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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조 진단, 경쟁 노출도 높고 부가가치 낮은 편

일취월장7 2011. 8. 13. 14:51

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조 진단, 경쟁 노출도 높고 부가가치 낮은 편
이근태 | 2011.08.02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세계에서 무역구조 변화와 수출증가가 가장 빨랐던 것으로 나타나 큰 흐름으로 볼 때 세계수요 변화에 잘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일차산품의 교역비중이 늘고 전기전자, 수송기기 교역비중이 줄어드는 등 세계교역의 흐름이 우리 수출에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우리나라의 체감 세계교역 증가율이 실제 세계교역 증가율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이 일부 품목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우리 수출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수출상품의 집중도 심화는 세계적으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순 수출집중도가 아니라 해당 상품의 세계시장 수요의 크기를 고려한 집중도를 계산해보면 우리나라의 수출상품 집중도는 주요국가의 평균 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다. 수출집중도만으로 우리 수출의 취약성을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들의 경쟁노출도가 크다는 점이다. 경쟁노출도는 해당 품목의 수출국 구성의 부침이 얼마나 심한가로 측정할 수 있다. 컴퓨터, TV 등 내구재 부문의 경쟁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유사한 산업에 집중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조는 선진국보다 개도국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수출상품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평균 부가가치는 선진국 뿐 아니라 일부 개도국에 비해서도 낮게 나타난다. 경쟁도가 낮은 산업, 다시 말하면 진입장벽이 높은 첨단화학, 의약품, 소재 및 부품 등 부가가치 지표가 높은 부문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 수출이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새로운 부문에의 도전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 목 차 >

 

1. 상품별 수출구조 변화
2. 수출상품 집중도
3. 수출상품의 경쟁도
4. 수출상품의 부가가치

 

 

우리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수출은 1960년 0.3억달러에서 2010년 4,664억달러로 연평균 21.3% 증가했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70년 9.3%에서 지난해에는 46%로 높아졌다. 세계 무역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 0.03%에서 2009년 3.0%까지 확대되었다(그림 1> 참조).


수출은 우리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2000년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7%까지 상승했지만 이후에는 정체를 지속해 2%대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등 개도국들이 고성장하면서 우리 수출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새로운 부문에 대한 수출을 늘리지 못하는 ‘넛크래커’ 현상은 이미 우리 수출의 문제점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되고 있다. 또한 수출상품이 일부 품목에 집중되어 있어 해당 산업의 경기변화 등 외부적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 수출의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는 점 등이 우리 수출의 문제점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UN 무역통계를 이용해 우리나라와 세계의 상품별 수출구조를 비교해보고자 한다. 우리 수출상품 구성이 세계수요 변화에 잘 적응해 왔는지, 최근에 추세적인 변화는 없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또한 수출상품이 집중되는 데 따른 문제는 없는지, 우리 수출의 경쟁도, 부가가치 등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등을 분석한다.

 


1. 상품별 수출구조 변화

 


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조 변화와 수출증가 속도 세계에서 가장 빨라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상품별 수출의 구조는 빠르게 변화해왔다. 1960년대에는 농수산물 등 일차산품의 비중이 24%에 달하였고 제조업 중에서는 섬유 의복 부문이 전체 수출의 1/3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일차산품 비중이 2% 내외로 줄어들었고 반면 전기전자와 수송기기 부문이 전체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표 1> 참조).


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성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UN 무역통계 SITC 4단위 분류 기준 수출품목의 구성비 변화를 통해 산출해 보았다. 1960년대 대비 200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상품 구성변화 지표는 0.84로 나타났는데 이는 수출품목 구성의 84%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표 3> 참조). 1960년대부터 수출통계가 발표되는 전세계 97개국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우리나라 다음으로는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와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국 국가들의 수출상품 구성 변화가 높게 나타났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수출상품 구성 변화가 0.4 미만으로 작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빠른 수출상품 구성 변화는 세계수요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전세계 수출품목의 변화를 보면 1960년대 농축수산물 수출비중이 25%에 달하다가 추세적으로 줄어들어 2000년대에는 9%로 낮아졌다(<표 2> 참조). 제조업 부문 중 가장 빠른 증가추세를 보인 부문은 전기전자 부문으로 1960년대 약 7% 내외를 차지하다가 2000년대에는 18%로 비중이 높아졌다. 화학, 의약품, 수송기기 부문의 수출비중이 높아진 반면 섬유류, 철강금속 부문의 교역비중은 낮아지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요의 흐름에 맞추어 상품 구성을 변화시켰고 이것이 우리 수출의 빠른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상품 구성 변화가 큰 국가일수록 수출증가율도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평균 수출증가율이 19.2%로 나타나 역시 97개국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중 수출증가율과 수출상품 구성 변화 지표와의 상관계수가 0.33으로 나타나 두 지표간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그림 2> 참조).


