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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시급 1만원’은 화산 폭발의 충격 - 현재 창업시장의 화두는 ‘성공’ 아닌 ‘생존’

일취월장7 2017. 6. 23. 15:52

자영업자들, ‘시급 1만원’은 화산 폭발의 충격

[김유진의 시사미식]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 시대가 되면 식당들 줄줄이 폐점” 우려

김유진 푸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1(일) 10:30:00 | 1442호


얼마 전 중요한 모임이 있었다. 여러 분야의 관계자들과 대한민국 자영업 살리기 프로젝트 논의차 모인 자리다 보니 별의별 아이디어가 다 등장했다. 식당에서 자연스레 시간이 길어졌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어가자 주인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마감해야 한단다. 반취 상태의 중년들이 콧소리를 섞어가며 애원했지만 그녀의 태도는 단호했다. “요새 사람 구할 수가 없어서요. 거기다 또 시급 올려줘야 한다잖아요.”

 

자의반 타의반 가게를 나선 우리는 24시간 영업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안주는 ‘문재인 정부와 시급’이었다. 대통령을 삼촌처럼 여기는 반절과 생각이 많이 다른 반절은 무려 2시간 가까운 취중진담을 이어갔지만 결론은 없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늦잠을 포기했다. 주인공은 수원에서 배달업을 하는 젊은 총각. 필자 강의를 예닐곱 차례 들은 양반이라 통화를 거절할 수 없었다. “선생님, 시급 1만원이면 다 죽는 거 아닌가요. 혹시 장점도 있나요?”

 

두통에 메슥거림에 편치 않은 속이지만, 막내 동생 대하듯 관계를 맺어온 터라 냉수 한 컵 들이켜고 설명을 시작했다. 정답은 없다. 물론 소규모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거다. 남들은 이제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환호하는데 나만 발목이 묶이는가 싶으니 더더욱 분통이 터질 것이다. “시급이 늘어난 만큼 소비로 이어질 테고, 아무리 절약하고 아낀다고 해도 결국 시급은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 그 돈을 소비하려는 소비 주체들이 당신의 가게로 찾아올 테고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한 시간 가까이 이 소리를 수화기 너머에 토스했다.

 

© 일러스트 김세중

© 일러스트 김세중


 

일할 사람이 없어 비명 지르는 외식업계

 

머리가 띵하다. 바람도 쐬고 해장도 할 겸 곰탕집을 찾았다. 토요일 오전 오피스타운은 공동묘지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식당에서 주 5일제를 시행하기도 어렵고. 아주머니 한 분이 주방에서 나온다. “뭐 드시게요?” 규모가 좀 돼 보이는 식당인데도 혼자 영업을 하시는 모양이다. “국밥 한 그릇 주세요.” 필자 뒤를 쫓듯 두어 명의 건장한 청년들 역시 벌건 토끼눈으로 들어와 국밥을 주문한다. 호닥호닥 정신이 없다. 인간은 본인이 보고 싶은 거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거만 기억하는 습관이 있다. 메뉴판 옆에 붙은 안내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직원모집’ 조건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지원자가 거의 없는 모양이다. “저거 붙인 지 한 달 넘었어요. 아예 전화 한 통 오지 않아요.” “혹시 식당에 붙이셔서 그런 거 아니에요?” “여기저기 광고를 냈는데도 연락이 없기에 가게에도 붙인 거예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식업자들이 비명을 지르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라 전체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인데 일할 사람이 없어 비명을 지르는 곳이 바로 외식업계다. 자리 보존을 위해 최저시급을 포기하고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분들의 부당한 일화가 공분을 사는 세상에 최저시급보다 많이 제시해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동동거리는 곳이 바로 외식업계란 말이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갈빗집·횟집처럼 노동 강도가 높고 남이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를 만져가며 지저분한 테이블을 치워야 하는 식당보다는 ‘스타××’나 ‘CG○’ 같은 곳으로만 사람이 몰린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에서 알바를 하면 4대 보험의 본인 분담금 공제를 당연시하면서도 개인 업장에 와서는 세금을 왜 떼느냐고 항의하는 게 부지기수다. 이미 이런 악조건 속에서 하루하루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시급 1만원은 화산 폭발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제조업, 이사 업체마저 외국인 노동자가 채운 지 오래지만, 손님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외식업은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을 고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무보수 가족 종사자들의 12시간 넘는 초고강도 노동으로 이어가면서도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벌이가 전부인 곳이 부지기수란 말이다.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적용된 건 1988년의 일이다. 1950년대 초,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시행하는 데까지 무려 30년이 넘게 걸렸다.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은 국가가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마지노선을 정하고, 그 이상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규제하는 거다. 부의 균형을 이루고 좀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철학이 배경이 된다. 덕분에 이 땅의 근로자들은 매년 크지는 않지만 법적 테두리 안에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한데 아무리 좋은 제도도 피해자가 발생하면 그 의미가 희석되기 마련이다. 특히 본격적 불황에 들어선 우리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근로자도 살아야 하지만, 소규모 자영업자도 살아야 한다. 임대료·식재료원가·인건비·제세공과금이 다 상승하는 상황에서 그 누가 자영업에 뛰어들겠냐 말이다.

