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개헌 장사꾼들이 개헌을 망치고 있다 - 분출되는 개헌론, 선택할 수 있는 정부형태는?

일취월장7 2017. 4. 3. 11:21

"개헌 장사꾼들이 개헌을 망치고 있다"

[유인태의 '욕썰'] "본선 경쟁력은 안희정…문제는 시간"
임경구 기자 최하얀 기자      
2017.03.17 15:02:35


유인태 전 의원은 욕 잘하기로 소문난 정치인이다. 기자들에겐 '짐승들 또 왔네'가 인사다. 그런데도 그의 거침없는 육두문자를 혐오하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오히려 웃고 즐긴다. 국밥집 욕쟁이 할매처럼.

5월 9일 대선까지 격주로 유인태 전 의원과 연속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문패'를 고민하다 '욕썰'로 정했다. 오해는 마시라. 욕 잘한다고 유 전 의원이 품위까지 없는 정치인은 아니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유 전 의원을 인정하는 까닭은 그의 사심 없는 진정성에 있다. 

덧붙여, 사전엔 욕에 관한 이런 정의가 있다. '아랫사람의 잘못을 꾸짖음.' '욕썰'은 복잡다단한 대선 정국에서, 정치의 표리를 잘 아는 중진급 정치인이 시비를 가려주는 애정어린 '쓴소리' 되겠다. 찰진 육두문자는 부득이(!) 걸러낸다. 편집자.

"2년 반짜리 대통령 해보려고 개헌?" 

유인태 전 의원은 오랜 개헌론자다. 분권형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다당제의 제도적 안착이 그의 소신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17대 국회 시절부터 합리적 보수, 중도, 진보가 발전적으로 경쟁하는 정치구조를 역설해왔다. 그런 유 전 의원조차 이번 3당(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개헌 연대를 "말도 안 되는 짓거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개헌을 고리로 반문 연대하려는 정치인들이 개헌을 정말 망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장사꾼들이 개헌을 심지어 당론으로까지 채택해가며 밀어붙이니 앞으로 개헌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3당 개헌연대의 실제 목적은 개헌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당장 개헌을 하자는 일부 정치인들은 자기가 2020년까지 2년 반짜리 대통령을 한 번 해보려는 속내를 품고 있다"며 "개헌을 위한 과도 대통령은 '나도 좀 할 만하지 않냐'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김종인 전 대표도 그런 생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또한 "문재인만 개헌을 반대한다고 한다고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책을 통해) 사실상 분권형 개헌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며 "그러니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 연대는 명분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개헌이 중요하다면, 1~2년 만에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는 아니잖나. 2022년에 발효하면 큰일이라도 나나"라고도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4년 중임제 분권형 개헌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과 선거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지방선거 때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제안하며 "만약 선거 제도 개편이 합의되지 않은 개헌이라면, 나도 오래된 개헌론자이지만 나부터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이어 본격화된 대선 국면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유력한 후보가 사라진 보수 진영이 결집할지 여부가 큰 변수다. 

유 전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뒤에 황교안 대행이 떴듯이,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보수 표는 또 누군가한테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득권의 힘은 진보 개혁 진영의 힘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하다. 특히 일상 속에서 강하다"고 경계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화된 점에 주목하며 "한국 보수 진영에서 극우에 끌려가지 않는 좀 더 합리적인 보수 진영이 자리를 잡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바른정당도 아직 극우 세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유승민 의원, 그리고 유 의원과 가까운 정치인들은 꽤 합리적 보수인 것으로 보이는 반면,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 시절 국정 교과서 전도사였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대해선 "안희정 지사가 되면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나을 거라고는 본다"면서도 "이번 대선은 워낙 짧아서 지금 뒤쳐진 후보들이 문 전 대표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본다"고 했다. 

문 전 대표 쪽에는 연정과 협치에 대한 보다 유연한 태도를 주문했다. 유 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바른정당이 새누리당과 뭐가 다르냐고 하는 것은 조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법 성과를 내려면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야3당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바른정당 같은 데서 물길을 틀어버리면 적폐 청산이고 개혁 입법이고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지난 15일 여의도에서 박인규 프레시안 협동조합이사장이 진행한 인터뷰 전문.

▲ 유인태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보수 기득권의 힘은 일상에서 나온다" 

프레시안 :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고 반년이 넘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지나 국회 차원의 탄핵 결정이 있었고, 결국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했다. 지난 시간 정치권 움직임을 어떻게 봤나.

유인태 : 정치권의 질서 있는 퇴진론이 촛불 광장에 분노를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치권이 민의를 잘 운반했다고 본다. 아마도 문재인 전 대표가 이재명 성남시장처럼 앞장서 탄핵하자고 강력히 말했으면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국회가 총리 추천을 하지 않아서 일이 꼬였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자신이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했고 4월 퇴진 전까지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을 넘길 의사가 정말 있었다면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보다 더 나은 수습책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게 향후 국회에서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데도 더 적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자기 잘못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니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것은 좋은 방식임에도 희망사항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국회 표결에서 찬성 234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광장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촛불 민심에 정치인들이 무임승차한 것이다. 무임승차가 맞다. 광장의 힘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힘을, 국민의 명령을 정치권이 잘 운반했다고 평가한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도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자택에서 시위 중이다.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세력의 힘과 영향력이 어느 정도 될 것으로 보나.

유인태 : 그건 많이 약화되겠지. 박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약 30%라고들 했다. 지금은 탄핵 반대 여론을 18~20% 정도로 본다. 다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한국 기득권의 힘은 진보 개혁 진영의 힘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하다. 특히 일상 속에서 강하다. 촛불 광장은 공정한 사회를 원하고 구체적으로는 검찰, 재벌, 언론 개혁 등을 외친다. 그러나 매주 광장에 몇 십만을 계속 불러 모으기는 어렵다.

보수 진영은 다르다. 사실 나는 광장 집회의 주도권은 일찌감치 보수 진영에 빼앗겼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기득권, 소위 보수는 언론, 법조, 종교를 다 장악하고 있다. 대형 교회가 움직이면 몇 만 명 모으는 것 순식간이다. 2007년 사학법 개정 논란 때도 여론 지지는 개정 쪽이 훨씬 높았는데 종교 단체가 사람 모으니 시청 앞에 10만 금방 모이더라. 광장 장악은 이제 진보가 아니라 보수의 무기다.  

다만 여기서 하나 중요하게 봐야 할 대목은 새누리당이 분열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요즘은 미국의 트럼프나 프랑스의 르펜이 득세하는 등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는 있지만, 대체로 극우는 주변 변두리고 중도 우파가 주요한 정치 세력이었다. 그런데 분단 지형에서 한국은 극우의 힘이 늘 지배적이었다. 지금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보면 자유한국당이 압도적인 우위다.  

물론 이 상황이 고착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한국 보수 진영에서 극우에 끌려가지 않는 좀 더 합리적인 보수 진영이 자리를 잡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20대 국회가 아직 3년 이상 남았다. 바른정당이 대선 이후로 좀 길게 보면서 다른 야당들과 정책 연대도 하고 의정활동도 잘 하면 국민들로부터 차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앞으로도 사사건건 기득권을 지키려는 입장을 보일 텐데, 이와 달리 바른정당이 앞으로 한 차분히 국민의 신뢰를 얻어나가면 세가 좀 붙을 거라고 본다. 

