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 시한으로 평화 통일 준비해야
[기고] 해북한 6차 핵실험 후 한반도 평화 지키기 어떻게 해야 하나
2017.09.15 01:07:50
강원도 인제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아래 내용의 강연으로 9.3 북핵 보유 선언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사태를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고자 했다. 앞으로 좀 더 보완해야겠지만 필자는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오히려 북-미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본다. 절대로 비관에 빠질 이유가 없으며 차분히 우리 나름의 좌표를 세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부족한 시론을 제시했다. 필자주
북-미 협상 과정 전후와 이행 기간 한국의 대응
9월 3일 있었던 북한의 제6차 핵실험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9.3 북핵 실험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음을 뜻한다. 한반도에서 그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다른 시대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할까? 선제공격은 힘들다. 주변국들로 즉시 확산될 것이고 한국을 비롯해서 대량살상이 일어날 것이다. 특히 한국에 머무는 미국 시민과 주한미군에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은 어떤 대응책을 택해야 하나? 첫째, 핵무장을 한다. 둘째, 전술핵을 다시 들여온다. 그러나 핵 무장과 전술핵 재반입 모두 답이 아니다.
북핵 사태가 여기까지 온 과정은 어떤 것이었나? 사회주의권이 무너진 뒤, 러시아(90년) 중국(92년)이 한국과 수교했다. 미국과 일본도 북한을 외교 승인하는 것을 전제로 1992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이뤄졌다. 그러나 미국-일본은 북한과의 수교를 거부했다. 그리고 1993년부터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제네바 북핵협상(93년) 결렬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핵협상 타결 기회가 있었으나 실패했는데 미국이 마음만 먹었으면 해결되었을 것이다. 9.19합의, 2.13합의 등 북핵을 동결하고 완전 폐기에 이를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미국이 약속을 어겨 깨졌다.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이었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등장하자 북핵을 이용하여 견제하고 일본을 재무장시키기 위한 구실로 북핵을 이용해왔다. 심지어 일본과 한국을 핵 무장시켜 동아시아 국가들끼리 쟁패를 벌이도록 조장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유엔까지 움직이면서 북한을 제재-봉쇄를 하고 있는데 북한은 견디어낼까? 북한에게는 제재와 봉쇄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 또한 최근에는 장마당 활성화 등으로 경제가 차츰 성장하는 추세다. 핵 개발에는 제동이 걸리겠지만 주민들의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다음 행보는 어떤 것일까? 첫째, 수소폭탄이라고 공개한 6차 핵실험으로 핵 탄두가 완성되었다면 다음은 미 본토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하는 것이다. 둘째, 핵과 미사일을 완성했으니 북-미 협상을 위해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잠정중단)을 선언하는 것이다. 셋째, 미국에게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 진전에 대해 한국의 대응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반입도 한반도 비핵화의 명분을 깨뜨리는 것이므로 불가하다. 평화협정 협상은 핵 동결과 폐기 등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한국은 북-미 협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미국과 북한이 반대해도 한국과 중국이 포함되는 한국전쟁 교전 당사국 4자가 참여하는 4자 회담 개최를 주장해야 한다. 중국은 사드 배치 때문에 한국에 대해 비우호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4자 회담 참여를 통해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이다.
북-미 협상 개시와 더불어 남북 대화를 시작해야한다. 한국에게는 북한을 움직일 여러 지렛대가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봉쇄가 대화와 함께 해제될 것이므로 한국은 한미동맹을 존중하면서도 신속히 그 테두리를 벗어나는 과감한 정책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북-미 평화협정 협상이 시작되면 한국은 평화 공존 시기를 전제로 하는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제의한다. 남북은 이미 유엔에 동시 가입한 유엔 회원국이므로 당연히 수교국이 될 수 있다. 수교 이전에도 서울과 평양에 임시대표부를 둘 수 있다. 임시대표부를 통해 수교 이전에도 가능한 경제 교류, 문화 교류, 이산가족 만남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이미 오래전에 합의된 철도, 도로 등의 연결을 즉시 추진한다.
