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커졌다

일취월장7 2016. 6. 16. 09:59

극우화 바람, 브렉시트로 터지나?

2016.06.15 19:18:45


유럽을 휘감은 '트럼프의 그림자'

             

오는 23일 영국과 유럽이 갈림길에 선다. 영국의 EU(유럽연합) 잔류냐 탈퇴냐를 묻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가 이날 실시된다. 여론조사가 투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박빙 양상으로 치닫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언급한 "세기의 도박"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영국은 왜?

영국인들에게 '하나의 유럽'에 대한 반대 정서는 뿌리깊다. 영국과 유럽은 별개라고 여긴다. 유럽 대륙과 떨어진 섬나라인데다 과거 세계를 호령한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다. 이른바 '유럽 회의주의'다.

'유럽 속의 영국'이냐 '영예로운 고립'이냐를 묻는 국민투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5년에 유럽경제공동체(E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있었다. 67%가 잔류를 선택했다. EEU는 EC(유럽공동체)를 거쳐 28개국이 가입한 현재의 EU로 커졌다. 5억 명이 넘는 인구,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3%를 차지한다.  

EU가 세계 최대의 정치‧경제 블록으로 성장하는 사이 EU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영국인들의 반감도 커졌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2010년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2012년엔 스페인으로까지 위기가 번졌다. 남유럽 재정위기에 부유한 EU 회원국들의 재정 분담금이 늘었다. 영국은 독일 다음으로 많은 분담금이 책정됐다.  

EU에 부당한 재정분담금을 내느니 그 돈으로 차라리 학교 예산이나 영국인을 위한 복지 수준을 올리자는 주장이 퍼졌다. 여기에 동유럽에서 유입되는 이주노동자들, 시리아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난민 문제가 겹쳤다. 이들이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주장이 대중들에게 먹혀들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반(反)EU 정서에 속절없이 밀렸다. 궁여지책으로 지난해 5월 총선에서 EU 내 지위 변화를 위한 협상을 통한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보수당의 분열을 막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도박이었다. 그는 지난 2월 EU와의 협상에서 이민자 복지 혜택 축소, EU 제정 법률 거부권 등 '특별한 지위'를 얻어낸 뒤 'EU 잔류' 캠페인을 이끌어오고 있다. 

하지만 직접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국민투표는 양날의 칼이 됐다. EU 탈퇴 여론이 급증했다. 보수당의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일찌감치 캐머런 총리와 반대편에 서 EU 탈퇴파를 이끌고 있다. 브렉시트 찬반 양론으로 갈린 보수당은 내분 상태다.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캐머런 총리는 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브렉시트는 영국판 '트럼프 현상'?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인 마크 레너드는 "이번 투표가 이민자 문제에 관련된 것이라면 탈퇴파가 이길 것이고, 경제적 위험에 관한 것이라면 잔류파가 이길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경제 논리로 따지면 영국이 EU 탈퇴로 얻을 이익은 별로 없다. 영국 재무부는 EU 탈퇴시 2030년까지 영국 GDP가 6%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는 영국 수출의 4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무역장벽으로 수출이 큰 타격을 입는다.

또한 EU 국가들 및 다른 5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도 새로 맺어야 한다. 그러나 EU 탈퇴 도미노를 우려하는 나라들이 영국과 순순히 FTA를 맺어줄지 불투명하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데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인 홍역도 감내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에서 분리하는 독립투표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스코틀랜드는 EU 잔류 여론이 우세하다. 북아일랜드도 EU 탈퇴 시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묻는 주민투표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떨어져나가면 영국은 '리틀 잉글랜드'로 쪼그라든다. 이처럼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높아가는 까닭을 영국 내부의 정치‧경제적 손익계산서에서 찾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유럽 전역에선 경제 위기의 원인을 나라 밖으로 돌리는 극우정당과 정치인들이 창궐한 지 오래다. 자국민 우선주의를 앞세운 극우 진영의 포퓰리즘이다. 브렉시트는 정확히 그 맥락에 놓여있다.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극우정당의 후보로 나서 근소한 차이로 패한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는 반(反)이민자 정책으로 지지를 모았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트럼프'로 불렸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적대감을 부추기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독일, 스웨덴, 덴마크에서도 극우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테러 위협도 극우파가 고립주의를 내세우는 이유 중의 하나다. 지난 3월 벨기에 브리쉘 테러가 발생하자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영국 독립당은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 조약과 느슨한 국경 통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선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이 정당지지율 1위를 달린다. 국민전선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민전선 역시 실업률 상승과 테러의 원인을 이민자와 난민에게 돌려 이들에 대한 자국민들의 적대심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인기를 얻는다. 

이런 경향은 자유무역을 신봉해 온 전통적인 보수정당의 노선과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유럽통합 때문에 자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합창한다. 이런 주장이 세계화에 대한 대중들의 누적된 피로감,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을 타고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브렉시트가 '영국판 트럼프 현상'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반대로 EU를 신자유주의의 전초 기지라고 비판해 온 영국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당의 공식 입장으로 브렉시트 반대, '좌파적 잔류'를 택했다. 코빈은 1975년 국민투표 때 EEU 탈퇴를 주장했으며 지난해 총선 전까지는 EU를 "고리대금업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 4월 "EU가 투자, 일자리, 노동자와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 나는 여전히 (영국이 EU의) 구성원으로 남을 필요가 있다는 걸 확신한다. 유럽의 개혁 및 진보적 변화를 위한 강력한 사회주의적 근거가 있듯, EU에 남는 것에도 강력한 사회주의적 근거가 있다"고 했다.