"개헌 고리 반문연대 명분 없다" 

프레시안 :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결국은 다시 통합할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들도 있다.

유인태 : 선거제도 개편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와 직접적인 관련 있다. 요즘 분권형 개헌 얘기를 쉽게들 많이 하는데, 이 분권형 개헌도 선거 제도 개편과 연동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개헌보다 선거 제도 개편이 훨씬 어렵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개정하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대결의 정치 문화가 극복될 수가 없다.  

한 번 보자. 우리 헌정사에서 50% 이상의 국민 지지를 받은 정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얻은 일은 1967년 총선 딱 한 번뿐이다. 17대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이 40% 지지율로 과반 의석을 얻었고 19대 총선 때도 한나라당이 약 42%의 지지율로 153석을 가져갔다. 이런 선거 제도를 그대로 놓고 분권형 개헌을 한다면 40%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단독 정부를 수립하는 꼴이 생긴다. 이건 연정이 아니라 영남 정권의 고착화를 부르는 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려면 문제는, 국회 의석을 최소한 60~80석을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상당히 어렵다. 아무리 '의석수를 늘리더라도 예산을 동결 하겠다'고 약속해봐야 국민들은 국회의원 줄이겠다는 공약을 더 좋아한다.  

의석수를 늘리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면 중대선거구제로 가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건 또 학자나 시민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본다. 중대선거구제로 가면 보수는 분열하지 않고 진보만 분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영남을 예로 보면 공천 수요가 공급을 소화를 못 하는데 어떻게 안 갈라지겠나. 어찌됐건 선거 제도를 바꾸어서 극우와 합리적 보수를 잘 떼어내는 게 좋다고 본다.  

민주당의 이른바 급진파 또는 원칙파는 정의당과 합쳐서 충분히 교섭단체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재편된 후 연정을 하면 어느 한 극단의 구심력을 좀 줄일 수 있다. 요즘 특히 보수 진영에서 극단에 중도가 끌려가는 문제가 심각하다. 극우가 보수의 다수를 점하다 보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같은 사람도 박근혜 세력의 눈치를 보며 극우화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건 비극이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고 독자 세력화를 선택한 바른정당도 아직 극우 세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됐다고 보긴 어렵다. 밖에서 보면 유승민 의원, 그리고 유 의원과 가까운 정치인들은 꽤 합리적 보수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 시절 국정 교과서 전도사였다. 바른정당 안에서도 뭘 도모하려 할 때마다 이런 극우 세력에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일이 계속될 수 있다.  

앞으로 개혁 입법 처리 등을 위해 바른정당과 파트너십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과거 사학법이나 국가보안법 사태 때도 보수와 진보 양 극단의 구심력에 끌려가다가 결국 한 발자국도 못 내디뎠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요즘 연정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일들을 참여정부 시절 본 결과라고 생각한다. 안 지사의 연정론은 상당히 일리 있는 얘기다. 문 전 대표가 바른정당이 새누리당과 뭐가 다르냐고 하는 것은 조금 우려스럽다. 정말 입법 성과를 내려면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야3당 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른정당 같은 데서 물길을 틀어버리면 적폐 청산이고 개혁 입법이고 쉽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선거제도 개편을 동반한 분권형 개헌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최근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주도하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연대 구축 시도' 흐름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나. 

유인태 : 오늘(15일) 보니 야3당이 개헌 단일안에 합의했다고 하던데, 꼭 해야 하는 개헌을 저렇게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오히려 개헌을 망치고 있다고 본다. 지금 촛불 광장은 기본권 강화나 지방 분권 등 더 많은 내용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끼리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단일안을 만들어서, 그것도 55일 안에 국민 투표를 부치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거리다.  

또 하나.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연대 자체가 명분이 없다.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만 개헌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 문 전 대표의 경우 지난 1월 17일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국회 개헌특위 논의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책에서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만들었다. 거기에서 개헌 논의를 계속해서 중론이 만들어지면 그 공론을 모아서 다음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고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선택 받으면 다음 정권에서 시행하면 좋겠다는, 이렇게 그 과정에 대해 순수한 개헌론자들은 합의가 돼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내각제 개헌 선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편집자) 

그런데도 자꾸 종편 방송 패널들이나 일부 정치인들이 문재인만 개헌을 반대한다고 한다. 국회 개헌특위는 분권형 개헌 쪽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문 전 대표의 당시 발언은 사실상 분권형 개헌을 따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니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 연대는 명분이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정치권이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해 오히려 개헌을 추진하는 순수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유인태 : 분권형 개헌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그게 지금도 합의가 잘 안 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6년 단임제를 내놨던데, 나의 경우 4년 중임제 분권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선은 지방선거와 함께하고, 대선 뒤 2년 후에 총선을 하는 방법도 논의했으면 한다. 대선과 총선을 같이하는 것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같이하는 게 더 안정적이다. 대선과 총선을 같이 하면 새로 뽑힌 대통령과 총리가 한꺼번에 갑자기 들어서게 되는 거니까.

2022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만약 방금 말한 대로 2+2 방식으로 하면 2022년에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을 선출하고 2020년에 구성된 21대 국회가 2년 후인 2022년이 총리를 선출하게 된다. 이 경우 조기대선으로 뽑힌 이번 대통령의 임기는 8~9개월 정도만 줄게 된다. 이런 안은 검토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생각해본 국회의원들이 몇 명이나 될까. 

개헌은 정말 산 넘어 산이다. 분권형 개헌에 합의했다고 쳐도 국회의원 200명이 찬성을 해야 한다. 여기에 나머지 기본권 조항 등도 논의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도 한꺼번에 논의와 합의가 되어야 한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역별로 당별로 이해관계가 정말 첨예하다.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줄이고 비례 늘리는 데 동의하겠나. 

상황이 이런데도, 당장 개헌을 하자는 일부 정치인들은 자기가 2020년까지 2년 반짜리 대통령을 한 번 해보려는 속내를 품고 있다. 개헌을 위한 과도 대통령은 '나도 좀 할 만하지 않냐'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김종인 전 대표도 그런 생각인 것 같다. 정말 개헌이 중요하다면, 1~2년 만에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는 아니잖나. 2022년에 발효하면 큰일이라도 나나.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정말 난제 중에 난제다. 이걸 각 정치인들의 입맛대로 당리당략적으로 '3년으로 임기 단축' 같은 것을 먼저 꺼내들고 얘기할 때가 아니다. 만약 선거 제도 개편에 합의되지 않은 개헌이라면, 나도 오래된 개헌론자이지만 나부터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다. 

거듭해서 말하지만 저렇게 개헌을 고리로 반문 연대하려는 정치인들이 개헌을 정말 망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기들 이익 때문에 개헌하자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친다. 원론적이고 순수한 개헌론자들도 있고 개헌에 대해서 정치인마다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일부 장사꾼들이 개헌을 심지어 당론으로까지 채택해가며 밀어붙이니 앞으로 개헌이 더 힘들어질 것이다.  

