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예술

노무현입니다

일취월장7 2017. 5. 31. 10:30

이창재 감독 “노무현 영화 편집하며 100번 넘게 울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5.30(화) 15:57:43 | 1441호

승리의 역전 드라마를 그리고 있는데 주인공만 웃고 나머지는 모두 운다. 카메라 앞에 앉은 ‘노무현의 친구들’도,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연신 눈물을 찍어낸다. 시사회마다 따라가 4~5번씩 영화를 봤다는 노사모 회원은 “볼 때마다 너무 울어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화 개봉일인 5월25일, 교수로 재직 중인 중앙대학교 영상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이창재 감독은 “‘인간 노무현’이 반갑고 또 그립기 때문”이라며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를 포함해 이들이 가진 오랜 그리움의 갈증을 풀어주고 싶었다”며 영화 제작 이유를 밝혔다.

 

이창재 감독 © 시사저널 최준필

이창재 감독 © 시사저널 최준필

 

영화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4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술자리에서 우연히 ‘왜 노무현 대통령 얘기는 아무도 다큐로 안 만들지?’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넘어갔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에게서 작년 4·13 총선 끝난 후 전화가 왔다. ‘그때 말한 노무현 다큐 안 만드냐’고. 그 친구가 이번 영화 첫 투자자가 돼 줬다. 이심전심이었다.

  

2002년 대선 경선으로 시기를 정한 이유가 있나.

노무현이라는 인간적 면모,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그를 당선시켜내는 과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시기였다. 단기필마(홀로 한 마리 말을 탐)였던 노 후보 뒤에 수많은 시민군들이 함께 달리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편집하면서도 100번 넘게 울었는데 그날도 울었다. 명색이 감독이 자기 영화 보고 울면 창피하지 않나. 몰래 눈물 훔치느라 혼났다. 

  

감독으로서 가장 많이 눈물 흘린 장면은 어디였나.

 처음 1위를 하던 울산 경선에서 노 후보가 연설 중 ‘도와주십시오!’라고 얼굴이 하얘질 때까지 연신 부르짖는 부분이다. 엔딩 장면을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가장 섭외하기 어려웠던 사람은 누구였나.

 바쁜 분들이었지만 노무현 다큐를 하겠다고 하니 다 시간을 내줬다. 다만 인터뷰에 응한 분들 모두 처음엔 불신이 짙었다. 그동안 많은 곳에서 인터뷰를 찍어 갔는데 한 번도 결과물이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픈 얘기를 다시 꺼내야 하니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모두 인터뷰석에 앉았고 그들의 노무현을 들려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짧게 등장해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었다. 다른 얘기는 더 없었나.

 1992년 김영삼·김대중 구도였던 대선 때 노 대통령이 출마하려 하고 당시 문재인 변호사가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며 말리는 과정에서 싸운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노 대통령이 ‘당신도 내 맘을 몰라주냐’며 섭섭해했다고 하더라. 읽어 내린 유서는 문 대통령이 늘 갖고 다니던 것이었다.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본 노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나.

 인간의 참모습을 보여준 사람. 어느 순간에도 인간으로서의 실존을 절대 놓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이 영화를 봤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잘했다’고 하셨을 것 같다. 당신 스타일이 그렇다. 과거 대선용 CF를 만들 때도 열 편이면 열 편 다 ‘잘했다’ ‘좋다’고만 했다 한다. 물론 가까워지면 따로 불러 ‘이게 뭐냐’ 하셨겠지만(웃음). 


[노무현입니다①] 충무로에 분 노풍...왜 노무현인가

[일간스포츠] 입력 2017.05.31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 20만명을 넘었고, 스크린 수도 늘었다. 579개에서 시작된 스크린 수는 개봉 첫 주말 최대 774개까지 늘었다. 외화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강세로 29일 685개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상영작 중 2번째로 많은 스크린수를 확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폭발,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국정 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쳤다. 정신도 피폐해졌다. 자연스럽게 정의·진정성·소신·소탈함 등을 상징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고, 때마침 나온 다큐멘터리에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8년 정계에 입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2002년 실시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까지 밀도있게 그린다. 경선 지지율 2%에서 66.5%로 올라서며 기적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전국적으로 퍼진 노사모 활동도 재조명한다.
 

