈퇴를 원하는 정치세력과 여론이 확산될 경우 각종 선거와 맞물려 금융불안이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요국 통화완화 기조 확산될 전망

 
브렉시트는 향후 주요국의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유도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국채수익률이 브렉시트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파운드화 약세 및 이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등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 방지 및 경기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7월 또는 8월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비롯한 통화완화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금리의 마이너스 폭과 자산매입 대상의 확대에 나선 유럽중앙은행(ECB)도 경기위축 가능성에 대응하여 추가 통화완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1월말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나선 후 추가 통화완화 시기를 저울질해 오던 일본은행 역시 마이너스 금리 폭 확대, 자산매입 규모 또는 자산매입 대상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 브렉시트가 결정되기 이전 열렸던 통화정책회의에서 브렉시트 여부를 확인한 후에 추가 통화완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바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추가 통화완화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빠르게 진정되면서 영국과 달리 통화완화의 시급성이 약화되고 있어 유로존과 일본은 통화완화의 시기를 다소 늦출 가능성도 있다.

 
미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도 브렉시트 결정 이후 글로벌 금융·경제상황 변화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이전까지만 해도 미연준은 4.7%의 낮은 실업률(5월)과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임금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추가 금리인상이 조만간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4~5월 부진했던 고용지표가 몇 개월간 개선되는 추세를 확인한 후인 9월 FOMC 회의가 금리인상의 시점으로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30%였던 미연준의 9월 금리인상 확률은 0%로 하락했다(<그림 4> 참조). 지난 6월 15일 끝난 6월 FOMC에서 옐런 미연준 의장은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이 금리동결을 결정하게 만든 요인들 중 하나라고 한 바 있다.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예상외로 빠르게 진정되고 있어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9월 금리인상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고용지표의 개선과 더불어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 달러화 강세 완화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브렉시트가 미국이나 글로벌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도 경기부양 목적으로 통화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요 선진국이 통화완화에 나서고 미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도 불투명해지면서 개도국 금융완화에 따른 자본유출이나 통화가치 급락 우려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파운드·유로 약세 및 달러·엔 강세 기조 이어질 듯

 
브렉시트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달러화의 강세기조가 전반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엔화도 일본은행의 통화완화에도 불구하고 강세기조가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데다 통화완화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일본은행의 통화완화가 과거처럼 대폭적인 엔화의 약세 반전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엔화강세 속도를 누그러뜨리는 정도의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화와 유로화는 경기부진 우려와 통화완화 가능성을 반영하여 약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국경제의 향방과 관련하여 파운드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 통화 가치는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와 더불어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금리 인상 지연으로 미달러화에 대한 신흥국 통화의 약세압력이 완화될 여지는 있다. 브렉시트 이후 해외 투자은행들이 이전에 비해 엔화강세, 유로화 및 파운드화 약세를 예상하고 있는 반면, 신흥국 통화들에 대해서는 전망치를 크게 조정하지 않고 있다(<표 1> 참조).

 
브렉시트 전개 과정에서 국내금융시장도 때때로 충격

 
국내금융시장도 브렉시트 직후 위험자산 회피, 안전자산 선호로 주가 급락, 원화환율 급등, 국채수익률 하락 현상이 나타났으나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주가와 원/달러 환율은 일주일 만에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그림 5> 참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덜 흔들리고 상대적으로 빨리 금융불안이 진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유럽경제가 다소 위축되더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직접적으로 받는 타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브렉시트와 관련된 절차 및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불안이 재연될 우려는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지난 2010~2012년 중 그리스를 중심으로 유럽재정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간헐적으로 리스크 요인이 불거질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국내금융시장도 불안에 휩싸였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예상된다. 당시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싼 그리스와 EU 당국간의 논란과 함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변 재정취약국으로의 위기 확산 우려가 몇 차례에 걸쳐 국내외 금융시장을 크게 뒤흔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간의 단일시장 접근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협상 과정에서 논란들이 불거지거나 여타 국가의 반EU 움직임이 확산될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유럽재정위기 당시 주요 이벤트가 발생하는 시기에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한 바 있으며 당시에 주로 영국을 비롯하여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두드러졌다(<표 2> 참조). 안전자산 선호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해외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도 브렉시트 전개 과정에서 주요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과 유럽계 금융기관의 국내 투자액 여전히 적지 않은 편

 
5월말 현재 영국계 자금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주식은 36.5조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주식의 8.4%에 해당한다. 단일 국가로서는 미국의 172.8조원(39.8%)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이다. 유럽계 자금 전체로 보면 126.1조원으로 외국인 보유 주식의 29.1%에 달한다. 채권투자자금의 경우는 영국계 자금이 1.3조원(3월말 기준)으로 외국인 보유채권의 1.4%에 불과하다. 유럽계 전체로는 34.7조원(5월말 기준)으로 35.1%이다(<표 3> 참조).