개헌은 당론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정책처럼 당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도 아니고 자기 관점이 담긴 문제인데, 개헌 입장이 다르다고 당을 함께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이나 다당제에 대해선 문재인 전 대표도 열망이 강하다. 그러려면 분권으로 가야 한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다당제는 말이 안 된다. 그런 제도를 가진 나라도 없다.

"확장성은 안희정…문제는 시간" 

프레시안 : 대선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 될 것 같은데, 대세라고 하는 문재인 전 대표에겐 확장성의 한계가 지적된다.

유인태 : 안희정 지사가 되면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나을 거라고는 본다. 안 지사에게 중도층은 좀 안심을 하는 것 같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선 불안해 하니까 확장성은 안 전 지사에게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선의' 발언과 대연정 때문에 호남에서 좀 안 지사가 좀 빠졌다. 

그렇더라도 막상 탄핵이 됐는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복하고 갈등이 계속 심해지면 안희정 지사가 조금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안 지사의 진심이 어제 방송 토론에서도 좀 보여지던데, 그게 통할지는 아직 알 수는 없다. 안 지사가 연정, 협치를 계속 얘기하면 국민들의 지지가 좀 올라가지 않을까. 

프레시안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어떻게 보나? 

유인태 : 안철수 전 대표는 보수가 궤멸 상태이니 바른정당 쪽 지지자들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문재인 전 대표와 양자 대결을 구축하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예컨대 국민의당은 사드를 당론으로 반대한다. 그런 당의 후보한테 보수가 흔쾌히 표를 몰아줄 수 있을까.  

게다가 국민의당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3명의 호남 지역 의원들은 결국은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지역 민심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과거 호남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처럼 90%대 지지는 못 받더라도 상당한 지지를 받게 될 것 같다. 

4월로 들어서면 보수는 보수대로 단일화를 하고,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 등에 연정을 제안하면서 단일화 흐름이 생기는 압박이 자연스레 생길 것 같다. 이번 대선은 워낙 짧아서 지금 뒤쳐진 후보들이 문 전 대표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본다. 

프레시안 : 황 대행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는 대선 정비가 어렵지 않을까.

유인태 : 아니다. 또 누군가에게 표가 갈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뒤에 황교안 대행이 떴듯이,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보수 표는 또 누군가한테 갈 것이다.  

그리고 이건 여담. 나는 황 대행은 애초 출마하고 싶지 않았는데 청와대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것 같다. 청와대로선 황 대행 지지율이 올라가면 탄핵 반대 세력이 커지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으니까.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정체되고 황교안 지지율은 뜨니 박근혜 전 대통령로선 굉장히 보기에 좋았을 것이다. 황 대행으로선,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총리도 시켜준 임명권자이니 눈치를 보며 불출마 선언을 못했을 것 같다.

프레시안 : 보수 쪽에선 사드 문제로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을 공격한다. 이 문제가 풀릴 수 있을까. 

유인태 : 군사시설 안에 있는 사드를 난입해서 막을 수도 없고…. 중국은 사드가 미일 동맹의 휘하로 완전히 편입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 아니겠나. 반대로 우리 쪽에선 어쨌건 한미동맹이 축인데, 미국을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고, 난제는 난제다.



개헌? 선거제부터 바꿔라!

[하승수 칼럼] 개혁은 비례대표제부터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 대표      
2017.03.17 18:47:48

탄핵이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5월 9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릅니다. 이미 각 정당은 경선에 돌입했습니다. 5월 10일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든 대선 판을 흔들려는 기획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15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개헌특위 간사들이 합의했다는 '3당 단일 개헌안' 발의가 그런 기획의 하나입니다. 

대선전 개헌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라는 주장을 해 대선판을 흔들어보겠다는 기획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략적인 개헌 추진은 주권자인 시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민심을 읽기에, 바른정당, 국민의당 대선후보들조차도 대선과 동시 국민투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대선 전까지는 정치권에서 어떤 기획을 해도 민심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얄팍한 기획에 속지 않을 만큼 시민은 현명합니다. 오히려 얄팍한 기획을 추진하는 세력은 시민 분노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정권교체가 된다면, 새로운 대통령이 맞이할 정치적 조건은 여소야대 의회입니다. 국회는 현재 원내 5당 구도입니다. 이 구도에서는 어떤 개혁입법의 통과도 쉽지 않음이 지난 몇 달 간 증명되었습니다.  

각종 적폐청산과 재벌개혁, 검찰개혁, 관료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쌓여 있는 과제는 많은데, 정작 국회에서 법이 통과가 안 되는 상황이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이재용 씨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이 공공연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가 13%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사주는 의결권 제한이 있어서 의결권 행사가 어렵습니다. 이를 풀기 위해 삼성전자를 두 개 회사로 쪼개고,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적분할이라는 형식을 이용해서 이재용 씨의 삼성전자 지배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시도입니다. 이를 막기 위한 소위 '이재용법'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습니다. 상법 개정법안인데, 이 법이 통과되지 않고 국회에 묶여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고, 야당 사이에서도 시행시기를 1년 유예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만약 이런 사이에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해 버리면, 법이 시행되어도 사후약방문에 그칩니다.  

이처럼 지금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은 아주 활발합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재벌은 재벌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기획하고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촛불은? 

촛불의 기획과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결정 때까지는 탄핵과 퇴진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이 목표는 이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다들 고민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거법 개혁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국회판, 정치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개혁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회판을 바꾸는 방법은 국회를 구성하는 규칙(rule)을 바꾸는 것뿐입니다. '탄핵이후 개혁의 첫 단추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게 해야 정당들이 개혁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가지게 됩니다. 정당표를 얻기 위해서는 개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정책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혁에 반대하는 정당은 다음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반드시 심판해야 합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가 되면, 유권자 입장에서도 개혁에 대한 입장, 정책에 대한 입장을 평가하여 각 정당을 심판하기가 좋아집니다.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국회개혁, 정당개혁을 요구하는 범시민적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강고한 정치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치기득권과 결탁하여 이권을 챙기는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을 시민 통제 아래에 둘 수 있습니다. 

결국 정당도, 정치인도 모두 정치시스템 아래에 있습니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규칙을 바꿔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바뀝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국회를 움직일 방법이 없습니다.  

