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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기 스마트폰, 3대 사업모델이 흔들린다

일취월장7 2016. 2. 6. 11:07
성숙기 스마트폰, 3대 사업모델이 흔들린다
배은준 | 2016.01.27
스마트폰 시장이 완연한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률이 한 자리 수로 낮아질 전망이다. 성장세가 둔화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산업을 둘러싼 기존의 3대 사업모델도 흔들리고 있다.

 

스마트폰 산업은 크게 단말기 제조, 이동통신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콘텐츠/서비스로 나눠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각각은 스마트폰의 생산/판매/활용을 위한 ‘제조 사업모델’, ‘보조금 모델’, ‘광고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발전하여 현재와 같은 스마트폰의 주요 가치사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세 가지 사업모델이 모두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단말기 제조 사업모델은 샤오미 효과로 인해 사업 방식(Operating Model)과 수익 모델(Profit Model)이 모두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콘텐츠와 서비스로 돈을 벌겠다는 교차보조 수익 모델은 기존 단말기 제조사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시도다. 샤오미의 뒤를 이어 새로운 혁신 기업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의 LeTV(乐视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보조금 모델은 미국의 만년 꼴찌, T-Mobile이 가져온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으로 무너지고 있다. T-Mobile은 2년 약정 계약과 단말기 보조금을 없애고, 리스(Lease)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순증(Net add) 가입자 1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운전자본 부담을 떼어내려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움직임은 리스 모델에 추가적인 변화를 가져올 조짐이다. 특히, 단말기 제조사가 자체적인 리스를 운영하는 시나리오에 주목해야 한다. 단말기 교체 주기를 단축시켜 수요를 진작시키고, 재구매를 유도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격 경쟁을 잔존 가치 경쟁으로 전환시킬 기회라는 점 등이 단말기 제조사들이 리스 모델에 주목해야 하는 전략적 가치다.

 
무료 어플리케이션/콘텐츠/서비스를 위한 광고 사업모델은 광고 자체를 차단하는 Ad-block 소프트웨어의 확산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직 모바일 시장에서 Ad-block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애플이 Ad-block 소프트웨어 설치를 허용하면서 주목해야 할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중국, 인도 등 데이터 비용에 민감한 신흥시장에서는 모바일에서도 Ad-block이 간과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광고 사업모델이 Ad-block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광고 수익을 공유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모델의 핵심 경쟁력이 사용자의 신뢰(Trust)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 목 차 >

 
1. 스마트폰 시장, 완연한 성숙기 
2. 흔들리는 스마트폰 산업의 3대 사업모델 
3. 시사점

 

 