2000년대 경쟁국들이 더 빠른 수출구조 변화


10년 단위로 시기를 나누어 보면 우리 수출상품 구성의 변화는 주로 1960~70년대에 가장 크게 변화했고 이후에는 변화속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1970년대 중화학 공업화 추진 과정에서 정책적 지원과 유도를 통해 수출구조가 급격히 바뀌었다. 1960년대 주력 수출품목이었던 농산물 수출비중이 대비 1970년대에는 23.3%에서 절반 이하인 11.8%로 떨어지고 1%였던 수송기기 수출비중이 6.3%로 크게 늘었다. 전기전자, 철강, 화학 부문의 수출비중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60년대에서 70년대로 바뀌는 과정에서 중화학공업화가 급격히 진행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1980년대 이후에도 지속되었으나 변화의 속도는 완만해졌다. 1960년대 대비 1970년대의 수출품목 구성변화 지표가 0.48로 나타나 절반 가량의 수출품 구성이 바뀐 이후에는 1980년대와 90년대, 2000년대에는 0.3 내외로 나타난다(<그림 3> 참조).


2000년대 주요국의 구성변화 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부분의 선진국보다는 상품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인도, 중국 등 거대개도국들은 우리보다 수출상품 구성을 더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표 3> 참조). 중국은 1990년대 10%에 달했던 농축수산물 수출비중을 2000년대 평균 4% 내외로 크게 줄였고 섬유의복 부문 수출 비중도 30%에서 18%로 축소시켰다. 중국의 전기전자 부문 수출 비중은 17.2%에서 34.1%로 두 배 가까이 늘어 우리나라보다 높아졌다. 인도도 농산물이나 섬유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철강금속, 화학 등 소재부문을 중심으로 수출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그밖에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도 우리나라와 수출상품 구성변화 속도가 거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세계 수요 둔화


1960년대 이후 장기적인 흐름으로 볼 때는 우리나라가 세계수요 변화에 맞추어 상품구조를 바꾸면서 수출의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교역상품 변화의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일차산품 교역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일차산품 교역 비중은 1960년대 평균 37%에 이르렀으나 꾸준히 줄어들어 2000년에는 19.9%까지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009년에는 21.3% 수준까지 비중이 높아졌다(<그림 4> 참조). 2000년대 세계경제 고성장의 여파로 개도국으로부터의 원자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공급여력이 크게 높아지지 못했던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유가와 농산물 가격 급등을 고려할 때 일차산품의 비중은 올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추세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제조업 부문에서도 주력 상품이 바뀌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 교역의 빠른 성장은 전기전자 부문이 주도해왔다. 전기전자 교역이 전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년대 6% 내외에서 2000년 21.5%를 피크로 하향추세를 보여 2009년에는 1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다(<표 2> 참조). 수송기기 부문의 교역도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선박부문의 교역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자동차 부문 교역이 198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교역비중은 1986년 11.1%에서 2009년에는 6.7%로 낮아졌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원자재 가공형 소재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철강 및 금속 산업의 교역은 2000년 6.1%에서 2009년 6.6%로 높아졌다. 기계류와 화학제품의 비중이 꾸준히 유지되는 가운데 의약품 교역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체감 세계교역 증가율 실제 세계교역증가율보다 낮아져


이러한 세계교역 흐름의 변화는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존자원이나 토지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일차산품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2.9%로 낮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이익을 보기 어렵다. 의약품의 경우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 수준으로 미미하다.


반면 세계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전기전자, 수송기기 부문의 수출비중은 높게 나타난다. 세계수요의 둔화추세를 반영하여 우리나라의 전기전자 부문 수출비중은 2003년 40%에서 꾸준히 낮아져 2009년 24.2%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세계평균 교역비중인 15.6%보다 크게 높다(<표 1> 참조). 수송기기의 경우도 우리 수출비중은 2009년 22.1%로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주력수출품의 성장성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체감 세계교역 증가율을 계산해보아도 뚜렷이 나타난다. 이는 SITC4단위 기준 개별 상품의 세계교역 증가율을 우리나라의 수출비중을 가중치로 합산해본 것이다. 세계 평균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중치가 더 높은 제품의 세계교역이 크게 증가할수록 체감 세계교역 증가율은 높게 나타나게 된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오일쇼크 등으로 원자재 교역이 빠르게 늘면서 우리나라의 체감 세계교역 성장률은 실제 세계교역 성장률을 하회한 바 있다(<그림 5> 참조).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우리나라 체감 세계교역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세계교역 성장률을 상회하였으나 2000년대 초반에는 두 지표가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였고 중반 이후에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평균 우리나라의 체감 세계교역 증가율은 4.6%로 실제 교역증가율 7.4%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전기전자 부문의 비중이 높은 대다수 아시아국가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홍콩, 싱가포르 등의 체감 세계교역 증가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준이다(<그림 6> 참조). 태국, 중국, 인도 등도 체감 세계교역 증가율이 실제 교역증가율보다 낮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높다. 이들 국가들은 원자재 수출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들은 체감과 실제 교역 증가율이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에너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자원보유국의 체감 교역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2. 수출상품 집중도

