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조선판 사드 논란 ‘모문룡 사건’ - "박근혜 정부, 사드 외교마저 실패할 건가"

일취월장7 2016. 7. 30. 09:04

조선판 사드 논란 ‘모문룡 사건’

1621년 별안간 압록강을 건너온 명나라 장수 모문룡을 보호하던 조선은 결국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감당해야 했다. 앞장서서 사드를 우리 땅에 배치하려는 정부는 이런 역사를 곰곰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회수 : 13,621  |  김형민 (SBS CNBC 프로듀서)  |  webmaster@sisain.co.kr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462호] 승인 2016.07.29  00:35:46


17세기 초반, 명나라의 통치 아래 잠잠해 보였던 만주 지역에는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해. 무능하기로 유명한 황제들이 연속해서 등장하고 임진왜란 등 전쟁 비용을 감당하느라, 200년을 이어온 명나라 왕조는 속 빈 강정이 되었지. 그 틈을 타서 압록강과 두만강 북쪽의 만주족들이 힘을 키웠어. 만주족의 지도자인 누르하치는 나라를 세워 명나라 영토였던 요동을 비롯해 만주 지역을 석권해갔다. 1621년, 요동의 중심지인 심양이 함락되고, 그곳에 주둔하던 명나라 군대는 이리저리 흩어져버렸어. 그 가운데 모문룡(毛文龍)이라는 장군이 있었지.

모문룡은 패잔병들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 조선으로 들어온다. 조선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어. 2년 전인 1619년, 당시 임금이던 광해군은 명나라의 요구에 못 이겨 지원군을 파견했지만, 도원수 강홍립에게 “형세를 보아 판단하라”고 밀명을 내린 바 있었다. 난데없이 굴러든 모문룡이라는 불청객이 당혹스럽기 그지없었을 거야. 날로 강성해지던 만주족의 나라 후금(後金)은 모문룡에게 신경을 곤두세웠고, 그를 잡기 위해 조선 땅에 군대를 보내기도 했어. 골치가 아파진 광해군은 평안감사 박엽에게 지시를 내린다. “그 무리들 데리고 어디 섬에라도 들어가라고 하라.” 그래서 모문룡이 들어간 곳이 가도(椵島)라는 섬이었어. 모문룡은 이 섬을 요새 삼아 눌러앉게 돼.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2월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사드는 미국 방위 전략의 일환이다. 
ⓒ시사IN 신선영
2월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사드는 미국 방위 전략의 일환이다.

후금으로서는 모문룡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어. 가뜩이나 배 타는 재주가 없는 만주족들인데, 모문룡 무리는 섬에 틀어박혀 요동을 노려보다가 여차하면 말썽을 부려댔으니 그야말로 손톱 밑 가시였지. 피난처를 제공한 조선에 대해서도 눈을 흘길 수밖에 없었다.

광해군은, 명나라의 제의(‘함께 후금을 치자’)에 따르자는 신하들에게 맞서 명철한 현실감각을 보여주고 있었다. “군대를 크게 일으키든 적게 일으키든 후금의 원망을 돋우고 화를 불러들이기는 마찬가지다. (…) 지금 산해관 밖의 지역이 이미 오랑캐(후금)의 손아귀에 들어갔으니, 비록 백만의 정예병을 일으키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임금 바로 옆에서는, 사관(史官)이 다음과 같이 붓을 놀리고 있었어. “장군 모문룡이 얼마 안 되는 군사를 가지고 적에게 대항하고 병력과 군량을 요청하는 것도, 적들이 서쪽으로 침범하려는 계책을 늦추고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 어떻게 임금이 ‘힘을 헤아린 뒤에 나아가고, 승리할 수 있게 된 뒤에 싸워야지, 경거망동해서 적들의 원망을 돋워 화를 불러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사관은, 모문룡이 조선을 지키기 위해 후금과 맞서고 있으니 그를 도와서 후금을 쳐야 한다고 믿고 있었던 거야.