1. 스마트폰 시장, 완연한 성숙기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5년 36%, 2016년 42%로 예상된다. 성숙기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이 보급률 50% 이상이라고 한다면 스마트폰은 아직 성장기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세계가 아닌, 주요 국가별 보급률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스마트폰 시장 Top 3 국가는 중국, 미국, 인도로, 2015년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이 중 인도를 제외한 중국과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2014년에 50%를 넘어섰고, 2015년에는 60%를 넘었을 정도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0%을 차지하는 Top 20 국가들을 살펴보면, 이 중 9개 국가가 보급률 50%를 넘어서 성숙기에 들어섰고, 2016년에는 그 숫자가 12개 국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국가들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58%(27개국), 2016년 61%(35개국)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급률이 50%를 넘어섰더라도 시장이 성장을 지속한다면 성숙기 진입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주요 시장 대부분이 보급률 50%를 넘어서는 2016년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2015년 전년 대비 13% 성장한 스마트폰 시장은 2016년에는 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액센추어(Accenture)의 디지털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향후 12개월 이내에 스마트폰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중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시장이 새로운 기술을 열성적으로 수용하는 ‘전기 소비자(Early Majority)’ 단계를 지나 실용적 가치를 면밀하게 따지는 ‘후기 소비자(Late Majority)’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규 수요가 주춤하게 되고, 이와 동시에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스마트폰의 주요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교체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서 성장률 하락, 구입 의향 감소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 흔들리는 스마트폰 산업의 3대 사업모델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활력을 잃고 있는 반면,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인 오픈 시그널(Open Signal)에 따르면, 전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 수는 2012년 약 500여개에서 2015년 1,300여개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점유율 구조도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10위 업체의 비중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Top 2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10위권 밖의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위 ‘기타’ 기업의 인해전술이 선두 업체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성장률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 수가 급증하게 되면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극심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한 혁신 압력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는 극심한 경쟁을 타개할만한 혁신적인 기술이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스마트폰 완성도가 높아지다 보니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기술은 ‘반드시 필요한 혁신 기술’이라기보다 ‘있으면 좋은 기술’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모바일 기기 정보 사이트인 phoneArena.com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기술로 첫째, 배터리 수명과 용량 개선, 둘째, 사용자 경험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선, 셋째, 카메라 성능 강화 등이 꼽혔다. 흥미로운 것은 배터리의 중요성을 꼽은 사용자가 64%에 달하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16%, 카메라는 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 배터리를 제외한 다른 기술은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배터리는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기술 중 가장 발전이 느린 분야여서 당장 눈에 띄는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대할만한 혁신 기술이 제한적이다 보니 많은 기업들, 특히 연구개발 자원이 부족한 신생 기업들은 기술 혁신보다는 사업모델을 통한 혁신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특히, 향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갈 선진 시장 후기 소비자와 신흥 시장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 효과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이기 위한 사업모델 혁신이 화두가 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은 단말기 사업모델 변화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전통적인 단말기 판매 방식인 이동통신 사업자의 ‘보조금 모델’, 무료 어플리케이션, 콘텐츠, 서비스를 가능케 했던 ‘광고 사업모델’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의 사업모델을 변화,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마트폰 산업의 3대 사업모델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세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는 스마트폰 단말기, 둘째는 이동통신 서비스, 셋째는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 및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각각은 스마트폰의 생산/판매/활용을 위한 ‘제조 사업모델’, ‘보조금 모델’, ‘광고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발전하여 현재와 같은 스마트폰의 주요 가치사슬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우, 단말기를 기획, 개발, 생산,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하드웨어 제조 사업모델’이 일반적이다. 물론, EMS의 성장으로 인해 외주 생산 비중이 늘어나고, 프로세서 업체의 레퍼런스 디자인, ODM 및 디자인 하우스 등이 성장함에 따라 상품기획과 개발까지 아웃소싱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제조 모델을 구성하는 핵심 역량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단말기를 판매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기본적인 수익 모델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가입자가 지불하는 이동통신 사용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특히, 한국, 미국, 일본 등 이동통신 사업자가 단말기 유통까지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일정한 사용 기간을 정하고, 그 대가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보조금 모델’은 가입자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일정한 사용 기간을 약정함으로써 이동통신 사업자가 안정적인 가입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제조사에게는 신모델 출시 초기부터 대(大)물량 매출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보조금은 사용자와 이동통신 사업자, 단말기 제조사를 한 데 묶어주는 동아줄 같은 역할을 해온 셈이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콘텐츠, 서비스는 당초 이동통신 사업자가 주도하는 사업이었지만, 개방형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개별 전문업체들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주도하던 소위 ‘Walled Garden’ 시기에는 가입자가 지불하는 요금이 주요 수익원이었지만, 전문업체가 주도하는 ‘Over the top(OTT)’ 콘텐츠 및 서비스의 주요 수익원은 광고가 차지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어플리케이션, 콘텐츠,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고, 각 업체는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노출시켜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의 앱스토어가 가진 3백만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 중 약 70%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구글과 애플 그리고 수백 개에 달하는 중국 어플리케이션 스토어를 통해 2015년에만 2천억건이 넘는 어플리케이션이 다운로드 되었는데, 이 중 90% 이상이 무료였고, 유료 어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광고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콘텐츠, 서비스의 기본적인 사업모델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① 하드웨어 제조 모델이 흔들린다

 
도전 1. 사업 방식 (Operating Model)

 

과거 신생 기업들은 저가 부품을 사용하여 성능과 품질을 희생시키는 저가 경쟁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신생 기업들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성능과 품질을 구현하면서도 혁신적인 가격을 구현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과거 신생 기업과 다르다.

 

경쟁력 있는 성능과 품질을 구현하면서도 혁신적인 가격을 구현한다는 것은 일견 모순된 전략처럼 보인다. 성능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좋은 부품을 사용하고, 개발과 생산에 투자한다면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미 있는 ‘가성비’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마도 신생 기업들은 기존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펼쳐놓고 각 비용 항목을 어떤 방식으로 혁신할 것인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기존 기업과는 다른 사업 방식(Operating Model)을 통해 성공한 기업이 바로 샤오미(Xiaomi)다. 그리고 샤오미의 급성장은 샤오미를 따라 하는 수 많은 기업들을 만들어냈다. ZTE의 ‘누비아(Nubia)’, 화웨이의 ‘아너(Honor)’, 오포의 ‘원플러스(OnePlus)’, 지오니의 ‘아이유니(IUNI)’, 쿨패드의 ‘치쿠(Qiku)’, 레노보의 ‘주크(Zuk)’ 등이 모두 샤오미처럼 가성비 높은 온라인 브랜드를 표방한 사례들이다.

 
이들 기업들이 보여주듯이, 겉으로 드러난 샤오미의 사업 방식을 따라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화웨이다. 화웨이는 샤오미를 벤치마킹한 ‘아너(Honor)’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시장 1위, 글로벌 시장 3위, 연간 판매 수량 1억대 돌파라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아너(Honor) 브랜드로 판매된 물량이 화웨이 전체 물량의 30%를 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 기업에 대한 샤오미의 도전은 샤오미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샤오미가 가져온 ‘메기 효과’로 경쟁력을 재정비한 소위 ‘샤오미 키즈(Kids)’의 부상도 간과할 수 없는 도전이다.

