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사학 적폐 청산이 시급하다 - 교육을 빙자한 대학원생 노동 착취

일취월장7 2017. 8. 10. 16:54

사학 적폐 청산이 시급하다

[민교협의 정치시평] 사학 적폐 청산을 위한 제언
2017.08.10 16:18:16   
    
서남대학교 설립자의 자진 폐교신청 소동, 백제예술대학교 가족운영자들의 대학공금 유흥비로의 탕진 등,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다. 

어찌 사학의 비리들이 이들 대학만의 일이겠는가? 그나마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이전 보호대상의 적극적인 방어가 잠시 소강한 상태라서 일부 언론에서나마 대중들에게 알려졌다고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대학의 비정상화로서 사회 황폐화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초 대학 준칙주의로의 전환으로 이미 예상이 되었다. 대학의 비판력 상실에 대한 사실상의 원인으로 대학 설립을 자유롭게 해 준 당시 정치가들과 교육 관료들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당시 이를 입안하여 주도한 세력들에 대해 물어야 할 책임추궁, 일부 양심적인 대학교수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의 구축은 공고하다는 증표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폐교 대학 사학포럼이 열렸다. 폐교로 졸지에 직장을 잃은 동료 교수들을 조금이나마 도우려고 광주에서 새벽 5시 버스를 타고 참석하였다. 사학진흥재단과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대부분은 폐교 대학 사례를 통하여 변칙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학의 실태에 놀라움을 표시하였다. 이날 포럼을 실제로 주도한 오영훈 의원도 그 심각성을 재삼 인식한 듯 폐교 대학의 피해자 격인 교수들과 별도의 간담회를 즉석에서 제안하였다.
  
사학운영 실태는,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그 추악한 사태들이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온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실 필자도 이전에 한국은행, 다국적기업 IBM 등 직장에 근무한 적이 있어 조직체의 생리를 대략 파악은 하고 있다고 나름 자부를 하였다. 그러나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그 내부를 보고 황당함과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주먹구구식 운영이 가능한 것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도 한 두 해가 아닌, 설립년도부터 똑같은 비상식적 운영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지성인으로서 대학교수들의 침묵은 더욱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총체적인 비리여서, 애써 무시한 것이다.
  
필자의 전공은 경영학이다. 어느 정도 기업 경영 등을 이해하고 긍정하고 있는 입장이다. 다만 재무관리 전공자로서, 정보비대칭에 의한 방만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함에도 재정적인 어려움도 없이 그 조직체가 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었다. 오히려 설립자는 수십억 아니 수백억대의 자금을 아무런 감시 통제 없이 사금고로서 이용하고 있었다.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인 집단인 상호저축은행도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사학은 잘못을 저질러도 다시 복귀하는 사례가 예외가 아닌 일상적인 관행이다. 

20세기 사회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가 한국의 사학이다. 
사실 많은 조직체들이 적절한 긴장과 견제를 갖고 자체의 모순을 극복은 해 나간다. 그만큼 자정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경우도 대표적 보수적인 관료집단이지만 노동조합 등 관료성 극복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 

최첨단 인적관리와 자본이 중심이 되어 그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IBM도 공룡 같은 거대 조직체의 의사결정자에 대한 도덕적인 해이 차단과 자본에 의한 부패 예방을 위해 항상 내부 긴장감을 갖도록 제도의 보완을 시도하고 있다.  

채용과정에서부터 현재 한국 대학의 교수 채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절대로 자신들의 자본적인 이해만을 옹호하는 자들을 신입사원으로 선발하지 않고 있다. 동종교배의 문제점을 다국적 자본가들은 잘 알기 때문이다. 조직 자체를 비판할 수 있는 소위 와일드덕(Wild-duck)이라 불리는 인력이 있다. 기존 조직 문화에 순종하지 않고 이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는 다소 이단적인 기질과 성향의 내부 인력을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충원함으로써 자신들 조직의 경직화를 사전에 예방한다. 항상 조직에 긴장감을 갖게 함으로써 조직의 폐쇄화와 내부 부패에 의한 조직 붕괴를 사전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립대학은 그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대학이 설립되고 이를 견제할 그 어떤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있다. 사학은 운영의 대부분 재원을 세금으로 조성되는 자금을 국가로부터 배분받아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제어 장치는 전무한 편이다. 아니 형식적인 감사 기능 등은 갖추고 있지만 이를 감독, 감시할 교육부 관료들과 재직 또는 퇴임 후 자리 마련 등 그들만의 특수한 먹이사슬 관계로 완전히 밀착되어 버렸다. 잘못된 비리를 적발해야 할 감독관청이 상식 밖의 비리를 일상으로 자행하고 있는 사학운영자를 적극 변호하는 기막힌 상황들이 일상으로 행해지고 있는 셈이다. 대학 구성원들도 시정을 위해 제안을 하지만 이를 제보하는 자들은 대학에서 퇴출 등 그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잘못이 정상으로 절대로 환원되지 않고 있다. 교수들은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에 손해를 감수하고 뛰어들 교수는 거의 없다.  

