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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고기의 시대가 온다]

일취월장7 2020. 2. 5. 11:22
[가짜고기의 시대가 온다①] 빌 게이츠가 가짜 고기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5 10:00
가짜 고기의 시대가 온다…환경·자원·윤리 이유로 ‘대체고기’ 각광
‘콩 고기’를 한식 뷔페와 한 결혼식장 뷔페에서 호기심에 두 번 먹어봤다. 고기 같지 않은 맛에 실망했다. 고기에 알레르기가 생기거나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온다면 한 번쯤 다시 먹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뒤로 먹은 콩 고기라곤, 짜파게티에 들어간 건더기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콩 고기는 단순히 호기심으로 먹어볼 만한 음식이 아니다. 고기의 맛과 식감을 재현한 대체고기가 식품업계의 최대 화두가 될 정도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 역시 바로 콩이나 코코넛 오일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짜 고기, ‘대체고기 산업’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진짜 고기보다 맛있다”고 평가하면서 대체고기 회사에 거액을 투자했다. 멤피스 미츠,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즈, 이 세 회사의 공통점은 미국의 대체고기 산업에 뛰어든 벤처기업이라는 점, 그리고 빌 게이츠가 투자한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대규모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대체고기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 그는, 지난해 대체고기 산업을 10대 유망기술로 지목하기도 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들이 잇따라 대체고기 회사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체고기 시장, 2030년 100조원대 전망
대체고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식물육’과 동물의 세포를 떼어낸 뒤 영양분을 주며 키우는 ‘배양육’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세계 대체 육류 시장 규모는 137억3000만 달러였으나, 지난해 186억9000만 달러까지 성장했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은 2030년 전 세계 대체고기 시장 규모를 1400억 달러(166조5400만원)로 예측했다.

실제로 대체고기 시장은 세계적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나스닥에 상장한 식물 기반 대체고기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 주가는 하루 사이 2.6배 뛰었고, 단숨에 시가총액이 38억 달러(4조5000억원)로 불어나면서 초대형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사로 평가되는 비욘드 미트와 함께 대체고기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임파서블 푸즈도 기업 가치 20억 달러 반열에 올랐다. 임파서블 푸즈는 CES에서 식물을 기반으로 한 돼지 대체고기 ‘임파서블 포크’를 공개하기도 했다.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2015년 첫 버거 패티를 출시한 비욘드 미트의 매출은 2016년 1620만 달러에서 2019년 8790만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 최대 육가공 업체 타이슨 푸드, 세계적인 식품 대기업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육가공 업체들도 잇달아 대체고기 시장에 뛰어들거나 투자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기업들의 경우 대체고기 메뉴를 내놓을 정도로 대체고기의 인기가 높아졌다.

왜 대체고기가 주목을 받는지 이유는 명확하다. 미래학자 제리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을 통해 육식 중심의 인간 식생활이 현대 문명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는 가축이 소비하고 있다. 사료용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석유화학 비료, 살충제와 제초제가 남용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환경과 자원의 고갈 문제가 먼저 거론된다.

고기 섭취 증가·환경 파괴 이유로 필요성 대두
육류 소비량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76억4000만 명(2018년 7월 기준)에서 매년 0.6%씩 증가해 2050년 92억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18년 304만톤에서 2050년 455만톤으로 늘어난다. 매년 1.3%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고기 수요를 축산업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가축을 늘려야 하고, 가축에게 먹일 사료, 사료를 재배할 땅을 늘려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온실가스다. 2017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축산업으로 생성되는 온실가스는 2015년 기준 870만톤CO2eq이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의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13.5%)보다 많은 양이다. 대체고기가 사용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뿐더러 사료, 물, 토지의 사용 면적까지 줄일 수 있다.

동물 윤리 측면에서도 대체고기는 대안이 된다. 살아 있는 가축을 도살하거나 집단적인 사육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비욘드 미트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이던 브라운은 고기 가공을 위해 동물을 대량 사육하고 도축하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에 대체고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농장에서 일하는 동안 동물들이 도축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고기를 먹기 위해 반드시 동물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류독감·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 전염병에서 자유로워
다른 이유는 ‘건강’이다. 육식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된 것은 가축 전염병 이슈 때문이었다.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구제역과 조류독감에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발병하면서, 육류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가축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육류 수급이 어려워진다. 대체고기의 경우 이런 점에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대체고기와 관련 있는 식품들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관련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고기의 단점 역시 분명하다. 식물성 대체고기의 부족함은 ‘맛’이다. 과거에 비해 식물성 대체고기가 맛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임파서블 푸즈는 자체 조사 결과 시식한 사람의 90%가 진짜 고기로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기 자체의 육즙이나 향, 지방이 섞인 고기를 씹는 식감 등은 아직까지 식물성 대체고기가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2018년 10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대체 축산물 개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는 “식물성 고기의 식미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최근 기술 개발로 일부 식물성 고기는 기존 육류의 맛을 일정 수준 따라잡는 데 성공했고, 햄버거 패티 등으로 가장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양 대체고기의 맛은 고기와 유사하지만 세포를 배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 배양 대체고기는 아직까지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3년 네덜란드의 마크 포스트 교수가 창업한 모사 미트가 세계 최초로 만든 배양육 햄버거의 가격은 높은 생산비 탓에 한 개에 33만 달러(약 3억7000만원)에 달했다. 현재 패티 가격은 한 장에 66만원 정도. 모사 미트는 이후 생산비를 낮춰 개당 11달러(약 1만3000원)까지 가격을 떨어뜨려 상용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인 리싱크엑스는 보고서를 통해 2035년 대체육의 생산 비용이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 기존 축산업과 낙농업이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존 유제품이나 고기에 대한 수요도 80~90%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체고기 산업 아직 걸음마 단계
해외에서는 대체고기 시장이 커져 가면서 식품시장의 주류가 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는 관련 산업이 활발하지 않다. 1인당 고기 소비량이 52kg(2018년 기준)에 이르는 나라지만, 최근 들어서야 대체고기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 업체나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유통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대형 식품업체들이 제품 개발과 유통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롯데푸드는 2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엔네이처 제로미츠 브랜드를 통해 너깃과 가스 2종류를 출시했다. 통밀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고기의 근 섬유와 유사하게 만들어 닭고기 맛을 낸 것이다. 동원 F&B는 비욘드 미트를 단독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만5000팩에 이른다.

