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은 강간해도 된다'는 그를 신고했다

어떤 일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발생하고,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선입견은 뜻밖의 사건을 만나 부서진다.
지난 연말, 인권 단체에서 한 여성과 함께 방문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스무 살을 갓 넘겨 보이는 앳된 여성이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 창백했다.
이 여성은 흔히 텐카페, 룸주점이라고 불리는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는 이였다. 이런 업소에 나가게 된 지는 두 달 쯤 전의 일이었다. 여성은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을 다니던 중이었는데,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서 휴학을 한 상태였다. 집에 내려가 있기도, 그렇다고 집에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하기도, 여의치가 않았다. 어느 날 인터넷 구직 광고에서 기본 월 300만 원 보장이란 업소 광고를 보았다. 전화를 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가보니 진짜 유흥 업소였다. 광고에는 서빙이라고 써 있었지만, 실제 일은 술시중이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하는 시간 대비 급여가 좋다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소위 '2차'를 나가기도 하는 업체인 줄은 알았지만, 그건 선택하기 나름이니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유흥업소 접대부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날 때까지는 그런대로 일은 할 만 했다. 평소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셔야 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줘야 하고, 몸을 더듬는 것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도 받는 돈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 때까지 만난 손님들은 많이 거친 이도 없었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 들어간 테이블의 손님이 2차를 요구했다. 여성은 마담에게 2차는 싫다고 했다. 그런데 마담은 2차를 안 나가면 손님이 기분이 상할 것이고 그래서 술값을 안 내겠다고 하면 70만 원에 달하는 술값을 여성이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를 나가면 25만 원을 따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어야 한다는 술값은 막막했고, 2차를 나가면 받을 화대는 아쉬웠다.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판단력도 흐렸다. 눈 딱 감고 한번만 나가자 싶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성매매를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딱 한 번 성매매에 응했을 뿐, 이후로는 보름이 지나도록 접대 일은 해도 2차로 성매매를 나가지 않았다. 성관계가 처음도 아니었고, 첫 성매매의 매수자였던 남성이 여성을 거칠게 다루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난 남자와, 그것도 호감을 갖게 된 것도 아닌 남자와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한다는 것이 주는 자괴감이 컸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을 무렵, 새벽 2시쯤 30대 초반의 남성 두 명이 손님으로 왔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남성들은 외모도 멀끔했고 제법 위트도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손님들과 앉아 양주를 마시다 보니, 많이 취했다. 그런데 다시 2차 권유가 시작됐다. 룸 안에서 여러 차례 거절을 했는데 마담이 밖으로 불렀다. 그리고 보름 전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술값을 물을 건지, 2차를 따라가서 따로 화대도 챙길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님이 착해 보이고 모텔에 가도 많이 취해서 잠만 잘 것 같으니 같이 나가라고 종용했다. 정말이지 내키지 않았지만 딱 한 번만 나가기로 했다. 월말에 밀린 급여를 받으면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은 그렇게 남성과 업소 인근의 모텔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남성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여성의 따귀를 때렸다. 남성의 따귀 세례는 정신을 차릴 수 없게 십여 차례나 이어졌다. 처음엔 외마디 비명이나마 질렀는데 조용히 하라며 소리가 커지면 더 세게 때렸다. 무서워서 소리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강간을 당했다. 여성은 맞으면서, 강간을 당하면서,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 돈을 받지도 않았고 돈을 받을 생각도 없으니 때리지 말라고, 강간하지 말라고, 간청했지만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남성은 한 번의 사정이 끝난 후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갔다. 화장실은 출입문 앞에 있었고 남성은 화장실 문을 닫지 않았다. 여성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갑자기 맞고 강간을 당하여 충격이 심한 상태라 도망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테이블 위에 놓아 둔 자신의 휴대폰의 녹음 버튼을 간신히 눌렀다. 소변을 보고 돌아온 남성은 다시 여성을 때리고 강간했다. 여성은 울면서 계속 보내달라고 애원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폭행과 강간의 시간이 끝나고 남성은 여성을 향해 '창녀 주제에…'라는 말을 남기고 모텔방을 먼저 나섰다. 여성은 모텔을 나와 바로 신고를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실 관계는 강간이 틀림없고, 녹취도 있고, 남성이 업소에서 술값을 카드로 계산해서 신원도 밝혀진 상황이었다. 사건 직후 피해자가 신고도 했는데 뭐가 문제라서 인권단체에 상담을 하고, 다시 인권단체가 변호사를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정인즉슨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녹취 파일은 있는데 녹취록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몰라 아직 만들지 못해 제출이 안 된 상황이었다. 상대방은 화대를 주고 성매매를 한 것인데 업소 여성이 무고를 한 것이라며 즉시 맞고소로 응했다. 여성은 차라리 신고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후회가 된다며 눈물을 떨궜다.
