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취업 못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살고 싶어서…12인의 ‘탈조선’ 성공기

일취월장7 2016. 9. 28. 15:30


취업 못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살고 싶어서…12인의 ‘탈조선’ 성공기|_경제현안

아쿠스틱 | 조회 376 |추천 3 |2016.09.28. 09:58 http://cafe.daum.net/kseriforum/7ofr/32413 


사회 전분야에 걸쳐
대대적이면서도 혁명적인 의식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변화하지 않겠죠.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
불합리한 면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처절한 깨달음이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http://www.sedaily.com/NewsView/1L1LDIR9GJ


#서울의 한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던 전은미(27)씨는 다음 달 중순 싱가포르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전씨가 해외취업을 선택한 이유는 ‘삶다운 삶’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 전씨는 “직장인은 본인의 시간을 팔고 기업은 그 시간을 사는 거래관계다. 그런데 일이 끝나도 퇴근하지 못하는 문화는 한국의 정서상 어쩔 수 없더라”며 일을 마치고도 상사가 퇴근하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안정적인 직장·제 때 하는 결혼 등 정해진 공식을 따르지 않으면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만다”며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고 싶어서 해외를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탈조선’을 꿈꾸는 2030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며 도망쳐야 할 곳으로 규정짓는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경쟁과 취업난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렵게 구한 일자리도 박차고 한국을 떠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살고 싶어서’ 대한민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상명하복의 군대식 기업문화·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뿐 아니라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늘 누군가와 비교하는 데 익숙해진 사회적 분위기가 숨 막혀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로 간다고 장밋빛 인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 없이 도망치듯 한국을 떠난다면 오히려 불행해질 확률만 높아진다. 

서울경제는 ’해외에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응답한 20대~50대 12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싱가포르·뉴질랜드·오스트리아·미국 등에서 성공적으로 취업했거나 이민 후 직장을 구한 경우였다. 지난 19일~25일, 이들을 직접 만나거나 이메일·화상통화를 활용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한국을 떠난 이유…‘버티는 삶’을 원하지 않아서

이들이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버티는 삶’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무시간을 꽉 채우고도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늦게까지 회사에 매여 있고, 상명하복의 군대식 조직문화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는 분위기가 염증이 났다는 고백이다. 싱가포르에서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권우현(32)씨는 “반짝반짝 빛나던 선배가 대기업 취업 불과 몇 개월 만에 짜여진 틀에 본인을 맞추고 있더라”며 “아침 7시부터 밤 11시라는 살인적 업무강도에서 강점이나 개성이 발현되는 건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권씨는 ‘몇 년 버티면 대리, 또 몇 년 지나면 과장·차장·부장이 된다’며 승진계획을 나열하는 선배의 모습에 “당장 해외로 나갈 준비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글로벌 자동차 그룹의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김지은(35·가명)씨도 야근을 당연하게 여기는 회사를 뛰쳐나온 경우다. 김씨는 “일이 끝나서 정시퇴근 하려 했더니 부장이 일하고 싶어 줄 선 애들이 차고 넘친다며 혀를 차더라”며 “취업 사실만으로 감사하다고 여기라는 건 폭력 아니냐”고 토로했다. 직장인으로서 당연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탈조선’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싱가포르가 2년 연속 ‘외국인이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꼽혔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실시한 ‘2016 해외거주자 의식 조사(Expat Explorer survey)’에서 싱가포르는 금융 소득과 취업기회, 삶의 질, 안전성, 가족 친화적 환경 등 주요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해외취업 국가 선택 기준은 언어·전문성·복지혜택 순