 

도전 2. 수익 모델 (Profit Model)

 

샤오미를 벤치마킹한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가격 경쟁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화웨이만큼은 아니지만, 성공적인 샤오미 벤치마킹 사례라고 할 수 있는 ZTE의 ‘누비아(Nubia)’조차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누비아 브랜드는 중국에서 ZTE가 판매한 스마트폰 매출 수량의 40% 이상을 담당하며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지만, 이익은 수천만 원에 불과해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극심한 경쟁은 사업 방식(Operating Model)을 넘어서는 또 다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샤오미 키즈들의 초점이 손익계산서의 마지막 항목인 영업이익에 모아지는 이유다.

 
ZTE 누비아 사례에서 엿보듯 샤오미를 따라 하는 많은 기업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샤오미의 사업 방식을 온전히 따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샤오미처럼 대물량을 판매할 수 있는 자체 온라인 매장을 갖지 못했고, 열성적인 사용자 기반도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아웃소싱, 온라인 판매, 마케팅 방식은 쉽게 따라 할 수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까지 단기간에 따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다 갖추고 있는 샤오미조차도 영업이익률이 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샤오미와 같은 사업 방식도 수천만 대 이상의 규모를 갖추지 않고서는 의미 있는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샤오미를 따라 하는 많은 기업들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는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샤오미의 사업 방식(Operating Model)은 수익 모델(Profit Model) 혁신이 더해져야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스마트폰에서 이익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말은 샤오미 사업모델의 본질적인 지향점이 수익 모델(Profit Model) 혁신에 있음을 보여준다.

 

“하드웨어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일 뿐, 하드웨어에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하드웨어를 구입한 사용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서비스다. - 샤오미 공동 창업자 린빈(林斌) -

“우리는 고객들이 제품을 살 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할 때 돈을 벌고자 한다. - 아마존 창업자 제품 베조스 -

 

아마존은 킨들(Kindle) e-Book Reader, 파이어(Fire) 태블릿을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저가로 출시한 이후, e-Book 콘텐츠, 전자 상거래 서비스 등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양면 시장’ 전략의 대표 사례다. 이는 콘텐츠, 서비스 사업이 하드웨어 사업에 보조금을 선(先)지급한다는 의미로 ‘교차 보조’ 사업모델이라고도 하는데, 아마존은 이를 ‘에이전트 가격(Agent Pricing)’ 전략이라고 부른다.

 

샤오미가 기존 기업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한 후에, 샤오미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게임, 액세서리,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로 수익을 거두는 것도 이와 동일한 전략이다. 물론, 아직까지 샤오미의 전자상거래 사업이 스마트폰에서 희생한 이익을 만회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게임이나 액세서리와 같이 소규모 아이템에 그치던 샤오미의 전자상거래 품목이 최근 TV, 에어컨, 공기청정기, 개인 이동수단 등 대형 아이템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샤오미는 알리바바, 징동에 이어 중국 3대 전자상거래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을 정도다.

 
새로운 도전자, LeTV

 
지금까지 샤오미 키즈들은 샤오미의 사업 방식을 따라 하는 데 급급해 샤오미의 교차 보조형 수익 모델을 시도하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눈에 띄는 기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LeTV(乐视网)’라는 업체다.

 
LeTV는 중국의 넷플릭스(Netflix)라고 불리는 기업으로, 가입자 기반 온라인 동영상 사업으로 성장해왔다. 일견,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이해될만한 이 업체가 지향하는 목표는 ‘LeTV 생태계(Le Ecosystem)’을 구축하는 것이다. ‘콘텐츠+어플리케이션+플랫폼+디바이스’까지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생태계 구축이 LeTV 전략의 핵심인 셈인데, 최근 사명(社名)을 ‘LeEco’로 바꿨을 정도다.

 

LeTV의 생태계 전략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디바이스’까지 가져간다는 부분이다.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어느 기기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콘텐츠, 서비스를 지향하기 때문에 자체 단말기를 출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콘텐츠, 서비스 사업에 필요한 역량과 디바이스 개발, 생산, 판매에 필요한 역량이 판이하게 다르고, 파트너가 되어야 할 디바이스 업체를 경쟁자로 만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LeTV는 2012년 스마트 셋탑박스, 2013년 스마트 TV, 2014년 전기 자동차, 2015년 스마트폰 등 매년 새로운 디바이스 사업을 발표하고, 실제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집에서 즐기는 셋탑박스와 TV, 그리고 이동 중에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모두 확보했다는 점에서 LeTV의 콘텐츠 사업에 필요한 디바이스 라인업에 대한 정의는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기업인 LeTV는 디바이스의 개발, 생산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를 만들어 인재를 직접 채용하는 방식과 전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셋톱박스는 대만 폭스콘, 스마트 TV는 스카이워스, 폭스콘, 전기 자동차는 베이징 자동차 그룹, 애스톤 마틴 등이 LeTV의 주요 파트너들이다.