녹취를 들어보고 사건을 맡기로 했다. 녹취는 1시간에 달했고, 내용은 지난했다. 누군가 처참하게 맞으며 강간당하는 녹취 파일을 라이브로 듣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맞을 때마다 소리죽여 비명을 토해내며 보내달라고, 돈도 받지 않았고 받을 생각도 없으니 멈춰달라고, 애걸하는 소리를 듣는데 어지러웠다. 여성의 애원 사이에 남성의 욕설을 듣는 것이 힘겨웠다. 사건을 맡기로 하고, 1차 대질 조사부터 입회했다.
(다음 회에 계속)

▲ 강남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조직 폭력배와 정치권의 추악한 결탁을 다룬 영화 <강남 1970>의 한 장면. ⓒ모베라픽처스
이런 피임법은 처음입니다만
2차 성징이 시작되면 40년 넘는 시간을 좋든 싫든 피임과 연관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각종 피임 시술은 일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국가가 여성의 몸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설 <피프티 피플>(정세랑 지음, 창비 펴냄, 2016) 속 이수경은 폴리우레탄을 믿는다. 0.01㎜ 두께의 콘돔이 그렇게 맨살과 차이 날 리 없다고, 다음 세대의 콘돔은 소수점 세 자리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경이로워하며 주시한다. 하지만 수경이 보기에 한국은 폴리우레탄의 축복을 받지 못한 나라다. 수경의 친구 네 명이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피임보다 훨씬 어려운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이들인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 수경 역시 정답은 찾지 못했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성교육의 부실함일 수도 있고, 커플 내부의 권력 문제일 수도 있고,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성인 콘텐츠에서 피임 과정을 편집·생략해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여간 대한민국 성교육 실태는 참담한 수준임이 분명했다. 수치심을 가져야 할 순간에 갖지 않도록, 수치심을 가지지 않아야 할 순간에 갖도록 잘못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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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피임사전> 집필에 참여했던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이 환자에게 피임법을 설명하고 있다. |
그러니까 한국의 성교육은 이런 식이다. 2015년 교육부가 2년 동안 6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들여 내놓은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보자. ‘남성은 성에 대한 욕망이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충동적으로 급격하게 나타난다(초등학교 1~2학년 교재)’ ‘이성 친구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초등학교 3~4학년 교사 지도안)’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초등 5~6학년 교재)’ ‘데이트 비용을 많이 사용하는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원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데이트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등학교 교재)’. 이런 내용들은 성교육의 내용이 의학적으로 정확해야 하며, 문화적으로 편파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미국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충분히 ‘불법’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좋은 성교육은 피임 교육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위와 같은 ‘눈 가리고 아웅’식 교육만 반복된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열다섯 살 무렵에 성생활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이후 적어도 40년 넘는 시간을 좋든 싫든 피임과 연관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문화적 분위기는 피임을 결국 ‘임신할 수 있는 여자의 몸’ 문제로 쉽게 환원한다.
