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농업이 첨단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일취월장7 2016. 7. 28. 10:15
농업이 첨단 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임지아 | 2016.07.27


2차 세계대전 후 품종 개량, 비료와 작물보호제의 사용으로 농업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1950년 이후 세계 인구가 3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도 세계 식량 사정은 오히려 나아졌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쌀, 밀, 등 주요 농산물의 수확률 상승세가 정체되고 있고 작물보호제에 대한 내성 증가, 산업화로 인한 경작지 감소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BT, IT 기술과 융합하며 농업은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BT기술은 종자 개발에서, IT기술은 재배 농법에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종자 개발에서는 DNA 마커 육종과 CRISPR/cas9(제3세대 유전자 가위)이 주목 받고 있다. DNA 마커 육종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육종 기술로서 종자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CRISPR/cas9은 종전의 유전자 가위기술에 비해 정확성, 시간, 비용 측면에 획기적으로 발전하였으며, 유전자 변형기술에 대한 우려를 크게 줄이는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CRISPR/cas9이 발견된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관련 연구와 새로운 시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재배 농법에서는 정밀농업이 최근 IT 기술의 발전으로 본격적으로 비상을 시작하고 있다. 정밀농업은 물·비료 등을 가장 적절할 때,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양을 투입함으로써 작물의 품질과 수확을 최대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성 증대 뿐 아니라 물, 비료, 작물보호제 등 자원이 불필요하게 투입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원가절감은 물론 환경오염과 자원낭비를 줄일 수 있다. 센서 기술과 카메라 영상기술, 드론 기술,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처리기술, 로봇 및 인공지능은 제곱미터(㎡) 단위 혹은 그 이하 단위로 세분화된 경작지별,  그리고 개별 작물별 맞춤형 농업이 가능한 시대를 열고 있다. Monsanto 등 종자·농화학업체, John Deere 등 농기계업체 뿐 아니라 드론 및 데이터 처리 관련 스타트업들이 정밀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CRISPR/cas9는 많은 혁신들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밀농업은 예상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거의 없다. 자금이 많은 거대 기업들과 국가적 프로젝트로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대규모 농지 뿐만 아니라 중소형 농가, 제 3세계에도 적용범위가 확산될 수 있고 환경보호 등으로 지속가능농업의 기초가 될 수 있다. Low Tech 산업으로 여겨지던 농업은 IT, BT 기술의 날개를 달고 첨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그 시작일 뿐이다.

 

 
< 목 차 >

 
1. 높아지는 농업에 대한 관심 
2. 녹색혁명, 그 이후  
3. BT, IT 기술로 새롭게 열리고 있는 가능성  
4. 농업, 첨단 산업으로의 진화

 

 
1. 높아지는 농업에 대한 관심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정지용의 ‘향수’ -

 
시인 정지용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가로운 농촌의 풍경으로 묘사했다. 시를 읽다 보면 농촌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도 ‘향수’라는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살랑이는 가을 바람에 찰랑거리며 금빛 햇살을 쏟아내는 논, 수확을 앞둔 농부의 흐뭇한 웃음이 그려지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최근 세계 농업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심상치 않다. 2016년 2월, 중국 석유화학업체인 켐차이나(Chemchina, 중국화공)가 세계 최대 작물보호제업체이자 3위 종자업체인 스위스의 신젠타(Syngenta)를 430억 달러에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 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또한 농화학·종자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합병 발표를 한 미국 석유화학회사인 다우케미칼(Dow Chemical)과 듀폰(DuPont)은 올해 말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다우·듀폰 합병법인은 농화학·종자 분야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화학회사 바이엘(Bayer)은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몬산토(Monsanto)를 인수하려고 노력 중이다.

 
노무라 증권은 글로벌 농화학·종자 산업 규모가 2014년 1000억 달러에서 2020년 1400억 달러 이상으로 연간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세계 IT 기업들의 농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농업 전문 조사기관인 애그펀더(AgFunder)는 2014년 전세계적으로 농업에 23억 6000만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22억6000만 달러, 2015년 전체적으로는 4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농업은 향후 가장 유망한 산업 중 하나”라고 말했으며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향후 10년간 가장 유망한 6개 투자 분야의 하나로 농업을 선정했다. 농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2. 녹색혁명, 그 이후

 

 
‘어떻게 하면 제한된 경작지 내에서 가능한 많은 양의 작물을 수확할 수 있을까?’

