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등

빚 내서 집 사는 게 나쁜가?

일취월장7 2015. 3. 16. 17:43

빚 내서 집 사는 게 나쁜가?

[내 집 장만, 이대로 가능한가‧①] "집값은 계속 변한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 2015.03.02 10:04:07

전셋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전세로 살지, 구매를 할지 선택(Tenure Choice)하게 된다. 현재 한국 부동산 상황은 전셋값 폭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전세에서 구매로 넘어가는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표되는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 총액이 6년 전 금융 위기 때보다 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도 '부동산3법', '1%이자 주택대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집을 사도록 권장한다. 반발도 제기된다.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하는 게 올바른 정책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주택 구매를 장려하는 게 과연 그릇된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보내왔다. 김 교수는 이 글을 시작으로 2015년 들어 정부가 내놓은 수요 진작 정책(1% 공유형 모기지)과 공급 정책(건축회사를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 건설추진책)에 대한 수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 정책이 실효성은 있을지에 대해 짚어나갈 예정이다. 김 교수의 글은 총 3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1> 빚을 내고 집을 사는 것, 부정적이기만 한가?  

<2> 1% 공유형 모기지, 정책 수혜 대상자를 보다 명확히 해야 

<3>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 누가 실현할 수 있나?  


빚을 져서 집을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은 듯하다.  그 진의는 아마도 아래와 같을 것이다. 대세하락기에 서민들이 주택을 사는 경우, 지가 하락으로 자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직업의 안정성과 미래 소득의 안정성이 매우 불투명한 현실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이 논지에서 우리는 서민층 삶에 대한 염려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가지 질문을 해 본다.  

  

(1) 부동산은 대세하락기인가?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몇 십 년에 걸쳐 떨어지기만 할 것인가?
(2) 빚을 지고 집을 사는 것은 그렇게 안 좋은 일일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불과 몇 년 전 2007년만 하더라도 대다수 사람은 주택가격은 영원히 오를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은 또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과연 그런 시장이 존재할까? 영원히 가격이 떨어지고 영원히 가격이 오르는, 또는 영원히 가격이 일정한 시장!

  

부동산의 경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시장은 존재하기 힘들다. 부동산은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이 있는 시장이다. 서울을 보자. 서울 아파트 가격은 1980년대 솟구쳐 오르다가 분당 등 신도시에 대량의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실질가격은 하락했다. 하지만, 다시 오르기 시작하여 1997년 금융위기 전까지 오름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1997년의 금융위기는 서울 부동산 시장을 폭락시켰다. 하지만, 전 세계적 벤처 붐과 저금리로 서울의 주택시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급등하였다. 서울마저도 가격이 오르는 시기와 떨어지는 시기가 있는, 즉 사이클이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물론 2007년까지 상대적으로 상승트랜드에 사이클이 존재하였지만, 향후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부동산시장에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7년 우리는 모두 '부동산 불패', '부동산은 영원히 오를 것'이라는 신화에 빠졌다가, 지금은 영원히 내릴 것이라는 부동산 패배 믿음에 빠진 듯하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미국과 영국의 주택시장이 급등한 것에 알 수 있듯이, 저금리 기조와 경제 활성화가 전제된다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은 미약하나마 존재한다.

  

만약 부동산시장의 사이클 중 가격 상승이 시작되었는데 중산층 이상의 부유층만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 오면, 서민들이 갖고 있는 손실감과 박탈감은 상상이상일지 모른다.

  

이제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해 보자. "빚을 져서 집을 사지 말자"의 진의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밝힘에도, 아래의 해석이 가능함을 부인할 수 없다. "빚을 져서 집을 사지 말자"는 결국 "빚을 내지 말고 자기 자본으로 집을 사자"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주변에 빚을 안지고 자기 돈으로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서민들?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세가가 3억을 돌파한 이 때에 매매가는 평균 전세가 이상 (즉, 3억 원 이상)이다. 따라서 서민들이 빚을 지지 않고 집을 사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물론 순수한 자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계층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대 1% 아니, 0.1%의 자산가는 충분히 빚을 지지 않고도 자기가 살 집을 구입할 수 있다. 즉, "빚을 져서 집을 사지 말자"라는 논의는 부자들은 집을 살 수 있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민들은 영원히 집을 사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미국의 모기지 이자율(주택구입이자율)의 역사를 보면, 한 때 모기지 이자율은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높았다. 이자율이 당연히 높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택을 구입할 때, 임대에 들어가는 비용과 주택을 보유할 때 드는 비용(주택구입에 드는 각종 비용 – 부동산 수수료 및 취득세 등 기타, 주택 보유비용 - 재산세 및 모기지 이자비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서 결정을 했다. 특히 서민들은 더욱 그러했다. 결국 모기지 이자율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서민들의 주택시장참여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일부 자산가만이 주택시장에 참여했을 뿐이다. 과연 이 상황이 옳은 상황일까? 빚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일부 자산계층만이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따라서 주택구매의 기회를 보다 많은 사람들, 중산층 이하 서민 그리고 또한 저소득계층에게도 넓게 확장하려고 하는 정책의 취지는 매우 합당한 것이다. 다만, 여기에 두 가지 조건이 붙어야 한다.

  

첫째, 주택 구매할 사람들의 신용도가 적정하여 미래에도 주택모기지 이자를 갚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신용도는 부유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 안정적이어서 저소득이어도 지속해서 모기지이자율을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소득이 지속해서 들어오나 낮다면, 정부는 이들에게 강력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둘째, 구매 대상 주택이 위험자산이어서는 안 된다. 즉, 경기급등락이 있더라도 가격의 등락폭 (변동성=리스크)가 높지 않아야 한다.  