 

최근 들어 LeTV의 디바이스 사업은 보다 적극적인 방식-지분 투자로 진화하고 있다. 2015년 12월에는 스마트 TV 사업 강화를 위해 TCL에 약 2억 8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TCL이 가진 패널(China Star Optoelectronics Technology), TV 생산 및 판매 역량과 LeTV의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결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쿨패드에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또한, 올해 CES에서 1회 충전으로 48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 자동차 컨셉을 발표해 주목 받은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도 LeTV가 투자한 미국 벤처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LeTV는 전기 자동차 파트너인 베이징 자동차 그룹이 미국에 설립한 전기 자동차 벤처기업, ‘아티바(Atieva)’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LeTV가 단순히 디바이스를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차 보조와 같은 혁신적인 수익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출시한 ‘C1S’ 셋탑박스는 399위안으로 출시되었으나, 1년간 LeTV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 LeTV 서비스의 1년 이용권 가격이 399위안이었다는 점에서 셋탑박스는 사실상 무료였던 셈이다.

 
2013년 출시된 스마트 TV에는 LeTV 콘텐츠 무료 이용권이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60인치 ‘X60’, 40인치 ‘S40’은 각각 6,999위안(1,130달러), 1,999위안(320달러)로 당시 비슷한 사양을 가진 TV의 절반 가격에 판매되었다. 물론, TV에는 LeTV의 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LeTV UI와 LeTV Store가 탑재되어 LeTV가 TV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교차 보조 모델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15년 출시된 스마트폰은 가성비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샤오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Le 1 Pro’의 가격은 2,699위안으로 유사한 사양을 가진 샤오미 ‘Mi Note Pro’의 2,999위안보다 300위안 낮은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두 모델은 디스플레이 크기만 다른데, 샤오미가 0.2인치 더 큰 화면을 탑재했을 뿐이다. LeTV 스마트폰에도 사용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Le Recommendation Engine’이 탑재되어 하드웨어에서 희생된 수익을 콘텐츠로 만회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처럼 샤오미에 버금가는 가성비를 갖춘 TV와 스마트폰은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LeTV의 스마트 TV는 2014년 150만대, 2015년 300만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 스마트 TV 시장에서 2014년 5.7%, 2015년 6.6%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4월에 발표되어 6개월 정도 판매된 스마트폰은 약 40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성적으로만 본다면 LeTV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8% 수준이다.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 데뷔한 2011년 하반기 판매량이 40만대, 시장 점유율은 0.7%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좋은 출발인 셈이다.

 

특히, LeTV의 스마트폰은 교차 보조 사업모델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LeTV가 발표한 사용자 통계에 따르면, LeTV 스마트폰을 구입한 고객의 20% 이상이 LeTV 유료 서비스에 가입했고, 이들은 ‘Le Recommendation Engine’이 추천하는 동영상을 하루 평균 10건 이상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LeTV 스마트폰 사용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LeTV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LeTV 스마트폰 사용자가 매월 소비하는 데이터는 중국 내 애플 사용자의 두 배, 샤오미 사용자의 세 배가 넘는 1.7GB에 달할 정도다.

 
LeTV와 같이 콘텐츠를 기반으로 저렴한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가격에 민감하고, 공짜만 찾는 ‘체리 피커(Cherry Picker)’가 사용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체리 피커만으로는 교차 보조 모델을 성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LeTV가 발표한 사용자 통계를 본다면 판매 수량만큼이나 사용자 구성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향후에도 이처럼 좋은 고객을 확보해나가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LeTV와 샤오미는 매우 다른 기업이면서도 매우 비슷한 기업이다. 샤오미가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해 하드웨어를 거쳐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반면, LeTV는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진화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다른 신생 기업들과는 다르게 ‘교차 보조’ 모델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지향하고 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두 기업은 닮은꼴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교차 보조 사업 모델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성공한다면 기존 기업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② 단말기 보조금 모델이 흔들린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조금 모델에 가장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보조금 모델로 만들어진 가장 큰 시장, 미국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지원 받아 판매되는 단말기기가 전체 판매 수량의 80%에 달하고, 핸드폰 보조금으로 지불된 비용은 260억 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2013년부터 보조금 모델이 주도하던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스(Lease) 1.0 : 미국 T-Mobile, 보조금 모델을 무너뜨리다

 