오늘날 사학의 비리에 대하여 주요한 구성원으로서 교수들의 책임도 있다. 교수들은 한 직장에서 평생을 근무하기에 누구보다도 대학 자체의 비리를 잘 인지하고 있다. 물론 그 해결 방법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 특히 사학의 교수 충원 구조 하에서는 교수들로 하여금 이러한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채용과정에서 사립대학은 비판적인 성향이 있는 선비, 학자 성향의 교수보다는 자신들의 비리를 덮어 줄, 아니 공조해 줄 노예적 근성의 직장인을 채용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사학 정상화를 위해 어렵게 싸우고 있는 상지대, 조선대 등 많은 대학의 사례들이 이를 실증해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민심의 힘을 얻어 집권하였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그릇된 길로 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바로 세울 것으로 기대하고 그를 선택하였다. 사실 촛불집회 이전에 이미 대학 교수 등 구성원들이 먼저 나서야만 한 상황이었다. 예전 한국사회에서 그 엄혹한 박정희 군사정권에서조차도 부정의에 대하여 당당하게 맞선 집단이 청년 대학생과 교수들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집권 10년 기간에 확인되었듯이 학생들은 취업이라는 현실 앞에서, 청년으로서 특권인 사회참여에 대해 비켜서 있었다. 상당수 교수들은 관직 출세나 돈줄 확보를 위하여 어용 교수로서 재벌 등 대기업의 일방적인 이익만을 대변하는 지식 장사치로 나섰다. 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할 문재인 정부 1년차에도 이들 불량 교수들의 자기 반성은 행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의 기득권 확보를 위하여 보수언론과 교묘히 공조하여 개혁의 방해세력을 자처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에 맞서 나선 ‘원전마피아’들의 성명을 보라. 정상으로의 정책선회를 바라는 많은 촛불민심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모든 요인은 대학이 대학답게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였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학의 상식 밖의 운영은 단지 사학 구성원들의 피해로만 남지 않는다. 대학에서 발원되어야 할, 아닌 것을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할 비판 정신의 원천적인 차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학의 적폐 청산 없이는 정부의 그 어떤 개혁정책도 추진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린 경험으로 확인하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차별철폐는 헌법32, 33조에서 규정한 기본 노동권의 실현이다.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 교수들의 정당한 권리 회복은 과거 50여년 전 5.16 군사쿠테타로 인해 도둑 맞은 연구자들에게 당연히 되돌려주어야 것들이다. 이는 정치인들의 책무와 역할이다. 사학적폐 청산도 연구자로서 신분 회복과 경제 생활 보장을 통해 교수들의 비판 정신이 회복되면 자연히 해소될 수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사학경영진들의 잘못된 행태를 당연히 비판하고 고발을 하는데 어찌 비상식적인 후진적 관행이 반복될 수 있겠는가?

현 정부의 개혁도 우선 순위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언론 개혁, 법원과 검찰 등 사법 개혁, 경제민주화로서 재벌 개혁 등도 시급히 실천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대학을 대학답게 하는 사학의 적폐 청산을 통한 교육 개혁이 전제되지 않고는 그 어떤 개혁도 이룰 수 없다고 단언한다. 오늘날처럼 다수의 지성인 집단이 불의에 대하여 침묵하고 동조하는 사회는 그 어떤 희망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교육부 해체론이 사람들에 회자 되겠는가? 

이젠 대학은 직업전문학교로서 취업을 준비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자유스럽게 토론하고 사회 잘못을 비판하고 때로는 현장에 적극 결합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노조의 합법화가 필요하다. 공기업과 대기업 등을 우선으로 향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조직체에 단계적으로 적용이 강제화 될 예정에 있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령’ 등을 사립 대학에도 의무 적용하는 방안도 있다.   