 
영국계 은행의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공여 규모는 2015년말 기준으로 652억달러이다. 외국은행의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전체 신용공여액 2,580억달러의 25.3%이다. 2010년 9월의 1,004억달러, 29.8%에 비하면 그 동안 크게 줄어든 것이다. 유럽계은행 전체로는 2015년말 971억달러로 전체의 37.6%이다. 역시 2010년 9월의 1,527억달러, 45.4%에 비해 크게 축소된 것이다(<그림 6> 참조).

 
향후 브렉시트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계 자금이 유출되면서 국내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의 경우 낮은 외국인 비중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제한되고 있는 데다 안전자산 선호 및 통화당국의 대응여력을 감안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국과 유럽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의 경우 아직 외국인 보유비중이 높아 외국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크며 영국과 유럽계 자금의 비중도 적지 않다. 따라서 글로벌 동조화 영향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경우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의 경우 브렉시트 관련 리스크가 커지는 시기에 국내 외국인자금의 이탈과 함께 달러화 강세, 신흥국 통화의 약세 영향으로 원화도 약세 압력을 받는 등 원화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와 달리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외화유동성 부족 문제가 야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금융기관들에 대한 외화건전성 규제가 강화된 데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으로 유사시 정책당국의 외화공급여력도 충분한 편이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은행들이 브렉시트 이후 주요국 환율 전망치를 바꾸었으나 원화환율에 대해서는 전망치 조정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2.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무역이론 측면에서 실물경제 충격은 영국에 집중

 
금융시장 충격이나 불확실성 확대 등 심리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본다면 브렉시트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거대한 EU 시장에의 접근이 제한되는 영국에 집중된다. 경제통합과 관련된 무역이론 측면에서 볼 때 브렉시트가 영국경제에는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제3국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며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2015년 기준 영국 수출의 44%가 EU로 향하는데 영국이 2년 내 EU 및 기타국가들과 무역협정을 맺지 못할 경우 전체 수출의 18%에 해당하는 규모에 새로 관세가 적용된다(LG Business Insight 2016.5.15,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국내외 불확실성 커졌다’ 참조). 영국이 EU와 무역협정을 맺더라도 협정의 종류에 따라서 농산물 및 서비스 시장에서의 제한적인 접근, 복잡한 통관절차에 따른 비용부담, 영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교역비용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특히 단기적으로 영국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외국인 직접투자이다. 향후 영국과 EU간의 교역관계 위축에 대한 우려로 영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크게 둔화될 수 있다. 더욱이 유럽내 금융 및 서비스 중심지로서 영국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직접투자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브렉시트가 영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대부분의 연구결과들이 공통적으로 내리고 있는 결론이다. 1950년대 이후 유럽공동체가 회원국들의 경제에 미친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을 보더라도 EU가 대부분 회원국들의 소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다. 회원국간 재화와 서비스의 역내교역이 늘면서 자본축적과 기술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이는 잠재성장력 증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EU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 비해 일인당 소득이 20% 이상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었다. 통합에 따른 이익이 큰 만큼 탈퇴에 따른 충격도 클 것이다. 영국 재무부 분석에 따르면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대신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게 될 경우 15년 후 GDP는 EU에 남아 있을 때에 비해 4.6~7.8% 줄어들게 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매년 0.3~0.5%씩 성장속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OECD와 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도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GDP 감소 효과가 이와 유사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은 브렉시트를 경계하는 입장에서 수행된 측면이 있다. 무역이나 금융의 관행이 단기간 내에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교역관계 약화에 따른 영국의 충격은 이보다 작을 수도 있다.

 
제3국은 긍정적 효과도 가능

 
영국과의 무역장벽 확대로 인해 EU 지역 역시 부정적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영국에 비해서는 영향이 훨씬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EU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수출은 2015년 기준 EU 총수출의 6.4%에 그쳐 무역 부문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영국과의 교역 둔화에 따른 수혜가 EU 내 다른 국가에게 돌아갈 수 있으며 영국으로 향하려던 외국인 직접투자가 EU국으로 옮겨가는 효과도 예상된다. 금융중심지로서의 영국의 지위를 EU국가가 잠식할 수도 있다.

