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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종현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 BBC의 기대주, 예지의 특별함

일취월장7 2017. 12. 20. 11:17

무엇이 종현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우울증 극복조차 우울해져버린 27살 청년의 영원한 침묵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9(화) 18:00:00

“연기자 중 40%가 자살 생각을 한다.” 배우 박진희씨가 2009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 과제로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다. 이 결과는 그의 논문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 생각에 관한 연구’에 실렸다. 여기에 따르면, 연기자 중 20%는 “자살 준비를 해 봤다”는 답변까지 내놓았다.

 

그리고 올 12월18일,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27·본명 김종현)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종현이 죽기 전 친누나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엔 “나 보내 달라. 고생했다고 말해 달라. 마지막 인사다”란 문자가 적혀 있었다. 누나는 신고하면서 “동생이 자살하려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샤이니 종현이 12월1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 사진=연합뉴스

그룹 샤이니 종현이 12월1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 사진=연합뉴스

 

연기자 10명 중 4명, “자살 생각 한다”

 

연예인들은 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걸까. 박진희씨는 논문에서 “자살은 우울증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종현이 남긴 노랫말에도 우울증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그가 작사․작곡하고 가수 아이유가 부른 노래 ‘우울시계’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시간이 흐르면 힘들다 징징댔던 것도 / 한때란다 한때야 날카로운 감정의 기억이 / 무뎌진다 무뎌져 네모가 닳아져 원이 돼 / 우울하다 우울해 무뎌져 가는 게 우울하다” 

또 동료가수 나인은 12월19일 인스타그램에 종현의 유서를 올렸다. 다음은 그 일부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 번 물어봐도 날 위해서는 아니다. 널 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 지를 찾으라니. 몇 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우울하다 우울해”… 곳곳에 남겨진 종현의 우울증

 

종현에겐 우울증을 이겨내는 과정조차 우울증의 일부였을까. 이렇게까지 그를 우울증의 악순환으로 몰아넣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주요 원인으론 스트레스가 꼽힌다. 2008년 탤런트 최진실씨가 목숨을 끊었을 때 경찰은 우울증과 연예계 스트레스를 자살 동기로 추정했다. 2년 뒤에 그의 동생 최진영씨가 자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개그맨 정선희씨는 2010년 MBC ‘놀러와’에 출연해 “세상이 무섭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었다”며 “심적 압박에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양동근씨는 2012년 SBS ‘강심장’에서 “혼자 생각하고 해결하려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자살 충동이 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룹 샤이니 종현이 12월1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쓰러진채 발견,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종현이 옮겨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경찰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룹 샤이니 종현이 12월1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쓰러진채 발견,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종현이 옮겨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경찰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자살의 또 다른 원인, ‘사회적 지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도 있다. KBS 방송작가 이주연씨는 연예인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스트레스보다 ‘사회적 지지’에 대해 눈여겨봤다. 2012년 발표한 숙명여대 박사 논문을 통해서다. 사회적 지지는 보통 ‘의미 있는 타인들로부터 받는 애정이나 모든 형태의 긍정적 자원’으로 정의된다.(2013년 계명대 석사논문)

 

이씨는 논문을 통해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주위에 사회적 지지를 기대하고, 이때 지각된 긍정적 지지는 스트레스에 대한 부적응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단 해당 논문에 따르면, 팬들의 지지는 연예인의 자살과 큰 관련이 없다고 한다. 대신 친구와 부모의 지지는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햇빛 자주 보지 못해서”란 분석도 있어

 

자본주의의 속성에 주목한 학자도 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0년 언론 기고문을 통해 “(연예인을 포함해) 셀레브리티화(Celebrity化)된 사람의 자살에는 전면적인 상품화로 인한 달콤함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상품화로 해결될 수 없는 인간본연의 번민 등이 범벅된 고통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고 분석했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12월19일 “연예인은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밤낮이 바뀌어 햇빛을 자주 보지 못하는 등 우울증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자살의 원인을 단편적으로 분석하는 건 자칫 위험할 수 있다”면서 “종현의 경우 직접 진단해보지 않아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예인이란 특성상 일반인보다 사회적 압박을 심하게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BBC의 기대주, 예지의 특별함