교육을 빙자한 대학원생 노동 착취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대학원생이 ‘교육’을 빙자한 ‘도제식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원생의 노동 착취와 인권 문제에 대해 대학과 정부는 방관한다.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8월 10일 목요일 제516호

‘Y대학교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 스마트폰으로 기사들을 검색해본 동료가 말했다. “교수 연구실이라는데?”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다섯 명의 시선이 ‘오복성 패스’처럼 교차했다. 감히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대학원생이네.’ ‘대학원생이군.’ ‘대학원생이야.’ ‘대학원생일걸.’ ‘대학원생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범인은 폭발로 화상을 입은 교수의 소속 학과 대학원생이었다. 범행 동기 또한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교수와의 갈등이 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 검색도 필요 없이 스스로의 지식만으로 사제 폭탄을 만들어낼 정도의 영리함, 택배 상자로 위장한 폭탄을 연구실 문고리에 걸어놓는 과감함, 자신이 결코 붙잡히지 않을 거라 믿는 아둔함을 함께 갖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학원이 만든 괴물이네.” 불어터진 짜장면을 우물거리며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김보경 그림

2014년, 군대에서 일어난 두 개의 사건이 온 나라를 뒤집어놓았다. 선임들한테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숨진 윤 일병 사건과 부대 내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 사건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말이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었다. 일방적 피해자였던 윤 일병은 제쳐놓더라도, 다섯 명이나 숨지게 한 가해자였던 임 병장에 대해 동정 여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군대’라는 조직이 그만큼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는 공통의 인식 때문일 것이다. 군대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이유는? 무조건적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와 특유의 폐쇄성 때문이다.

사제 폭탄과 똥과 팔만대장경이 말하는 것

대학원이라는 조직 또한 어떤 점에선 군대와 비슷하다. 거기에는 ‘교수 연구실에서 폭탄이 폭발했다’는 사실만으로 ‘분노한 대학원생’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임 병장’의 자리에 폭탄을 터트린 Y대 대학원생을 대입한다면, ‘윤 일병’의 자리에는 ‘인분 교수’ 사건의 피해자였던 대학원생이 놓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교수가 설립한 업체에서 일하는 동안 제대로 된 대우는커녕, 야구방망이로 구타당하고 인분(똥)을 먹는 등 실로 잔혹한 꼴을 당해야만 했다. 바깥 사회의 상식으로는 그깟 대학원 당장 때려치우고 경찰에 신고해버리면 그만 아니냐 싶겠지만, 그가 쉬이 그러지 못했던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가 뒤늦게 사건을 공론화시킨 것만도 대단한 용기를 쥐어짜낸 결과였다. 교수는 대학원생의 미래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S대의 한 교수는 대학원생 4명에게 1년 동안 A4 용지 8만 쪽이 넘는 문서를 스캔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S대 팔만대장경 사건’으로 명명된 사건의 해당 교수는 대학 내 인권센터를 통해 인권교육을 이수하는 정도의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고 한다. 단언컨대, 그 대학원생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었다면 이와 같은 반발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대학원생들이 ‘교육’을 빙자한 ‘도제식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원생의 노동 착취와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대학이나 정부 당국도 손 놓고 바라만 보는 실정이다. ‘대학-대학원-학계(또는 관련 업계)’로 연결되는 폐쇄적 구조, 교수와의 관계가 미래를 좌우하는 기형적 시스템이 ‘인분 교수’ 같은 괴물이 서식하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한동안 교수들은 택배로 물건 안 받겠네, 무서워서.” 내가 말했다. “왜? 조교가 먼저 열어보게 하면 되지.” 동료가 장난스럽게 받았다. 우리는 잠시 낄낄대다가 곧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고 자리를 떠났다.



‘열공’ 위해 보고·감시 자처하는 청년들

젊은 층에서 ‘기상스터디’ ‘캠스터디’ 등 SNS 활용한 신종 스터디문화 싹트는 이유

김예린 인턴기자 ㅣ yerinwriter@naver.com | 승인 2017.08.11(금) 14:37:49 | 1451호


1년6개월째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아무개씨(28)는 아침 9시부터 컴퓨터로 화상채팅사이트에 접속한다. 온라인 화상채팅 스터디모임인 ‘캠스터디’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책상만 보이도록 캠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화면에는 교재와 필기도구, 자신의 손만 나온다. 창에 띄워진 다른 화면들을 통해서는 다른 스터디원이 책을 넘기거나 공책에 필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 소속감도 느낀다. 남들도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딴짓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취업이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신종 스터디문화가 싹트고 있다.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사진으로 인증하는 ‘기상스터디’와 일상을 보고하는 ‘생활스터디’,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생방송하는 ‘캠스터디’ 등이 그런 예다. 스터디 참여자들은 규칙적인 생활과 공부 습관을 길러주고 정서적으로 의지가 된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스스로 의지력과 통제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아무개씨가 온라인 화생채팅사이트 ‘어피어인’으로 ‘캠스터디’를 하고 있는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아무개씨가 온라인 화생채팅사이트 ‘어피어인’으로 ‘캠스터디’를 하고 있는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누군가 날 본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공부”