그의 과거 영상과 교차 편집해서 담은 최측근의 생생한 인터뷰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현 사회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이 영화에 담겨있다. 개봉 일주일 만에 N차 관람 열풍이 일어난 이유다. 문재인·유시민·안희정·서갑원·이광재 등 그의 정치 뜻을 함께한 동지들과 조기숙·강원국 등 참모들, 안기부 직원 이화춘·변호사 시절 운전기사 노수현·노사모 회원 등 29명의 인터뷰이가 그와의 추억을 회고하는 모습을 영화에 담았다. 이를 통해 생전 노 전 대통령이 진짜 이루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달려왔는지를 되새겨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편으로는 잘 몰랐던 노무현의 아픔도 심도있게 담아냈다. 영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어내려간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보면 문장이 간결하다. 이 분의 글쓰기 스타일을 잘 아는데 원래는 이렇지 않다. 처음엔 이런 저런 얘기를 쓰고 많은 시간 고민을 하면서 문장이 간결해진다. 이 분이 얼마나 오랫동안 머릿 속에 유서를 담아뒀는지 짐작할 수 있어서 더 마음이 아프다. 그를 너무 오랫동안 외롭게 둔 것 같다"며 눈물을 겨우 참아낸다. 
 
인간 노무현의 삶을 조명할 땐 눈물을 흘리지 않는 관객이 없다. 소박하고 소탈한 모습, 항상 약자의 편에 섰던 모습이 소개될 땐 극장이 울음바다가 된다. 청원경찰에게 먼저 다가가 항상 15도로 인사하고, 변호사 시절 고용한 노수현 운전기사가 결혼식을 올렸을 때 대통령이 직접 경주까지 운전해줬던 일화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유시민은 "노무현 대통령은 사랑스러운 분이었고 뭔가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었다"며 "그 분을 (국민들이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려 한다고 해서 떠나 보내지는 게 아니다. 떠나 보낼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노무현입니다' 연출을 맡은 이창재 감독은 2002년 노풍이 다시 2017년 충무로에서 재현되는 것에 대해 "노무현이라는 콘텐트가 가진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힘은 다만 개인의 것이 아닌 그와 함께 했던 시민들이 여전히 갖고 있는 갈증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래 전이라고,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한 매력적인 인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무현입니다②] ”눈물에 셔츠 카라가 다 젖었다”..'노무현입니다' 리얼 후기


"쉰 살 먹은 남자 셋이 극장 맨 앞줄에 앉아서 눈물에 셔츠 카라가 젖을 정도로 울다 왔어요."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상영되는 극장은 10분 만에 눈물바다가 된다. 관람시 휴지 지참은 필수다. 

지난 25일 개봉된 '노무현입니다(이창재 감독)'의 러닝타임은 109분. 영화가 시작되고 극장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중반이 넘어가면서 관객들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영화 마지막에 생전 노무현 대통령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거리에서 시민들과 악수하는 모습엔 폭풍 눈물을 쏟아낸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이 극장을 나가지 않는 이유다. 

동서화합을 강조하며 "도와주십쇼"라고 외치던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4번의 낙선으로 좌절감에 빠진 모습, 깨끗한 정치를 할테니 믿고 맡겨달라던 그의 진정성, 소탈하고 약자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인간 노무현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에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관객들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영화 상영 후 관객 반응은 "죄송하다"다. 27일에 영화를 관람한 30대 남성 관객은 "극장에서 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고 있는데 영화에서도 그 진정성이 자주 나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인터뷰하는 측근들이 노 전 대통령과의 행복한 추억을 이야기하는데 관객인 나는 이미 결말이 노무현의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눈물이 나왔다. 비극적인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듣는 그 행복한 이야기가 더 슬픈 것 같다. 인터뷰 하는 사람도 울고, 관객들도 따라 울게 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을 못 지켜준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 때문이다. 그 눈물은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로 이어져 더 뜨거운 울림으로 가슴에 남는다"고 말했다.  
 
29일 홍대 CGV에서 영화를 관람한 40대 여성 관객은 "서거 이후 노무현 대통령 관련 뉴스나 사진도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못 봤다. 영화를 과연 끝까지 참고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용기내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큰 뜻과 진심을 다시 마주하게 돼 반갑고 또 죄송했다"며 울었다.
 
온라인상에도 각종 관람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50살 먹은 남자 셋이 극장 맨앞줄에 앉아서 눈물에 셔츠 카라가 젖을 정도로 울다 왔어요. 슬프지 않은데 그냥 계속 눈물이 나네요. 잘 보고 왔어요. (다음 son***)', '주말을 맞아 부모님 모시고 아내와 아이들 모두 데리고 관람했습니다. 중학생 아들도 같이 눈물 흘리며 보았습니다. 강력추천합니다.(네이버 ando****)', '솔직하게 영화보는 내내 울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끝나고 나오는데 친구가 말했어요. 옆에서 어찌나 우는지 민망해서 혼났다고요. 하지만 사실 전 제가 울고 싶은 만큼 정말 울었으면 오늘 영화관 눈물에 잠겼을거예요. (hon*******)'라고 후기를 올렸다.
 
