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비수도권 지역의 '학교 소멸', 이대로 둘 것인가

일취월장7 2019. 8. 30. 09:52

비수도권 지역의 '학교 소멸', 이대로 둘 것인가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위한 지역교육혁신체제


왜 지역 간 교육격차인가?

지역 간 교육 격차가 커져가고 있는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언급할 때 경제 격차, 일자리 격차, 산업발전 격차 등은 강력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 교육 격차 문제는 크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필자 역시도 균형발전과 관련된 일을 15년 이상 해오면서도 정부와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강원대학교에서 사범대학장직을 수행해 오면서부터 지역 교육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접하게 되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이제 교육 문제는 지역 문제'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의 지역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상당히 심각하며, 이에 대한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먼저, 흔히들 지방소멸(필자는 '지방'이라는 용어는 지역을 위계적 질서에 가두어두는 용어이므로, 이를 지역소멸로 정의한다)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경제지리학자의 시선에서는 지역소멸보다 앞서 있는 것이 지역의 학교소멸이다. 학교소멸이 지역소멸의 전조현상이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나 중등학교가 없어지는 것은 이미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어 지역이 죽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몇몇 비수도권 지역은 초등학교 교사의 부족현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 교사 후보자들이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좀 더 과장하자면, 지역에 따라서는 학생이 없어서 지역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없어서 학생도 사라지게 되고, 지역도 소멸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의 지역불균등발전의 심화는 국가 재난수준이다. 아무도 이와 같은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심정적 불감증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셋째, 어렵게 임용시험을 통해서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교사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정신적 통증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허다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상호 병치레를 하고 있는 교육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교육 통증이 지역 따라 매우 달리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학교 밖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다. 필자가 인터뷰를 하게 된, 한 전문가가 언급한 우리의 실상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도시 인구 약 28만 명 중 초‧중등학교 학생 수는 4만여 명이다. 이중 학교를 떠난 학생들은 2900명이다. 이와 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 중 각 청소년 지원센터를 찾는 학생들은 약 23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처음 학교를 떠난 시점부터 청소년 지원센터를 찾는 시간은 약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은 심한 자책감과 패배감에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도 찾지 않는 약 2600명의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학교 밖에 있는 모든 학생들에 대한 책임이 그들의 부모들한테만 있을까?

우리 아이들 문제, 이제 지역사회가 담당해야  

이제 사례는 그만 제시하겠다. 알면 알수록 마음이 아프고,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학령인구와 생산인구의 감소를 걱정하며,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 인구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는 마당에 인구 회복을 어떻게 꿈꿀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과연 더 이상의 인구 증가가 필요한 나라인가를 묻고 싶다.  

필자는 위의 사례들을 보면서 교육의 지역 문제는 부모와 학생 개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이는 지역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주장하고 싶다. 그리고 지역이 죽어가기 전에 지역의 교육이 먼저 죽어가고 있음을 경고하고 싶다.  

한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부모와 연을 맺고 있지만, 우리 사회와도 깊은 연을 맺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이제 사회전체가, 그리고 지역사회가 우리의 아이들은 돌봐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아이들은 남의 아이들이 아니라 모두 우리의 아이들임'을 주장한다. 

지역교육혁신체제란? 

필자는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를 '지역교육혁신체제'(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for Education)의 구축에서 찾고 싶다. 필자가 정의하는 지역교육혁신체제란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하여 교육 분야가 산업, 과학, 기술, 노동, 사회복지, 인문, 사회 분야 간 혁신적인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는 교육혁신의 모든 주체들이 다양한 지리적 규모(장소, 지역, 국가, 세계)에서 전 생애주기적 교육혁신을 선도하면서 혁신형 인재양성과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제 교육이 교육 분야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는 산업이나 과학기술 등 각 분야가 개별적인 영역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시대도 지났음을 의미한다. 즉, 1960년대 이후 수출지향적인 산업화에 초점을 두고, 교육은 이 모델에 따라서 종속적으로 인력을 양성해왔던 낡은 국부 창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이제는 교육혁신을 통해서 국가를 혁신하고, 지역을 혁신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필자는 이미 영국의 사례를 통해 산업위기지역에서 기업이 붕괴하면 가정이 붕괴하고, 이러한 가정의 붕괴로 인해서 아이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제시한 바 있다(<프레시안>, 2019. 5월 2일 자). 

지역교육혁신체제 구축을 위한 기본 방향 

지역교육혁신체제 구축을 위해서 기본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국민들이 지니는 어쩔 수 없는 뜨거운 교육열을 마음 속 깊이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교육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강남과 같은 교육공간은 더욱 강화되고, 다른 대도시에서 강남식 교육공간은 지속적으로 탄생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열은 우리나라 학부모들 모두에 뼛속깊이 녹아있는 생체 부호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식 교육방식을 죽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와 같은 교육열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몰두해야 하며, 이것이 국가, 지역, 국민이 살 길임을 인식해야한다. 

둘째, 공교육과 사교육의 조화가 필요하다. 무조건 사교육만을 탓할 이유도 없으며, 공교육의 무능함을 비난할 이유도 없다. 양자 간의 간극은 공교육은 집단 맞춤형이고, 사교육은 개인 맞춤형이라는 점에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 밖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돈을 들여 사교육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노력들이 우리나라 인재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는 그다지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큰 흐름 중 하나가 생산과 소비가 개인맞춤형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교육도 장소와 개인 맞춤형 시대로 전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교육과 사교육 간에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역할 분담과 조화를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제 교육은 현장으로 나서야 한다. 학교 안에 있는 교육은 한계가 있다. 교육의 현장은 교실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교육은 모든 세대와 호흡해야 하며, 여기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맞춤형 교육을 기다리는 다양한 세대들이 많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행 초‧중등 교원 양성기관에 대한 체제 혁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항간에 떠도는 '교육전문대학원'체제와 같은 국가 고시촌이나 만드는 방향이 아니라, 진정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 생애주기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혁신플랫폼'을 구축하는 방향으로의 혁신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전환은 대학 전체의 체제 개편과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학생, 주민, 교수 등 다양한 교육 주체들 간의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서 우리 지역교육의 미래가 정해져야 한다. 이에 대한 사례로 교육개혁이 30년 이상이 소요되었던 핀란드를 들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어디에 살고 있든 간에 차별 없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하며, 국가는 이를 지원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대학교재나 정부 문건에서나 볼 수 있는 이 이야기는 이제 현실에서 지역교육혁신체제로 구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