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인공지능, 또 한번의 산업 혁명 |
사업전략1부문 | 2015.12.29 |
구글, IBM 등 인공지능 영역의 강자들은 관련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고, 사업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인공지능을 실제 비즈니스에 접목하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의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특히 딥러닝의 경우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모델을 설계해가는 비(非)지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1. 상용화 속도 내는 인공지능
1. 상용화 속도 내는 인공지능
최근 영화 속 인공지능의 모습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인간과 대화하면서 직장에서의 일을 대신 처리해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인간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실제 비즈니스에 접목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또 다른 강자로 평가 받는 IBM은, 일찍이 1997년 체스 챔피언을 이긴 인공지능 딥 블루(Deep Blue)를 개발하였고, 2011년에는 왓슨(Watson)을 개발하여 미국의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전설적인 우승자들을 이기기도 했다. 최근에는 왓슨을 이용한 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약 2천 명의 전문 개발자로 구성된 인지 비즈니스 솔루션 그룹이라는 사업부를 조직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타의 글로벌 ICT 기업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ICT 기업들이나 바이두(Baidu)와 같은 중국 기업들도 인공지능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딥러닝은 복잡한 비선형 관계로부터 특징을 추출하여 모델링 하는 데에 탁월하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얻을 수 있는 정보 간의 구조 및 관계를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여, 체계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머신러닝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던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단지 지금까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컴퓨팅 기술이 미흡해서 학습 과정에 너무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고, 충분한 학습을 진행할 만큼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달로 각종 포털과 SNS에서의 방대한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데이터에 대한 축적, 분석까지 가능해지면서 딥러닝의 구현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인공지능의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딥러닝, 의료 산업의 질 향상을 이끈다
Sun Microsystems의 설립자이며, 현재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Khosla Ventures를 이끌고 있는 Vinod Khosla는 이렇게 설명한다. 심장병 전문의 40인에게 똑같은 차트를 보여주며 이 환자에게 심장 수술이 필요할지 물어보면 의견이 반반으로 갈린다. 2년 후 동일한 심장병 전문의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반복했을 때, 그 중 40%는 2년 전과 반대의 대답을 한다.
IBM은 Watson의 인공지능을 활용해 의료산업 분야에서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Watson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의료 지식에 기반해 항상 정확한 진단과 최선의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 2015년 정식 출범한 Watson Health는 현재 뉴욕 Memorial Sloan-Kettering 암센터(폐암 진단) 및 MD Anderson 암센터(백혈병 치료법 제안)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험사인 WellPoint는 의료진의 치료 계획안에 대한 적절성 판단에 대해 Watson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의료 산업 내 딥러닝은 최근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하이테크 기술 중 하나다. Deep Genomics는 유전학 관점에서 패턴 분석을 통해 변종/특이 유전자를 판별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질병 치료법을 제안하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한다. 딥러닝 기술 이전에는 주로 질병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단백질 코딩 세그먼트’(전체 유전자 정보의 1.5%에 해당) 내의 변이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Deep Genomics는 미처 세밀한 분석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나머지 98.5%에 해당하는 유전자 정보를 파악해 다양한 질병과의 연관성을 밝히고, 효과적인 신약 개발과 맞춤형 의료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출발했다.
인간 대 인간의 대면 접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위로, 위안 등으로 인해 컴퓨터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불완전한 판단을 데이터와 실증자료로 뒷받침하는 딥러닝의 결과물은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과 사회 전체의 의료 비용 효율화 관점에서 분명 도움이 된다. 단, 양질의 데이터가 많을수록 딥러닝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 데이터의 디지털화 자체가 더디고, 또한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개인들이 완전히 공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한계 등은 극복이 필요하다.
금융업, 인공지능의 날개를 달다
금융 보고서 작성도 딥러닝 적용이 유망한 영역 중 하나다. 이미 Automated Insights나 Narrative Science와 같이 인공지능 기반의 기사 작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투자 자문 리포트도 발간하고 있다. 이외에도 Yseop, Capital Cube, 골드만삭스가 지원하는 Kensho Technologies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금융사는 수 천 개에 달하는 기업 정보를 빠르고 저렴하게 확보하여 고객사에게 제공해줄 수 있다. 물론 이들 자동화된 보고서는 금융회사의 데이터베이스 또는 내부 문서 등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향후 딥러닝 기술이 적용되어 자연어나 이미지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면, 보고서의 질적 수준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금융 서비스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가 점차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제조업 환경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다. 기존의 생산 설비가 인공지능, 로봇 기술과 융합되어 공정 자체가 더욱 고도화된 생산 현장을 의미한다. 독일 정부의 Industry4.0과 같이 주요 국가들이 저성장 경제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조업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스마트 팩토리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가전 업체인 하이얼(Haier)도 중국 내에 4개의 스마트 팩토리를 가동 중이다. 이 공장의 특징은 소비자가 본인이 주문한 제품의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본인이 희망하는 기능, 사양 등을 맞춤형으로 선택한 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diy.haier.com)을 통해 생산 공정의 각 단계를 영상으로 확인한다. 공장의 생산 설비가 소비자와 대화하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개념이다. 