 
제 3국의 경우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공존한다. 영국과의 교역이 둔화되고 대영국 직접투자의 수익성이 낮아지는 점 등이 부정적 영향의 주요한 경로이다. EU의 성장둔화로 EU 시장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다소 존재하겠지만 영국과의 교역이 줄어드는 충격보다는 작을 것이다. 이는 영국이 수출하던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 즉 무역전환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 특히 EU 시장에서 영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드는 부분을 제 3국에서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영향 중 어느 것이 더 큰지는 그 나라의 산업구조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EU와 무역보완 관계가 크고 영국과 경합관계가 높을수록 긍정적 영향이 클 것이다.

 
두 지역의 통합 약화가 제 3국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논리는 반대로 두 지역이 통합하거나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 주변의 다른 나라가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EU 결성이 회원국에게는 긍정적 측면이 컸다고 분석되지만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990년대에는 EU회원국간의 교역확대로 NAFTA, ASEAN, NICs 등 다른 무역연합과의 교역은 오히려 위축되기도 했다는 분석도 제시되는 상황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의 경우에도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않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브렉시트는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무역장벽이 없었다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었던 재화 및 서비스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면서 세계경제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부정적 효과는 당사자, 특히 영국에 집중되고 제3국에 미치는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 영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해보면 브렉시트 효과가 영국정부가 예상한 만큼 크다 하더라도 세계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다. 설령 EU가 완전히 해체된다 하더라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나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인 충격 요인들을 제외하고 무역장벽 확대 측면만을 본다면 제 3국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영국 수출 위축 불가피

 
금융시장 불안이나 심리위축 측면을 제외하면 브렉시트가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주로 영국에 대한 수출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EU와 FTA를 맺고 있기 때문에 EU에서 탈퇴하는 영국과 2년내에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을 경우 수출입품에 관세가 매겨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영국 수출은 선박, 자동차 등 수송기계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반도체, 휴대폰 등 전자부문과 철강, 석유화학이 뒤를 잇고 있다(<표 4> 참조). 선박이나 전자제품은 자유무역협정이 맺어지지 않더라도 원래 관세가 없거나 낮은 수준이지만 자동차의 경우 10%의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관세부과는 2년의 유예기간이 있고 기간내 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관세부담 측면의 영향은 아직 우려할 단계가 아니다.

 
그러나 영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바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자동차나 가전, 휴대폰 등 소비 규모가 큰 내구재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영국의 투자 위축으로 우리나라의 기계나 철강 등 자본재 수출이 둔화되고 직접투자로부터의 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영국에 대한 수출은 2015년 기준 73.9억달러로 총수출의 1.4%에 머물고 직접투자 비중도 1%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영국과 경합도 높아 EU 시장에서는 긍정적 효과 존재

 
EU 경제 둔화도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영국에 비해서는 충격의 강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영국과 경쟁하는 상품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수혜를 얻을 수도 있다. 영국이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관세손실울 줄이더라도 영국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일부 수요가 우리 제품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제품 구성은 영국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EU지역 수출은 자동차와 선박 및 관련 부품이 전체의 40% 가량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과 산업용 전자 등이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표 5> 참조). 그밖에 석유화학과 정유, 무선통신기기 등도 중요한 수출품목이다. 영국 역시 자동차와 관련 부품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영국내 일본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가 EU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 밖에 제약, 정유, 휴대폰, 반도체 등이 영국의 주력 수출품목이다. 이처럼 영국과 우리나라가 EU시장에 수출하는 품목에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양국간 경합도가 높은 편이다(<그림 10> 참조). 2014년 기준 EU시장에서 영국과의 수출시장 경합도는 세계 142개국중에서 25위이다. 이중 EU국가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멕시코 다음으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수출을 우리가 대체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들을 감안한다면 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경제주체들의 브렉시트 의미 해석이 관건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은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금융시장의 혼란과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다. 경제주체들이 브렉시트를 단순히 EU와 영국간의 통합 약화로 생각하지 않고 더 큰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세계경제의 초호황기를 불러온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글로벌화에 따른 국가간 분업 확대였다.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흐름이 한풀 꺾였지만 세계 주요국들은 자유무역 협정을 확대하고 TPP 출범을 계획하는 등 글로벌화의 방향성은 유지했다. 그러나 무역자유화가 퇴조하는 최초의 사건, 즉 브렉시트가 발생하면서 이를 향후 국가간 협력이 위축되고 자국 중심의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전환점으로 판단할 여지가 생겼다.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다른 EU 국가들이 탈퇴 관련 절차를 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대선 후보자들도 자유무역 협정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전반적인 활력이 크게 떨어져 있으며 반등의 모멘텀을 잘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그동안 회복세를 보였던 EU도 점차 활력이 낮아지는 모습이다.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끌어갈 만한 기술이나 제품 및 서비스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화 추세마저 역전될 경우 세계경제의 활력은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향후 성장전망에 대한 기대가 어두워지면 이는 실제 수요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들은 투자의 수익창출이 불확실해지면서 투자를 미루게 되고 가계 역시 미래 수익둔화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이다. EU국이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나 미국 대선후보들이 보호주의를 강조하는 소식들이 들릴 때마다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심리위축을 부채질할 수 있는 것이다.

