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헌법재판소 박근혜 전원일치 파면 결정문 - 비로소 유신이 끝났다

일취월장7 2017. 3. 10. 11:56


[전문] 헌법재판소 박근혜 전원일치 파면 결정문

박근혜 대통령 8명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
허환주 기자      
2017.03.10 11:43:01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자격이 박탈됐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대 인용 @ 기각으로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아래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전문을 싣는다.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경과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 해 12. 9.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일 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과정 중 이루어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은 없습니다. 



저희는 그 간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어 


청구인측 증거인 갑 제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두 명의 증인, 5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1건의 사실조회결정,  

피청구인측 증거인 을 제60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일곱 명의 증인(안종범 중복하면 17명), 6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68건의 사실조회결정을 


통한 증거조사를 하였으며 소추위원과 양쪽 대리인들의 변론을 경청하였습니다.  


증거조사된 자료는 48,000여쪽에 달하며, 당사자 이외의 분들이 제출한 탄원서 등의 자료들도 40박스의 분량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합니다. 


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 사건 탄핵소추안의 가결절차와 관련하여 흠결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헌법상 탄핵소추사유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고 여기서 법률은 형사법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탄핵결정은 대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하는 것이지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심판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를 기재하면 됩니다. 


이 사건 소추의결서의 헌법 위배행위 부분이 분명하게 유형별로 구분되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지만, 법률 위배행위 부분과 종합하여 보면 소추사유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당시 국회 법사위의 조사도 없이 공소장과 신문기사 정도만 증거로 제시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국회의 의사절차의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존중되어야 합니다. 국회법에 의하더라도 탄핵소추발의시 사유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의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음 이 사건 소추의결이 아무런 토론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의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토론 없이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미리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하고 토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토론을 희망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국회의장이 토론을 희망하는데 못하게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탄핵사유는 개별 사유별로 의결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여러 개 탄핵사유 전체에 대하여 일괄하여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소추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사유별로 표결할 것인지, 여러 사유를 하나의 소추안으로 표결할 것인지는 소추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린 것이고, 표결방법에 관한 어떠한 명문규정도 없습니다. 


8인 재판관에 의한 선고가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아홉 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재판관의 공무상 출장이나 질병 또는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재판관 임명까지 사이의 공백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일부 재판관이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경우는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과 법률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탄핵의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홉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으로서, 탄핵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권한정지상태라는 헌정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가 됩니다. 


여덟 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헌정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회의 탄핵소추가결 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위법이 없으며, 다른 적법요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습니다. 


이제 탄핵사유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탄핵사유별로 피청구인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하여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직하였으며, 장관이던 유진룡은 면직되었고,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이 제1차관에게 지시하여 1급 공무원 여섯 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그 중 세 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여섯 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아니합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압력을 행사하여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피청구인이 이러한 보도에 대하여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다음 세월호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의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2014. 4. 16. 세월호가 침몰하여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피청구인은 관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 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피청구인의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피청구인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하였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자료, 대통령 해외순방일정과 미국 국무부장관 접견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최서원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최서원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하였는데, 그 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도왔습니다. 


피청구인은 최서원으로부터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여,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설립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과 최서원이 하였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습니다.

최서원은 미르가 설립되기 직전인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자신이 추천한 임원을 통해 미르를 장악하고 자신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이익을 취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케이티에 특정인 2명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케이티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어 케이티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습니다. 


또 안종범은 피청구인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습니다. 


한편, 최서원은 케이스포츠 설립 하루 전에 더블루케이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노승일과 박헌영을 케이스포츠의 직원으로 채용하여 더블루케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했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하여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하였습니다.


최서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을 통해 지역 스포츠클럽 전면 개편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건을 전달받아, 케이스포츠가 이에 관여하여 더블루케이가 이득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피청구인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하여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여 롯데는 케이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다음으로 피청구인의 이러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를 보겠습니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성원의 이권 개입에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생략](그 취지는 피청구인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법정의견과 같고, 피청구인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지만, 미래의 대통령들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상실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재 탄핵 심판 쟁점은

재판관 8인 만장일치…헌재는 탄핵소추사유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나

조유빈 기자 ㅣ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3.10(금) 11:50:39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3월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밝히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전원 일치 탄핵 인용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재임 기간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유 요지를 각 쟁점에 따라 살펴봤다.  