 


우리나라 수출상품 집중도 높은 수준


우리나라 수출구조의 취약점으로 자주 지적되는 측면 중 하나는 수출이 일부 품목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출상품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다양한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해당 품목에서의 경기변화 등에 따라 우리 수출이 크게 변동하면서 경기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ITC 4단위 분류 기준으로 수출상품의 집중도를 나타내는 허핀달(Herfindahl) 지수를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집중도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 평균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그림 7> 참조).


우리나라의 허핀달 지수 순위는 OECD 34개국중 2009년 기준 11위로 나타난다. 무역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무역을 다변화하기 용이해 집중도가 낮고 작은 나라일수록 특화하는 경향이 강해 집중도가 크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교역규모가 2009년 기준 세계 8위에 달할 정도로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집중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보다 수출규모가 큰 7개 국가들은 모두 허핀달 지수도 상당히 낮게 나타난다(<표 4> 참조).


SITC 기준 상위 10개 품목에 대한 집중도도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다(<그림 8> 참조). 2009년 우리나라 상위 10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0%를 기록했는데 이는 OECD국중에서는 7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상위 10대 품목을 보면 1960년대에는 합판과 섬유 및 의류 제품 수출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2000년대에는 반도체, 이동통신, 자동차, 선박, 컴퓨터 등이 상위군을 형성하고 있다(<표 5> 참조).


세계수요를 고려한 집중도는 높지 않은 수준


다만 수출상품의 집중도 심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인 것으로 판단된다. 전체교역상품의 허핀달지수는 7~80년대 오일쇼크 기간중 급변한 것을 제외하면 추세적으로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위 10개품목의 비중 역시 추세적으로 상승기조를 보여 왔다. 1960년대 상위 10개품목 비중은 1960년대 16.7%에서 1990년대에는 25.7%, 2000년대에는 29.2%로 꾸준히 높아졌다.


이는 주도적인 일부 교역제품이 전체 교역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교역 상위 품목들은 보면 1960년대에는 원유가 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밀과 동, 커피, 면, 천연고무 등 일차산품이 주종을 이루었고 제조업중에서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선박, 항공기 등 운수장비 교역이 상위 10개품목에 들었다(<표 6> 참조).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제조업 제품 수출이 점차 확대되면서 수출품목의 집중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원유와 승용차 수출이 단일품목으로 상위 1, 2위를 번갈아 기록하는 가운데 전자제품 교역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교역품목이 원유와 운송기기, 전자제품 세 부문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할 때 단순히 우리 수출제품의 구성만 가지고 집중도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품은 그만큼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출상품의 집중도 여부를 우리 수출상품의 구성이 세계 수입수요에 비해 얼마나 격차가 큰가를 근거로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전체의 수출상품 구성과 우리나라의 수출상품 구성간의 차이를 계산해보았다. 그 결과 차이가 1960년대 후반 0.7을 넘어섰다가 꾸준히 하락해 2009년 현재 0.46 수준으로 떨어졌다(<그림 9> 참조). 우리나라의 수출상품 구성과 세계 수출상품 구성이 약 46%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OECD 국가중 평균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은 수치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특화도가 다소 높게 나타나지만 차이가 크지 않으며 중국, 인도 등 주요 개도국에 비해서 더 낮은 수준이다(<표 7> 참조). 결국 우리나라의 수출상품이 집중되는 현상은 상당부분 세계 수요가 집중되는 데 따른 측면이 크며 그 자체로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3. 수출상품의 경쟁도

 


