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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 벤처산업을 경제정책 최우선에 둬야

일취월장7 2017. 5. 10. 16:08

4차 산업혁명,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정부의 역할과 정책 대안
2017.05.08 13:45:45

전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고 선두기업들은 이를 활용하여 시장지배력을 키우고, 정부들은 이러한 변화를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뚜렷한 정책적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지 않다. 기업차원에서도 아직은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정책 대안들이 절실하고 긴급하게 요구된다.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고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를 살펴보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들을 정부 구조 혁신, 포괄식 법체계로의 전환, 그리고 정부의 시장 창출자로서의 역할 확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필자) 

제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산업혁명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파괴적 기술혁신으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2016년 제 46회 다보스 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 마스터하기(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라는 주제로 논의가 이루어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로 등장했는데, 실상은 2010년 독일에서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Industry 4.0'이 그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 역사가 일천하다 보니 그 정의도 다양하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은 제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으로 정의했다.  

이를 조금 더 자세히 구분해 보면 협의의 관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ICT 기술 등에 따른 디지털 혁명(제3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기술융합을 의미하고, 광의의 관점에서는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 시장 전체를 의미하며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 사업에서의 혁신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소비-제조-유통-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연결시킨 지능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소비, 제조, 및 서비스 혁명을 말한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을 기술혁명으로 정의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 것인가 라고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인간생활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정의하면,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가 가능해지도록 초연결성(hyper connectivity)과 초지능성(hyper intelligence)을 기반으로 모든 기술들이 활용되는 생활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금(Now), 여기서(Here),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Only for me)로 제품과 서비스가 즉각 제공될 수 있도록 기술이 개발되고 활용되는 것이 제4차 산업혁명이다. 

이처럼 제4차 산업혁명이 온디맨드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는 수많은 보고서들이 언급한 많은 기술들이 필요하다. 대다수 전문가와 문헌에서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빅데이터, 인공지능 3D 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신소재 기술, 에너지저장기술, 퀀텀컴퓨팅 등을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기술로 언급하고 있다. 현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Martin Schwab)은 그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을 몰고 온 주요 혁신 기술들을 물리학 기술(무인 운송수단/ 3D 프린팅/ 로봇공학/ 그래핀(신소재)), 디지털기술(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바이오기술(유전학/ 합성생물학/ 유전자 편집)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언급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요소들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연결성을 극대화하고, 자기 발전하는 '모맨텀(momentum)'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제4차 산업혁명은 경제·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 및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새롭고 다양한 스마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을 기반으로 이전에는 서로 단절되어 있던 분야들 간 융·복합을 통해 경계를 넘어 공진화 하면서 다양한 사회·경제 차원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경제구조 변화 측면에서 보면, 앞서 언급된 대로 요구형(On-Demand) 경제가 부상하고, 인터넷 혹은 모바일 상거래를 통해 적시 적소에 원하는 디자인과 기능의 상품 혹은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다양화되면서, 대량생산된 규격제품보다는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되어 사람들의 삶의 질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구조 측면에서 보면, 제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서비스화, 서비스의 제품화, 개별 공급사슬의 붕괴와 글로벌 공급사슬의 등장,  대기업의 분해와 중소기업의 통합이라는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기존에는 제품만을 생산해서 제공하던 형태가 이제는 그 제품을 통해 소비자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목적, 즉 서비스라는 형태로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성 서비스를 사는 것이며, 별장을 사는 것이 아니라 휴양서비스나 숙박서비스를 사는 형태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제조업은 소비자의 다양하고 즉각적인 요구 충족을 위해 빅데이터,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등과 결합하게 되고, 소비자 접점이 제품에서 IoT제품기반의 서비스로 변화하는 혁신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맞춤형 소량생산, 스마트 공장 등 제조공정 측면의 혁신과 더불어 등장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독일의 안스바흐에 완전 자동화된 조깅화 공장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디자인한 신발을 주문하면 바로 생산에 들어가는 체제로 바뀐 것이나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형태로 그 자리에서 제작하는 것과 같이 변화한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제조업 가치사슬이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되거나 확대되는 것을 뜻하며, 특히 사물인터넷 기술의 확산으로 제품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이 강화된다. 제조의 서비스화는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인 초연결에 따라 미래에는 모든 제품이 컴퓨팅 기능을 갖추고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프로그래밍의 대상된다는 명제에 가장 잘 맞는 말이다.  