 
인류가 이 땅에서 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도전해 온 과제이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풍요를 누리게 된 것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불과 수십 년에 불과하다. 세계 인구는 2차 대전 이후에만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1950년 25억 명 정도이던 세계 인구는 현재 73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식량 상황은 오히려 나아졌다. 아직 건강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인구가 8억 명에 이르지만 대부분의 세계인은 식량 부족 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다. 가난과 굶주림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산업혁명과 농업 분야에서 시작된 녹색혁명 덕분에 해결될 수 있었다. 1960년대 같은 면적에서 재래종의 배 이상을 수확할 수 있는 쌀과 밀의 신품종이 필리핀과 멕시코에서 개발되었다. 신품종의 보급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비약적인 증산이 이루어졌다. 품종만 개발한다고 충분한 수확량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작물들이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관개 시설 등 농업 인프라가 구축되고 화학 비료와 작물보호제(농약)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비료와 작물보호제, 농기계의 사용으로 농산물의 단위 면적 당 생산량이 급증하였다.

 
인류의 주식인 쌀, 밀의 수확량은 엄청난 증가를 이루었지만, 1990년대 이후 수확량의 증가 속도는 급격히 둔화되어 최근 거의 정체 상태(yield plateau)를 보이고 있다. 수확증가가 정체 상태에 이르는 작물의 범위도 점점 넓어질 것이다. 이미 기후 변화와 개발 지역의 확산 등으로 작물의 재배 가능 지역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들도 많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글로벌 위기 관련 보고서에서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곡물의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UN의 발표에 의하면 세계 인구는 2050년에 약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의 인구 증가와 현재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인구,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득 계층의 증가 등을 고려하면 식량 생산은 2050년까지 70% 증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수확률과 재배 가능 지역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2050년까지 요구되는 식량 증산은 어려워 보인다. 수확 향상이 거의 정체되고 있으며, 온실 가스로 인한 기후 변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IPCC), 전세계의 농경지 면적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1인당 경작 가능 면적이 1970년 0.38ha였으나 2050년에는 0.15ha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상기온으로 인한 작물 생산량 감소 문제는 심각하다.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라 불리는 호주는 엘니뇨에 의한 가뭄으로 지난 10년 동안 작물 수확량이 절반이나 감소하였다. 가뭄, 태풍, 홍수 등 이상기온 현상이 잦아지면서 2020년이면 곡물 수확량은 17%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기관도 있다.

 

 
3. BT, IT 기술로 새롭게 열리고 있는 가능성

 

 
농업의 목표를 간단히 말하자면, 우수한 형질의 종자를 만들고 그 형질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BT, IT기술은 종자의 개발과 재배 농법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① DNA 마커, 유전자 가위

