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하반기 국내경기 하향흐름으로 전환

일취월장7 2016. 9. 22. 10:52
하반기 국내경기 하향흐름으로 전환
강중구 | 2016.09.13


하반기 들어 경제지표들이 악화되면서 경기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투자는 상승세를 이어가겠으나, 소비지출은 정책효과 및 저유가 효과가 사라지면서 하향흐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 회복도 일시적 요인이 크며, 설비투자도 더 크게 위축되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구조조정 등 경기하방 리스크도 높아져 있어 하반기 경기흐름에 대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경기의 하반기 상황을 알려주는 7월 경제지표들이 악화되었다.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 소비, 투자 지표들이 모두 하향흐름으로 돌아선 것이다(<그림 1> 참조). 광공업 생산은 전자부품 제조업을 중심으로 늘었으나 서비스업 생산부진으로 전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도 크게 줄어들며 전월비 -2.6%를 기록했다. 투자 역시 건설기성액은 그나마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11.6% 증가율을 보이며 크게 위축되었다.

 
7월 부진을 단순히 월별변동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반기 들어 지표들이 동반 부진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경기흐름이 꺾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성장을 견인하던 내수지표들이 하향흐름으로 전환된 것이 우려되는 모습이다. 그 동안 우리 경제가 수출은 부진한 가운데 소비와 건설투자가 회복되면서 성장을 이끈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경제는 3%의 성장을 보였는데,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6%p에 불과한 반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3.4%였다.

 
최근 지표들의 움직임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하반기 경제지표들의 의미와 방향성을 판단해 본다.

 
건설투자, 기 분양된 물량을 바탕으로 당분간 증가세 유지

 
건설기성액은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를 넘는 증가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실질기준 주택건설 기성액은 전년동월대비 27.7% 증가했고, 올 초까지 부진했던 토목건설부분도 최근 들어 플러스 증가세로 전환되었다. 다만 세부지표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증가세가 앞으로 높아지기 보다는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건설의 경우, 지난해 2000년대 들어 최대규모인 54만호(아파트 기준)가 신규 분양되었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분양물량이 집중되고, 과잉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들어서는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예년 평균에 비해서 높은 40만호 이상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2> 참조). 시차(대략 2년)를 두고 기성 진척될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주택건설투자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다.

 
최근 플러스 증가세로 돌아선 토목건설투자는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부문이 토목건설의 대부분을 발주한다는 점에 비추어 토목건설투자 추이는 공공기관 건설기성액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공공기관 건설기성액은 올해 들어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흐름을 보여 왔다. 올해 예산 집행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SOC 투자 집행 등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올해 SOC 전체예산이 지난해 대비 9.4% 감소했고, 지난해와 달리 올해 추경 예산에 SOC 부문이 포함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공공기관 건설기성액은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정책효과 종료되며 민간소비 둔화

 
7월 소비지표의 급락은 정책효과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지난 6월 종료되면서 7월 승용차 판매는 전년동월 대비 11.6%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전체 소매판매액 증가율도 지난달 9%에서 4% 초반으로 뚜렷이 둔화되었다. 승용차 판매를 제외하면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5.7%로 0.7%p 둔화되는 데 그쳐 소비 위축이 다른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그림 3> 참조).

 
하지만 전반적인 소비흐름도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저유가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책효과를 제외한 소비흐름은 아직까진 양호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저유가에 따른 국민소득 증대효과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단순 계량모형(2변수 VAR모형)을 이용해 보면 국민소득 1%p 상승은 향후 1년동안 민간소비를 약 0.52%p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유가가 2014년 하반기 이후 하락하면서 국민소득의 약 3.2%를 추가로 증가시켰던 바 있다. 향후 유가가 40달러대에 머물면서 국민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실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였던 올 2분기에도 실질국민소득은 전기대비 0.4% 감소한 바 있다.

 
올 하반기에도 작년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예상되지만, 지난해에 이어 반복 시행되면서 그 효과는 반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내구재 소비의 경우 지난 2년간 뚜렷한 상승흐름을 보였었는데, 이는 대기 및 교체수요가 저유가와 정책효과에 힘입어 실현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내구재 소비를 이끌었던 동력들이 약해지면서 하향 사이클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 회복 일시적 요인 커, 물량기준 부진 지속

 
수출부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다. 8월 통관수출이 20개월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조업일수 증가(2일), 선박 수출 등의 기저효과에 힘입은 바가 크다. 8월 통관수출이 2.6% 증가하였지만 선박 수출과 조업일수 효과를 제외하면 일 평균 수출은 -5.5%로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그림 4> 참조). 또한 8월 수출단가가 전년동월 대비 6.1% 증가했다는 점에서 일평균 수출물량은 두 자릿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자동차 파업과 같은 일시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해야 될 것이다.

 

더욱이 하반기 세계경기도 하향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고용과 소비 지표가 하반기 들어 둔화되는 모습이다. 8월 신규취업자수는 15만명 증가로 3개월만에 둔화되었고, 7월 소매판매액도 정체되는 등 소비와 고용의 선순환 과정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중국도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며 성장감속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고정자산 투자는 2010년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였으며, 수출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유럽과 일본도 브렉시트 이후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세계교역 물량 증가율은 지난해 하반기 0.8%에서 올 상반기(1~5월) 0.2%로 더 낮아졌으며, 세계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교역물량 부진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우리 수출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그림 5> 참조).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도 계속

 

7월 설비투자가 더 크게 위축된 것은 소비 지표와 마찬가지로 개소세 인하 종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운송장비 관련 투자가 7월에는 -14.9%의 감소율을 보였으며, 이로 인해 회복세를 보이던 전체 설비투자도 다시 꺾이는 모습이다(<그림 6> 참조).

 

수출 부진 속에 하반기 내수경기 방향이 둔화되면서 제조 기업들의 투자는 당분간 마이너스 증가율에 머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제조업 가동률도 낮아져 있어 설비투자 압력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전자부품업은 최근 들어 다시 가동률이 회복되는 모습이나, 통신장비, 영상음향장비 제조업은 하향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 역시 가동률이 계속 낮아지는 모습이다.

 

구조조정 등 리스크 요인 증가

 

7월 경제지표들을 세부적으로 보면 경기하방 리스크가 매우 높아져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동안 회복을 이끌었던 정책효과와 저유가 효과가 소멸되면서 소비, 설비투자 등을 크게 위축시켰다. 건설투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토목건설 투자의 둔화가 예상되어 건설투자 증가율도 점차 낮아질 것이다.

 

정책집행에 따른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경기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에서 볼 수 있듯이 하반기에는 기업 구조조정 여파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란법 시행이 장기적으로는 제도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우리경제 성장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단기적으로는 요식업, 백화점, 골프장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소비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추경 등 기 계획된 재정지출은 집행시차를 줄여 정책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김영란법 시행, 구조조정 집행 등에 있어서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축되는 요인들은 없는지 면밀한 검토와 보완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