박영선 국회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직접 겪어보지 못 한 분들이 보면 어떤 사람인지 그것을 아주 잘 알 수 있는 그런 영화인 것 같다. 외롭게 놔두면 안되는 사람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가슴 벅참을 느꼈다. 노무현을 잘 모르는 사람, 노무현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 노무현을 미워하는 사람 다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갑상 선거 전문가는 "대통령님과 함께 웃었던 날도 눈물이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좀 더 좋은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고 노무현 대통령님 생전) 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하고 싶었다. 2002년을 기억하는 분들과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분들, 2016년 2017년 촛불광장에서 함께했던 모든 분들께 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제안드린다"고 전했다. 


[노무현입니다] 이창재 감독 ”노무현 콘텐츠 힘 유효…주연배우 덕 보네요”


역사가 기억하고 영화가 추억한다. 처음 공개되는 순간까지 제목조차 정하지 못한 채 'M프로젝트'라는 가제를 달고 버텨야 했다. 서울 광화문을 밝힌 촛불을 바라보며 희망을 꿈꿨고 '스크린 개봉' 기적을 현실화 시켰다. "난 노빠가 아니었다"고 밝힌 이창재 감독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울분조차 마음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4년 전 첫 시도는 실패. 암흑의 시기를 지나 지난해 제20대 총선(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보며 조심스레 다시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5월 치러진 깜짝 장미대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서 '노무현입니다'는 새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보내는 선물같은 작품이 됐다.  
 
- 상상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실감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긍정적 반응이 돌아올 때 놀랍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참 많은 분들께 골고루 사랑을 받은 분이라 주연 배우 덕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노무현 대통령과 동시대를 살지 않았던 젊은 세대들이 이 영화를 접하고, 극 영화처럼 재미있다고 이야기 할 때 가장 기쁘다." 
 
- '다시 노풍이 불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무현이라는 콘텐트가 가진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힘은 다만 개인의 것이 아닌 그와 함께 했던 시민들이 여전히 갖고 있는 갈증 아닐까 싶다. 한 매력적인 인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영광이다." 
 
- 언제부터 기획한 작품인가. 
"지난해 4월13일 총선 결과를 보고 마음 먹었다. 개봉은 불투명했다. 비현실적 도전이었다. 애초 계획은 작은 극장 몇 군데에서라도 관객들을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려고 했다. 프로듀서에게 '우리 그냥 온라인에 뿌려버리고 잠수타자'는 말도 했다.(웃음) 이 모든 것은 지난 가을·겨울 애쓰고 힘써주신 촛불 시민 덕분이라 생각한다." 
 
- 인터뷰 섭외는 어렵지 않았나.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어려웠을 뿐 섭외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를 '유족'이라 표현하며 여전히 모든 감정을 마음 속에만 담아둔 채 직접 말하기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마음 아팠다." 
 
- 영상 자료는 어떻게 구했나. 
"15년 전 자료에 대선 경쟁이 아닌 당내 경선이기 때문에 영상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방송사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녹화한 곳은 없었다. 부분 녹화영상을 얻어 필요한 장면만 빼는데 6개월이 걸렸고, 화질을 균일하게 맞추는데 한 달 반이 걸렸다. 노무현 재단을 통해 얻기도 했다. 완벽하게 확보하기까지 'M프로젝트'라는 가제를 달 수 밖에 없었다."

- 평소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많았나. 
"솔직히 말하면 난 노빠가 아니다. 경선·대선이 치러질 땐 공부 한다고 미국에 있을 때라 노사모 현상, 노풍에 대해 파악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이 강했다. 여전히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멋진 사람'이라는 것은 안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인간 노무현만 보였다."
 
-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가 인상 깊다. 
"말씀 자체를 건조하게 하셨고 쇼맨십에 능한 분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한 번도 당신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 마지막 인터뷰는 떠나기 전 다시 돌아와 하신 것이다.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읽으며,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하며 울컥 하셨지만 바로 구석으로 가 홀로 눈가를 닦고 오시더라."



노무현을 떠나보내는 애도가 시작됐다

[김경욱의 데자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그리고 <노무현입니다>
2017.06.01 08:08:53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2016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날에 개봉했다. <노무현입니다>는 2017년 5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한 날에서 이틀 뒤에 개봉했다. 우연인지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의미심장한 날에 개봉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대한민국이 완전히 바뀌었다. 

