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대통령이 되고 싶나? 박근혜에게 없는 7가지를 갖춰라

일취월장7 2017. 3. 1. 16:01

대통령이 되고 싶나? 박근혜에게 없는 7가지를 갖춰라

[리더의 조건①] 드라마 속 명대사로 살펴 본 리더의 자질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오마이스타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리더의 조건'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아직도 청와대를 점거하고 있는 그 분은 조만간 '전직 대통령'이자, 역사에 전무한 '탄핵'으로 쫓겨난 대통령이 되겠지요. '대통령'이란 직위가 만들어진 이래 우리의 현대사는 늘 '대통령'으로 인한 정치 사회적 고통의 역사였습니다. 추운 겨울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열망은 그런 현대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분,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민주 국가의 '국민으로 부터 위임받은 권력'임을 착각하지 않는 분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금 청와대를 점거한 분이 병원에서 쓴 '가명'이 길라임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지요. 심지어 기사화된 내용에 의하면 저녁 6시 이후에는 거의 약속을 잡지 않고 예능 출연진을 외울 정도로  TV 시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지요.

특히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던데, 그 사람 귀에는 지난해 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적 호응을 얻은  <태양의 후예>의 '국가, 국가가 뭔데, 국민의 생명과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야.(중략) 군인인 나한테는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라고 국가가 준 의무는 없으니까'란 대사는 안 들리고,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라는 대사만 들렸던 것일까요? 로맨스 드라마의 대표적 작가도 '국가'의 존재론을 들먹이는 시절에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일까요? 그럼에도 새로이 미래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 되실지도 모를 분께 드라마 몇 편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드라마가 그려낸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 혹은 정치인들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혹은 이 시대의 드라마들이 원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들인지, 몇 편의 드라마가 미래의 리더가 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피가 되고 살이 되기를 바랍니다.

드라마 속에 나온 대통령

 대물

대물ⓒ sbs


'이 나라에 태어난 게 죕니까? 우리가 나라없는 백성인가요? 국민들 목숨 하나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가 도대체 왜 필요합니까? 대한민국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나라인가요?'

이 멋진 대사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2010년 방영된 <대물>(SBS)의 여성 대통령 서혜림(고현정 분)입니다. 드라마는 아나운서 출신의 평범한 중산층 주부였던 서혜림이 종군 기자였던 남편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려다 국회의원이 되고, 대권을 잡게 되는 내용을 다룹니다. 비록 당시 모 여성 정치인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잠수함에 갇힌 '우리 국민'인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 중국 정상들과 담판을 벌이는 이 '담대한 여성' 대통령은 '국가의 이익보다 국민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갈망을 충분히 담아내며 화제가 되었지요.

 프레지던트

프레지던트ⓒ kbs2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이 만듭니다...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를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뜁니까? 다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이 정치를 혐오하기 때문입니다. 투표 안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못배우고 나이든 어르신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 지성인을 자처하는 여러분들은 애인 팔짱끼고 산으로 강으로 놀러가지 않습니까.

영어 사전을 종이째 찢어 먹으면서 기껏해야 여덟 쪽도 안 되는 선거 공보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은 결코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하십시오. 청년 실업자의 분노와 설움을 표, 오로지 표로써 나같은 정치인에게 보여주십시오.'

이 '영업 비밀(?)'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대통령은 바로 <프레지던트>(2011, KBS2)의 주인공 장일준(최수종 분)입니다. 이 드라마는 일본 작가 가와구치 가이지의 <이글>을 드라마화 작품으로, 인권 변호사 출신의 3선 의원인 장일준이 경선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강일준의 강고한 권력 의지를 현실감있게 그려내며 '권력'의 정점으로서의 대통령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특히 인권 변호사 출신의 주인공은 '한국판 오바마'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 등 '연상되는 인물'을 두고 화제가 되었으며, 2화 선거 독려 연설은 선거 때마다 회자되는 명장면이지요.