  

위의 두 조건을 시장이 제대로 통제하는 상황, 즉, 주택구매를 하려는 사람의 신용도와 모기지가 제공하는 주택의 위험성을 제대로 체크하는 상황에서 주택구매 기회가 보다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비록 자기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도 감내할 수준의 빚을 지고 위험성이 낮은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은 지속해서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은 주거안정성 측면에서 주택 소유가 가질 장점이다. 주택을 소유했을 때 주택가격하락으로 금전적 손해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변동성이 약한 부동산은 급락이 폭이 적다.) 하지만,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계속 임대를 하고 있는 경우, 임차인들의 주거안정성이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즉, 주택을 보유한 경우와 주택을 보유하지 않고 임대하면서 사는 경우, 어떤 경우가 주거안정성측면에서 더 나은 것인지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전/월세로 삶을 영위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임대료 상승의 문제 (현재의 전셋값 파동)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비용(새로운 주택을 찾는 비용과 전세가 상승시 금융조달비용 등)의 증가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국토부가 발표한 2개의 중요정책은 큰 의미를 갖는다. 수요측면에서 1%공유형 모기지제도를 확대한 정책과 공급측면에서 민간임대형시장확산책은 기존에 비해 매우 진일보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내용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글에서 한다.

 

 

100억 자산가, 시중보다 싼 이자로 아파트 산다?

[내 집 장만, 이대로 가능한가‧②] 공유형 모기지정책, 형평성을 더 하라

김경민 서울대 교수 2015.03.06 08:59:18

전셋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전세로 살지, 구매를 할지 선택(Tenure Choice)하게 된다. 현재 한국 부동산 상황은 전셋값 폭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전세에서 구매로 넘어가는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표되는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 총액이 6년 전 금융 위기 때보다 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도 '부동산3법', '1%이자 주택대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집을 사도록 권장한다. 반발도 제기된다.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하는 게 올바른 정책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주택 구매를 장려하는 게 과연 그릇된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보내왔다. 김 교수는 이 글을 시작으로 2015년 들어 정부가 내놓은 수요 진작 정책(1% 공유형 모기지)과 공급 정책(건축회사를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 건설추진책)에 대한 수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 정책이 실효성은 있을지에 대해 짚어나갈 예정이다. 김 교수의 글은 총 3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관련기사 바로가기 ☞ <1> 빚을 내고 집을 사는 것, 부정적이기만 한가?)

<2> 1% 공유형 모기지, 정책 수혜 대상자를 보다 명확히 해야

<3>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 누가 실현할 수 있나?  


서민 주택 관련 미국의 정책은 크게 두 측면에서 존재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정부가 직접 거대 임대아파트단지를 개발하기보다는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지역기반 비영리 민간 개발업체를 통한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 공급을 독려한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금융지원책)이 있다. 

수요측면정책으로는 저소득층 서민들이 저렴주택에 거주하고자 할 때 임대료를 일부 지원하는 바우처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단순히 임대지원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다. 서민들이 주택을 구매하려는 경우에도 지원을 해 준다. 여기서 핵심은 지원의 대상이 명확하다는 점으로, 그 대상은 중산층과 중산층 이하의 서민이다. 그리고 정책의 목표가 명확하다. 부동산 가격을 띄우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정부가 개입하여 가격을 통제하고자 하려는 비자본주의적 정책이라 아니라), 주거복지 차원에서 서민들이 편하게 임대하여 살 수 있거나 자신의 거처를 구매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2014년 국토부는 두 개의 수요측면 정책을 발표하였다. 수익공유형 그리고 손익공유형 모기지제도이다. 명칭에 약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정책의 내용은 큰 틀에서 비슷하다. 국민주택기금에서 낮은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고, 미래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이나 손실 등을 국민주택기금과 공유하는 제도이다.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생애최초는 7000만 원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하며,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 6억 원 이하 아파트(단, 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 소재)에 한정한다. 금리는 연 1.5% 고정금리(수익공유형 모기지) 최초 5년간 연 1% 이후 연 2% 고정금리(손익공유형 모기지)로, 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다. 

주택가격 하락 시 서민들의 빚을 떠안을 것이라는 염려가 존재함에도, 개인적으로 볼 때 해당 정책은 큰 의미가 있는 정책이다. 소득 수준을 제한함으로써 정책수혜대상을 중산층 이하 서민으로 한 점, 그리고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매우 낮은 금리로 혜택을 제공했다는 점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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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부담 줄이는 수익공유형 모기지 

간단한 시뮬레이션으로 10년 보유 시 어느 정도 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4억 원짜리 아파트를 2억 원의 자기자본과 2억 원의 모기지를 사용하여 구매한다고 치자. 만약 시중은행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이용하여 아파트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대략 3.5%~4.5% 사이가 될 것이다. 

이 경우 아래 <표1>에서와 같이 20년 만기 4.5% 고정금리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상품의 경우,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대략 126만 원이고 3.5% 고정금리 상품은 116만 원이다.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의 경우, 매월 지불하는 원리금은 동일하나 내부의 원금과 이자부분은 매시기마다 변화한다. 초기에 이자가 높다가 낮아지는 구조다. 복잡한 수식을 이용해서 10년간 지불해야 하는 이자의 합을 계산하면 4.5%의 경우, 7329만 원 그리고 3.5%의 경우 5648만 원이다.  