 

온라인 스터디는 서로 감시하고 자극하면서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이뤄진다. 김씨가 한 달째 운영 중인 캠스터디도 이런 경우다. 이 스터디의 목표는 아침 9시부터 밤 12시 사이에 9시간을 공부하는 것이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매일 9시간씩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부하는 모습을 생방송한다. 학습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벌점을 매기고 벌점 1점당 5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김씨는 “자율적으로 공부가 안 돼 캠스터디를 시작했더니 정해진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학습시간이 모자라거나 스터디에 빠지면 벌금을 내야 하니까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캠스터디는 불안감을 달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는 “혼자 공부하면 내가 잘하고 있나 불안해진다. 그런데 스터디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면 이들 중 합격자도 나오니까 이렇게 계속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싶다”고 설명했다. 타인을 의식하고 자신과 비교하면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 1년 넘게 캠스터디를 하고 있는 행정공무원 준비생 우아무개씨(25)도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서로 누적된 공부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계속 비교하면서 자신을 다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상스터디도 인기다. 2년째 행정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송아무개씨(25)는 매일 아침 7시에 휴대폰 카메라로 치약 묻힌 칫솔을 촬영해 카톡방에 공유한다.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증하기 위해서다. 송씨는 “혼자 일찍 일어나기 힘든데 스터디를 통해 강제성을 부여하니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도서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출석체크 스터디’와 하루 학습계획이나 달성 정도를 보고하는 ‘생활스터디’ 등 일상을 공유하는 다양한 스터디들이 생겨나고 있다.

 

스터디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자체적으로 정한 규칙에 따른 상벌체계가 확실하다보니 규칙적인 생활 및 공부습관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론사시험을 준비하는 한아무개씨의 기상스터디는 정해진 시간에 기상을 인증하지 못할 경우 팀원 모두에게 1000원가량의 기프티콘을 돌린다. 한씨는 “다른 팀원이 3명 있어서 하루라도 늦게 일어나면 최소 3000원이 든다. 벌금이 세다보니 억지로라도 일어나게 되면서 하루를 알차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격려 취지의 상을 주기도 한다. 생활스터디를 하고 있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홍아무개씨는 “하루 목표량을 제일 잘 채운 팀원에게 주 1회 1000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보내는데 나름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 “언제까지 남에게 의존할 순 없어”

 

효율성도 온라인 스터디의 장점으로 꼽힌다. 7개월간 기상스터디에 참여했던 언론사 취업준비생 손아무개씨(26)는 “온라인으로 하면 오프라인 스터디에서처럼 팀원들을 만나는 데 소비되는 시간을 공부에 더 투자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온라인 스터디의 특성상 구속력이 약하다는 한계도 있다. 규칙을 어기고 잠적하거나 갑자기 그만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캠스터디 운영자인 김씨는 “예치금 5000원을 미리 걷어서 스터디 규칙을 어길 시 벌금을 매겨 차감한다. 그러나 그리 큰 액수가 아니어서 갑자기 ‘잠수’를 타는 이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온라인 스터디 문화가 성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나친 취업난과 경쟁으로 불안과 좌절을 느끼는 청년들이 스스로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기 위해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한 “어릴 때부터 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부모가 관여하다보니 스스로 해나가는 힘이 떨어지면서 상대에게 의존하게 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성인이 되어서까지 외부통제에 의존하는 배경에는 개개인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교육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체성을 상실했다는 프레임으로는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절대 수동적이거나 의타적인 게 아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같이 모여서 고민을 나누고 서로 압박해주는 문화 자체가 각박하고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스터디로 도움은 얻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의 의지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로 자극은 되겠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부여를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의식하고 하는 것은 자칫하면 공부의 집중도라든가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혜숙 교수도 “스터디에 의지해 자기 통제력과 자신감을 얻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스스로 관리해보려고 해야 한다. 언제까지 남에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