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은퇴가 있는 삶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4~5년 이상 된 직원들에게 가끔 은퇴를 하면 무엇을 할 생각인지 묻는다. 돌아오는 답은 늘 즉각적이고 비슷하다. "글쎄요, 아직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내지는 "너무 먼 얘기 아니에요?" 와 같은 답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잠시만 진지하게 고민해 보더라도 은퇴는 먼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너무 먼 얘기'는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현실이 되어 코앞에 당도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은퇴는 무엇보다 면밀하게 계획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고 또 강조한다.
한창 경력을 쌓으며 매일 방전 상태에 가깝게 일하다 보면 하루라도 빨리 은퇴해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픈 생각이 간절해질 때가 있다. 미뤄왔던 긴 여행을 떠나 본다거나 시간이 없어서 늘 생각만 했던 취미생활을 시작한다거나 최근에는 고층아파트 숲의 갑갑한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귀농을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은퇴 후 삶은 바라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인구고령화 속도는 참으로 놀랍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오는 203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이 넷 중 한 명꼴이 될 것이라고 한다. 기대 수명도 이미 1980년 65.7세에서 2011년 82.1세로 높아졌다. 만약 바람대로 40대에 일찍 은퇴를 한다면 적어도 30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은퇴 후'의 삶으로 채워야 한다. 사실 실버 업계에서 이미 100세 시대를 외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은퇴 후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2040년이 되면 생산 가능 인구(15~64세) 1.7명이 노인 1명씩을 부양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노인문제 전문가는 노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고령화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젊은이들과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일찍부터 노인복지 문제를 국가 및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온 서구와는 달리 한국은 제도적 준비가 아직은 미흡하기 때문에 막연히 '은퇴 이후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부터 은퇴 준비 또한 하루의 업무를 계획하던 수준으로 최대한 면밀하게 짜야 한다. 은퇴를 설계하는데 있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슈는 언제 은퇴를 하겠다는 시기와 은퇴 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번 편에서는 '무엇'에 대해 살펴보고 하편에는 '시기'와 그 시기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것들에 대해 논해 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은퇴 후 하고 싶은 일로 무엇을 고려하고 있을까. 검색 엔진에 '은퇴 후'라고 입력해 보니 '은퇴 후 직업' '은퇴 후 40년 살아가는 법' '은퇴 후 자격증'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무엇'에 대한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무엇'에는 세 가지 정도의 범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50대를 대상으로 은퇴 후 하고 싶은 것을 조사한 결과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여행이나 그간 못한 취미생활은 'Play'(놀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지중해 크루즈 여행도 멋지고 골프를 치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 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취미로 악기를 배운다거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은 'Education'(교육)에 속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맞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단순하고 현실적인 옵션은 'More Work', 계속 일하는 것이다.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거나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그 동안 일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개인적으로도 비중을 크게 두고 있는 범주인데 이 부분 또한 치밀한 계획이 필수다. 물론 이 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도 있다. 현업에 남는 것이다. 본인의 전문지식과 경력을 살려 자문이나 이사로 활동할 수도 있고 방법은 다양하다. 다음 편에 좀 더 자세하게 다룰 재정적 계획까지 고려한다면 계속 일을 하는 것은 은퇴 비용의 부담을 줄이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 중 하나다.
나는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정해둔 은퇴 시기가 있었다. 시기뿐만 아니라 몇 가지 조건과 세부 계획도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계획했던 은퇴 시기는 몇 해 전 지났고 조건의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여전히 즐겁고 바쁘게 일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More Work'를 현재 실행 중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은퇴 후 삶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없다면 다음 편에서 더 상세한 내용을 다루기 전까지 각자의 삶을 계획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의료, 복지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획된 은퇴가 있는 삶 (0) | 2013.08.28 |
---|---|
계획된 은퇴가 있는 삶 (0) | 2013.08.21 |
좋은 암 병원은 어디?…삼성서울병원 종합 1위 (0) | 2013.06.19 |
삼성서울병원, 초진 암환자 최소 1주안에 수술 (0) | 2013.04.04 |
"특별법 10년째…성매매 줄었나? 오히려 음성 시장만 키웠다" (0) | 2013.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