아마도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새로운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입니다. 이어 사드, 가계부채 등 당면 현안을 푸느라 새로운 정권은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국회는 새로운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에 제동을 걸 것이고, 각종 개혁입법은 지지부진할 것입니다. 이것이 올해 하반기에 예상되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래서 촛불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적폐청산을 비롯해 숱한 개혁과제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치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치개혁의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 국회개혁, 정당개혁의 3종 세트입니다. 선거법, 국회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을 바꾸는데 힘을 모으는 것이 우선과제입니다. 이 개혁을 요구하며, 촛불이 국회를 포위할 때 시민혁명은 완수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분출되는 개헌론, 선택할 수 있는 정부형태는?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의 대통령제 개헌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교수       
2017.03.28 11:01:19


1987년 개정 헌법에 의해 운용된 5년 단임제 대통령제는 장기적 관점의 부재 속에서, 국회 절반을 넘은 여당의 존재와 임기 초의 조건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야대여소 및 임기 후반 레임덕의 조건에서는 '허약한 대통령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내세워 정부형태 변경을 주장하는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제도 변경과 이에 따른 정당체제의 변경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부형태 변경의 대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그 대안이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의 대통령제'라 생각하는데, 그것은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서 그리고 중앙과 지방 사이에서 권력이 균형적으로 분할되면서도 이들 사이에 상호 협력이 가능할 수 있는 수단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균형적인 권력 분할과 상호 협력은 우리 헌법 상의 총리제를 활용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즉 대통령은 여당 추천 또는 다수당 추천 또는 국회 추천의 국회의원을 총리로 임명하는 한편 총리는 국회의원 중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그럴 경우 대통령과 총리는 내각구성 권한을 공유함으로써 상호 협력할 수 있으며, 나아가 대통령과 국회는 이를 통해 권력을 공유한 채 상호 협력할 수 있게 된다. (필자) 

기존 정부형태의 문제점    

민주화의 과정에서 채택된 1987년 개정 헌법은 대통령제를 채택했지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 권한을 제약하고자 했다. 하나는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으로 한정함으로써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어렵게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키는 한편 국회와 사법부의 권한을 강화시킴으로써 과거 권위주의체제를 넘어 3권분립의 민주주의 강화를 의도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 1987년 개정헌법에 의한 대통령제의 운용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는 장기적 비전의 결여와 단기적 정책의 추진이다. 즉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일 경우  임기 후반의 약 2년은 사실상 레임덕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취임 후 약 3년 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대통령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수 없게 만든다.  

둘째는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이다.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구비했을 경우 '제왕적'이라 불릴 정도로 과도한 권력을 행사했다. 그 하나는 국회 절반을 넘는 여당이 존재하고, 대통령이 친대통령적인 계파를 통해 여당을 자신에게 종속시킬 때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에 의해 검찰, 국정원, 경찰 등의 권력기관이 자의적으로 동원되고,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각종 정부기관과 공영기구들이 대통령의 자의적 통치에 활용되는 경우이다. 

셋째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은 제왕적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매우 허약한 대통령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야대여소 국회의 압박이 강할 때 그리고 임기 후반 레임덕 등으로 인해 대통령 권력이 극히 약해져 대통령의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운 경우도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1987년 개정 헌법에 의해 운용된 5년 단임제 대통령제는 장기적 관점의 부재 속에서, 국회 절반을 넘은 여당의 존재와 임기 초의 조건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야대여소 및 임기 후반 레임덕의 조건에서는 '허약한 대통령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대안적 정부형태에 대한 검토 
  
물론 이상과 같은 모든 문제들이 모두 대통령제, 즉 제도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권력 운용에 있어 대통령 개인의 캐릭터에 기인하는 문제인지는 좀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최순실게이트는 위의 양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는데, 그 게이트가 대통령 권력의 제도적 강력함에서 비롯되었다면 그것은 전자의 문제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그 게이트가 대통령 개인의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에서 비롯되었다면, 그것은 대통령 개인의 캐릭터에 기인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최순실게이트가 전개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문제 삼아 개헌을 통해 기존 정부형태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부형태 대안들이 검토될 수 있나? 통상 정부형태는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정부제 등으로 구분되는데, 그 대략적인 장단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대통령제 : 대통령제의 대안으로서는 미국식 순수대통령제와 그것의 일정한 변형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식 대통령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미국식 대통령제는 의회와 대통령의 견제와 균형이 그 특징이다. 그런데 양자의 협력 없이 견제와 균형만으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특히 여소야대의 분할정부 시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동안 이를 완충했던 것은 약한 정당규율과 이를 통한 협치였다. 즉 민주당 온건파와 공화당 온건파는 수시로 반대당에 대한 협력과 지지를 보여줌으로써 의회와 대통령의 협력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이고 따라서 양당제의 정당체제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브라질은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고 그 결과 다당제의 정당체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브라질식 대통령은 야당을 끌어들여 연합정부를 구성하여 국정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과정에서 부패의 문제나 연정 붕괴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도 한다.   

② 내각제 : 내각제는 기본적으로 입법부와 행정부 융합의 제도이다. 따라서 특정 정당이나 정당연합이 의회와 내각을 동시에 장악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내각제 국가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의 선거제도를 채택할 경우 한 정당이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때 총리와 내각을 견제하기란 쉽지 않다. '제왕적 총리제'가 될 수도 있는 이러한 내각제 국가의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인데, 영국의 총리는 흔히 '선출된 독재자'로 지칭된다.   

내각제 국가에서 특정 정당이나 수상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연합정부가 구성되거나 협의제(consociational) 의회의 전통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연합정부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다당제 효과를 낳는 비례대표제가 채택되어야 하며, 협의제 의회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오랜 정치문화와 전통이 필요하다. 한편, 내각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뿌리 내린 정당정치의 발전, 직업공무원제의 정착 등의 요소도 필수적이다.   

③ 이원집정제 : 이원집정제는 기본적으로 국민이 직선하는 대통령과 의회로부터 구성되는 총리 간에 권력이 분점되는 정부형태이다. 따라서 이원집정제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다. 특히 대통령 소속 정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동거정부가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각 나라의 국정 작동방식과 정부형태만의 한국 적용 결과  

각 나라의 국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정부형태, 선거제도, 정당체제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정부형태 개헌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나라들의 정부형태, 선거제도, 정당체제, 그리고 국정 작동방식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부형태

선거제도

정당체제

국정 작동방식

미국식

대통령제

대통령,국회(상하원):

소선거구 다수대표제

양당제

-정당규율 약-->협상 국회

(민주당과 공화당 온건파의 상대당과의 협력)

브라질식

대통령제

대통령:결선투표제

하원: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다당제

-연정(야합, 비리 경향)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제

대통령:결선투표제

하원:비례대표제

다당제

-대통령의 소극적 권한 행사

-대연정

-합의제 민주주의

핀란드식

이원집정제

대통령:결선투표제

국회(단원제):비례대표제

다당제

-연정

한국식

대통령제

대통령:다수대표제

국회(단원제):소선거구 다수대표제 중심

양당제

-->

다당화

-선거제도와 지역주의로 양당제

-->제왕적 대통령제 가능

-지역주의 약화로 다당화 경향

-->야대여소-->연정 필요성 증대  


그렇다면 소선거구 다수대표제 선거제도가 중심을 이루고 다당화의 경향을 보이지만 양당제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정당체제를 그대로 놔둔 채, 위 여러 나라의 정부형태만을 한국에 적용했을 때 그것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그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현재의 다수 개헌론이 우리 선거제도와 정당체제의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 채 정부형태의 변경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에 미국식 순수대통령제를 채택했을 때 여당이 국회 절반을 넘지 못한다면 분할정부에 따른 국정 마비의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미국식 대통령제 하에서는 연정 구성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국 정당들의 강한 정당규율은 여야 간 협조도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이 브라질식 대통령제를 채택한다면 여소야대에서 연정 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경우 야합과 부패의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한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제 개헌이  자주 언급되는 가운데 최근에 들어서는 핀란드식 이원집정제 개헌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제도와 정당체제의 변화가 없이 한국에 이들 나라의 정부형태만이 도입되었을 경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그것은 오스트리아와 핀란드의 현실과는 달리 특정 정당에 의한 입법부와 행정부 권력의 독점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헌법적 권한이 주어져 있더라도 그 권력 사용을 자제하는 오스트리아 대통령과는 달리, 한국의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적극 사용하려 할 것이고, 그 경우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갈등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 대통령제 
 