 
종자의 개발은 육종과 유전자 변형(GM) 방법으로 구분된다. 육종은 같은 종류의 작물을 서로 교배하여 좋은 형질의 작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우수한 품종 개발과 생산량 확대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육종은 작물을 재배한 후에야 목표한 형질이 잘 발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원하는 형질이 발현되지 않았다면 교배와 재배의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대부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원하는 형질의 작물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린다. 게다가 이미 육종으로 만든 종자가 많이 개발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개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정보가 해독되고 생물의 형질 속성과 유전자와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유전자 정보만으로도 작물의 형질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DNA 마커 육종 방식’이 도입되면서 품종 개발까지 걸리는 시간이 급격히 단축되고 있으며 성공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벼의 경우 평균 15년 걸리던 육종 기간이 DNA 마커 육종 방식의 도입을 통해 3~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유전자 변형은 더 적극적인 종자 개발 방식이다. 유전자 변형은 원하는 형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직접 이식하는 방식이다. 유전자 변형 종자는 1994년 상품화가 시작되어 현재는 옥수수, 콩, 면화 등에서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제초제 내성 작물과 해충 저항성 작물 등이 상용화되어 있으며 유전자 변형 시장 규모는 2000년 30억 달러 수준에서 현재는 190억 달러의 시장으로 발전했다. 유전자 변형 기술은 작물 수확량의 획기적인 증대를 가져 왔지만 인체와 환경에 줄 수 있는 위해성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와 부정적인 인식으로 주로 가축의 사료용 작물에 사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종자 개발에 혁명을 예고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3세대 유전자 가위인 CRISPR/cas9이다. CRISPR/cas9은 유전자 변형에 대한 우려를 줄이는 대안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유전자 변형은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이종 생물 유전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나 CRISPR/cas9은  조작 과정에서 외부 유전자가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낮다. 유전자 가위 1세대 기술인 징크핑거뉴클리아제와 2세대 기술인 탈렌은 단백질을 이용해 염기서열을 인식해 잘라냈지만 2012년 개발된 3세대 CRISPR/cas9은 유전물질인 RNA에 카스 9 단백질을 붙여 염기서열을 인식한다. 기존의 유전자 가위들에 비해 CRISPR/cas9은 보다 정확하게 원하는 유전자만을 잘라낼 수 있다. 또한 1세대와 2세대 기술은 유전자를 잘라내는데 길게는 수년이 걸렸으나 CRISPR/cas9은 며칠 만에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미국 버클리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독일 하노버대 엠마뉴엘 카펜디어 교수가 유전자 편집의 시간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인 CRISPR/cas9을 발견한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관련 연구와 새로운 시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다우드나 교수는 종전의 유전자 조작기술이 컴퓨터 하드웨어의 회로나 배선을 바꿔 새로운 성능을 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CRISPR/cas9은 소프트웨어의 수정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CRISPR/cas9은 간단하고 정확한 수정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생물 유전자 지도의 완성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 인공지능 등이 발전하고 각 유전자가 어떤 형질로 발현되는지에 대한 지식이 축적될수록 CRISPR/cas9은 급격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CRISPR/cas9을 통해 특정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여 간접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듀폰의 종자부문인 Pioneer는 유전자편집기술을 통해 밀이 자가수분(self-pollinating)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연구를 하고 있다. 타 개체와의 수분을 촉진하여 종자의 획일화를 막고 Hybrid종(순수한 계통의 품종 교배로 얻어진 잡종 제1세대)을 쉽게 만들게 하기 위해서다. Hybrid는 양친보다 성장, 수확량 등이 우수한 경우가 많으므로 현재 거의 모든 농작물은 Hybrid화가 진행되고 있다. CRISPR/cas9은 유전자 변형의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되지만 유전자 조작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완전히 해소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② 정밀농업

 
한 경작지라도 각 지점별로 수분, 양분 등 토양의 성질이 서로 다르다. 이에 따라 비슷한 지역에서 수확되는 농산물도 품질과 수확량이 다르다. 농촌진흥청이 논 0.9ha를 가로 12.5m, 세로 10m의 구획으로 나누어 제곱미터(㎡)당 벼의 수확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 601g에서 최저 341g로 차이가 발생하였다. 경작지 별로 토양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수분, 양분을 제공하면 수확량에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한 경작지에 일괄적으로 같은 양의 비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양분이 풍부한 곳에는 비료를 적게, 부족한 곳에는 비료를 많이 주는 식으로 위치 특성을 고려하여 자원의 투입량을 조절하면 적은 물과 비료, 작물보호제를 사용하고도 더 많은 산출을 기대할 수 있다. 정밀농업은 적은 자원으로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밀농업은 1980년대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1990년대 중반 GPS가 상용화되고, 최근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비로소 본격적인 비상을 시작하고 있다. 농기계와 위성, 드론에 장착된 센서와 카메라, 클라우드에 모아진 방대한 정보의 처리와 분석, 정교한 농기계와 로봇의 팔, 인공지능 등을 통해서 제곱미터(㎡) 단위, 혹은 그 이하의 단위로 세분화된 경작지별 그리고 개별 작물별 맞춤형 농업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농사를 짓는 동안 ‘어떤 작물을 언제 파종할 것인가?’, ‘작물보호제를 언제, 얼마나 줄 것인가?’ 등 40가지 이상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한 두 가지만 정확하게 이루어져도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밀농업의 과정

 
농부들은 논밭에 나가 작물의 생육 상태 등을 살피고 경험에 비추어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농사를 짓는다. 한 해의 농사가 끝나면 예년과 비교해 보고 다음 해는 어떤 작물을 심을지, 어떤 방법으로 농사 지을지 판단한다. 정밀농업 역시 이와 같은 관점에서 ‘관찰-처방-농작업-결과 분석’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관찰 : 여러 가지 센서와 카메라 등은 농부가 보지 못하고 놓치는 부분까지 정밀하게 관찰한다. 농경지·농기계에 센서를 부착하거나 토지에 매립하는 형태, 인공 위성·드론의 활용까지 그 형태는 다양하다. 땅 속에 심은 센서는 토양의 수분 또는 인·질소·칼륨의 양을 측정한다. 지상에서는 농기계에 설치된 센서 혹은 카메라로 작물의 성장 상태와 토양의 상태를 파악한다. 하늘의 드론 등은 작물의 잎에서 반사되는 광선의 파장을 분석하여 생육 상태와 잡초의 밀집도를 측정한다.

