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온라인 인재 플랫폼이 직업 세계를 변화시킨다

일취월장7 2015. 12. 29. 11:35

온라인 인재 플랫폼이 직업 세계를 변화시킨다
나준호 | 2015.12.22
구직자들이 국내에 거주하면서도 해외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구인 기업들에게는 적절한 인력을 빠르고 저렴하게 찾을 수 있게 만드는 온라인 인재 플랫폼이 최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인재 플랫폼의 확산은 기업들의 인력 운용 방식과 직업 세계의 구조에 새로운 변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기술 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직업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기술 발전은 노동 생산성을 증대시켜 더 많은 생산을 더 적은 노동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투입 인력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 한편, 남은 인력들이 자신의 기량을 더욱 고도화시켜야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신기술의 등장은 신산업을 창출시키고 기존 산업들을 쇠락시켜, 일자리들의 이동과 직업 내용의 변화를 야기시켰다.

 
최근 기술 변화 중 특히 원격 협업 기술의 보편화와 온라인 인재 플랫폼(online talent platform)의 확산 또한 일하는 방식과 고용 형태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즉, 원격 협업 기술의 발전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도 가상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만든다. 나아가 온라인 인재 플랫폼의 확산은 구인, 구직 기회의 탐색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특정 업무에 대한 거대한 인력 풀을 조성하며, 노동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연결, 통합되어 마치 클라우드처럼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는 기존 기업들의 고용 구조에서 비전통적 일자리들을 증가시키는 한편, 스타트업 기업들이 더욱 비용효율적으로 사업을 일으키고 확장할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개인들도 협업 기술을 쉽게 사용하는 시대

 
메신저, 스마트폰의 보급은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원격 접속, 클라우드 기술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동일한 데스크탑 환경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아가 다양한 스마트워크 기술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팀을 이루어 협업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 협업 애플리케이션들은 클라우드 기술에 기반해 작고 가볍기 때문에 대규모 IT 인프라 투자 없이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쉽게 구동된다. 아사나(Asana)나 트렐로(Trello) 같은 프로젝트 일정 관리, 야머(Yammer), 포디오(Podio)같은 기업용 소셜 네트워크, 슬랙(Slack), 힙챗(Hipchat)같은 폐쇄형 그룹 채팅 앱들은 이러한 협업도구들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때문에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개인들도 쉽게 원격 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공짜 서비스인 구글 앱스의 메일, 캘린더, 문서 및 스프레드 쉬트 기능들만 잘 활용해도, 원격 팀 작업이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전통적인 일의 개념을 크게 뒤흔들 잠재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90년대만 해도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당연히 지정된 사업장이나 사무실에 나가 정해진 업무시간 동안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제는 굳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지 않아도 팀을 이루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해외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한 부서 직원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 예로 애플에서 부품자재 공급을 담당하는 GSM(Global Supply Management) 부서 사람들은 전세계 협력사로 흩어져 일하며 이메일, 화상회의를 통해 업무 상황을 실시간 공유한다. 한국에서도 통계청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시차 출퇴근, 선택적 근무시간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해 전체 임금근로자 1,849만 명 중 1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집, 카페, 스마트워크 센터 등에서 원격 근무하는 스마트워크제를 도입한 사업체들도 2014년 2.4만 개로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다양한 온라인 인재 플랫폼 등장

 