하지만, 1.5% 수익공유형 모기지상품의 경우 원리금은 대략 96만5000원을 지불하나 10년간 지불하는 이자의 합은 2329만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표2>에서와 같이 4.5% 고정금리에 비해서는 5000만 원을 3.5% 고정금리에 비해서는 3319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볼 때, 4억 원 아파트의 가격이 10년 후 3억7000만 원 또는 3억5000만 원까지 떨어지더라도 1.5% 수익공유형 모기지 이용 구매자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빚을 내고 집을 사더라도 정부의 지원책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부분이 존재하기에, 집값 하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의 일정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구조가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공유형모기지 정책을 단순히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으로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 오히려 해당 정책은 중산층 이하 서민에게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다. 그렇다면 엄청난 인센티브가 존재하는 정책이기에, 이 인센티브를 향유할 대상은 광범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형평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시중 금리보다 낮은 이자율, 형평성 문제 발생할 수도 

시중 금리보다 파격적으로 싼 이자율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일정 부분 정부의 지원이 들어간 것이다. 이 정부의 지원은 세금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만약 현재와 같이 특정 주거 유형 (아파트에만 대상) 그리고 특정 지역 - 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그리고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로 올 초 확대)로 한정한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세난으로 인해 아파트에서 살다가 다세대 주택을 구입하려는 경우(실제 이런 경우가 다수 발생 중이다), 해당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지방의 50만 이하 소도시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경우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소정의 세금을 내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내는 세금을 특정 지역의 특정 주거유형을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농촌에 사는 사람의 세금으로 중산층 도시민의 주거자금을 지원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즉, 형평성에서 내재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공유형 모기지 제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지역 간 그리고 투자자간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형평성에 있다. 결론적으로 주택 유형을 아파트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다세대 주택 등으로 대상 유형을 확대해야 하며, 지역 역시 보다 많은 지역을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 자체가 지역별 위험성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른 차원의 문제점은 과연 전국을 동일하게 부부합산 6000만 원 소득 이하 그리고 6억 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하는 것이 합당하느냐다. 미국에서는 저렴 주택 임대자, 혹은 구매자에게 정부가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 지역마다 소득 분위를 살펴서 지역중위소득(AMI: Area Median Income)과 더불어 주택가격의 분포를 조사한다. 상식적으로 뉴욕 맨해튼 거주자의 소득수준과 집값 그리고 미국 중서부 시골지역의 소득수준과 집값의 차이는 명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4년 뉴욕시의 4인 가구 중위 소득은 $8만3900인데 반해 애리조나주(주 수도) 피닉스시의 4인 가구 중위소득은 $6만1900이다. 애리조나주 소재 소도시의 중위도시는 훨씬 더 낮을 수 있음은 명확하다. (출처 바로가기 ☞ Income Eligibility ☞ AREA MEDIAN INCOME)

따라서 뉴욕 소재 주민 중 정책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4인 가구 수입이 최대 $8만3900인데 비해 애리조나 피닉스 주민은 최대 $6만1900이 된다. 만약 갑작스런운 주택가격 폭등으로 상위의 중산층마저도 주택구매에 어렵다면 지역마다 중위 선상 이상 계층을 지원하기도 한다.(이 경우 지역별 AMI 100% 선까지인 한계를 AMI 120%까지 확대하는 식이다. 뉴욕시 4인 가구 소득이 $10만680 (=$8만3900*120%) 그리고 피닉스시 $7만4280(= $6만1900*120%)의 계층까지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서울시 강남구와 지방 농촌의 평균 소득과 중위소득은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전국 균일의 소득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시군구 단위 또는 다른 지역단위를 체계적으로 구상하여 지역별 소득분포를 알아내고 이를 매년 조사하고, 주택 가격이 급격히 올라서 중산층까지도 주거복지가 위태하다고 하면 AMI 기준 퍼센트를 조정하면서 중산층 혜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집값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에서 6억 원은 서민층에게 적합할 수 있으나, 지방 중소도시의 6억 원짜리 주택은 매우 값비싼 주택일 수 있다. 따라서 주택가격의 지역적 차이가 존재하기에 지역별 소득분포와 마찬가지로 지역별 주택가격분포를 연구하여야 한다. 어떤 지역의 공유형 모기지 대상주택은 6억 원 이상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지방 작은 중소도시는 6억 원 이하가 될 수 있다.  

서민이 인센티브 골고루 받는 방안 필요 

2015년 정부는 소득제한 없는 수익공유형 은행대출 출시 계획을 밝혔다. 2014년 정책들은 정부 정책기금을 활용하는 것이기에 정책수혜대상자를 중산층 이하 서민계층에 한정한 것인데 비해, 2015년 출시예정 수익공유형 은행대출은 소득제한 규정을 없앴다. 즉, 100억대 자산가가 무주택일 경우, 9억 이하의 아파트를 매우 싼 이자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은행대출이기에 은행이 싼 이자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게 되고, 추후의 수익 부분을 구매자와 나누는 구조이다.  

하지만 이런 은행 대출상품까지 정부가 관여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은행 대출상품은 미래 가격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은행에 있음은 당연하다. 만에 하나 이 상품 출시로 인해 은행 부실이 생길 경우, 그 책임을 정부가 지게 된다면 이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돈 없는 서민들 돈으로 고소득자 주택 투자 손실을 보조한다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5년 수익공유형 은행대출 정책은 고소득자의 부동산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거래량을 늘리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시켜보자는 정부의 시도로 해석된다.  

고소득자의 부동산 시장참여 방안을 구상하려는 노력 대신, 우리나라 많은 지역의 서민이 인센티브를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길 기대한다. 

 

 

뉴욕 부자들이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유는?

[내 집 장만, 이대로 가능한가‧③끝] 수익성 해치지 않으면서 공익성 담보해야

김경민 서울대 교수 2015.03.16 1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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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전세로 살지, 구매를 할지 선택(Tenure Choice)하게 된다. 현재 한국 부동산 상황은 전셋값 폭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전세에서 구매로 넘어가는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표되는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 총액이 6년 전 금융 위기 때보다 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도 '부동산3법', '1%이자 주택대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집을 사도록 권장한다. 반발도 제기된다.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하는 게 올바른 정책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다. 