둘째,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게 북한과 즉시 수교할 것을 제의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과 임시대표부를 교환하도록 촉구한다. 이런 조치는 북-미간의 평화협정과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셋째, 러시아와 중국에게도 북-미 협상을 촉진하도록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와 봉쇄를 즉시 풀라고 미국에게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한국은 러시아에게 TSR과 TKR의 연결 사업과 사할린 가스파이프 연결사업을 즉시 착수하도록 남-북-러 사이에 협의를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한국은 러시아에게 연해주-시베리아 투자에 미국, 일본, 유럽(독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진출하는 것을 양해해줄 것을 요청한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도 북방 경제가 가동되어야 한다.
다섯째, 중국에게는 중-러 합작으로 건설한 산둥 가스 터미널에서 한국 평택항으로 가스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청한다. 중국이 제안했었으나 박근혜 정권이 거부했다.
여섯째, 북-미 협상이 진척되는데 따라 이미 배치된 사드 기지 문제와 주한미군의 지위 문제를 한국과 미국은 논의한다.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북-미 합의에만 맡겨두는 것은 한국의 자존과 관련되는 것이다.
북-미 평화협정 합의와 이행 기간 한국의 정책선택
다행히 북-미 협상이 개시되어 평화 협정과 비핵화를 논의해도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최소 5년은 예상해야 할 것이다. 협상이 시작되면 한국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기민하게 행동한다. 국내에서 남남 갈등, 이념 갈등을 벌일 여유가 없다. 한국 자신의 독자적 대내외 노선을 과감하게 선택한다.
남북 수교와 대표부 설치 등을 신속히 제안하고 미국과 일본에게도 대북수교를 제안한다. 미국과 일본의 수락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은 독자적 수교를 진행시킨다. 남북 간에 국내 법적 제약을 논의한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제관계 협의도 신속히 진행시킨다. 새로운 정책 노선 선택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경제적 손실을 북방경제로 전환하여 보전하도록 모색한다.
수교 전에도 북한과 경제 교류를 통한 체제 안전을 보장한다. 식량 지원과 농업 분야 기술교류로 북한의 민생을 지원한다. 북과의 신뢰 회복을 민생 지원을 통해 이뤄낸다.
한국이 지나치게 빨리 북한과 체제 교류를 이행하는 것이 북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북한당국과 충분히 협의하여 진행한다. 북한이 원하는 만큼만 진척시킨다. 생활용 소비재 생산 공장을 원하면 그 부분을 주로 투자한다. 수출입은행 장기 저리 차관으로 한국 중소기업들이 참여토록 한다.
북-미 협상에서 핵무기 미사일을 동결, 폐기하는 과정에 북한의 재래전력 열세 때문에 협상이 진전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북-미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시점이 여기다. 한국을 이른바 패싱(따돌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반드시 미리 환수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북이 평화 공존하면서 적대감을 줄이고 동질성을 높이기 위한 일정한 시기를 경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평화 공존이 성공적으로 이행되는 것이야말로 평화 통일의 열쇠를 담고 있는 것이다. '두 개 국가론'이라는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이 현상 변화를 가져온다고 보고 경계하거나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급격한 현상 변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체제를 성취함으로써 동아시아 평화 유지를 가져오는 것이라면 강대국들의 반대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중립지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과 일본을 설득하는 것이 최대 난관이다.
6자회담 형식에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은 물론 몽골이 참여하는 동아시아경제평화기구를 만드는데 남북한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동아시아평화체제를 구축한다면 한반도에 일정한 평화공존 기간을 의미하는 '남북수교시대'를 전제해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해방 한 세기를 맞는 2045년을 시한으로 정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긴장 완화-평화 공존을 통한 평화 통일을 달성하는 장거리 마라톤을 준비해야 한다.
[한강로에서] 김정은의 핵도발 중단 이후가 더 문제다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4(목) 14:30:00 | 1456호
시사저널 1456호 커버스토리는 북한 핵 총력 특집입니다. 계산해 보니 29쪽이 할애됐군요. 2015년 9월1일 제가 시사저널 편집국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가장 많은 분량을 쏟아 부었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총력특집이란 명칭을 붙인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지금 북한 핵 사태가 엄중하다는 뜻이겠죠.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예전과 양상이 판이합니다. 우선 주식시장을 보면 예전에는 북한이 핵실험한 당일만 빠졌다가 바로 반등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6차 핵실험 후 첫 주인 9월 둘째 주의 주식시장은 댓새 중 하루만 주가가 오르고 나머지 날은 하락했습니다. 안보불감증이 심한 국민들도 “이번에는 심상찮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도 예전과 다른 점입니다. 북한은 더 이상 변방의 소국이 아닙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는 집단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지만 그것을 잘 모르는 세계인들의 눈에는 ‘미국도 별것 아니구나’ 하고 비치게 됩니다. 현 상황이 어떻게 종결되든 미국은 최대 피해자가 될 듯합니다.