원격 협업 기술과 함께 최근 확산 중인 온라인 인재 플랫폼(Online Talent Platform)들도 직업 세계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인재 플랫폼이란 인터넷을 통해 구인 기업들과 구직자들을 중개하는 사이트들로 <표>처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전통적인 구인구직 사이트 외에도 업워크(Upworks), 프리랜서(Freelancer)처럼 프로젝트성 일자리들을 매칭시켜 주는 플랫폼들이 빠르게 세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미국의 링크드인(Linkedin), 유럽의 바이어디오(Viadeo)같은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들도 구인구직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우버(Uber), 태스크래빗(TaskRabbit)처럼 운전, 배달, 수리 등 일회성 허드렛일들을 주문만 하면 즉시 연결시켜 주는 온디맨드 서비스 플랫폼들도 새로운 인터넷 노동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심지어 크라우드 플라워(Crowd Flower),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Mechanical Turk)처럼 자동화하기 힘든 대규모 노동집약적 작업을 잘게 분해해 전세계 인력들에게 위탁 처리하는 마이크로워크 플랫폼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인재 플랫폼을 이용하는 구직자들은 예상외로 많다. 프리랜서 닷컴에서는 1,300만 명의 웹/모바일 개발자, 디자이너, 작가 등이 활동 중이다. 업워크도 회원 수가 1,000만 명에 달한다. 또한 링크드인에는 전세계적으로 비즈니스 인력 2.8억 명의 이력서가 올라와 있다. 누구라도 이력서를 등록하거나 자신의 재능과 기량을 전세계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인재 플랫폼은 시시각각 커져 가고 있다. 세계은행(2015.5)의 예측에 따르면 인터넷 인재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아웃소싱 시장은 2013년 19억 달러에서 2020년 150~250억 달러까지 10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온라인 구인구직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자리들이 중,저기량 직무에서 전문직, 고기량 직무로도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등장한 클래러파이(Clarify)는 경영/창업 전문가, 엑스퍼파이(Experfy)는 빅데이터 통계 분석과 관련된 석사급 인재, 웨일패스(Whalepath)는 시장 조사 분석 전문가들과 기업들을 연결시켜 준다. 또한 페이저(Pager)나 메디캐스트(Medicast)는 의사 방문 진료, 액시옴 로(Axiom Law)는 기업 사내 변호사 파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각각 의료계와 법률계의 온디맨드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가상적 국제 이동 창구로 활용

 

온라인 인재 플랫폼은 사실 전 세계 인력들에게 열려 있다. 능력있는 근로자라면 자신의 기량과 기술을 본국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에게도 얼마든지 팔 수 있게 되었다. 1,000만 명의 인력들이 참여하고, 이용 기업 수도 400만 개에 달하는 미국의 온라인 인재 플랫폼 업워크(Upwork)의 경우, 구직 공고의 50%는 미국 기업들이 내지만, 정작 미국 프리랜서들이 매칭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영어 소통도 원활하고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인도, 동유럽, 필리핀 등 신흥국의 프리랜서들이 대부분의 일들을 수주해 가기 때문이다. 이는 본국에 살면서도 해외 일감을 받아 돈을 버는 글로벌 온라인 프리랜서 집단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터넷 인력 플랫폼에 참여하는 인력들은 2013년 4천4백만 명에서 2016년 1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인재 플랫폼의 글로벌 확산은 장차 노동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연결, 통합되어 마치 클라우드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잘 정의된 직무의 경우, 온라인 인재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는 수천에서 수십만 명의 인력 풀에서 기업들이 언제라도 원하는 인재를 데려다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인재들의 물리적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원하는 인재가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원격 협업 도구를 이용해 얼마든지 업무를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인재 플랫폼의 부상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흥국 국민들에게는 무엇보다 새로운 소득 향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해외 이주시 겪게 되는 비싼 생활비, 현지 생활 적응, 타국 생활의 소외감, 강제 출국 위험 없이도, 본국에 거주하면서 괜찮은 임금의 선진국 일감을 받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또한 자국에서 찾기 힘든 전문성 있는 일감을 구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원격지의 신흥국 근로자들까지 경쟁에 참여하면서 일자리 경쟁 심화와 전반적인 임금 하락이 유발될 수 있다. 실제로 아마존의 마이크로워크 사이트인 미케니컬 터크의 평균 임금은 4~5년 전만 해도 시간당 1달러 선이었는데, 최근 들어 시간당 1~5센트짜리 일들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문제가 해외 노동자들의 물리적 입국 없이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

