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트럼프가 핵 전쟁 문턱을 높였다고?

일취월장7 2018. 2. 9. 15:21

트럼프가 핵 전쟁 문턱을 높였다고?

[정욱식 칼럼] 트럼프의 NPR (상)
2018.02.08 08:55:34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2월 2일 핵 태세검토(NPR) 보고서를 발표했다. 1994년과 2002년, 그리고 2010년에 이어 네 번째 보고서이다. 그런데 빌 클린턴 및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이고, 북한 등 7개국에 대해 핵 선제공격을 채택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NPR과 비교해 봐도, 미국의 핵 숭배 주의가 더욱 강하게 담겨 있다.

미국의 핵 능력이 "핵전쟁과 재래식 전쟁을 억제하는 유일한 힘"이라는 주장은 익숙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동맹국과 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확신", "억제 실패시 미국의 목표 달성",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 능력 구축"도 과거 NPR에 담긴 것들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NPR은 여기에서 한참 더 나갔다. 우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서문에서 "미국의 핵무력은 미국의 외교관들이 전쟁과 평화의 문제와 관련해 힘을 가지고 말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힌 것처럼, 핵무기가 강압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미국의 공세적인 핵 능력과 전략이 핵전쟁의 위험을 낮출 것이라는 주장마저 내놨다. 핵을 앞세운 미국의 위세 앞에 러시아 등 적대국들이 핵군비경쟁을 포기하고 군축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궤변마저 등장했다. 미국의 핵무기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그래서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가히 "만능의 보검"이라고 칭송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의 핵 숭배 주의는 굴절된 역사 인식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NPR에선 "세계 1, 2 대전 당시 매일 약 3만 명씩, 모두 8000만 명에서 1억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반면에, "미국의 핵 억제력이 등장한 이후에는 핵전쟁과 재래식 전쟁을 억제하는 데에 기여함으로써 전시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래식 전쟁 시대에는 세계 인구의 2% 안팎의 전시 사상자가 발생한 반면에, 핵시대에는 0.4%로, 2000년 이후에는 0.01%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에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두 발의 원자폭탄으로 약 7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참사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핵 억제력이 전쟁을 막고 전시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다면,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다면, '왜 다른 나라는 핵무기를 가지면 안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미국은 더욱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무기 주의를 내세운 근거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먼저 "강대국 경쟁의 귀환"이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지목했다. 과거에는 러시아가 "미국의 지도에 잘 따랐고 전략핵무기도 대폭적으로 감축했지만", 오늘날에는 핵전력을 대폭적으로 현대화하고 "제한적인 선제 핵공격 전략"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확장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들 나라와 관련해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중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개발을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MD에 반발하면서 핵무기 현대화 및 MD 개발에 나서고, 미국은 이를 근거로 핵무기 증강 및 MD에 더더욱 박차를 가하는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양상은 냉전 시대보다 더 큰 위험성을 잉태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핵군비 경쟁에는 몰두하면서도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체결해 MD 구축에는 제한을 가했다. "취약성이 안전을 보장한다"는 찜찜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2년 ABM 조약이 사라진 이후, 공격무기 경쟁뿐만 아니라 방어무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트럼프의 NPR에는 북한 위협론도 대대적으로 기술됐다. 2010년 NPR에서는 4번 언급된 반면에, 2018년 50번이나 언급되었을 정도이다. 또한 이란 핵문제 해결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9.11 테러 이후 단골 메뉴처럼 등장해온 '핵 테러리즘'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 지난 2일(현지 시각) 패트릭 샤나한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국방부 청사에서 핵 태세 검토 보고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핵전쟁의 문턱을 높였다고?
 

트럼프 행정부의 핵 정책 키워드는 "유연한 맞춤형 핵 억제 전략(flexible, tailored nuclear deterrent strategy)"로 제시되었다. "적들이 핵무기 사용으로부터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임을 각인시키는 게 목표"라면서, 미국 대통령은 "극단적이니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핵전쟁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높이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과연 그럴까? 

이러한 주장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인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공식화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의 NPR은 "미국은 핵무기 선제 불사용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고, 오늘날에도 그럴 이유가 없다"며 핵 선제공격 정책과 관련해 "모호성"을 유지키로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의 NPR에 담긴 "극단적인 상황" 자체가 '극단적인 선택'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NPR에서는 미국이 핵 공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상황"의 범주에 적대국의 핵 공격뿐만 아니라 "중대한 비핵 전략 공격"도 포함시켰다. "중대한 비핵 전략 공격에는 미국과 동맹·우방국의 인구 밀집지나 인프라에 대한 공격, 미국이나 동맹국의 핵무력이나 지휘통제, 혹은 경보 시설에 대한 공격, 그리고 평가 능력에 대한 공격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또한 미국의 핵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지휘통제통신 체계에 대한 우주 및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도 핵 보복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했다. 