컴퓨터, TV 등 전자부문 경쟁도 높아


세계교역의 확대와 함께 국가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 상품에 대한 수출국 간의 경쟁이 얼마나 심한가를 살펴보기 위해 그 상품의 수출국가 구성 변화 지표를 이용하고자 한다. 수출국이 빠르게 바뀔수록 그 상품에 대한 경쟁이 더욱 치열한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수출국가가 가장 크게 변화한 제품들을 보면 컴퓨터와 주변기기, TV, 음향기기 등 전자 부문의 내구재들이 주류를 이룬다(<표 8> 참조). 이 제품들은 경쟁도 지수가 0.3 이상으로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수출국 구성이 30% 이상 바뀐 것으로 나타난다. 경쟁도 지수가 가장 높은 휴대용 컴퓨터의 경우 수출국 구성이 60% 이상 바뀌었다. 1990년대 일본이 전체 수출의 17.7%를 차지해 1위 수출국이었으나 2000년대에는 3.0%로 8위로 밀려났고 대신 중국이 0.8%의 점유율에서 52%로 1위 수출국이 되었다. 이는 이 기간 중 중국이 주요 노트북 업체들의 생산기지로 자리잡은 데 따른 것이다.


일반 PC는 미국이 여전히 수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점유율이 1990년대 28.4%에서 18.9%로 크게 줄었고 대신 중국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TV의 경우 1990년대 멕시코, 일본에 이어 한국이 3위 수출국이었으나 중국,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이 생산기지로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2000년대 들어 크게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수출국 변화가 크지 않은 품목은 특수산업용 기계, 화학원료, 승용차, 항공기부품, 의료장비 등 기계류와 소재, 부품 등이다. 이 품목들은 대부분 선진국이 여전히 주력 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계류와 화학원료의 경우 일본과 미국, 독일이 상위 1~3위 수출국으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으며 부품 등은 유럽국가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개도국의 수출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속도는 매우 완만하다.


우리나라 수출의 경쟁노출도 OECD 최고 수준


경쟁도가 높은 산업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들이다. 개별 품목의 경쟁도를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중치로 하여 평균해보면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평균적인 경쟁도를 계산해볼 수 있다. 1990년대 대비 200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상품 경쟁도는 0.257로 나타났다(<그림 10> 참조). 이 기간 중 우리나라 수출품목은 평균적으로 수출국가가 25.7%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주요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특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국가별로 보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출국의 구성변화가 거의 없는 원유 생산국의 경쟁노출도가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스위스,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도 경쟁도 지수가 0.2 내외로 낮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체크, 헝가리 등 동유럽국이나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서도 수출상품의 경쟁도가 높았다. 주요 국가 중 중국의 경쟁도가 0.275로 높게 나타났으나 우리나라와 차이는 크지 않다.


경쟁도가 높은 제품들은 기술 및 자본 등의 격차가 크지 않아 후발국가들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그만큼 용이하다. 우리나라가 일본 등 선진국의 시장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었다면 후발개도국들에게 다시 시장을 내어줄 위험 역시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조, 선진국보다 개도국과 더 유사


우리 수출의 경쟁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아시아 주요국들이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을 채택하면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산업 부문에 집중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주력 수출제품에서 개도국의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결국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선진국보다는 개도국과 더 유사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도가 높은 산업들은 개도국의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전기전자 수출의 개도국 비중은 14.2%에서 2000년대에는 32.3%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09년에는 41.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표 9> 참조). 다음으로는 섬유 및 의복 부문에서 개도국 비중이 2000년대 15%p 이상 늘어나면서 개도국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반면 의약품 부문에서는 개도국으로의 이전이 매우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어 선진국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대비 2009년 개도국의 비중은 6.7%에서 7.7%로 1%p 늘어나는 데 그쳤다. 화학 부문과 수송기기, 기계류, 철강 부문도 상대적으로 개도국화가 완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개별 품목을 보면 휴대용 컴퓨터의 경우 1990년대 개도국 수출비중이 7.9%에서 2000년대 평균 65.9%, 2009년에는 77%까지 비중이 높아졌다(<표 10> 참조). TV, 컴퓨터, 통신기기, LCD도 개도국 비중이 가장 빠르게 높아진 상위 10대 품목에 속한다. 개도국 기업의 자체 생산 확대에 따른 부분도 크지만 선진국 기업이 생산기지를 개도국으로 이전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이는 전기전자 부문의 최종재 생산에서 저렴한 인건비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도 후발개도국의 시장잠식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력 품목에서 개도국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상품 구조는 개도국과 더 유사해지는 모습이다. 2000년대 우리나라와 개도국의 수출유사성 지수는 0.562로 나타나 개도국과 수출상품 구성이 약 56%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추세적으로도 유사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그림 11> 참조). 반면 선진국과의 유사성은 0.432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며 유사성이 높아지는 추세도 보이지 않고 있다.

 


4. 수출상품의 부가가치

 


화학, 의약품, 자동차 등이 부가가치 높아


경쟁도가 높을수록 수출에 따른 부가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가격하락 압력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의 부가가치를 직접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서는 각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의 1인당 GDP를 통해 간접적으로 각 상품의 부가가치를 가늠하는 지표를 구해보고자 한다.