 
브렉시트가 자유무역 후퇴로 이어질 경우 불안의 발단은 선진국이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나 원자재 생산국, 즉 개도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보호주의 기조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상대적으로 내구재 등 소비규모가 큰 제품의 수요가 둔화되고 투자가 위축되면서 제조업 제품의 교역부진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또한 이는 원자재 수요를 떨어뜨려 원자재 가격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급격한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소폭 상승하던 원자재 가격이 다시 꺾일 수 있는 것이다.

 
단기급락보다는 부정적 영향 장기화 리스크 높아

 
이러한 흐름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저유가나 원화가치 하락 등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저유가는 가계구매력을 높여 소비를 호전시키는 요인이 된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보다는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우리 수출은 환율보다는 세계경제 성장세에 더 밀접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브렉시트로 경제주체들의 심리불안이 지속된다면 수출부진이 더욱 심화되면서 회복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내수경기 역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수출부진으로 기업수익과 고용이 둔화되면서 가계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국내 소비성향의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미래 장기 성장전망이 어두워지게 되면 가계는 향후 소득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된다. 이는 수익을 벌어들이는 기간이 긴 청년층에 더 크게 나타나면서 청년 소비성향 저하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초기 금융시장 불안이 어느 정도 진정된 데서 보듯이 아직 경제주체들이 브렉시트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영국의 성급한 판단에 따른 해프닝으로 볼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단기적으로 국내외 실물경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될 가능성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브렉시트에 따른 불안이 완전히 진정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앞으로도 세계화와 반대되는 결과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불안해지고 수요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결국 브렉시트는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단기급락 리스크보다는 지속적인 성장둔화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선진국 시장 진출의 기회로 삼아야

 
현재까지는 브렉시트가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향후 브렉시트의 실제 전개과정에서 여러 불확실성이 나타날 수 있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재연되면서 국내금융시장에 파급될 수 있는 만큼, 향후 해외자본의 유출입과 금융시장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부실, 가계부채 문제 등 우리 경제의 취약성 개선을 통해 대외충격이 우리 내부의 취약 요인과 맞물려 충격이 증폭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제주체들은 브렉시트에 대해 과도한 불안심리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불안심리가 자기실현되어 실제 경제를 악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간의 경제통합이 약해지는 과정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빠르게 추월당하는 가운데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술격차를 잘 좁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EU 등 통합된 시장이 선진국 제품의 지위를 공고하게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EU 통합시장에 균열이 생기는 상황을 이용하여 자동차, 전자 등 내구재 뿐 아니라 소재산업, 기계류와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선진국 시장의 점유율을 늘릴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브렉시트는 세계화에 충격을 주어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정책으로 브렉시트에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장기 성장잠재력이 더 낮아진 상황에서 부양을 통해 성장목표를 맞추려는 정책은 장기적인 재정부담을 더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 단기부양보다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조개혁, 규제개혁을 강화하고 내수서비스 부문에서 성장활력을 찾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끝>