서비스의 제품화는 기존에는 표준화되지 않고 제공자에 따라 다르며, 반복생산이 불가능하던 서비스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화를 하고 고객이 원하는 상태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로봇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표준화된 플랫폼 위에 맞춤형 모듈을 입혀 온디맨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서 서비스 생산성을 극대화 하게 된다. 제품의 서비스화나 서비스의 제품화는 모두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플랫폼 기술은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을 통한 발전으로 O2O(Online to Offline) 등 새로운 '스마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융복합과 인터넷플랫폼 기반의 온디맨드경제(서비스 중심)의 확산을 통해 제조업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의 위상과 역할의 변화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개별기업 공급사슬(Supply Chain)이 붕괴하고 글로벌 공급사슬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4차 산업혁명은 IoT기술을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공유하고, 인공지능으로 상황을 분석, 생산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는 생산체계가 구축된다. 스마트 플랫폼이 구성되고 다양한 생산서비스들이 디지털화되어 이 플랫폼에서 서비스된다면 제조기반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들도 스마트공장을 통해 맞춤형 소량생산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일컬어 개방형 제조서비스라고 표현하는데,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제품 제작을 의뢰하고 스마트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제품을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만약 플랫폼을 중심으로 제조나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면, 기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했던 대기업은 분해되고, 대기업의 각 부서가 담당했던 역할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역량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맡게 되면, 대기업의 해체와 중소기업의 재통합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고 있는 온디맨드 경제에서는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와 제품생산이 이루어지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간 혹은 산업 간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온디맨드 경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를 허물고 기업 간 경계도 허물며, 기술간 경계도 허물게 된다. 경계가 없이 통합된 글로벌 가치사슬 상에서 높은 부가가치 영역에 있기 위해서는 기업 간 핵심 기술력의 제휴를 통해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기업들은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가지게 되고 고객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수단들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되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지만 보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물리적 자원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업 간 경쟁은 개별적인 경쟁에서 플랫폼 간 경쟁으로의 변화하게 된다. 모든 제품/서비스의 기본 기능에 컴퓨팅 기능이 핵심적인 지위를 가지게 되면서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성해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인프라 등을 활용할 수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기술적인 측면이 플랫폼에 융합되면서 기업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고객이 가진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서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온지맨드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온디맨드 워크(On Demand Work)가 활성화될 것이다. 온디맨드 워크는 상시적인 고용보다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들 말한다. 예를 들어 우버나 에어비엔비 종사자들과 같은 형태의 일이나 거래 계약 또는 프로젝트 기반으로 지식노동을 제공하는 형태를 말한다. 물론 온디맨드 워크 뿐 만 아니라 기존의 노동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화의 발전에 따른 노동의 대체 및 보완이 나타나게 되며, 이에 따라 일부 직업은 소멸하고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며, 직업 자체의 성격이 변화하게 된다. 인공지능, 바이오 등과 같은 하이테크놀로지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전문 기술직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지만, 단순·반복적인 사무행정직이나 저 숙련 업무와 관련된 일자리는 자동화 기술 및 컴퓨터 연산기술의 향상 등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고용이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발전에 따라 지적노동, 중급 사무업무, 정밀한 육체노동까지 자동화되어 고용구조의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 대안

