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당신은 어느 대학 출신입니까?"

일취월장7 2017. 7. 22. 09:54

[新 청춘백서] (상) "당신은 어느 대학 출신입니까?"

이혁 입력 2017.07.22. 09:00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블루칼라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인가? 화이트칼라 (샐러리맨이나 사무직 노동자) 인가? 이 질문에 대부분 화이트칼라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화이트칼라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당신이 지금 학생이라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할 것이다. 좋은 대학이 화이트칼라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서울 유명 사립고에 다니는 김준영(가명·19)군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사교육을 받았다. 친구들도 같이 하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친구들과 의가 상할 때도 간혹 있다.

준영군은 “학교는 마치 동물의 왕국 같다”며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성격도 다혈질로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은 저를 좋은 대학에 보내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하고 어떤 것에 관심 있고 좋아하는지 모른다”며 “부모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계속 밀어붙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아직 가고 싶은 대학교와 학과가 없다고 밝힌 준영군은 “고민이 너무 많다. 형제가 없어서 부모님과 상의하고 싶지만 늘 바쁘셔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며 “이젠 외로움에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적응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꿈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올해 외고에 입학한 서혜영(가명·17)양은 하루에 5시간 이상 자는 것이 소원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조기교육을 엄격하게 받아온 탓에 스케줄이 웬만한 직장인들보다 빠듯하기 때문이다.

혜영양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수영을 한다. 그리고 학교 수업을 마치면 학원에 가서 과목별로 보충수업을 듣고 밤 11시쯤 집에 도착해 예습까지 철저히 한다. 그러다 보면 시계는 어느덧 새벽 2시를 가리킨다.

혜영양은 “부모님이 학원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려서부터 거기에 맞춰 짜인 스케줄대로 움직였다”며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미래를 위해 꾹 참는다”고 말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에 대해 “좋은 대학을 가야 성공할 수 있고, 그래야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판사가 되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어 “언니가 두 명이 있는데 똑같이 생활했다”며 “큰언니는 대기업, 작은언니는 우리나라 최상위권 대학에 다닌다”라고 밝혔다.

혜영양은 지하철에서도 단어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리고 방학을 하면 더 바빠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방학을 하면 학교 수업이 없기 때문에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며 “지금까지 잘 버텨왔기 때문에 꿈을 위해 더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교육열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 대한민국. 초중고 12년간 오로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다. 틀에 박힌 교육에 찌들어 있고, 본인의 성향보다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다.

대학 알리미 통계 분석 결과, 2016년 기준으로 수도권 대학은 111개, 지방 대학은 22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은 수도권은 1,080,031명, 지방은 1,339,299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는 대학 정원보다 신입생이 많지만 저출산 영향으로 내년부터는 대입 정원이 남아돌고 2023년에는 최대 11만 명이 모자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학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많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신입생 유치에 열을 올리며 학문을 수양하기보다 취업률 높이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기 없는 학과는 없어지고 교육의 질도 낮아지고 있다. 오로지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을 가는 꼴이다. 마치 취업 양성소 같은 느낌이다.

지난해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555만 원이었다. 가장 비싼 곳은 810만 원을 훌쩍 넘긴 곳도 있었다. 반면 장학금은 대체로 박했다. 과 수석을 해도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곳도 흔했다.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더하면 대학생 1인당 1년에 평균 천만 원 가까이 쓴다. 청춘들이 대학 졸업 후 몇 천만 원의 빚을 지는 이유는 결국 비싼 등록금 때문인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평범하게 잘 사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장민수(가명·33)씨는 요즘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블루칼라이지만 직장도 안정됐고, 자산도 어느새 2억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민수씨는 “요즘 대학을 졸업해도 놀고 있는 친구들도 많고, 처우 때문에 이직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자주 본다”며 “지금은 제가 선택했던 길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여전히 인문계를 선호하고 실업계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지만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대학이 꼭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대학을 꼭 가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사회생활을 할 때 어느 대학 출신인지 빈번하게 묻는다. 서류전형이나 면접을 볼 때도 영향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대학을 무조건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갈 수 있는 길이 많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다만, 사회적으로 학벌에 대한 시선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대학 간판보다 중요한 건 개개인의 능력이다. 학벌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인재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