그는 14일엔 영국 최대 노조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해 보리스 존슨 등 EU 탈퇴파를 겨냥해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브렉시트가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앞에 극우적 브렉시트만은 막으려는 노력이다.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찬반 입장을 표하지 않은 부동층 중엔 노동당 지지층이 상당수라는 분석이 있다.

그래도 기묘한 조합이다.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선 캐머런과 코빈이 손을 잡고, 노동계가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골드만삭스와 함께 브렉시트 잔류를 설득한다. 그러나 이 연합전선이 EU 붕괴의 도화선이나 다름없는 '영국판 트럼프 현상'을 막아낼 수 있을지 현재로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커졌다

강선구 이지선 | 2016.06.15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하는 영국의 국민투표가 불과 열흘 남짓 앞인 6월 23일로 다가왔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EU 잔류파가 탈퇴파를 앞서왔으나 최근 반대 결과가 집계되고 있어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급부상 중이다. 
국민투표에서 큰 표 차이로 브렉시트가 부결될 경우 세계경제에 드리웠던 영국발 불확실성이 소멸됨에 따라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투자가들은 리스크 부담을 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는 경우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지지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도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불확실성이 급격히 고조되고 국제투자자들이 동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및 유럽 증시가 단기적으로 폭락하고, 유럽과 일본 국채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경기 위축을 우려한 ECB가 양적완화 기간을 연장하고 한도확대를 통해 대응할 경우 유로화와 파운드화 동반 약세가 진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는 10~15년에 걸쳐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관세였던 EU역내무역과 EU의 FTA체결국과의 교역이 관세화 되면서 영국의 수출이 위축되고 수입 물가가 상승할 것이다. 유럽연합과 영국의 교역 관계에 관한 재협상 결과에 따라 영국이 지금과 같이 자유롭게 EU와 역내 교역을 지속할 수도 있으나 협상이 장기화 될 경우 불확실성 확대로 교역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유럽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투자 유입 역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역내금융상품 접근이 제한되고 금융전문인력이 이탈함에 따라 그동안 누려왔던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지위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 투자자금 유출로 파운드화 약세가 예상된다.

 
국내 경제도 브렉시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4월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성장률 둔화로 대영수출 부진이 우려되며 한·EU FTA가 더이상 영국에 적용될 수 없어 영국과 별도의 FTA협상이 필요할 것이다. 유럽 투자관문으로서 영국의 중요성이 낮아지면서 영국으로의 투자도 감소할 전망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입장에서는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를 갖추고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따른 경제적 영향 
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Ⅲ. 맺음말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하는 영국의 국민투표가 불과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영국의 유권자들은 이제 곧 지난 43년간 몸담았던 유럽연합(EU) 체제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떠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지어야 한다. 만약 브렉시트가 결정된다면 향후 영국은 EU로부터 독립적인 국가가 되는 대신 유럽 단일시장에 참여하면서 누려 왔던 혜택은 포기해야만 한다.  
지난 2월에 국민투표일이 정해진 이후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파가 탈퇴파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변화를 기피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국민투표일인 6월 23일을 10주 앞둔 지난 4월 15일부터 양 진영의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에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잔류파가 앞서 왔다. 영국 재무부가 내세운 브렉시트의 부정적 효과들이 대중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브렉시트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그림 1> 참조). 브렉시트 지지파들이 이민문제를 내세우며 반격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의 네번째 주부터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이민문제를 앞세워 탈퇴 지지율을 상승시켰다.

 
그 결과 지난 6월 6일에 발표된 3개의 여론조사 모두에서 탈퇴파가 잔류파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여론조사업체인 유고브(YouGov)의 최근 여론조사(6월 1~3일 실시)에서는 탈퇴가 45%, 잔류가 41%로 나타났는데, 탈퇴파의 우위는 지난 2월 여론조사 이후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인터넷에 기반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자 및 방법에 따라 비슷한 시기에도 찬반 양상이 급격히 뒤바뀌고 있다. 여론조사업체인 오피니엄(Opinium)사는 샘플 오류를 감안하여 추정해 봤을 때 6월초 기준 EU 잔류파는 43%, 탈퇴파는 41%, 그리고 부동층이 14%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노동당 지지자들이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면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사회계층, 출신지역, 지지 정당 등에 따른 투표 성향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부유층일수록 EU 잔류를 지지하고, 노년층일수록 탈퇴를 원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런던에 EU 잔류파가 많은 반면 중동부는 브렉시트파가 많으며, 북서부는 우열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계층별, 지역별 갈등 양상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한편,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브렉시트 지지율이 상승하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Ⅰ.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따른 경제적 영향

 

 
1. 근소한 차이로 브렉시트 부결 시 후유증 남아

 
영국 정부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큰 표 차이로 브렉시트가 부결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EU 잔류에 대한 투표율이 70%대 이상을 기록할 경우 향후 브렉시트 요구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2월부터 투표일까지 브렉시트 여부를 둘러싸고 증폭됐던 불확실성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면서 런던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고 파운드화는 당분간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또한 역내 자유무역이 유지되고 서비스, 자본, 노동 등의 자유이동도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다. 세계경제에 드리웠던 영국발 불확실성이 소멸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국제투자가들은 투자 리스크 부담을 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인도, 미국 등과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상에서 영국의 이탈 없이 완전체로서의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지만 브렉시트가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는 경우에는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지지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무시할 수 없는 브렉시트 지지층이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향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재요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확실히 제거되지 않게 됨에 따라 영국의 금융센터로서의 지위, 투자매력도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손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영국발 불안요인이 상존하게 되면서, 다른 악재들과 결합된 형태로 주식 및 환율시장의 안정을 해칠 것으로 보인다.