 정도전

정도전ⓒ kbs


'사서 오경을 달달 외우고 주댕이로 공맹의 말씀을 달달 왼다고 해서 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의 고통을 모르고 무의를 모른다면 머리에 똥만 가득찬 밥버러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산다고 다 사는 것입니까? 사람답게 살아야지요. 그것이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대업입니다.'

<프레지던트>의 작가 중 한 사람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정현민씨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정현민 작가의 작품 속 '정치'상황은 그 어떤 드라마 속 정치보다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그 '야생'의 정치 현장 속에서 '리더'의 자리를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정 작가의 2014년작 <정도전>(KBS)을 권합니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이상주의자 정도전이 고려의 정계와 조선의 건국을 통해 자신의 이상과 야심을 어떻게 변화시켜가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어셈블리

어셈블리ⓒ kbs2


'여보세요! 저 시의원 아닙니다. 구의원 아닙니다. 국민들 전체를 생각해야 되는... 그런 국회의원입니다. (중략) 국회의원이 처음 되면요. 처음 돼서 하는 선서가 있는데 거기 뭐라고 써져 있냐면...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국가의 이익에 우선! ... 양심! 이 세 가지가 골자예요... 저요, 지역 이기주의에 앞장서는 영업 사원 아닙니다. 저요, 나라 전체와 국민을 생각하는 그런 진짜 국회의원, 정말 국민들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어째서 부자를 돕는 것은 투자라 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합니까. 네, 패자들에게 두번 째 기회를 주는 게 어떤 투자보다도 더 가치있는 투자라고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최선을 다한 패자들, 그런 사람을 보듬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는 더 따뜻해 질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정도전>이 역사를 통해 '정치' 현실을 그려냈다면, 2015년 <어셈블리>(KBS)는 '정치'에 좌절하는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드라마입니다. 정현민 작가는 '경상도 전라도 붙이고, 잘 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붙이고, 승자도 패자도 붙이는' 용접공 출신의 정치 이상주의자 진상필(정재영 분)을 통해 '정치의 희망'을 빚어냅니다.

현실로 끄집어내고 싶은 드라마 속 멋진 리더들


 미생

미생ⓒ tvn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 봐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니까.'

2014년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미생>(tvN)은 우리 시대 '미생(未生)'인 직장인들의 삶, 그 중에서도 특히 조직과 사회 속에서 늘 발 걸려 넘어지는 젊은 청춘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2014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장그래를 비롯한 사회에 첫 발을 딛은 직장 초년생들과 함께 대리, 과장 등의 회사 내 직위 별 인물 군을 생생하게 그려내 화제가 되었지요.

그 중에서도 배우 이성민이 분한 오상식 과장은 징계당할 후배를 위해 머리를 조아릴 줄 알며, 하다못해 자기 팀원을 괴롭히는 다른 팀원에게 소심한 복수를 해주는,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선배로 환영받았습니다. 또한 내세울 만한 스펙 하나 없는 신입 직원에게 기꺼이 기회를 주고, 그 후배의 제안에 기꺼이 귀를 기울여 주고, 기존의 틀을 깬 사업 제안 등에 '옳다'고 해주는 대안적 리더의 전형으로 주인공보다 더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박수쳐 응원했던 오상식 과장과 같은 '리더' 어떤가요?

 낭만 닥터 김사부

낭만 닥터 김사부ⓒ sbs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데 못나게는 살지 맙시다. 사람이 뭣 때문에 사는지 그건 알고나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의사는 한 생명을 집도하는 서전이라면, 그 생명과 맞먹는 책임감도 어깨에 지고 가는 거야.' 

'불평등의 시대, 불만과 불신이 가득찬  시대, 돈때문에 울고 웃는 시대 속에서 여전히 사람답게 사는 '낭만'을 외치는 이름부터 '사부'인 <낭만 닥터 김사부>(SBS)는 2016년 말과 2017년 벽두를 위로한 '리더'입니다. '출세가 만능이고, 아픈 이들의 상처를 외면하는' 시대, 세상에 대한 가장 무서운 저항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거'라 말하는 리더는 어떤까요? 또  이 시대에 사라져가는 '인간다움'을 '낭만'이라면서도 그 마지막 낭만을 부여잡는 넉넉한 리더는요.