성인도 피임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어째서 피임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연구 공동체 ‘건강과대안’의 문제의식도 거기에서 출발했다. 건강과대안의 젠더건강팀은 지난해 말 서울시 여성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우리가 만드는 피임사전>(이하 <피임사전>)을 펴냈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피임법과 피임에 대한 일반 궁금증, 피임에 드는 가격 정보, 부작용은 물론 재생산권 논의까지 폭넓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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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건강과대안의 젠더건강팀이 제작한 <피임사전>. |
인생을 운에 맡기는 거나 마찬가지인 ‘자연주기법(생리주기로 가임기를 계산하는 방법)’을 여전히 믿는다면 이 책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생리주기를 체크해본 여성이라면 알겠지만, 한 달에 ‘안전하게’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날은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 물론 정자가 몸속에서 5일가량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그나마도 생리주기가 불규칙하다면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러니 피임에 대해 비협조적이고 함께 논의할 수 없는 파트너라면 <피임사전> 속에서 한 문장을 뽑아서 말해줄 수밖에 없다. “이 관계가 지속되는 게 좋을지 고민해보세요.”
파트너와 논의해 콘돔이냐 경구피임약이냐 사이에서 갈등할 수 있는 ‘그나마 좋은 상황’이라면 <피임사전>이 안내하는 다양한 피임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당연히 100% 성공률을 보이는 피임법은 없다. 효과가 높은 루프나 불임수술도 실패율을 보인다. 무엇보다 성 매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피임법은 콘돔밖에 없다. 이 때문에 <피임사전>이 제안하는 방법도 ‘상호 피임(Dual protection)’이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인 콘돔을 기본값으로 두 가지 이상의 피임법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콘돔과 정관수술 정도가 남성이 할 수 있는 피임법의 전부라면 여성의 경우는 훨씬 더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제일 잘 알려진 방법은 매일 복용하는 경구피임약(1개월 패키지당 가격 1만~3만원, 진료비 별도)이다. 3개월간 피임 효과를 보이는 피임 주사는 출산 직후 수유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1회 주사 비용 6만~8만원). 성냥개비 크기의 플라스틱 기구를 팔꿈치 위쪽 지점에 삽입하는 임플라논은 3년간 피임 효과가 지속된다(1회당 시술 비용 30만~40만원). ‘미레나’나 ‘제이디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호르몬 루프는 5년(미레나) 혹은 3년(제이디스)간 피임 효과가 지속되며 각각 30만~40만원, 19만~25만원의 비용이 든다. 호르몬 루프와 비슷한 구리 루프는 골반 감염 가능성이 높아서 사람에 따라 권유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시술 비용이 8만~10만원으로 호르몬 루프에 비해 저렴하고 응급 피임이 필요할 때 시술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 밖에도 영구적인 피임 방법으로 난관수술과 정관수술이 있다. 난관수술은 80만원, 정관수술은 30만~40만원의 비용이 든다.
남성용 경구피임약이나 피임주사 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의학 환경에서 여전히 여성이 선택하고 고민해야 하는 피임 방법이 더 많다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여성용 경구피임약의 경우 많은 여성이 구역질과 구토를 경험하는데, 남성용 경구피임약은 바로 그 이유로 연구를 중단하기도 했다. 1961년 시작돼 1996년 종료된 한국의 가족계획사업도 남성 피임에 대해서는 ‘방관’에 가까웠다. 피임약과 기구의 국내 생산과 수입금지 조치를 풀면서 국가가 보급한 피임 수단은 소개된 바와 같이 압도적으로 여성용이 많다.
아이를 낳는 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무엇보다 위에 소개한 각종 피임 방법은 현재 일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피임을 하고 싶다면 최소 4000~5000원(콘돔 가격)에서 80만원(난관수술)까지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시술이나 수술 비용 외 진료비 역시 별도로 ‘비급여’ 항목에 들어간다. 임신이 진단된 순간부터만, 혹은 불임시술에 드는 비용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은 국가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는 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전 세계 여러 나라는 건강권과 공중보건 정책의 일부로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피임법을 제공하려 노력 중이다. 미국은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통해 모든 보험사에 피임 관련 서비스를 별도의 비용 없이 제공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대부분의 피임약, 루프, 임플라논에 대해 최대 65%의 비용을 지원한다. 청소년을 위한 피임을 지원하는 나라는 훨씬 많다.
