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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노동자들의 아들딸이 노동자가 되는 지금이..."

일취월장7 2018. 3. 31. 10:14

"87년 노동자들의 아들딸이 노동자가 되는 지금이..."

[인터뷰 上] '노동운동 1세대'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2018.03.30 10:17:07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틀어졌던 노사정간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그간 진행돼온 '노사정위원회'라는 틀을 벗어나 '사회적 대화'로 외연을 넓혔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31일 첫 노사정 대표자 6자 회의가 열렸다. 오는 4월 3일에는 2차 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그리고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참석한다. 

그간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도 이번 대화에는 참여했다. 정부가 기존 노사정위원회 틀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대화 기구를 수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쉽지 않다. 노사정간 이해관계는 씨줄 날줄로 복잡하게 꼬여있기 때문이다. 그간 단 한 번도 노사정위의 합의가 성공한 적이 없는 이유기도 하다. 반면, 양극화가 심화된 한국 사회 구조 속에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모두가 동의한다. 지금 상황과 관련해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사회적 대화를 '후퇴할 수 없는 지뢰밭 건너기'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자리에서 소기의 성과가 만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간 민주노총은 노사정위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사용자보다 힘이 약한 노동자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해봤자, 이용만 당한다는 것. 과거 노사정위가 노동계의 희생만을 강요했던 것도 주효했다.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두말 할 나위없다. 노동운동 1세대의 대표 격인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만드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민주노동당 당 대표를 비롯해 민주노총 금속연맹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일명 노동계 '통'이다. 그런 그를 두고 보수언론에서는 노사정위가 노동계로 기울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에게서 앞으로 진행될 노사정위의 의제, 노사정위에서 정부의 역할, 그리고 노동운동 1세대로서 노동계에 바라는 점 등을 들어보았다. 그와의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 문성현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나의 소신은 격차해소" 

프레시안 : 뒤늦게나마 위원장으로 취임한 것을 축하드린다. 지난 8월에 임명됐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노사정 대표회의를 주재했다. 민주노총이 8년 2개월 만에 복귀한, 오랜만의 모든 구성원이 참석한 자리였다. 소감이 어떠신지 묻고 싶다. 

문성현 : 우선, 먼저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왜 제가 노사정위 위원장이 됐느냐에 대한 답변이다. 저는 1980년대부터 민주노조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1999년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을 맡았다. 그때 우리가 논의한 게 '산별노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기업별 노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당시는 10 : 8 정도였다. 물론, 어떤 경우는 이보다 더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특수한 제품만 만드는 하청은 대기업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았다. 이런 구조에서 금속노조(산별노조)는 (원·하청에 상관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그것이 산별노조로 가는 길이라 생각했다. 

프레시안 : 원·하청간 임금격차를 없애고 통일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위치에 따라 노동자간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성현 :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낼지를 고민하다 상박하후(上薄下厚)를 생각했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대기업보다 약하니, 이를 보전하기 위해 조합원 임금에서 2%, 회사에서도 2%, 정부도 2%의 기금을 내서 이들 격차를 줄이는 기금을 만들자고 했다. 그렇게 모은 기금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을 단계적으로 좁혀가는 구조를 논의했다. 

프레시안 : 대기업 노동자 입장에서는 싫을 듯하다. 자기들이 손해를 보는 논의 아닌가. 

문성현 : 맞다. 이런 논의가 있자 금속노조를 만들 때, 대기업 노조가 빠져나갔다. 그 결과, 지금도 교섭은 (기업별로) 따로 한다. 격차를 줄이려던 시도가 실패한 셈이다. 

프레시안 : 민주노동당 대표 시절에는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뤘던 듯하다. 노무현 정부 때, 터진 이랜드 사태에서 적극적으로 결합했다. 

