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헝가리 쇼크'가 별 거 아니라고?

일취월장7 2010. 6. 8. 15:00

'헝가리 쇼크'가 별 거 아니라고?

<뉴욕타임스> "유럽 경제의 둔화가 사태의 배경"

기사입력 2010-06-07 오후 6:37:51

지난 주말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헝가리 쇼크'는 헝가리 정부가 부풀린 '과장된 위기'인가? 일각에서는 헝가리는 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그리스와 상당히 다르다며 결코 헝가리는 '제2의 그리스'가 아니라고 한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헝가리가 실제로 문제가 되도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 투자액)가 5억4000만 달러로 우리나라의 전체 대외 익스포저 533억4000만 달러의 1.0%에 불과하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헝가리 수출도 17억 달러로 전체 수출 금액의 0.47% 수준에 불과하다.

▲ 헝가리 사태로 7일 코스피 급락,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연합뉴스

헝가리 사태를 숫자로만 평가하는 위험

그런데도 헝가리 정부가 고백한 재정상태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요동쳤다. 지난 주말 유럽미국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7일 코스피지수도 전거래일(1664.13)보다 26.16포인트(1.57%) 낮은 1637.97포인트로 급락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전거래일(1201.8원)보다 34.1원이나 급등한 1235.9원으로 마감됐다.

일부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은 투자자들의 일시적 과민반응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가 매수할 투자의 적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요즘 금융시장은 통념으로 판단하는 것은 안이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00년만의 최대 위기'라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습만 바뀌면서 점점 더 큰 위기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대 최고의 금융위기 전문가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현행 유럽의 금융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각된 민간부채 위기가 정부 부채 위기로 전환된 위기이며, 수습하기에는 더욱 힘들어진 '사상 최대의 금융위기'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6일(현지시간) 'Hungary Is Playing Political Games on Debt'라는 <뉴욕타임스>의 분석기사는 '헝가리 쇼크'를 단순한 숫자로만 판단해서는 안되는 배경을 짚어 주목된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숫자로 보면, 헝가리는 그리스가 아니다. 또한 헝가리는 유로 회원국도 아니기에 필요하면 자국화폐(포린트)의 환율을 높여 수출 부양책을 쓸 수 있다. 헝가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이어서 전면적인 경제개혁 정책을 진행하고 있고, 필요하면 20억 달러의 자금추가요청할 수 있다.

헝가리 정부의 발언은 '국내 정치적 노림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헝가리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발언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새 정부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도 다른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처럼 서로 매우 다른 진영을 만족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쪽은 더 이상 월급과 사회보장 혜택이 삭감되는 것을 원치 않는 불만이 가득한 유권자들이고, 다른 한쪽은 부채 감축을 위해 더욱 강력한 긴축조치를 요구하는 유럽연합(EU), IMF, 그리고 채권투자자 그룹이다.

둘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딜레마를 악화시키는 요인도 있다. 바로 유럽의 경제가 점점 더 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EU의 통계기관 유로스탯이 지난 4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는 지난 1분기에 불과 전기 대비 0.2%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20년 장기복합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에게조차 뒤쳐지는 것으로 세계 주요 경제 가운데 꼴찌로 추락하는 성적이다.

게다가 일본은 오랫동안 침체에 빠진 내수 경제를 부양시킬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새 총리가 취임해, 이제 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성장이 뒤쳐질 지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의 경제회복이 부채 문제에 발목이 잡힌다면, 글로벌 경제 전체도 위험해진다. 지난 주말 한국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부각시킨 위협이 바로 이것이다.

가이트너는 "글로벌 차원에서 수요를 재조정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유럽과 일본의 수요 부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그리스, 그리고 아일랜드는 긴축정책으로 경제성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는 반면, 독일은 지난 1분기 0.2% 성장에 불과한 경제를 부양하는 대신 재정삭감을 밀어부치고 있다.

영국도 지난 1분기에 0.3% 성장을 했지만, 그리스와 스페인 같은 유로존 국가들보다 정부지출에 더 의존한 성장이었다는 점에서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공약을 실천에 옮기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지난 주말 헝가리 정부 대변인의 발언이 더욱 강력한 파문을 일으킨 배경은 이처럼 유로존과 영국, 그리고 헝가리 같은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헝가리 정부는 헝가리의 부도설을 일축하고, 올해 재정적자를 GDP 대비 3.8%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헝가리의 재정상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발언은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재정분식을 했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가 그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경고는 국내 정치적인 효과를 갖는다. 한 편으로는 국민이 보다 강력한 긴축정책을 각오하도록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들을 관철시킬 협상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헝가리 문제, 유럽 전체의 관점에서 봐야

하지만 이런 정치적 노림수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 주말처럼 투자자들이 포린트화를 투매하고 채권 매입도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최근 들어 헝가리 국채 수요는 상당히 약화됐다.

헝가리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그리스식의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포린트 환율이 올라 헝가리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헝가리 수출의 75%는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유로존 경제로 향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역도 내수 진작보다는 유로화 가치를 낮춰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헝가리는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헝가리를 그리스와 비교한 것은 국내 정치용일 수 있지만, 헝가리의 정부부채와 재정적자가 지금처럼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있는 한 이런 발언이 나오게 만든 '유럽의 성장 둔화'라는 요인은 글로벌한 차원에서 계속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