이상과 같은 논의들을 감안했을 때 민주화 이후 채택되었던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정부형태는 무엇인가? 필자는 그것이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 대통령제'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대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우리는 정부형태 대안의 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될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대안이 과연 우리의 정치문화와 잘 부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안적 정부형태를 선택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집중된 권력이 자의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권력을 균등하게 분할하여 그들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가능토록 만드는 한편, 그러한 권력의 분할 속에서도 권력 간 상호 협력이 가능토록 하는 문제이다. 사실 분할된 권력 간 견제와 균형과 상호 협력은 모순된 과제이다. 그럼에도 국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호 모순적인 이 두 과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제도 디자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대안적 정부형태를 선택함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정부형태에 대한 국민의 선호이다. 사실 한국의 정치문화는 내각제나 이원집정제보다는 대통령제에 더욱 친화적이다. 그것은 대통령제가 오랫동안 시행되어 이에 대한 국민의 친근감이 매우 크고,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그 동안 가장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했던 국민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직접 선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상과 같은 점들을 감안하여 제시될 수 있는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의 대통령제’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그 기본 개념은 과도한 대통령의 권력을 축소하는 한편 국회 권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을 보다 균형적으로 재조정하는 한편, 자치분권 개헌을 통한 중앙집중적인 권력을 축소시키고 지방의 권력을 강화함으로써 양자 간 권력을 균형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다. 즉 수평적으로는 대통령과 국회 간의 권력을, 수직적으로는 중앙과 지방 간의 권력을 상호 균형적으로 분배함으로써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균형적인 분할만으로 원활한 국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권력 분할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들 사이에 권력이 균형적으로 분할되면서도 상호 협력이 가능할 수 있는 수단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수단과 장치의 마련이 우리 헌법 상의 총리제를 활용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개헌을 통해 대통령은 반드시 국회의원을 총리로 임명하는 한편, 총리는 국회의원 중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함으로써 대통령과 총리가 내각구성 권한을 공유하는 한편 이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가 권력을 공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출신의 총리 추천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나? 이에는 ①여당 추천의 경우, ②다수당 추천의 경우, ③국회 추천의 경우로 구분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은 각 경우에 따라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 공유 양상이 어떨지를 대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① 여당 추천의 경우 : 여당은 자당 소속 국회의원 중에서 총리를 추천한다. 이 경우 총리 지망자가 자신이 당으로부터 총리로 추천되기 위해서는 당의 다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총리가 당의 의사를 강하게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당의 다수 지지를 받는 가운데 당의 추천으로 임명된 경우 총리는 대통령과 수평적 관계 속에서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는 여당의 대통령 종속화를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수반할 것이다. 한편, 여당이 총리를 추천하는 이 경우에 총리는 여당이 국회의석 절반을 넘지 못할 때 대통령과 협의하여 연정 구성의 제청권을 행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② 다수당 추천의 경우 : 다수당, 즉 국회 제1당은 자당 소속의 국회의원 중에서 총리를 추천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다수당이 여당일 때와 다수당이 야당일 때의 효과가 상당히 다를 것으로 판단된다. 즉 다수당이 여당일 경우 그 효과는 앞의 ①여당 추천의 경우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다수당이 야당일 경우 현실적으로 내각구성은 대통령과 다수 야당으로부터 추천된 총리 사이의 협의를 통해서 구성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연정적인 모습의 내각구성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③ 국회 추천의 경우 : 국회는 국회의원 전체 의원 중 다수 지지를 받는 국회의원을 총리를 추천한다. 이 경우 어느 정당이 국회의석 절반을 넘는 다수당을 형성하거나 다수연합을 구성하는지에 따라 총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당이 국회의석 절반을 넘거나 국회의석 절반을 넘는 다수연합을 구성할 경우, 총리는 여당에서 추천될 가능성이 높고 내각 역시 여당 중심의 내각이나 여당 주도의 연정 내각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이 국회의석 절반을 넘거나 국회의석 절반을 넘는 다수연합을 구성할 경우, 총리는 야당에서 추천될 가능성이 크며, 대통령과 야당 추천의 총리의 협의를 거쳐 구성되는 내각은 사실상 대연정의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개헌을 통해 우리 헌법 상의 총리제를 잘 활용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는 내각구성 권한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는 국정운영의 권력을 공유하는 한편 상호 협력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내용을 갖는 '균형적·협치적 4년 중임의 대통령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줄 수 있다. 그럴 경우 정치문화적으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선호에 부응하는 가운데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할 경우 그것은 대통령이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균형적 협치적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시행할 경우 중앙과 지방 간의 권력도 개헌을 통해 균형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중앙과 지방의 상호 협력을 위해 양원제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원은 인구 대표성을 기준으로, 상원은 지역 대표성을 기준으로 구성될 경우, 상원은 지방의 이해와 요구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지방의 권력이 중앙의 권력과 상호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무엇이 다른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유럽의 의원내각제
김계동 전 연세대학교 교수     
2017.04.03 10:21:35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의원내각제의 특징은 의회의 과반수 정당이 단독으로 또는 정당들이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수상을 임명하여 수상이 국가들 통치하도록 한다. 내각은 의회 의원들로 구성된다. 의원내각제에서 수상은 아래의 세 가지 경우에 바뀐다. 첫째, 총선거가 새로 실시되어 의회 내 과반수 세력이 바뀌었을 때. 둘째, 의회 내에서 연합이 새로 구성되어 주축정당이 바뀌었을 때. 셋째, 수상을 배출한 정당 내의 세력변화로 새로운 수상을 배출하였을 경우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수상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체로 형식적인 국가원수는 국왕 또는 대통령이 맡고 있다. 의원내각제의 대통령은 대체로 의회 또는 지방의회까지 포함된 선거인단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선출된다. 대통령의 실권은 대체로 제한되어 있으나,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의 대통령은 무시하기 어려운 실권을 보유하고 있다. 의원내각제가 대통령 중심제와 정부 내 관계에 있어서 다른 점은 대통령제는 '삼권분립에 따른 국가권력의 분립'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나, 의원내각제는 정부와 의회가 연결되는 '권력융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권력이 융합되면 정책의 추진이 보다 효율적으로 된다. (필자)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의회정부(parliament government)라는 독특한 정치제도를 공유하고 있다. 의회정부의 핵심적인 특징은 입법부와 집행부 간 상호의존, 즉 ‘융합’ 체제라는데 있다. 이 제도는 권력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보다는 권력의 융합을 통한 정부의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의 의원내각제에서는 정부수반인 수상이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지 않고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에서 선출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총선거 이후 수상을 결정하기 위하여 공식적인 선발 절차를 실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하원(Bundestag)은 총리선발을 위한 투표를 실시한다. 반면 영국에서는 의회 과반수 정당의 수장이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관례이다. 

