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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뽑았다 대통령!”… 청소년 19대 대선 모의투표 현장

일취월장7 2017. 5. 11. 10:45

“우리도 뽑았다 대통령!”…19대 대선 모의투표 현장


by 김태평·이주은

투표는 민주주의 시민의 권리 중 하나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나이제한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을 위한 모의투표가 열렸다.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운동본부’가 주최하고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주관한 모의투표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 나만 안되는 선거! 투표권을 줄게!’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 YMCA 전국연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9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서울 등 전국 30곳에서 모의 대선을 치렀다. 대구 2ㆍ28기념 중앙공원에서 청소년들이 YMCA 봉사자의 안내를 받아 모의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한국 YMCA 전국연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9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서울 등 전국 30곳에서 모의 대선을 치렀다. 대구 2ㆍ28기념 중앙공원에서 청소년들이 YMCA 봉사자의 안내를 받아 모의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한국YMCA전국연맹은 제19대 대선 본 투표가 열렸던 9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인이 총 5만1715표 중 2만245표를 얻어 39.1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36.02%), 3위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10.87%)였다.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9.35%)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91%)가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이번 모의투표는 5월 4~5일 온라인 사전투표와 5월 9일 전국 30여개 투표소에서의 오프라인 투표 및 온라인 투표(www.18vote.net)를 통해 진행되었다. 그 중 충남 논산시의 오프라인 투표소에서 첫 청소년 대선을 체험한 중·고등학생 12명과 모의투표를 추진한 논산YMCA실무자 유경희 간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우리도 뽑았다 대통령 대체 사진
먼저, 모의투표에 참여한 중학생 6명과 고등학생 6명에게 참여 계기를 물었다. 그 결과, 친구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다는 응답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투표 당일 길거리 홍보를 보고 관심이 생겼다는 대답이 4명이었다. 그 외에 단순 호기심(1명)으로 참여했다는 응답, 기타(1명) 응답도 있었다.

또 모의투표 후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는지 묻자 “나도 대통령을 뽑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다”, “청소년이 말할 기회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좀 더 사회에 관심이 많아졌다”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향후 투표권이 생기면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 5명, 그렇다 7명으로 응답자 모두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번 모의투표에 대한 평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과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한 지적이 함께 나왔다. 양수정(15·쎈뽈여중)양은 “청소년도 투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점은 좋았지만, 여전히 참여 기회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우현(13·논산중)군 역시 “청소년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점이 좋았다”면서도 “조금은 허술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경호(16·논산고)군은 “홍보가 부족했고, 탄핵으로 인한 조기 선거와 중간고사 등으로 인해 진행이 급박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김민태(17·강경고)군과 강기현(16·논산여고)양은 “청소년 대선, 모의투표라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한 체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들의 참정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양수정양은 “만 14세부터 투표권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어른들만이 아닌 청소년들의 의견도 들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우연군도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활동을 좀 더 확대하고, 많은 청소년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첫 투표를 체험한 청소년들은 비슷한 듯 다른 자신들의 다양한 생각을 거짓없이 말해주었다. 호기심에 시작한 투표가 사회를 향한 관심으로 바뀔 것 같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번 모의투표를 위해 YMCA연맹의 실무자들은 청소년들과 함께 행사 진행에 나서주었다. 논산의 YMCA실무자인 유경희 간사가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모의투표를 홍보하는 논산YMCA 유경희 간사.
모의투표를 홍보하는 논산YMCA 유경희 간사.

-모의투표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만 18세의 청소년들은 경제적 자립, 결혼, 면허증 취득 등의 권리는 있는데 투표권만 부여되지 않았어요. OECD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만 19세 투표권을 부여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죠. 특히 교육에 있어서 청소년은 결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없어요. 교육의 수혜를 입고, 그 주체가 되는 것이 청소년인데도 불구한데 말이죠. 청소년에게 시민으로서의 권리인 참정권이 없기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 만 18세 청소년 참정권 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지 않다보니 청소년을 사랑하는 YMCA실무자들이 모여 ‘2018년 지방선거도 있으니 모의투표를 통해 청소년의 참여율과 참정권을 갈망하는 욕구를 보여주는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면 통과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추진하게 되었어요. 이번 모의투표를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 모의투표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앞에서 말한대로 만 18세 청소년의 참정권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모의투표에 대한 계획 수립과 홍보 활동에 들어갔어요. 이번 모의투표의 법적 문제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조율을 마치고 나서 본격적인 투표 준비에 나섰죠.” 

-본 활동을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힘들었다기보다는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고 중간고사 등으로 홍보가 부족해서 불안감이 컸어요. 그러나 논산의 경우 당일에 청소년 친구들이 열심히 뛰어주어서 321명 참여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다른 지역도 청소년 YMCA 친구들이 노력해줘서 힘든 것 보단 보람이 더욱 큰 것 같아요.”

