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투표지 남아있다" 김어준 영화 <더 플랜> 검증 요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2년 18대 대선 당시의 개표 부정 의혹을 다룬 영화 <더 플랜>(최진성 감독, 2017)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검증을 요구했다.
선관위는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최근 제18대 대선의 개표 부정 의혹을 주장하는 영화가 공개됐고, 시사회에서 '부정의 실체를 과학적 통계로 증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대선 진행 중에 이런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론을 분열시켜 공명 선거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선관위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그 근본적 원인이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에 있는 것으로, 18대 대선 당시의 투표지를 검증하면 모든 의혹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선관위는 18대 대선 종료 후 국회 상임위에서 '국회가 요구한다면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재검을 통해 모든 의혹을 해소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런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검증 결과 대선 결과를 조작한 것이 밝혀진다면 선관위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며 "반대로 어떠한 조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의혹을 제기한 분들은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기를 기대한다"고 영화 제작자 측을 겨냥했다.
"왜 박근혜 표에 미분류표가 많은가?"
선관위는 영화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우선 "영화는 투표지분류기에서 미분류로 처리한 비율이 3.6%나 되어 외국의 사례에 비해 지나치게 많고, 분류된 투표지와 미분류된 투표지에서 두 후보자 간 상대득표율이 같아야 함에도 미분류된 투표지에서 박근혜 후보자의 상대득표율이 분류된 투표지의 경우보다 1.5배 높아 이는 미분류표를 통한 개표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선거의 특성이나 미분류되는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분류표가 많다는 것은 정확히 기표되지 않은 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기계적 오류가 아닌 불명확하게 기표하는 선거인의 기표 행태가 그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투표지분류기의 미분류율이 외국의 기계적 오류율에 비해 높다는 이유로 개표부정 의혹을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차이를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미분류 처리된 투표지는 모두 수작업으로 다시 분류하고, 분류된 투표지도 사람이 육안으로 모두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왜 박근혜 표에서 미분류율이 더 높은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기표로 인해 미분류 처리된 투표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연령이 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실제 18대 대선 결과를 보면 노년층이 많은 시골 지역(군단위)의 미분류율은 5% 초반대로 청년층이 많은 도시 지역(시지역)의 2% 후반대보다 1.8배 정도 높게 나타나는바, 이는 노년층의 투표에서 미분류표로 처리되는 비율이 청년층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방송3사(KBS, MBC, SBS) 출구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자의 예상 득표율은 20대에서는 33.7%, 30대는 33.1%인 반면, 50대에서는 62.5%, 60대 이상에서도 72.3%로 나타나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박근혜 후보자의 예상득표율이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노년층의 투표지가 더 많이 미분류 처리되었을 것이라는 사실과, 미분류된 투표지에서 박근혜 후보자의 상대득표율이 정상 분류된 투표지에서보다 더 높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표지분류기가 해킹됐다고?"
또 선관위는 "영화에서는 투표지분류기를 해킹해 개표 결과를 조작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투표지분류기는 외부 통신망과 단절돼 있을 뿐만 아니라 투표지분류기 운영요원 외에는 제어용 PC에 접근할 수 없으며 운영 프로그램이 위·변조된 경우에는 투표지분류기가 작동되지 않는 등 관리적·기술적·물리적 측면의 다중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어 원격은 물론이고 현장에서도 해킹 등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게다가 전국 250여 개의 개표소에서 1392대의 투표지분류기가 사용되었는데 개표소마다 수백 명에 이르는 일반 국민들과 개표 사무원, 참관인, 선관위원 등 개표 사무 종사자들의 눈을 피해 이들 모두를 개별적으로 해킹해 개표 결과를 조작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소에 부쳤다.
이들은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에만 의존해 개표 결과를 확정 짓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순서로 심사·집계부에서 개표 사무원이 수작업으로 재확인하고 이 과정에 정당·후보자의 개표 참관인이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정당 추천 위원이 포함된 선관위 위원의 검열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며 "이후에도 투표지라는 실물이 남아 있으므로 개표 결과에 이의가 있는 정당·후보자는 소송을 통해 다시 한번 검증할 수 있다"고 재강조했다.
선관위는 '박근혜 후보자에게 유리한 투표함을 먼저 열고, 문재인 후보자에게 유리한 투표함은 나중에 개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은 대도시보다 개표가 빨리 종료되며, 박근혜 후보자는 대체로 노년층 유권자가 많은 농촌 지역에서 더 많은 표를 얻어 개표 초반에 더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고 해명하며 "영화는 선관위가 투표함 속 투표 정보를 이미 알고서 박근혜 후보자에게 유리한 투표함을 먼저 개표하고 문재인 후보자에게 유리한 투표함은 나중에 개표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선관위가 개표하기 전 투표결과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선관위는 "우리 위원회는 이번 대선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개표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더 이상 진실을 왜곡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선거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를 삼가줄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정부 기관이 낸 보도자료치고는 이례적으로, 행간에서 분노가 묻어났다.
앞서 인터넷신문 <딴지일보> 대표이자 라디오·팟캐스트 등을 통해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어준 씨는 지난 10일 영화 <더 플랜>(연출 최진성)을 공개했다. 영화는 18대 대선에서의 개표 부정 의혹을 강하게 암시하는 내용으로, 19대 대선에서는 투표지분류기를 믿을 수 없으니 수개표를 도입하자는 등의 주장을 담고 있다. 개표 부정 의혹이나 수개표 주장 등은 이미 2012년 대선 직후부터 SNS 등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SNS 달군 '대선 부정투표 의혹', 배후는 MB?)
지난 2012년 12월 19일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총 선거인 수는 4050만7842명이었고 투표 수는 3072만1459표였다. 유효투표 수는 3059만4621표, 무효표는 12만6838표였다. 김 씨 등이 영화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투표지분류기에서 미분류로 판정됐던 표'는 총투표와 유효투표 가운데 어느 쪽을 기준으로 하든 110만여 표에 해당한다.
김 씨 등의 주장대로 이 표 가운데 '박근혜 표 : 문재인 표'의 비율이 1.5대1(즉 3:2)로 나왔다면, 110만여 표 가운데 박근혜 표는 66만여 표, 문재인 표는 44만여 표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두 후보 간의 최종 표차는 108만496표(박근혜 1577만3128표, 문재인 1469만2632표)였다.
대선 개표 부정 의혹 영화 '더플랜'에 선관위가 발끈한 이유
18대 대통령 선거 개표 조작 의혹 제기 내용에 선관위 “13대 대선 부정 논란 검증 방법으로 응할 것”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0(목) 17:01:57