 

대기업이 주는 시급과 연간 매출 1억원이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자영업자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일정 정도 이하의 자산 규모나 매출을 올리는 업장에는 차별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누가 적게 주는 곳에서 일을 하겠냐고? 일리 있는 소리다. 그래도 그나마 약자를 보호하는 건 이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적용 시기도, 그리고 최저시급도 차등을 두면 좋겠다. 어차피 현재도 최저시급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오너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니 무조건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조금만 유예를 두자는 생각이다. 만약 외식업 오너 중에 국회의원이라도 한 명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선거공약과 전략을 짤 때 이런 심각한 상황이 조금만 보고되었더라도 시급 1만원에 대한 규정이 좀 더 세분화되지 않았을까? 물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 하지만 강기갑 전 의원처럼 이단옆차기를 해서라도 자영업자들의 방패 하나쯤은 만들어주고 진행하지 않았을까?

 

표현이 좀 거칠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심각하다. 국민이 도산을 하면 정부도 별 방도가 없다. 임대료와 인건비는 하염없이 오르는데 그나마 비용과 시간을 좀 줄일 수 있는 일회용품마저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돼지도 위하고, 소도 위하면서 왜 자영업자는 위하지 않는 걸까? 자영업자들에 의해 버려지는 일회용품들과 대기업에서 네이팜탄처럼 쏟아내는 일회용품 중 어느 쪽이 더 환경을 해칠까? 그렇지 않아도 새 정부에 태클을 거는 이들이 많아 복잡할 시기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하지만 꼭 한 번 생각해 보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2020년까지 시급 1만원 시대가 되면 폐점을 하고 말 자영업자들도 무진장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최저임금은 있는데, 최고임금은 왜 없을까(上)

[이민우 기자의 If] CEO 연봉, 일반직원 대비 최고 63배…최저임금과 500배 격차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2(목) 14:00:00


얼마 전 직장인들이 깜짝 놀랄 만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일반 직원들보다 최고 63배가량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가 지난 3월 공시된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28곳의 2016년도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격차가 가장 큰 기업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였습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모두 66억9800만원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의 일반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1억700만원)의 62.6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다른 회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봉 차가 두 번째로 큰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56.5배)였습니다.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4100만원인데 비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의 연봉은 23억1700만원에 달했습니다. LG생활건강(50.1배)과 SK이노베이션(34.4배), 네이버(34.5배), LG디스플레이(32.3배) 등도 일반 직원과 CEO 사이의 연봉 격차가 컸습니다. 조사 대상 28개 기업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CEO와 직원 연봉의 차이는 평균 21.9배였습니다.

 

여기서 놀라기엔 아직 이릅니다. 그나마도 오너의 연봉은 배제한 수치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2013년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뒤 100억원 이하 단위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 사는 사람들

 

지난해 ‘연봉킹’에 오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간당 얼마를 벌어들이고 있을까요. 근로시간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최대 근로시간(주 68시간)을 모두 일했다고 가정할 경우 권 부회장의 시급은 약 189만원입니다. 201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분석한 근로자 평균 근로시간(1년 2113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시급은 317만원까지 급등합니다. 근로자 평균 월급(2015년 기준 273만원)보다 많은 돈을 한 시간 만에 벌어들이는 셈입니다.

 

2017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오는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올해부터 약 1000원 이상을 올려야 가능한 수치입니다. 벌써 자영업자들과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싸우는 ‘을(乙)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는 50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자영업자수도 57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에게 누군가 시간당 수백만원을 벌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그저 드라마에 나오는 엘리트들의 삶일 뿐입니다. 이들에겐 당장 자신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최저임금 몇천원이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시급 6470원과 시급 317만원의 노동 가치

 

흔히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고 말합니다. 근로기준법에도 명확히 근로의 대가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언급했던 시장주의자 애덤 스미스는 임금 격차에 대해 작업 환경의 차이, 교육 훈련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투자한 비용, 시간 등을 고려하면 단순생산직 근로자보다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인류 역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 1위로 꼽히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는 노동 가치의 본질을 노동 시간으로 환산하려고 합니다.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선 기술력, 숙련도의 차이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임금 격차는 재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로 규정합니다.

 

그렇다면 시간당 6470원을 버는 사람과 시간당 317만원을 버는 사람의 대가는 무엇에 의해 규정이 될까요. 그들이 노동을 통해 행한 대가가 정말 500배 가까운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 일반 직원들의 작업 환경과 교육 훈련의 정도, 기술력이나 숙련도가 60배 넘는 가치의 차이를 발생시킬까요.



왜 같은 '을'끼리 최저임금 두고 싸우나?

[복지국가SOCIETY] 영세 자영업자 위해 임대료와 불공정 행위 규제를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소식이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9년 만에 상대적으로 노동 친화적인 정권이 들어섰고,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치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두 축을 형성하는 민주노총이 노사정 위원회를 탈퇴한 지 18년 만에 중앙정부가 만든 논의 기구인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근로자 위원 이 전원 사퇴하면서 사용자 측과 정부 측만 남았던 최저임금위원회에도 모든 근로자 위원들이 다시 복귀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특별한 이유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 9명, 경영계 및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 9명,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 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 중의 절반이 출석해야 하고 출석한 위원 중 절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작년의 경우, 근로자 위원들은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인상을 통해 7000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본 반면, 사용자 측에서는 동결을 주장하면서 팽팽하게 대결했다.