단적인 예로 두 영화의 개봉상황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군소영화사인 모멘텀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을 했고, 전국 66개 스크린에서 개봉을 했다. 반면, 이창재 감독의 인터뷰(<씨네21> 2017/05/15)에 따르면, '<노무현입니다>는 처음 기획하던 당시에는 투자자를 구할 길이 없었던 영화'였고,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할 때까지 'M프로젝트'라는 가제를 달고 있었는데, CGV아트하우스가 배급을 했고 전국 774개 스크린에서 개봉을 했다. 여기에는 두 영화의 질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그것이 11배 이상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두 영화의 개봉 사이에, '박정희의 시대'가 가고 '노무현의 시대'가 왔다. 포스터에서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포스터1과 2 참고).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카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 대신 초상화를 사용했다. 그리고 여기에 꿈의 실현을 기원하는 풍등을 더했다. <노무현입니다>는 '4번의 낙선, 지지율 2%의 만년 꼴찌, 대선후보 1위가 되다'는 카피에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썼다. 꿈이 현실이 된 듯, 그림이 사진이 되고 우울해 보이던 표정이 크게 웃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 포스터 2.


두 편의 영화에서, 먼저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정치인, 노 전 대통령과 백무현 씨를 다루었다. 만화가 백무현 씨가 <만화 노무현>을 출판했고,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여수에서 출마했으나 노 전 대통령처럼 낙선했다는 점 말고는 두 사람 사이의 공통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비교하면서 구성할 내용이 많지 않다보니,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가 삼분의 이 이상을 넘는 불균형이 초래되었다. 백무현 씨의 이야기는 사족이 되어 버리고 만 셈이다. 여기에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기획 자체에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노 전 대통령 묘지 클로즈업으로 시작한 카메라가 풍등처럼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마침내 봉하마을 전체를 조망한다. 여기에 '지난 600년 동안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다 죽임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이제 불의에 맞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자'는 내용의 그 유명한 노 전 대통령의 연설이 울려 퍼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시 기득권에 저항하다 결국 비극을 맞이한 장본인이 되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으나 한 줄기 희망처럼 언뜻언뜻 햇살이 비친다. 이 이미지와 사운드의 몽타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가면서 남겨 놓은 메시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영화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한 구절로 시작한다.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구절의 콘셉트에 더 적절한 영화는 <노무현입니다>이다. 이 영화는 2002년, 1~2%의 지지율에 불과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과 그와 가장 가까웠던 인물들이 그를 회상하는 인터뷰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최고의 시간과 그의 사후, 최악의 시간을 대비하는 구성이다. 다시 말해서, 관객이 어느 한 지역의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리하는 장면을 보고 기뻐하려고 하면, 바로 그의 죽음을 상기하는 인터뷰가 등장하는 식이다. 장면은 다이내믹한 경선과정을 통해 재미를 주고(정치인 노무현), 인터뷰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와 함께 감동과 슬픔을 자아내는 것이다(인간 노무현).  

이러한 일종의 충돌몽타주의 절정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장면 다음, 리무진에서 영구차의 매치커트로 장례식 장면이 연결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관객들은 롤러코스터처럼 희망에서 절망으로 추락하는 듯한 충격에 빠진다. 이 때 관객들은 지금까지 차마하기 어려웠던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우리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 잘못이었던 것일까?'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이 혼자 길에서 유권자들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외면당하는 마지막 장면이 더해진다. 그러면 그를 외롭게 방치하면서 결국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더욱 증폭된다. 이 영화의 편집 순서를 뒤바꾼다면, 그 정서적 효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러므로 이 영화의 전략은 관객층이 협소한 다큐멘터리가 대중적으로 소구하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완전히 생략한 채, 두 장면을 연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여기서 진짜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는 생략되고 남은 자들의 죄책감만 남겨졌다. 이러한 여러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제 시간에 도착했기에 갖게 된 의미에 주목하고 싶다.

이 영화는 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마주한 인터뷰이들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단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일화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글썽거리며 때로는 눈물 때문에 인터뷰를 중단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감추려고 눈은 울고 있는데 억지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 시간과 정서를 다시 보는 것이 너무 싫고 괴로워서 애써서 안 보려 한다. 노무현을 역사 속 한 인물로서만 자꾸 보려고 한다. 내 인생 속에서 그를 보면 나는 정서적으로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힘이 든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인터뷰에서처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우리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죄책감이다. 죄책감이 너무 심하면 고인과 정서적으로 연관된 사건을 회상하거나 진술할 수 없고, 슬퍼하지도 못한다. 애도작업은 진전되지 못한 채, 트라우마도 치유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인터뷰이들은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하고, 관객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다.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유족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울 수 있다는 건 애도작업의 하나이자, 치유의 시작이다.  

"떠나보내려 한다고 해서 떠나보내지는 게 아니에요. 떠나보낼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도가 어느 정도 마감되는 건 사회가 바로 잡혀질 때, 그 애도의 기간이 종료 되리라고 봐요." 

유시민 작가의 말이다. 그러므로 이제 비로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우리들의 애도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