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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퇴직'은 계속되고 있다 - '20대 여성'을 통해 한국 정치를 본다면...

일취월장7 2019. 5. 30. 10:30


'절망 퇴직'은 계속되고 있다

[삶은경제] 공약은 어디 가고... '일자리 줄이기'만 급급한 정부


노동자가 희망하는 희망퇴직은 없다. 노동자가 명예로운 명예퇴직도 없다. 희망퇴직이라는 말은 회사 측이 개발한 악랄한 언어 수사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 어떤 노동자가 퇴직을 희망할까? 퇴직 앞에 희망을 붙여 마치 노동자 본인이 원해서 퇴직하는 것처럼 만드는 언어 수사는 어처구니없을 정도이다.  

돈 몇 푼으로 해고를 간소화하겠다는 발상, 여기에 개별 노동자들이 동의했으니까 노동자들이 퇴직을 원한 것이라는 논법이 '희망퇴직'이라는 레토릭에 깔려 있다. 그래서, 구조조정 당한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을 '절망퇴직'으로 바꿔 부른다.  

흑자가 나는 사업장도, 노동조합과 고용안정협약을 맺은 사업장도 희망퇴직의 예외가 아니다. 정리해고 요건이 되지 않으니까 사업장에서 희망퇴직이 일상화된다. 사소한 위기는 과장된 위기로 부풀리고, 미래에 예상되는 위기를 현재로 끌어들여 노동자를 내치는 것이 바로 희망퇴직이다. 오직 자본만이 희망하고, 명예로운 해고만이 있을 뿐, 노동자에게는 어떠한 해고도 살인이다.  

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  

2015년 3월 23일 새정치민주연합은 희망퇴직, 명예퇴직 제도가 사실상 정리해고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희망퇴직자 보호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사무금융노조와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사례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했다. 

"정리해고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대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희망퇴직은 '노동자가 (동의한) 퇴직'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규제대상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희망퇴직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사측의 다양한 수단에 의한 압박과 강요에 의해 (희망퇴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리해고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사실상의 탈법적 정리해고인 경우가 많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 제도가 아주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희망퇴직 규제는) 노동자들의 고용보호를 위해서도, 우리사회의 전체적인 고용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야당 시절 당 대표로 공언했기 때문에 집권하면 실천할 줄 알았다. 실제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공약사항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2018년 초에는 고용노동부가 '희망퇴직 남용 방지법'을 만든다며 최근 기업들의 희망퇴직을 규제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고용노동부는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만들어 2018년 안에 국회에 제출하고, 개정안에는 △희망퇴직의 법적 개념 △희망퇴직의 요건과 절차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2018년 중반 이후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기조는 노동 존중에서 노동 배제로 180도 전환되었다. 물론, 희망퇴직을 규제하는 내용의 연구용역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희망퇴직,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해법 

노동 존중에서 노동 배제로 전환되었음을 확실하게 느낀 것은 2018년 5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중장년층 금융노동자들의 희망퇴직을 통해 청년층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순간이었다. 희망퇴직 방지법을 만들자더니 오히려 정부 부처에서 희망퇴직을 활성화하자고 제안하니 황당했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자는 발상인데, 과연 희망퇴직이 활성화되면 신규 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가? 

금융산업에서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데는 중장년의 금융노동자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함을 뻔히 알고 있다. 그는 현실을 무시하고 대중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추진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금융기관의 대형화, 겸업화다. 인수, 합병을 통해 금융기관을 대형화하면 중소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일자리가 축소된다. 은행 중심으로 겸업이 활성화되면 증권, 보험 등 다른 업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이러한 대형화, 겸업화의 조직적 발현이 바로 금융지주회사다. 한국의 금융 산업은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재편되어 왔다.  