 

러한 상황에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주택 구매를 장려하는 게 과연 그릇된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보내왔다. 김 교수는 이 글을 시작으로 2015년 들어 정부가 내놓은 수요 진작 정책(1% 공유형 모기지)과 공급 정책(건축회사를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 건설추진책)에 대한 수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 정책이 실효성은 있을지에 대해 짚어나갈 예정이다. 김 교수의 글은 총 3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 <1> 빚을 내고 집을 사는 것, 부정적이기만 한가? 

<2> 1% 공유형 모기지, 정책 수혜 대상자를 보다 명확히 해야 

☞ <3>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 누가 실현할 수 있나?  

  

우리나라에서 '임대주택 또는 임대아파트'이라는 용어는 LH공사나 SH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건설한 저렴한 아파트로 서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로 인식된다. 과거 많은 사람의 소득이 비슷한 시기에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 않았을지 모르나, 근래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커다란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같은 아파트단지 내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분양아파트 아이들과 놀지 못하도록 놀이터 진입 골목에 벽을 치는 경우도 있었고, 강남 소재 보금자리 아파트 아이들의 학교 배정을 근처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그 부모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서민들이 몰려 사는 (공공 개발)임대아파트는 결국 환영받지 않은 주거유형이 된 형편이다.  

  

올 초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을 발표하였다. 정책의 목적은 중산층 전세난 완화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공공 임대아파트가 낙인효과를 불러왔기에, 중산층용 임대아파트는 공공 대신 민간에서 건설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여기서 민간은 민간 건설회사들이 주 대상으로 보이며 이 민간 건설업체에 상당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러한 정책은 다음과 같은 논란이 있는 듯하다. '왜 정부에서 중산층 임대아파트에까지 신경을 씀으로써 서민층 임대아파트에 집중하지 않느냐', 그리고 '이 정책은 결국 건설회사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가 아니냐'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문제 제기의 순수성은 이해하나 모든 맥락을 찬성하기는 힘들다. 이유는 중산층용 임대아파트는 반드시 시장에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이 중산층용 임대아파트 개발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서민들을 위한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이 반드시 일정 부분 공급되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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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주택과 임대아파트의 차이는? 

  

필자의 논의 전개에 앞서 '임대아파트'(Rental Apartment)와 서민들 주택으로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했으면 한다.  

  

우선 임대아파트가 반드시 서민만 살 수 있는 주택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서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주택에 적합한 용어는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이다. 적정주택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주택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정주택은 반드시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정주택 개발 시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적정주택에 살 중산층 이하 서민에게도 인센티브(주거 바우처)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즉, 적정주택 공급 주체와 수요자(서민) 양측에게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적정주택의 특징은 대개가 임대형(rental)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부분으로 인해, 임대아파트를 서민주택(또는 적정주택)으로 오해를 할 소지가 발생한 듯하다. 

  

이제 임대아파트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자. 임대아파트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이고, 거기에는 어떤 계층이 살고 있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기업들이 임대아파트 단지들을 보유한 채 이를 일반들에게 임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임차인에는 서민층과 더불어 중산층 이상 계층도 존재한다. 즉, 기업들이 임대아파트 단지를 계획, 건설, 운영까지 하기에, 시장의 수요가 존재한다면 중산층용 럭셔리 아파트 단지도 충분히 개발되고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임대아파트(rental apartment)와 서민들이 거주할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은 엄밀히 말하면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부동산 개발회사는 건설회사인가? 
  
중산층용 임대아파트의 사례를 좀 더 살펴보자. 미국의 부동산 기업 (주)아바론베이 커뮤니티(AvalonBay Communities, Inc)는 미국의 많은 도시에 대규모 주택/아파트 단지를 계획, 개발 및 운영하는 전문적인 부동산 개발기업이다.  

  

이 회사가 뉴욕 맨해튼에서 운용하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3베드 룸 아파트 한 달 임대료가 5262달러에 이른다. 즉, 중산층 이상 계층 대상(부유층 포함) 임대아파트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이 공급하는 중산층용 임대아파트 시장이 집값이 비싼 한국에 존재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관련 내용 바로 가기 : (주)아바론베이 커뮤니티) 

  

 

©(주)아바론베이 커뮤니티(AvalonBay Communities, Inc) 사이트 캡처

©(주)아바론베이 커뮤니티(AvalonBay Communities, Inc) 사이트 캡처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보다 근본적인 이슈는 아래의 두 가지이다.

  

첫째는 (주)아발론베이 커뮤니티와 같은 회사의 성격은 무엇인가? 부동산 개발회사는 건설회사인가? 즉, (주)아발론베이 커뮤니티같은 부동산개발회사는 직접 건설을 하는 회사인가에 대한 것이다.

  

둘째는 ㈜아발론베이 커뮤니티와 같은 민간 임대아파트 운영업체들이 시장 수익을 좇아서 중산층 이상 럭셔리 아파트만을 도시에 제공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민들이 살 곳에 럭셔리 아파트가 들어서면 서민들이 살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서민 주거 공간(즉, 적정주택)을 민간 임대아파트 개발/운영회사들이 공급하도록 유인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와 관련해서는, 개발업체와 건설업체는 전혀 별개의 회사인 점을 밝히고 싶다. 우리가 삼성이나 대림 등 대형 건설업체가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현실을 오랜 기간 봐와서 건설업체와 개발업체(디벨로퍼)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으나, 해외에서는 두 업체는 명확히 구분된다. 예를 들어 디벨로퍼(개발회사)인 도널드 트럼프 회사는 직접 건설을 하지 않는다. 건설회사를 고용할 뿐이다.  