 
처방 : 센서, 카메라를 통해 입수한 정보와 영상은 GPS정보와 결합하여 전체 농지 정보로 재구성될 수 있다. 지하 센서에서 측정된 정보들은 토양의 물 투과성 분포지도가 될 수 있고 다양한 깊이에서 측정된 값들은 지하 물길의 흐름을 파악하게 해 줄 수도 있다. 지상과 공중에서 촬영되고 측정된 수치들로 전체 농지 작물의 생육상태와 잡초의 분포를 알 수 있다. 또한 추이 분석을 통해 생육 속도, 잡초 및 병충해의 확산 속도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치들을 식생지수(NDVI)법으로 해석하면 수확시기, 영양 상태, 수확량 예측이 가능하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빅데이터 시스템은 수집한 자료들을 분석하여 상황에 따라 어떤 대응을 해야할지 알려준다.

 
농작업 :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현장에서는 비료나 작물보호제 살포 등의 작업을 실시한다. 실제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상당 부분을 기계가 담당한다. 비료나 작물보호제 살포기 등 농기계는 클라우드에서 전송 받은 농지 지도와 연동하여 해당 지역에 알맞게 비료와 작물보호제의 양을 조절한다(VRT기술). 농기계에 장착된 센서에서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그때그때 최적의 처리를 수행하기도 한다.

 
결과 분석 : 농작업 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다음 해 농사 계획을 세우는데 반영한다. 농부가 작성한 일지는 물론 기록하지 못한 경험까지도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빅데이터로서 활용된다. 해가 지날수록 비료 및 작물 보호제의 사용량, 기후 정보와 작물 종류별 수확량과의 관련 정보도 누적되면서 농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기술의 적용 

펜실베니아대 비제이 쿠마르(Vijay Kumar) 교수는 2015년 Ted 강연에서 드론을 건물 안으로 보내 그 모습을 정밀하게 표현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드론이 작성한 지도를 보면 사람이 건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건물 안의 모습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쿠마르 교수는 강연에서 이 기술을 정밀 농업 분야에 우선적으로 실용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수원에 드론 편대(비행기 등이 짝을 지어 대형을 이루는 형태)를 비행시켜 모든 작물의 상태가 표시된 정밀 지도를 제작한다. 드론에는 일반 컬러 카메라 외에 적외선 카메라와 온도 감지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드론 편대가 나무 사이를 비행하면서 과수원의 모든 나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여 지도를 작성한다. 지도 작성 후, 모든 나무에 달린 과일 수를 세서 과수원의 수확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모든 나무의 잎사귀 양과 분포를 측정해서 얼마나 광합성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드론이 측정한 시각 정보와 적외선 정보를 결합하면 나무의 건강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NDVI, 식생지수)를 계산해 낼 수도 있다. 지상에서는 잘 관찰되지 않는 병충해를 공중에서 사전 감지할 수 있으며 각 나무의 상태에 따라 물·비료·작물보호제를 개별 처방할 수 있다. 따라서 농부가 일일이 작물을 들여다보고 관리하지 않아도 드론을 통해 개별 작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개인별로 건강 상태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맞춤형 의료처럼 드론을 통해 농작물도 작물별로 맞춤형 관리가 가능해진다.