 
2. 브렉시트 결정시 파급효과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일시적으로 급격히 불확실성이 고조되어 국제투자자들이 동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사태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브렉시트 이후 사태의 추이가 주목되는 가운데 영국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현재 33bp에서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증시뿐 아니라 유럽 증시의 단기적인 폭락세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브렉시트의 진앙지인 영국 경제는 시일이 지날수록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재무부의 분석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향후 15년뒤 실질 GDP 규모는 EU에 잔류했을 경우에 대비하여 3.8~7.5% 감소하며 일인당 GDP 역시 1,100~2,100 파운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재무부 외에 세계주요 경제기관들 역시 브렉시트 이후 10~15년에 걸쳐 영국경제가 후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표 1> 참조).

 
영국경제는 브렉시트 이후 교역, 자본, 금융시장 그리고 인력 유입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으로는 유럽연합과의 교역이 위축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와 기술 및 생산성 향상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빠르게 증가한 이민자 유입 역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지지파들의 핵심 주장대로 EU로부터 이민을 제한하자는 여론이 강해지는 데다가, 이민자들도 영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이민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영국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 유입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불확실성 확대로 영국 금융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예상된다. 파운드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상승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OECD는 해외 자금 유입 둔화는 물론이고 유럽연합과의 교역위축에 따른 상품 및 서비스 수출 부진으로 영국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7%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연합 탈퇴를 통해 영국은 분담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으나 이는 GDP의 0.4%에 불과하며 오히려 영국 성장률이 하락함에 따라 재정부담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영국의 노동시장이나 상품시장 규제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매우 유연한 수준으로 브렉시트를 단행한다고 해도 규제 완화를 통한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① EU와의 관계 재설정 필요

 
2년 이내 EU와 재협상 거쳐서 향후 거취 결정

 
오는 6월 23일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영국은 2년 이내에 EU와 재협상을 벌여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EU의 사실상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는 탈퇴 협상이 2년에 걸쳐 이뤄질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하루 아침에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2년 내 재협상이 실패하면 그 시점부터 탈퇴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U 회원국의 탈퇴권은 지난 2009년부터 발효 중인 리스본 조약에서 처음 인정되었는데, 영국의 탈퇴가 이뤄지면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 대신 유럽위원회와 탈퇴국 모두 협상 연장을 원할 경우에 한해서 2년 이상에 걸친 협상도 가능하다. 영국과 EU의 협상방식과 쟁점 사안이 쉽게 합의되지 않으면 재협상에 10년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협상에 있어서 영국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주권을 되찾기 위해 EU를 탈퇴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 국방, 치안, 국경문제 등에서는 EU와 독립적이어야 하고,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EU단일시장(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의 역내 자유이동)에는 최대한 참여하는 것이다.

 
결국 영국은 EU와 단일시장에 국한된 재협상에 주력할 것이며, 이 경우 채택할 수 있는 옵션은  노르웨이 방식과 스위스 방식이 될 전망이다. EU 회원국이 아니면서 단일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위스 방식에 비해서 노르웨이 방식이 보다 포괄적이다. EU내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 이동까지 자유화된다. 노르웨이는 북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으로서 EU와 EFTA가 체결한 유럽경제지역(EEA)의 혜택을 입고 있다.

 
이에 비해 스위스는 EU와 120여개의 쌍무협정들을 체결하여 상품이동의 자유화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부분의 쌍무협정들은 지난 1992년 스위스가 EEA 회원국에서 탈퇴한 후에 맺어졌다. 스위스 방식의 단점은 서비스 이동 자유화가 보장되지 않아 서비스 무역 비중이 높은 영국에게 실익이 적다는 것이다. 영국 금융사들은 스위스 방식대로라면 EU 접근이 차단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와 통합성이 낮을수록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

 
영국의 싱크탱크 업체인 글로벌 카운슬(Global Counsel)사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와의 관계에 대해서 통합의 긴밀도에 따른 5개 모델로 나눠 가능성을 살펴 봤다(<표 2> 참조). 기존 EU 모델과 비교하여 EU와의 통합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노르웨이 모델부터 가장 통합성이 낮은 최혜국 대우 모델에 이르는 5단계를 상정한 것이다.

 
노르웨이 모델은 단일시장에 대해 완전한 접근이 가능하여 영국의 경제적 피해가 미미하지만, 반대 급부로 EU규제에 예속된다. 그렇다면 당장 EU를 탈퇴한 정치적 명분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EU와 재협상 없이 WTO 최혜국 대우를 받는 방안도 무리수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유럽단일시장에서 누렸던 무역-투자에서의 혜택이 전혀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카운슬사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스위스 방식이다. 영국이 필요한 분야에서 EU와 쌍무협정을 체결하며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럽통합을 원하는 EU 입장에서는 매력도가 많이 떨어지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위스 방식으로 가게 될 경우 쌍무협상 과정이 길어져서, EU와의 관계 재설정에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② 무역 자유화에 역행

 
브렉시트 이후 무관세 수입 비중 20.6%포인트 감소예상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의 무관세 교역 비중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EU 단일시장에서 완전 무관세였던 역내무역과 FTA 체결국과의 무관세 교역이 관세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EU와 기존에 FTA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있는 미국, 중국 등의 나라들과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관세율 변동이 없고 교역규모가 축소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영국의 전체 교역에서 무관세 수입 비중은 브렉시트 이전의 90.1%에서 이후에는 69.5%로 20.6% 포인트 감소할 전망이다(<표 3> 참조).

