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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바이러스? 제대로 알고 말하자

일취월장7 2020. 3. 5. 09:52

세균? 바이러스? 제대로 알고 말하자

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입력 2020.03.04.

      

정확하지 않은 용어 설정으로 선동성 발언 남발 문제
세균과 바이러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른 종류

(시사저널=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혼란이 가중하자 여기저기서 정확하지 않은 용어와 내용으로 선동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발언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주요 발언들은 종교계에서 먼저 이슈화됐다. 지난 2월9일 평택순복음교회 강헌식 목사는 설교 도중에 "우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서 세균이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거다"라고 했다. 또 성도교회 박성기 목사는 자신의 칼럼에서 "앞으로의 전쟁은 세균전쟁으로 치사율이 높은 감염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라고 적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발언들의 정치적 의도만 분석했을 뿐 과학적 오류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3차원 모형. ⓒwikimedia

세균과 바이러스는 엄밀히 다른 미생물

발언을 한 두 목회자 모두 세균과 바이러스를 혼동하고 있다. 세균은 라틴어로 박테리아(bacteria)라고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 모두 미생물인 건 동일하다. 그러나 완전 다른 생명체다.

질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으로 대장균을 꼽을 수 있다. 음식이나 물이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세균이 쉽게 번식한다. 그 음식을 섭취하면 대장균 감염이 된다. 대장균 자체는 해롭지 않지만 몇몇 병원성 대장균이 식중독을 일으킨다.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도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 세균이다. 보통 생화학 무기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탄저균도 세균이다.

세균은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이지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관을 가지고 있다. 즉, 먹이만 있고 환경만 잘 갖춰지면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 살아가면서 번식도 가능하다. 여름철에 상한 음식에 식중독균들이 쉽게 번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세균은 실험실 배양이 쉽다. 플레이트에 세균을 묻혀서 배양시키는 장면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쉽게 볼 수 있다. 실험용 샘플 확보가 용이해 연구가 활발한 것도 세균의 장점이다.

반면 바이러스는 DNA와 RNA 같은 핵산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로 스스로 에너지와 유기물을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숙주가 있어야만 생존과 증식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사람이나 동물 몸속에서만 살 수 있고 대기 중에서는 오래 살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다.

바이러스는 대부분 온도와 습도와 큰 관련 없이 숙주 몸을 떠나서 대기 중에 노출되면 수 시간 안에 사멸한다. 그래서 승강기 등에서 감염자가 버튼을 만지고 갔어도 시간이 지나면 감염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양이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키우기 위해서는 숙주를 이용해야 하므로 동물이나 사람 몸을 빌려야 한다. 그래서 샘플을 확보하는데 세균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선 인간의 몸 안에서 바이러스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비말감염은 뭐고, 공기감염은 뭔가?

코로나19 보도에는 이 질병이 공기감염이 아닌 비말감염이라는 설명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비말이란 단어의 뜻도 정확하게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감염은 크게 비말감염, 공기감염 혹은 대기감염, 그리고 접촉감염으로 나눌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바이러스는 특성상 숙주가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숙주의 몸에서 나와서 다른 숙주로 옮겨가야 번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 일수록 전염성이 낮다고 본다. 숙주가 죽어버리면 바이러스도 따라 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 '감기'에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가 나온다. 출연연의 한 과학자는 "사실 그런 바이러스는 영화처럼 빠르게 확산하지 않고 오히려 빨리 사라진다"라며 "숙주가 죽으면 바이러스도 사라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비말감염은 꽃가루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꽃은 번식하기 위해서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를 날려서 암술머리로 이동한다. 이 꽃가루를 멀리 있는 다른 꽃에 날리기 위해서 바람, 곤충, 물 등을 이용한다.

비말을 꽃가루라고 생각하자. 이 물질은 감염자의 침, 콧물 등 체액이다. 비말이라는 단어의 뜻은 '튀어서 흩어지는 물방울'이다. 비말의 크기는 보통 5㎛(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미터)다. 기침 한 번에 약 3000개의 비말이 전방 2m 내로 분사되고 떨어진다. 그러니까 기침하는 사람에게서는 2m 이상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가 비말 안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다르다. 한국입자에어로졸학회 자료에 따르면 일반 코로나바이러스는 3시간, 변종은 24시간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공기감염은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에게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행히 일반 바이러스는 단독으로 공기 중에 오랜 시간 생존하는 게 어려워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만, 홍역, 결핵 같은 바이러스는 공기 감염된다. 접촉 감염은 성병이 대표적이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포착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진 SARS-CoV-2(오렌지색) 모습. ⓒNIAID-RML

코로나바이러스는 독감과 다른건가?

