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통일 대박', 사드로 쪽박 됐다
[기고] 사드와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
예상보다 세게 나갔다. 초반에 사드 민심을 잡지 못하면 자칫 2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정권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정치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동시에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통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 번째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조치이기도 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튼튼한 안보에 기반하여 추진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외에, 강력한 억지력을 토대로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게 하고, 만약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통일은 대박이다'고 외친 박근혜 정부의 남은 기간 동안 통일 담론은 사실상 죽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자 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규범과 의무를 준수할 리가 더욱 멀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북 간 신뢰에 기반한 대화와 협력의 문은 더욱 굳게 닫혔다. 이로 말미암아 박근혜 정부의 외교 구상인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는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정치·군사·외교적으로 인화성이 매우 높은 사드 배치를 정답이라고 적어냈다. 중국을 멀리하고 한미 동맹 강화로 급선회했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 어디에도 달라 붙지 않는 이른바 '테플론 외교(Teflon diplomacy)'는 사라졌다.
그런데 이는 틀린 답이다. 지붕에 구멍이 났으면 구멍을 수선해야지 물동이만 받쳐놓는다고 빗물이 새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릇된 근거로 그릇된 시점에 그릇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범국가적인 통일 준비를 위해 2년 전인 2014년 7월에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까지 출범시킨 정권이 과연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되는 D학점 수준의 답안지다. 사실 지난 2월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할 때 진작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꽃게에게 똑바로 걸으라고 가르칠 수 있나. 안 되는 것은 어떻게든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리얼미터' 최근 여론 조사 결과는 사드 배치 찬성 여론(44.2%)이 반대 의견(38.6%)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억제력 제고와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찬성한다'가 '낮은 군사적 효용성과 동북아 긴장 고조로 반대한다'를 누른 것이다. 지난 2월에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도 사드 배치 찬성 의견이 49.4%, 반대 의견이 42.3%로 근소한 차이를 보인 것과 궤를 같이했다. 게다가 한국 정책 엘리트들의 대미 의존 경향은 일반 국민들보다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주요 현안마다 여론의 추이를 조사·분석하는 청와대가 이런 여론의 흐름을 놓쳤을 리가 없다. 대통령의 사드 배치 강공 배경에는 이런 여론의 흐름이 반영되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어찌 됐든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드 배치 논쟁이 이념적 프레임 논쟁으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말하자면, 찬성이면 보수, 반대면 진보로 분류되는 것이다. 정치 공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실제 사드가 배치될 시점인 내년 하반기 대선 즈음까지 감안할 경우, 청와대로서는 좌·우 대결적 이념 구도가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데 매력적일 수 있다.
그 사이 통일 담론들은 서서히 형해화(形骸化)되어갈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전광석화 같은 사드 배치 결정이 통일 담론의 관(棺)에 마지막 못을 박은 셈이 됐다. '통일 담론의 종언(終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도 없던 일이었다.
반공(反共)처럼 통일이 '종교'였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념적으로 통일에 낚였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바람으로 통일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던 때가 그랬다. 그 중에서도 1989년은 방북사(史)의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황석영 소설가, 문익환 목사 그리고 대학생 임수경의 '북한 잠입'이 모두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같은 해에 일어났다. 격동의 시기에 통일 운동을 향한 신앙적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時代(시대)와의 不和(불화)'를 알리는 사건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가 널리 퍼진 것도 이맘때였다.
그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났다. 강산이 변해도 세 번이나 변할 만큼 긴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물어본다. 우리의 소원은 여전히 통일인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우리'는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 대명사인가. 핵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과연 '질서 있는 통일'이 가능할까. 게다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신(新)냉전망(a new Cold War web)에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으로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곤충 신세에서 언제쯤 안전하게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을까. 이런 도발적이고도 불편한 질문들에 답해야 할 때가 됐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통일 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50대 이상 한국인 중 63.8%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20대는 30.7%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통일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가 높게 나타나고 '통일 불가론'이나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응답도 늘어나고 있다. 독재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 특유의 민주적 감성과 다문화적 개방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는 북한이 일찌감치 핵무기를 보유한 마당에 여전히 우리의 소원이 통일인가에 대해 숙의(熟議)할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 오랜 금기사항을 깨는 대담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묻지마 통일'이 적어도 소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다분히 감상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수사(修辭)였다면, 북한 핵무기는 실재하는 최대 위협이다. 휴전선 너머에 핵무기가 엄연히 존재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가까운 시일 내 평화적 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핵무기 제거는 통일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럼에도 북핵을 훌쩍 건너뛰고 단숨에 통일을 노래하는 것은 일의 순서가 완전히 뒤바뀐 격이다. 핵을 가지고선 통일은 불가능하다.