 
특히 EU와의 역내교역에서 누려 왔던 무관세 혜택이 상실되고 최혜국대우 관세율로 대체되면서 타격이 클 전망이다. 이 경우 영국과 EU와의 2015년 기준 교역규모인 5,111억 달러에서 30.2%에 달하는 1,542억 달러 상당의 교역에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를 위시한 FTA 체결국들과 영국의 교역에서도 새로운 FTA 협정이 맺어지지 않는다면 연간 359억 달러의 교역에 대해서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한편 EU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 중국, 인도 등의 지역과 영국의 교역에서는 단시일 내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지 않지만 중기적으로 EU의 FTA 체결이 늘어나게 되면 상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관세철폐에 따른 무역확대의 긍정적 효과가 영국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영국은 비FTA 국가와의 교역에서 평균적으로 69.5%(수입금액 기준)에 대해서 무관세율을 적용했는데, 주요 교역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의 교역에 대해서는 각각 49%, 43.6%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향후 관세철폐의 여지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중기적으로 수입물가 상승 우려

 
브렉시트 이전 영국의 수입에서 관세가 적용됐던 569억달러(수입의 9.9%) 규모는 브렉시트 이후 1,760억 달러(수입의 30.5%)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른 영국의 평균실효관세율인 1.51%를 적용하면 관세증가분은 약 1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관세 수입은 정부에 귀속되므로 교역규모에 변동이 없다고 했을 때 영국정부는 단기적으로 관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관세가 적용되는 수출액이 475억 달러에서 1,186억 달러로 느는데, 세계평균 관세율인 2.88%를 감안하면 약 20억 달러의 관세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수입가격이 관세증가에 따라 비싸지면서 영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며, 영국 제품을 수입하는 세계 소비자 역시 영국 수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을 줄이거나 수입선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관세부과는 무역자유화의 반대 개념으로서 무역창출보다는 무역전환을 야기하여 해당국의 이익을 줄이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편 브렉시트 이후 중기적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에는 영국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강화되어 관세인상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을 상쇄할 수 있겠지만, 영국의 수입 측면에서는 관세인상에 더해 환율요인까지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키면서 소비자 후생을 더욱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③ 투자대상지로서 매력도 감소

 
브렉시트 이후 투자 측면에서도 영국에게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영국은 유럽내 최고의 외국인직접투자(FDI) 대상지로서 위상을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영국에 대한 FDI 실적은 투자건수로는 887건, 금액으로는 350억 달러를 기록, 유럽 내에서 1위를 차지했다(<그림 2>,<그림 3> 참조).

 
영국의 FDI 투자 잔고는 2014년에 1조 파운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대 투자국은 미국으로 27%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어 네덜란드가 15%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영국이 같은 영어를 쓰는 국가이면서 EU회원국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 영국 투자를 늘려왔다고 할 수 있다.

 
브렉시트 발생시 영국은 EU 진출의 교두보로서 매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외국인직접투자액(누적 기준)도 1조 파운드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EU시장과 연계성이 큰 제조업, 금융서비스업, ICT 등에서 외국인직접투자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FDI 투자에 의한 고용창출 측면에서는 브렉시트에 따른 투자감소가 곧 고용감소로 직결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무역투자청(UKTI)에 따르면 지난 2014/15년도 FDI 유입에 따른 고용창출이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표 4> 참조). 만약 FDI 투자가 20%만 감소하더라도 약 2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④ 흔들리는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지위

 
영국 금융산업은 GDP의 7.6%, 고용의 4%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EU회원국에 비해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그림 4> 참조). 금융서비스 교역도 활발하다. 금융 서비스 수출은 GDP의 2.5%로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EU 내에서 영국은 헤지펀드 거래의 85%, 외환거래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유럽 금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EU 금융시장의 기본법은 MiFID (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로 유럽연합 내 어느 한 국가의 감독기관으로부터 설립인가와 감독을 받을 경우 여타 회원국에 지점을 개설할 시 해당국 기관의 추가 인가가 필요하지 않다. 이를 동일인 원칙 (Single Passport Rule)이라 부르며, 이러한 역내 교역의 편리성 덕분에 영국 금융 서비스 수출의 40%가 유럽연합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이 법안에 따라 영국 내에서 개설된 금융기관은 유럽연합 내 어떤 국가에서도 추가 인가 없이 영업이 가능하며 영국이 유럽연합 내 다른 지역에 비해 금융규제가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다수의 유럽 금융사들이 영국에 자회사를 설립한 뒤 역내 여러 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실현될 경우 영국 금융기관이 EU 회원국이 아닌 제 3국 기업이 되기 때문에 동일인 원칙 (Single Passport Rule)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며 이에 따라 금융서비스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2년 EU 이사회는 MiFID Ⅱ를 개정하여 EU 내에서 투자활동을 진행중인 비 EU 국적회사를 관장하는 법적체계를 형성하였으며 브렉시트 이후 이 법안에 맞는 조건을 2018년 1월까지 갖추지 못할 경우 영국내 설립된 금융사들이 EU역내에서 활동하는데 별도의 허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금융사들은 역내 거래가 제한되므로 다른 유럽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 인력의 경우 공백이 우려된다. 현재 런던 내 금융거래의 중심인 더 시티(The City) 지역에는 약 8만여 명의 EU 국적 소지자가 활동 중에 있는데 브렉시트 단행시 유럽연합 내에서 누릴 수 있던 복지혜택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은 룩셈부르크 등 다른 역내 금융허브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역내 금융 서비스 중 일부에 대해 접근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금융인력 이탈 유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산업의 경우 인적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향후 인력 이탈은 런던이 유럽 내 금융 허브로서 누리던 지위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⑤ 파운드화와 유로화 동시 약세 전망

 
지난해 연말 이후 미국 금리인상과 브렉시트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영국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30bp 수준으로 연초 19bp대에서 11bp 이상 올랐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당시에도 영국 CDS 프리미엄은 20bp에서 30bp가까이로 빠르게 상승한 바 있다.