문성현 : 제가 민주노동당 대표를 할 때, 비정규직 문제가 커졌다.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였다. 그렇기에 주요 활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다. 나도 비정규직 투쟁이 있을 때마다 현장에 갔다. 그러면서 좀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비정규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되기 어렵다면 처우라도 개선됐으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당시 당 대표 발의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비용 마련으로 대의원대회에 사회연대임금안을 올렸다. 민주노동당 당원이 있는 주요 노조에서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임금의 1% 내자고 했다. 그리고 정부와 사용자에도 이를 요구하자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대의원들 반발에 부딪혔다. 우리가 왜 먼저 돈을 내느냐는 식이었다. 대기업 노동자 책임론과 같은 게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민주노동당이기에 당연히 대의적으로 찬성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 노조는 또 달랐다. 민주노동당을 하면서도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이후 창원 시장에 출마를 했다. 그때도 내세운 게 생활임금이었다. 시장이 되면, 500억 기금을 마련하고, 이후 창원 내 노조 중심으로 도합 1000억의 기금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 뒤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저임금보다는 1000원 더 붙은 생활임금을 주겠다고 공약을 냈다. 그런데 안 됐다. 이런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제가 그간 격차해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양극화, 어디에서부터 풀지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낙선 이후 무엇을 했나. 

문성현 : 다 끝나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뒤통수가 이상했다. 당에서도, 노조에서도 할 일이 없으니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항상 이 문제(격차)가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러다 2012년에 문재인 변호사가 대통령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이전에 못했던 것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는 관심이 최저임금이었다. 

프레시안 : 왜 그렇게 생각했나.  

문성현 : 격차해소 해결을 어디에서 시작하느냐가 중요했다. 청년들이 대학 졸업 이후 갈 곳이 없다. 최저임금이 너무 낮고 (기업 간)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10개 일자리 중 아주 좋은 일자리는 2개였다. 단순화해서 대기업 정규직이 2개였고, 나머지는 모두 안 좋은 일자리였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버렸다. 게다가 최저임금은 1만 원도 안 된다. 생활이 안 됐다. 중소기업에 가봐야 격차로 미래가 없었다. 그 고민을 하면서 문재인 변호사가 대통령이 된다면 다른 건 모르겠으나, 최저임금 1만 원은 꼭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프레시안 : 최저임금 1만 원. 이것은 사실 주장하는 것은 쉽지만 이에 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가가 중요하다. 즉, 해야 한다는 당위성보다는 '어떻게'라는 프로세스가 더 중요하다. 

문성현 : 이제까지 제가 주장했던 것을 그대로 여기에 도입하고자 했다. 최저임금 인상분, 즉 사회적비용을 노사정이 1:1:1로 부담하는 것을 생각했다. 사실 저는 그간 이와 관련해서 노조도 설득하지 못했고, 노조 활동가도 설득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중도 설득 못했다. 그런데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그 대통령을 통해서 제가 생각한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문재인 변호사가 대통령되면, 최저임금위원장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최저임금 1만 원을 만들면 저는 마음 편히 농사지으러 내려가려 했다. 

프레시안 : 생각보다 조금 더 큰 직책을 맡게 됐다. 그렇다면 현재 위치에서 무엇을 하려 하나.  

문성현 : 사용자, 노동자 대표자들이 모여 좋은 일자리, 사회 양극화, 4차 산업, 고령화, 저출산, 노동기본권 등을 함께 논의하는 것에 합의했다.    

프레시안 : 지난 1월 회의에서 그런 의제를 비롯해 앞으로 논의할 의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성현 : 저는 이것을 종합하면 '양극화'라고 생각한다. 왜 좋은 일자리는 없을까, 청년 일자리는 왜 문제가 되는가. 고령화·저출산은 왜 발생하는가. 저는 이러한 문제는 양극화를 해소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로 양극화 관련해서 모두가 이에 대한 문제는 인식한다. 다만, 이를 풀어가는 프로세스가 문제다. '어떻게'에 방점을 찍고 논의를 해야 할 듯싶다. 

문성현 : 양극화가 왜 발생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저는 그것의 시작이 1997년 IMF 위기 때라고 생각한다. 당시 기업은 중복투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다 줄여야 했다. 늘었던 것이 과다채무로 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위기에서 결국, 사람을 줄여야 하는데, 노조가 만들어진 주요기업에서의 구조조정은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렇다보니 구조조정을 하기는 했지만, 거기에서 생긴 비용은 모두 비정규직, 하청으로 넘겼다. 그것을 위기 때마다 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양극화가) 누적됐다.  

