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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민들 '집걱정' 없앤 리콴유

일취월장7 2015. 3. 25. 11:59

싱가포르 국민들 '집걱정' 없앤 리콴유

강력한 공공주택 정책으로 싱가포르 주거문제 완전 해결

2015-03-23 08:23:21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23일 타계했다. 향년 91세.

싱가포르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리 전 총리가 오늘 오전 3시18분 싱가포르 종합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며 "리셴룽(李顯龍·63) 총리가 매우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들인 리셴룽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타계 소식을 전했다. 고인은 지난달 5일 폐렴으로 입원한 뒤 사경을 헤매왔다.

1959년 자치정부 설립, 1965년 독립후 1990년까지 총리를 지내 세계사상 가장 오랫동안 총리로 재직하며 싱가포르를 세계적 강소국,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로 건설한 리콴유에 대한 평가는 복합적이다. 혜안을 가진 세계적 지도자라는 긍정적 평가에서부터 독재자, 세습권력자라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 살인적 전월세값 폭등 등 최악의 주거란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라는 최악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싱가포르의 주거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한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부러운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국토가 비좁은 까닭에 전국민의 90%이상이 고층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대다수 싱가포르 국민이 우리와는 달리 주택문제로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싱가포르 국민의 85%가량은 지금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초 싱가포르의 주택난은 심각했다. 국가건설에 필요한 인력들을 해외에서 흡수하다 보니 주택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에 미증유의 주택대란이 발생한 것.

리콴유 총리는 이에 우리나라의 주택공사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청(HDB)을 설립, 강력한 공공주택 정책을 추진했다. 주택개발청은 ‘토지 공개념’에 기초한 강력한 토지수용법으로 전국토의 80%이상을 국유화한 뒤, 공공 아파트를 지어 서민과 중산층에게 저렴하게 분양했다. 이 때 싱가포르가 도입한 독창적 제도가 공공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정부에 되팔도록 하는 ‘주택전매금지-주택환매제도’이다. 시가로 집을 되사들인 정부는 이 집을 입주 대기자들에게 시가로 되판다.

주택개발청은 1960년대에는 주로 서민층에게 주택(일명 HDB아파트)을 공급했고, 1970년대 들어서는 중산층으로 그 대상을 확대한 결과 현재에 이르러서는 전체국민의 85%가량이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산층 아파트 못지않게 깔끔하고 세련된 공공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 공공 아파트는 평수도 23평에서 시작해 33평, 41평, 56평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나, 방 4개나 5개짜리 중형아파트가 전체의 90%에 달할 정도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17~21평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나라 임대주택과는 천양지차다.

이들 HDB아파트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되는 중앙연금준비기금(CPF)으로 지어져 민간아파트 값의 45% 수준의 염가에 분양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우리나라에서 임대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분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정부가 강력한 자가보유 촉진정책을 펼친 결과 대부분이 입주자 소유로, 싱가포르 국민의 90% 가까이가 자기 집을 갖고 있으며 정부 소유의 임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자가 보유비율이 50%에 불과한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싱가포르에 고급 민간아파트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싱가포르에는 벌써 10~20년 전에 ‘콘도’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타워팰리스보다 훨씬 좋은 50~60억원 이상 가는 100평, 200평 넘는 궁전 같은 아파트도 즐비하다. 이들 고급 아파트 단지 안에는 옥외수영장, 테니스장, 헬스시설 등 다양한 레저시설이 갖춰져 있고 입구에는 경비실과 차단기 등 보안장치가 설치돼 출입자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계급이 ‘집 있는 계급’과 ‘집 없는 계급’으로 새로 나뉘었다”고 할 정도로 극심한 계급간 위화감이나 적개감이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이원화해, 공공부문에서는 절대로 이윤을 남기지 않되 민간부문에 대해선 분양가를 얼마를 받든 개입하지 않고 완전자율화한 빼어난 주택정책의 결과다.

싱가포르에서는 원천적으로 고소득층이 공공주택에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다. 구체적으로 월평균소득이 8천 싱가포르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이나, HDB아파트를 짓는 재원인 중앙연금기금의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 자유사업자들을 공공주택의 공급대상에서 제외했으며, 그 대신 이들은 가격이 높은 민간주택 시장으로 흡수되도록 했다. 반면에 월소득이 6천 싱가포르달러 미만인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만 입주를 허용하고 있으며, 더욱이 이들에게는 아파트 구입시 주택가격의 80% 범위내에서 장기 저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융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싱가포르 국민들은 절대로 집 장만 걱정을 하거나 투기할 생각을 하지 않으며, 오로지 모든 에너지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탁월한 주택제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족이 애당초 발붙이지 못하게 만든 50여년전 리콴유의 선택이 오늘날 세계적 강소국 싱가포르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가 오늘날 정경유착 등 부패가 없는 세계 제일의 청렴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구조적으로 ‘건설족 비리’가 존재할 수 없는 공공주택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도자의 ‘선택’은 이처럼 국가의 운명을 통째로 바꾸는 법이다.
박태견 기자

 

 

 싱가포르,'리콴유 주식회사' 또는 '잘사는 북한'?

[기자의 눈] 평균치에 가려진 '싱가포르의 두 얼굴'

이승선 기자 2015.03.24 15: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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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에 한 조그만 나라가 있다. 면적은 692제곱킬러미터(㎢)로 서울보다 조금 넓은 정도로 인구는 530만 명밖에 안 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5만6113달러로 세계 8위, 아시아 1위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기는 국가경쟁력으로 세계 2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국가청렴도는 세계 5위이다. 놀라운 것은 이 나라는 50여 년 전 한 지도자가 집권하기 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40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어촌 같은 곳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의 많은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우리가 본받을 나라"라며 이 지도자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지도자가 23일 92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바로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다. 박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장으로 치러지는 리콴유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고, 심지어 북한도 총리 명의로 "우리 인민의 친근한 벗"이라면서 즉각 조전을 보냈다.  