게다가 금융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출혈경쟁이 심화되어 왔다. 이러한 여파로 각 금융회사의 성과주의가 확산되어 저성과자 해고, 신규 취업자의 고용유지 기간 단축, 비정규직의 양산, 정규직의 임금 삭감 등 폐해가 확산되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 산업의 이익을 금융지주회사로 집중시켜 놓고, 이제 금융지주회사의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나이 든 금융노동자들은 나가라고 하는 것이다. 즉, 그의 발언은 금융지주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신규 채용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희망퇴직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 대책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가? 금융 산업이 재편되지 않고는 획기적인 일자리대책이 나올 수 없다. 문은 열려 있고, 청와대는 멀지 않은데, 왜 아직까지 고령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청와대에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일자리를 나누려면, 일자리부터 지켜야 한다 

제조업에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훨씬 더 많다. 금융 산업도 마찬가지다. 고도로 사업과 인력이 집중된 현재의 금융지주회사를 규제하지 않고서는 일자리를 늘릴 방법이 없다. 금융 산업의 일자리 축소와 일자리 불안은 오로지 대형화, 겸업화, 성과주의 금융정책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의 횡포를 규제하듯이 금융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형 금융회사들이 함께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의 이윤은 소수의 기관과 외국인 주주들이 독차지하고, 국민의 돈은 이들에게 묶여 있다. 금융지주회사 규제를 통해 소수의 금융자본에 수익을 집중시킬 것이 아니라 다양화, 분산화를 통해 수익을 다변화해야 한다. 국민의 돈이 한국 사회 곳곳에서 자금중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소형 금융사 육성정책이 뒷받침해야 하고, 이곳에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성과주의의 희생양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정 노동이 해소되어야 한다. 일자리가 안정될 때 금융노동자와 창구를 찾는 금융소비자와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는 금융 회사의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고, 회사는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 산업 전반의 외주화 정책이 일자리를 축소했음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IT분야의 외주화로 인해 금융사고가 빈발했었던 만큼 외주화된 업무를 다시 금융회사의 업무로 규정하고, 이 과정에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 노동시간 단축만이 해법이다 

로봇 어드바이저, 비대면 판매 등 기술 혁신으로 인해 점포가 사라지고 남는 인원들은 희망퇴직으로 정리되고 있다. 점차 모든 이윤은 자본이 모두 독식하고 노동자는 배제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금융 산업의 환경변화에 맞추어 과감하게 노동시간이 단축되어야 한다. 이로써 그간 장시간 노동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한 노동자에게는 여유를, 미취업 노동자에게는 신규 취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급격한 변화에 노동자에게만 희망퇴직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지키고, 일자리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중장년 노동자의 임금을 단계별로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또 다른 대안인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국민연금 수령 기준은 65세인데, 임금피크제는 55세부터 시작된다. 즉, 희망퇴직이 일상화된 현재 노동자는 구조적 이유로 10년 동안 아무 일 없이 퇴직금에만 의존해야 한다. 임금피크제가 폐지된다면 희망퇴직 역시 선택될 이유가 없다. 100세 시대,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희망퇴직으로 노동자의 등을 떠미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노령층의 빈곤문제를 따로 고민할 것이 아니라, 임금피크제를 폐지해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제공하고, 국민연금 수급시기까지의 정년연장과 사회안전망이 함께 구축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고용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대 여성'을 통해 한국 정치를 본다면...
정의당 "20-30대 여성 유권자 분석 전무...이들이 바라는 정치는?"
2019.05.30 09:51:42

집권 1년차 80%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하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2018년 하반기 꾸준히 하락하면서 '20대 남성'들에 대해 정치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여론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다가 돌아선 주요 집단으로 '20대 남성'들이 드러났기 때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이에 대해 "20대 여성이 페미니즘 등 집단이기주의 감성으로 무장하고 남성혐오 문화가 확산해 20대 남성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내부적으로 토론과정에서 불거진 헤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언론 등에서도 '20대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철회한 주요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을 되찾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현재도 지지부진한) 여성정책의 추진 속도를 늦추거나 철회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 이같은 분석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것일까? '20대 여성'들은 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아직 철회하지 않고 있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 현상을 통해 정치적 주목을 받게 된 '성별 정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20대 남성'만이 아니라 '20대 여성'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지만, 아직 언론과 정치권에선 '정치적 주체'로서 '20대 여성'들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정의당은 지난 6개월간 20대 여성 유권자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 연구의 중간 보고인 '20대 여성을 통해 정의당을 보다' 토론회를 29일 개최했다.