전형적인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이었던 가전 제품 제조 방식이,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도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부 공공 기관들은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활용해 그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시험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제한된 인력으로도 효과적으로 위험 요인을 파악/예측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치안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 Camio 등이 제공하는 지능형 CCTV는 이미지 인식, 패턴 인식 등을 통해 기존에는 유형화하기 어려웠던 자동차, 사람, 동물, 이상 행동 패턴을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다. 위험 장면만을 자동 선택해서 운영자에게 송부해주고, 운영자는 특정 유형의 이벤트를 검색해 볼 수 있다. 또한 운영자의 반응을 토대로 관심 영역이 무엇인지 학습해 이를 반영한 영상을 공유해준다. 이와 같은 지능형 CCTV는 소수 운영자가 광범위한 지역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에는 딥러닝을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고, 범죄를 사전에 예측하게 해주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 경우 SF 영화에서와 같이 관제 센터에 앉아 범죄 발생 전에 적절한 예방 조치를 미리 취할 수 있게 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교통 인프라의 진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자율주행은 기본적으로 자동차가 ‘갑작스런 보행자 출현’이나 ‘Stop 표지판’ 등의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세계적인 그래픽 기술 기업인 엔비디아는 2015년 CES에서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식 기술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360° 카메라를 이용해 보행자가 다른 사물에 가려져 있어도 머리와 다리 등 신체 일부만 감지되면 사람으로 정확하게 인식한다. 또한, 교통 표지판 및 주위 자동차의 차종을 신경망을 이용해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서버는 주행 중 수집된 다양한 정보를 학습해 인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알고리즘을 스스로 생성하고 다른 자동차에게도 전송한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똑똑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은 아직은 데모 시험 수준으로, 자동차에 본격 적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더 나아가서 도로, 교통 인프라의 지능화를 앞당기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알리바바는 딥러닝을 통해 상품 검색의 시행착오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알리바바는 이미지만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타오바오 앱”을 출시하였다. 기존과 같이 이미지에 태깅(Tagging)된 상품 설명을 텍스트로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마치 사람의 눈과 같이 제품 이미지를 직접 인지하여 알리바바 내에서 판매 중인 유사한 외관의 제품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정확한 상품명을 모를 경우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입력해 원하는 상품을 찾아야 했던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준다.
아마존은 음성, 이미지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사용자의 온라인 쇼핑몰 이용 경험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Amazon Echo는 댁내 어시스턴트 단말로, 음성 기반의 제품 주문 기능이 적용되어 있고, 아마존 폰에 구현된 Firely는 사용자가 사진으로 찍은 상품을 알아서 검색하고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생필품 등 주기적인 소비가 필요한 상품에 대해서는 단순 버튼 클릭을 통해 구매-결제-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Dash Button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사용자의 선호도 및 구매 주기를 분석함으로써, 아마존은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미리 예측하여 제시하고, 사용자는 단지 그것을 구매할 것인지 아닌지만 결정하면 되도록 하는 Predictive Sales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완전한 Predictive Sales는 아니지만, 이미 아마존은 지역별 소비자의 제품 수요를 예측하여 각 유통 창고별로 제품을 미리 구매해 비축해놓는 방식으로 제품의 배송 시간을 크게 줄이고 있다.
딥러닝은 그 밖에 콘텐츠 유통 영역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미 정확도 높은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추천 정확도를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딥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영화 장르, 소비자의 콘텐츠 구매 이력 등 비교적 정형화된 정보를 활용한 추천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미지, 영상 정보 등 다양한 비정형 정보까지 활용한 추천 방식을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구매한 영화의 포스터를 이미지로 분석한 후 비슷한 느낌을 지닌 포스터의 영화를 추천하거나, 사용자가 폭력, 공포 등 특정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시청을 중단할 경우 그러한 패턴을 사용자의 콘텐츠 선호도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그 동안 콘텐츠 소비와 연관성이 높지만 비정형화 되어 분석되지 못했던 정보들을, 딥러닝을 기반으로 분석하여 추천 정확도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온라인 유통 분야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검색 방법을 텍스트 중심에서 이미지 및 자연어로 확대하고, 정교화된 추천 기능을 통해 소비자의 미충족 니즈를 발굴, 충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제품별 수요 예측을 통해 각 지역에 위치한 물류 센터에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기존 온라인 유통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개인별 맞춤 교육에도 딥 러닝이 활용되고 있다. 엘리멘탈 패스(Elemental Path)는 지난 2월, 킥스타터를 통해 스마트 장난감 코그니토이(CogniToys)를 발표했다. 코그니토이는 마치 영화 ‘토이스토리’처럼 장난감이 어린이와 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교육 상황을 구현한다. 코그니토이는 IBM의 Watson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음성 인식 기능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어휘를 학습하고, 일종의 인격을 형성하게 된다. 아이가 성장하면 그에 따라 장난감의 대화 수준도 진화한다. 부모들에게는 ‘부모 패널’이라는 기능을 제공하여 웹으로 아이들이 코그니토이와 어떻게 놀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코그니토이가 공개될 무렵, IBM은 스타트업 알케미(Alchemy) API를 인수해서 언어해석, 추상해석 기능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언어와 감정을 분석할 수 있는 알케미 API 기술이 왓슨에 적용되고, 그것이 코그니토이에 구현된다면, 같은 장난감이라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맞춤식으로 성격이 변하면서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교육에 접목되는 딥러닝 사례들은 지식과 정보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사람 교육자보다 더 정확하고 적절하게 학생에게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연구들을 통해 증명되었듯, 학업에는 학생들이 얻는 지식보다 의욕, 끈기, 동기부여 같은 정신적 속성들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인간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공지능이 이와 같은 교육의 인간적 속성까지 보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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