변화의 주인공은 미국의 전국 규모 이동통신 사업자 4개사 중 4위였던 T-Mobile이다. 시장 점유율 변화가 크지 않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만년 꼴찌 기업이 보조금이라는 뿌리 깊은 사업모델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그 시작은 2012년 9월 존 레저(John Legere)가 T-Mobile의 새로운 CEO로 임명되면서부터다. 그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10번에 걸쳐 ‘언캐리어(Un-carrier)’라는,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의 전통적인 사업모델과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꾸준히 발표하고, 업그레이드해왔다. 그 결과 놀라운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T-Mobile은 언캐리어 전략을 추진한 지 불과 2년만에 전체 가입자 수 기준 3위로 한 단계 올라섰고, 순증(Net Add) 가입자 수 기준으로는 1위로 도약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T-Mobile의 언캐리어 전략 중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가장 먼저 발표된 ‘Simple Choice’ 요금제와 뒤이어 발표된 ‘JUMP!’ 프로그램, 그리고 지난 해 6월, 아홉 번째로 발표된 ‘JUMP! on Demand’ 프로그램 등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T-Mobile의 언캐리어 전략이 하위 이동통신 사업자의 도발적인 가격 경쟁이 아니라, 이동통신 산업의 본질적인 사업모델 변화를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Simple Choice’ 요금제는 복잡한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제를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한 요금제다. 음성, 문자는 기본적으로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사용자는 데이터 사용량만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Simple Choice’ 요금제가 가져온 핵심적인 변화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기본적인 사업모델이라고 여겨지던 약정 기간을 없애고, 약정의 대가로 지불되는 단말기 보조금을 폐지한 것이다. 이전까지 가입자들은 2년 정도의 기간을 약정하여 보조금을 받고, 단말기 가격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T-Mobile은 2년에 걸쳐 단말기 대금을 나눠 납부하는 ‘할부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초기 지불 금액이 없어진다는 점, 위약금 부담 때문에 서비스와 단말기를 바꾸기 위해 2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가입자 입장에서 본다면 조삼모사(朝三暮四) 수준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약정 기간이 없으니 위약금 걱정은 없지만, 스마트폰을 바꾸려면 남은 할부금을 모두 납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가된 프로그램이 ‘JUMP!’다. 
‘JUMP!’(Just Upgrade My Phone)는 말 그대로 가입자가 스마트폰을 보다 쉽게 바꿀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용자가 JUMP!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매월 10달러를 추가로 납부하면 12개월(단말기 가격의 50% 이상을 납부한 시점) 이후 다른 스마트폰으로 바꿀 수 있다. 남은 할부금은 사용하던 단말기를 반납하는 방식으로 지불하게 된다. 스마트폰 교체 시, 가입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잔여 할부금을 중고 단말기 반납이라는 방법으로 줄여준 셈이다. 이로써 할부 모델은 ‘리스 모델’로 다시 한 번 변화하게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T-Mobile은 지난 해 6월 ‘JUMP! on Demand’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이것은 가입자들이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 느끼는 마지막 부담까지 완전히 없앤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JUMP! 가입자에게 남은 부담은 스마트폰 가격의 50%를 할부로 납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 매월 10달러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JUMP! on Demand’에 가입하면 매년 최대 3회까지 스마트폰을 교체할 수 있는데, 반납하는 중고 단말기가 사용 가능한 기준을 충족하기만 하면 된다. JUMP! 가입자가 납부하던 월 10달러의 부담도, 12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제약도 없어진 셈이다.

 
T-Mobile이 혁신적인 언캐리어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과를 창출하고, 선두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되면서 ‘보조금 모델’은 급격하게 위축되기 시작한다. 버라이즌(Verizon)은 ‘엣지(Edge)’, AT&T는 ‘넥스트(Next)’, 스프린트(Sprint)는 ‘Early Upgrade’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2016년에 들어서자마자 앞다퉈 2년 약정과 단말기 보조금을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Strategy Analytics는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아 판매되는 단말기 비중이 2013년 80% 수준에서 2016년 30%까지, 보조금 규모는 26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수준까지 급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조금이 사용자, 이동통신 사업자, 제조사를 묶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본다면 보조금 모델의 붕괴가 이동통신 사업자와 제조사의 파트너 관계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가능하다. 하지만, 리스 모델로의 변화는 성숙기에 직면한 단말기 제조사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완연한 성숙기에 접어든 미국 스마트폰 시장은 2016년 스마트폰 보급률이 70%를 넘고, 성장률은 4%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의 기술적 매력만으로는 의미 있는 교체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전망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 모델을 통한 교체 주기 단축은 스마트폰 수요를 창출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미에서 JUMP! 프로그램이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30% 가량 단축시켰다는 T-Mobile의 발표는 의미심장하다.

 
이런 의미에서 2016년은 새로운 유형의 교체 수요가 등장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매력도를 높이는 방식이 ‘Pull’형 교체 수요를 유발했다면, 리스 모델은 ‘Push’형 교체 수요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매력적인 스마트폰이 출시되어 바꾸는 소비자들이 아니라, 리스 프로그램에 의해 ‘바꿀 때가 되어서’ 교체하는 수요인 셈이다. 따라서 리스 가입자의 교체 주기에 맞춘 적기(適期) 출시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리스 모델로 인해 과거와는 달라진 수요의 특징을 읽어내고, 여기에 맞는 사업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 리스 모델이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조사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리스(Lease) 2.0 : 새로운 리스 구조의 등장

 

T-Mobile이 화려한 성과를 창출하고는 있지만, 언캐리어 전략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언캐리어 전략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할부, 리스 모델이 도입되면서 가입자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줄어들고, 보조금 모델에서 가입자가 단말기 구입 시 납부하던 초기 비용도 없어지면서 이동통신 사업자의 자본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T-Mobile의 2015년 2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할부, 리스 모델 도입으로 인한 매출채권이 2014년 2분기 대비 43%까지 늘어나고 있다.