피임은 몸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임신과 출산을 조절하는 일이며, 욕망을 알아가는, 건강의 핵심 문제다. 피임의 가장 큰 목적은 성 매개 질환을 막고,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데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는 임신, 출산, 성과 관련한 여성의 어떤 결정도 불법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피임사전>의 필자로 참여한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기본적인 인권과 건강권의 관점에서 피임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피임을 단순히 ‘임신을 피한다’라는 도덕적 문제로 환원해서는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 이른바 재생산권은 임신·출산의 여부, 시기, 빈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포함한다. 만족스럽고 안전한 성생활을 누릴 권리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은 <피임사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피임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목마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청자 중에는 자녀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부모와, 교육용으로 쓰겠다는 교사의 비중이 높았다. 지원금으로 무료 배포할 수 있는 1000권은 사전 신청자가 몰려서 신청자 모두에게 보낼 수 없었다. 대신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PDF 파일을 내려받아 볼 수 있다(www.chsc.or.kr).
"세상에, '강간할 권리'라니?"

가끔씩은 마음 속 생각과 외부로 표현되는 생각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수사관들은 이런 고충을 겪는 대표적인 직업군이다. 의욕이 클수록 격무에 시달리고 일상에서 세련되질 기회는 줄어든다. 어떤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사람들, 대표적으로 성매매 종사자들 또는 동성애자들은, 그간 다수자들이 저지른 차별에 상처가 깊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두고 받아들이니 마니 말이 많지만, 정작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희가 뭔데 우리를 받아들이니 마니 하는 건지 불쾌한 일이다.
다행히 대개의 사람들은 이런 소수자들을 인식하면서도 직접 편견을 드러낼 일이 적다. 하지만 일선 수사관들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소수자들을 만난다. 이들을 위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이들이 가진 상처를 건드리게 되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편견을 갖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깊다보니 수사관들의 질문이나 표현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수사관들의 입장에서는 당사자들의 특수성에 대해 알아야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꼭 물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생기는 소통의 간극은 수사관 입장에서는 답답함으로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처와 걱정으로 남는다.
1차 대질 신문이 있던 날, 여성과 강간을 한 남성, 그의 변호인, 그리고 담 당수사관과 5시간 넘는 대면을 했다. 대질 신문이 시작된 지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의뢰인 여성이 왜 '수사관이 자신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는 걱정을 했는지, 수사관은 왜 자꾸 여성이 불편해 할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수사관은 여성에게 유흥업소 종사자가 손님과 모텔을 가는 것은 소위 '2차'라고 불리는 것이고, 그것은 합의된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냐, 처음부터 강간을 당했다면 도망가면 될 것을 녹음을 한 이유가 뭐냐를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그간 '2차'를 얼마나 나갔는지도 물어봤다. 남성에게는 혹시 성적 취향이 사디즘 같은 것인지, 그런 이유로 성매매를 하는 것인지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여성 입장에서 보면 수사관이 자기가 당한 일을 강간이 아니라 성매매로 이미 판단하고 있거나 판단하려는 것 같고, 성매수 남성은 성매매 여성의 동의에 상관없이 자신의 가학적이거나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풀어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인가 우려를 갖기 충분해 보였다.
반면에 수사관의 입장에서 보면 가해 남성이 실제로 여성을 강간했는지 진위를 확인하고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가해 남성이 범죄 성립을 부인하기 위하여 변명하거나 거짓말을 할 핵심 사안에 대하여 대응이 필요한 한편 정말 피해가 맞다고 수사 보고를 하기 위한 전제로 검사나 향후 판사가 고민할 부분에 대해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안타깝게도 여성은 위축돼 있다 보니 수사관의 질문에 반감과 절반의 포기를 내비치고 있었고 수사관은 여성이 불편해하고 적대하는 것을 알면서도 필요한 대답이 나오질 않으니 답답해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수사관과 여성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여성이 불편해하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여성에게 수사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주고 대답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해줄 것을 조언했다. 여성은 비로소 질문의 의도가 조금이나마 이해되기도 하고 옆에 변호사가 있는 것이 안도되기도 하니 대답을 제대로 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수사관도 여성이 대답을 성의있게 하니 마음이 놓이는 한편 여성이 어떤 측면에서 오해를 하는지를 이해했다.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것이 감지되자 수사관에게 녹취록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되는 사안은 피해자에게 중복해서 질문하시지 말고 가해자에게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수사관과 여성 사이의 막힌 소통을 어느 정도 풀리고 나자, 녹취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 가해 남성이 여성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성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여성은 가해 남성의 부인으로 피해자 조사를 2번이나 받고도 대질까지 하게 된 상황인데다가 그 날의 후유증으로 가해 남성과 한 자리에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있었다. 여성을 대신해서 가해자 남성에게 "강제로 한 것 같지도 않고 기억도 안 나는데 뭘 사과한다는 거냐, 강간한 것을 사과하거나 강간한 게 아니면 사과를 할 게 아니라 화를 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이렇게 사과 아닌 사과를 한다면 향후 어떤 합의 조건을 내세워도 절대 합의할 생각이 없으니 차라리 범죄를 계속 부인하라는 의사도 덧붙였다.