그러나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만 가지고 훌쩍 떠날 수는 없다. 이들은 우선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가려고 하는 대상을 범위를 좁히라고 조언한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기업의 경우 현지어 구사 능력이 요구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특히 사회의 첫 발을 해외에서 내딛길 원한다면 영어만 유창하게 해도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가 넓다. 미국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중인 오나은(31)씨는 “미국은 의사소통이 된다면 그 사람의 가능성을 보는 데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12년간 독일계 물류회사에서 근무한 최준영(47)씨도 “명문대 출신이나 화려한 자격증보다 언어 구사능력과 글로벌 경험을 해 나갈 준비가 되어있는지가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영어와 한국어가 가능하다면 한국어가 강점이 되는 나라를 찾는 게 좋다. 전은미(27)씨는 지금 일하고 있는 직군이 유망직종으로 여겨지는 국가를 찾고 그 중에서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는 기업을 탐색하라고 말한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싱가포르·호주·네덜란드의 디지털 마케팅 회사로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경력을 살려 이직하는 경우라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무를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의 게임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최은수(29)씨는 ‘키워드’에 맞춰 적극적으로 회사를 찾은 게 주효했다고 말한다. 게임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뿐 아니라 사내 TF팀에서 서비스 기획을 맡았던 것도 인정받았다. 그는 “관련성이 있는 업무라고 생각했기에 엔지니어로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서비스 기획도 할 수 있는 인재라고 회사를 설득했다”며 “본인의 전문성을 키워드로 요약하고 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정보를 탐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우현(32)씨도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서라’고 충고했다. 권씨는 “인터넷이 발달해 한국에서도 외국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어로는 중요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며 영어로 검색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했다. 

근무조건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 중 하나다. 자유로운 분위기·능력 중심 연봉제 못잖게 중요한 것이 인종차별 가능성이다. 그런 면에서 싱가포르는 비교적 쉽게 정착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영어가 상용되고 글로벌 기업이 많아 서구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동양인이 주류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올 4월부터 호주뉴질랜드은행(ANZ Bank) 싱가포르 법인에서 근무중인 하철민(56) 전무는 “싱가포르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비자 발급이 용이한가도 무시할 수 없다. 8월부터 싱가포르 소재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김태현(31)씨는 “(싱가포르) 취업비자는 기본 2년이고 연장도 용이한 편”이라며 “의외로 비자의 문턱에 걸려 취업이 좌절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해외취업 동경만 하지 말고 언어 공부·정보 검색부터”

해외취업이 꿈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뭐부터 준비해야 할까. 

인터뷰에 응한 12명 모두 ‘언어’를 1순위로 꼽았다. 2012년에 오스트리아로 이민 간 윤호영(33·가명)씨는 “비자·초기비용·직장을 준비하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저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떠한 경험도 불가능하다는 지론 탓이다. 윤씨는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이민을 준비 하는 기간 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직업을 택했다. 운전·파트 타임·통역 등이다. 윤씨는 “언어와 문화에 대한 뒷받침 없이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며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현지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째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정호연(30·가명)씨도 “영어는 필수”라며 “일본어 중국어 혹은 다른 언어를 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장점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씨 역시 대부분의 해외취업자들처럼 낯선 곳에 혼자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현지 인맥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한 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정씨는 “SNS가 시간 낭비라고들 많이 이야기하지만 적어도 외국에서는 아닌 것 같다”며 “직장 내 동료들뿐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도 공통 관심사를 발견하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친구신청을 한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최신 정보를 모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도 당부했다. 3년간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다 최근 뉴질랜드에 정착한 김성국(30)씨는 “구글에 모든 정보가 다 있다. 단지 찾는 방법을 몰라서 정보를 놓쳤을 수 있다”며 반드시 영어로 검색하라고 덧붙였다.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할 수 있기 때문. 미국에 거주중인 차원재(30)씨는 “오래 미국에 살아도 영어도 못하고 막노동만 하는 한인들도 많다”며 “두려움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정신 그리고 사전정보를 충분히 모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청년이 미래다] "한국보다 더 낫겠지요" 해외로 가는 청년들

 언어·문화·인종·인맥… ‘4중 장벽’ 넘어야 취업 길 열린다 / 해외취업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청년들에게 해외취업은 또 다른 기회다. 국내에서 취업에 실패해 좌절하는 이에게도, 새로운 삶과 꿈을 찾는 이에게도 그렇다. 그런 이유로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잡 노마드’(Job Nomad) 행렬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해외취업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들이 적잖다. 언어·문화·인종·인맥이 쌓은 장벽인데, 하나같이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해 해외취업에 실패하고 좌절하는 사례는 숱하다. 막연한 환상을 갖고 뛰어들기보다 철저한 준비를 거쳐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해외취업의 장벽들 