브렉시트, '복지 국가'를 구하는 희망의 몸부림

2016.07.08 08:07:35



[시민정치시평] 복지 국가의 기로에 선 영국

             
세계를 당혹하게 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 투표는 2016년 6월 23일 영국 전역과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이뤄졌다. 이제 영국은 국민 투표 52%의 지지를 얻어 유럽연합 탈퇴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투표한 지 2주가 지났다. 그동안 브렉시트가 가져다준 후폭풍에 대해 경제, 정치, 외교, 안보 등 사회 전반에 대한 분석이 각국에서 쏟아져 나왔다. 모든 나라들이 충격적인 투표 결과에 대한 원인 분석으로부터 자국에 미칠 다양한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였고, 지금도 예의주시 중이다. 여기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복지 국가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 투표라는 기제를 통해 드러난 브렉시트 결정자인 52% 투표자의 저항에 주목해야 한다. 국민 투표를 일주일 남겨 놓고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한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의 피살로 인해 잔류 여론이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저항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52% 투표자의 대부분이 노년층, 저학력층, 그리고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상대적으로 빈곤한 지역주민들이었음을 볼 때, 이들은 유럽연합에 탈퇴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타격이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엇 때문에 그러한 선택을 하였을까? 

한 마디로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대영제국의 주권 약화, 이민자의 증가 문제, 정치인의 감언이설, 기득권에 대한 증오, 선거를 통하지 않고 임명된 다수의 유럽연합 지도부들에 대한 불신, 탈퇴함으로써 유럽연합 충당금 대신 얻을 수 있는 복지 급여의 증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세밀히 봐야 할 것은 이들이 왜 저항하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국민들의 저항은 정치적 권리와 자유가 억압받을 때, 그리고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에 주로 발생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국민의 저항을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은 정치적 탄압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 위기였다. 영국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민중 반란인 1381년 영국 농민 반란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반란은 '와트 타일러의 난'으로도 불리는데, 잉글랜드의 약 절반이 반란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었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지배층에 의해 피지배층의 경제적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할 위기에 맞닥뜨린 시점에서 일어났던 것으로 그 배후에는 과도한 세금 부담과 임금 제한이 있었다. 

또 유명한 프랑스 대혁명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대혁명을 '부르주아 혁명'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당시 프랑스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의 저항 없이 혁명을 성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당시 상황은 1788년 이후 빈곤의 주기적 위기가 절정에 달했으며, 1788년의 흉작과 1788~1789년의 경제 위기는 대중들에게 고통을 겪게 함으로써 그들을 부르주아 혁명에 가담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특히 대혁명 직전에 봉건적 부과조와 교회의 십일조 세금은 농민층에는 견디기 힘든 부담이었다. 

영국 국민의 이번 저항은 브렉시트로 당장 나타났지만 이미 경험한 영국 복지 국가의 위기에 의한 2차 재편을 몰아칠 것으로 예견된다. 1차 재편은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을 들 수 있다. 말은 제3의 길이지만, 소위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진보와 보수 간 오월동주의 기이한 재편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제3의 길은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수상의 복지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프랑스의 진보 지식인인 피에르 부르디외가 "신자유주의의 힘은 너무나 강력한 것이어서, 심지어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마저도 신자유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슈뢰더든 블레어든 또는 조스팽이든, 이들 모두는 신자유주의 정치를 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에 대한 맹세를 한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뒤틀려 있기 때문에 분석과 비판이 더 어려운 것이다"라고 개탄한 것처럼, 이들은 좌파 신자유주의 노선을 견지하였다. 이들은 정치적 민주주의는 유지하지만 적극적으로 경제적 신자유주의를 결합함으로써 결국 진보 정치의 몰락과 함께 중산층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 불안 사회로 만든 게 1차 재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번 저항의 원인이기도 하다. 

대다수 복지 국가의 재편을 초래한 배경을 설명하는 이론적 관점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경제적 관점으로서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복지 국가 재편에 대한 접근 방법이다. 여기에는 경제 위기에 대한 신고전학파 견해와 조절 이론 견해 등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신고전학파는 경제 위기의 주범을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의 결과로 나타난 효율성의 상실, 즉 정부의 실패 또는 복지 국가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조절 이론은 경제 위기로 인해 기존의 생산 체제가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를 나타내고, 새로운 생산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의 체제와 협력 관계가 있던 복지 국가가 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둘째, 정치적 관점은 노동 계급의 집단화와 계급 관계의 전환으로 재편의 배경을 설명한다. 셋째, 제도적 관점은 정책의 구조와 능력이 복지 재편의 내용을 결정하는 요소이며 재편의 외부 요인들보다는 정책 수행과 집행 주체에 대한 논의, 그리고 정책 구조에 대한 논의를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복지 국가의 재편에 대한 배경 요인으로는 경제 위기, 사회 인구학적 변화와 욕구의 다양성, 복지 급여의 탄력성 상실, 재정의 과부담이라는 요인들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영국 복지 국가의 위기에 대한 1차 재편 양상은 기존의 복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첫째, 평등 지향 생활 보장과 시장 의존성 탈피라는 기본 원리에서 상당히 멀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전의 복지 국가 이념인 집합주의에서 개인주의, 시장 경쟁적 요소가 강화되었다. 그리고 보편 복지에 대해서는 국가 책임이 약화되었고, 국가의 통합 행정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국가, 노동 조직, 민간 상호 부조 체계 등과 같은 혼합 복지 기반으로 전환되었다.