▲ 문성현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격차해소, 이젠 때가 됐다" 

프레시안 : 주요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로 들려질 수도 있다. 

문성현 : 회사가 어려우니 비용절감 관련해서 해결을 해야 한다. 반면, 노조는 아무리 회사가 어렵더라도 구조조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비용을 (하청 등에) 전가할 수 있도록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말로는 노동자는 하나라고 하지만 안 된 거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양극화가) 그렇게 된 것이다. 이것을 어디부터 풀지를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아까 말한 것처럼 주요기업 노조에서 양보, 즉 사회적 기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계속 실패해왔다. 이번이라고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문성현 : (주요기업 노조는) 지난 30년간 투쟁 성과로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이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 일할 수 있나. 대부분 하청이고 비정규직이다. 그런 현실을 가지고 현장 노조간부들이 (현장 노동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사회적 기금 관련) '임금을 좀 더 내자, 회사도 교섭해서 돈을 내게 하자, 그래서 협력업체에 주자'.  

지금까지는 어려웠으나 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여유있는 노동자가 생겼다. 이는 그간 투쟁의 성과다. 그러나 이로 인해 격차가 생겼다. 이전에는 노동자와 노동자의 연대.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하나라면서 공동의 목적을 만들고 실행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안 된 게 벌써 30년째다.  

당장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자기네보다 먼저 잘리는 것에 책임감도 없고 연민도 없다. 내가 안 잘리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현실에서는 안 먹힌다. 남의 일이다. 다만, 지금 때가 됐다는 건, 1987년 투쟁세력의 아들, 딸들이 직접 취업할 때가 된 것, 그리고 그들이 몸으로 느끼기에도 아이들이 자기 자리에 올 수 없다는 게 보인다. 대기업에서 더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 이를 인식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노동계, 무조건 NO만 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라"
[인터뷰 下] '노동운동 1세대'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2018.03.30 18:17:46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틀어졌던 노사정간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그간 진행돼온 '노사정위원회'라는 틀을 벗어나 '사회적 대화'로 외연을 넓혔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31일 첫 노사정 대표자 6자 회의가 열렸다. 오는 4월 3일에는 2차 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그리고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참석한다. 

그간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도 이번 대화에는 참여했다. 정부가 기존 노사정위원회 틀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대화 기구를 수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은 쉽지 않다. 노사정간 이해관계는 씨줄 날줄로 복잡하게 꼬여있기 때문이다. 그간 단 한 번도 노사정위의 합의가 성공한 적이 없는 이유기도 하다. 반면, 양극화가 심화된 한국 사회 구조 속에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모두가 동의한다. 지금 상황과 관련해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사회적 대화를 '후퇴할 수 없는 지뢰밭 건너기'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자리에서 소기의 성과가 만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간 민주노총은 노사정위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사용자보다 힘이 약한 노동자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해봤자, 이용만 당한다는 것. 과거 노사정위가 노동계의 희생만을 강요했던 것도 주효했다.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두말 할 나위없다. 노동운동 1세대의 대표 격인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만드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민주노동당 당 대표를 비롯해 민주노총 금속연맹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일명 노동계 '통'이다. 그런 그를 두고 보수언론에서는 노사정위가 노동계로 기울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에게서 앞으로 진행될 노사정위의 의제, 노사정위에서 정부의 역할, 그리고 노동운동 1세대로서 노동계에 바라는 점 등을 들어보았다. 그와의 인터뷰를 두 차례 나눠 싣는다. 아래는 두 번째 인터뷰 기사.   


▲ 문성현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노동계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프레시안 : 노동계에서는 노사정위를 불신한다. 그것이 앞으로 대화를 진행하는 데 불안요소다. 사실 노동계가 불신의 시선을 가지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간 여러 차례 뒤통수를 맞은 게 사실이다.   