한편 여성에게 2차를 강요했던 업소의 '마담'은 이 사건의 참고인으로 수사를 받게되자 자신이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강요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여성에게 2차를 강요한 적이 없고 오히려 여성이 적극적으로 2차를 나간 것이란 진술을 했었다.
마담은 대질 신문 자리에도 나와서 같은 주장을 하고 있었다. 마담은 여성이 고소를 한 후 고소를 취하하라고 수십 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여성은 서슬 퍼렇게 언성을 높이는 마담에게 기가 막혀하면서도 마담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대로 대꾸조차 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수사관에게 그간 마담이 여성에게 보낸 문자 내역을 제출하면서 양해를 구하고 발언을 청했다. 마담에게 향후 여성에게 일체의 문자나 연락을 취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이걸 어기면 불안감 조성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마담이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아도 기소될 사건은 기소가 될 것이니, 마담이 여성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면 향후 수사기관이 성매매 알선이나 강요로 수사를 할 때 우리 역시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대질 신문을 끝으로 가해자가 자백하고 반성의 뜻을 전했고, 여성은 더 이상 대질의 자리나 법정 증인석에 가지 않아도 되게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여성은 처음에 돈을 받고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었으나, 남성이 꾸준히 진지한 반성문을 보내오고 합의안을 제시한 끝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합의서에 도장을 찍는 날, 남성을 앉혀놓고 여성과 함께 작성한 편지를 여성을 대신해서 읽어줬다. 편지의 내용은 "더 이상 이 사건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나가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합의하기로 결심했다. 당신의 죄는 내가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긴 시간 속죄하고 반듯하게 살면서 신에게 용서받기 바란다"라는 것이었다.
사실 여성은 가해 남성과의 합의에 그닥 적극적이지 않았다. 내게 의견을 구했었고, 합리적인 내용의 합의 안을 제시했을 때 여성에게 합의를 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그 이유는 합의금이 대단히 거액이어서도 아니었고 처벌받을 남성의 처지가 딱해서는 더더군다나 아니었다. 몇 번의 진지한 거절이 오가던 끝에 남성의 사과와 합의 안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정도의 수준에 이르기도 하였지만, 여성이 호의는 적고 호기심은 만발할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나가야 할 것이 안쓰러웠다. 남성이 한 행위가 범죄로 인정되고 처벌을 받는 것과 그 과정에서 여성을 피해자로 존중하고 배려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정도의 문화가 우리 법조계 안에 제대로 안착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기 때문이었다. 여성은 내 조언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사건은 끝났다.
성매매가 불법이라거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성매매 종사자의 인권이 존중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매매를 하는 것과 성적 자기 결정권의 포기도 같은 의미이기는커녕 비슷한 의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들을 향한 비뚤어진 편견은 쉽게 성범죄로 이어지고, 그래서 이들은 일상적인 만남에서보다 훨씬 더 많이 성범죄에 노출된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를 평가받는 자리에서도 자신이 당한 것이 성범죄였음을 소명하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을 때리거나 강간할 권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폭행이나 강간은 누구에 대해서나 명백하고 동일한 범죄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러니 누가 너더러 그러래"라고 해오던 약자나 소수자의 피해에 대한 책임 전가를 돌아봐야 할 때이다. 범죄에 대한 주의 의무는 가해자에게 있다. 피해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 영화 <강남 1970>의 한 장면. ⓒ모베라픽처스
"'결혼할거니 일단 자자'…처벌 가능한가요?"