 

ⓒ 사진공동취재단·Pixabay

ⓒ 사진공동취재단·Pixabay


■ 탄핵소추안의 흠결에 대해 ⇒ 흠결 없음  

 

대통령 측은 소추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 국회 법사위의 조사 없이 공소장이나 신문기사가 증거로 제시됐다는 점 등을 들어 탄핵소추안의 흠결을 주장했다. 그러나헌재는 헌법 위반이 유형별로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법률상 탄핵 소추 근거를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국회 의사 결정의 자율권은 권력분립 원칙상 존중돼야 하며, 어떤 사유를 하나로 일괄해 탄핵 사유로 적용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로 봤다.

 

또 9명의 재판관이 심리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재판관 공백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일부 재판관이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경우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비 규정이 있으며,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모두 참석할 상태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또 헌법과 법률에 문제가 없는 이상 헌정 위기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언론의 자유 침해 ⇒ “관여했다고 볼 증거 없다”

 

헌재는 압력을 행사해 세계일보 사장 해임하고 세계일보가 민정수석실 작성 정윤회 문건 작성 사실과 피 청구인이 이러한 문건 유출에 대해 국기문란으로 규정 한 것, 검찰수사를 해서 밝혀야 한다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모든 증거를 종합해볼 때 세계일보에게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 “탄핵심판 판단 대상 아니다”

 

헌재는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하여 피 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 특정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성실의 개념은 상대, 추상적이라고 봤다. 

 

이 권한대행은 “추상적 의무규정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며 “헌재는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은 규범적으로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이 될 수 없어 그 자체로는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심판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 최순실 등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 ⇒ 인정 

 

헌재는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의 최서원 국정개입 권한 남용을 인정했다. 이러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이 권한대행은 “헌법은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 공익의 실현 의무 천명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을 통해 구체화된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직위 남용 공정한 직무 수행이라고 볼 수 없고,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미르, k스포츠 설립 등 직간접 설립에 도움을 준 것도 기업의 재산권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피 청구인의 지시나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이 유출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 YTN 뉴스캡쳐

ⓒ YTN 뉴스캡쳐


■ 법위반 행위의 중대성 ⇒ 인정 

 

헌재는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의혹제기를 비난했다”며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 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 재임 기간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했다”며 이는 개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또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착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들은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해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봤다. 

 

■ 보충 의견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고, 다만 그런 사유만으로는 파면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의 보충 의견이 있었다. 또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문제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 의견이 있었다.

 

헌재는 이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 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했다.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의 위반이 중대한 것으로 인정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전원 만장일치로 인용됐다. 탄핵 인용의 효력은 즉시 발효된다.  



박근혜가 임명한 2명도 탄핵 찬성.. 만장일치 의미는?

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입력 2017.03.10 13:15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 수호"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서기석과 조용호 재판관을 비롯한 8명의 재판관이 10일 박 대통령에 대해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선고에 앞서 법조계에서는 다수의 인용이 우세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렇게 만장일치로 결정될 것으로 보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 다수가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서기석과 조용호 재판관이 소수 의견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북 구미 출신이자 보수 성향의 김창종 재판관도 가세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됐다.

이들 3명이 함께 반대 의견을 내리면 재판관 8명 가운데 5명이 인용 결정을 내려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기각 또는 각하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관 8명은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고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8인의 재판관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이유에는 결정문 마지막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 재판관은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며 "이 사건 탄핵심판은 단순히 대통령의 과거 행위의 위법과 파면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재판관 전원은 13개 탄핵 소추 가운데 박 대통령이 헌법 및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 실정법을 위배한 사항만을 인정했다. 그만큼 법리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61)씨 이권 및 특혜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등을 둘러싼 대통령직 권한남용, 청와대 기밀 자료 유출 등이 해당됐다.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으며 이러한 법 위반 행위가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견을 함께 했다.