한국인들은 왜 예지의 음악을 낯설어할까. BBC 평가가 과찬일 수 있지만 그녀의 음악이 특별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webmaster@sisain.co.kr 2017년 12월 19일 화요일 제535호

아델, 코린 베일리 래, 킨, 미카, 샘 스미스의 공통점은? 모두 다량의 히트곡을 보유한 인기 가수나 밴드다. 진짜 정답은 다음과 같다. 위에 언급한 이름들을 ‘(훨씬) 먼저’ 주목했던, 예지력 뛰어난 매체가 있었다는 거다. 주인공은 바로 영국 방송 BBC다.

BBC에서는 연말마다 ‘BBC 사운드 오브(BBC Sound of)’라는 타이틀로 리스트를 공개한다. 중요한 점은 ‘of’의 뒤에 다음 해의 연도가 붙는다는 것이다. 즉, 얼마 전에 공개한 리스트는 ‘BBC 사운드 오브 2018’이 된다. 우리말로 바꾸면 ‘2018년의 기대주’ 정도인 셈이다.

ⓒ예지 페이스북 갈무리
예지는 영국 BBC가 꼽은 2018년의 기대주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는 2003년이었다. 이후 위에 언급한 뮤지션과 밴드 외에도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음악가가 BBC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렇다면 2018년에는? 역시 과거의 일기가 아닌, 미래의 달력에 이름 새기기를 꿈꾸는 뮤지션과 밴드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친숙한 발음을 지닌 한 명이 유독 눈에 띈다. 영어로는 ‘Yaeji’, 한글로는 예지. 그렇다. 예지는 한국인이다. 심지어 BBC는 예지의 음악을 평가하며 “이런 음악은 한 번도 못 들어봤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글쎄, 조금 과찬이 아닌가 싶지만 예지의 음악이 특별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미국에서 성장하고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만큼 예지에게는 이른바 한국적인 정서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한국어와 영어를 음악 속에 함께 녹여낸다. 예지에 따르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게끔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한 곡만 고르라면 아무래도 ‘Drink I’m Sippin on(내가 마신 음료수)’을 꼽을 수밖에 없다. 예지가 운용하는 주요 장르는 딥 하우스다. 딥 하우스는 하우스에서 파생된 서브 장르로 하우스보다는 좀 더 템포가 느리고, 솔(Soul) 느낌을 강조한 거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잠에서 막 깬 듯한 예지의 목소리가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창조해낸다. 음악 비평 사이트 ‘피치포크 미디어’가 예지의 음악을 두고 ‘Foggy and Dazed(안개 낀 듯 멍한)’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솔직히 대중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음악이다. 가창력 역시 전통적인 측면에서 ‘잘 부른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Drink I’m Sippin on’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유튜브 댓글이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Dope!(중독성 쩔어!)’라는 단어를 써가며 엄지를 세우는 반면, 도리어 한국인들이 예지의 음악을 낯설어한다는 게 흥미롭다. 예지에 대한 한국 기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의 미디어 관행을 고려해보면,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고도 남았을 텐데 말이다.

한국 가요의 무소불위 권력이 가능한 이유


방탄소년단의 미국 내 히트에서 알 수 있듯이 트랜스내셔널(초국가적 현상)은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과 글로컬리제이션(세계화와 지역화의 동시 진행)을 넘어 이제 글로벌 감수성의 요체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 음악 팬들의 감수성은 여전히 글로벌라이제이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음악에 관해서라면, 로컬에서 글로벌로의 확장에는 환호를 보내지만(속칭 ‘국뽕’), 글로벌에서 로컬로의 진입에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폐쇄적이라는 뜻이다. 한국 가요가 국내 시장에서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예지의 음악은 국내에 정식 발매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듣고 싶다면 현재로서는 유튜브를 이용하는 게 최선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