 
브렉시트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파운드화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런던의 금융허브로서 위상이 흔들릴 경우 투자자금 유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는 올해 초 4% 이상 급락한 바 있다(<그림 5> 참조). 국민투표까지 파운드화 가치는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며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자본이탈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잔류하는 것으로 결정되더라도 향후 다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영국으로서는 새로운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이 추가된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온 파운드화는 최근 리스크 확대로 신흥국 통화와 유사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유로화 역시 동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영국에 대한 유로존의 포트폴리오 투자는 GDP의 11%에 달해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유로존 국가들의 투자 수익률 역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은행은 13.2%, 아일랜드 6.4% 등 주요국 은행의 영국 익스포져 역시 상당한 수준이어서 시장불안이 예상된다. 유럽경기 위축을 우려한 ECB가 양적완화 기간을 연장하고 한도확대를 통해 대응할 경우 유로화와 파운드화 동반 약세가 진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1.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높은 편으로 브렉시트가 상당 기간 동안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올해 1~4월 우리나라 주식 4천 2백억원을 순매수 했으며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 2조 8천억원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이다. 특히 3~4월에는 전체 외국인 주식매입의 1/3을 차지하는 1조 8천억원의 국내 주식이 영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순매수 되었다. 매수와 매도 금액을 합산한 거래기준으로는 34%를 차지해 올해 우리나라에 투자한 국가 중 가장 활발한 거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그림 6> 참조).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의 직접 유출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해외 자금의 유출이 우려된다. 영국 익스포져가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외국인 순매도에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2. 영국과의 FTA협정 별도 진행해야

 
영국이 EU 회원국이었던 때 EU와 다른 나라들 사이에 발효됐던 자유무역협정(FTA)들도 브렉시트 이후에는 영국에게 해당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영국이 EU와 단일시장 접근을 위한 재협상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EU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FTA 체결국들과 별도의 협상을 거쳐야 한다(<표 5> 참조).

 
영국의 수입에서 FTA체결국(EU 제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11.5%, 금액으로는 665억 달러에 달한다. 노르웨이와 스위스의 대영 수출이 각각 212억 달러, 129억 달러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4번째로 큰 73억 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그림 7> 참조). 영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의 비중은 1.3%에 그치지만 비교 대상을 EU를 제외한 FTA체결국들로 한정해 보면 4위에 해당될 만큼 중요도가 커진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영국은 무역흑자 대상국으로 의미를 가진다. 지난 2015년에 기록된 12억 6천만 달러의 대영 무역흑자는 직전 3년간의 적자에서 탈피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그림 8> 참조).

 
한국 입장에서는 영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누리고 있는 만큼 FTA 재협상을 한다면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전망이다. 기존 EU와의 FTA협상 경험과 체결된 협정문이 재협상 시 좋은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브렉시트 이후 한국과 영국의 무역규모는 중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국의 GDP가 감소하게 되면 연쇄적으로 수입규모도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국과 영국간 FTA 재협상의 결과가 EU와의 FTA 수준보다 낮을 경우 무역전환 효과가 발생하면서 영국과의 교역규모는 EU와의 FTA협정 체결 이전의 100억 달러 미만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양국간 교역 규모는 135억 1,700만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3. 유럽투자 관문으로서의 중요성 낮아지고 리스크 높아져

 
영국은 우리나라의 유럽투자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투자대상국이다(<표 6> 참조). 유럽대륙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에 대한 투자액인 43억 5천만 달러보다 2.4배 많은 103억 달러(누적 기준)가 영국에 투자되어 있다. 브렉시트가 발생하여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환경이 악화된다면 기존 투자의 리스크가 높아지고 신규투자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영국에 대한 투자업종으로는 광업이 44억 8천만 달러를 기록하여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1년 석유공사가 영국의 석유탐사업체인 다나(Dana)사를 35억 달러에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표 7> 참조). 그 뒤를 이어 부동산, 도소매, 제조업, 금융보험업 등이 주요 진출업종들로 분류되며, 영국 내수시장을 노리는 목적 이외에도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투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국이 세계 3대 금융센터로 자리잡고 있어서 우리의 금융보험업 투자가 집중됐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상은 다소 다르다. 우리나라의 금융보험업 투자대상국 가운데 1위는 미국으로 69억 3천만 달러(누적 기준)가 투자됐으며 유럽에서는 벨기에가 영국을 제치고 11억 9천만 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영국은 금융업종에서 우리의 7위 투자대상국이다(<그림 9> 참조). 공식적인 통계대로라면 브렉시트가 이뤄지더라도 우리나라의 영국에 대한 금융투자에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은 통계를 감안하면 영국으로의 금융투자는 공식 통계치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해외 금융업 투자 가운데 조세회피처인 케이만 군도에 대한 투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데, 케이만이 영국령 국가라는 점에서 상당 금액은 영국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Ⅲ. 맺음말