핵 테러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도 밝혔다. 우선 "미국은 핵장치를 획득하거나 사용하려는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어떠한 국가나 테러집단, 그리고 비국가 행위자에게 철저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나 동맹·우방국에 대한 핵 테러 공격은 미국의 궁극적인 형태의 보복을 고려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 해당된다"고 밝혀, 핵 테러에 대해서는 핵 보복을 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핵미사일의 즉각적인 발사 태세를 해제할 뜻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각 발사 태세를 갖춰야 "미국의 핵 대응 옵션"을 유지할 수 있고, "적대국들에게 기습적인 선제공격으로 미국의 핵전력을 파괴할 수 있다는 환상을 못 갖게 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즉각적인 발사 태세 유지가 우발적인 핵전쟁이나 비인가자에 의한 핵 사용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는 지적에는 두 가지 답변을 내놨다. 하나는 "미국의 핵 사용 결정은 숙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일상적으로 전략 핵무기의 공해상 목표물 지정(open-ocean targeting) 관행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 일각에선 핵 사용이 대통령의 배타적인 권한으로 되어 있다며 "숙의 과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 줄곧 나오고 있다.  

"공해상 목표물 지정" 관행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공해상 목표물 지정"은 우발적이거나 비인가자에 의한 핵미사일 발사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공해나 남극을 핵미사일의 탄착지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인구 희박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메가톤급 핵폭탄이 터지면 엄청난 피해는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핵미사일 발사 태세를 해제해 우발적이거나 비인가자에 의한 핵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또다시 이러한 상식적인 요구를 거부하고 말았다. 

"미국은 핵과 비핵 군사 계획과 작전을 통합하는 능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부분도 우려를 자아낸다. 미국은 이러한 통합 계획과 작전이 적대국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재래식 전쟁과 핵전쟁의 경계를 더더욱 모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NPR은 핵전쟁의 문턱을 높이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크게 낮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자체의 핵정책도 위험천만하지만, 미국이 적대국들로 지목한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코피 작전'과 전술핵이 만나면?
[정욱식 칼럼] 트럼프의 NPR (하)
2018.02.08 18:10:12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작전'이 화제다. 이 작전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고안한 것으로, 북한의 핵시설이나 미사일 발사 시설에 제한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덩치가 압도적으로 큰 미국이 덩치가 작은 북한의 코피를 터트려도 북한이 대들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그런데 싸움판은 북미 양측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에 제한적인 공격을 가하면 북한은 미국의 동맹국들인 한국이나 일본에 반격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25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과 3000만 명이 사는 도쿄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조차 '코피 작전'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트럼프 행정부가 핵 태세 검토(NPR) 보고서를 통해 대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키로 하고 먼저 미국의 핵무기 증강 계획부터 살펴보자.

전략핵 '삼축'과 전술핵 '삼축' 

미소 냉전 시대에 미국의 핵 전력은 크게 전략 핵무기와 비전략 핵무기 두 축으로 이뤄졌었다. 메가톤급 폭발력을 보유한 전략핵은 주로 상대방에게 '종말'의 두려움을 안겨줌으로써 적대국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이에 반해 전술(tactical), 혹은 전역(theater) 핵무기로도 불렸던 비전략핵은 폭발력을 낮추되 유사시 상대방의 군사력이나 지휘부를 겨냥하는 제한적인 목적을 띠었다. 전략핵이 전술핵보다 압도적으로 위험해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실전에서 사용 가능성은 전술핵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소련이 전략핵 감축 협상에 앞서 전술핵에 해당하는 중거리핵미사일폐기(INF) 협정부터 체결했고,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 전술핵을 대거 폐기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NPR를 통해 전술핵의 부활을 선언했다. "효과적으로 핵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전 시대의 유산을 재편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전략 삼축 체계(nuclear triad)를 대폭적으로 현대화하고, 냉전형 무기로 불렸던 "비전략 핵무기" 보유를 다시 추구하며,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핵무기 관련 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리는 것을 펜타곤의 "최우선 순위"로 삼기로 했다. 

전략핵 삼축 체계 현대화 계획은 핵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SSBN),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전략 폭격기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먼저 SSBN과 관련해서는 현재 운영 중인 14척의 오하이오급을 2042년까지 점차적으로 12척의 컬럼비아급으로 대체키로 했다. 또한 ICBM 분야에서는 400기의 미뉴트맨-Ⅲ를 2029년까지 지상배치전략억제미사일(GBSD) 프로그램으로 대체키로 했다. 

전략폭격기 분야에선 46대의 B-52H와 20대의 B-2A를 2020년대 중반부터 B-21로 대체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B-52에 장착되는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이 "노후화되고 적대국의 방공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며, 장거리 스탠드-오프(LRSO) 순항 미사일 개발에 착수키로 했다.  