그러다가 근로자 측 위원들이 퇴장한 후 위원 16명(사용자 측에서 소상공인 대표 2명 퇴장)이 논의한 끝에 사용자 측에서 제시한 6470원을 공익위원들이 받아들이면서 전년보다도 낮은 7.3%의 인상만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과 함께 정부가 임명한 공익 위원들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상대적으로 기업 친화적인 박근혜 정권이 임명했던 공익 위원들이기에 경영계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최저임금위원회는 다르다. 먼저 새로 출범한 정부 자체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노동 친화적 정부이다. 또한 취임 한 달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80%를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강력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두 자릿수 인상을 통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는 발표까지 하면서 근로자 측 위원들의 복귀를 설득했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익위원들이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이런 기조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것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 인상(7110원 이상) 가능성은 높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위원회를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최저임금 1만 원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상황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우리나라 헌법에는 최저임금제의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제32조에 따르면 노동자의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적정 임금의 지급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동시에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구체화한 최저임금법에서도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주목적으로 삼고 있다. 

즉,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제도라는 사실에 우리 사회가 합의한 것이다. 또한 유엔이나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최저임금제를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을' 간의 싸움이 되어버린 최저임금 1만 원 논란 

이처럼 최저임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법률에 명문화될 만큼 사회적 합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올리는 데 대해서는 왜 이렇게 많은 논란이 일고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주로 다음의 두 가지 논란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 

먼저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에 대해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계 측에서는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지금의 최저임금이 턱없이 낮다고 보는 반면, 사용자 측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게 유지되었다고 본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14위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88년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래로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9.8% 정도로 일반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 인상률인 9.5%보다 약간 높다. (김유선. '최저임금 적정수준과 고용효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5.) 하지만 최저임금제가 처음 도입될 당시의 최저임금은 당시 기준으로 담배 한 갑과 짜장면 한 그릇도 못 살 정도로 지나치게 낮았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가치를 따지면 지금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이었다.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고 해서 지금의 최저임금이 적정 수준이라고 볼 수도 없다. 3년 전인 2014년 기준 1인 근로자의 월 평균 생계비가 155만 원인데, 이는 2017년 최저임금 135만 원을 기준으로 해도 20만 원이나 모자란다. 홀로 도시락이나 편의점을 이용하지 않고 음식점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경우 평균 7050원을 쓴다고 하니 직장 동료와 같이 점심 한 끼 때우기도 어렵다. 

국제 비교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OECD는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으로 평균임금의 50%를 권고했지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13년 기준으로 평균 임금의 35%에 불과하다. 특히,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 OECD 26개국 중 19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북유럽 국가들이나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8개국의 경우 최저임금제가 필요 없을 만큼 이미 높은 수준의 임금 최저선이 적용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은 훨씬 더 낮아질 것이다. (김현경. 'OECD 국가의 최저임금제와 빈곤탈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 

따라서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는 게 당연하다. 

2)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피해 계층 

다음으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중소 영세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어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고용을 급격하게 줄인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중소 영세자영업자들은 몰락하고 최저임금제의 주요 대상자였던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사라져 오히려 경제 전체적으로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임금이 상승하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고통은 인건비가 아니다. 바로 과도한 상권 경쟁과 높은 임대료다. 특히, 골목 상권까지 침범하는 재벌 유통 대기업으로 인해 동일 업종 소규모 업체 간의 경쟁이 나날이 더 치열해지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진흥회의 '소상공인 2016 경영실태 및 2017년 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영이 악화된 주된 요인은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경기적 요인을 제외하면 '동일 업종 간 경쟁 심화'이다.

나날이 치솟는 임대료도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국내 자영업 폐업률 결정 요인 분석(남윤미. '국내 자영업 폐업률 결정 요인 분석'.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2017.)'에 따르면 임대료 상승은 폐업 위험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설사 장사가 잘 되더라도 상가 임대료는 더 많이 올라 오히려 내쫓기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이 이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껴안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까지 감당하라고 하니,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영업자들은 건물주에게는 임대료를, 가맹점 본사에게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을보다 을'의 입장에 있는 아르바이트 청년들의 임금이다. 그나마 최저임금으로 겨우 살아가는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쥐어짜거나 해고해버리는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을'끼리 뺏고 뺏기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프레시안(최형락)


'갑'은 어디에? 

그렇다면 현행 구조 속에서 가장 이득을 보고 있는 쪽은 누구일까? 바로 소수의 기득권층과 재벌 대기업이다. 높은 임대료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 증가액은 하위 20% 계층의 9배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임금이 1% 오르는 동안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인상률은 4.6%에 이르렀다. '을'끼리 싸우는 동안 소수 계층이 부를 독식하는 불평등한 구조는 더욱 더 심화됐다.  

70%에 이르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높은 수수료와 부당하게 값비싼 원자재 비용, 폐업 위기에 몰릴 만큼 가파르게 올라가는 임대료가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배를 불리는 동안, 인건비를 둘러싼 중소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근로자 간의 다툼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의 필요성과 방향 : '을' 간의 연합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은 이런 불평등한 구조를 계속해서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그냥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유효 수요의 증가로 이어진다. 즉, 노동자들의 커피 한 잔이나 치킨 한 마리 값이 되어 주변 상인들에게로 되돌아간다. 실제로 독일도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임금이 크게 올랐지만, 동시에 소비의 증가로 이어져 고용 창출 효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즉, 최저임금의 인상은 '을 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을 간의 연대'인 것이다.