다만,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성실수행의무 위반,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등에 대한 언론 자유 침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에 대한 임명권 남용 등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탄핵 사유에 포함하지 않았다.



'닉슨 탄핵'의 소름끼치는 그림자...헌재 "박근혜는 은폐했다"

세월호 참사 문제는 탄핵사유 인정 안해
이대희 기자      
2017.03.10 12:15:36


박근혜 정권이 끝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됐다.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는 대심판정에서 재판권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이로써 국회의원 234명이 결정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최종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선고 즉시 파면됐다. 헌정 사상 최초다. 

헌정 사상 최초 대통령 파면 

예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당초 언론은 탄핵소추 사유가 13가지(이는 헌법재판소의 준비변론 기일에서 5가지 쟁점으로 압축됐다)에 이른다는 점을 근거로 선고까지 약 한 시간가량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로 걸린 시간은 23분이었다. 재판관들은 선고 직후 곧바로 퇴청했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사유는 최순실의 국정 개입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며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호 의무 및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이하 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최서원(이하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공정한 직무 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을 위배한 것"이라며 "재단법인 미르과 케이스포츠설립 등을 통해 최순실의 이익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줘 기업 재산권 침해, 기업 경영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및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순실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 및 직권남용을 중대 헌법 및 법률 위배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 행사는 물론, 공무수행 결과를 투명히 공개해 국민의 평가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 개입 사실에 관한 의혹 제기를 비난했고,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견제나 언론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 블루케이, KD코퍼레이션 지원 등을 통해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고 법 위배 경과를 설명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기간 내내 지속됐고, 국회와 언론 지적에도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했다"며 "그 결과,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 범죄 행위로 구속되는 중대 사태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례가 떠오른다.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려 하다가 탄핵 소추에 몰렸고, 결국 자진 사임을 택했다. 박 대통령이 법률 위배 행위를 해놓고도 '은폐'한 것을 헌재가 지적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헌재는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도 파면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훼손으로,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박 전 대통령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으므로, 헌법상 용납되지 않을 중대 법 위배 행위"라며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커,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사태는 탄핵소추사유로 인용 안해 

다만 헌재가 탄핵소추사유 전부를 인용한 것은 아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 의혹, <세계일보> 탄압 의혹, 세월호 사건 시 성실 의무 위배 여부는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관한 부당한 인사권 남용 의혹에 관해 헌재는 "이 사건의 증거를 종합해도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사익추구에 방해됐다는 이유로 인사 조치를 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면직 이유나 김기춘 비서실장이 6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은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윤회 문건' 유출 및 보도로 인한 <세계일보> 압력 의혹에 관해서는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박 전 대통령이 이런 보도에 관해 '외부 유출은 국기 문란 행위고 검찰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 사건의 모든 증거를 종합해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탄핵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부분은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국가는 개인이 가진 불가침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박 전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부담할 의무를 지니지만, '성실'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탄핵소추사유가 되기는 어렵다"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헌재, 고충 토로 

헌재는 이번 탄핵 심판의 역사성과 중대성에 관해 큰 고심을 했다고도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일 간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며 "저희 재판관들은 휴일을 제외한 60여일 간 매일 재판관 회의를 진행했고, 그간 세 차례의 준비기일과 17 차례의 변론기일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거 조사된 자료는 4만80000여 쪽에 달하며 당사자 외 분들이 제출한 탄원서 등 자료도 40박스 분량에 이른다"며 이번 사건 심판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헌법을 만드는 힘의 원천"이라며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선 당사자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또 "저희 재판부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오늘의 이 선고가 혼란을 종식하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어떤 경우에도 헌법과 법치주의는 흔들려선 안 될 우리 모두가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헌재 심판이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되거나, 헌법을 흔드는 행위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됨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특별기고] 비로소 유신이 끝났다

[기고] "유신의 구정물 걷어내고 맑은 물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오홍근 전 청와대 공보수석     
2017.03.10 11:33:27


탄핵안이 인용되었다. 만감이 교차됨을 숨길 수가 없다. "비로소 유신이 끝났다"고 입을 여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씨가 대통령 시절은 물론 정치인이었던 때를 포함해, 거의 평생을 절대 가치로 삼았던 '아버지의 방식'이 더 이상 펼쳐질 마당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유신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막을 내렸다.