 송곳

송곳ⓒ jtbc


'패배는 죄가 아니요. 우리는 벌을 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고. 우리는 달리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삶을 사는 거라고. 우리는 패배한 게 아니라 단지 평범한 거라고. 우리의 국가는, 우리의 정치 공동체는 평범함을 벌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지난 2006년 철수한 까르푸 한국 매장의 노조 설립 과정을 다룬 최규석 작가의 동명 만화 <송곳>이 2015년 JTBC를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드라마는 고지식한 이수인 과장(지현우 분)이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판매원들의 해고에 반대하며 노조 설립을 주도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드라마는 '분명 하나 쯤은 뚫고 나오고야 마는,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를 공포 속에서도 기어이 한 발을 내딛고 마는 인간형을 '송곳'으로 상징하며, 그런 송곳같은 인물들이 모여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사는 데가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진다면서도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비겁을 뚫고 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유연하지만 원칙을 잃지않는' 구고신(안내상 분) 상담소장과, '송곳'처럼 날카롭지만 늘 인간의 믿음과 신뢰에 대해 고민하는 노조 지도자 이수인은 부도덕의 시대를 뚫고 나갈 '리더'의 또 다른 전형이 아닐지요.


뚱뚱했던 세종대왕, 즉위 4년 만에 홀쭉해진 이유

[리더의 조건②] 세종대왕과 정조는 어떻게 존경받는 리더가 되었나


김수로, 광개토태왕, 근초고왕, 진흥왕, 선덕여왕, 태종무열왕, 세종, 광해군, 정조. 비교적 최근에 텔레비전 사극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왕들이다. 이들을 다룬 드라마의 공통점은 거의 한결같이 '친서민' 코드로 주인공을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사극이 주인공을 친서민 군주로 조명하는 방법 중 하나는, 노예 생활 같은 극단적 경험을 거쳐 왕이 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다. 배우 지성이 나온 MBC <김수로>, 감우성이 나온 KBS <근초고왕>, 이태곤이 나온 KBS <광개토태왕> 등은 노예생활이나 그에 못지않은 고난을 거쳐 왕이 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극이 주인공에게 시련을 부여하는 것은 전통적인 영웅 서사시의 정형이 그렇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가 있다. 거기에는, 시련을 겪은 지도자만이 대중과의 공감 혹은 소통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양극화 심화로 서민층의 기운이 들썩이는 지금, 사회통합을 이루려면 그런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고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지도자의 '서민 체험'

 <광개토태왕>의 광개토태왕(이태곤 분).

<광개토태왕>의 광개토태왕(이태곤 분).ⓒ KBS


그런데 왕조시대 사람들의 눈에, 왕은 하늘이 보낸 거룩한 존재였다. 그래서 그 시대 군주들은 민주공화국 시대의 대권 후보들처럼 일부러 서민 행세를 할 필요가 없었다. 시장에 가서 낯선 국밥집 사장을 껴안을 필요도 없고, 입에 안 맞는 길거리 음식을 미소를 띠며 먹을 필요도 없었다. 군주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이미지만 깎일 뿐이었다.

최근 미국의 공화당 경선과 대선 유세에서, 다른 후보들이 서민 행보를 연출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는 일부러 고급스럽게 유세를 다녔다. 자동차나 기차를 이용하는 여타 후보들과 달리, 그는 자신의 이름이 크게 새겨진 보잉 757 전용기를 타고 다녔다.