이렇게 명과 후금 사이에서 등거리외교를 펼치던 광해군은 결국 쫓겨나고 만다. 반정에 성공한 인조는 왕위에 오른 뒤 모문룡에게 보내는 사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문답할 때 말을 잘하여, 모문룡에게 마음을 같이하여 협력하겠다는 뜻을 자세히 일러줘야 한다.” 다음은 사신의 답변. “이전에야 (광해군이) 매사에 반대해서 (모문룡이) 화를 냈지만 요즘에야 하고 싶은 걸 다 허락한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바야흐로 모문룡의 시건방은 하늘을 찌른다. 모문룡은 조선 조정에 이런저런 지원을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행패도 서슴지 않았어. 후금도, 모문룡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조선을 곱게 볼 수 없었겠지. 조선 조정은 후금에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눈 가리고 아웅’ 작전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장수가 우리나라 국경에 와서 주둔하는 것이나 요동 백성이 국경을 넘어와 중국 장수에게 귀순하는 것은 모두 우리나라가 시킨 것이 아니니 꼬투리 잡지 마시오.”

그러나 만약 네가 후금의 왕이라면 어떻게 생각했겠니. 모문룡이 조선 땅에 근거지를 마련해서 군대를 기르고 무역도 하는 등 하고픈 대로 살아가는 게 명백히 드러나는 상황이잖아. 그런데 정작 조선 측은 ‘우리가 시킨 게 아니에요. 트집 잡지 마세요’라며 손을 내젓고 있어. 후금 조정에서는 “조선 놈들은 우리를 장님으로 아나? 아니면 바보로 아나?” 이러면서 가래침을 찍 뱉지 않았을까. 국제 정세의 변화보다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준 의리’에 기울어버린 조선은 후금의 주먹을 부르쥐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문화재청 제공</font></div>조선 인조 때 정묘호란이 터졌다. 위는 인조가 안장된 파주 장릉. 
ⓒ문화재청 제공
조선 인조 때 정묘호란이 터졌다. 위는 인조가 안장된 파주 장릉.

마치 모문룡의 뒤치다꺼리를 했던 것처럼

마침내 정묘호란이 터진다. 후금은 정묘호란의 명분으로 네 가지를 제시하는데 그중 두 개가 모문룡과 관련된 것이었어. “(조선은) 모문룡을 숨기고 도와주는 일을 아직까지 시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대 나라에 글을 보내 모문룡을 묶어와서 우리 두 나라가 서로 화친하자고 하였으나 그대가 또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모문룡을 그대 나라에 데려다 두고서 우리의 도망한 백성들을 불러들이고 우리 변경을 공격했다.”

모문룡은 ‘요동을 수복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었지만, 사실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일 뿐이었다. 가도에 틀어박혀 조선과 명나라 양쪽에게 사기 치고 ‘삥 뜯던’ 양태를 보면 불한당과 다름없었어. 후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 그러나 압록강에서 멀지 않은 서해의 섬 가도에 명나라 사람들 수만명이 득시글거리는 것은 참을 수 없었던 거야. 그런데 후금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인조의 반응이 무엇이었는지 아니?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것인가? 아니면 모문룡을 잡으러 온 것인가?” 조선도 모문룡에 대한 후금의 경계심을 익히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선은 모문룡에게 간 쓸개 다 내놓고 질질 끌려다니며 곤욕을 치르다가, 이로 인해 더 힘센 후금에게 짓밟히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던 거야.

입으로만 요동 수복을 부르짖는 모문룡에게 전략적 거점과 막대한 물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그가 우리나라를 위해 애쓰고 있다”라고 야무지게 착각했던 조선은 결국,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외침을 연이어 감당해야 했다.

아빠는 최근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사드(THAAD)’ 문제를 보면서, 400여 년 전인 1621년 별안간 압록강을 건너온 명나라 장수 모문룡을 떠올린다. 혹시 오해하지 마라. 아빠는 명나라를 미국에 비교할 생각이 없고, 청나라가 오늘날의 중국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흥성할지 모르는 것처럼, 조선 사람들도 명나라와 후금 가운데 어느 쪽이 승리할지 헷갈렸을 거야. 단, 모문룡 같은 이에게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주신 은혜’를 들먹이고, 없는 살림 쥐어짜 바치면서도 “그는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라고 ‘정신승리’에 젖었던 당시의 조선 사람들이 어떤 횡액을 겪었는지는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드는 한국을 방어하기보다 미국 영토로 향하는 북한 미사일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미국 방위 전략의 일환이야.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려고 마음먹으면 핵미사일이 아니라 사정거리가 300㎞에 달한다는 방사포를 수도권에 쏟아부으면 그만이거든. 그게 가장 무서운 일이고…. 그런데 아직 성능조차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북한 미사일을 막겠다고, 중국과 러시아가 눈에 불을 켜고 반대하는 사드를,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 땅에 설치하려는 중이다. 그러면서 ‘사드는 우리를 위한 겁니다!’라고 애써 강변하고, 중국에겐 ‘여러분을 겨냥한 게 아니에요’라면서 어설픈 제스처를 취한다.