최대 승리자는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입니다. 김정은은 현재 지구촌을 뒤흔드는 북한 핵 사태의 주역 중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북한 핵 사태의 설계자여서 모든 도발은 김정은 몫입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김정은이 불규칙 바운드로 무차별적으로 쏴대는 볼을 방어하기에도 급급한 형편입니다. 김정은은 어린 나이에 정권을 물려받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많았으나 갈수록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어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위중한 탓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느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쟁이란 게 우발적인 요소로도 발발할 수 있어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전쟁이 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봅니다. 아직은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것이 틀림없고 미국은 자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핵공갈에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미국은 자신이 설정한 ‘진짜 레드라인’을 북한이 넘으면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그 점을 잘 알기에 영리한 도발만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현 사태가 어정쩡하게 종식된 후가 더 문젭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합심해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 그나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이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김정은이 어떤 이유에서든 핵도발을 잠시 중단하면 한국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개발을 해 나가는데 말입니다. 다음에 북한이 핵도발을 개시할 때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을 선보일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안보에 관한 한 국론을 통일해야 합니다. 가령 우리는 어디까지 참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 때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해 우리 국민을 학살하고 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공언한 대로 북한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기습 공격하면 대한민국은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있을까요.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언제까지나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국론분열이 심하면 미군이 철수하는 날이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핵을 쏘겠다고 위협하는데 남한엔 ‘평화주의자’가 넘쳐나면 미국이 남한을 왜 지켜주려고 하겠습니까.
신기욱 “文정부 제재·핵억지력·대화 ‘쓰리 트랙’ 유지해야”
[인터뷰] 《슈퍼피셜 코리아》출간한 신기욱 스탠퍼드대학 교수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5(금) 17:30:00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한국 사회는 다층위로 충격을 받았다. 사고를 인지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고 발생부터 아직 끝나지 않은 사고후처리까지, 모든 것을 지켜본 국민들은 비탄에 빠졌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게 안착한 민주주의와 고도 경제성장의 성적표 속에 ‘우리도 이제 선진국 대열에 올랐구나’며 안도했던 마음들은 ‘빠른 성장’의 비극적 부작용을 마주하고 혼란스러워해야 했다.
세월호 사고 직후 한국사회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연극인들은 무대 위에 세월호를 올렸고, 시인들은 단어 속에 진도 앞바다를 담아냈다.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경제학자들은 이 사고가 한국에 가져올 직간접적 경제적 파장을 예측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학 교수의 신간 《슈퍼피셜 코리아》 역시 그러한 모색 중에 발아한 결과물이다. ‘외부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책이었다.
“안 해도 되지만 안 할 수 없는 네트워킹을 지속하다보니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돈독한 인간관계가 형성되기보다는 오히려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슈퍼피셜한 관계만 늘어가는 것은 아닐까.”
신기욱 지음│문학동네 펴냄│252쪽│1만3500원
《슈퍼피셜 코리아》의 한 대목이다. 저자 신기욱 교수는 한국의 제도, 관계맺음 문화, 청년들의 스펙쌓기, 한반도 외교 안보 상황 등 다방면으로 한국사회를 진단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결국 ‘한국은 슈퍼피셜하다’는 것. ‘슈퍼피셜(superficial)’은 ‘깊이없는’ 혹은 ‘피상적인’이란 뜻의 단어다. 그러니까 ‘슈퍼피셜 코리아’를 직역한다면 ‘피상적인 한국’ 정도가 되겠다. 제목 그대로, 저자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경계에 서서 ‘피상적인 관계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의 모습을 조명한다.
“경제가 발전하면 거품(bubble)이 생긴다. 그걸 걷어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빠른 사회적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슈퍼피셜’한 거품이 많이 생겼다. 결국 사회 구조조정을 통해 거품을 걷어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경계에 서 있는 이 사회학자는 빠른 성장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해버린 정치․경제․사회적 ‘거품’을 걷어낼 것을 제언했다. 평소 합리주의적, 실용주의적 입장의 학자로 평가받는 그의 책은 역시 그의 실용주의적 관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스탠퍼드 대학 사회학과 교수 겸 국제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인 그는 2005년부터 동(同)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9월9일, 신간 출판을 기념해 잠시 한국을 방문한 신 교수를 만났다. 책 내용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이내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북핵 위기에 대한 것으로 흘러갔다.