물론 이런 긍정적 효과를 확대하고 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가하는 부당한 압력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치솟는 임대료 인상률을 통제하고 영세 자영업자의 임차권을 보호해야 한다. 이는 그간 자영업자들이 부담했던 과도한 비용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부담 여력이 부족한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는 두루누리 사업의 확대와 같은 사회보험료 대납, 조세 감면, 보조금 지급 등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을 간의 연대' 이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찔끔찔끔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도, 자영업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할 수도 없다. 두 자릿수 인상을 통해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수준으로 점차 현실화될수록 우리 경제에도 활력이 생겨 자영업자들의 생활도 함께 나아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소득분위별 실질 구매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는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중심의 소득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직접적으로 저소득 근로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정책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소득 인상 정책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경영계 측은 최저임금 인상이 지금의 '경제 현실'을 볼 때 무리라고 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경제 현실'은 무엇일까? 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고통받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높은 임대료와 골목 상권까지 위협하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침투로 고통받는 지금의 경제 현실은 정상적인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경영계 측의 배후에는 지금 이 상태로 가장 이익을 보는 기득권 집단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최저임금의 실현은 소수의 '갑'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다수의 '을'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최저임금 논의에 소상공인 처지도 살펴야)


'시급 1만 원' 고깃집, 1년 후 괜찮을까?

신나리 입력 2017.06.22. 09:40            

[만원이 이상해?①] 괜찮은 직원 뽑고 싶어 시작한 실험.. "영세업자 제 살 깎기 안돼"

[오마이뉴스신나리 기자]

‘최저임금 1만 원’을 두고 시끌벅적합니다. 보수언론과 재계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 1만 원을 주는 고깃집 사장님이 있고, 편의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하는 비용과 카드수수료 등을 줄일 수 있다면 시급 1만 원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와 마주 앉아 시급 1만 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정말 이상한 일일까요? <오마이뉴스>는 최저임금 1만 원의 실현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이 곳의 실험과 모험을 응원합니다."

서교동 한 고깃집의 소식을 알리는 SNS 게시글에는 유독 응원글이 많다. 이 고깃집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건 사장인 도승환(32)씨의 실험 때문이다. 그는 지난 5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구하며 최저임금 1만 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추진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도씨의 '시급 1만 원 지급'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 고깃집의 실험 일주일 중 가장 붐빈다는 금요일. 16일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그의 가게에서 함께 일했다.
ⓒ 신나리
"현실 보라" 충고 있지만...

"큰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괜찮은 직원을 뽑고 싶었어요. 같이 일하면서 나만큼 행복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요. 그러려면 돈을 조금 더 줘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도씨가 시급 1만 원을 내건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가게와 '같이 커나갈' 사람, 도씨가 보기에 '괜찮은 직원'을 뽑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급 1만 원은 당근이었다. 보통 고깃집에서 서빙을 할 경우 시급은 최저임금인 6470원부터 8000원까지가 대부분이다.

숯을 넣고 판을 갈며 수시로 무거운 것을 드는 고깃집 일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사이에서도 쉽지 않은 일로 통한다. 고깃집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시급이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이유다. 도씨가 올린 구인공고에 사람이 몰렸다. 그는 20여 명을 면접한 끝에 평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함께 할 사람을 뽑았다.

그의 실험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일주일 중 가장 붐빈다는 금요일. 지난 16일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그의 가게에서 함께 일했다.

서빙과 요리, 설거지까지... 1인 다역의 아르바이트

▲ 1인 다역 이곳의 아르바이트 노동자 한성령씨는 주방과 홀을 오가며 일을 한다. 바쁠때는 그가 대신 요리를 하기도 한다.
ⓒ 신나리
시급 1만 원을 받아 덩달아 유명세를 탄 아르바이트 노동자 한성령(22)씨는 오후 6시 전, 가게에 도착했다. 가게 안 테이블을 쓱 둘러본 그는 행주를 들고 테이블과 환풍기를 닦았다. 밑반찬을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챙기는 것도 그의 몫이다. 오후 6시 45분 첫 손님 3명이 왔다. 사장인 도씨가 고기를 준비하는 동안 한씨는 숯불 앞에 섰다. 기자는 밑반찬을 내갔다.

오후 7시가 넘자 다른 테이블이 찼다. 7시 45분 SNS를 통해 예약한 손님 4명이 도착해 세 번째 테이블에 앉았다. 첫 번째 테이블 손님이 김치찌개와 돼지고기를 추가로 주문했다. 두 번째 테이블은 음료수를 찾았다. 수시로 밑반찬을 챙겨야 했다. 세 번째 테이블의 숯에 불이 잘 붙지 않았는지 고기가 잘 익지 않는다고 해 숯도 갈아야 했다.

주방은 더 분주해졌다. 도씨 혼자 찌개를 끓이며 고기를 챙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씨는 한동안 주방에서 찌개를 끓이고 파채를 썰고 마늘을 다져가며 주방일을 도왔다. 8시 20분께 가게의 6개 테이블 중 4개 테이블이 찼다. 밑반찬부터 숯불과 고기, 찌개와 불판 갈기가 다시 반복됐다. 기자가 홀에서 주문을 받고 판을 갈며 음식을 내어가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소주와 맥주를 찾았다.