문성현 : 관련해서 프레임을 '새 기구(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주도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1997년 IMF 당시 노사정위는 정부 주도로 정리해고법을 테이블로 가져와서는 '이것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면서 노동자에게 칼을 들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 것인가. 그때는 그런 방식을 취하고 지금은 왜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문성현 : 현 정부도 국가경제 전체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위기가 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원하지 않더라도 전체 국민 경제 관점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뒤로 빠지고 노사 중심의, 특히 노동이 적극 역할을 하는 사회적 대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프레임을 짜고 있다. 

프레시안 : 지금의 노사정위가, 즉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문성현 : 의지가 없으면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격차 해소는 노동만, 기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의지와 함께 모두의 실력과 지혜를 모아야 가능하다. 이것이 없으면 같이 모여 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프레시안 : 노동계에서는 정부를 불신하는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노동 관련해서는 불신의 요소가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전환 성과가 높지 않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곧바로 진행할 수 있음에도 정규직화 정책 추진이 이렇게 미약하다는 것은, 정부의 신뢰를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의 실천의지가 드러나야 사회적 대화도 최소한의 신뢰를 얻는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성현 : 우리 전체 역사에서 촛불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촛불은 누가 들라고 하지 않았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미투'도 그것의 연장선이다. 우리가 내 목소리를 내면, 정당하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전에는 그러지 못했다. 목소리를 내면 나만 손해였다. 우리 모두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 믿고, 주변에 있는 분과 함께 가야 한다. 공공부문 문제도 그것의 연장선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체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프레시안 : 하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문성현 :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쟁점이 되는 산입범위도 노와 사가 명백히 입장이 다르다. 그동안 최임위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갈등을 빚어왔다. 이는 누가 옳고 틀린 게 아니다. 그 상황에서 정부가 이거 해주면 노측, 저거 해주면 사측 편에 가는 게 된다. 이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프레시안 : 그러면 노동계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문성현 : 우리(노동계)와 입장이 명백히 다른(틀린 게 아닌) 대화 대상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과 협의하고 논의하고, 타협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난 옳고 넌 틀렸다'고만 하면서 틀린 쪽 편들어주는 정부도 틀렸다고 한다면? 그러면 자기들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 그렇지 않나.  

"노조, 무조건 NO만 하지 말자" 

프레시안 : 노동계가 투쟁 일변도로만 간다면 사회적 대화, 즉 합의는 이루기 어려운 게 아닌가.  

▲ 문성현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문성현 : 아니다. 노동계가 예전 '3자 개입 불법' 관련해서 계속 투쟁을 했다. 투쟁을 하려면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안 하겠다? 그건 틀렸다. 대화와 투쟁은 별건이다. 어떤 사안에서 정부는 노동계 편을 들 수 있다. 그럴 경우, 사용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거부한다고 생각해봐라. 그러면 무슨 대화를 할 수 있겠나. 안 된다. 그건(투쟁) 거기서 하고, 그렇게 안 돼야 하겠다는 안건은 선제적으로 사회적 대화 틀로 가져와야 한다. 

프레시안 : 현재 논란이 되는 GM의 경우, 한국 정부(산자부 등)에서는 주주, 채권자, 노조 모두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GM 노동자를 만나서 대화나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GM과 노조가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이런 것도 역시 노사정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문성현 : 노동이 GM을 두고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하면 할 수 있다. 국회에서는 노동의 개입력이 약하다. 의원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로 가면 노동, 기업 등 실질 주체가 서로 논의할 수 있다. 법적 기구다. '이 문제를 여기서 논의하자' 그러면 법적 권한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관계 정부 기관도 참여시킬 수 있다. 그렇게 대화로 푸는 게 아닌 (구조조정이) 죽어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 노동계는 싸워야 한다. 끝까지 싸우는 게 좋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럴 경우, 언론 등에서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문성현 : 그런 싸움에 있어 노동자 탓만을 할 수 있나? 나는 아니라고 본다. 회사 경영 문제에 노동은 참여시키지 않는다. 그래놓고 위기에서는 노동에 책임을 전가한다. 물론, 노동도 말로는 경영 참가를 외치면서 이를 최우선 요구안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선언적 의미로만 했다. IMF 위기 이후 노동자들도 당하지 않으려면 알아야 한다면서 경영에 참여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총체적 위기가 와 있다. 양극화 때문에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조선, 자동차, 금융 등 모든 산업구조가 다 달라지고 있다. 패러다임이 달라지는 게 눈앞에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어떤지 알아야 대응하지 않겠나. 이제는 노조가 은행점포 축소를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속도를 조절하며 어떻게 구조조정 규모를 줄일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회사가 조절하자고 하면 노조는 무조건 '안 돼'라고만 하지 말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노조의 경영 참여는 책임을 같이 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용자가 노조의 경영 참여, 즉 개입을 받아들이겠는가.  