  

미국의 부동산 개발회사는 사업을 기획하고 토지를 매입한 후, 건설업체를 고용해서 건물을 짓게 하고, 다시 개발회사가 해당 건물을 매각하든지 아니면 운영을 한다. 따라서 개발회사들은 건설회사의 '갑'으로서 건설회사들이 제대로 시공을 하는지를 관리·감독 할 뿐이다. 그리고 건설회사는 '을'로서 건물을 짓는 것에 대한 수입을 가져갈 뿐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뉴욕의 20/80 프로그램(도시계획정책)을 소개하고 싶다. 이 정책은 정부로부터 개발회사가 인센티브(LHITC이라 불리는 세금 공제 혜택)를 받게 되면, 임대아파트 중 20%의 아파트는 서민층을 위한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으로 개발하고 서민들에게 임대해야 한다. (관련 내용 바로 가기 : 뉴욕의 20/80 프로그램) 

  

지면상, 세금공제혜택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이 제도를 이용하면 개발회사는 상당한 규모의 초기자본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애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인센티브를 개발회사에 제공하면서 반대급부로 서민들을 위한 적정주택 공급을 유도하고 있다.  

  

인센티브로 공공성을 높일 수 있을까 

  

2015년 1월 정부가 발표한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책은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많다. 정책의 취지는 중산층의 주거선택권 확대를 통해 전세난을 완화하자는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간기업이 도시지역 1만 제곱미터 이상(축구장 크기)의 대지에 300가구 이상을 개발(또는 100가구 이상 매입 시)하면, 2~3%대 저리의 건설자금을 제공한다. 그리고 해당 기업은 임대아파트 거주자에게 최소 8년 거주(임대료 인상률 연 5% 제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즉, 정부에서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민간기업은 거주자에게 장기적으로 월세를 내면서 살 혜택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몇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건설자금 저리 융자)를 제공하는 경우,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인센티브를 통해서 결과적으로 어떤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느냐, 또는 정책의 수혜대상자가 누구인가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책에는 초기 임대료에 대한 규정(초기 임대료 제한 규정이 없음)과 (서민층을 위한) 적정주택을 몇 퍼센트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민간기업은 임대 후 8년간 임대료 인상에 제한(5% 이내 인상)을 받는다. 따라서 이들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서라도 초기 계약시점의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높은 임대료를 서민들이 낼 수 있을까? 따라서 당연히 대상층은 중산층 이상 계층에 한정될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가 비록 인센티브를 민간기업에 주었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인센티브 수혜대상자가 중산층 이상의 부유층에 한정된다.

  

세금으로 부유층 거주자 주거복지를 돕는 게 타당한가 

  

그렇다면 온 국민의 세금으로 중산층 이상의 부유층 거주자 주거복지를 돕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물론, 민간기업에서 건설한 임대아파트 내 모든 주택을 서민용으로 공급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굉장히 비자본주의적이고, 민간기업은 당연히 수익성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았다면 여기에는 최소한의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 공공성은 일정 부분의 서민용 적정주택의 확보를 의미한다. 미국의 20/80프로그램과 같이 국토부에서 할 일은 전체 아파트 주택 수에서 적정주택의 비율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해당 정책은 축구장만한 규모의 대지를 확보해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규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묻고 싶다. 중산층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특히, 대도시에서) 정책 효과를 빠르게 나타내고자 한다면, 개발이 쉽게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과 같은 곳에서 축구장만한 부지를 확보하는 게 과연 쉬울지 의문이다. 

  

최소한의 규모를 강제하는 규정은 개발회사(미국식 디벨로퍼)와 건설회사를 구분하지 못한 것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회사는(대형건설회사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량을 요구한다. 그래야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가 작더라도 미국식 디벨로퍼는 어떻게 하면 해당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수익을 창출할지를 고민하지, '토지가 반드시 축구장만 해야 합니다'를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축구장 규모 이상 부지를 조건으로 내건 것을 건설업체를 위한 특혜라 보는 부분은 이해되는 대목이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중산층용 임대아파트 개발 및 운영은 큰 수익성을 보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대형 민간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따라서 부자들을 위한 월세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가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20-80 프로그램과 같은 방법으로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면, 수익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공익성(적정주택 확보)을 담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지의 규모나 호수의 규모와 같은 부분은 규제를 낮추거나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새로운 중산층용 임대아파트 시장을 창출하고자 한다면, 대형 건설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민간개발/운영업체들이 진입하여 경쟁하는 시장을 만들고 이들이 민간 임대아파트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대형 건설회사에나 가능할 규정은 또 다른 차별일 뿐이다.  

 

 

빚 내서 집 사지 말고 돈 아껴 저축해야 산다

경향신문|박송이 기자 입력 15.02.28 14:58

정부 정책은 '빚 내서 집 사라'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자산 가치가 올라갈 일은 없다고 말한다. 또 개인에게는 절약과 저축이 불황을 건너는 현명한 선택이다. 중산층·서민이 장기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는 거꾸로 가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다시 위험천만한 지뢰밭 앞.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메시지에 김순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0년 전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카드빚으로 삶이 파괴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다. 이 논문은 <대출 권하는 사회>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신용불량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명동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소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이 평범했고 사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고 복지혜택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병원비나 생활비로 쓰기 위해 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다. 박사논문에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을 분석한 김 연구원은 당시 '카드대란'은 저소득층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정책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순영 연구원은 '빚 내서 집 사라'는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다시 불황 극복을 개인의 위험으로 떠넘겼다. "저축이나 자산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집을 사겠다고 대출 받았다가 갑자기 병에 걸리거나 직장이라도 잃게 되면 어떻게 될까. 10년 전 카드대란을 유발한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지뢰밭이었다. 지뢰밭을 걸어가다 누구든 재수 없어서 지뢰를 잘못 건드리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삶이 파괴됐다.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작년 하반기에만 가계대출이 60조원이나 늘었다. 또다시 중산층·서민들이 지뢰밭 앞에 선 셈이다."