전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고 선두기업들과 정부들이 이러한 변화를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아직 한국은 뚜렷한 정책적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지 않다. 기업차원에서도 아직은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정책 대안들이 절실하고 긴급하게 요구된다.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 4차 산업형 정부 구조 혁신, 포괄식 법체계로의 전환, 그리고 정부의 시장 창출자로서의 역할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정부 구조는 제4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킬 수 있는 분권형·네트워크형 정부구조가 바람직하다. 정부조직간 칸막이를 없애고 프로세스 중심형 조직으로 재구성하며, 개방형 직위를 확대하고 프로세스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을 중심으로 정부조직이 운영되어야한다. 프로세스 조직은 기존의 기능별 조직에서의 자원배분 및 구성원 성과관리가 기능조직의 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프로세스 책임자가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기능단위 구성원에 대한 평가와 프로세스별 자원배분을 실시하는 것이다. 프로세스 조직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분류에서부터 시작되며 정부 전체의 기능을 고객의 문제를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어떠한 법안을 만들든지 프로세스의 주체(주무부서)가 명확하게 정의되고 주무부처가 통제센터가 되며 각 부처 내부에서도 프로세스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는 부서들이 연계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 프로세스 중심의 조직으로 재구성되면 정부 부처간 칸막이가 없어지고 업무효율이 높아지게 되지만 업무수행에 따른 책임을 누가 지느냐의 문제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법체계 전환의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기존의 한국 법체계는 열거식(positive)으로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는 형태로 규제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제도나 규제가 융합에 의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출현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융합제품이나 서비스는 실제화되기 전까지는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알기 어렵다. 따라서 생명과 안전에 관한 꼭 필요한 사항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규제를 만들어 가는 포괄식(Negative)규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시장 창출자로서의 역할 확대 문제는 가능하고 시급한 일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의 R&D를 지원하거나 컨설팅사업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형태로 대안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지원은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스스로 4차 산업혁명을 수행하는 주체가 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에게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 스스로가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고도화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을 실제로 자신들의 서비스에 적용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가 스스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통한 대민서비스나 규제활동을 개선하거나 계획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기업들이 만든 솔루션을 구매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야 하며, 핀테크 기술 중에서 본인확인을 해 주는 스마트카드나 생체인증기술을 복지카드나 기타의 건강서비스, 사회서비스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중소기업들에게 시장을 열어주고 레퍼런스를 제공하여 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에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길을 시장을 열어주는 것은 R&D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며, 정부 스스로의 서비스도 고도화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벤처산업을 경제정책 최우선에 둬야

새 대통령, 새 정부의 경제정책 “산업구조 고도화에 총력 기울일 때”

임수택 편집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0(수) 15:00:00 | 1438호


새 대통령은 당선의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선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장갑차를 막아선 한 시민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빵과 생필품 부족, 폭등하는 물가상승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고, 그 시민은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차베스 전 대통령(1999~2013)은 원유만 믿고 보건·주택·스포츠문화 이벤트까지 퍼주기식 무상 정책을 실시했다. 복지 천국에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자 국가재정이 고갈되며 비극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470%에 달했다. 환호하던 국민들은 한순간 돌변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은 지난 8개월 이상 리더십 부재 상태에 놓이며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한 한반도 위기,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등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서민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빡빡하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섰다. 청년실업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성장을 통한 분배’의 정책은 심각하게 공격받고 있다. ‘저성장·저소비·저고용’의 뉴노멀 시대로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다.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혁신적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3월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17 서울모터쇼가 개막됐다. 제2전시장에 마련된 부대 행사에서 관람객이 자동차운전 VR(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월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17 서울모터쇼가 개막됐다. 제2전시장에 마련된 부대 행사에서 관람객이 자동차운전 VR(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정자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식 가져야

 

국민들은 경쟁을 원치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를 경쟁사회·양극화사회·불신사회·부패사회·과로사회라고 이해하고 있다. 고령화는 더 진행되고 생산노동인구는 줄고 있다. 계층 간·산업 간의 경제력 차이와 갈등 구조는 분노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듯 새 대통령, 새 정부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와 복지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각 당의 후보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이와 같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일자리 창출과 복지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각 후보들은 나름대로 재원 마련의 근거를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재원 확보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재정지출을 꼼꼼하게 관리해 국민의 돈을 알뜰하게 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다. 재정지출 관리는 과거 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크게 나아진 게 없었다. 복지수요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가부채는 100조원 이상 늘어났다. 국가부채 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40%를 넘어섰다. 공공기관 부채를 감안하면 70% 이상이다.

 

