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툭하면 용돈 끊고 스마트폰 끊는다는 부모들에게

일취월장7 2015. 6. 16. 10:39

 

툭하면 용돈 끊고 스마트폰 끊는다는 부모들에게

사춘기는 부모와 자식이 서로 예민해지는 시기다. 틈만 나면 화장을 고치거나 스마트폰을 들고 놓지 못하는 아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회수 : 273  |  해달 (서울 목동 입시학원 강사)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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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승인 2015.06.16  08:57:37

요즘 학부모 상담의 화두는 아이의 ‘사춘기’이다. 부모들은 아이의 변화가 혼란스럽다. 아이를 아침에 늦게 깨우면 엄마 때문에 학교 늦는다고 화를 내고, 학원에 태워다 주려고 하면 왜 내 일상을 방해하느냐고 화를 낸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이 바뀌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니까 힘을 내본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 말이라면 무조건 거부반응부터 보인다. 아이의 날선 발언에 상처를 받다 보면 울컥 서럽기도 하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도 아이는 ‘엄마는 공부하라는 말밖에 모른다’고 받아치니 도통 대화하는 것 같지 않다. 그럴 때면 왜 하필 수능이 1년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사춘기가 온 건지 원망스럽다. 남들이 말하던 ‘중2병’이 중학생 때 찾아오지 않아서 ‘내 자식이 일찍 철들었다’며 안심했는데, 웬걸. 차라리 중학생 때 폭탄이 터졌어야 했다.

“저희도 자아가 생겼잖아요. 엄마가 너무 나서는 건 불편해요.” 아이들도 아이들대로 할 말을 한다. 엄마와 자식의 문제는 예민하다. 아이의 자존심이 다칠까 봐 엄마가 상담 다녀가셨다는 말을 전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넌지시 냄새만 풍겨도 속사포처럼 본인들 주장이 쏟아져 나온다. 공부만큼 친구도 중요하다. SNS로 친구들과 소통도 해야 하고, 단체 사진에 이름 태그가 달리는 것, 예쁜 셀카로 ‘좋아요’를 받는 것들도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만지는 나를 보면 툭하면 용돈을 끊는다거나 스마트폰 빼앗는다고 하는데, 나도 내 인생이 있고, 내가 만날 SNS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공부하다가 고작 한 시간 정도 즐기는 건데 그 꼴을 못 보는” 엄마가 답답하다. “멀리 나가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학원 갈 때 비비(크림)랑 틴트 바르는 게 전부인데” 그것을 보며 “학생이 어떻게 화장을 할 수 있느냐”라며 화를 내는 엄마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학생 되면 다 할 수 있다”라고 딱 자르는 엄마와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박해성 그림</font></div>  
ⓒ박해성 그림
요즘 교실은 ‘대학생 콘셉트’가 유행 중

그제야 아이들의 변화가 보인다. 하얗고 빨갛게 화장을 하고 학원에 온 아이들이 한 반에 못해도 70% 이상이다. 요즘에는 텀블러를 오른손에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학원 교재를 왼팔에 안고 들어오는 대학생 콘셉트가 유행이다. 쉬는 시간만 되면 일제히 비비크림 쿠션을 꺼내놓고 화장 수정에 나서며, SNS에 올릴 셀카를 보정하는 것도 일이다. 이제 막 공부 아닌 다른 일상에도 눈을 뜨기 시작한 아이의 변화는 사랑스럽다. 자신을 꾸미는 여유를 통해 아이들은 ‘학생’이기 전에 ‘사람’인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고작 화장만으로 이 팍팍한 일상에서 도피할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은 순수하다.

하지만 대학 입시가 고교 3년 안에 해답을 내야 하는 시험이기에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초조한 엄마의 처지 역시 이해된다. 학생이 화장하는 5분, SNS를 하는 10분, 친구들과 카톡을 하는 30분 등 몇 분이 걸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아이 생활의 중심이 변할까 봐 우려한다. “요즘 시대에는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게 없으면 나중에 본인이 원하는 일을 찾아 나설 때 장벽이 너무 높을 수 있으니” 아직은 공부를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다 너를 위한 것”인데 아이가 엄마라면 벽부터 쌓고 보는 것이 섭섭하기도 한 것이다.

아이의 미래에까지 손을 뻗는 학부모의 태도를 누군가는 비난할 수도 있다. 사람이 자신을 위한 시간과 여유도 있어야지, 언제나 공부하는 기계처럼 살 수는 없지 않나 의문도 든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이 시기만 무사히 지나면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자유가 있을 거라고 경험적으로 믿는다. 비가 오면 짚신 장수 아들이 걱정이고, 해가 뜨면 우산 장수 아들이 걱정인 게 부모 마음이랬다. 학부모의 고민에는 뾰족한 해답이 없다. 실제로 너무 공부만 하는 아이의 학부모는 ‘애가 쉴 줄 모르고, 공부하느라 잠도 못 자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줄 몰라서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상담 주간 때마다 제대로 해답을 내린 게 없다. 다만 아이가 겪는 ‘사춘기’가 아이의 ‘자아 성장’임을, 내 가정, 나 혼자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공유할 수 있다면 학부모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