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

일취월장7 2018. 9. 21. 11:11

시장경제 부수고 정글경제 만드는 불로소득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 ⑤·끝
2018.09.21 10:20:34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로 구성되는데 투기를 잡는 게 목적이라면 토지에만 집중하면 된다. 건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고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투기 대상이 되지 않는다. 토지를 소유하여 이자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면, 투기는 사라지고 소유자와 실수요자가 일치하게 된다. 매입지가에 상당하는 금액을 금융기관에 저축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 부동산 투기에 시달려 오면서, 너무나도 당연한 이런 상식이 정책으로 채택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경제와 정글경제 

기득권자의 저항도 중요한 이유이지만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도 큰 몫을 한다. 투기 대책에 대해 "사유재산 침해"라든가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이 먹혀드는 것이 그 증거다. 금년 초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자 "사회주의"라고 매도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토지공개념을 구실 삼아 정부가 지나친 개입을 할 경우에는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를 침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이를 염려하여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주장해온 사람이다. 그러나 토지 소유에서 이자 이상의 이익이 나지 않도록 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이런 비판이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 

시장은 가격을 매개로 자원을 배분하는 기구이고 토지사유제 사회에서는 토지매매시장이 지가를 매개로 토지소유권을 배분한다. 토지소유권은 무기한의 권리이므로 지가는 이론상 토지 소유로 인해 미래에 발생할 모든 이익을 현재가치로 바꾼 금액이 된다. 지가가 이렇게 형성된다면 토지 소유만으로는 이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토지가 투기 대상이 될 리가 없다. 그런데 인간의 미래 예측 능력은 매우 미흡하여 현실의 지가는 극히 불완전하고 그래서 토지가 투기꾼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토지시장이 투기판이 아니라 실수요만 존재하는 정상적인 시장이 되려면 앞에서 지적했듯이 토지 소유로부터 이자 이상의 이익이 나지 않도록 만들어 주면 된다. 이건 정부의 '간섭'이 아니라 토지시장의 태생적인 흠을 바로잡는 '지원'이다. 운동시합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려면 주최 측이 운동장을 제대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정책에 반대한다면 '시장경제'가 아니라 '정글경제'를 하자는 것과 같다. '시장'과 '자유방임'이라는 두 용어가 동행하는 사례가 많지만 자유방임과 방치는 다르다.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 있다 - 이자 공제형 지대세 

토지 소유로부터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 이상의 이익이 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매년 지대에서 이자를 뺀 금액 즉 (지대-이자)를 세금으로 환수하면 된다. 여기에서 지대란 임대가치를, 이자는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를 말한다. 이런 세금을 필자는 '지대이자 차액세' 또는 '이자 공제형 지대세'라고 부른다. 제도를 도입할 때 적정한 지가를 등록해 두고 매년 등록지가에 대한 이자를 공제한 후 지대를 징수하면 된다. 마치 등록지가를 보증금으로 지불하고 매년 세금을 임차료로 지불하는 것과 같아진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토지 투기가 즉시 사라진다. 이자 이상의 이익을 기대할 수 없고 토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데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누가 토지를 매입하려 하겠는가? 또 지가는 이자에 대한 원금 즉 등록지가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토지 소유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이자뿐이기 때문이다. 지가가 유지되므로 재산권 침해 시비가 없을 뿐 아니라 2008년 미국에서 불거진 금융위기 때처럼 부동산 담보 대출을 안고 있는 금융기관이 망할 염려도 없다. 토지시장에서는 지대가 변하면서 토지 배분의 매개 역할을 한다. 이자 공제형 지대세는 토지 투기를 막고 시장을 시장답게 만드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특권 없는 세상을! 

한편, '토지 취득의 기회는 균등한데 왜들 그러냐? 누구나 투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면서 공격 방향을 추첨으로 결정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할까? 형식적 기회균등의 관점에서 보면 추첨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는데도, 백이면 백, 이런 경기는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게 최선이고, 전후반 또는 더 자주 공격 방향을 교대하는 것이 차선이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유불리에 따라 가/감점을 주어 양 팀에 실질적 기회균등을 보장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쪽이 누리는 지위는 특권이고 그 반대쪽이 겪는 불리한 대우는 차별이다. 토지소유권 외에도 특권과 차별의 사례는 많다. 학벌, 성별, 인종 등에 따른 특권과 차별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좀처럼 없애기 어려운 특권, 더 나아가서는 토지소유권처럼 그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어 공인하기까지 하는 특권은 어떻게 해야 할까? 특권 취득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것은 물론, 특권에서 생기는 이익을 환수하여 공평하게 처리해야 한다. 특권이익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것을 가로채어 얻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특권 없는 세상! 바람직하지만 쉬운 과제가 아니라고 비관하는 분도 있겠지만 필자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전제군주정이 민주정으로 바뀌었고, 신분제와 노예제가 철폐되었으며,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하였듯이 인류 역사는 꾸준히 평등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은 특권에 매우 민감하고 특권 타파를 향한 열정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도 최순실과 딸 정유라가 누린 특권에 많은 국민이 분노했고 '#미투' 운동으로 여성의 평등권에 대한 인식도 진일보하고 있다. 중학생의 장래 꿈이 '갓물주'인 이상한 세상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 1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현 상황을 놓고,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던지, 아니면 부동산 가격이 정부여당을 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큰 난제 중 하나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은 지켜봐야할 시점이다. 이미 조중동 등 일부 보수 언론은 '송파구에 시가 18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40세 가장',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70대 은퇴 생활자' 등의 사례를 조명하며 "세금 폭탄"이라는 노무현 정부 때 한번 써먹었던 프레임을 들이대며 반대 여론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13 대책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개발독재시절인 박정희 정권 때부터 지속되어온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는 따져볼 수 있다.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만 한 마디 덧붙이자면 부동산 문제는 가뜩이나 각종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래세대'를 더욱 더 착취하는 문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최근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원 부동산 가진 사람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으로 헨리조지포럼의 기획연재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을 게재한다. 이 기획은 헨리조지포럼이 기획하고 포럼 멤버들이 글을 나눠썼다. 다음은 연재 목차와 순서다.  

[부동산 광풍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와 해법] 연재 순서 

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 재판(再版)이라고?: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②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③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재조명한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④ 한 치도 변하지 않은 수구언론의 부동산 곡필(曲筆): 이태경 헨리 조지 포럼 사무처장
⑤ 토지 불로소득 환수하여 특권 없는 세상을!: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편집자주(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