▲ 1인 다역의 아르바이트  4개 테이블을 돌며 "부족한 것 없으시냐"고 묻다가도 주방에 들어가 돼지고기 세트메뉴에 들어갈 호박을 다듬었다.
ⓒ 신나리
한씨는 재빠르게 주방에서 나와 냉장고 문을 열고 술을 내갔다. 4개 테이블을 돌며 "부족한 것 없으시냐"고 묻다가도 주방에 들어가 돼지고기 세트메뉴에 들어갈 호박을 다듬었다. 앞 접시가 모자라 중간에 설거지하기도 했다.

"이런 곳이 잘 돼야"... "정부, 기업의 책임 없이는 안돼"

▲ "사장님 파이팅" 도씨의 실험 때문에 가게를 찾은 손님도 있었다. 고깃집을 찾은 이주환(35)씨는 “본인의 살을 깎아서 옳은 방향으로 나가려는 이런 곳이 잘 돼야 한다”며 “응원하러 왔다”고 했다.
ⓒ 신나리


도씨의 실험 때문에 가게를 찾은 손님도 있었다. 네 번째 손님인 이주환(35)씨는 앉자마자 "여기가 시급 1만원 주는 곳 맞냐"고 물었다. "맞다"고 하자 그는 "본인의 살을 깎아서 옳은 방향으로 나가려는 이런 곳이 잘 돼야 한다"며 "응원하러 왔다"고 했다. 이 고깃집을 꼭 가야한다고 친구들을 불러 모은 것도 그였다. 이씨는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사장님 같은 분이 많아져야 최저임금 1만 원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밑에서부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친구는 생각이 달랐다. 며칠 전, 최저임금을 두고 이씨와 두 시간 동안 토론했다는 고기훈(35)씨는 "지금처럼 아무 준비 없이 최저임금 1만 원이 시행되면 미세기업은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름붙인 '미세기업'은 한국에 미세먼지처럼 많이 퍼져있으면서도 4대 보험이 되는 기업을 부러워할 정도의 열악한 기업을 말한다. 고씨는 미세기업을 운영하기도 했고 그곳에 속해 일하기도 했다.

고씨가 우려하는 것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시행할 만한 시스템이 완성됐냐는 점이다. 그는 "시간당 1만 원이면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월급이 160만 원"이라며 "어느 중소기업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고용주가 감당할 수 있겠나"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간단한 산수만 해도 이는 고용주 입장에서 버거운 금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두 명 쓸 사람을 한 명만 쓰거나 고용주 혼자 죽어나는 꼴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 최저임금 갑론을박 세 명의 친구와 고깃집을 찾은 박담선(28)씨는 “지금의 최저임금인 6470원으로는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먹는다”면서도 영세자영업자의 고충도 살폈다.
ⓒ 김종훈
SNS로 예약해 세 명의 친구와 고깃집을 찾은 박담선(28)씨는 대학생 때의 경험을 떠올렸다. 박씨는 "제일 시급이 많았던 아르바이트는 5시간 일하고 10만 원을 받은 나레이터 모델 일이었다"며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급이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최저임금인 6470원으로는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먹는다"면서도 영세자영업자의 고충도 살폈다. 박씨는 "주위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급을 올려 줄 여건이 안 된다더라"며 "영세자영업자의 상황을 고려한 사회적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옆에서 고기쌈을 먹던 서정훈(28)씨는 최저임금 1만 원을 '양날의 검'이라 칭했다. 서씨는 "시급이 오르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은 오르지만, 두 사람 뽑을 것 한 사람만 뽑아 결국 일이 고되지는 것 아니겠냐"라면서도 "5인 이하 업체에서 시급 1만 원을 했을 때 2000원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고깃집을 찾았던 지성국(29)씨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기업이 나서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씨는 "누나가 옷 가게에서 매니저를 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우 아르바이트 인원을 신고하면 월급은 기업에서 준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식 있는 영세자영업자 몇 명이 시급 1만 원을 줄 게 아니라 기업유보금이 700조 원이 된다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앞서 시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1년 후, 도씨는 실험을 이어갈 수 있을까

▲ 도승환씨의 실험 도씨가 시급 1만 원을 내건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가게와 ‘같이 커나갈’ 사람, 도씨가 보기에 ‘괜찮은 직원’을 뽑고 싶었기 때문이다
ⓒ 신나리


고깃집에서 만난 이들은 '최저임금 6470원'이 "심하게 적은 금액"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시급 1만 원'이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드러냈다. 고용을 줄여 결국 업무 과부하가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영세자영업자 몇 명의 시도가 아닌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조언도 더했다. 도씨가 그간 받아온 우려와도 비슷했다.

도씨 역시 '당장의 한계'에는 동의 했다. 그는 "지금은 아르바이트생과 단 둘이 이 매장과 주방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게가 조금 더 잘 되면 또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 있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밝혔다.

도씨는 처음 가게를 열며, 3개월의 목표를 세웠다. 첫 달은 월세만큼만 벌 것, 둘째 달은 여기에 더해 아르바이트 임금까지 벌 것, 셋째 달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보다는 자신이 더 벌 것. 1년 후,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어가고 있을까.