 
쿠마르 교수 외에도 여러 기업 또는 실험실에서 드론을 통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드론 기술과 영상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미 많은 드론들이 정밀 농업에 투입되고 있다. 미국 Agribotix사의 Hornet은 자율적으로 비행을 하면서 상공에서 적외선 센서로 농작물의 생육 상태를 측정하며 농지를 비디오로 녹화하기도 한다. 미국 드론 및 항공 데이터 분석업체 PrecisionHawk사의 Lancaster는 시각 센서 뿐만 아니라 열적외선, 다중스펙트럼, 초분광센서, LiDAR 등 다양한 기술을 동원한다. PrecisionHawk가 작물을 분석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다중스펙트럼 형상을 통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그 이상을 감지한다. 농장 균일성 알고리즘은 작물의 상대적 밀도와 건강도를 수치화한다. Planet Labs는 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측정하기 위해 CubeSats란 위성장비를 사용한다. 상업용 위성에 실어 다중스펙트럼 카메라를 탑재한 장비 30대를 우주궤도에 편대로 유지함으로써 넓은 지역의 작물 상태를 체크한다. Mavrx는 드론이 아니라 기존의 경비행기를 Uber 스타일로 관리한다. 100여대 정도의 일반 경비행기에 다중스펙트럼 카메라를 장착하여 이들 비행기들이 운행 중에 촬영한 영상들을 조합하여 픽셀상 20㎝ 정도의 상세한 정보를 만들어 낸다.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업체인 John Deere의 경우, 농기계가 서로 통신하는 텔레매틱스와 농기계가 정확한 농지 정보를 파악하는 센서 기술 등 정밀농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John Deere의 파종장비는 토양의 상태 등에 따라 씨앗의 조밀도를 조절하며(오차 범위가 3cm 이내일 정도로 정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파종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비료 변량 분사기는 표준화된 상업용 비료는 물론 액체형 퇴비도 작물의 생육과 토질에 따라 양을 자동으로 조정하여 분사할 수 있다. 퇴비의 경우 질소, 인, 칼륨의 배합이 화학 비료처럼 일정하지 않아 실시간으로 양을 조절하여 뿌리기 위해서는 더 높은 센싱 기술력이 필요하다.

 
센싱 기술의 보급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낮추고자 하는 연구들도 진행 중이다. 미국농학회(ASA), 토양과학회(SSA), 국제미작연구소(IRRI) 등의 국제적인 공조로, 토양의 비옥도를 측정하기 위해 ‘탁상용 토양 시험기’를 개발 공급하였고, 작물의 생육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엽록소 센서(약 1만 달러)도 저가형 모델(포켓 센서)’ 형태로 개발하였다. 수확량 센서는 수확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수확량을 측정하고 이를 토양 정보 등과 통합하여 다음 해 농사 계획에 반영하기도 한다.

 
농화학·종자업체들은 종자와 재배 관련 노하우를 대규모 DB로 갖고 있다. 기존 사업을 통해 얻은 종자에 대한 수확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조건을 바탕으로 농민들에게 재배 노하우를 제공한다. 정밀농업의 선두주자격인 Monsanto는 Field Scripts과 ClimatePr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Field Scripts는 몬산토가 개발한 빅데이터 정보망이다. 파종 전, 토양에 대한 정보와 몬산토가 기존 사업을 통해 축적한 종자 및 유전 물질에 대한 풍부한 정보 등을 기반으로 농지에 적합한 품종과 파종량을 추천해준다. iPad 앱인 Field view를 통해 추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농부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Field View에서 제공받은 정보를 ‘Variable-rate Planter’ 농기계에 전송한다. 운전석 내부는 Boeing 787이 연상될 정도로 많은 모니터들이 장착되어 있다. 전송 받은 정보에 따라 세분화된 구역마다 맞춤화된 종자를 파종한다. ‘Variable-rate Planter’는 길게 뻗은 강철로 만든 날개를 통해 한번에 30 피트 가량의 면적에 씨앗을 뿌릴 수 있다. ClimatePro는 재배 기간 동안 작물 성장 단계를 보여주며, 토지 내 질소 농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등 작물이 최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날씨와 병충해에 대한 다양한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확 시기를 추천해준다.

 
과일이나 야채의 경우 수확에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수확과 관련한 자동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스페인 AGROBOT 에서 만든 수확용 로봇 SW6010은 팔에 달린 센서를 통해 딸기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숙성 정도를 파악하여 수확할 딸기를 스스로 선별한다. 날카로운 날을 이용하여 수확을 하고 바로 바구니에 담는다. 이렇게 수확된 딸기는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하게 되고 사람이 작동하는 로봇에 의해 포장된다. 네덜란드 와게닝겐(Wageningen) 대학에서는 후추를 수확할 수 있는 로봇이 연구 개발 중에 있다.