불황 극복을 개인의 위험으로 떠넘겨



정치권은 늘 '민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경제정책에서 '민생'은 늘 뒷전이다. 왜 그럴까. 정부의 정책은 '경제대책'이 아니라 '선거대책'이기 때문이다. <불황 10년>의 지은이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의 말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집 가진 사람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생각하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집값을 올려놔야 선거 때 표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검증 안 된 신념이다. 선거에 유리하다면 시한폭탄이라는 가계부채의 증가도 고려 대상이 아닌 셈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문제는 경제'라고 말들을 앞세우지만, 정치와 경제가 부딪치면 경제는 언제나 양보 대상이 됐다. 우 부원장은 "새정치연합은 지난번 최경환 부총리의 '부동산 3법' 국회 통과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맞바꿨다. 정치효과는 단기적이지만, 경제효과는 장기적인데 새정치연합도 여기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선거대책'과 '정치효과'에만 골몰한 가운데 불황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은 서민들이다. 망원시장에서 30년 동안 장사를 해온 이복수씨(66)는 최근 들어 장사가 옛날 같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28년 동안 채소를 팔다가 2년 전부터 반찬으로 업종을 바꿨다. 핵가족이 늘어나서 그런지 예전만큼 채소가 팔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반찬가게로 바꾸고 나서 좀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매출은 최근 들어 점점 줄었다. 많이 팔릴 때는 하루 매출이 30만~40만원이었는데, 요즘에는 10만원에서 많아 봤자 20만원 정도다. 원래 계절을 좀 타는 장사라 겨울에 손님이 좀 뜸할 때도 있지만, 한 번 올 때마다 1만원어치는 사가던 단골 손님들도 요즘은 5000~6000원 정도의 소량만 사가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 130만원에 재료비를 제하고 나면 이씨 부부가 겨우 먹고 살 정도의 금액만 남는다. 이씨는 "자식들을 다 키워놔서 이제 교육비는 들지 않지만, 애들 키우느라 모아놓은 돈이 없다.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여윳돈이 없는 마당에 장사가 잘 안 되니까 불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에 '경제대책'으로 포장한 정부의 '선거대책'대로 움직인다면 중산층·서민은 고스란히 불황의 비용을 짊어지기 쉽다. 김지욱씨(가명·45)는 5년 전 대출 2억원을 받아 집을 샀다. 그는 1.5t 트럭으로 물류유통을 하는 개인사업자다. 경기를 많이 타는 일이다. 호황일 때는 잘 벌면 월 1000만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불황일 때는 200만원도 못 번다. 여기에 공공보험료와 세금, 유류비 등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김씨는 2년 전부터 집에 생활비를 갖다주는 것은 고사하고 트럭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퇴직한 사람들이 물류유통으로 유입됐다.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집을 사면서 빌린 빚을 갚는 것이었다. 한 달 150만원씩 갚아나가야 하는데 제때 갚지 못하는 달이 늘었다. 해당 은행은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고 했다. 집을 포기해야 할까. 집을 포기하게 되면 아내와 아이들은 본가와 처가로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야 한다. 그것만은 막아보겠다며 김씨는 다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제 빚 독촉과 압류 협박은 은행만이 아니었다. 우울증까지 앓게 된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경제대책'으로 포장한 '선거대책'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미선 에듀머니 본부장은 저소득층의 고육지책이라고 말한다. "노동이 불안정해지다 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일단 사고, 나중에 집으로 담보대출을 받아 아이 교육비로 쓰고, 은퇴 직전에 대출을 털어내고,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면 노후를 역모기지로 받아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들을 한다. 서민들이 생애주기에 따라 살면서 들게 되는 갖가지 비용들을 근로소득에서 해결할 수 없으니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 해결하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상담사례를 소개했다. 민간기업의 정규직으로 3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30대 가장의 사례였다. 그는 얼마 전 2억3000만원의 재개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의 연봉으로는 거치기간 이후 원금을 갚아나갈 뾰족한 수가 없었다. 김 본부장은 그에게 '집을 포기하라'고 조언했다. "페널티를 물더라도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되면 빼도 박도 못하고 삶이 뒤틀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시그널과는 정반대다. 정부는 '빚 내서 집 사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집을 포기하라'고 말린다. 전문가들은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자산가치가 올라갈 일은 없다고 말한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정부가 모든 총알을 다 써봐야 하락국면이다"라고 말했다. 우석훈 부원장은 "저점이니 집을 사도 된다는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주기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집 가격 때문이 아니라 나중에 팔기가 어려우니 집을 사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산층·서민이 장기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는 거꾸로 가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주거비용에 대해서도 빚을 내 매달 '대출이자'를 내기보다는 '월세'를 내는 방향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집값이 오른다고 기대하면 이자는 '투자'로 생각되고 월세는 '소비'로 생각된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월세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지출이다. 반면 이자는 폭탄이 된다. 제윤경 대표는 "집값이 오를 때는 기대수익으로 되돌아올 것이 있어 보이겠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자산 자체가 증발해버린다"고 말했다. "월세에는 사람들이 매달 내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불편이 전제돼 있지만, 임차인 투쟁을 벌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월세가 2년마다 오르는 데 대한 주거불안이 있는데 임차인들은 같이 연대해서 인상폭을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안하는 등의 움직임이 가능하다. 이제 더 이상 개인이 재테크해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의료불안, 교육불안, 주거불안은 개인이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2000년대 이후 자본주의가 중산층을 현혹시킨 판타지다."

우석훈 부원장은 "전세에 너무 익숙해서 그렇지만 월세는 기본적으로 주택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회피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당장 월세가 아깝다고 덜컥 집을 사는 것보다는 최소한 이번 정부 말기와 다음 정부의 정책을 기다리면서 월세로 버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출이자 내기보다 월세가 합리적



소비를 줄이는 것도 불황을 건너가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핵심은 소비 촉진이지만, 개인이 이를 그대로 따를 경우 불황을 버티기 어렵다. 우석훈 부원장은 "지금 기업들 사내유보금이 많다고 하는데 기업이 불황기에 불안하니까 쌓아두는 것이다. 개인도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 소비를 줄이지 않는 건 개인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는 공격이라면 절약과 저축은 방어다. 개인에게는 '방어'가 불황을 건너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안티 소비' 운동이 일어났다. '돈이 없으니까 못 쓰고 아껴야 한다'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쓰면서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를 묻는 것이었다.