 

 
불확실성의 완전한 해소 어려울 듯

 
영국의 브렉시트 우려로 촉발된 불확실성은 국민투표가 EU 잔류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기 전에는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근소한 차이의 브렉시트 저지는 캐머런 총리 진영에게 책임론을 묻게 될 것이며,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에는 영국과 EU와의 관계가 어떻게 재설정될 지를 놓고 새로운 불확실성이 생겨날 전망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되어 2년 이내에 영국과 EU와의 재협상이 타결된다면, 불확실성의 폭은 상당히 축소될 수 있다. EU회원국으로서 누렸던 경제적 지위는 약화되겠지만 새로이 설정될 EU와의 협력관계 속에서 영국의 역할이 규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인력의 이동, 국경통제, 역내 공동치안 및 국방 등에서는 독립성을 확보하겠지만 무역과 투자, 서비스 등에서는 역내이동의 자유화를 확보하기 위해 EU규제에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U와의 재협상이 분야별 쌍무협상으로 가는 경우에는 협상기간이 2년 이상, 길게는 10년 정도 소요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상존하게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영국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EU체제의 결속에도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이전 EU 체제에서 큰 축을 담당했던 영국이 빠지면서 유럽의 정치경제적 역학 관계에 변화가 생겨나고 일부 회원국에서는 유럽회의주의(Euroscepticism)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대륙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되어 EU체제의 결속을 도모하겠지만, 통합추진 속도는 이전에 비해서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제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 우려

 
영국경제는 15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브렉시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U와의 교역 둔화로 수출 부진이 예상되며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서의 역할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인투자 유입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의 역내 거래가 제한되면서 유럽 금융시장의 허브였던 런던의 더 시티 (The City)의 위상 역시 추락할 수도 있다. 파운드화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있다.

 
브렉시트는 EU경제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 자금이탈과 영국의 對EU 수입 감소로 유럽연합 내수 위축이 우려된다. 주요기관에서는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지표 악화와 교역 감소 등으로 인해 2017년까지 EU 실질 경제성장률이 0.5%~2.0%p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U 수출입이 감소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및 아시아 공업국까지 경기 부진의 여파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더욱이 영국 및 유럽연합이 제3국과 맺은 50여 개의 특혜무역협정을 2년이라는 협상기한 내 재협상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브렉시트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제 3국과의 경제관계에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역시 브렉시트로 세계교역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과 영국과 교역에서의 관세부담 확대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나아가서 세계경제질서 변화에 대비해야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주권국가로서 영국이 EU체제 내에 존속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됐다. 지난 2차대전 이후 유럽통합의 심화와 확대 과정이 큰 거부감 없이 진행되었다고 여겨졌지만, 이면에서는 통합에 대한 의구심 역시 존재했던 것이다.

 
현재 영국의 경제적 상황이 좋았다면, 그리고 EU체제 내에서 누리는 혜택이 분담금 부담보다 컸다면 브렉시트 논의는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영국을 비롯한 EU 국가들의 저성장세가 지속되는데다 EU 이민자들이 영국 내 복지 및 일자리에서 경쟁하게 됨에 따라 극단적인 탈퇴 논의가 국민투표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브렉시트의 결정 여부와 상관없이 EU체제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주도했던 미국-중국-EU의 3각체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선진국 경제권에서 EU의 입지가 약화됨에 따라 미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유로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도 강해질 것이다.

 
우리는 영국에서 시작된 브렉시트 논의가 세계경제질서 변화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상황들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브렉시트가 발생하여 영국과 EU의 투자환경 변화가 급속히 이뤄질 경우 후속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무역에서는 영국과의 FTA 협상전략을 미리 구상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미국금리인상, 국제유가 급변 등의 다른 요인들로 인해서 세계경제의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상시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를 갖추고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끝>



내국인의 해외투자자금, 대외충격 완화에 주요 변수로
이창선 | 2016.06.14
대외충격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최근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중국경제 불안, 미국 금리인상 등 최근 발생하는 대외충격들이 우리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내국인 해외투자의 유출입이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고는 있다. 하지만 국내문제로 비롯되는 경제충격일 경우에는 내국인 해외투자의 안정화 효과가 발휘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규모 자본이탈로 인해 크게 흔들렸던 국내금융시장이 이후에도 유럽재정위기와 중국 경제불안 등 크고 작은 대외충격에 시달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도 미국의 2번째 금리인상 여부 및 브렉시트(Brexit)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투자자금의 흐름과 금융변수의 움직임을 뒤흔드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국내금융시장이 영향 받는 모습이 여전한 가운데 일부 변화의 모습도 나타난다. 우선 외환보유액 확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크게 높아진 대외 건전성을 배경으로 글로벌 충격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과 국내금융 불안 정도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주식 외에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주식과 더불어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의 유출입이 채권시장을 비롯한 국내금융시장의 또 다른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입 뿐만 아니라 해외투자를 위한 국내투자자금의 유출입도 과거와 다르게 국내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대외투자가 경상수지 흑자 누적으로 크게 늘어나 이제는 외국인 투자 규모를 넘어선 상태이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외국인의 국내투자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이 있는지 또는 다르게 움직이는 지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외충격 따른 외국인자금 이탈 규모, 최근 다시 확대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 시기에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과 이로 인한 금융 불안을 심하게 겪은 신흥국 중의 하나였다. 2008년 3분기~2009년 1분기 기간 중에 이탈한 외국인 투자자금(증권 및 기타투자) 규모는 모두 554억달러에 달한다(<표 1> 참조). 이로 인해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이 급등했다.