북한이 유엔결의안을 무시하고 핵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굉장히 전략적이다. 북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진 미국과 ‘강대강’ 구도로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다 원하는 목표를 이뤘다 싶으면 협상하려 들 것이다.
(북의 목표는 뭔가.)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전한 성공 아니겠나. 이게 성공하면 북은 급격하게 ‘도발’에서 ‘협상’으로 국면을 바꾸려할 것이다. 그때부터 미국과 한국의 고민이 시작되는 거다. 이 협상을 받아들일지 계속 제재할 것인지 말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이젠 기정사실화됐다. 또 아무도 북이 도발을 멈추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안타깝지만 이젠 실패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내가 제안하는 건 ‘쓰리(three) 트랙’ 전략이다.
일단 북에 대핸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 물론 제재를 한다고 북이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핵을 가졌을 때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북이 알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젠 한국도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 ‘레드라인’이란 것은 사실 한국 입장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 레드라인은 철저히 미국 입장에서 선택된 용어다. 그렇게 치면 한국은 이미 ‘레드존’에 들어와 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 채널은 만들어야 한다. 북한문제가 협상국면으로 넘어갔을 때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보수정부의 여러 과오 가운데 가장 잘못한 것 중 하나가 북한과의 채널 단절이다. 외교안보라인에서 완전히 끊긴 것 같더라. 북은 ICBM이 완성될 때까지 대화에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다. 한 6개월에서 1년을 보고 있다.
핵억지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좀 의외다.
지난해까진 저도 한반도 비핵화론자였다. 이 부분에 대해선 생각이 바뀐 것이다. 진나해까지만해도 아직 비핵화를 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을 보니 1년 안으로 북 핵이 완성될 것 같다. 이제 현실적으로 비핵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핵억지력 가진다고 상황이 달라질까?
북한의 태도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다. 다만 핵억지력은 다른 여러 가지 용도가 있다.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국민들의 불안감도 달래줄 수 있다. 물론 핵억지력을 보유하는데까지 갈 길은 멀어보인다. 중국은 물론이요, 미국도 반대 입장이니까.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로도 이 정도인데, 핵 억지력을 갖겠다고 하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사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최선의 해법’은 없다. 때를 놓쳤다고 본다. 이젠 어쩔 수 없이 ‘플랜B’ 찾아야하는 시점이다. 일정한 손해 감수하고서라도 현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유지하고 다음 방법을 찾아 한다.
문재인 정권 초기에 이 문제에 대해 중국과 분명히 하고 갔어야 했다. 전임 정부의 결정이지 않냐. 다소 비겁해보이긴 해도 인정할 건 깔끔하게 인정하고, 그 다음 단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논의했어야 했다. 엎질러진 물은 닦아내야 하는 법이다. 다시 컵에 집어넣으려 해도 할 수 없다.
북한이 협상을 제의했을 때, 우리의 카드는 뭔가?
사실 마땅한 게 없는 게 한국 정부의 고민거리다. 우리로서 쉬운 상황이 아니다. 북한은 현재 자국 경제를 지나치게 중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때문에 북이 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이 말로는 미군 철수를 외치지만 사실을 미국과의 관계 개선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보다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양국의 외교안보라인 메신저 역할을 하신다고 들었다. 양국의 한반도 상황 인식은 어떤가.
메신저라기보단, 제가 한국인으로서 재미학자로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워싱턴과 서울의 외교안보라인 사람들은 종종 만나 자문도 하고 의견도 전달하고 그럴 기회가 좀 있었다. 이런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좀 걱정되는 부분은 트럼프정부 이후 한미 양국간 실무 라인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지 9개월이 넘었는데 주한미국대사, 국무부 아태차관보 등 실무진이 결정되지 않았다.
실무라인 공백 장기화는 무엇보다 미국 행정부 내에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여론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커진다는 얘기다. 이럴때일수록 한국은 공공외교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가야 한다. ‘미들파워(middle power, 초강대국이나 강대국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법 크거나 혹은 일정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서 외교전략을 짜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