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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지막 10년] "10년후 老人 1000만명… 그안에 고령화 인프라 완성해야"

일취월장7 2014. 12. 4. 13:06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10년후 老人 1000만명… 그안에 고령화 인프라 완성해야"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1] 전문가 5명 난상토론

"아래 세대 부담 키워선 안돼… 선별적 복지에 대한 합의 필요"
"국가도 자식도 老後 책임 못져… 4050(40~50代 세대), 애들 과외 줄여 연금 들어라"

- "중장년층, 빚 만들지 마라"
내 집에 지나친 투자 말고 연금은 절대 건드리면 안돼
그래야 '마지막 10년' 행복

-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지나친 공경은 오히려 차별, 스스로 벌고 활동하게 도와야

90대 부모를 간병하는 70대 장모가 40대 사위에게 말했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이 자기네와는 다른 인간들인 줄 알아. 노인도 맛있는 거 있으면 먹고 싶고, 아프면 울고 싶어. 젊은이들 보기엔 다 늙은 할머니라도, 그 옆에 누운 영감님한텐 하루라도 먼저 갈까 겁나는 애틋한 마누라야."

그 말씀에 찡해진 사위가 민주영(42) 펀드온라인코리아 팀장이다. 그는 "우리는 노인을 보고 '돌아가실 때 된 것 아니냐' '그 나이 되면 삶에 집착하지 않을 것 같다' 같은 소리를 참 쉽게 한다"면서 "'마지막 10년'이 자기 문제라는 걸 온 국민이 깨달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고령화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2015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 클럽'이 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의 '대국(大國)'이란 뜻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마지막 10년은 대체로 어둡다.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에만 수명이 3년 늘었는데 그중 2년이 앓아누워 지내는 기간이었다. 노인 빈곤율(48%)은 OECD 평균의 네 배, 노인 자살률(65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64명)은 세 배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본지가 만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딱 10년 남았다"고 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다. 국민 모두가 마지막 10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그 안에 큰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 일은 어쩌면 그동안 한국이 이룬 고속 성장보다 몇 배 더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실장은 "함부로 복지를 확충했다가 다음 세대를 절망에 빠뜨리게 된다"고 했다. 김종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개개인의 노후는 최대한 스스로 책임진다. 국가는 그중 취약한 사람부터 선별적으로 보호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돈 없고 아프고 외로운 게 '마지막 10년의 삼중고'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이고,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중장년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본지 난상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선별 복지로 간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위 세대의 고통을 덜자고 섣불리 아래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울 순 없다. 김종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류재광 삼성생명보험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투자교육팀장,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실장,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가 참석했다(가나다순).

가난이라는 낭떠러지

손성동=70대 이상 노인들의 가계 자산을 들여다보면, 지금 가진 돈으로 5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앞날이 큰일이다. 나쁜 시나리오는, 그분들이 점차 앓아눕고, 자식들이 요양병원에 모셨는데, 저성장과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차차 연락을 끊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 경우 결국 정부가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나이 든 세대는 '집단적 고려장'이라고 서글퍼하고, 젊은 세대는 '100만원 벌어서 얼마를 세금으로 내란 소리냐'고 반발할 수 있다. 세대 전쟁이다.


	왼쪽부터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투자교육팀장·김종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최문희 FLP컨설팅 대표·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실장·류재광 삼성생명보험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왼쪽부터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투자교육팀장·김종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최문희 FLP컨설팅 대표·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실장·류재광 삼성생명보험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오종찬 기자

김종훈=우리는 그동안 '고속 성장'을 넘어 '과속 성장'을 했다. 국가가 차근차근 복지 제도를 갖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개인도 자산이 없고 부채가 있다. 주택을 구하려면 다들 부채가 생기는데,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집마다 빚도 못 갚고 저축도 어렵다. 지출을 줄이려야 줄일 수 없는 생활 방식이다. 40~50대 가장들이 지금 가진 부채를 털지 못한 채 60~70대까지 안고 갈 경우, 그 상태에서 근로소득이 끊어지면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국가가 옛날처럼 뭔가 밀어붙여서 해결할 수도 없다.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다 보니, 어떤 정책이건 '51대49'로 결정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뭘 해보기 점점 어려운 구조다.