만약 특정 제품을 수출함으로써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면 그 제품은 1인당 부가가치, 즉 1인당 GDP가 낮은 나라가 수출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물론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어느 나라 혹은 어느 기업에서 생산하느냐에 따라 부가가치가 다를 것이다. 이탈리아와 중국의 의류 생산에서의 부가가치가 크게 다르지만 의류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커진다면 이는 의류산업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의 비중이 커져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화한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각 상품의 부가가치를 그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의 1인당 GDP에 해당 국가의 수출비중을 곱해서 구해보았다. 수출 상위 50개 품목중 가장 수출국의 평균 1인당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은 글리코사이드, 폴리에틸렌 등 의약품 및 화학 제품군으로 나타났다(<표 11> 참조). 이와 함께 승용차와 엔진부품 등 자동차 관련 제품들도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의약 제품들은 주로 미국과 스위스, 독일 등 1인당 GDP가 높은 국가들의 점유율이 높았고 승용차는 독일, 일본, 미국 등이 주력 수출국가였다.


우리나라 수출품 부가가치 지표 중국, 브라질 등과 유사


반면 휴대용 컴퓨터, TV, 컴퓨터 주변기기 등 전자제품은 1인당 GDP가 낮은 국가들이 주로 수출하고 있었고 선박의 경우도 부가가치 지표가 낮게 나타났다. 전자제품은 앞에서 보았듯이 중국이 급격히 성장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태국 등 1인당 GDP가 높지 않은 국가들의 비중 상승이 두드러진다. 선박의 경우 1990년대에는 일본과 한국이 절반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가운데 독일,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이 뒤를 이었으나 2000년대에는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고 중국, 폴란드 등도 빠르게 수출비중을 높이고 있다.


국가별로 수출상품의 평균 부가가치를 계산해보면 전반적으로 1인당 GDP 순위와 유사하다. 스위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이 상위권을 이루고 아시아 개도국 등이 뒤를 잇고 있다(<그림 12> 참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GDP 순위에 비해 수출상품의 부가가치 순위가 더 낮다. 우리나라는 교역제품의 부가가치가 약 3만달러로 OECD 34개국중 31위를 차지했다. 체크와 헝가리, 남아공 등은 우리보다 1인당 GDP는 낮지만 교역제품의 부가가치는 더 높다. 체크,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는 서유럽의 자동차 및 부품 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인도도 우리나라보다 수출상품의 부가가치가 높은데 이는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과 의약품, 승용차의 비중이 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브라질 등도 수출의 부가가치가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 개도국들이 특정 부문에서 제한된 수요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경쟁도가 높아지고 부가가치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 집중, 기업가 정신과 적극적 정부지원 필요


지금까지 수출상품 구조 분석을 통해 우리 수출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짚어보았다. 세계적인 교역의 흐름이 원자재 등 일차산품과 원자재 가공형 소재산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전기전자, 자동차 등 우리 주력품목의 세계수요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아시아 개도국들이 우리와 유사한 산업부문에 집중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쟁노출도가 매우 높다. 제한된 수요 속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도 크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올들어 우리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재개하고 있지만 중기적 전망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 세계수요의 변화, 유사한 산업부문에서 개도국간 경쟁 격화 등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중장기 수출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가 꾸준히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전기전자 등 개도국과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수출부문에서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필요하다. 단순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을 선택해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개도국과의 격차를 벌려놓아야 한다. 최근 개도국들의 임금이 빠르게 올라가면서 노동비용 관련 비교우위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우리가 기술부문에서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격차를 더 벌린다면 후발개도국의 추격을 피할 수 있다.


첨단 화학, 의약품, 기계, 부품 등 부가가치가 높고 경쟁도가 낮은 선진국 주력 품목으로의 진입도 꾸준히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부문은 우리나라에게 여전히 모방의 이익이 존재한다. 기술제휴나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일본, 독일 등 핵심 부품과 소재, 기계류의 주된 공급국의 기술을 흡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미래 산업 부문의 선점 역시 우리 수출의 중요한 과제이다. 선진국 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앞다투어 첨단산업, 미래산업 부문에 뛰어들면서 투자의 성과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부문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기업들은 기존 산업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부문에 과감히 뛰어들 필요가 있으며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 1970년대 중화학 공업으로의 과감한 변화가 이후 수십년 간 우리나라의 수출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현재는 과거와 같은 과감한 산업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어렵지만 인프라 구축이나 인재육성, 기반기술 확충 등에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