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재무설계

돈이 돈을 쓰는 부자와 사람이 돈을 쓰는 녹색 가계부

일취월장7 2011. 9. 28. 22:20

돈이 돈을 쓰는 부자와 사람이 돈을 쓰는 녹색 가계부
전문가:민주영 ㅣ 등록일:2011-09-20 조회:67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

‘부자되세요’ 이 말처럼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강하게 영향을 미친 말은 없을 것이다. 여자 연예인이 나와 하얀 눈밭에서 두 팔로 커다랗게 원을 그려가며 부자되라고 소리치는 광고를 보며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외환위기로 위축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그 기분좋은 메시지는 희망을 주기도 하고 용기를 주기도 했다. 그 뒤로 부자되세요는 인사말이 되기도 하고 반가운 이에게 건네는 덕담이 되기도 했다. 또한 서점가를 온통 몇 억 부자로 만들어줄 비법이 가득한 책들로 넘쳐나게 만들기도 했고 온갖 신문에는 돈버는 비법을 싣는 코너를 연재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사회 구석구석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부자되라는 주문과 교육을 했음에도 우리나라 가정 경제는 결과적으로 성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가계 순저축률이 2% 수준에 머물렀다. 가계 순 저축률은 가계 총 소득에서 총 지출을 뺀 금액이다. 가계 순 저축률이 2%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은 한마디로 벌어들인 돈에서 소비하고 남은 돈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 소득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저축률이 감소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물가가 폭등을 했기 때문에 실질 소득이 감소했던 탓일까. 두 가지 모두 정답이 아니다. 우리나라 가계 살림살이를 저축할 여력 하나 없이 몰아가고 있는 주범은 실상 ‘빚’ 때문이다.


1999년 214조원이던 가계빚은 2011년 2분기에 876조로 지난 12년간 4배 이상 늘었다. 부자 되기 위한 사회 구석구석의 노력들이 너도나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대열을 형성하면서 주택가격은 폭등을 하고 주택에 투자할 재원이 부족한 보통 사람들이 무리한 빚을 내가며 투자한 결과 가정 경제를 빚더미에 안게 만든 것이다.


여기서부터 돈에 대한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태도는 더욱 통제 불능한 수준으로 커진다. 빚을 내서 투자한 주택가격이 오르다보니 부자된 기분에 휩싸인다. 살고 있는 아파트 값이 몇 천 만원이 오르고 몇 억이 올랐다고 해서 분명 손에 쥔 돈은 없다. 그러나 마음은 부채에 대한 부담을 지우고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을 갖게 만들어 신용카드 꺼내는 손에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절약은 구질구질한 것이고 쉽게 돈을 벌어 걱정 없이 돈 쓰고 사는 부자를 꿈꾸기에 이른 것이다.


돈이 돈을 쓰는 부자와 사람이 돈을 쓰는 녹색가계부

60평 아파트에 살면서 외제차를 몰고 외식을 한 번 해도 호텔을 이용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로망이다. 그러나 소유하고 있는 60평짜리 주택으로 인해 관리비만 100여만원이 나온다. 10억이 넘는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생긴 부채이자만으로 200만원 가량을 지출한다. 게다가 4인 가족이 살면서 지나치게 넓은 주택을 유지하기 어려워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다보니 200여만원이 지출된다. 명품 아파트를 뽐내기 위해 관리사무실에서 틀어대는 아파트 로고를 밝힐 조명 때문에 전기요금만 50여 만원이 지출된다. 집안에는 최고급 정수기를 소유 했는데 지나치게 성능이 좋은 정수기 때문에 수돗물로 정수를 할 수 없다. 별 수 없이 생수를 자주 주문해야 한다. 외제차 한 대에 들어가는 비용만 월 200여만원에 이르고 외식비만 최소 100여만원을 지출한다.

돈을 끝도 없이 버는 사람이라면 무슨 문제냐고 하겠지만 월 소득이 몇 천만원이 되는 전문직 종사자들조차 소유하고 있는 자산에 들어가는 고정 유지비용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의 폭을 제한한다. 실제로 자신이 직접 소비하고 있는 돈 보다는 깔고 사는 아파트가 돈을 쓰고 정수기가 돈을 쓰고 외제차가 돈을 쓰는 셈이다.


주말마다 맛 집을 돌아다니며 유류비와 상당한 외식비용을 지출했지만 가족들은 점점 입맛이 까다로워져서 웬만해서는 만족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자신은 돈 버는 기계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소비 수준을 유지하고 채무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지금의 소득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은 미래에 대한 공포심을 줄 수 밖에 없다. 결국 돈을 원없이 쓰고 사는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돈을 많이 쓰면 쓸 수록 우리는 더욱 돈에 끌려 다니게 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친환경 소비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더 큰 만족감을 경험하면서 돈을 쓴다. 알고보면 더 넓은 공간은 가족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 낭비 일 수 밖에 없다. 그 공간을 유지하고 채우기 위해 소요되는 지출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고소득자에게도 부담일 수 밖에 없는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소비는 소비를 만들어 낸다. 한 두가지를 쓰다보면 다른 소비를 연속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한 두가지 불필요한 소비, 욕구 충족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비를 제거하면 소비 절감효과는 생각보다 커질 수 밖에 없다. 정수기를 끊으면 월 렌탈료만 아끼는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을 함께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식비를 줄이면 냉장고가 덜 차서 전기요금을 줄일 뿐 아니라 남는 반찬을 없애는 약간의 노력으로 외식비를 줄이고 쓰레기 처리 비용이 줄어든다. 외식비를 줄이면 유류비가 절약되고 전자제품 소비를 줄임으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냉 난방비까지 줄어들면서 관리비 전반이 절감되는 것이다.


자동차 한 대에 따라 오는 지출은 유류비외 할부금, 보험료, 자동차 세금, 대리운전비, 벌금, 수리비 등 필수 지출부터 네비게이션, 오디오 시스템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물론 모든 소비를 끊고 원시적으로 돈을 쓰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한정된 자원인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선택과 포기를 하는 것이다. 당장 가족의 행복을 직접적으로 채우는 소비가 아닌 것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그 대신 절감된 비용을 문화생활비를 채우거나 친환경제품 소비를 할 수 있다. 심지어 이렇게 일상의 소비 통제는 현금흐름을 안정시켜 금융비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만든다. 절감된 비용과 금융비용만 잘 활용해도 노후자금과 미래 자녀교육비 일부가 해결 될 수 있다.


절약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절약을 통해 만들어진 여유 소득을 저축하는 것은 알고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일뿐 아니라 미래 재원이 쉽게 확보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소비하고 사는 것이다. 돈이 많아 우리의 욕망이 원하는 대로 돈을 쓰기만 하는 삶이 부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필요와 욕구를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해 돈을 쓰는 모습이야 말로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이다.


우선순위를 결정해 돈을 체계적으로 쓰는 것이 바로 경제적 의사결정과정이다. 사람은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으로 돈을 쓸 때 비로소 돈으로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다. 목표를 세워 달성함으로 성취감을 경험하고 욕구를 통제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자부심을 얻는 것이다. 게다가 선택과 포기의 과정에서 가계 고정 비용을 줄이고 가족의 건강을 위하고 환경을 위하는 가치 행동까지 이어질 때 강한 자존감이 생겨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금융비용까지 절감해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게 되면 가정 경제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며 지속가능한 소비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더 많이 쓰며 늘 욕구불만과 많이 벌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삶에 비해 훨씬 지적인 라이프스타일 일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소욕지족이란 종교인만이 실천할 만한 추상적인 삶이 아닌 것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부자가 되기 위해 실천해야 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