박근혜 씨의 아버지 사랑과 아버지 따라 하기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우선 그녀는 자라면서 보고 배운 대로 아버지처럼 군사문화를 숭상했다. 군사문화란 무엇인가. 승리만 인정받는 문화요, 일사불란이 요구되는 능률 추구 문화다. 군사 문화 사전에 페어플레이란 없다. 병영 밖으로 나오면 안 되는 문화였다.

게다가 그녀는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따라서 민주주의에서 강조되는 대화나 소통이나 타협은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그녀가 당대표 시절부터 '고집'이니 '불통'이니 하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은 것도 다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슬 퍼런 공안정국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능률 선호는 성장 일변도의 재벌 사랑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기득권 비리와 패거리 문화가 판을 이뤘다. 스스로 구정물에도 발을 담갔으며, 국정원과 검찰 사랑에도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철이 지나도 한참지난 새마을 운동에 대한 애정이나 터무니없는 국정교과서 밀어붙이기는 아버지를 향한 사부곡(思父曲)이었다.

이 모든 것들의 바탕에 아버지의 '유신 정신'이 깔려있었다고 보는 게 옳을 듯싶다. 바로 아버지에 이어 국민 우습게 본 그것이, 결과적으로 이 나라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엄청난 불행을 몰고 왔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대통령 복도 지지리 없는 나라〉(산해 펴냄)라고 썼다. 

유신, 그것은 종신 집권을 노린 한 철권 통치자의 탐욕에 업혀서 점령군처럼 이 땅에 찾아왔다. 1972년 10월 17일 저녁, KBS 라디오가 군가를 섞어가며 긴급 뉴스를 숨 가쁘게 전하고 있었다. 당장 그날로 국회가 해산되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없어졌으며, 대통령도 간접선거로 뽑는다 했다. 국회의원도 정수의 3분의 1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뉴스였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헌법 기능의 말살'이었다. 알 수 없는 것은 북한의 위협에 맞선다며 '반공'과 '국가안보'의 기치를 내거는 대목이었다. 필자는 그때 입사 4년 차 기자였다. 바로 석 달 전인 그해 7월 4일 남북공동성명 발표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가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남북관계가 험악해지고 왜 반공이 구호로 등장한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훗날 밝혀진 일이지만, 유신을 하면서 내건 구실이 '반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정희는 사전에 "유신을 단행한다"는 정보를 세 번이나 김일성에게 통보했다. 이후락(전 중앙정보부 부장)이 박성철(북한 부수상)과 김영주(북한 노동당 조직부장)에게 각각 통보해주고, 남북조절위원회 정홍진(중앙정보부 협의조정국장)이 북한 측 김덕현에게 구체적 내용을 알려준 것으로 되어있다.  

그렇게 박정희가 종신집권체제를 준비하자, 그해 12월 김일성도 주석제를 도입해 역시 종신집권체제를 완벽하게 갖췄다. '적대적 의존체제'의 완성이었다. 말하자면, 남북이 사이좋게 짜고 고스톱을 친 것이었다.  

유신헌법에 따라, 남측에선 그해 12월 23일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이름의 대통령 선거인단이 체육관에 모여 대통령을 새로 뽑았다. 단일후보인 박정희는 '임명된' 선거인단 2359명 가운데 2357명의 지지(2표는 무효였다)를 얻어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유신체제의 박정희는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었다. 유신이란 그렇게 장기집권 욕심에 눈이 어두워 국민을 우습게 안 무시무시한 제도였다.  

그 무렵 박정희를 비롯한 수뇌부 참모들은 유신을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해괴한 호칭으로 불렀다. 당시 임명되던 내무 법무 등 장관들은 "유신 이념을 구현하는데 신명을 바치겠다"는 소감을 TV를 통해 내보내곤 했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 채 "나라 일을 열심히 하는데 신명을 바치겠다"는 각오쯤으로 알아들었다. 그러나 유신 이념의 구현이란 무슨 말인가. 박정희가 종신 집권하도록 하는 게 유신 이념이었다.