독감과 코로나바이러스의 차이를 제대로 알아야 치료제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아직도 코로나-19에 타미플루를 처방받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주장을 SNS상에서 많이 접한다.

우리가 독감이라고 하는 질병은 인플루엔자다. 2009년 신종플루가 대표적이다. 당시 신종플루는 돼지에서 발생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돼지독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 매년 유행하는 조류독감(Avian Influenza, AI) 역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인플루엔자는 A, B, C 종류가 있는데 C형은 감염 빈도가 높지 않고 B형은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대유행하는 독감 대부분은 A형이다.

신종플루 때 처방했던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다. 우리가 매년 맞는 독감 예방 접종도 당연히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이다. 신종플루 치료제 중 일본에서 개발한 아비간(avigan, favipiravir)의 경우 타미플루와 작용기전이 달라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플루엔자 치료제와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는 기전이 다르다.

인플루엔자가 독감이라면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로 보면 된다. 일반 감기는 보통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와 코로나바이러스 등에 의해 유발한다.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다.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7가지 변종이 있다. 그중에서 유명한 것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MERS-CoV) 그리고 코로나-19다.

바이러스는 배양이 어려운 만큼 환자가 많은 곳에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편하다. 최근 다국적제약사 3곳이 한국에서 임상3상에 들어간 것도 이러한 이유다. 사스, 메르스와 달리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상업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많은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앞장서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사스, 메르스 때와 다르게 빠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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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코로나 서사'를 쓸 것인가