독일서 최저임금 올렸더니, 깜짝 놀랄 변화가 일어났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우울증 특효약, 최저임금 1만 원
2017.06.12 11:34:23

"딸이 입던 늘어난 티셔츠만 입던 내 몸에 예쁜 블라우스도 입혀볼 수 있겠지."
"중2 아들 컴퓨터도 성능 좋은 걸로 하나 사주면 멋진 아빠라고 하겠지."
"당신 용돈도 쓰지 못하는 부모님께 돈 보내달라는 전화를 하지 않아도 될 거야."
"아이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지 않아도 될 거야."
"서로 양보하느라 적은 양임에도 남길 수밖에 없던 치킨, 한마리가 아닌 두마리를 시킬 수 있겠지." 

최저임금 1만 원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된 '만원행동'에서 대선 기간에 '최저임금이 1만 원이라면'을 주제로 한 줄 스토리를 공모했다. SNS를 통해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소망을 적어주셨는데, 그 중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던 스토리 중 몇 개다.

최저임금 1만 원, 일각에서는 영세상인·소상공인 모조리 망해 경제가 결딴난다며 공포심을 조장한다. 하지만 시민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 원에 소박한 꿈을 담고 있다. 특히 위에 열거한 스토리에서는 '가족'과 '여유'라는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필시 가족을 구성하고 생계를 책임지는 중년층이 적어주셨을 얘기들, 한국의 저임금 구조는 가족과 함께 저 정도의 여유를 누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흔히들 최저임금은 젊은 층에게나 적용되는 것처럼 알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1988년)된 초기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숱한 구조조정·비정규직화를 거듭한 한국 사회는 저임금의 고통을 모든 세대로 확장해 놓았다. 낮은 최저임금과 저임금 구조는 우리 사회 오랜 기간 쌓여온 '노동 적폐'라고 부를 만하다. 그렇다면 좀 더 젊은 층은 어떤 소망을 적어 넣었을까?

▲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가 남긴 유서. ⓒ서울지방경찰청


'꿈'과 '여유' 

"500원 더 싼 밥을 고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거야." 
"종합건강검진도 받고 학자금 대출도 갚을 수 있을 거야."
"장학금과 아르바이트 사이의 고민이 없어질 것이다." 
"편의점 계산대가 아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겠지."
"생계가 무서워 포기했던 꿈을 다시 꿀 수 있을 거야." 
"매년 여름 20~30만 원을 들고 친구들과 휴가를 갈 거야."
"술 한 잔 할래? 친구에게 먼저 말할 수 있게 되겠지." 
"파란신호를 5초 앞둔 신호등 앞에서, 막 닫히려는 지하철 문에 아슬아슬하게 뛰어들지 않을 거야." 

젊은 층이 적어준 스토리에서 읽을 수 있는 키워드는 '꿈'과 '여유'다. 공부하는 알바? 알바하는 학생? 정체성이 헷갈릴 정도로 알바와 학업을 병행해야 했던 이들이 여유를 갖고 꿈을 꿀 수 있게 된다는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앞선 스토리들은 이런 여유를 '가족'과 누리려 했다면, 젊은 층은 그 자리에 '친구'를 추가한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 1만 원은 가족·친구와 함께 여유와 꿈이 충만한 사회를 상징한다. 단순히 '월급 액수'가 아니라 '삶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기업의 후원을 받은 학자들이 경제학 원론을 들이밀며 최저임금 1만 원은 고용불안을 야기한다고 떠들어대도,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최저임금 1만 원 요구에 환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돈이 아니라 사람답게 여유롭게 살 권리, 즉 인권이다.

경제위기 진짜 해법, 최저임금 1만 원 

"재벌들이 시장에 와서 물건 팔아주나요?"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얘기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재벌들의 소득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들의 사치품 구매가 일부 늘어났을지는 모르지만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소비는 늘리지 않았다. 

어떤 재벌 2세가 시장에 와서 물건을 사고 있다면 여러분은 의심해봐야 한다. 그 친구는 민간 소비 활성화 목적이 아니라 조만간 다가올 선거에 출마할 생각임에 틀림없다. 당선 뒤에 그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을 반대할 테고, 다음 선거까지는 시장에 그림자도 비추지 않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앞선 스토리들을 보시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여유를 누리는 것조차 돈이 필요하다. 예쁜 블라우스, 성능 좋은 컴퓨터, 치킨 한 마리 더, 술 한 잔과 휴가비…. 최저임금 1만 원은 여유로운 삶을 위해 '자연스럽게' 민간 소비를 늘린다.

글로벌 경제가 위기라고, 한국 경제도 위기라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바로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세력이다. 최저임금 1만 원에 반대하고 노동자들의 여유로운 삶을 반대해온 세력, 그들에 맞서 이제 외쳐야 한다. 최저임금 1만 원이야말로 당신들이 말하는 위기에 대한 진짜 해법이라고. 

최저임금 1만 원은 분명히 어떤 고용을 없애게 된다. 

아니, 지금까지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이상한 주장을 하느냐고? 사실이기 때문이다. 2015년에 독일에서 최저임금제가 시행된다. 시간당 8.5유로, 한국 돈으로 1만678원이었다. 최저임금제 시행 뒤에 독일의 일자리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을까?