박근혜 씨도 정치를 시작하기 전인 1981년에는 "유신이 없었더라면 (이 나라는) 아마도 공산당의 밥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그녀가 2012년 대선후보 때는 유신에 대해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정치 발전을 저해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그녀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유신헌법을 만든 세 사람 중 한 명인 김기춘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그게 그녀의 '아버지의 유신'에 대한 생각이었다. 아버지처럼 정의와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었다. 

이 나라에서 정의와 국민을 우습게 본 최초의 대통령은 이승만이었다. 해방이 되면서 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 이승만은 친일파들과 손을 잡고 그들을 권력유지의 핵심세력으로 활용했다. 일본치하에서 독립군을 잡으러 다니던 고등계 형사나 죄 없는 백성들을 수탈하던 악덕 부호들이 응징을 받기는커녕, 이승만이 나눠준 완장을 차고 오히려 애국자인 척 떵떵거리며 갑질 횡포를 일삼았다.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반민족행위 처벌법이 마련됐으나 이승만과 친일파 기득권 세력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쳤다. 이승만은 "반민특위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서울 중부경찰서장을 시켜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기도 한다. 역사와 민족 앞에 죄를 지은 친일파들이 준엄한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청천백일 하에 횡포까지 부리는 희한한 사태가 연출되었다.  

그럴 일이 아니었다. 이승만은 죄 많은 친일 세력들을 엄하게 단죄해,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선례를 만들었어야 했다. 아무리 질 나쁜 죄를 지었어도, 시류를 잘 타고 줄만 잘 잡으면 얼마든지 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한국적 교훈'을 이승만은 만들어냈다.

그들은 이승만의 자유당에 들어가 단물을 빨다가,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날쌔게 민주공화당에 들어가 뿌리를 내렸다. 그 기득권 집단이 대를 이어 오늘날까지도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그게 바로 이승만의 '죄'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랑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치의 점령 기간이 우리보다 훨씬 적은 4년에 불과한데도, 그들은 가혹하게 부역자들을 정리해, 역사와 정의를 굳건하게 바로 세웠다. 시민들에 의한 보복 약식 재판으로 1만여 명이 처형됐고, 최고 재판소의 정식 재판을 통해서도 767명이 사형 집행되었다. 9만5000여 명이 실형 선고를 받았으며, 여성도 2만여 명이 삭발을 당했다.

특히 언론인들과 작가들에 대한 처벌은 혹독했다. 글과 책과 기사로 프랑스 정신을 타락시켰다는 이유였다.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그렇게 가혹했기에 역사와 정의가 바로 세워졌다고 그들은 자랑스러워한다. 오늘날 이 나라 실상과 반드시 비교해 보아야 한다는 엄중한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이 땅의 불공정과 부도덕의 시작을 만든 이승만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놓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때다. 이제는 나라가 정의롭고 정직하고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저 높은 꼭대기에서부터 맑은 윗물이 흘러내렸으면 좋겠다. 유신의 구정물 같은 것 분명히 걷어내고 밑바닥 민초들의 세상에까지 맑은 물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정의가 뿌리를 굳게 내리고, 국민 우습게 알지 않는 새 나라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박정희, 박근혜 통치의 종말에 부쳐

[기고] 봄은 왔지만, 우리는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했다
소준섭 국제관계학 박사      
2017.03.10 11:47:58