둘째, 과거의 복지 급여 원리가 포괄성과 관대성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경제 위기 이후의 복지 급여의 특징은 수급 자격의 제한, 근로 연계 복지의 강화, 급여 축소 등으로 나타나는 엄격성과 선별성이 중심이 되었다. 셋째, 국가보다는 시장 요소가 강조되었다.

영국은 국가 복지를 축소하면서 임금과 노동 시장의 규제 완화 전략을 통한 신자유주의의 길을 택한 것이다. 영국의 신자유주의 복지 국가 이념은 대처, 메이저, 블레어, 브라운, 캐머런에 이르기까지 거듭된 정권 교체 안에서도 1980년대에 형성된 신자유주의 사회경제 정책의 중요한 틀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브렉시트 이후 영국 복지 국가 2차 재편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가? 오늘날 비단 영국만의 경우는 아니지만 바로 20년 전 1996년에 <세계화의 덫>의 저자가 예견한 것처럼, 세계 금융 자본주의에 의해 전 세계적인 시장과 자본의 독재가 생태적, 경제적 재앙을 가져오고 있다. 그리하여 세계 금융 자본주의로 인한 국민 국가의 약화는 전통적으로 국가가 떠맡아 왔던 두 가지 기능, 즉 시장에서 교란을 극복하려는 '경제 조절적 개입'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복지 국가적 개입'을 더 위협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시장과 자본 권력은 이제 일상생활은 물론 인간 개개인의 의식과 무의식까지 지배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무서운 속도로 자기증식 하는 저 '탐욕의 덫', '불안의 덫'과 '경쟁의 덫'이라는 괴물에 갇혀버린 건 아닐까. 어쩌면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은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브렉시트를 통해 그러한 '덫'에 대한 영국민의 '자기' 자각의 표출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읽어 본다. 그러한 자기 자각이 '우리' 자각으로 진화한 단초로서의 저항이 브렉시트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낙관적 견해를 가져보는 것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판사판의 절망적 외침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도 역설적이지만 생존에 대한 희망적인 몸부림일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가 물러난 보수당에 대지진이 일어났지만 노동당에 닥친 충격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 그림자 내각이 대거 물러났고, 전통적 사회주의 정신을 가진 좌파 제러미 코빈 당대표는 불신임을 당한 것이다. 노동당은 원래 노동 계급과 취약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임에도 어느덧 노동당의 지지 기반은 주로 런던과 주요 대도시들이 되었다. 대도시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고, 생활 수준도 중간 이상인 중산층이 노동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 된 것이다. 노동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노동 계급이 과거만큼 노동당을 지지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좌파 신자유주의의 자업자득이랄까. 그 사이 노동당과 거리가 멀어진 노동 계급의 손을 야금야금 극우 정당이 잡아가고 있다. 이번 투표에도 극우정당인 영국 독립당의 반이민 정서 메시지가 상당히 통한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노동당은 달라져야 하고,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제러미 코빈 당 대표가 다시 복귀할 일말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제 노동당이 좌파 신자유주의 노선을 과감히 떨쳐내고  노동 계급과 취약 계층의 불안감과 생활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노동당의 환골탈태가 기대되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파국에 직면한 개인들이 사회 정의와 생태계의 보존을 위하여 국민 국가의 범위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연대를 맺는 새로운 계기도 도출해 나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모든 저항은 그 안에 긍정적, 부정적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게 마련이며, 그 중 어느 것이 실현되느냐는 전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노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브렉시트의 미래를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실천적 '선택'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영국 복지 국가의 미래는 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영국 복지 국가의 기로는 노동당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