 

그러자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는 외부의 파트너가 운영하는 리스 모델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가입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단축되더라도 이동통신 사업자의 운전자본이 늘어나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리스 모델을 가장 먼저 구체화한 이동통신 사업자는 스프린트다. 스프린트의 모회사인 소프트뱅크 산하에 ‘Sprint Lease Company’라는 리스 전문회사를 설립해 스프린트의 운전자본 부담을 경감하는 방식이다. 버라이즌과 AT&T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독립적인 리스 전문회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리스 모델을 외부 기업으로 떼어내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주목해야 할 전략적 가치가 속속 발견되면서 제조사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9월, 애플은 ‘iPhone 6S’와 ‘iPhone 6S Plus’ 모델을 새롭게 출시했다. 하지만 새로운 모델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것은 함께 발표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다. 이동통신 사업자와 같은 리스 모델을 애플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이 오랫동안 꿈꿔오던 완결된 사용자 경험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전세계적으로 500개에 육박하는 자체 애플 스토어를 보유하고 있고, 애플 리셀러(Apple Authorized Reseller)를 통해 그 보다 많은 수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과 판매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완벽하게 장악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대다수의 아이폰이 이동통신사나 유통 업체 매장을 통해 판매되고, 판매 조건도 이동통신 사업자의 요금제와 보조금이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보조금 모델을 폐기하고, 애플이 자체 리스 모델을 운영하게 되면 애플이 유통과 판매까지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동통신사를 선택한 후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을 선택한 후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는 방식이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애플이 보는 스마트폰 리스 모델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이동통신 사업자에 대한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강화, 혹은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애플이 욕심 낼만한 가치는 한 둘이 아니다. 사용자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단축시켜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점, 사용자의 재구매 시점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고 프로모션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중요한 전략적 가치다. 또한, 중국 등 신생 스마트폰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판매 가격 경쟁을 잔존 가치 경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점, 중저가 모델이 없는 애플이 중고 모델을 이용해 중저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긴다는 점도 경쟁 관점의 가치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리스를 통해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스마트폰 리스 모델이 애플만 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스마트폰 리스 모델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살펴보면, 스마트폰 제조사가 보유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스마트폰에 대한 리스 모델에 필요한 첫 번째 역량은 파이낸싱 서비스다. 소비자에게 리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하고, 이를 2년여에 걸쳐 회수할 수 있는 역량이다. 둘째는 중고 스마트폰의 잔존 가치를 평가하는 역량이다. 가입자가 단말기를 반납했을 때 재판매 혹은 재활용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재판매, 재활용 경로를 발굴하는 것이다. 중고 단말기를 선불 시장, 신흥 시장과 같은 저가 시장에 다시 판매하거나, 핵심 부품을 재활용하는 등 중고 모델의 가치사슬을 확보하는 일이다.

 
첫 번째 역량인 파이낸싱 서비스는 제조사들에게 낯선 분야다. 애플조차도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위해 씨티즌스 은행(Citizens Bank)과 협력할 정도다. 하지만, 중고 단말기의 잔존가를 평가하고, 재판매, 재활용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은 제조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제조사가 리스 모델을 주도하게 된다면 스마트폰을 기획, 개발하는 초기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둔 플랫폼 설계를 적용할 수도 있다. 물론, 사업 영역을 중고 모델까지 확장하는 것이 제조사에게는 또 다른 부담일 수 있지만, 자체 리스 모델이 가져오는 교체 수요, 고객 충성도, 잔존 가치 경쟁 등의 가치가 더욱 커 보인다.

 
리스 모델이 가져오는 가치를 간파하고, 애플에 이어 발 빠르게 리스 프로그램을 도입한 회사는 ZTE다. 애플이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발표한 ‘Lease to own’ 프로그램은 ‘SmartPay Leasing’이라는 외부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고객들에게 파이낸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ZTE의 미국 시장 공략은 리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CES에서는 ZTE의 팬클럽인 ‘Z-커뮤니티’를 만들어 사용자와 관계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중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쑤닝의 투자금을 활용해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브랜드인 ‘누비아’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업 모델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 사업 모델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다.