박정희- 박근혜 부녀의 통치가 그 막을 내렸다. 오늘 마침내 수십 년에 걸친 굴곡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민주주의는 죽을 수 없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을 때, 나는 감옥에 있었다. 건너편 건물 일반 수감자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곧 아래로 내리는 것이었다. 순간 깨달았다. 아! 박정희가 죽었구나. 그때까지 18년 동안 대통령이란 고유명사인 줄로만 알았었다. “박정희 대통령”, 오직 한 사람만 존재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독재자가 이렇게 사라질 수 있다니.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가 당선된 날, 나는 한 달 일정으로 외국에 있었다. 국가적 재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과연 이 사람의 끝은 어떻게 결말이 지어질까 정말 궁금했다. 물론 나는 박근혜가 반드시 아버지의 시대로 회귀하여 장기독재를 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버지의 ‘전통’이 필연적으로 계승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2016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을 필사적으로 통과시킬 때, 나는 장기집권 기도의 징후를 직감하였다. 그리고 최순실 사태가 폭발하기 직전 프레시안에 “최순실 정국, 투사형 지도자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박근혜 정권에 모든 힘을 다해 투쟁하자는 나름의 ‘선언문’이었다. 이글은 다행히도 적지 않은 반향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결코 죽을 수 없다는 시대정신이었다. 

무능한 황제, 국정농단, 부패, 비선실세의 명나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표되는 오늘의 사태는 중국의 명나라를 생각하게 만든다.

명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왕조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의심이 많고 성질이 급해 승상(丞相: 재상)을 모반 사건으로 몰아 참수형에 처했으며, 그의 가족을 비롯하여 연루된 관료 등 모두 3만 명이 처형하는 등 총 10만 명을 도륙하였다. 그리고 재상이라는 직위는 영원히 없애도록 하였다. 재상 제도가 폐지된 뒤에 단지 황제들의 비서들로 간주되었던 관료들은 그저 글이나 읽을 줄 알면 그것으로 족하였다. 고작해야 문서를 관리하거나 옮겨 쓰는 직책에 그쳤을 뿐이었다. 사실상 모두 아전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명나라는 가히 황제 독재의 시대라 칭할 만 했다. 황제는 정보사찰기구인 특무(特務)기구를 설치해 밀정과 체포 등 특무를 담당토록 했으며,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신하를 책임자로 임명하였다. ‘검교(檢校)’라는 또 다른 특무 조직은 관리들과 백성들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옭아맸다.  

그러나 명나라의 황제들은 전반적으로 용렬하였다. 조선 임진왜란 때 황제였던 만력제(萬曆帝)는 집권 48년 중 후반기 30여 년간 몸이 아프다며 틀어박혀 조정에 나가지 않았고, 신하들과 만나 국사를 논하지도 않았다. 정사 처리는 주로 유지(諭旨)라는 형식으로 전달되었는데 그나마 황제는 거의 결정하지 않았다. 젊고 잘 생긴 남성 태감을 선발해 시중을 들게 하기도 했다. 또 문맹이었던 천계제(天啓帝)는 정사를 처리할 능력이 아예 없었고 재위기간 내내 대패와 톱 그리고 끌을 항상 품에 지니고서 오로지 목공과 칠 작업에만 열중하여 침대를 만들고 궁궐을 보수한 ‘목수 황제’였다. 어리석은 그가 죽은 뒤 10여년 뒤에 명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가장 무능한, 그러나 조선이 가장 숭배했던 명나라
 

이렇듯 황제가 정무를 게을리 하면서 수많은 당파가 우후죽순 발흥하고 당쟁이 이어졌는데, 이들 당쟁의 핵심은 오직 어느 당파의 누구를 어디에 앉힐 것인가에만 있었다. 그러면서 부정부패와 뇌물이 일상화되었고, 이 무능하고 엉망이던 왕조에서 필연적으로 ‘비선 실세’인 환관들이 발호하였다. 천계제 때 환관이었던 유근은 그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사람들은 국정을 모조리 장악한 유근을 ‘서 있는 황제(立皇帝)’라고 불렀고, 허울뿐인 황제는 ‘앉아있는 황제(坐皇帝)’라고 불렀다. 각지 관리들이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 모두 비선 실세, 유근에게 뇌물을 바쳐야 했다. 이름 하여 ‘접견의 예(禮)’였다. 유근은 이렇게 국가재산을 사유화하면서 나라에서 가장 큰 부호가 되었다.  