리콴유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이념을 초월한 듯 찬사 일색이다. 타계한 지도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예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이 남긴 유산이나 다름없는 오늘날의 싱가포르가 어떤지는 이번 기회에 잘 알려지지 않는 측면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나 청렴지수 등 화려한 평균치로 포장된 싱가포르는 '베일에 쌓인 나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 AP=연합뉴스

▲'싱가포르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 AP=연합뉴스


싱가포르를 관광객으로서 접해본 사람들이 아니고 현지에서 이 사회를 좀 들여다 본 사람들은 "리콴유 일가가 소유한 주식회사"라고 말한다. "언론의 자유는 싱가포르의 통합과 정부의 우선순위 아래 종속돼야 한다"는 리콴유의 유명한 어록은 싱가포르가 기업을 뜻한다면 이해가 간다.  

싱가포르를 '리콴유 가문의 주식회사'로 비유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을 강조한 비판이라면, 정치사회적으로는 영토의 면적과 인구 규모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잘 사는 북한'이라고 비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의 지도자들이 닮고 싶어하는 나라가 어떤 가문이나 소수의 세력이 소유물처럼 완전히 장악한 나라이거나, '잘사는 북한'을 추종하는 일종의 종북주의자들이라는 말인가? 싱가포르를 '주식회사'나 북한과 비슷한 독재국가로 보는 것은 싱가포르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닐까? 

하지만 비판자들의 논거도 상당하다. 우선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라는데, 국민행복도 조사를 하면 전세계 꼴찌 수준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이 불행하다고 답하고, 싱가포르 토박이들 상당수가 "외국에 나가서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나라이며, 인구 4분의 1인 130만 명이 외국인 이주 노동자인 나라다. 2013년 '싱가포르 폭동'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착취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노조가 파업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것은 그저 이 나라의 평균 수치일 뿐, 국민 대다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가난할 뿐이다. 교육도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싱가포르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소질이 없는 학생은 곧장 직업학교로 가야 한다. 자식의 인생이 초기에 결정되는 이런 교육제도 탓에 사교육 경쟁에 내몰려 "가족들이 오붓하게 나들이 할 여유"를 찾기 어려운 나라다.  

'주식회사 싱가포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이 나라 장관은 민간 최고경영자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공무원들에 대한 이런 대우가 부패척결의 비법이다.  

싱가포르가 '잘사는 북한'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살펴보자. 싱가포르는 영국의 자치정부 시절인 1959년 리콴유가 집권한 이후 1965년 독립국가를 겨쳐 지금에 이르도록 집권당이 바뀐 적이 없다. 지난 2011년 시행된 총선에서도 집권 인민행동당(PAP)은 전체 87석 가운데 81석을 차지했다.

PAP는 1959년부터 지금까지 80석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1당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WP)이 2011년 총선에서 6석을 획득한 것이 사상 최대 성적인 나라다. 지금까지 야당 출신 의원 자체가 12명밖에 없는 나라다. 

1952년 생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리콴유의 아들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북한 식으로 '세습독재'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2004년부터 총리를 이어받았다. 그가 대안이 없는 훌륭한 지도자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싱가포르가 부패 척결로 유명하다지만, 싱가포르가 리콴유 일가의 소유물이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리콴유의 장남은 현재 총리이고, 차남 리셴양은 싱가포르 최대 통신업체 싱텔의 최고경영자를 거쳐 현재 싱가포르 민간항공청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며느리는 국부펀드 운용사 ‘테마섹 홀딩스’의 최고경영자다.

이 나라는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곳에는 우리의 악명높은 국가보안법 같은 것이 국내보안법이라는 이름으로 엄존하고 있어 정부 비판은 엄두도 못낸다. 국내보안법은 공식적인 혐의나 기소 없이도 무기한 구금할 수 있다. 선거라는 것도 형식적이어서 유세 중 정부 비판을 하면 사실상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보복을 당하게 된다.  

싱가포르에는 정부의 통제에서 자유로운 독립언론이라는 게 없다. 언론자유는 북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4년 '국경없는 기자회'가 평가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싱가포르는 175개 국 중 150위다. 인터넷 웹사이트 개설조차 마음대로 못하고 검열이 합법인 나라다. 야외집회나 행진의 자유? 무조건 정부의 허가 대상이다.

싱가포르에서 인권을 얘기하면 곤란하다. 인구비례로 사형집행 1위 국가가 싱가포르이며, 사형집행도 즉각 해서 지난 50년간 4만여 명이 사형된 나라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3년 사이에 400명 정도가 교수형을 당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형이 유난히 많다"는 비판에 대해 "가장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는 마약지대와 가깝기 때문에 마약거래 등에 대해 엄단하기 때문에 사형 비율이 높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 하지말라는 것을 하면 우리에게는 경범죄인 것도 싱가포르에서는 살인적인 벌금형에 처해진다. 지하철에서 음식물 먹다 걸리면 벌금이 우리 돈으로 수십만 원, 길에서 껌 씹다 뱉으면 70만 원이 넘는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인 한국이 '싱가포르 모델'을 따르면 5만 달러가 될 수 있다고 하자.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평균치가 다른 모든 것을 우선하는 최고의 목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될까. 만일 삼성그룹 일가에 대한민국의 통치를 맡기면 '1인당 5만 달러의 나라'가 된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 모두가 삼성그룹 직원이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