-만 18세 투표권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청소년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청소년이 보호의 대상이긴 하지만 보호만 받아야 하는 대상, 어린 아이로만 보는 시선은 불편해요.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자기 주장을 펼 수 있는 나이이고, 자기가 결정지어서 뭔가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세대들은 왜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지 저로서는 답답할 뿐이에요. 청소년도 자치할 수 있는 힘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내가 가진 청소년에 대한 믿음 내지 신념이기도 하고요. 저는 분명히 청소년들이 그런 역량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또 그런 잠재력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은 분명히 기성 세대 못지않게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역할을 가진 시민이라고 생각해요. 권리를 찾기 위한 청소년의 모습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보고, 곧 긍정적인 결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글=김태평(강경상고 2)·이주은(연무고 2), 사진=김태평(강경상고 2) TONG청소년기자 연무지부



대선 승리는 공공재, 사유화는 안 된다

[기고] 국민에 져서 민주주의에 성공하는 정부이기 바란다
2017.05.11 15:58:00

촛불 정신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되던 문재인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마침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나고 있는 오늘 시작한 새 정부가 부디 민주주의의 꽃봉오리를 찬란하게 피워낼 수 있기를 바란다.

현능(賢能)한 자가 기용되지 못하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수치다

참으로 인사(人事)는 만사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은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기용되지 못하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수치다. 나라의 안위는 명령에서 비롯되며, 나라의 존망은 인사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오늘의 승리는 촛불시민들이 이뤄낸 일종의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로서 결코 사유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모쪼록 스펙과 허명(虛名)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에 이기고 민주주의에 실패한 박근혜의 길이 아니라, 국민에 져서 민주주의에 성공한 정부이기를 희망한다 

박근혜 외교 국정농단의 대표적 사례인 사드 배치는 전두환 정권의 금강산댐처럼 일종의 '공갈 안보'의 전형으로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경제문제 중의 하나인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경제안보를 결정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진정한 기회란 오히려 위기 뒤에 찾아오는 법이다.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변도(一邊倒)' 외교를 극복하고 이 땅에도 진정한 자주외교의 토대가 구축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검찰개혁과 국정원 개혁은 우리 사회가 공작정치와 '거짓 안보'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중요한 경로이다. 또한 아직 사회적으로 덜 알려진 사법개혁 실천도 전국의 양심적인 판사들의 자발성이 폭발적으로 모여지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이번 선거에서 차점자와의 표차가 무려 557만 표로서 역대 최대치라는 점에서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간절한 열망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개혁은 오늘에 새겨진 시대정신이다. 혹한 속에서 피어난 촛불시민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일궈낸 오늘의 승리는 반드시 성과를 내는 개혁으로 연결돼야 한다.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만도 못하다. 진정한 통합이란 오직 참된 개혁 실천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위대했던 촛불 시민들의 뜻을 이어받고 국민들과 함께 진실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개혁은 혁명보다 어려운 법이다. "창업(創業)은 쉽지만 수성(守成)은 어렵다"는 말을 명심해야만 한다. 지지하지 않은 58. 9% 그리고 투표를 하지 않은 22.8%의 국민이 있음을 인정하고 충분히 겸허해야 한다.  

국민에 이기고 민주주의에 실패한 박근혜의 길이 아니라, 국민에 져서 민주주의에 성공한 정부이기를 바란다.  

민주주의 성패는 좋은 대표(代表)를 선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처신'에 유난히도 밝은 관료들의 의견은 덜 귀담아 들어야 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문제로 괴로워했다는 관료들의 고백을 필자는 여전히 믿기 어렵다. 그 관료들이 박근혜 시대의 피해자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거의 대부분 자발적인 공범자였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정의감 있는 젊은이라도 공무원이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초록동색, 오로지 승진에만 매몰되고 기득권화하는 지금의 그릇된 관료문화를 근본적이고도 혁신적으로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된다.  

덧붙여 새 정부 수립 첫날을 맞아 국회 앞에서 선거법 개혁을 위한 1인시위를 실천한 하승수 변호사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주장대로, 국민주권의 시대에 이제 국회를 바꿀 때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의한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는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 성패는 한 마디로 좋은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민주주의 교육의 절박성

마지막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새 정부를 수립시킨 것은 바로 젊은이들의 힘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나라 민주주의의 미래는 바로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다.

< 관자(管子)>는 "1년에 대한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고, 10년에 대한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일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에 대한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 한 번 거두는 것이 곡식이고, 한 번 심어 열 번 거두는 것이 나무이며,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 莫如樹人. 一樹一獲者穀也, 一樹十獲者木也, 一樹百獲者人也)"라고 갈파했다.