우선 미니잡(Mini Job), 즉 독일의 저임금 일자리의 개수가 20만800개나 줄어들게 된다. 미니잡은 청년 실업자나 조기 퇴직자들에게 제공되는 시간제 일자리, 즉 질 낮은 일자리의 대표명사였다. 반대로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좋은 일자리는 무려 71만3000개가 늘어난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분명히 일부 고용, 즉 질 낮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다. 그 대신 시간당 1만 원 이상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늘릴 것이다. 올해 독일 정부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8.84유로(한국 돈으로 1만1106원)로 인상하게 된다. 

최저임금 1만 원은 국가 재정도 탄탄하게 만든다 

올해 최저임금 시간당 6470원, 월 209시간 기준으로 135만2230원이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월급은 209만 원으로 오른다. 하지만 월급만 올라갈까? 노동자들이 내는 세금, 즉 갑근세도 올라간다. 세금만 올라가나? 4대 보험료도 올라간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게 되면 노동자들이 내는 갑근세와 사회보험료 부담분 증가액만 최소 3~4조 원에 달한다. 독일처럼 양질의 일자리가 더 늘어난다면 이 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세금 깎아주는 대책 말고, 세금 떳떳하게 낼 테니 최저임금 1만 원으로 당장 올리시라. 국가 세입도 늘어나고 사회보험 재정도 탄탄해진다.

탄탄해진 국가 재정으로 공공부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만들자.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미명 하에 무기계약직·중규직 만들지 말고, 차별 없는 온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양질의 일자리 증가는 또다시 세입과 국가 재정을 탄탄하게 만드는 선순환의 고리가 된다. 국가 재정 확장은 민간투자와 일자리 확대에도 청신호로 작동하지 않겠는가.

우울증 특효약, 최저임금 1만 원! 

영국 옥스퍼드대학, 리버풀대학,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 학자들이 학술지 '보건경제학' 2016년 상반기에 독특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되어 임금이 오른 노동자들의 우울증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 자본가들도 칭송하는 유명 대학 연구진이니 그들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영국은 1999년에 최저임금제(당시 시간당 3.6파운드)가 도입됐다. 연구팀은 시간당 3.6파운드 미만을 받던 저임금 노동자들 가운데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3.6~4파운드를 받게 된 사람들의 변화를 추적 조사했더니 정신건강이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터클러 옥스퍼드대 교수는 "그 개선 정도가 항우울제 복용 효과와 같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최저임금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법을 지키지 않아 임금이 오르지 않은 노동자들의 경우 정신건강 개선 효과가 없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흡연 등 건강을 해칠 위험이 증가한다."

영국에선 이런 식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도 있었단다. 연구진들에 따르면 임금이 오른 노동자들의 흡연율과 흡연량은 전혀 늘지 않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수고스럽게 검증하다니, 어쩌면 연구진들은 저런 주장을 하는 이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더 궁금했던 게 아닐까? 

여유가 있는 삶이 만들어낼 파생 효과 

세계사를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번성한 국가일수록 문화·예술이 발전한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여유를 누리면 누구나 문화·예술에 관심을 더 쏟는다. 최저임금 1만 원이 된다면, 일을 마치고 대학로에 가서 연극도 한 편 보고 싶어진다. 노동자와 시민 누구나 영화·연극 비평가가 된다. 

유튜브에 각종 영화·연극을 소개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비평 영상이 올라오고 토론이 시작된다. 폐간되었던 문화 잡지들이 부활하고, 문화·예술 관련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당연히 늘어나는 일자리는 모조리 최저임금 1만 원 이상을 보장받는 일자리들이다.

왜 한국에서는 옥스퍼드대학도 하는 연구, 즉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찾아볼 수 없을까? 학술지들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 뭐 이런 논문들이 즐비하다. 대부분 재벌기업의 후원을 듬뿍 받는 학자들의 작품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것들이 궁금하다. '임대료 인상, 수수료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 '저임금으로 재벌들이 얻는 개이득' - 재벌기업이 절대로 관심을 갖지 않는 이런 주제를 연구하고자 하는 가난한 학자들에게, 최저임금 1만 원은 노동자·시민의 후원을 조직해줄 것이다. 노동자들의 여유로운 삶은 문화·예술과 다양한 학술 산업을 번성시키게 할 원동력이 된다.

재벌에게 책임 묻기, 지금 당장! 

어떤 이는 말한다. 최저임금 1만 원, 주장은 좋지만 너무 급진적인 변화여서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다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다고. 지면 관계상 자영업자·소상공인 관련 대책은 다른 글을 통해 자세히 논하기로 하되, 한두 가지 얘기만 덧붙이기로 하자. 

부모가 재벌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서부터 수십억의 자산가가 된다. 대를 이어 수십조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집단을 쥐락펴락 한다. 유력 정치인들은 그들의 뒤를 봐주고 정치인생 연장을 보장받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겪어야 했던 이런 현상들은 과연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었을까? 이런 현상들에 급진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는 또 얼마나 감당 못할 일들을 감당해야만 할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우리 사회 참상들이 낱낱이 드러난 지금, 1700만 촛불의 힘으로 절대권력처럼 보이던 대통령을 끌어낸 지금이 아니면 도대체 언제? 최저임금 1만 원은 온전히 재벌들의 비용과 부담으로,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변화로 실현 가능하다. 지금 당장 이런 급진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어떠한 변화도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여유와 꿈이 충만한 사회를 향해 함께 걷자! 