몰이해

민주영=경제 논의만 해선 안 된다. 생각을 먼저 바꿔야 한다. 고령화 얘기가 나온 지 한참 됐지만 노인에 대해 몰이해가 심하다.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노인과 실제 노인 사이에 괴리가 크다.

최문희=사회가 빠르게 변했듯 노인도 빠르게 변한다. 편찮은 어르신도 많지만 건강한 어르신도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인=부양 대상'이라고 못 박아두려고 한다. 일방적 공경은 오히려 차별이다. 우리는 노인에게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가만히 계시라'고 한다. 뒷방으로 물러나란 소리다. 노인 인력을 활용해야 노인도 행복하고 사회도 잘된다.

낭떠러지를 피하는 법


	한국인 평생 의료비 그래프
류재광=한국 특유의 딜레마가 있다. 중국은 노인을 가족이 책임진다. 일본과 서구는 국가가 책임진다. 한국은 이도 저도 아니다. 자식들이 부모를 좀처럼 찾아가지도 않는다. 누구도 부모와 함께 살려 하지 않는다. 그럼 결국 일본이나 서구처럼 국가가 나서서 복지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세금이 들어간다.

손성동=돈 많이 드는 제도를 섣불리 만들 수 없다는 게 어렵다. 국가적 대책도 찾아야겠지만, 개개인도 각자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특히 40대 이하에게 '빚 지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지금 경제 상황에서 갚을 수 없는 빚을 지는 건 '자폭' 행위다. 국민연금에 절대로 손대지 말아라. 국민연금 담보대출은 독약이다. 퇴직연금 건드리면 안 된다. 개인연금 해약하면 안 된다. 과외비 줄여야 한다. 투자 수익률이 가장 낮은 게 과외비다.

김종훈='내가 자식에게 이만큼 잘하고 있다'고 과시하듯 사교육에 몰두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아이가 다니는 학원 등급이 엄마의 등급'이라고 착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피해라. 그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 금융 사기 걸린 것처럼 헤어날 수가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연금을 들어서 훗날 자녀에게 기대지 않는 게 아이를 돕는 길이다. 그 돈으로 애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게 돕는다거나.

일본처럼, 제주도처럼

류재광=고령화 얘기가 나오면 다들 돈 걱정만 한다. 사실은 '사회 인프라'를 만드는 게 더 급하다. 일본에서 한때 대형 요양 시설을 엄청나게 짓다가 시행착오라는 것을 깨닫고 정책을 전환했다.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 늙어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야 개인도 행복하고, 국가도 부담이 작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이런 논의를 꾸준히 했다. 우리는 안 한다. 재원 마련하는 것보다, 이런 인프라를 만드는 게 더 어렵고 중요하다.

손성동=제주도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암·고혈압 등 아홉 가지 주요 사망 원인이 있다. 제주도는 아홉 가지 병 대부분에서 유병률도 사망률도 전국 최하위다. 덜 아프고 오래 사는 것이다. 제주도 출신 친구 어머니가 93세까지 정정하게 사시다가, 밤새 주무시듯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날도 직접 아침밥 지어 드셨다고 한다. 그런 죽음이 제주도에선 드물지 않다. 제주도 노인은 전통적으로 자식과 같은 집에 살아도 아래채·위채 나눠서 쓴다. '내가 알아서 한다'는 생활 태도가 강한 노년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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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돈·돈… 세대별 고백]

朴대통령과 동갑 52년생 - "아들 결혼비용 보태야되는데 아프고 돈 없고 일할 데 없어"
샌드위치 신세 62년생 - "아이 교육비에, 老母 간병비에… 불안해서 자격증 18개 땄죠"
'응답하라 1994' 주인공 75년생 - "IMF 취업난… 집값 상투잡아 대출 이자 갚기도 버거운 판"
연애·결혼·출산 '삼포세대' 84년생 - "간신히 취업해도 목돈 줄줄이… 연금요? 장가갈 돈도 없어요"

장수(長壽)가 축복이 되려면 '마지막 10년'을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취재팀이 통계개발원 조사연구실 오진호 사무관에게 맡겨 세대별 인생 패턴을 분석한 결과, 젊은 세대로 갈수록 오히려 준비가 어려워졌다.

