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재무설계

"주식 영업에 약정까지…" 증권사 인턴의 비애

일취월장7 2011. 10. 19. 18:16

"주식 영업에 약정까지…" 증권사 인턴의 비애
전문가:핫머니 ㅣ 등록일:2011-10-17 조회:83
 

  '여의도'로 상징되는 증권가는 청년들에겐 최고의 직장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시위'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금융권이 그만큼 매력적인 직장이라는 말로도 통한다.


  증권사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인턴 자리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이들 인턴들이 '취업'이라는 족쇄로 인해 직원들조차 쉽지않은 주식영업에까지 나서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인턴이 고객 돈 모으고 주식매매까지

  얼마 전 K증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정식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했다. A씨는 정식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한 이유가 예탁자산과 약정수익률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 회사는 올 3월 42명의 리테일부문 인턴사원을 채용했다. 채용 기준은 '4년제 대학 졸업 및 졸업예정자로, 증권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였다.
실제 인턴으로 채용된 사람은 주식, 파생, 펀드 관련 자격증을 모두 소지한 사람들 뿐이었다. 주식 영업을 위해선 이들 자격증이 '우대'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이다.

  K증권사는 42명의 인턴사원을 각 영업점에 배치해 실전 영업을 지시했다. 이들에게는 고객 자산을 모아 직접 주식을 매매하도록 했다.
회사측은 "서류, 필기만으로는 영업 적성 여부를 따지기가 힘들어 실전 매매를 통해 이를 검증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A씨는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 무슨 방법으로 예탁자산을 모을 수 있겠느냐"며 "결국 가족, 친지, 친구 등에게 부탁해 자금을 모아 주식 투자를 했다"고 토로했다.

  K증권사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인턴사원의 예탁자산 및 약정수익률을 기준으로 정식직원 채용 여부를 가린다. 인턴 기간 동안 예탁자산과 약정수익률이 우수한 직원만 정식직원으로 채용하는 일종의 '서바이벌 방식'을 적용한 것.

  A씨는 "매일같이 예탁자산 및 약정수익률을 공개하다보니 취업을 위해선 자연스럽게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긴장과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K증권사는 지난 9월 42명의 인턴사원 가운데 31명을 정식직원으로 채용했으며, 최근 60명의 인턴사원을 새롭게 뽑았다.



◇불이익 당할까 '쉬쉬'…증권사, 법적 책임 없어

 
A씨를 비롯한 인턴사원들은 정식직원도 아닌 인턴사원이 주식영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문제 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대부분이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다, 자칫 소문이라도 나면 타 증권사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또 다른 인턴사원인 B씨는 "인턴 면접당시 실전 영업에 대해 얘기를 들었던 만큼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식직원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뛰어들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인턴사원이라고 하더라도 증권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금융투자협회에 전문인력으로 등록돼 있으면 주식영업이 가능하다. 따라서 K증권사가 인턴사원들에게 주식영업을 지시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턴들의 주식영업은 부작용을 빚을 소지가 많다.
영업경험이 없는 인턴사원들이 무리하게 약정을 하다 고객과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소지가 불분명 하다. K증권사의 경우 분쟁 발생 시 정식직원에 준하는 대응을 해준다고 하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정식직원도 막상 고객과 분쟁이 발생하면, 회사가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하물며 정식직원도 아닌 인턴사원이 고객과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인턴사원이 영업점에 견학은 갈 수 있어도 영업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결국 회사는 약정 수익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스펙 좋거나 집안 돈 많아야 증권사 취업?"

 
비단 K사뿐 아니라 증권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인턴을 '실적'으로 연결하려 한다는 건 취업생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상식'이다.

  증권사 입사 면접을 봤다는 C씨는 "증권사 면접에서 빠지지 않고 물어보는 것이 주변 지인들 중 재력가가 있느냐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질문에는 무조건 주변 사람들의 재력을 부풀려 말하는 게 '정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요즘 취업생들 사이에선 증권사에 취업하려면 스펙이 좋거나 집안이 돈이 많아야 한다는 말이 정설"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이 직원 채용시 지인들의 재산내력을 물어보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증권사의 경우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회 초년생들에게 무리하게 영업을 종용할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