문성현 : 물론, 사용자는 이를 안 내놓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분기별 경영실적을 내놓아라' 이런 식으로 계속 노조가 요구해야 한다. 수세적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해야 한다. 경영에 대한 노조 참여 관련해서 노조가 자기 주도성을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이를 놓고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노조의 경영참여는 경영위기 속에서 노동의 양보가 필요할 때, 이를 위해 사용자가 어쩔 수 없이 준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사용자는 절대 주지 않는다.  

앞으로 사회적으로 큰 구조적 문제 이외의, GM 같은 개별 기업 차원의 구조조정 등은 지속해 사회적 아젠다가 될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이를 사회적 대화로 가져오고 싶지 않아 할 것이다. 노동이 이를 빠르게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한 후, 사회적 틀로 가져오는 게 필요하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공론화의 장,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사회적 대화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보면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시간 단축, 즉 근로기준법 개정은 국회에 맡겨졌다, 그런데 이러한 이슈는 노사정위에서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사정위의 역할이 무척 축소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문성현 : 최저임금, 노동시간 문제 등은 촛불 이전부터 제기된 문제이지만 이것과 관련해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제가 2017년 8월에 취임했다. 그리고 올해 1월 31일에서야 첫 회의가 가능했다. 그 전에는 대화 자체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관련해서 노사정위 등의 사회적 합의 없이 국회에 가버렸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대단히 훌륭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노와 사 의견을 국회가 받아서 잘 정리했다. 

프레시안 : 노동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관련해서 반발하고 있다. 잘 됐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있나.  

문성현 : 결국, 지적되는 것은 주말 할증(휴일 중복할증)이다. 150%로 할지, 200%로 할지를 두고 논쟁이 됐다. 하지만 이 논쟁에 걸려 있는 노동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주말노동을 꼭 해야 하는 생계형 노동자는 앞으로 채워주면 된다. 반면, 전체적으로 보면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됐다. 이로 인해 혜택 받는 노동자가 많다. 주말 할증 때문에 이것이 결정 안 됐다면 문제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판은 그렇게 돼 있는 것이다. 서로 주고받는 식이다. 앞으로 주 52시간이 잘 운영되면 고용창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주말 할증은 작은 문제다.  

▲ 문성현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문성현 : 우리 사회의 문제 중심에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 문제가 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문제없다고 생각하면 사회적 대화를 할 필요 없다. 우리 아들딸들이 중소기업에서 어떻게 살든 관심 끊으면 된다. 사용자 측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은 기술력이 없다. 대부분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다. 그러니 기술 축적이 안 된다. 적당히 일한 뒤 다른 곳으로 이직한다. 이를 대기업에서 그대로 둔다면 기술의 격차가 생긴다. 나중에 현대차 부품이 형편없다는 게 드러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을 알면서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면 사회적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반면, 이런 구조를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격차를 줄이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에 동의한다면 앞으로 임금 많은 곳은 동결하고, 적은 곳은 올리는 식으로 가야 한다. 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프레시안 :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우리는 그런 대화를 진정성 있게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문성현 : 왜 없나. 지난 30년 동안 기업 내에서 노사 간 대립과 갈등을 거치면서도 모든 것을 풀어냈다. 선수들이다. 주요 기업에 대립 갈등을 풀어내는 선수들이 꽉 차 있다. 그것을 사회로 가지고 나오면 된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사회적 대화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