둘째, 한국은 더 이상 '단군의 자손'들로만 이루어진 순혈 공동체가 아니다. 우리는 벌써 그 시절로부터 멀리 떠나왔다. 작년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월 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가 174만 명을 넘어섰다. 충북(158만 명)·대전(153만 명)·광주(148만 명)보다 많은 수치다. 탈북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우리의 민낯을 드러냈다. 통일이 되더라도 북한 주민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기가 어렵게 됐다.
셋째, 지금까지 외교 정책에서 북한 문제가 지나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국력에 맞게 펼쳐야 할 총합외교(總合外交)가 핵무기, 인권, 탈북자 등 '북한 외교'로 확 쪼그라든 느낌이다. 대외 정책에서 북한 비중을 전략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 북한 외교로 경사된 외교 정책의 추를 바로잡을 수가 있다. 이는 한국의 외교 다변화가 독자적 '호흡의 공간'으로 이어져 결국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역설적 가정(假定)과 무관하지 않다.
한미의 위계적 동맹(또는 정책 엘리트들의 대미 심리적 의존성)이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확인된 이상 중국과의 거리는 채 가까워지기도 전에 멀어지게 됐다. 통일 담론도 함께 수장(水葬)됐다. 박근혜 정권이 사드의 판을 스스로 키운 자기 모순적 결과이기도 하지만, 통일이 소원인 시대는 퇴행적이다. 이제 통일을 놓아두자. 대신 평화를 이야기하게 하고 그것이 곧 통일임을 알게 하자. 동시에, 사드가 적어도 평화의 동의어가 아님을 이야기하자.
'레임덕' 대통령, 사드 감당 못한다
[현안진단] 사드 배치, 참 '나쁜' 선택
13일에는 그동안 거론되던 칠곡과 음성 등 여러 지역에서 배치 반대 시위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국방부는 경상북도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했다고 공개했다.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며 성주가 최적 후보지라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권과 여론 주도층을 비롯하여 국론 분열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무수단 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 기술에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대응 차원의 안보적 조치라면 우리 국민 누구도 이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오히려 한반도 안보 정세가 더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국내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사드 배치 결정의 배경과 과정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세심한 전략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조급하게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동아시아 패권 유지를 위한 중대한 수단으로 추진해 왔는데, 우리 정부는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발생할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손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전략적 대가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냈어야 했다.
미국이 사드 포대와 레이더 장비를 들여오고 한국은 부지와 기반 시설만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주한 미군이 운용하게 될 사드 경비는 결국 우리가 지불하는 분담금으로 충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방장관은 주권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했지만, 주한 미군 사령관에게 지휘, 통제권이 있기 때문에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 이익이 더욱 미국에 의해 구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오면서 9월까지는 소기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한 기대가 사실이었다면, 사드 배치 문제도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 네트워크를 유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북·중 관계가 복원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대북 제재 전선에서 중국이 이탈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9월 이후로 사드 배치 결정 발표를 연기했어야 했다.
또 중국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견된 남중국해 해양 분쟁 관련 상설 중재 재판소 판결 직전에 사드 배치를 발표하여 중국의 전선을 분산시키려는 미국의 전략 의도에 이끌려 서둘렀다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미-중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는 남중국해 사태에도 휘말려 들게 된 것이다.
둘째, 사드 배치가 한국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전략 이익 보호 차원에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다. 국방부는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로는 수도권을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드의 배치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 패트리어트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촌극에 가깝다.
국방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패트리어트로 해결될 일을 굳이 사드를 배치하여 이 난리를 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동안 공들여 온 북핵 국제 공조 체제를 이완시키고 국론 분열을 야기하면서 대다수 국민이 사는 수도권 보호는 불가능한 무기 체제를 조급히 들여오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셋째,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을 보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원칙' 있는 외교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대중 편향 외교 비판을 감수하면서 중국과 관계 발전을 도모해 왔다. 지난해 9월 미국 동맹국 지도자 중 유일하게 박 대통령은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올라 중국의 항일전 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하기까지 했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은 중국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미국과 안보 협력 강화로 북한 핵미사일에 대처하겠다는 대북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다. 이제 북핵 문제의 해소는 물론이거니와 탈북자 한국 송환 등 당면 현안, 나아가 통일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원칙 없이 외세에 의존하여 '우왕좌왕'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대국민 설득 노력 없이 밀실에서 조급하게 결정함으로써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낳고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전자파, 소음 공해 등 주민 건강과 환경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배치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설명과 동의 절차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발표함으로써 정쟁을 야기하고 있다.
국민의 삶과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설득 노력이 있어야 했다. 당장에 대통령 외유 중 반발 여론 무마를 위해 성주를 방문한 총리 일행이 성난 주민들에게 감금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는 마당이다.

▲ 지난 15일 사드 배치 장소인 경북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군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버스에 갇혀 있다가 틈을 봐서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배치 결정이 초래할 부정적 영향
사드 배치 결정 발표 당일부터 중-러가 매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 발표 불과 30분 만에 성명을 발표하여 단호히 반대(堅決反對)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김장수 주중 대사를 두 차례에 걸쳐 소환하여 항의했다.