어쩌면 우리는 또 하나의 가도(椵島), 즉 모문룡이 웅거했던 가도를 우리 손으로 다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미 중국은 정묘호란 당시 후금의 어투로 우리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한 번쯤 곰곰이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과연 지금 우리는 지혜로운가?



"박근혜 정부, 사드 외교마저 실패할 건가"

2016.07.29 15:24:18

[인터뷰] 박정 의원 "미-중 '균형 외교', 여전히 유효하다"

       

"남중국해 문제에 가려진 사드(고고도 미사일) 문제."

7월 22~25일까지 3박 4일간 중국을 다녀온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한 중국 민심은 아직까지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고 한다. '중국통'인 박정 의원은 그렇다고 안도할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격인 <환주시보>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밝힌 입장은 매우 강경하기 때문이다. 사설을 통해 한국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했다. 박 의원은 "중국 정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간차'를 틈 타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과 미국을 설득해야한다고 박 의원은 내다봤다. 사드 배치가 사실상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의해 배치된 측면이 있는 만큼 미국 정부가 직접 중국을 설득할 것을 우리 정부가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 반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사드 레이더 배치이기 때문에, 사드 포대는 성주에 배치하고 레이더는 일본에 배치된 것과 연동시키는 '분리 배치'의 필요성을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안,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중국 정부를 향해서는 평소 중국이 강조하는 '경제와 안보 문제의 분리'를 요구하면서, 사드 배치가 경제적, 외교적 보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설득하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음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박정 의원은 김병욱, 김영호 의원 등 일부 더민주 의원들과 함께 8월 8일 다시 중국을 찾는다. 북경에서 열리는 '한중 차세대 지도자 포럼'에서 북경대 교수 등을 만나 사드 문제를 포함한 한중 외교 현안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중국, 
아직 '반한 감정' 없지만 '당 지침' 있다"



프레시안 : 최근 중국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응은?

박정 :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베이징 시민들을 만났는데, 사드 문제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과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이 문제에 가려 아직 '반한(反韓) 감정'으로 번지지 않은 것 같다.   

프레시안 : 중국 시민들의 관심이 사드에 쏠려 있지 않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라오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보인 반응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박정 : 왕이 외교부장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들으며 턱을 괸다거나 손사래를 친 것은 분명히 결례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정서를 염두에 둔 계산된 행동으로 '국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반발에 대해 크게 염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

프레시안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 등) 인접국의 반발에 좌우될 문제는 아니"라며 "우리나 미국이 충분한 소통을 해"왔고 설득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박정 : 국방부 출신들은 모든 사안을 남북문제에 국한해 보고 있다. 하지만 사드 문제는 '안보'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경제'와 '외교' 등 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국은 이미 <환구시보>를 통해 지방 정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했다. 당장 칭다오 시가 대구 치맥 축제 불참을 통보하지 않았나.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은 아니지만, 지방 관료 입장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  

< 환구시보>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 "한국과 다시는 경제관계, 왕래를 하지 말고 중국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7월 8일 자 '5가지 대응조치 건의')고 주장했으며, 성주에 대한 제재뿐 아니라 "앞으로는 중국·러시아·북한 3개국의 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하게 됐다"(7월 14일 자 '성주군 제재를 준비하고, 미사일로 사드를 겨냥하라')고 협박했다. 또 "한국의 일부 주류매체는 국내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리면서 한국 대중을 힘껏 호도한다"며 사드 배치 옹호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7월 22일 자 '한국 언론의 8가지 사드 기담괴론(기이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을 감상하시라').