B-2A는 중력 핵폭탄 계열인 B83-1과 B61을 주로 장착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B61-12로 대체될 예정이다. 또한 B-21 전폭기가 전력화되면, "중력 핵폭탄과 LROS 두 가지 모두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어온 삼축체계 가운데 하나는 폐기해도 된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삼축 가운데 하나가 없어지면, "적들은 공격 계획을 수립하기가 훨씬 용이해지고, 나머지 두 개의 축을 파괴하는 데에 자원과 관심을 집중하게 만들 것"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오히려 전략핵 삼축 체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비전략 핵무기 개발 및 보유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개념적으로 전술핵에 해당하는 '비전략 핵무기' 개발 계획 역시 삼축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비전략 핵무기는 노후한 B61이 유일하다며 이를 대체할 B61-12 개발 및 생산·배치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은 현재 B61의 운반수단으로 F-15E를 사용하고 있고, B61이 배치된 나토 회원국들은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번갈아가면서 탑재할 수 있는 "이중 능력 전투기(DCA)" 운용하고 있는데, 이들을 F-35로 대체해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따라 2020년 이후 미국 및 나토 회원국 일부의 핵심적인 핵전력은 B61-12를 탑재하는 F-35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계획은 오바마 행정부 때 수립된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계승하면서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2020년 3월까지 B61-12의 초도 생산을 달성하고 2024년까지는 기존의 B61를 모두 B61-12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일부를 저강도(low-yield) 핵탄두로 대체하고 해상발사순항핵미사일(SLCM) 개발 계획도 밝혔다. 저강도 SLBM 핵탄두는 "적대국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 신속한 대응 옵션을 확보하게 해준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게 단기적인 계획이라면, 중장기적으로는 SLCM도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SLCM 계발 계획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검토되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NPR를 통해 취소키로 했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이러한 능력을 확보하는 데에 착수키로 했다."

정리하자면,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미국의 비전략 핵무기의 삼축으로 B61-12를 장착하는 F-35, 저강도 핵탄두를 장착한 SLBM, 그리고 SLCM을 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갖출 때 비로소 "미국 핵 능력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2030년까지 연간 80개 이상의 플루토늄 피트를 비롯해 고농축 우라늄, 그리고 리튬과 삼중수소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코피 터진 북한이 반격하면 미국은 핵공격? 

트럼프의 NPR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룬 나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이다. 2010년 NPR에선 4번 언급되었던 반면에 이번에는 50번이나 언급되었을 정도다. 

2018년 NPR은 "북한이 핵탑재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수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 폐기를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보유가 미국 및 동맹·우방국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핵확산 위험도 명시했다. "2007년 파괴된 시리아의 핵발전소 건설을 북한이 도왔다"는 사례를 상기시키면서 "수평적 확산 위협", 즉 "다른 나라나 테러집단에 핵무기 및 핵물질을 이전할 잠재적인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맞춤형 전략"을 제시했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며, "미국의 억제 전략은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우방국에 대한 핵 공격시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기술이나 물질, 그리고 전문지식을 다른 나라나 비국가 행위자에게 이전시 그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북한의 지하 시설을 겨냥해 "이들 시설을 탄착지로 삼는 재래식 및 핵 능력을 계속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존하는 B61 및 개발 중인 B61-12의 우선적인 대상이 북한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아울러 한국 및 일본과 함께 MD 능력을 대폭적으로 강화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앞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 배치로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트럼프의 NPR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 가운데 하나는 동북아에 비전략 핵무기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비전략 핵무기의 배치는 미국이 확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진 배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잠재적인 적대국에게 보내는 확실한 억제 신호"라며, "필요할 경우, 미국은 동북아와 같은 (유럽이외의 다른) 지역에도 비전략 핵무기와 그 운반 수단을 배치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최고위 핵정책 문서인 NPR을 통해 동북아에 핵무기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게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고안해낸 대안의 요체이다. 미국이 '코피 작전'을 강행할 경우 북한도 반격을 강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러한 북한을 상대로 미국은 핵보복을 가할 수도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코피 터진 북한이 반격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논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전술핵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전략핵은 그 폭발력과 지정학적·윤리적 파장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미국도 실제 사용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르고 북한도 미국이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폭발력을 크게 낮춘 전술핵은 실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여긴다.

2월 7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브리핑 내용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그는 NPR에 담긴 비전략 핵무기 개발 및 확대 계획이 위험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핵 억제이다. 핵 억제에서 우리는 일부 국가, 특히 한 나라가 재래식 전투에서 소형 폭탄을 사용할 경우 우리가 초대형 폭탄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오판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저강도 폭탄을 만들어 '오판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매티스가 언급한 "한 나라"가 북한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의 NPR의 핵심적인 요지 가운데 하나는 코피 작전을 비롯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옵션을 가장 강력한 군사적인 힘, 즉 핵무기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에게 최대한의 공포심을 불어넣어 북한의 군사 행동은 억제하고 미국의 군사 행동의 자유는 증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핵 일방주의야말로 북핵을 키워준 핵심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