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한국 ‘부채의 무게’를 줄여라-G20 성명서의 의미

일취월장7 2010. 6. 7. 14:52

한국 ‘부채의 무게’를 줄여라-G20 성명서의 의미

'성장 경제'가 해답이 아님을 믿기에 '건강한 경제'를 꿈 꾸며 고민 중입니다. 저서로는 '개념과 원리가 있는 실전외환투자'가 있으며 현재는 한국능률협회에서 외환 분야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BY : 마포강변 윤석천 | 201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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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한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 성명서를 보면 세계 경제가 현재 어떠한 상황에 있는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성명서는 매우 은유적인 수사로 가득하지만 현실은 참혹하기만 합니다.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의 변화 및 그 이유

  우선 성명서를 보면 G20은 세계 각국의 재정위기를 이전과는 달리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 혹은 그 대처방식은 얼마 전 유로존 즉,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을 막기 위해 취한 국제공조를 통한 과감한 구제금융 정책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성명서를 보면 재정 문제의 해결을 구제금융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국가가 긴축재정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음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다시 설명하면 재정위기를 만든 국가가 스스로의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결자해지 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G20이 새삼스레 이 원칙을 강조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유로존의 문제가 단순히 구제금융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이번 G20 회의에서는 인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유럽은 그리스를 넘어 헝가리의 디폴트 위험이 다시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에다 스페인이란 거목마저 뿌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그리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거목입니다.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갖고 있습니다. 즉, 그리스의 4.5배,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비해서는 6배에 달하는 경제규모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스페인의 정부부채는 GDP의 53% 정도에 불과해 양호한 수준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 즉,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총국가부채가 약 260%에 달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는 바로 이 총부채에 주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스페인의 GDP가 약 1조 유로 정도이니 총국가부채는 약 2조6천억 유로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 사태 때 세계가 만든 구제금융 총액이 약 7,500억 유로 정도니 이 구제금융액이 얼마나 작은 금액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은 지난 금요일 다시 한 번 요동을 치며 추락했습니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 스페인의 국채 금리는 로켓처럼 상승을 하고 있고 유로는 침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스페인과 독일 국채 10년물의 스프레드입니다.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 위험자산인 스페인 국채의 금리차가 지난 5월부터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스페인의 채권이 시장참여자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자산이 아니며 이는 결국 향후 스페인의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그림은 EUR/USD 일 차트입니다. 유로존 구제금융안 발표 후 잠깐 반등하던 유로의 속절없는 추락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의 저점을 하향 돌파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를 제어할 뚜렷한 방안을 세계가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미 세계 주요국가는 재정가용성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한 마디로 자기 코가 석자인 상태입니다. 세계를 위기에서 건져낼 구원투수가 없습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의 선진국마저 재정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특히, 마지막 보루인 미국의 상황을 보면 국제공조를 통한 구제금융 폭탄 정책이 앞으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미국 경제지표들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고 1분기 GDP 성장률도 2009년 말 5.6%에서 3%로 하락했습니다. 개인소비지출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제조업 또한 정부의 감세 및 보조정책이 그 약발을 다해 그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약 2천억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소비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는 아직도 민간부분이 정부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즉, 미국이 2008년 위기가 시작되고부터 취한 이른바 ‘Easy Money’ 정책의 효과가 다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론은 세계 어느 국가도 다른 국가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G20 회의의 성명서가 결자해지 원칙을 강조한 진짜 이유입니다.

수출이 아닌 내수를 강조한 이유

  이번 G20 성명서는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는 내수를 확대해 성장을 지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답은 세계 경제가 당분간 혹은 매우 긴 시간 동안 위축될 것이기 때문에 즉, 국가간의 교역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수출에 의존하기 보다는 내수를 통한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유로존 더 나아가 유럽의 침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일본 또한 자국의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자국 제조업의 진흥을 도모할 수 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이는 결국 보호무역의 강화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수출 위주의 경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 한국 등의 동반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강하게 암시합니다. G20 성명서는 바로 이러한 우려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신흥경제국들까지 동반 침체에 빠진다면 세계 경제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될 것이기 때문에 G20 성명서는 새삼스레 내수를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한 일이지만 경제 시스템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며 현재의 상황은 1930년대의 대공황과 매우 비슷한 양태로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거침없는 구제금융마저 그 약발을 다해가고 있고 세계를 대공황으로 몰아 넣었던 보호무역의 강화 형태가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어떠한 국면일까요?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 역시 재정가용성을 이미 상실한 상태입니다. 정부부채는 GDP의 36%에 불과하다고 자랑하지만 민간부분의 부채를 합한 총국가부채는 정부부채가 115%에 달하는 이태리보다도 높은 상태입니다. 소비의 주체인 우리의 가계는 약 740조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어 이미 소비 여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이 부채는 스페인 부채의 원인이었던 부동산 버블의 후 폭풍이란 점에서 쌍둥이라 해도 좋을 만큼 너무 비슷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내수를 부양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런 상태에서 수출까지 줄어든다면 한국 경제는 분명 새로운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세상 그 누구도 부채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현재 무너지고 있는 국가들의 문제는 바로 부채입니다. 부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는 국가들을 보며 한국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지금부터라도 부채 줄이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또 다시 세계의 위기를 빙자해 출구전략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 상태에서 한국이 다시 양적완화정책에 집중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뻔합니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