아래 표는 유럽의 정부구조를 분류한 표이다. 이 표에 명시되어 있는 33개의 국가 중 순수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 15개국이고, 순수 대통령중심제 모델은 3개국에 불과하다. 나머지 15개국은 의원내각제 또는 대통령제라는 전통적 분류에 해당되지 않고, 이들 국가 중 대부분이 국민투표로 선출된 비교적 강력한 대통령과 의원내각제 형식의 수상 및 내각이 존재하는 혼합형(이원집정제)이다. 

                    <유럽의 입법부-행정부 관계의 분류> 

의원내각제

(parliament system)

대통령중심제

(presidential system)

준대통령제

(premier-

presidential)

대통령-의원내각제

(president-

parliamentary)

의회독립제

(assembly independent)

벨기에

불가리아

덴마크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영국

 

벨라루스

사이프러스

조지아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아이슬란드

리투아니아

마케도니아

몰도바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아르메니아

크로아티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스위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비교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가장 정확히 비교하는 방법은 양자 간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이다. 첫째, 대통령제는 대체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분립의 제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의원내각제에서는 내각이 의회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은 '융합'되어 있어 정책의 효율성이 높다. 대통령제에서 집행부(대통령과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이 분립되어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교착상태(deadlock)'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교착상태가 의원내각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데, 그 주된 이유는 집행부와 입법부가 같은 정당에 의하여 지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원내각제에서 집권당의 일부가 내각과 견해를 달리한다면, 그들은 내각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불신임 투표'를 거행한다. 대통령제에는 이러한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효율적인 제도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둘째, 대통령중심제는 '고정된 임기의 경직성'으로 행정부의 안정성이 보장되지만 문제가 생기는 경우 해결이 어렵고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서 의원내각제 하에서 정치행위자들은 비정기적인 선거를 통하여 기본적인 변화를 도출하고 재편성을 시도하며 무엇보다도 수상을 선임하거나 '파직'시킨다. 의원내각제에서 의회가 문제 있는 내각을 임기에 관련 없이 제거할 수 있지만,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의 자격에 문제가 생기거나 대통령이 문제 있는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대통령을 조기에 사임시키기는 과정(탄핵)이 쉽지 않다. 따라서 '불신임 투표'가 가능한 의원내각제가 정치적 변화에 대하여 좀 더 융통성을 가진다. 

셋째, 대통령중심제는 '승자독식(winner-take-all)' 원칙 하에서 작동된다. 대통령 선거에서 한 명의 후보자와 하나의 정당만이 승리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회를 잃게 된다. 더구나 대통령에의 권력 집중은 대통령에게 연합이나 다른 정치적 타협을 하도록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의원내각제의 경우 하나의 정당이 의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다른 한 개 이상의 정당과 연합을 해야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정권은 거의 반드시 협상 및 타협과 연관되어 있다.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혼합제(이원집정제)에 대한 논쟁은 정치와 정치학에서 오래 지속되어 왔다. 대통령중심제의 장점은 의원내각제의 단점으로 보여졌으며 동시에 역으로도 성립되는 것이 이러한 논쟁의 특징이다. 1989년 이후 유럽에서 수많은 혼합제도의 증가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모두의 단점을 피하고 장점을 혼합시키려는 헌법 제정자들에 의한 시도로 보인다. 혼합제도에서는 교착상태를 피할 수 있고, 대통령은 의회와 내각 사이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바이마르 공화국이나 러시아 제도의 경험들이 보여주었듯이 입법부의 불안정을 더할 수 있다. 혼합제도에서 대통령과 수상이 같은 정당에서 나오면 대통령제와 차이가 없고, 다른 당에서 나올 경우 심각한 갈등이 조장될 수 있다.

유럽의 정부구성 방법 : 단일정당정부와 다수정당연합 

의원내각제에서는 정당의 의석 비율에 따라 정부가 구성되는데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일정당이 의회 의석의 과반수를 획득하거나 거의 과반수를 획득했을 경우 단일정당정부를 구성하며, 이러한 정부의 수명은 길다. 영국이 대표적이고 스페인, 몰타, 알바니아, 그리스, 세르비아, 루마니아도 이러한 체제를 선택하고 있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정부를 구성한 국가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사회민주당이다.

둘째, 유럽에서 일반적인 형태로 어느 한 정당이 의회를 지배하지 못할 경우 정부를 구성하기 위하여 정당들이 연합을 하는데, 대체로 50퍼센트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하여 연합을 한다. 덴마크는 대체적으로 소수정부를 구성하지만, 협상에 의하여 연합을 하기도 한다. 독일, 아일랜드, 폴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등은 선거 이후에 정당간의 협상에 의하여 연합한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연합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6개월이나 걸리는 경우도 있다. 독일․네덜란드 등은 두 정당이 연합하는데 비하여 이탈리아나 핀란드는 여러 정당이 연합하기 때문에 합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연합을 할 경우 대체로 구체적인 문서 합의를 하고 공개를 한다. 

하나의 주축정당을 중심으로 연합이 이루어진 정부는 대체로 안정적이다. 과반수에는 미달하지만 연합을 주도하기에 충분한 의석을 보유한 정당이 주축역할을 하는데 이 정당은 대체로 좌우익이 아닌 중도적인 성향을 가진 정당이다. 서유럽에서 주축 역할을 하는 기독교민주당(Christian Democrats)은 사회주의자들과 같이 강한 사회복지를 옹호할 뿐만 아니라 우익 정당 성향의 사유재산과 전통적 윤리적 가치를 옹호한다. 

연합 협상은 장관직의 배분을 다루고 정부의 정책의 특정 사안에 대한 사전 동의를 포함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각 당들은 의회에서 과반수가 넘는데 기여하는 비율에 따라서 장관직을 분배받게 된다. 때로는 주축정당이 연합정부를 지속시키는데 있어서 특정 소수정당에 과도하게 의존하기 때문에 그 소수정당의 의석 비율보다 더 많은 장관직을 배분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인기 있는 장관직은 세금, 예산통제, 국내안보 분야이거나 관련 부처이다. 또한 정당들은 자체의 성격과 목적에 의해 결정된 선호도가 있다. 예를 들어, 농민당은 농업과 관련된 장관직을 원하고 사회당이나 사회민주당은 보건, 사회안전, 복지정책과 관련된 부처, 녹색당은 환경과 관련된 부처의 장관직을 원한다. 이 경우 기존의 관심과 이익을 중심으로 정책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 정부 구성에 따른 새로운 사고의 인센티브가 나타나기 어렵다. 