그게 싫증나면 비즈니스 제트기나 헬기에 올라탔다. 2015년 8월 15일에는 82억짜리 시콜스키 헬기에 아이들을 태워주는 쇼까지 연출했다. 시장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뽀뽀나 해주는 후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런 트럼프의 행동을 그대로 따른다 해도 옛날 왕들은 문제가 없었다. 군주는 일반인과 다른 신성한 존재여야 한다는 인식이 세상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인들한테는 노예 출신 군주가 자격미달이었다. 노예 생활을 경험한 왕들은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높이 떠받들 필요가 없다는 게 고대인들의 관념이었다. 영웅은 시련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시련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고대인들이 생각하는 영웅의 시련은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단군왕검의 혈통을 이어받은 고주몽이 고구려 건국 전에 동부여 대소 왕자의 괴롭힘을 받은 것처럼, 기본적으로 거룩한 신분을 가진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고난이나 박해를 받는 게 고대 영웅의 정형적인 시련이었다. 노예 생활은 그런 시련에 포함되지 않았다. 참고로, 주몽이 단군왕검의 혈통을 받았다는 사실은, 왕들의 내력을 정리한 <삼국유사> 왕력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이 생각한 영웅의 시련은 노예 생활과 무관했는데도, 최근의 사극들이 왕들의 노예 체험을 자주 보여주는 것은 21세기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그런 체험을 해본 지도자라야 서민 대중을 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사극이 친서민 군주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은 MBC <선덕여왕>,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MBC <이산>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선덕여왕>은 복지정책에 관심을 쏟는 군주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산>은 기득권층에 맞서 서민층을 보호하는 정조 임금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 <광해>에서는 광대 출신의 가짜 광해군(이병헌 분)을 등장시켰다. 가짜 광해군은 서민 수업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었다. 태생적으로 서민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친서민 개혁을 추진하는 실제 광해군의 모습에, 서민 의식을 뼛속 깊이 가진 가짜 광해군의 모습을 오버랩시켰다. 군주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그런 식으로 보여준 것이다.

사극이 주인공을 친서민 군주로 조명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백성을 위해 죽을힘을 다하는 왕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KBS <대왕세종>, SBS <뿌리깊은 나무>, KBS <장영실>은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 하루 종일 백성과 나라만 생각하는 세종의 삶을 묘사했다.

실제의 왕과 사극 속의 왕

그런데 실제의 왕들은 사극 속의 왕들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뼈가 부서지고 몸이 으스러지도록 더 열심히 일했다. 세종의 경우가 특히 그랬다. 이 점은 그의 허리 사이즈 변화를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세종은 스물두 살에 왕이 됐다. 이 당시 그의 몸매가 음력으로 세종 즉위년 10월 9일자(양력 1418년 11월 6일자) <세종실록>에 묘사되어 있다. 이 대목에서 <대왕세종>과 <장영실>의 배우 김상경, <뿌리깊은 나무>의 송중기(청년 세종)와 한석규(장년 세종)를 연상하면 안 된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당시의 세종은 몸이 뚱뚱하고 무거웠다. 운동을 게을리 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몸매가 그렇게 됐던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의 청년 세종(송중기 분).

<뿌리깊은 나무>의 청년 세종(송중기 분).ⓒ SBS


그랬던 세종이 왕이 된 뒤 허손병을 앓았다. 몸이 현저하게 수척해지고 허약해진 것이다. 임금 된 지 4년 뒤인 스물여섯 살 때 그랬다. 비만으로 고민했던 사람이 불과 몇 년 새에 홀쭉해졌던 것이다.

<세종실록>에 나온 의료 기록들을 종합하면, 그 뒤 세종은 온갖 병을 다 앓았다. 당뇨병은 평생을 따라다녔다. 이로 인해 하루에 한 동이 이상의 물을 마실 때도 있었다. 30대 초반에는 왼쪽 다리 통증과 등의 통증으로 고생했다. 등이 아파서 마음대로 돌아눕지도 못했다.