"20대 여성의 '전략적 문재인 지지', 내년 총선이 고비"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은 '20대 남성'은 8%, '20대 여성'은 16%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 공장의 기숙사 안 매점에 설치된 투표소(파주 월롱면 5투표소)에서는 17.6%의 득표율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5.9% 득표율을 기록했다.  

오김현주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에 대해 "20대 남성과 여성의 득표율이 2배 정도 차이가 났는데 이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도 당내 이견이 있었다"며 "20대 남성의 지지가 너무 낮다며 남성의 지지를 높이려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과 20대 여성들의 지지가 높은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지지를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맞섰다"고 말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성별, 연령별 교차 분석을 할 때,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인 정당에 투표를 하는 '성별 역전 현상'은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논쟁이 있었던 2010년 지방선거 이후로 10년 가까이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다른 사례로 더불어민주당에서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도입에 반대하는 전략으로 진행한 필리버스터에 대한 반응을 들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전체 발언자의 44.7%가 여성의원(17명)이었는데, 젊은 층 유권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후 1000페이지가 넘는 필리버스터 원고 구매자의 78.8% 여성이며, 전체 구매자의 37.5%가 20대 여성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30대 여성(30.0%)을 기록했다.  

오김현주 부위원장은 "20대 남성에 대한 여론이 왜곡되어 있다. 지금 젠더 갈등은 사실은 일자리의 문제"라면서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 삶이 나아질 것 같아서 지지했는데,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 지지를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김 부위원장은 "그렇다면 20대 여성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왜 아직 철회하지 않는가를 질문해야 한다"며 연구 분석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20대 여성들도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20대 여성들은 성폭력 등 다양한 폭력의 문제를 포함한 안전 문제가 일자리와 동일하게 절실한 문제다. 이것이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인내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20대 여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선택적 지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까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최근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버닝썬 사건 등이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서 20대 여성들의 분노가 쌓이고 있고, 이후 20대 여성의 지지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총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굉장히 중요한 국면에 놓여있다고 보여진다."

촛불집회로 정치 참여 깨달은 '20대 여성', 한국 정치는 응답하고 있나?

조혜민 정의당 대의원은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기숙사 투표소에서 심상정 후보를 찍은 여성들을 심층 면접한 결과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20대 여성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투표소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심상정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후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대의원은 "20대 여성들은 내가 참여하니까 정치가 바뀐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던 순간으로 2017년 촛불집회를 꼽았다"며 "하지만 박근혜 탄핵 이후 디지털 성폭력 등 다른 의제로 거리에 나섰지만 정치권이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의원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등 최근 몇 년간 경험을 통해 페미니즘이라는 언어를 획득하고 성장한 것과 다르게 한국 사회는 성장했는가, 정치는 응답하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섭 작가(<한국, 남자>, <잉여사회> 등)는 "정치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막중함에도 오늘날의 정치는 분열과 혐오의 반사이득을 먹고사는 존재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젠더 문제와 관련해 담론의 바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고, 정치와 정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지난 대선 때 20대 여성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정의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세 지역 후보를 모두 40-50대 남성으로 내면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것에 실패했다"며 "내년 총선 때 20대 여성 비례대표 전략을 강력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정의당은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까지 내려가서 바꾸려는 강력한 에너지 넘치는 개혁 추진 집단이 되어야 한다. 젊고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정당이 될 필요가 있다"며 20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