이제 민주주의를 위해 젊은이들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 각 정당을 비롯해 사회 조직 그리고 뜻 있는 인사들은 바로 청년 교육에 주목하고 실천해야 한다. 현실 정치에서 실패한 공자(孔子)는 제자 교육에 힘써 결국 수천 년 동안 중국을 비롯해 동양의 문화를 제패할 수 있었다.  

한 점 불씨가 광야를 불사른다. 젊은이들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 이 길은 너무도 요원해 아득하게 먼 길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민주주의를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요 가장 빠른 첩경이다.    


"국정교과서 해결은 간단...전면 철회 선언하면 된다"
[시민정치시평] 개혁의 폭과 속도​가 중요하다​
2017.05.11 14:44:44

'촛불 대선'이라고 불린 19대 대통령 선거가 적폐 청산을 약속한 문재인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시대를 압도할 것 같던 촛불시민 혁명의 열기가 이어진 선거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4​1​%를 간신히 넘은 지지율로 당선된 점은 ​새 정부가 가야 할 길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50% 이상의 지지를 얻고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호소는 엄살만은 아니었다. 국회 의석이 여러 정당들이 나누어가지고 있는 상황, 게다가 여당이 된 민주당의 의석은 겨우 120석, 그러니까 국회 과반은커녕 40%에 딱 턱걸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에 동의하면서도 ​문재인​ 후보를 찍지 않은 ​진보 및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협치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은 국민의 당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새 정부가 과연 적폐 청산이나 사회 대개혁에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임 정부와 달리 언론장악은 엄두 낼 수도 없는 정부이다. 언론의 비판과 감시 앞에 하루도 발 뻗고 잠자지 못할 정부이기도 하다. 그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청와대 권력 외에는 사회 권력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 대개혁은 그만큼 더 어려운 과제다.

게다가 이번에 권력에 접근하지 못한 이들은 더더욱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에 더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추진한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공언했던 바다. 개헌하자는 주장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헌 논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다른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것이 쉬울까 싶다. 그야말로 믿을 구석은 정권교체와 사회 대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일 테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 ​이 새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역할만을 할 수는 없다. 

고고한 척하면 되기 때문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과 감시, 더 개혁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과정에서도 해야 할 일은 많다. 북핵 위기, 사드 위기, 경제 위기 등 헤쳐가야 할 위기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우선순위를 잘 잡고 가야 할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이고, 시민사회단체들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둘 사이에는 우선순위 설정이 다를 수 있고, 또 다른 것이 당연한 일이다. 갈등을 고조하고 정쟁을 가중시키는 정책부터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삶을 보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국민들을 위한 따뜻한 돌봄의 실현과 사회 전반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국공립어린이집, 국공립요양시설, 공공병원 등 공공인프라의 확대는 국민들의 삶의 안정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해 줄 것이다.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계소득이 두터워지게 하는 것도 새 정부의 중요하면서도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땀 흘려 일하면 먹고는 살 수 있고,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고, 미래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는 사회로 가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기관이나 공직자들의 불법 부당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잘못에 대해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 국가정보원이 벌인 정치공작,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한 대통령이 책임지고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쟁이나 사회 갈등이 적으면서도 시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쌓여있는 과제들은 또 많다. 물론 국회의 협력을 얻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18세 투표권을 보장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도록 추진하는 것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률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근절하도록 국정원법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반면 국회의 협력을 기다릴 필요 없이 대통령과 행정부 스스로 결단하면 될 일도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전면 철회를 선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정부 스스로 독립적 기구로 꾸리는 것도 그러하다. 그 위원회의 조사 활동에 모든 정부기관이 적극 협력하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도 가능하다.

이러저러한 개혁 과제들을 열거하자면 10가지도 100가지도 더 늘어날 것이다. 많은 것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몇 가지라도 분명하게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독주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개혁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힘이 있을 때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와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개혁은 금방 벽에 부딪힌다. 그 좌절의 후유증은 다른 개혁의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동의, 그리고 다른 정치세력의 동의와 기반이 넓은 것부터, 그리고 기반을 넓혀가면서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체 정부인만큼, 국회 내에서도 40%의 의석만 확보하고 있는 여당인 만큼 개혁의 지지 세력과 동의 기반의 확인을 거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진보적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처한 환경도 이제 달라졌다. 지난 9년 ​동안은 퇴행에 퇴행을 거듭하는 청와대, 행정부와 집권 여당에 맞서 싸우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었다. 이제는 퇴행의 저지가 아니라 개혁의 속도와 범위를 두고 싸우는 시대​가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냐 일부 개정이냐를 두고 갈등을 빚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한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경우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