풀무원 역시 지난해 ‘로하스 7대 전략’을 발표하면서 한 가지 전략으로 ‘육류 대체’를 꼽았다. CJ제일제당도 대체고기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도 대체고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는 현미와 귀리 등 곡물을 ‘단백질 성형 압출술’로 가공한 대체고기 제품을 출시했다. 정부가 올해 식품업체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가짜고기의 시대가 온다②] 대체고기의 맛 어디까지 왔나…직접 먹어보니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5 10:00
빌 게이츠가 극찬한 비욘드 미트 제품 시식…맛에 대한 평가는
고기의 맛과 식감을 재현한 대체고기가 식품업계의 최대 화두가 될 정도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 역시 바로 콩이나 코코넛 오일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짜 고기, ‘대체고기 산업’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들이 잇따라 대체고기 회사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체고기 산업은 더 화제를 모았다.

대체고기는 크게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식물육’과 동물의 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배양육’으로 나뉜다. 두 종류의 대체고기 모두 아직 상용화되는 데 장애물은 있다. 식물성 대체고기의 부족함은 ‘맛’이다. 과거에 비해 식물성 대체고기가 맛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고기 자체의 육즙이나 향, 지방이 섞인 고기를 씹는 식감 등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배양 대체고기의 맛은 고기와 유사하지만 세포를 배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유통되는 대체고기는 대부분 식물육이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관건은 ‘맛’이다.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는 대체 고기를 직접 먹어봤다. 대상은 빌 게이츠가 “가짜 고기가 진짜 고기보다 맛있다”고 평가했던, 대표적인 대체고기 회사 비욘드 미트의 ‘비욘드버거’다. 온라인을 통해 구매자들의 많은 호평을 접한 제품이기도 했다. 햄버거 패티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의 원재료는 정제수와 분리완두단백, 카놀라유, 정제 코코넛오일, 쌀단백 등이고 감자전분과 사과 추출물, 석류열매분말과 비트과즙 추출물 등이 들어간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울시의 대형마트 두 곳을 방문했지만 제품을 파는 곳은 없었다. 오히려 ‘콩 고기’는 팔지 않는다는 말이 돌아왔고, 대체고기 상품의 위치를 아는 직원도 없었다. 결국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신선제품 배송을 통해 아침 7시에 수령한 제품을, 설명서에 따라 24시간 동안 냉장 해동한 뒤 팬에 구워 섭취했다.

동그랗게 뭉쳐놓은 패티의 생김새는 일반적인 고기 패티와 유사했다. 그러나 고기에 비해 붉은 빛은 덜했고, 뭉쳐짐도 단단하지 않았다. 종이포장과 비닐포장을 개봉하자 약간은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익히지 않은 고기 패티 특유의 향과는 달랐다. 예열한 팬에 굽자 고기처럼 ‘치익’ 소리를 내며 구워졌고, 패티는 점점 고기의 색을 입어갔다. 패티를 구우면 기름이 흐르는 것과 달리 자체적인 기름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단면은 일반 패티와 유사했다.

그럼 맛은 어떨까. 한입 베어 물자 패티가 부스러지며 씹히는 식감이, 모르고 먹었다면 고기라고 믿게 했다. 고소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육즙’은 없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고기 패티의 식감, 고소한 맛, 지방 없는 담백한 패티 맛’이었다. 포장 뒷면에 적힌 조리법 레시피대로 햄버거에 채소와 함께 끼워서 먹었다면 대체고기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만 ‘향’은 달랐다. 콩의 비린 향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았고, 먹은 후에는 두유를 먹고 난 뒤와 유사한 텁텁한 맛이 입에 오래 남았다.

다음은 비욘드 미트를 시식한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한 줄 평.
“담백하긴 한데 씹는 느낌이 부족하다. 고기라는 생각은 들지만 육즙이 부족한 느낌”
“풍미가 없고 퍽퍽하다. 고기라고 우기면 조금 오래된 고기라는 느낌”
“모르고 먹었다면 맛없는 햄버거 패티. 향이 부담스럽다”
“맛있다. 햄버거 패티로 활용할 경우 고기로 생각하고 먹을 것 같다”
“고기 맛은 나는데 맛은 없는 편. 고기인 줄 알았다”
“맛있는 편이지만 고기와는 뭔가 다른 맛이 난다. 입에 남는 향이 오래가는 것이 단점”
“맛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고기 맛. 간이 없는 편이라 심심한 입맛의 소유자는 선호할 것”
과거에 맛봤던 ‘콩 고기’와는 확연하게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고기를 대체하기에 맛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 평소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지 않거나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기자들은 대체고기에 대해 호평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