 

시드니 대학의 Australian Centre for Field Robotics에서 RIPPA(Robot for Intelligent Perception and Precision Application)를 제작하였다. RIPPA는 태양열로 움직이는 4륜 농기계로서,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여 빠른 속도로 잡초를 제거한다. 정확하게 잡초만을 목표로 하여 제초제를 살포하기도 하고,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나 레이저를 통해 잡초를 제거하기도 한다. Blue River의 LettuceBot2는 트랙터에 부착되는 형태로서, 옆으로 펼쳐져 작물 사이에 살충제를 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으로 잡초를 뽑을 수 있다. 작물 보호제 등 화학적인 처리를 피하고 유기농 작물의 산출량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정밀농업의 도입과 함께 농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하고 있다. 종자·농화학업체의 제품 중심 사업에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솔루션 중심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센싱을 통하여 양질의 정보를 수집하고 방대한 자료를 처리하는 과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농업에 대한 경험이 없더라도 센싱·정보 처리 기술을 갖고 있는 다양한 기업들이 농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정밀농업은 농화학·종자업체, 농기계업체와 수많은 IT 기술 업체들이 종자, 유전학, 데이터 분석, 장비 등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들을 발전시켜가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밀농업은 물, 비료, 작물보호제를 가장 적절한 때,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양을 투입하는 등의 토양과 작물에 필요한 대응을 하여 작물의 품질과 수확량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그러나 생산성 증대 뿐만 아니라 물, 비료, 작물보호제 등 자원이 불필요하게 투입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농부들에게는 원가 절감을, 거시적으로는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 자연과 공존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초석이 될 수 있다.

 

 
4. 농업, 첨단 산업으로의 진화

 

 
현재 정밀농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대규모의 나대지 농업에만 적용 되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역시 정밀농업이 발전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영토는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정보’와 ‘자동화’를 바탕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으로 성장하였다. 네덜란드는 농경지와 유리 온실에 생육 분석 플랫폼, 영상 분석 기술 등 데이터 기반 생산 기술과 자동화를 적용하여 생산 및 품질 관리, 수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 과학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온실 관리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인 Priva는 작물의 생육에 따라 온실 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중소형 농가를 중심으로 저가 센서를 사용하거나, 농민이 수행하는 농사 활동을 직접 기입하여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최소 기능의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구현하는 사업 모델도 일부 벤처들을 중심으로 개발 중에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상당 부분의 서비스가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 가능해 질 것이다. 또한 기술 개발로 드론·위성을 통한 센서와 데이터 비용 등의 단가들이 계속 낮아지면서 상당히 작은 규모의 농가나 오지에도 이런 서비스들이 가능해 질 것이다. 농업 생산성이 낮은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 정밀농업 적용 시, 식량 문제 해결에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미래의 산업(The Industries of the Future)’의 저자 알렉 로스는 정밀농업이 대규모 사업으로서의 농업 뿐 아니라 물 부족 등 열악한 농업 환경에 놓여 있는 인도 등의 농가에 매우 유용한 해법이 될 수 있고 기근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정밀농업은 위성, GPS, 드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현대 IT 기술들이 모두 접목될 수 있는 분야이며 이미 그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 현재는 IT 기술의 적용 사례들이(게임, 영화, 가상 현실 SNS 등) 대부분 정보와 오락 부분에 집중되어 있지만 농업과 IT 기술의 결합은 인류의 생존과 최소한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수준의 보장, 환경 오염의 저감 등 궁극적인 인류의 문제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농부의 눈과 손, 직감과 경험에 의존하고, 노동집약적이었던 농업이 현대 기술과 접목되면서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많은 변화와 혁신이 기대된다.

 
유전자 변형 기술 등은 생산성의 혁신을 가져 왔지만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상당 부분이 가축의 사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CRISPR/cas9 등은 종전의 유전자 가위 기술에 비해 효율성과 정확성이 크게 높아진데다 앞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유전자 정보에 대한 해독 기술이 높아지면 적용 범위도 광범위하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C4 Rice Project와 같이 식물의 광합성 과정 자체를 개량하여 쌀의 단위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시도들도 있다. 이런 기술들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많은 혁신들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만 적지 않은 논란들이 예상되고 그 작물에 대해 기피하려는 성향들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밀 농업은 이런 기술들에 비해 예상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거의 없다. 자금이 많은 거대 기업들과 국가적 프로젝트로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대단위 농지뿐 아니라 작은 영세 농지에도 적용 범위가 확산될 수 있고 적은 물과 비료, 작물보호제로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그 시작일 따름이다.

 
Low Tech 산업으로 여겨지던 농업은 IT, 빅데이터 등 기술을 만나 첨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수익성 확보와 규모의 확대, 글로벌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밀 농업의 중요한 요소인 풍부한 정보와 분석은 향후 Deep learning을 통해 그 발전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밀농업은 생산성 향상과 환경 보호의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추구하는 지속 농업으로 주목 받고 있으며, 농민들에게 더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