'만원행동'은 오는 6월 17일,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위한 걷기대회 '만원:런'을 개최한다. 오후 2시, 홍대입구에서 시작해 여의도 한강공원까지, 성인의 보폭이라면 만 보가 조금 넘는 거리를 노동자·시민들이 함께 걷는다. 

박근혜 퇴진 그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질문했던 방송인 김제동 씨는 스스로 "최저임금 1만 원"이라고 답했다. 이제 '만원행동'이 그 질문에 화답하고자 한다. 최저임금 1만 원, 아니 여유와 꿈이 충만한 사회로 함께 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초대한다.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환영한다.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해 이런저런 견해를 가진 방송인, 언론인, 정치인들도 함께 걷자. 함께 걸으면서 토론하고 논쟁도 해보자. 지금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은 토론과 논쟁을 할 여유가 아니던가. 최저임금 1만 원이 가져올 우리 사회 어마어마한 변화와 긍정적 에너지로 함께 걸어보자. 


현재 창업시장의 화두는 ‘성공’ 아닌 ‘생존’

경영컨설턴트와 회계사가 쓴 창업 소설 《15%의 이기는 사장》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7(토) 13:00:00 | 1443호


“자! 따라해 보세요! 치·치·피·치·피·보·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한 배달음식 서비스 앱의 광고 문구다. 여기서 말하는 치·피·보·부란 치킨·피자·보쌈·부대찌개 등의 줄임말이다. ‘배달음식 4형제’로 불리는 이들은 일반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망하기 쉬운 공포의 업종이다. 소비자에게는 경쾌하게 들릴지 몰라도, 창업주들에게는 공포의 주문과 같다.

 

의학기술 발달로 수명이 늘면서 인생 2모작, 3모작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하지만 첫 번째 직업을 보유하는 기간이 줄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정년 보장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길바닥에 나앉아 신세 한탄만 할 수는 없다. 뭐라도 해야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묘한 현대인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어 시장 규모를 키워나간 업종이 있다. 바로 창업이다. 2016년 통계청에서 낸 자영업자 현황 분석을 보면, 한국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30~40대에 직장에서 뛰쳐나온다. 나올 때는 모두들 화려한 ‘인생 2막’을 꿈꾸지만, 연 5000만원도 못 벌고 빚에 허덕이다 사업을 접는 일이 허다하다.

 


 

창업 전 6개월 반드시 현장 경험 쌓아야

 

안타깝게도 이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 아니다. 대개 친구, 전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예를 숱하게 봤을 것이다. 신간 《15%의 이기는 사장》은 성공 창업을 유도하는 길라잡이면서 실전서다. 두 명의 공동저자가 책 제목으로 내건 15%는 창업 성공확률이다. 쉽게 말해, 지금 당장 창업해 10년까지 생존할 확률은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망한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15%는 무엇이 다를까? 창업전문 컨설턴트와 회계 전문가가 함께 쓴 이 책은 ‘15%의 살아남은 사장’이 되기 위한 조건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소설이라는 구성 방식을 택했다.

 

저자들은 창업 전 현장 경험을 강조한다. 이른바 ‘사장 OJT(On the Job Training)’다. 사장 OJT란 사업개시 전 최소 6개월이나 1년간 현장 경험을 쌓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창업 시장에서 화두는 ‘성공’이 아니다. ‘생존’이다. 10년간 살아만 있어도 성공이라 할 만하다. 저자들이 생존 창업을 위해 두 번째 조건으로 내건 것은 ‘숫자를 읽는 능력’이다. 저자들은 그동안 소상공인과 중소·중견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벌여왔는데, 그중 회사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모두들 물건을 파는 데만 집중할 뿐, 회사 재무 사정이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현구·엄은숙 지음
청림출판 펴냄
316쪽
1만5000원

조현구·엄은숙 지음 청림출판 펴냄 316쪽 1만5000원


 

이 책의 주인공 ‘장천하’의 도전기는 눈물겹다. 그의 인생은 40~50대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보란 듯이 성공하려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모습이다. 국내 굴지의 식품 대기업에 다니던 주인공은 어느 날 상사의 책임 전가로 회사에서 쫓겨나와 먹고살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다. 퇴직금 모두를 털어 넣어 사업을 시작했지만, 준비가 부족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고 재취업을 위한 노력마저 기울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은 사업 멘토 ‘왕고수’를 만나면서 ‘살아남는 사장’이 되기 위한 조건을 배우게 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진정한 오너’가 되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초보 사장 장천하의 시행착오 과정을 다룬다. 예비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실수다. 후반부인 4장부터 6장까지는 소규모 가족 회사를 번듯한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과정이다. 알면 도움이 되는 세무·회계 노하우가 대거 담겨 있다.  

장천하의 창업기는 하나같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내용들이다. 경영전문 컨설턴트인 조현구(사진 오른쪽)씨의 실제 경험담에서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이다. 20년 경력의 회계사이자 세무사로 활동 중인 엄은숙씨의 원포인트 레슨도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 사업자등록법부터 재무제표 쉽게 읽는 노하우, 정부 정책자금 융자 방법 등을 복잡하지 않게 일목요연하게 간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