[창비 주간 논평] '이웃의 감염' 내 삶이 바뀐다


'바이러스처럼 퍼진다'는 것이 정녕 어떤 사태를 가리키는지 무섭도록 실감하는 이 시간을 거치고 나면 이 비유를 아무렇지 않게 쓰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훗날 이 시간이 어떻게 기억되는가에 따라 '바이러스'를 둘러싼 의미의 자장은 달라질지 모른다.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에 귀를 기울이고 긴급재난 문자를 들여다보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와 경로를 확인하는 나날들은 공동의 경험이 대개 그렇듯 이런저런 의미를 축적하며 자체의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2015년의 메르스 유행도 어떤 서사로 기억된다.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메르스 서사'는 우왕좌왕한 대처, 안전해야 할 곳에서 드러난 위험, 무능할 뿐 아니라 무감각한 지도자, 가족과 제대로 이별도 못 한 격리상태에서의 안타까운 죽음 같은 대목들이 실패라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당시라고 헌신적인 방역관계자와 의료진, 전문가와 봉사자들이 없었을까마는 그들의 노고는 페이지의 한구석으로 밀려나 있다. 그런 점에서 메르스 서사는 다행히 '종말 서사'는 아닐지언정 숱한 '재난 서사'의 양식과 닮았다. 재난영화의 장르적 문법과 달리 문학의 재난서사는 감당도 납득도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 인물들의 고립과 단절, 그리고 끝은 났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결말 같은 장치를 통해 끝까지 독자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2020년의 '코로나 서사'가 전에 없던 불안에서 출발한 까닭에는 일정하게 메르스 서사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더욱 퍼져 있는 바이러스의 여전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서사의 중심 플롯은 실패가 아니며 그 장르가 재난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해지고 있다.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내놓지는 못해도 수많은 전문가와 담당자들이 책임 있게 사태를 대면하면서 더 나은 해결책을 위해 분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진자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일선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이들에 대한 감사가 그 어떤 감정보다 크게 작동하는 한, 그리고 무지와 부주의와 무책임으로 감염을 확대한 이들을 엄중히 비판할망정 혐오와 차별의 대상으로 돌리지 않는 한, 이 서사 자체가 방역을 오히려 교란하는 온갖 부질없는 공격에 잠식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와 별도로 코로나 서사의 바람직한 완성을 위해서는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사태들을 차분히 직시하게 되었다'라는 문장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것 가운데는 '물질의 귀환'으로 불릴 만한 사태도 포함된다. 먹을 수 있는 물이 어디에나 널려 있지 않게 되면서 정수나 생수의 모습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듯이, 편히 숨 쉴 수 없게 되면서 공기가 미세먼지와 호흡기 질환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듯이, 이제 바이러스 역시 마스크를 가시적 매개로 삼아 매 순간 감지하고 방어해야 할 존재로 부상했다. 아무래도 좋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자연적인' 물질 같은 건 거의 사라졌다. 인간 활동을 뒷받침하는 자원이나 배경, 대상이나 도구라는 종속적 쓰임새를 거부한 '물질'들은 다소간 난폭하게 우리 삶에 귀환하여 행동 하나하나에 즉각적인 결과를 되돌려준다. 이 사태는 물론 우리가 사는 세계 또는 우리가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이 어떤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물질의 귀환은 어떤 면에서 '로컬'의 귀환이기도 하다. 신종 질환들의 전파가 지구화와 무관하지 않은 반면, 제아무리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글로벌하게 구매 또는 판매하며 글로벌하게 여행하더라도, 물질적으로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몸이 현존하는 장소에서 앓아눕는다(또는 현존하기로 되어 있는 장소로 이송된다). 전 세계와 네트워크를 이룬다 한들 물질적으로 나는 여전히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으며, 따라서 삶의 '로컬'한 장소를 공유하는 이들의 신체적이고 감정적인 상태에 무심할 수 없다. 내 이웃과 나는 말하자면 감염 가능성으로 이어져 있기에 내 이웃이 현재 무엇에 '감염'되어 있는지가 곧 내 삶을 바꿀 것이다. 여기서 '이웃'이라는 범주가 인간 이웃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제는 분명해졌다. 동물의 집단감염은 인간의 집단감염의 전조이자 연장이며 코로나19가 확인해주었듯이 인-수 감염과 인-인 감염의 경계도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바라건대 조만간) 끝나리라 확신할 수 있는 것만큼이나 이번이 전염병의 마지막 사례가 아니리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그것이 어째서 마지막이 아닌지, 또 어떻게 기후변화나 지구화가 낳은 위기와 무관하지 않은지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이 상황을 또다시 겪을 수 있다는 말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발생하는 물질적 결과들을 잠재적인 상수로 예상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런 사태가 발생할 때 적절한 대비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것과 별개로, 우리의 일상 자체가 그 잠재성에 맞추어 조율되어야 한다. 반드시 지금 권고받는 정도의 격리와 자제까지는 아니라도 우리는 어쩌면 모든 방면에서 조금 덜 활동하고 덜 발산하며 심지어 덜 생산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데이비드 하비가 말한 대로 확대재생산이 아닌 단순재생산의 삶으로 질서 있게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닐까. 성장과 발전을 향한 열망이 정녕 인간의 본능이라면 이제 그것은 물질세계를 질주하는 대신, 멈춰 서서 바로 그 물질세계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발휘되어야 한다. 어쩌면 '신천지'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에게 다른 종류의 '감염 서사'가 간절함을 일러주는 또 다른 증거인지 모른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는 렘데시비르 어떤 약?
  • 김연희 기자
  • 승인 2020.03.05 02:52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 ‘처음 개발된 목적과 달리 효과’가 있는 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계는 ‘렘데시비르’에 기대를 걸면서도 섣부른 기대를 경계한다.
ⓒReuter2월24일 중국 우한시의 적십자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의 CT 스캔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대륙 간 경계를 모조리 뚫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멀고 아시아 국가를 오가는 직항편도 적어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비켜나 있었던 남미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브라질 보건부는 2월26일 상파울루시에 사는 61세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사실상 지구적인 현상이 되면서 전 세계 관심이 한곳에 쏠리고 있다. 바로 치료제이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을 잠재우는 데 큰 기여를 했던 타미플루처럼 코로나19를 잡을 항바이러스제를 애타게 바란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람에게 효과가 증명된 코로나19 치료제는 없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모인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는 2월13일 ‘코로나19 치료 원칙’을 발표하면서 입증된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알려진 지 고작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이고, 당연히 이 신종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도 나와 있지 않다. 단기간에 치료제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약이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 물질 발굴부터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 신약 개발에는 통상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상용화된 약품 가운데 ‘처음 개발할 때의 목적과 달리’ 코로나19에 효과를 보이는 약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드러그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약물 재창출)’이라고 부른다. 중앙임상위는 ‘코로나19 치료 원칙’에서 기존 전염병 치료제 가운데 칼레트라(Kaletra)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투여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권고했다.



칼레트라는 에이즈 치료 목적의 항바이러스제다.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해 수만 배까지 스스로를 복제한 뒤 세포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리고 배출된 바이러스는 또 다른 세포를 감염시킨다. 바이러스가 증식되는 과정이다. 항바이러스제는 이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항바이러스제마다 증식을 막는 방법이 다른데, 칼레트라는 세포에 들어온 바이러스의 복제 단계에서 이를 방해한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모두 RNA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유전물질로 DNA 이외에도 RNA를 가질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를 유전물질로 삼는 RNA 바이러스이다. RNA는 DNA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고 변이가 심하게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돌연변이는 생존에 불리한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숙주세포에 기생해서 살아야 하는 바이러스에는 득이 된다.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를 공격해 문을 열고 침투해야 번식이 가능한데, 변이 덕분에 공격 루트가 다양해지는 것이다. 에이즈부터 인플루엔자, 에볼라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우리가 아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많은 수가 RNA 바이러스다.