‘프로젝트 부(不)’에서 제작한 영화 《더 플랜》 포스터

2016년 7월21일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 대강당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던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진위검증을 위한 개함 및 계표 작업이 진행됐다. ⓒ 연합뉴스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있었던 부정투표 논란투표함 탈취하고 선관위 점거해…29년 만에 논란 검증 작업선관위는 영화 《더 플랜》 제작팀의 요구가 있다면 공개 검증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검증 방법은 지난해 한국정치학회 주관으로 실시한 1987년 대선의 구로을 부재자 투표함 검증 사례를 준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선관위의 관리 분야에서만큼은 어떠한 조작행위도 없었음이 명백히 밝혀졌기 때문에 이번 의혹에 대해서도 그 검증 절차를 준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1978년 열린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부정투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대선 투표 당일인 1987년 12월 16일 당시 구로구청 농성자들이 부재자 투표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며 투표함을 탈취하고 44시간 동안 구로을 선관위를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투표함을 되찾았으나, 당시 개표결과 당선후보(노태우 당시 후보)와 차점후보(김영삼 당시 후보)간 194만여표의 차이가 있어 구로을 부재자 투표함에 든 4325표(선관위 추정)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논리로 투표함을 개봉하지 않은 채 수장고에 보관해 오다 지난해 7월 개봉해 검증 작업을 거쳤다.선관위는 2016년 10월 보도자료를 내고 “구로을 우편투표함 진위 검증에 대한 한국정치학회의 연구용역보고서가 최근 제출됐다”며 “조작되거나 위조되지 않은 정규 우편투표함이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검증 방법에 대해서는 “한국정치학회가 우편투표함의 개함과 계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관계자 인터뷰, 사건 자료 조사·분석 등을 통해 객관적인 방법으로 검증한 결과를 근거로 도출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이니치 감독이 만든 <분노>

▲ 사진 1.

▲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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