학교를 같이 다닌 적은 없지만 동아리 홈커밍데이에서 만나 알게 된 여자 후배한테 연락이 왔다. 급히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찾아와도 되겠냐고 물었다. 햇볕이 따뜻해졌고, 예정에 없는 상담 따위는 하고 싶지 않은 나른한 오후였다. 꼭 오늘이어야 하냐고 묻는데, 꼭 좀 만나고 싶다는 후배 목소리에 울음이 묻어 있었다.
"연애가 잘 안돼?"
그닥 친밀하지도 않은 선배에게 기껏 만나달라 부탁을 해서 찾아왔지만, 후배는 한동안 운을 떼지 못했다. 조금 상기된 후배의 얼굴엔 화남과 울먹임이 교차하고 있었다.
"비슷해요."
장난기가 발동해 빙글빙글 웃으면서 연애 문제냐 물었는데, 좀 더 망설인 후배의 대답은 그렇다도, 아니다도 아닌,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후배는 30대 중반의 평범한 싱글 직장인으로, 친구가 많지 않고 연애 경험도 많지 않은 이다. 얼마전 휴대폰에 최근 유행하는 모 데이트 어플을 깔았다고 한다. 각자의 나이나 직업, 지역이나 선호도 등을 다 종합해서 컴퓨터프로그램으로 매칭을 해주는 어플인데, 그 어플을 통해 자기보다 두 살 많은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남자는 평범한 외모였지만 산뜻한 느낌이 들게 제법 차려입고 나와 인상이 깔끔했다.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부모님이 홍콩에 거주하고 계셔서 회사가 얻어준 강남의 제법 평수가 넓은 레지던스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했는데 말도 좀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괜찮은 인상의 첫 데이트를 마친 후 남자로부터 그 주 내내 연락이 왔다. 남자는 후배가 이상형이라면서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자기랑 결혼하면 일하지 않아도 되고, 후배가 원하면 홍콩이나 다른 중화권 지역으로 나가 살수도 있다며 달콤한 말들을 건냈다. 자기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처음엔 후배도 당황했지만, 그런 남자가 싫지 않았다.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됐다.
남자는 요리를 해주겠다며 자기 집에 오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남자 혼자 사는 집에 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남자는 자기를 의심하는 거냐고 서운해 하며 자기 사는 집도 보여주고 자기가 잘하는 요리도 해주고 싶다고 후배를 설득했다.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기로 했는데 너무 거절하는 것도 남자한테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후배의 두 번째 데이트는 남자가 원한대로 남자의 레지던스에서 이루어졌다.
남자가 사는 집 안은 건물 밖에서 느꼈던 것 보다는 평범했다. 간단한 스파게티와 주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식사를 한 후에는 거실 쇼파에 앉아 남자가 다운받아 놓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봤다. 남자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시작하더니, 수위가 높아졌다. 후배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남자 손을 제지하자 남자가 다시 속삭였다.
"우리 결혼할거잖아요. 제가 별로예요?"
그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고 한다. '결혼 전제로 교제하는 사이인데 몇 번 꼭 만나야 하나 뭐 어때!' 하는 마음부터,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른데. 어쩌지?'하는 마음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에 남자랑 잠자리를 가졌다. 문제는 그날 이후였다.
"우리가 헤어지고 말고 할 사이예요?"
후배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남자는 우리가 헤어지고 말고 할 사이냐고 반문해왔다. 남자랑 잠자리를 가졌던 두 번째 날 이후로 남자는 돌연 연락이 뜸해졌고 후배를 대하는 태도도 건조해졌다. 결혼 이야기도 자취를 감췄다.
그러면서도 볼거면 밤에 자기 집으로 오라고 요구했다. 후배가 자존심도 상하고 답답해진 마음에 헤어지자고 했는데, 남자의 반응은 애초부터 연인 관계가 아니었다는 반응이었다.