 

③ 무료 어플리케이션/콘텐츠/서비스를 위한 광고 사업모델이 흔들린다

 
Ad-block 확산

 

PC 기반 유선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웹 페이지 상의 광고를 제거하는 Ad-block이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로 성장하고 있다. 크롬(Chrome), 파이어폭스(Firefox)와 같은 인터넷 브라우저에 Ad-block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설치해 광고를 제거하는 방식인데, 광고를 기반으로 무료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온 인터넷 기업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5년 6월 기준 Ad-block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인터넷 사용자 비중은 미국, 영국에서 각각 9%, 10% 수준,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24%, 27%에 달한다. 전세계 Ad-block 소프트웨어 사용자 수도 2015년 6월 기준 2억명에 육박하고 있다. 2억명이 적은 숫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30억명을 웃도는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 따라서 Ad-block이 아직은 위협적인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매년 6~7천만명 이상 Ad-block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Ad-block으로 인해 의미 없이 지출된 광고 비용이 2015년에만 200억 달러를 넘고, 2016에는 4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은 Ad-block이라는 트렌드를 간과할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Ad-block 수치들은 PC 기반 유선 인터넷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고, 아직 모바일에서의 Ad-block은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어도비에 따르면, 2015년 2분기 모바일 인터넷에서의 Ad-block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의 1.6%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이 PC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를 고려할 때, 유선 인터넷에서의 Ad-block 현상이 모바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해 9월에는 이런 우려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일어났다. 애플이 새롭게 발표한 iOS9에서 Ad-block 소프트웨어 설치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파리, 파이어폭스 등의 모바일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Ad-block 소프트웨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선 인터넷보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들이 데이터 트래픽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Ad-block은 모바일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데이터 비용에 더욱 민감한 신흥 시장에서 Ad-block의 파급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모바일 Ad-block이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미 중국과 인도에서는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컴스코어가 밝힌 국가별 모바일 Ad-block 사용 비중을 보면,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 시장에서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중국은 8%, 인도는 9%에 달하는 비중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다른 국가와는 달리 신흥 시장에 최적화된 모바일 브라우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UC Browser’다. UC Browser는 2014년 알리바바가 인수한 ‘UC Web’이라는 업체가 만든 브라우저로, 클라우드를 활용해 데이터 트래픽을 일반 브라우저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UC Browser가 데이터 트래픽 감소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주목하고 있는 것이 Ad-block이다. 2015년부터 Ad-block 소프트웨어를 추가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이어, 최근에는 Ad-block 소프트웨어를 브라우저의 기본 기능으로 내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선진 시장도 Ad-block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설문조사 결과,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광고로 모바일 광고가 꼽혔다. 모바일 광고를 절대 보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는 32%로 인터넷 광고 28%, 지상파 TV 광고 6%보다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 시장의 모바일 사용자들도 Ad-block에 대한 잠재적인 니즈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선진 시장 사용자들은 광고가 추가적으로 발생시키는 데이터 트래픽 이슈보다는, 스마트폰의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면적으로 인해 스마트폰 사용 경험이 저해되는 문제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Ad-block이 사용자의 잠재적 니즈를 넘어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아수스(Asus)는 올해부터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Ad-block 소프트웨어를 기본으로 탑재한다고 밝혔고, 영국 이동통신 사업자 EE(Everything Everywhere)는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소시키기 위해 Ad-block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Ad-block은 소프트웨어 수준에 그치지 않고, 단말기, 네트워크까지 폭넓게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Ad-block 확산 배경

 
어도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Ad-block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로 나타났다. 하나는 지나치게 많은 광고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 정보 오남용에 대한 우려다. 전자는 광고의 숨은 비용 이슈, 후자는 보안 및 프라이버시(Privacy) 이슈라고 할 수 있다.

 
● Ad-block 이유 1 : 광고의 숨은 비용

 
광고를 기반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어플리케이션들은 사실 공짜가 아니다. USC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보고서에 따르면, 무료 어플리케이션은 유료 어플리케이션에 비해 평균 79%, 최대 두 배나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한다. 소비자가 원치 않는 광고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만큼이나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즈가 미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뉴스 사이트 50개를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가장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boston.com의 경우를 보면, 기사 다운로드를 위해 사용된 데이터 트래픽은 4MB인 반면, 광고 다운로드에 사용된 트래픽은 15MB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광고로 인한 데이터 트래픽이 기사로 인한 데이터 트래픽보다 많은 사이트가 27개로 절반을 넘는다. 특히, examiner.com의 경우, 광고의 데이터 트래픽이 기사의 데이터 트래픽보다 4.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USC가 밝힌 스마트폰 광고의 숨은 비용은 데이터 트래픽 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광고는 프로세서의 가동률을 56% 더 높이고, 메모리 사용량을 22%나 높여서 결과적으로 프로세싱에 걸리는 시간을 48%나 증가시킨다. 이처럼 광고를 위한 데이터 다운로드와 프로세싱이 추가됨에 따라 배터리 사용 시간도 평균 16% 줄어들게 된다. USC의 보고서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광고로 인해 실제 활용 가능한 디스플레이 면적이 줄어들고, UI(user Interface)가 불편해지는 것도 모바일 광고의 숨은 비용에 포함시켜야 할 항목이다.