 
이후 외환건전성이 개선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면서 대외충격 발생 시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와 금융시장 불안 정도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2010년 5월의 그리스 구제금융과 2011년 6월의 2차 그리스 구제금융,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외국인 자금이 일시적으로 이탈했으나 충격이 해소되면 다시 빠르게 재유입되었다. 그 결과 해당 충격이 발생한 분기 전체적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난다. 2013년 5월 당시 미연준 의장이었던 버냉키가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면서 촉발된 긴축발작(Taper Tantrum) 기간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비교적 컸다.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으로 인해 취약 신흥국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되던 2013년 3분기에는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그림 1> 참조). 지난해 8월 위안화의 급속한 절하와 12월의 미국 금리인상 충격이 외국인 자금 이탈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년 1~2월에도 중국 경제 불안이 불거지면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 규모가 134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이탈된 자금 규모와 비슷했다.

 
대외충격 중에서 유럽재정위기나 여타 신흥국 경제불안 시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 면에서 우리나라가 받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3,7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과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최고 등급에 불과 두단계 아래 수준으로 높아진 국가신용등급 등 크게 개선된 대외건전성이 높게 평가받은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양호한 대외건전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에 미칠 충격이 큰 중국경제 불안과 미국 금리인상 충격에 대해서는 외국인 자금이 민감히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주요 신흥국 비해서도 외국인자금 이탈 규모 커

 
국내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의 변화는 주요 신흥국과 비교하더라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규모가 큰 25개 주요 신흥국의 GDP 대비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를 비교해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우리나라로부터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여타 신흥국이 비해 훨씬 크게 나타난다. 2008년 3분기~2009년 1분기 기간 중 GDP 대비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 자금의 이탈 규모가 우리나라의 경우 -5.5%여서 주요 신흥국의 -1.5%에 비해 훨씬 크다(<표 2> 참조).

 
이후 그리스 구제금융이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 시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여타 신흥국과 비교해서 두드러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버냉키 쇼크 시에는 주요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GDP 대비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다. 뒤이은 신흥국 쇼크에는 여타 국가들과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비슷한 정도다. 지난해 여름 발생한 중국경제 불안이나 미국 금리인상 시기에는 다시 주요 신흥국에 비해 우리나라로부터 자금이탈 규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경제 불안 시 우리나라로부터 자금이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것은 우리나라가 여타 신흥국에 비해 중국경제 침체에 따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 때문일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외국인 자금의 반응이 우리나라에서 더욱 민감하게 나타난 것은 미국과의 금리차가 여타 신흥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크게 좁혀져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줄어들던 원화가치 하락 폭, 최근 다시 커져

 
최근 들어 대외충격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규모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은 환율 변화에서도 유사하게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표 3> 참조). 글로벌 위기 당시에는 우리나라 원화가치 하락 폭이 주요 신흥국 평균에 비해 높았다. 사실상 신흥국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했다. 외국인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의 하나였던 셈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시에도 원화가치 하락폭이 컸다. 이후 버냉키, 신흥국 쇼크 중에는 원화가치의 하락 폭이 신흥국 중에서 두드러진 편은 아니었고 신흥국 쇼크 기간 중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화가치를 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위안화 쇼크 및 중국경제 불안 등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로벌 충격이 빈번해지면서 주요 신흥국의 평균 수준에 비해 원화가치의 하락 폭이 커지는 추세이다.

 
외국인 채권 자금 유출입, 주식에 비해 안정적

 
그 동안 꾸준히 증가된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대외충격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그에 따라 채권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 지도 관심사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 9월~2009년 3월 기간 동안에는 외국인 채권투자 순유출 금액이 15조원에 달해 주식투자 순매도 금액인 13.2조원을 상회했다. 글로벌 위기 직전 차익거래 기회를 배경으로 크게 늘어난 채권투자자금이 글로벌 위기 직후 국내 채권에 대한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대거 이탈한 것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늘어난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중에서는 연기금이나 아시아 지역의 중앙은행 등을 중심으로 장기 보유 목적으로 유입된 자금들이 적지 않다. 외환건전성 개선, 낮은 정부부채 비율 등으로 배경으로 원화 국채의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원화자산을 일부 편입하려는 것이다. 원화가치 급락이나 국내 채권에 대한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한, 일시에 대거 빠져나갈 자금들은 아니다.

 
실제로 채권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된 충격에 대해서도 2010년 11~12월 중 미국 장기금리 상승 시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에 비해 채권의 경우 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관찰된다. 그런데 지난해 이후 중국경제불안과 미국 금리인상 시기에는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의 이탈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4> 참조).