RNA 바이러스가 복제를 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필요하다. 칼레트라는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을 막아 복제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정상적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바이러스 증식 사이클에서 비교적 초기 단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에이즈와 말라리아를 잡기 위해 개발된 약물이 코로나19에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답은 ‘알 수 없다’이다. 앞서 언급한 방식대로 코로나19에도 작용하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사실 ‘효과가 있다’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코로나19 치료제 발굴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과학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스나 메르스 때도 이미 실험용 세포 수준에서 (두 약물의 효능에 대한) 평가는 되어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효과를 보인다고 약효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코로나19도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종류이니, 쓸 수 있는 약이 없는 상황에서 써보게 된 것이다.”

중앙임상위 역시 이 점을 명확히 했다. “2020년 2월12일까지 발표된 학술자료와 TF 팀원들(확진자 치료 의료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된 것으로 새로운 연구 결과 발표나 경험의 축적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 치료 원칙은 참고용이고 치료제 선정 등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에는 담당 주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NIAID-RML사진 속 노란색으로 표시된 것이 코로나19 환자의 상피세포에서 추출해 실험실에서 배양한 바이러스 모습이다.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결과 4월에 나올 예정

21세기 들어 한국을 위협한 바이러스성 감염병 가운데 치료제가 있었던 건 2009년 신종플루밖에 없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는 맞춤한 치료제 없이 지나갔다. 감염병 약은 수익성이 높지 않아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에 그다지 매력적인 분야가 아니다. 신종플루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2009년 신종플루를 일으켰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로 조금씩 바뀌지만 매년 겨울이면 유행이 예상된다. 타미플루는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에서 1996년 개발했는데, 1987년에 창업한 길리어드가 그 당시 벤처기업이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미 자리를 잡은 거대 제약사들이 탐내지 않는 영역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타미플루 같은 확실한 약품이 없으니, 코로나19 치료제로 여러 약품의 이름이 거론된다. 그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으는 후보는 렘데시비르(Remdesivir)이다. 이 역시 길리어드에서 만들었다.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던 렘데시비르는 더 나은 효과가 입증된 경쟁 약에 밀려 완성에 이르지 못했다. 그 이후 몇몇 연구자들이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이 약을 실험했다. 그 결과 세포 수준에서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확인했고, 그다음 단계인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약물 테스트는 크게 세포→동물→사람 순서로 이루어진다.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에서 동물실험까지 약효가 입증된 건 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사스, 메르스처럼 코로나바이러스인 코로나19에서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거는 이유다. 렘데시비르는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항바이러스제이다. RNA 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요한 RNA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길리어드는 2월부터 중국 보건 당국과 함께 후베이성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WHO 전문가팀을 이끌고 중국 현지 상황을 조사한 브루스 에일워드 WHO 사무총장보는 2월24일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특별히 이 약을 언급했다. “효능이 있을지도 모르는 약이 지금 딱 하나 있는데, 렘데시비르이다.”

잇따른 보도 때문에 코로나19를 극복할 약이 손에 잡힌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한 신약 개발 분야 연구자는 “임상시험 3차(약물 테스트 마지막 관문)까지 가서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렘데시비르가 효과를 보였다는 동물실험은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에 써본 것이다. 사스, 메르스와 코로나19는 엄연히 다른 바이러스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의료진이 써봤더니 효과가 있더라’는 식의 뉴스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어떤 약물을 투여했다. 다음 날 증세가 호전됐다’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해서 효과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환자가 좋아질 때가 돼서 좋아진 건지, 다른 치료 때문인지 모른다. 엄밀하게 통제된 임상시험이 아니면 효과를 알 수 없다.” 중국에서 진행 중인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결과는 오는 4월에 나올 예정이다.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현재 국내 의료진도 사용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증세에 따라, 환자마다 달리 치료하고 있다. 일부는 (두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가라앉히면서 지켜본다”라고 진료 상황을 전했다. 중앙임상위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권고한다. 환자가 자기면역체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항바이러스제가 하는 역할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진 면역체계를 지원하는 것이다. 한 바이러스 연구자는 “전쟁이 났을 때 국군이 면역체계라면, 항바이러스제는 유엔군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2월27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8만2446명 가운데 사망자는 2808명이다. 그리고 완치자는 3만321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