52년생 "살 날은 많은데…"

한국은 사회 변화가 워낙 빨라, 나이 차이가 10년만 벌어져도 세대가 갈라지고, 각자의 난관도 전혀 다르다. 현재 일하는 한국인은 크게 네 세대다. 실제로 취재팀이 만나본 네 세대는 차이가 뚜렷했다.

우선 52년생 강옥규(가명·62)씨. 박근혜 대통령과 동갑이다. 충남 부여에서 열여섯 살에 상경해 안 해본 막일이 없다. 목공소 하다 문 닫고, 목수 일로 일당을 번다. 작년 여름 손을 다친 뒤 돈벌이를 못 했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틴다"고 했다.


	마지막 10년… 젊은 세대로 갈수록 더 대책 없다.
"모아둔 돈도 없고, 써주는 데도 없어요. 마누라가 시장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몸이 안 좋아 관뒀어요. 저도 당뇨가 있습니다. 당장 내년에 아들이 장가가는데 보태줄 능력이 안 돼요. 올 추석에 차례 지낼 비용도 부담스러워요. 마지막 10년? 겁나죠. 근데 대책이 없어요."

62년생 "우린 샌드위치 신세"

이봉균(가명·52)씨는 62년생 81학번이다. 경기 좋을 때 취직해 20년 직장생활 하다가 지금은 꽃집을 한다. "요즘 젊은 애들보다야 취업이 쉬웠지요. 하지만 저희 또래는 위·아래에 치여 노후 대비를 못 했어요. 40~50대엔 애들 교육비 대느라 정신없었고, 지금은 노모(81) 간병비가 월 300만원 들어요."

그는 간간이 대리운전을 나간다. "마지막 10년을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했다. "저는 국민연금도 몇십 만원 안 나와요. 아직 반도 안 살았다고 생각해요. 장례지도사를 포함해 자격증을 18개 따놨어요. 자식들한테 '(대학 이상은) 너희들 힘으로 공부하라'고 했어요. 주위 친구들 보면 다들 아직 정신 못 차렸어요. '그래도 자식이 우선'이라고 해요."

75년생 "기회가 없는 세대"

서정수(가명·39)씨는 75년생 94학번이다.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4' 주인공이 이 세대였다.

군사독재가 무너진 뒤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즐겼지만, 대학 졸업할 때 IMF 위기가 닥쳐 '원조 취업난'을 호되게 겪었다. 간신히 취업한 뒤 집값 뛰는 게 겁나서 8000만원 대출 끼고 30평 아파트를 샀다. "원금요? 6년째 이자만 물고 있어요."

세차장에서 시급 받는 60대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끝까지 직장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자신없어요. 우리 회사 정년이 58세지만, 쉰 넘으면 다 나가지, 그거 채우는 사람 못 봤어요. 저도 마흔인데…. 마지막 10년보다, 당장 10년 뒤가 걱정이에요."

84년생 "장가도 못 가는데…"

이성경(가명·30)씨는 취업난이 워낙 심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삼포세대'다.

최근 주위 사람이 연금 들라고 권하길래 속으로 '결혼할 돈도 없는데 무슨…' 했다. "대출 없인 서울에 전셋집도 못 구해요. 저보다 큰 회사 다니는 친구들도 부모님 도움 없인 결혼도 못 하고 집도 못 사요. 나중에 우리가 나이 먹으면? 나라에서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요? 개인이 뭘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잖아요?"

동갑내기 공무원 장인선(가명·30)씨는 "간신히 취업하고 결혼해도 목돈 들어갈 일이 줄줄이 보여 노후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고 했다. "어, 저희 말고 부모님 노후요? 요즘 부모님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잖아요. '용돈 정도 드리면 되지, 내가 잘 먹고 잘살면 되지' 하는 성향이 강해요."

물고 물리는 부담

오진호 사무관은 "위의 두 세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고, 아래 두 세대는 위 세대가 고생하는 걸 뻔히 보면서도 저축을 하거나 자산을 불릴 기회가 없다"고 했다. 결국 세대가 내려갈수록, 준비 없이 노년에 접어드는 사람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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