소비를 줄이면 정부가 강조하는 성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 우석훈 부원장은 "성장률이 기계적으로 높아져도 개인의 삶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개인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제윤경 대표도 정부가 불황을 극복하자며 끊임없이 강조하는 성장 강박에 대해서도 개인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성장을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개인이 생각하는 성장은 노동시간이 줄고, 여가가 늘고,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구성요소들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성장하면서 우리가 좋은 삶에 다가간 적이 있었는가. 성장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쫓기고 더 불안해졌다. 누구를 위한 성장이었을까. 우리 보통사람들의 삶이 좋은 삶이 되었는지, 소수 부유층의 부가 지나칠 정도로 늘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불황은 사람들이 리스크를 감지하면서 잠시 멈춰 생각하고 지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광고와 마케팅에 끌려다니는 소비만 하지 않아도 절약이 가능하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캠프는 서울시민 가계부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생활비 절감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에 따르면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 가격이 17%가량 저렴해 골목상권, 전통시장의 활성화로 식비가 10% 절약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돼 있다. 제윤경 대표는 "마트만 끊어도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은 싫어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불황 때 잘못하면 대형마트 몇 개는 망할 것이다. 너무 과잉공급돼 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할인해서 사기보다 제값 주고 낱개를 소량으로 사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마케팅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소비를 하자는 주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금으로 소비를 하다 보면 아까운 마음에 신용카드를 쓸 때보다 훨씬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가 생활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경제에 미칠 영향>(최동일)이라는 KDI 보고서에 따르면 협동조합 결성이 활성화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효과는 3.14%포인트로 계산됐다. 그밖에 국·공유지를 활용한 협동조합 주택 건설, 에너지 저감 리모델링, 빈집·빈방 셰어하우스, 공동주택 주민관리 등 사회적 경제 도입을 통해서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들이 제시됐다.

물론 사회적 경제 및 대안경제의 흐름은 장기적 모색이다. 당장의 불황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절약'과 '저축'이 절실하다. 초저금리 시대에 빚 내서 어디에 투자할까, 라는 생각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우석훈 부원장은 불황의 시대에 "조금이라도 신용불량자가 덜 되고, 세계 제1위 자살률 수준을 조금이라도 낮춘 상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불황에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삶이 파괴될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산층·서민들은 불황의 시대에 정부가 제시하는 위험한 경기부양책과는 반대로 '방어'의 자세로 전환하고 있을까. 우석훈 부원장은 TV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인기에서 그런 기미가 보인다고 말했다.

"<삼시세끼>가 2년 전에만 했어도 이렇게 인기를 끌었을까. 올리브TV가 유명 주방장들을 동원해 음식 마케팅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프로그램들을 많이 했는데, 사실 1년 전부터 시청률이 높지 않았다.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그런 걸 보면 기분이 나쁜 것이다. 그런데 차승원씨가 흔한 재료로 밥을 하는 걸 보면 마음이 편하다. 돈이 없어 식당 가기 어려우니까 아빠가 해주는 음식이 문화적으로 붐을 타는 것이다. 불황이 불안하고 두렵다고 어렵게 모은 돈으로 증권투자하지 말고, <삼시세끼>처럼 집에서 밥 해먹고 돈 아껴서 저축하는 게 최고다."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노동자라면 안 쓰는 게 최고다"

한국 또한 장기불황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황일수록 개인들은 경제적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위험이 높다.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개인들이 불황을 무사히 건너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황을 극복하는 성장은 '소비'로 촉진되는 것 아닌가.

"폐쇄경제 구조 같으면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수출 위주다. 개인의 소비는 별로 효과가 없다. 게다가 노동자들이 소비를 해도 그 혜택으로 고용안정, 임금인상이 돌아와야 하는데 안 돌아온다. 조세정의의 기본도 안 갖춰져 있어 일하는 사람들만 세금을 많이 내고, 돌아오는 복지혜택도 없다. 노동자라면 안 쓰는 게 최고다. 돈만 쓰면 바보다."

책에서는 개인들이 재무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거대한 조정기다. IMF사태 때 잠깐 조정기가 있었지만, 너무 짧아 조정된 것이 없이 그냥 지나갔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재무구조에 대한 개념이 상대적으로 덜 갖춰져 있다. 마이너스 통장이면서도 명품가방을 사는 식이다. 호황일 때는 좀 허황되게 쓸 수도 있다. 호황 때 힘들어지면 주변에서 부조를 받을 수 있지만 불황 때는 돈 나올 구조가 없다. 허름한 옷을 입은 창피함은 잠깐이지만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러 가서 느끼게 되는 굴욕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 일본은 불황기를 거치면서 개인들의 소비패턴이 조정된 측면이 있다."

불황에 주식 등의 재테크보다는 금리가 낮더라도 저축을 강조한다.

"일본이 장기불황인데 공무원들이나 아베노믹스를 보면 말도 안 되고 황당한 게 많다. 그래도 국민들이 검소해 불황을 버틴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1998년까지 저축률 1~2위를 다퉜다. 이후 일본은 저축률을 유지했지만, 우리는 떨어졌다. 심지어 일본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였을 때에도 저축률을 유지했다. 어렵게 번 돈을 괜히 날리기보다는 원금이라도 잘 버티는 것, 그게 고마운 일이라고 하는 게 불황을 20년쯤 지나고 있는 일본인들의 원칙이다."

사실 저축할 돈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고정지출이 많다. 보험만 해도 몇 가지가 들어간다.