 
기업들도 새로운 인력 운용 기법 도입 확대

 
온라인 인재 플랫폼은 인력 탐색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게다가 협업 기술은 모든 인력들을 수용하기 위해 넓은 오피스 공간과 사무집기, 기타 간접비용을 부담할 필요를 줄여준다. 온라인 인재 플랫폼과 협업 기술은 장기 저성장이라는 시대적 조류와 맞물려 기업들의 인력 관리 방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즉 경제 저성장이 지속되고 성장 기회가 부족해지면서 기업들은 비용 효율화와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원격 협업 기술과 온라인 인재 플랫폼을 활용해 비전통적 일자리들을 늘리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택 근무자나 프리랜서의 활용을 늘리고, 외부 인재나 퇴직자들을 프로젝트나 파트타임 형태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직무들을 마이크로워크 형태로 잘게 분해해 외부에 아웃소싱한 후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메커니즘을 도입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에서는 상당 부분 진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네트워크화된 직업 세계 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인사관리 기법을 표방한 스타트업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인재 채용과 관련해 길드(Gild)라는 스타트 업은 스마트 리쿠르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링크드인 같은 SNS 사이트에서 회원들의 이력서나 프로젝트 이력을 모니터링하여, 이직이나 구직 의향이 있는 적임자를 파악해 구인 기업들에게 통보하는식이다. 한편 미국의 워크퓨젼(Work Fusion)사는 프로그램 개발, DB 기록 업데이트 등 노동집약적 프로젝트의 자동화를 추구한다. 즉, 이들의 인공지능은 작업 프로세스를 분해하여 자동화 가능한 일, 외부 프리랜서에게 외주 가능한 일, 내부 직원들이 해야 하는 일로 구분한다. 또한 외부, 내부에서 작업 결과물들이 모이면 이들을 다시 분석하여 자동화 가능한 일들을 추가로 골라낸다.

 
최근 인터넷 스타트 업들에게서 매출이 증가해도 고용이 잘 늘지 않는 현상이 초기부터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도 협업 기술과 온라인 구직 플랫폼의 발전에 있다. 비핵심 업무들은 외부에 아웃소싱해 전문기관들의 지원을 받고, 핵심 업무인 알고리즘 개발도 상당부분 외부 프리랜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때 세계 최대의 사진 필름 회사로 2012년 부도를 맞이한 코닥의 근로자 수는 80년대의 최전성기에 14.5만명, 부도 당시에는 1.3만명이었다. 반면 온라인 사진 공유 사이트로 같은 해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에 인수된 인스타그램(Instagram)의 직원 수는 겨우 13명에 불과했다.

 
이는 한발 더 나아가 향후 오피스, 공장, 연구실 없는 기업이나 1인 기업들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동인이 될 수도 있다. 제임스 매퀴비(James McQuivey)의 저서인 ‘디지털 파괴’에 소개된 페로킨 생명과학사(FerroKin BioSciences)의 사례는 선구적이다. 이들은 실험실 없이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가상 기업 형태를 취했다. 12명 정직원들 중 7명은 재택근무를 하고 실험실 작업은 60개 외부 전문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아웃소싱하는 식이었다. 그 결과 약물 임상 실험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여, 창업 5년만인 2012년에 미국의 바이오 기업인 샤이어(Shire)에게 3.3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또한 MIT 테크놀로지 리뷰 최근 호(2015.9)에는 흥미로운 1인 기업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금융 데이터베이스 회사인 디스트레스 프로(Distress Pro)는 브레히트 팰롬보(Brecht Palombo)가 혼자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가족들과 함께 캠핑카를 타고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지낸다. 1인 기업이라 오피스가 필요없고, 중요한 일이 생기면 길에 주차시키거나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업무를 보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람은 정직원 대신 필리핀, 동유럽에서 사는 프로그래머들을 온라인 인재 플랫폼에서 구해서 가상 팀으로 일하고 있다. 슬랙(Slack)이라는 폐쇄형 채팅 프로그램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고, 구글의 문서도구를 이용해 작업한 뒤 결과물은 공용 클라우드에 올리는 식이다.