유럽정부의 유형 
 
                       <1945-1998년 현대 유럽에서의 정부 형태>

국가

단일과반수 정당

(single-party majority)

최소승리연합(Minimal winning coalition)

잉여과반수 연합(Surplus majority coalition)

과반수미달 단일정당

(single-party minority)

과반수 미달 연합

(Minority coalition)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4

3

 

 

 

 

 

7

 

 

 

6

3

19

15

24

4

6

7

16

19

7

2

16

8

3

5

 

1

5

 

21

39

5

1

 

29

1

9

 

 

 

1

1

14

4

4

1

2

4

11

 

 

12

15

1

 

2

12

7

5

 

 

3

9

 

 

5

2

 

합계

42

132

111

70

45

퍼센트

11

33

28

18

11


많은 의원내각제 국가들은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데, 이 선거제도는 각 당이 획득한 표의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당하기 때문에 소규모 정당도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다당제 의회가 구성되기 때문에 연합정부의 출범이 불가피하게 된다. 연합정부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50퍼센트만 조금 넘겨서 되도록 적은 수의 정당들이 연합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50퍼센트에 상관없이 많은 정당들이 연합을 하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50퍼센트를 넘어야 정부구성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50퍼센트가 미달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정부가 50퍼센트 미달되는 데도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고, 연합을 했는데 50퍼센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 위의 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정부구성 방식에 대한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소수정부 체제의 특징은 정부를 구성하지 않은 나머지 과반수 의원들의 견해가 통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가 선호하는 대체정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소수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피한 선택을 의미하고, 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의회의 신임을 받을 수도 있다. 의회 내에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가 수적으로 부족한 소수정부는 각각의 정책에 대해서 다른 정당들과 개별적 합의를 위해 협상을 한다. 이에 따라 입법안 별로 지지하는 다수파가 변동하게 된다. 

위의 표가 의미하는 바는, 비록 의원내각제에서 통치하는데 원칙적으로 의회 의석 과반수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집권한 정당들은 반드시 과반수 의석을 기준으로 할 필요가 없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제공한다. 과대 내각과 소수 내각 모두 현대 유럽에서 정부 형성의 일반적인 결과이다. 입법부의 과반수 의석보다 적은 수로 안정적인 내각구성을 할 수도 있다. 소수 정부나 잉여과반수 정부가 형성된다고 해서, 그것이 정치과정에서의 실패의 결과로 비추어지지 않는다. 

대연정 

연합 중에는 의회 내 권력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필요한 수준의 연합보다 의도적으로 더 큰 규모의 집단들이 모여서 연합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이미 하나의 정당이 그 정당이 차지한 의석만으로 과반수 정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 정당과 연합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경우에 대연정이 이루어지는가? 

첫째,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는 기간 중에 대규모의 연정이 구성된다. 위기 시에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통합된 정부를 창출하기 위해 대규모의 통치집단을 만든다. 특히 국내적인 혼란과 심각한 경제위기를 집권세력이 해결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대연정을 모색한다.

둘째, 근소한 차이로 과반수를 확보한 정당은 이론적으로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근소한 차이의 과반수 획득으로 오히려 '야당이 승리한 것으로 평가되는(quasi-victory)' 경우에 집권당의 정당성이 위협을 받게 되어 대연정을 시도한다. 숫자상의 과반수와 진정한 의미의 정당성 간에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 집권세력은 정치적인 정당성의 확보를 위하여 숫자를 확대한다. 

셋째, 이데올로기적 근접성 그리고 선거연대를 고려하여 연합을 하는 정당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주축정당은 대립적이고 경쟁적인 성향이지만 위협이 덜 되는 정당들과 정치적 이익을 고려하여 권력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소수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한 정당이 이미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여 절대 과반수를 만들어 내는데 기여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집권 여당의 연정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의 표에 나타나 있는 각 유형의 정부가 수립된 이후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단일과반수 정부가 953일, 최소승리연합이 814일, 잉여과반수연합이 462일, 과만수미달 단일정부가 601일, 과반수미달연합정부가 410일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단일정부가 과반수를 획득하여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정부수명이 가장 길게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별로 보면 룩셈부르크, 영국, 오스트리아, 아일랜드의 정부가 안정적으로 오랜 수명을 유지했고,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벨기에의 정부들의 수명이 짧았다. 

유럽 의원내각제의 수상 

유럽의 수상은 전형적으로 행정부의 수장일 뿐만 아니라 의회 다수당의 당수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할의 조화는 미국의 대통령 지위보다 더 큰 권력의 지위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권력은 특히 과반수 의석을 가진 단일정당이 정부를 구성한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유럽의 전형적인 연합정부 체제에서도 수상은 의회에서 강력한 교섭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수상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임명이 되고, 의회 의원들은 수상과 정부에 충성을 보여야 각료가 되는, 상호의존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상은 각료를 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는 권리 혹은 각각의 각료를 구속하는 정부의 일반적인 정책지침을 공식화할 권리를 누리고 있다. 

수상의 권한은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수상은 전형적으로 내각 장관들을 지명할 공식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나 수상의 임명권한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제한될 수 있다. 벨기에의 수상은 법에 의해서 내각 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장관과 플라망어(Flemish)를 사용하는 장관의 수를 50 대 50으로 유지해야 한다. 배제된 당파로부터 나중에 있을 수 있는 도전을 피하기 위해 수상은 내각 내에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정당 계파들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연립내각이 수립된 일부 국가에서 각 정당들은 할당받은 내각의 자리를 임명하기 위하여 자체적인 지명을 한다. 이 경우 내각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수상이 아니라 정당들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같은 '조합주의(corporatist)'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경제 이익집단이 정부의 정책결정에 긴밀하게 개입한다. 

유럽 국가들은 정부의 폭넓은 제도적 틀 안에서 수상의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규율과 전통을 개발해 왔다. 영국 수상은 내각각료, 하위장관과 차관 등 100여 개의 직위를 총괄하고 있다. 영국수상은 내각을 개편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는 일단 임명이 되면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수상이 임의로 내각 구성원을 축출하거나 내각을 개편할 수 없다. 노르웨이의 수상은 내각 임명에 있어 거의 권한이 없고 정부 부처를 개편할 수도 없으며 국회를 해산할 수도 없다. 

<정부 내 영향력의 정도에 따른 수상의 등급> 

높음

보통

낮음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스

덴마크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웨덴

 

포르투갈

 

 

스페인

 

 


능력을 상실하고 국민의 지지를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수상은 3가지 기본 방법을 통해 물러나게 된다.  

첫째, 선거에 의해서 물러난다. 더 이상 정부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 수상은 자신의 정당이 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잃게 되어 의회에 의한 임명이 철회되어 면직된다. 

둘째, 정부를 구성한 의회 내의 연합을 변경함으로써 가능하다. 의회 내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이나 정파가 협력하여 수상을 교체하는 것이다. 만약 수상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임을 거부할 경우 의회에서 투표에 의하여 이를 실행한다. 

셋째, 수상이 소속된 정당 내부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서 지도력을 잃게 된다면 수상의 실제 정치적 지위는 자연히 소멸되고 교체된다.