"보험을 여러 개 드느니 그걸 모아 가지고 있는 편이 낫다. 자기 돈보다 좋은 보험상품은 없다. 평균적으로 낸 돈보다 많이 돈을 주는 보험은 없다. 나는 해외여행 갈 때 여행자 보험에 들고, 주택화재보험에만 들었다. 이런 보험은 재테크용이 아니다. 한국은 일종의 보험 중독이다. 돈도 없는데 연금보험 몇 개씩 가지고 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가입하다 보면 월소득에서 큰 돈이 보험금으로 그냥 빠져나가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불황기에 필요한 방어가 불가능해진다. 잘 생각해보고 꼭 필요한 보험이 아니라면 정리해 목돈을 먼저 확보하고 월별 지출도 최저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불황이 조정의 기회가 되기도 하나.

"불황이라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너무 많아져서 과잉이 된 기계와 설비들을 줄이고 잘못된 과거의 투자를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없애야 하는 것인데, 평소 같으면 마음이 약해져서 없애기 어려우니 시장이 스스로 불황이라는 과정을 만들어 조정하는 일종의 자기조절 메커니즘 같은 것이다. 불황 때 조정이 되는 사회여야 호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조정이 안 되면 망하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집 지금사 말아? 10가지 체크리스트

1.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집을 사라.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에게 필요해서이거나 아니면 투자(또는 투기)

차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은 후자의 이유 때문에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투기 열풍이 불었고, 그때마다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세 하락기에는

후자의 이유로 부동산을 살 이유와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부동산도 필요에 따라 사는 시대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물건처럼 소득 대비 적절한 가격인지를 따져서 사야 한다. 비싸다면 깎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아직 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2. 저금리라고 빚을 내서 집을 사면 큰 코 다친다.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샀지만, 그래도 아직 빚을 내서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저금리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거품기의 저금리 시대와는 다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까 두려워서 정책 당국이 억지로 눌러 놓은 저금리다. 하지만 향후 경제위기가

전개됨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 금리와는 별개로 시장 금리는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길게 보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는 동안에는 상당 기간 저금리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집값이 떨어지는데 커다란 부담으로

무리한 이자를 낸다면 ‘은행의 노예’일 뿐이다.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196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부동산을 사두면 파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됐다. 하지만 향후에는

고령화에 따라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그런 시대에는

부동산이 과거와 같은 환금성을 가지기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실수요가 아니라면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여윳돈 없이 부동산만 들고 있다가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지 못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함을 잊지 말라.

주택 가격이 오를 때는 전세살이의 불편함만 강조되고 주택 보유와 거래 등에 따른 비용은 무시됐다.

비용이 발생해도 그보다 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부동산 수수료와 취득세, 재산세, 부채 이자 등 각종 비용이 점점

크게 와 닿게 된다. 시대착오적인 이명박정부 때는 역주행했지만, 향후 한국의 복지지출 등은

늘어나는데 세원은 부족해 어떤 식으로든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나중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투기적 욕심으로 빚을 잔뜩 진 채

불편한 아파트에 들어간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투기적 욕심이 충족되는 시기는 지나갔다.

오히려 그 같은 집을 자비로 수리하고 리모델링하거나 많은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이제 대부분의 집은 소유해서 시세 차익을 남기기보다는 자동차처럼 활용하는 내구재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6.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

한국 언론의 잘못된 왜곡 보도로 여전히 한국에서는 주택이 부족하고, 결국 집값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오산이다. 향후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 딩크족 증가로 인한 인구감소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감소로 이미 수도권 곳곳에서 예정된 물량만으로도 장기간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또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물론 경기 변동의 영향을

일정하게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5~10년 정도의 소득을 미리 당겨다가 부동산을

사버린 상태다.더구나 향후 인구감소 시기와 맞물리는 대세 하락기에는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되면

자동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면 낭패 본다(잠재적 매수자의 경우).

집을 사려는 많은 사람들이 많이 올랐을때의 꼭짓점 가격을 심리적 기준으로 삼는다. 그때 못 샀던

사람들이 그때보다는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사도 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수도권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은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까지 내려온 정도밖에 안 된다.

장시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았다는 뜻이다. 괜히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추가로 집값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 십상이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착시 효과 때문에 버블 붕괴 직후 집을 샀다가

이후 십수 년에 걸쳐서 집값이 몇 분의 1로 떨어진 지역이 수두룩하다. 정말 실수요인 경우에도

집값은 충분히 흥정한 다음 사라.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마라(잠재적 매도자의 경우).

집을 파는 사람들은 자신이 샀던 과거의 가격이나 고점 때 가격을 자기 집 가격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이미 5억 원 이상에서는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인데, 자신이 7억 원에 집을 샀으니 내 집값은 7억 원이라고

우기는 경우다. 그 집에서 계속 산다면 문제가 없지만 집을 처분하려 할 때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곤란하다. 더구나 부동산 정보업체 등에서는 집주인들의 기대가 담긴 매도 호가에 근접한 시세를

게시한다.그래서 더더욱 집주인들의 착각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정말 팔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9.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마라.

부동산 대세 상승기 때는 별 이유도 없이 올랐다. 사실은 투기 열풍이 불어서였지만 조그만 개발 호재나

말도 안 되는 온갖 핑계를 갖다 대도 올랐다. 그래서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땅만 보고

다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빙자한 선동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세

하락기에는 다르다. 특히 막대한 가계 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은 조그만 경제적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향후에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는 건전한 가계경제를 꾸려나가는 데도 필수적이다.

10. 언론의 거짓 보도에 속지 마라.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한국 언론 대부분(심지어 정도는 약하지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부동산

관련 기사조차)은 일반 가계 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건설업체의 입장이나 부동산

업계의 시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라. 그들은 언제나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출처:부동산버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