그토록 무능하고 부패했던 명 왕조를 조선 시대 5백 년 내내 숭명 사상이라 하여 금지옥엽 떠받들고 모셨으니, 그 영향은 당연히 오늘날까지 여전히 뿌리 깊을 터이다. 무능한 황제는 아전과 함께 통치했고,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하였으며, 정보사찰기구 특무는 백성의 삶을 유린하였다. 오늘의 모습도 이와 그리 멀지 않다. 헌재를 사찰하면서 그것이 정상적인 근무라고 주장하는 국정원의 모습은 “비정상(非正常)의 일상화”이다.

청렴했다는 박정희의 ‘거짓 이미지’ 청산,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

합리적 보수 세력은 마땅히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부패하고 천민적인 극우 세력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의 현대사는 크게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박정희 숭배자들은 그가 청렴했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다. 박정희는 극우파의 숙주이기 때문에 박정희 신화는 반드시 청산해야 하고, 청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청렴하다는 그 거짓된 이미지를 깨끗이 지워내는 것이다. 스위스에 박정희의 수 조원 대 비밀계좌가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차기 정부에서 이를 추적하여 끝까지 환수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박정희-박근혜-최순실로 대표되는 천민적 극우 세력의 심리적 토대를 철저히 청산해내야 한다.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사회 구성 원칙의 전환: 패권적 권력독점의 해체와 시민주권의 민주주의

오늘 이 사달의 직접적 원인은 바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농단’이라는 용어는 약간 잘못 사용되고 있다. ‘농단(壟斷)’이란 본래 ‘독점(monopoly)’이라는 의미로서, 사실 ‘국정농단’이라는 말은 정확하게 사용되는 용례는 아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하면 독점 현상으로 인하여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법을 왜곡하게 되는 것이니 지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농단’의 뜻도 그리 크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겠다.

독점은 권력을 자의적으로 남용하게 만들고 동시에 정경유착과 탐욕 그리고 갖가지 위법과 불법, 편법이 자행될 수 있는 음습한 자양분으로 기능한다. 바야흐로 각 분야에서 일상화된 패권적 독점 권력의 해체는 시대적 과제다. 

봄은 왔지만, 우리는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널리 보편화되었지만, 입법부와 사법부 역시 모두 제왕적 국회와 제왕적 대법원장으로 군림하면서 독점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생각해보면, 5.16 쿠데타 이후 DJ만을 제외하곤 모두 영남 출신이 권력을 잡았다. 가히 ‘영남민국’이라 할 만큼 영남이 국가권력을 독점해왔다. 정치권 역시 기득권 정당과 기득권 패권세력의 철저한 독점물로서 줄곧 “그들만의 리그”였을 뿐이다. 단 한 번도 시민의 소유인 적이 없었다. 기소권 독점의 검찰을 비롯하여 국방부, 외교부, 교육부 등 관료집단들은 그 이름과 직분에 부합하는 역할은 저버린 채 철두철미 자신들의 독점적 이익만을 추구하였다. 재벌은 우리 사회에서 극단적 독점의 대표적 사례이며, 학계와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력 독점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봄은 왔지만, 우리는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득권자들은 자신들만의 패권적인 성채를 구축하고서 자신들의 지역과 정파, 기수(期數)끼리 결탁한 채 타인들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 금지하였으며, 이렇듯 견제와 감시 그리고 비판이 부재한 시스템 속에서 무소불위 자의적으로 권력을 남용해왔다. 불행하게도 이 압도적인 독점 구조 속에서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은 대항하여 개혁할 생각보다는 대부분 그에 추종하고 그에 편입되려고 사력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출세지상주의이며 “1등만 기억하는 사회”였고, 복원될 수 없는 양극화의 심화를 비롯하여 부와 학력의 세습화 그리고 비정규직 양산이 그 구체적인 산물이었다.

이제 진정한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는 구성원의 권리 실현을 위한 건강한 구성 원칙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모든 영역에 철옹성처럼 군림하고 있는 패권적 독점 권력을 해체하여 권력이 구성원인 시민에게 균형 있고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법률과 제도로써 정밀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시민주권의 민주주의로 나 있는 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용기 있게 다 함께 걸어 나가자. 우리의 진정한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