 

채권자금 유출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주가 하락, 금리 상승 요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금리의 경우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주식의 경우는 대외충격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시기에 거의 예외 없이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채권의 경우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 여부와 채권금리간의 상관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표 4> 참조).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나 지난해 8월 위안화 쇼크, 그리고 금년 1~2월 중국경제 불안 시기에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대거 이탈했지만 채권금리는 하락했다. 채권의 경우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 여부보다는 대외충격의 성격에 따라 영향이 좌우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신흥국 및 중국 경제불안이나 유럽재정위기와 같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충격이 발생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국채금리는 하락압력을 받는다.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본국으로 이탈하더라도 국내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서 국채 매입을 늘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냉키 쇼크나 미국 정책금리 인상, 미국 장기금리 상승 등과 같은 충격이 발생한 경우에는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출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금리는 상승압력을 받는다. 국제금리가 상승하는 것과 일치되게 국내금리도 움직이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동향보다는 국제금리에 대한 국내금리의 동조화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이 6% 수준에 불과하여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비중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29%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 동향에 따라 국내주가가 크게 영향받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내국인 해외투자, 시장 변화 요인으로서 중요해져

 
대외충격이 발생했을 때 선진국, 신흥국을 막론하고 해외에 투자된 자금이 본국으로 회귀하려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 불안정성이 높아졌을 때에는 자국통화로 표시된 자산이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외국인 투자와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하다. 즉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많을 때 내국인의 해외투자도 많아진다. 반면에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줄어들거나 유출될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줄어들거나 국내로 회수된다. 1995년 1분기~2015년 4분기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와 내국인의 해외투자간의 상관계수가 일본과 미국 모두 -0.87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외충격이 발생했을 때 달러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해외투자된 자산이 회수되는 현상과도 관련이 깊다.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의 경우에는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을 중시하고 해외 투자된 국내투자자금의 동향에는 덜 관심을 기울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공적 외환보유액 외에 해외에 투자된 민간자산이 많지 않았던 데다, 과거에는 글로벌 충격이 주로 신흥국의 외환위기로부터 발생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외환위기를 유발하는 자본도피(capital flight) 여부 차원에서 내국인의 움직임이 주목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신흥국들도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의 결과 외환보유액과 더불어 민간부문이 보유하는 해외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재정위기에서 보듯이 글로벌 충격이 선진국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위기 이후 민간부문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최근에는 대외투자 규모가 외국인의 국내투자 규모를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2> 참조). 또한 해외투자 중에서 공적 외환보유액보다 민간의 해외투자 규모가 더 커졌다(<그림 3> 참조). 외국인 자금 뿐만 아니라 내국인의 해외투자 움직임도 중요해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때 국내자금의 해외자산 매입이 늘어나면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증폭될 수 있다. 반면 대외충격이 발생할 때 안전자산 선호로 해외투자자금이 본국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신흥국에서도 나타난다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에 따른 충격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내국인 해외투자자금이 외국인 자금 이탈 충격 완화

 
증권과 대출을 통한 외국인 투자와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995년 1분기~2015년 4분기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와 내국인 해외투자간의 상관계수는 -0.52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신흥국도 외국인 투자와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2000년대 이후 보다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난다(<표 5> 참조).

 
대외충격이 발생하여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때 해외 투자된 자금이 국내로 환수되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안정화 효과는 일본, 미국에서와 달리 신흥국과 우리나라 경우에는 뚜렷하지는 않다(<그림 4> 참조). 특히 주요 신흥국의 경우에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해외투자가 줄어드는 정도이지 해외에서 본국으로 회수될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충격이 발생하여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때 해외 투자된 중권 및 기타투자 자금이 국내로 환수되는 경향은 지난 2008년에 뚜렷했을 뿐 여타의 경우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대외충격 발생 시기에 해외투자 규모가 직전 시기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모습은 나타난다. 간접적인 안정화 효과는 존재하는 셈이다(<표 6> 참조).

 
대내충격 불거지지 않도록 유의

 
현재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크고 작은 충격들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은 목전으로 다가온 브렉시트(Brexit) 여부에 대한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최근 5월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되면서 후퇴하는 듯한 미국 금리인상도 고용지표가 다시 호전 추세로 전환되면 다시 부각되면서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안화의 빠른 절하 가능성 및 중국경제의 급속한 위축 등도 잠재적인 충격 요인이다. 그 밖에도 최근 잠잠해진 상태이지만 유럽재정위기와 취약 신흥국의 금융 불안 재연 가능성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과거 대외충격의 성격에 따라 나타난 외국인 투자자금 및 금융시장의 반응 패턴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자금유출이 발생하고 주가하락, 환율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금리는 하락할 수 있으며, 외국인 자금 유출도 장기화되기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이 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외국인 자금 유출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 효과 외에도 국내외금리의 동조화 현상을 통해 국내 시중금리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되는 것이다. 아울러 위안화 및 중국경제의 불안은 외국인 자금이탈과 국내금융시장의 불안 면에서 우리로서는 가장 우려되는 충격일 것이다.

 
대외충격이 발생하여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더라도 그 규모가 크지 않고 단기간에 그치는 정도라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통화가치 상승 압력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의 자본유출은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금이탈 규모가 커지고 충격이 장기화되면 금융시장 및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외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민간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자산이 국내로 회수되면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에 따른 충격을 일부 완화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를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민간의 해외보유 자산이 대외충격을 완화해 주는 안정화 기능성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다만 민간투자자들이 대외충격이 발생했을 때 해외보유자산을 매각하고 투자자금을 국내로 회수하면서 손실을 감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장기 투자를 통해서 손실을 복구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기회가 사라진 것과 같다는 점에서 대외충격 시 해외자산 회수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또한 대외충격의 성격에 따라 민간 해외보유자산의 자본유출입 안정화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글로벌 위기 이후 발생한 경제적 충격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발생한 충격이었다. 국내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보유 자산을 일시적으로라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이나 북한리스크가 불거지는 경우에는 국내투자자의 해외자산 보유 성향이 강해질 수도 있다. 앞으로 본격화될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안전성 문제를 비롯하여 국내 금융불안이 확산되거나 경제, 금융 충격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