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정세현 "北, ICBM 위협 강도 높여 벼랑 끝 전술 쓸 것"

일취월장7 2019. 12. 11. 17:48

정세현 "北, ICBM 위협 강도 높여 벼랑 끝 전술 쓸 것"

"한중일 정상회담 날짜에 사고 칠수도…불안하다"
2019.12.11 15:22:54


북미가 주고받는 '말폭탄'이 위험수위로 치닫는 가운데, 북한이 이달 말로 예정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 개발과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재개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오는 23~24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에 맞춰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1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며 "지난해 4월 20일 3차 전원회의의 결정을 번복해 핵 활동을 재개하고 ICBM 개발을 계속하면서 공격 위협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이 다급해서 협상에 나오게 하겠다는 고강도의 '벼랑 끝 전술'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해 4월 20일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를 채택하고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 시험과 대륙간 탄도 로케트 시험 발사를 중지 할 것"이며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 시험장을 페기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명시한 바 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은 사정 변경을 이야기하면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약속(2018년 전원회의 결정서)을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됐다는 명분을 내세울 것"이라며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의 새로운 길의 구체적인 모습과 관련, 지난 4일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가 모닥불을 쬐고 있는 모습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자력갱생"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김정은(왼쪽에서 네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부인 리설주(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및 수행 간부들과 함께 모닥불을 쬐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는 "모닥불을 쬐는 사진을 공개한 것은 할아버지 때 있었던 '항일 빨치산' 정신으로 버티겠다는 메시지"라며 "소위 자주권을 잃지 않고 '미국놈'에게 굴복하지 않고 국격 세우고 국위 선양하려면 고생 좀 해야된다는 메시지이고, 미국에는 '우리는 버틸 준비 돼 있으니까 마음대로 해. 경제 어려워서 손을 들거라고 생각하면 착각 중 착각이다'(라는 메시지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의 이러한 의지가 행동으로 나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ICBM 관련한 군사적 행동을 벌일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 즉 ICBM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을 발사하지는 않고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위성은 돌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하는 시점과 관련해 정 수석부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있겠나"라며 "한중일 정상회담에 기대를 거는 경우도 있긴 있던데, (북한은) 꼭 그런 날 사고를 친다. 좀 불안하다"라고 밝혔다.  

현 국면의 전환을 위해 미국이든 북한이든 태도 변화가 일정 부분 필요한데, 양측 모두 내부적인 정치 일정이 있어 급격한 변화를 추진할 동력은 없어 보인다.

정 수석부의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어떤 복안을 가지고 방한할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굴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조치는 하지 못할 것"이라며 북미 간 현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했다.  

양측 간 대화 재가 가능성에 대해 그는 "미국 대선이 11월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에 특정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화 가능성이 낮은) 암울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북미 당사자가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다면 남한이 촉진자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 수석부의장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남한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졌다.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 재가동도, 철도 현대화도 못하면서 4.27, 9.19 선언을 지키지 못하고 있지 않나"라며 "남한이 (남북 간 합의 사안 이행을) 못하고 있으니까 북한으로서도 남한의 말을 들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9.19 군사분야 합의서만 해도 북한이 (창린도 해안포를) 쏜다고 국방부에서는 북한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하지만 우리가 미국의 강권에 의해 연합 군사 훈련을 하기도 했다"며 "북한이 9.19 합의서 깼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대북 특사에 대해 그는 "특사를 보낸다고 해도 저쪽(북한)에서 받겠다고 해야 보내는 것이고 특사가 가지고 갈 선물이 있는지도(모르겠다)"며 "비건 부장관이 (한국에) 오는거 보니까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 협상과 관련한) 별도의 이야기를 해준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해 한국이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정 수석부의장은 "미국이 북핵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는 돌파구를 열고 싶으면 남한에게 '유엔 제재에 해당 안되니까 (남북 간 협력을) 해도 좋아라는 이야기까지는 못하겠고, 당신네가 저질러 놓은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정도의 사인을 줘야 한다"며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돌파구를 여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잠시 기다려 줄 용의가 있다는 식으로 (남북 간 협력을) 열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