 
이처럼 모바일 광고는 사용자가 지불하는 데이터 요금은 물론이고, 하드웨어 비용까지 증가시키고, 사용자 경험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광고의 숨은 비용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Ad-block 소프트웨어를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 Ad-block 이유 2. : 보안 및 프라이버시 이슈

 

Ad-block의 두 번째 이유인 보안과 프라이버시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일상화되면서 항상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단골 이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이슈다. 향후 스마트폰에 이어 IoT, 스마트홈, 스마트 자동차가 보급된다면 생활이 편리해지는 것 이상으로 보안과 프라이버시의 잠재적 위험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보안과 프라이버시 이슈에 대한 해결책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보안과 프라이버시 이슈를 제기하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두 목소리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해킹과 같은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한 솔루션’을 요구하는 목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 정보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공유’해달라는 목소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설문조사를 통해 정의한 인터넷 사용자 유형에서도 사용자 정보에 대한 서로 다른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전체 사용자의 57%는 사용자 정보를 보호하려는 유형, 나머지 43%는 사용자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는 유형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개인 정보는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이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는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또한, 광고의 숨은 비용이 알려진 것도 보상에 대한 요구가 구체화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 이동통신 사업자인 오렌지(Orange)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개인 정보가 가진 사업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는 사용자 비중이 80%에 이른다. 오렌지의 조사 내용 중에는 개인 정보 유형별 가격도 포함되어 있는데, ‘개인의 연소득 정보’가 약 15파운드로 가장 비쌌고, 그 다음은 ‘절친한 지인 5명의 이메일 주소’로 약 14파운드였다. 가격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 정보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안과 프라이버시라는 이슈는 사용자 정보를 보호하는 ‘솔루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사용자 정보를 활용해서 만들어지는 가치를 공유하는 ‘사업모델’이 더해져야 비로소 사용자들이 제기하는 보안과 프라이버시의 두 가지 이슈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와 기업이 데이터와 가치를 공유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Ad-block으로 위협받고 있는 광고 사업모델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인 셈이다.

 

광고의 새로운 사업모델

 
광고 모델이 Ad-block의 위험을 극복하고 모바일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광고가 유발하는 숨은 비용 이슈와 보안 및 프라이버시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광고 사업모델을 구체화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웨어러블이 더해지고, IoT(Internet of Things)가 더해지면서 사용자 정보의 양과 질이 모두 급격히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사용자가 알고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면, 웨어러블은 내가 알지 못하는 신체 정보, 감정 정보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IoT는 내가 아닌 주변 환경에 관한 정보까지 만들어낼 것이다. 이처럼 개인 정보의 범위가 ‘사용자조차 모르는 정보’까지 확장된다면, 그 데이터를 관리하고 활용하려는 기업은 ‘품질에 대한 믿음’ 이상의 신뢰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의 ‘신뢰 경쟁력’이 새로운 핵심 역량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래가 아닌 현재 관점으로 바꿔 말한다면, 현재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에 적합한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소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인 정보 관련 소비자의 신뢰가 높은 기업은 병원, 신용카드사, 전자상거래 회사, 가전제품 제조사, 보험사, 은행, 이동통신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건강, 금융 정보에 대한 보안을 중시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서비스 기업들 틈에 가전제품 제조사가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3대 사업모델이 흔들리고 있는 스마트폰 산업에서 단말기 제조사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3. 시사점

 

 

2007년 핸드폰 시장에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었다. 북미, 유럽은 물론이고, 신흥 시장인 중남미까지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2007년까지 두 자리 수 성장을 이어오던 핸드폰 시장은 2008년 들어 성장률이 4%로 추락했다. 바로 이 시기에 핸드폰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출현했다. 2007년에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고, 2008년에는 HTC가 ‘Dream’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등장한 과정을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시장이 완연한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이 모바일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출현할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우리 주변을 맴도는 용어들 중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키워드가 등장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스마트폰도 2007년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키워드가 아니라, 이전부터 PDA와 함께 줄곧 회자되던 용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키워드들은 소위 포스트 스마트폰(Post-smartphone) 시대를 이끌만한 후보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새로운 스마트폰 폼팩터로 기대를 모으는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모듈러(Modular) 디자인 등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보다는 스마트폰의 가치를 높이거나 유지하는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래 사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웨어러블, 가상현실, IoT, 로봇 등도 현재 스마트폰이 가진 하드웨어 가치, 개인 기기로서의 사용 가치를 대체하거나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새로운 성장동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기로 접어들어 한 자리 수 성장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고, 스마트폰 산업을 둘러싼 3대 사업모델마저 동시 다발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각자의 자리를 지켜오던 콘텐츠, 서비스, 광고, 사용자 데이터가 뒤섞이며 새로운 사업모델로 조합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가 새로운 하드웨어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모델로 정의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다양한 하드웨어가 사용자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이를 토대로 콘텐츠, 서비스, 광고가 연결되는 사업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런 의미에서 ‘무엇이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것인가?’라는 포스트 스마트폰(Post-smartphone)에 대한 질문과 ‘확장된 스마트 환경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사업모델은 무엇인가?’라는 비욘드 스마트폰(Beyond smartphone)에 대한 질문이 함께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