그제야 후배는 남자가 자기와 연인관계라는 전제로 잠자리를 한 것도,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제의한 것도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후배는 자기가 당한 일이 '데이트 성폭력'이라는 생각에 심각하게 상처입고 있었다. 직업이나 나이가 맞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어도 어디 사는지는 아는데 성폭력으로 고소할 수는 없는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
즉, 후배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남자와 성관계를 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남자가 후배를 좋아하니 결혼을 전제로 진지한 만남을 갖자고 했기 때문인데 이런 말들이 순전히 자기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 속이느라 한 거짓말이니 강간이나 사기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쉽게도 이 사안은 형사법적 관점에서 성범죄로서 처벌하기는 어렵다. 쉽게 말해 정신이 멀쩡한 성인이 동의하에 한 성관계를 처벌하려면, 후배가 아동이나 지적장애인과 같이 성관계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 또는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자기나 주변에 큰 위해가 닥칠 것에 공포를 느낄만한 상황 등 특수한 전제가 요구된다.
업무상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는 생계나 생존, 사회적 지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처벌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이고, 실제 이 법의 적용에는 제법 깐깐한 조건들이 요구된다.
후배가 토로한 사안은 남자가 '사랑하니 결혼하자, 결혼할거니 일단 자자'라고 속였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없어진 혼인빙자간음죄라는 법이 있다면 적용을 검토해 볼 여지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마저도 실제 적용에서는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 정말 후배가 속을 만큼의 적극적이고 그럴듯한 거짓말이 있었는지, 남자가 당시에 저런 말을 했다고 자백하거나 입증이 가능한지, 남자가 당시에도 진심이 아니었다고 평가될 수 있을지, 혹은 남자에게 동종의 행각이 반복되어 왔는지 등이 점검되어진 후에야 가늠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는 이 혼인빙자간음죄는 폐지가 되었으므로 검토해볼 대상도 되질 못한다. 사기죄 역시도 적용이 어렵다. 통상 사기죄는 속여서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편취하는 범죄인데, 속아서 성관계를 한 경우가 화대를 주었어야 하는데 편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 등으로 지극히 제한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는 어떨까? 무엇을 이유로든 손해배상을 요구해볼 수는 있겠으나, 문제는 상대가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법원에서 이를 인정해 줄 것이냐다. 이런 경우 상대방이 주장할 내용은 들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 당시에는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이야기를 했고 그러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서로 동의하에 가진 성관계였다고 할 것이다. 이후에 마음이 변했을 뿐인데 사랑이 변하는 게 죄냐는 변명도 늘어놓을 것이다. 뻔하지만 이를 두고 위법한 가해 행위로 평가하여 배상을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 제가 당한 일은 뭘까요?"
가뜩이나 마음이 혼란스럽고 무거웠을 후배가 울음을 터트렸다.
후배는 스스로 자기가 바보같거나 나빴다고 자책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변호사로서도 한 개인으로서도, 그 남자 아니 그런 놈은 (욕을 해도 무방하다고 느낄만큼)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저 하룻밤 성관계나 쉽게 가져보겠다는 심산으로 거짓말로 상대의 마음을 농락하는 것도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면 엄연히 폭력이고 침해다. 다만 그런 폭력이나 침해를 모두 법이 처벌하거나 처결해주지는 못할 뿐이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이런 일을 당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는 없다.
편리해진 시대에는 만남의 기회도 쉽고 헤어지는 과정도 빠르다. 스마트폰은 그간 표지판을 찾아 헤매고 길을 묻던 수고를 덜고 쉽고 빠르게 길을 안내해주고, 스케줄과 연락처를 관리해주고,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준다. 하지만 빠르고 편리해진 순기능 옆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 고민해볼 시간이 증발되고, 서서히 알아가는 재미와 안정성도 사라진다.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모두 멀리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특히나 낯선 사람이나 업소, 공간 등을 소개받는 일은 안전의 측면에서 보다 신중함이 필요하다. 알고보면 이들을 소개하는 어플이든 블로거든 모두, 보는 입장에서는 모르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빠르고 편리해진 시대에, 사랑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했다. 편리가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금의 불편한 노력과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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