언어는 제1장벽이다.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도 장벽이 되어 앞길을 막곤 한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 로스쿨에서 유학한 최민지(30·여·가명)씨는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 유명 외고를 나왔고 영어경시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한 경험도 있다. 그런 그가 언어 때문에 취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 로스쿨 담당 교수에게 취업 추천을 부탁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미묘한 뉘앙스 차이 때문에 추천을 받지 못했다. 최씨는 “교수가 메일의 어느 문장에 대해 무례하다고 느꼈고, 이후 추천하기는커녕 나에 대한 평판을 깎아내렸다”고 말했다. “언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그는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인종과 인맥이 만드는 ‘대나무 천장’도 있다. 아시아 사람이나 아시아계 미국인의 고위직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말한다. 미국 듀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30대 김찬우(가명)씨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하는 데 성공했지만 문화적 장벽 때문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BCG는 백인이 대다수다. 그는 “유학 생활을 오래했는데도 장벽을 느끼겠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스포츠 뉴스 등을 공부하듯이 보면서 적응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면 대나무 천장을 이겨낼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듀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30대 이영태(가명)씨는 “미국도 인맥이 중요하다”면서 “인턴십은 필수이고 열심히 네트워킹하며 준비해야만 원하는 데 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엔 성공했으나 현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도 적잖다. 김정호(31·가명)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했으나 취업에 거듭 실패했다. 결국 2013년 초 싱가포르로 떠나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3년 만에 그만두고 올해 초 귀국했다. 이방인으로 객지 생활이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언어장벽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는 “거기 사람들은 잘난 척을 많이 한다. 우린 동남아시아와는 다르다, 이런 느낌으로 사람을 대한다”고 말했다. 비싼 의료비가 감당되지 않거나 기대했던 것과는 하는 일이 전혀 달라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 국립대를 나온 김대진(30·가명)씨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서 1년간 인턴으로 일한 뒤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귀국해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일하는 게 나쁘진 않았지만 비싼 의료비 등 불편한 것이 적잖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 일을 하러 왔는데 박스를 뜯는 일만 시킨다든지 실제 하는 일이 달라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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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환상부터 버려라” 

철저한 준비 없는 해외취업 도전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숱한 실패 사례들은 반면교사다. 실패기의 주인공들은 “막연한 환상부터 버리라”고 경고한다. 싱가포르의 일자리를 포기하고 귀국한 김정호씨는 “‘해외취업만이 살길’이란 식으로 얘기들 하는데 경험해보니 무작정 나가서는 안 되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차별이 분명히 있고 나도 일하면서 외국인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면서 “막연한 동경만으로는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이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무작정 떠난다고 좋은 일자리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건 환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곳들도 힘들다”면서 “최근 통계 보면 막연히 현실을 비관해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마인드로는 해외취업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개 그곳 노동시장의 정확한 정보를 잘 모른다”면서 “어학원에서 대충 알려주는 대로 알고 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교포 업체들이 운영하는 데 많이 가서 단순 판매 종사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성공사례 주인공들의 조언도 음미할 가치가 있다. 해외에서 7년째 근무중인 원성공(31·여)씨는 “외국어는 아무리 잘하더라도 원어민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기에 끝없이 익혀나가야 한다”면서도 “유창한 외국어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외국어 능력에 더해 사람의 맘을 사로잡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논리적인 사고방식이나 일반적인 문제해결 능력 등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일할 때도 요구되는 기본 소양은 외국에서 일할 때도 똑같이, 아니 그 이상 중요하다”는 것이다. 원씨는 일본 도쿄의 한 광고회사에서 커머셜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좁은 울타리 안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를 담은 세계적 트렌드나 목표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이 롱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