 
직업 세계에 다양한 고용 형태 확산

 

이러한 기업들의 인력 관리 변화로 인해 과거 정규직 중심으로 단순했던 직업 세계는 점점 다양한 고용 형태가 혼재된 복잡한 직업 세계로 변해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고정된 장소, 시간에 일을 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들고 대신 자유롭게 시간, 장소를 선택해 일을 하는 비전통적 근로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노동 시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뉘어져 같은 일을 하더라도 서로 다른 대우를 받는 이중화 문제가 큰 이슈가 되어 왔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다양한 고용 형태가 확산되면서, 노동 시장이 이중화를 넘어 다중화, 다층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협업 기술과 온라인 인재 플랫폼은 개인 미디어 창작자, 기술 창업가, 프리랜서 등 1인 기업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 혼자 일하다보면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이때 온라인 인재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같이 일할 사람들을 찾고 협업 도구들을 활용해 원격으로 공동 창작을 시도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사업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도 클래러파이(Clarify)나 엑스퍼파이(Experfy) 등의 전문가 플랫폼을 활용해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노동 시장에서는 기업체 종사자들 외에도 창작자, 창업가 등 새로운 형태의 자기 고용(self-employment) 직업인들의 비중이 점점 증가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청년들의 창업 의향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올해 컨설팅사 언스트앤영(Ernst & Young)에서 세계 각국의 청년 2,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65%나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길 원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우버, 리프트, 태스크래빗 등 온디맨드 플랫폼들이 확산되면서, 실업 상태나 정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근로자들 중에는 여기서 일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 이들은 플랫폼에 올라온 주문 중 적당한 것을 선택해 일하고 건별로 수입을 얻게 된다. 온디맨드 플랫폼은 원론적으로 불완전 취업자들에게 잉여 시간에 쉽게 허드렛일이라도 찾아 돈을 벌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 쉽고 빠르게 필요한 개인 서비스를 얻게 한다는 측면에서 상호호혜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계성 고용 형태라는 새로운 사회적 이슈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즉 온디맨드 근로자들은 법적으로 피고용자가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영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사회보장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문제에 노출된다. 예를 들어 우버 운전사는 차량 사고가 나더라도 산재보험 처리를 받기 힘들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에서는 온디맨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의 처우 문제가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직업 기회는 많아지나 불안정성도 커져

 

이처럼 협업 기술과 온라인 인재 플랫폼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고용 형태의 등장과 이로 인한 직업 세계의 변화는 많은 직업인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향후 직업 기회는 더욱 다양하고, 유연하고, 넓어질 수 있다. 즉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기업과 일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길 것이다. 또한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는 대신 창업가, 창작자 등 새로운 형태의 자기고용을 시도할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우 새로운 직업 형태를 택해 일하는 방식, 시간, 장소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파트 타임이나 프로젝트 형태로 여러 기업들과 동시에 일을 하는 프리랜서나 멀티 잡(multi-job) 직업인들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MBO 파트너스의 집계에 따르면 2015년 미국에서 21세 이상 프리랜서의 수는 3,020만 명으로 미국 실질생산가능인구(20~54세) 1억 4,850만 명의 20%를 넘어섰다. 나아가 글로벌 온라인 인재 플랫폼은 적절한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구직자들에게 본국에 거주하면서도 전세계 기업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세일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변화는 좋은 일자리의 감소, 직업 생활의 불안정성 증대, 소득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 다양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가 기간제, 프로젝트, 파트타임 등 다양한 비전통적 일자리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안정적 고용과 괜찮은 수입’을 보장했던 좋은 일자리들이 많이 사라질 수도 있다. 또한 강점 있는 특정 업무만 계속하다 보면 다른 업무 경험, 역량이 쌓이지 않아 기량 감소(de-skilling)의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고, 여러 기업들을 넘나들며 일하다 보면 직업 생활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 중에는 기업 고용은 유연하게 하되 다양한 사회 보장 제도를 통해 개인 직업 생활의 안정성을 확충해주는 유연안정화(flexicurity)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사회 전체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질 우려도 있다. 소수의 특화 인재들은 전세계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여러 기업들과 동시에 일하며 전보다 많은 수입을 거두겠지만, 다수의 구직자들은 거대한 인력 클라우드 내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해 오히려 수입이 감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업인들은 자기 정체성을 피고용자가 아니라 1인 기업으로서 재확립하고 기량과 경험을 끊임없이 쌓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