ⓒ연합뉴스


프레시안 :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공세가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박정 : 한국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지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위생 검역 확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약 2만 5000개)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와 같은 문제가 우선으로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약 17조 원 규모(상장 채권의 18.1%)의 중국 자본이 채권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45%(약 600만 명)가 중국인이며, 이들의 평균 지출액은 2000달러로 외국인 관광객 평균 지출액의 5배다. 또 2009년 이후 한국 제품에 대한 위생 검역이 늘고 있는데, 통관 제재로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 수 있다. 중국은 2000년 6월 '마늘 파동' 당시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무역 보복을 단행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년 새 두 배 증가했다. 대(代) 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연 600억 달러 규모로, 전체 한국 무역 흑자액 400억 달러보다 크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한 채 다자주의 외교 노선 살려야…"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0.4%로 추락했다. 대구·경북(TK) 지역의 국정운영 부정 평가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었다.(7월 28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그렇다고 정부가 성주군민과 일부 시민·종교단체의 바람처럼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박정 :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한반도 사드 배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MD)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듯 사드 배치는 누가 보더라도 미국의 강압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 만난 중국 지한파(支韓派) 학자들도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 선언한 이상 철회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더민주가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 이후에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사드 문제를 국민 간, 지역 간 갈등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사드 문제가 국내 갈등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중국이나 북한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주요 필자들 역시 '박근혜 정부가 비가역적 결정을 너무 쉽게 했다'고 비판했다. 경남대 박후건 교수는 "더 이상 한국 외교에서 새로운 외교 전략이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한국 외교는 루비콘의 강을 건너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사드 짊어지고 루비콘강 건넜다')  

박정 : 그러나 '사드 외교 전략',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교가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반대 여론과 성주 환경영향평가 등을 이유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다자주의 외교 노선을 되살려야 한다.

정부는 중국에게 사드 배치가 북한 핵위협 대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에게는 사드가 미군 방어용이라는 점을 내세워 직접 중국을 설득하라고 유도해야 한다. 또 전자파 논란이 있는 사드 레이더(AN/TPY_2 엑스밴드 레이더)를 제외한 포대만 국내에 배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 미사일에 대한 레이더 정보를 일본과 공유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의 외교력으로 가능한 일일까?  

박정 : 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자국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정부는 '반발 국가를 설득하는 일은 미국의 몫'이라고 말해야 한다. 



남중국해 문제에 따른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자칫하면, 한반도 남부나 서해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의 '이어도 분쟁'이나 꽃게잡이철 반복되는 서해의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 등 '영토 분쟁'의 전선이 우리에게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중국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미국의 강압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주지하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틀 전(7월 5일)만 해도 한민구 장관은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종대 의원의 말처럼 "7월 7일 NSC 상임위에서 사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프레시안 : 사드 포대만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아닌가?

박정 : 이미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상태다. 사드 배치로 신(新) 냉전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정세는 '한미일 대 북중러'로 이미 나뉘었다.

< 환구시보>는 지난 6월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에서는 북중 대립을 희망하는 세력들이 있다"며 "이 같은 시도는 중북 대치 수준을 끌어올려 동북아시아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것으로 중북 모두에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리수용(북한 노동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이번 방문은 중국과 북한 모두 이성적으로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순간, 외교의 균형이 깨졌다. 또 북한에게는 명분을, 일본에게는 실익을 줬다.  

박정 :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핵 억지력 강화를 명분으로 미국에 편승했다. 이는 '개성공단 폐쇄'라는 대북 압박 카드를 너무 빨리 쓴 탓이다. 외교는 겉으로는 숨통을 조이더라도 속으로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놔야 하는데, 현 정권은 북한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중국은 한미 양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중북 관계의 손해를 무릅쓰고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12월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기자단과의 자리에서 안정적인 중북 관계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결국 한중 신뢰 회복이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것 같다.

박정 : 정권 초기에는 중국과 우호적 관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으며, 박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위즈덤하우스 펴냄)는 중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로, 중국의 태도가 변했다. 그나마 중국 시민들에게 반감(反感)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한류 스타와 드라마 <태양의 후예> 같은 문화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웃음)  

'병법서(兵法書)'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경우를 최고의 전략으로 꼽는다. 한중 수교 24주년이지만, G2 반열에 오른 중국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대중 관계를 이끌 전문 인력도 미비하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에 따른 국내외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외교를 선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