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삶은경제] 대안금융을 찾아서

일취월장7 2019. 8. 5. 11:03


부자금융, 경쟁금융, 약탈금융을 벗어나는 법

[삶은경제] 대안금융을 찾아서 ①


*현 정부 들어서도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정책 기조가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삶은경제' 필진인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이 노조 정책브리프 자료로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대안금융의 나갈 길에 관한 기고를 보냈다. 이번 글은 다음 달 정책브리프 자료로 나올 예정이다. 그에 앞서 '삶은경제'는 해당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1. 금융자본주의 = 신자유주의 

금융은 자금을 중개하는 산업이다. 가정과 기업, 국가 등 각 단위별 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 신체의 혈액처럼 순환해야 하는 것이 금융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금융은 돈이 있는 곳에서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 

실물경제와 다르게 금융은 사회적 신뢰로 움직인다. 금융이 현물화된 화폐는 사회적 신뢰를 부여하지 않으면 종이쪼가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신뢰를 부여한 '돈'이 사회적 신뢰를 배신하는 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이다.  

현대의 자본주의는 자본이 가치를 팽창하여 초과된 이윤을 독점하고, 이윤 추구에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거나 축소하는 시스템이다. 국가기능을 축소하고, 조세를 축소하고, 복지를 축소해 분배기능을 망가뜨린다. 이윤 추구에 필요한 레버리지를 키우기 위해 몸집을 부풀리는 대형화, 더 크게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경계를 허무는 겸업화, 그리고 사회적 공공성을 깨부수는 규제완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 금융자본주의의 본질이다. 우리는 이를 '신자유주의'라 부른다.  

2. 한국의 금융정책 = 불평등 가속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시스템은 급격한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자본시장을 비롯한 시장 개방, 각종 규제 완화 및 폐기 등 한국경제와 금융을 유지하던 모든 골간이 투기자본과 재벌들의 천국으로 변화했다. 그 결과 극심한 사회 양극화와 심각한 가계부채 등이 발생했다. 자본은 이러한 흐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한국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라고 주장하여 왔다.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이후, 박근혜 정권의 창조금융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라는 미명 아래 대형화를 부추겨왔다. 일례로,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추진한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은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결국, 대형증권사는 살리고, 중소형증권사는 퇴출시키는 방식이 전개됨에 따라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문재인정권의 혁신금융 역시 창조금융의 복사판이다. 은산분리 원칙을 망각한 인터넷전문은행 허용, 개인정보 규제완화 등 정보인권 침해정책이 혁신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고 있다. 역대정권과 다를 바 없이 문재인정권 역시 규제를 일종의 악으로 규정하고, 대못을 뽑으려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규제완화를 통해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민간의 경쟁을 가속화하는 것을 모토로 한다. 그러나, 경쟁이란 알피 콘(Alfie Kohn)이 <경쟁을 넘어서>에서 지적한 대로,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실패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을 거쳐 한국에 상륙한 신자유주의는 애초 규제완화와 정부의 개입 축소가 아닌, 규제완화를 위해 정부가 강력하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 금융정책은 기본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인간은 이기적이고, 시장은 완전하다는 신자유주의 기본 전제는 구조조정을 일상화시킨다.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제거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3. 대안금융 = 불평등 해소의 길  

지금까지 한국의 금융은 '부자금융, 경쟁금융, 약탈금융'이라는 3대 적폐를 양산해왔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이윤 추구와 사회적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부딪칠 때, 언제나 공공성을 희생시켜 왔다. 금융자본의 탐욕에 의해 양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역시 금융정책의 전면적 방향 전환이 수행되지 않고는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가 없다. 

한국 사회의 곳곳에서 신자유주의 금융정책이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다. 철도와 가스만이 국가 기간 산업이 아니다. 금융이야말로 국가의 기간 산업이다. 경제의 실핏줄처럼 흐르는 금융의 공공성이 담보될 때 의료공공성 등 다양한 사회공공성이 비로소 담보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은 규제 산업이다. 규제가 무너지는 순간, 사회공공성도 함께 무너진다. 규제라는 대못이 뿌리째 뽑히는 순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도 함께 무너지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금융공공성을 파괴해 온 역사가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를 증폭시켜온 역사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있어왔던 규제를 없애온 것이 금융정책의 과오였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있어야 할 규제를 다시금 새로운 카테고리로 재정비하는 과제를 갖게 된다.  

'부자금융, 약탈금융, 경쟁금융'이라는 3대 신자유주의 금융정책에 맞서는 3대 대안금융 키워드가 바로 '서민금융, 돌봄금융, 협동금융'이다. 자본의 탐욕적 이윤 추구에서 이제 사회적 이윤 추구와 사회적 분배기능으로 금융이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정책에 맞서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이 바로 대안금융에 있다. 공정한 가치에 투자하고, 사악한 가치를 외면하는 금융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