보편적으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의회는 정부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특히 하원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정부는 사임해야 한다. 그러나 사임 관련 법규는 국가마다 다양하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아일랜드에서 정부는 대개 주요 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직하는데, 이는 헌법상 의무사항은 아니고 헌법상 관례이다. 영국과 같은 국가에서 관례와 법규는 좀 더 엄격하고, 정부를 좀 더 강력히 보호한다. 즉 정부는 중요한 법안이 통과하지 않을 때 사임하는데, 이 경우 이 법안에 대한 투표가 신임과 연계되었다는 주장을 명백히 하였을 때에만 효력이 발생한다. 독일, 스페인, 1995년 이후 벨기에에서 법규는 좀 더 엄격하다. '건설적 불신임 투표'가 있을 때 정부가 사퇴하는데, 다시 말해서 절대적인 과반수 정당이 '대체정부'를 동시에 선출하고 정부를 해산할 때 물러난다. 계속되는 불신임 결의 이후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없어 정부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의 대통령 

유럽 의회민주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대통령 등 행정부의 명목상 최고 지도자가 국민들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선출되지 않고, 간접적으로 입법부에 의해 선출된다는 것이다. 유럽 의회민주주의에서 정치적 행정부 수반(수상)과 헌법상 국가 원수(대통령 또는 국왕) 사이의 확실한 권력분립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독재 군주국가에서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역사적 산물이다. 벨기에,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은 '입헌군주국가'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왕의 기능은 상징적이고, 절차적이며, 외교적이다. 상징적으로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가의 인격적 형상물이고, 절차적으로 법률을 최종 비준하는 등 의회와의 관계에서 국가의 중요한 업무를 형식적으로 담당하며, 외교적으로 다른 국가 원수 및 고위인사들을 만나고 방문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

의원내각제 국가들인 독일과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간접적으로 선출되는데, 국가의회와 지방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하여 선출된다. 독일의 국가원수 즉 연방대통령의 권력은 유럽 대통령 중에서 가장 약하다. 대통령의 역할은 의식적인 것에 불과하나, 이론적으로 수석 행정관이 요구하는 선거를 거절할 수 있는데, 이것이 시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행정부를 교체하기 위한 불신임 투표는 의회 내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인단에 의하여 대통령을 선출하는 제도의 단점은 선거절차가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지도 모르는 당파적 갈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에서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의 2/3이상을, 슬로바키아는 3/5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대개가 결선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스와 터키에서 필요한 표를 획득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 의회는 해산되고 새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입법부의 양원과 58명의 지방 의회 대표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해 간접적으로 선출되는데, 2/3를 획득한 후보가 당선된다. 그러나 2/3 득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3차 투표 이후에는 과반수의 득표자가 당선된다. 임기 7년인 대통령의 피선거권은 만 50세 이상이며 관례상 재선은 불가능하다.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다른 내각제 국가의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입법, 사법, 행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입법 권한은 정부발의 법안의 의회상정 인가권, 법률선포권, 선포 대상 법률의 의회에 대한 재심의 요청권(거부권), 의회해산권을 포함한다. 대통령은 해당 의회 의장의 의견을 들은 후 양원 또는 일원을 해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의회 임기의 최종 6개월간은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그 외의 입법권으로 법률의 효력을 갖는 긴급 총리령 발포권, 일반 국민투표 소집권, 상원 종신의원 5인 지명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행정권한은 수상 및 각료 임명권, 외교사절단 접수 및 파견권, 조약비준권, 군통수권, 전쟁선포권을 내용으로 한다. 대통령은 정당들과 타협하여 의원 누구나 수상에 임명할 수 있으며, 반드시 정당 대표를 수상으로 임명하지 않아도 된다. 사법권으로는 사면권과 헌법재판소 판사의 3분의 1 임명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대통령의 역할 중 가장 두드러진 역할은 의회와 정부간의 조정자 역할 수행에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은 법을 제정하는 권리보다는 의회 입법권에 대하여 거부권(veto)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회의 대응방법은 다양하다. 일부 의회는 과반수 의결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한다. 하지만 벨라루스, 폴란드와 러시아는 2/3, 그루지아는 3/5이 되어야 무효화 된다. 이원집정제에서 대통령은 약한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데, 의회는 다수결의 결의에 의하여 대통령 거부권을 무효화시킨다. 리투아니아와 포르투갈도 이러한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선거법, 군사 및 외교 관련법은 2/3 이상이며 리투아니아는 헌법 관련 사항은 3/5이 넘어야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산시킬 수 한다.

일부 국가들은 대통령의 재임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대통령은 2회 재임까지만 허용된다. 대통령이 무제한으로 재임할 수 있는 국가도 있다. 예를 들어, 1992년에 아이슬란드에서 핀보가도티르(Vigdis Finnbogadottir) 대통령은 4년 임기의 네 번째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스 대통령은 두 번 이상 할 수 없고, 체코공화국, 에스토니아, 이스라엘은 중임으로 제한하고 터키는 단임을 택하고 있다. 과반수 득표로 당선되고 의회보다 임기가 긴 것과 재선을 제한한 것들은 대통령이 일상적인 의회 문제로부터 독립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의회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직선에 의하여 당선된 대통령보다 독립성이 떨어지지만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능력은 누가 선출했느냐도 중요하지만, 헌법이 어떠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느냐에 더 좌우된다. 일부 의회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수상이나 각료를 선임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체코, 이탈리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와 터키의 수상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물론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상과 수상이 구성하는 내각은 의회의 신임을 받아야 하는 제한이 있다. 독일, 에스토니아, 헝가리는 대통령이 의회가 승인하는 수상을 임명하고 이 수상이 내각을 구성한다. 그리스 대통령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수상을 지명할 헌법적 권한이 없다. 

대개의 대통령은 내각 구성에 개입할 권리도 가지고 있다. 독일, 헝가리,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의회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대체로 수상이 장관을 임명하는데 대하여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터키의 대통령은 수상이 각료를 해임하는데 대한 거부권도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할 권리도 보유한다.

의원내각제의 장점 

의원내각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권력이 어느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고, 대체로 내각이 집단적으로 책임을 지는 정치체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원내각제를 내각책임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둘째, 장관은 수상이 아무나 마음대로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중에서 선임을 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 장관이 된다. 셋째, 정부수립 이후 무능하거나 부정행위를 한 수상이나 내각이 있어서 국가운영이 더 이상 어려울 경우 의회가 불신임을 하여 내각을 쉽게 바꿀 수가 있다. 넷째, 의회와 정부가 분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융합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수립과 추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한국의 정치체제에 있어서 권력이 대통령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통령제 이외에 가장 많이 채택되는 제도가 의원내각제이다. 의원내각제가 국민들의 의사가 가장 확실하게 표현되는 정치제도이며, 가장 민주적인 체제라 할 수 있다. 과거 제2공화국에서 아주 잠시 동안 의원내각제가 시행된 적이 있으나, 시행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한국에의 적실성을 평가하기 힘들다. 

현재 국내의 일부 정치인들이 권력을 나누는 방식, 즉 이원집정제로의 개헌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권력이 대통령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아닌 또 다른 권력의 갈등과 대립의 현상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즉, 한국의 정치수준으로 봐서 권력을 나누면 타협이나 협상보다는 갈등과 대립이 초래될 것이 우려가 크다. 의원내각제는 수상의 권력이 대통령제의 대통령 권한쳐럼 막강하지도 않고, 국정운영과 책임이 내각이라는 집단에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1인에의 권력집중을 막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