30대 중반부터는 어깨 통증이 만성질환이 됐다. 이후로는 체중도 더욱 급속도로 감소했다. 45세부터는 눈도 잘 보이지 않았다. 지팡이 없이는 밤중에 다니기도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말년에는 언어장애와 중풍 증세까지 겹쳤다. 한글 창제를 위해 언어를 연구한 인물이 언어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이다.

뚱뚱하고 무거웠던 세종이 불과 몇 년 만에 몸이 홀쭉해지면서 온갖 질병에 걸린 것은, 직무와 공부에 과도한 시간과 열정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에 골몰하느라 건강을 해쳤던 것이다. 유시민이 정리한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의 제3부 끝부분에 이런 말이 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 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세종도 이런 말을 했을지 모른다. 나랏일에 무한 책임을 느낀 그는 뚱뚱하고 무겁던 몸이 불과 몇 년 새에 수척해지고 허약해질 정도로, 또 몸 전체에 아프지 않은 데가 없어 그야말로 종합병원이 될 정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국정운영에 다 바쳤다. <대왕세종>, <뿌리깊은 나무>, <장영실>에 나오는 몸매 좋은 세종의 모습은 진짜 세종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뿌리깊은 나무>의 장년 세종(한석규 분).

<뿌리깊은 나무>의 장년 세종(한석규 분).ⓒ SBS


세종뿐 아니라 정조 임금도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국무를 처리하다가 건강을 해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마흔아홉에 세상을 떠난 결정적 원인은 바로 그것이었다. 독살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죽기 직전의 치료 과정이 석연치 않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 나이에 최후의 병석에 눕게 된 결정적 이유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서민층을 위한 개혁을 고심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이런 왕들이 볼 때는, 나랏일만 생각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궁궐이나 안가에서 개인적 안락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고 그로 인해 권력을 상실하는 군주들이 한심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꼭 연산군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대한민국 시대의 박정희·박근혜 두 대통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반독재 시위가 들끓는 와중에도 안가에서 환락에 빠져 지낼 때가 많았다. 이로 인해 판단력이 떨어진 탓에, 최측근 중앙정보부장이 역심을 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비슷하다. 그는 청와대 안에서 자기 몸과 안위에 과도한 신경을 쓰며 살았다. 국민이나 정권 안보는 안중에 없었던 듯하다. 세종·정조를 포함해서 사극에서 열성적 군주로 묘사되는 이들은 대한민국 시대의 박·박 대통령처럼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항상 경계하며 열심히 살았다.

사극은 박근혜 정부와 반대방향으로 간다

서민층의 불만과 단결력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양극화 심화 때문만은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대중을 단결시킬 수 있는 SNS도 그런 경향을 촉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사극에 나올 군주들은 한층 더 친서민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사극에 나올 군주들은 실제 역사기록과 무관하게, 한층 더 혹독한 서민 체험을 하고 한층 더 진지하게 개혁을 고민하고 한층 더 열심히 직무를 수행하는 왕들이 될 것이다. 그런 사극을 시청하는 국민들도 대통령에 대해 더 높은 기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경향은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대선 후보들도, 시장 같은 데서 억지로 서민 흉내만 내는 차원을 넘어, 진짜로 서민 의식을 함유하고 국민통합 의식을 가슴 속에 내재시키는 쪽으로 스스로를 개조하려 노력하게 될지 모른다.

또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더욱 더 서민층을 위하도록 강제하는 사회적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재벌이 아닌 서민층과 손을 잡아야만 박근혜처럼 되지 않을 거라는 강박 관념이 대통령들을 지배할 것이다. 광해군과 정조처럼 다수 국민을 위해 살지 않으면 청와대 코앞에 언제 또다시 100만 시위대가 출현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청와대의 공기를 내리누를 것이다.

그런 경향은 대통령의 여가 활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쉬는 시간에 무심코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었다가도 '박근혜처럼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얼른 자리로 돌아가는 대통령도 생길지 모른다. 세종처럼 뼈가 으스러지고 몸이 축나도록 일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박근혜처럼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24시간 내내 항상 깨어서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대통령들이 많이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