우리 재정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아직은 튼튼하다는 안일한 판단에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재정지출의 카드를 큰 위기의식 없이 꺼내드는 경향이 있었다. 위정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식이다. 재정 악화가 얼마나 위험한 경우를 초래하는지는 이웃나라 일본의 재정 구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2017년도 일반회계 세출은 97조4547억 엔(약 975조원)이다. 이 중 국채상환금이 23조5285억 엔(약 235조원)으로 24.1%, 사회보장비가 32조4735억 엔(약 325조원)으로 33.3%, 지방교부금이 12조5671억 엔(약 126조원)으로 16%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국가가 진 빚의 원금상환액이 14조3680억 엔(약 144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14.7%이며, 이자는 9조1605억 엔(약 92조원)으로 9.4%를 차지한다. 이 막대한 국가 빚을 감당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올해도 34조3698억 엔(약 344조원)의 국공채를 발행했다. 전체 예산의 35% 이상을 국가가 빚을 내서 살아가고 있다. 국가부채는 GDP의 2.3배에 이른다. 초고령사회 진전과 생산노동인구 부족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아 부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국가 파산을 우려할 상황이지만, 그래도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힘은 개인 자산이다. 1500조 엔(약 1경5000조원)을 가지고 있다. 개인들이 천문학적인 돈으로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와 재정이 우리의 새 정부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향후 대한민국도 ‘소(少)자녀 고령화’ 인구구조로 인한 복지수요가 일본처럼 점점 커질 것이다. 우리 재정은 일본에 비해 건전하다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가계 상황은 정반대다. 정부의 빚은 늘어가고 있고,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한다. 법인세든, 소득세든, 다른 세금을 조정하든 올려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첫째도 벤처산업, 둘째도 벤처산업, 셋째도 벤처산업’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는 따로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가 현실로 다가오는 역작용을 무시하기 어렵다. 소득세 증가로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더 냉각돼도 시장논리를 정책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까. 이렇듯 두 가지 경우의 수는 다 일어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산업구조 고도화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지난 40~50여 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철강·화학·유화·정보통신·조선 등 글로벌에서 통하는 고부가가치 산업구조 덕분이었다. 그간 경제 위기와 산업 재편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 위기를 극복해 올 수 있었다. 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조선과 중공업의 위기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이 선전(善戰)해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현 산업구조는 중국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중국의 추격세가 두려울 정도다. 조선·에너지 부문은 이미 중국이 앞지르고 있다. 기술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새 정부에 “산업구조 고도화에 우선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바이오·인공지능·뇌연구·빅데이터·로봇·5G·자율주행차·스마트 디바이스·IoT·3D프린터·드론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가 어렵다면 최소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라도 돼야 한다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의 지위는 이미 미국·독일·일본 등이 차지해 가고 있다. 패스트 팔로워라도 되기 위해선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새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중심의 산업구조 고도화 틀을 만들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자칫 중국 제품의 시장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그간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기업인들의 진취적인 도전의식으로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요즘 기업인들에게는 선대 기업인들과 같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전사적으로 올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기업과 산업구조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마크 저거버크와 스티브 잡스가 미국, 나아가 전 세계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고용을 창출하고 인류의 문명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새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의지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혁신적인 기업가가 많이 배출될 수 있는 벤처문화와 기업가 정신의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모든 역량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한 ‘첫째도 브로드밴드, 둘째도 브로드밴드, 셋째도 브로드밴드’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오늘의 IT(정보기술) 발전을 가져온 것처럼, 새 대통령은 ‘첫째도 벤처산업, 둘째도 벤처산업, 셋째도 벤처산업’을 정책의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가 정신은 벤처정신과 통한다. 현 산업구조를 더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이 넘쳐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한 벤처기업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다. 연대보증, 부동산 담보 등을 요구하는 구시대적인 제도는 새 정부가 과감하게 근절하고, 일정 기간 세금을 유예하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도산한 CEO에게는 법적·재정적 책임을 면해 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 등이다. 땀과 열정, 도전으로 이루어내는 벤처기업의 기술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이를 탈취하는 세력에게는 엄격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 © 연합뉴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 © 연합뉴스


과학기술 지원과 과감한 R&D 투자 필요

 

기업가 정신과 벤처산업의 토양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간의 지식이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창조적 인간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서 지속적인 성장의 틀을 만들어야 하는 새 정부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과학기술 지원과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유한하지만 국가·국민·기업은 영구하다. 새 정부는 다음 정부뿐만 아니라 국가·국민·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과학기술 발전과 R&D 분야에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통 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경제발전과 기업발전·고용창출은 사회적 관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탓이다.

 

우리 사회는 갈등과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느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갈등 비용만 잘 관리해도 1인당 국민소득을 7000달러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부패를 청산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분노를 위한 분노, 분노가 일상화돼 가는 사회는 위험하다. 용서와 통합은 정의 실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속도는 우리의 생각의 속도를 넘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문명사적 패러다임 변화에 준비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가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서 수십억 명의 사람을 몰아내고 새로운 계급인 ‘잉여 인간’들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우리 민족이 ‘잉여 민족’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치열하고 치밀하게 국가를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