중국 국방부도 국가 전략 안보와 지역 전략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미-중 간 전략 균형을 파괴하는 행동으로 판단하고 있다. 심지어는 1962년 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로 인한 미국의 안보 위기로 비유하면서, 경제 제재와 군사적 타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중국은 우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확대와 북한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다. 중-러는 사드 배치 발표 직전 공동 성명을 발표(6월 23일, 6월 25일)하여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입장을 천명한 바 있고, 사드 배치 발표 이후에는 미국의 패권에 맞서기 위해 군사 동맹 체결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 움직임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북-중 동맹 조약 체결 55주년을 계기로 시진핑은 북한에 축전을 보내 동맹의 의미가 내포된 전통 우호 협력 관계 발전과 전략 소통 강화를 제안하였고, 대북 제재 조치 국제 네트워크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미-일 대 중-북-러 간 냉전 시대의 대립구도가 동북아에서 부활할 것은 불문가지다.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 북한은 사드 배치 발표 직후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물리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했으며, 미국과의 접촉 채널을 전면 차단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사드 배치를 빌미로 삼아 북한은 핵무장을 더욱 정당화할 것이고, 이는 남북 간 군사대결을 심화시키고 북미 간 적대 관계를 더 고착화할 전망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도 우려되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사드 배치가 한반도와 동북아 냉전 질서를 부활시킴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통일에 장애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인 중국이 경제제재 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사드에 대해 중국이 경제 제재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경제 성장세가 크게 저하되는 '뉴노멀 시대'에 진입해 있고, '브렉시트'로 대표되는 보호 무역주의가 성행하는 등 어려운 국제 경제 환경 속에서 중국이 경제 수단을 보복 조치로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사드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서두른 이유는 단순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려는 데에만 있지 않다. 자신의 동아시아 전략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동북아에서 미국 항모와 군사기지를 겨냥하는 중-러의 전략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남중국해 사태와도 연관시켜 사드 배치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한국 내에 AN/TPY-2 X밴드 레이다를 배치하여 운용할 수 있게 되면 역내에서 미 항모전단 견제를 위한 중국 동북 지역 배치 동풍-21 미사일 기능이 무력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만을 겨냥해서 추진해 온 단견적이며 좁은 시야의 외교 안보를 탈피해야 한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우리 국가 안보와 생존을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간다는 자주적이고 넓은 시각으로 외교 안보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남북 관계는 미-중 관계에 연동된 하위 변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이제 우리는 사드 위기 사태라는 엄중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정부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온 북핵 국제 공조 체제를 균열시키고, 동북아 냉전 질서를 부활시키고, 한반도 분단 고착화를 자초할 위기에 처했다. 북핵을 인정하는 구도가 자리 잡을 가능성도 내다보인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의 새로운 위기 상황에 대한 초당파적 국가 전략 구상 마련을 정부와 정치권에 주문하고자 한다.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과의 대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위기 상황에서 평화 체제 논의까지 포함한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남북 대화가 이루어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파격적인 남북 정상 회담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드의 배치 및 운용 시기까지 남은 대략 1년 반의 시간 동안 현 논란의 원인인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소를 위한 창의적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의 명분이 무색하게 되는 상황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 우리 국민에 대한 설명과 동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주변 강대국의 수요와 입장만을 고려한 결과, 심각한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사드 배치지역 주민들은 물론 상당수의 국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깊이 있는 신뢰를 받고 정쟁의 소지를 제공하지 않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 없이 사드 배치가 강행된다면, 그 결과는 소모적인 정쟁과 국론분열로 상처받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안보를 명분으로 한 결정이 안보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결정은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2017년 말까지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내년(2017년)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해다. 따라서 내년 대선 과정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 분열 양상이 더욱 증폭될 것이다.
내년 대선이 사드 문제에 매몰된다면, 뉴노멀 시대와 고령화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우리의 꿈은 멀어지고 말 것이다. 국내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다면, 사드 배치 시기를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의회의 지혜를 빌리고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타개책이 나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현명하게 판단하고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중국의 경고 "사드, 반드시 보복한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공포의 균형' 깬 사드
한국이 국내외 여론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배치하려는 이유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것이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며 실제로는 여러 방면의 많은 원인이 존재한다.
첫째는 미국의 압력이다.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편입시키는 것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 목표 중 하나였으며, 오랜 기간 미국은 지속적으로 한국에 압력을 행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한국은 미국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회피하는 자세를 보였다. MD에 가입한다면 남북 관계의 개선과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협조하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입장을 고려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라는 이름으로 MD에 가입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발생한 북한의 수차례 핵 실험은 미국이 한국을 MD에 가입시키려는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다.
북한의 제4차 핵 실험 이후 한국은 사드 문제에서 더 이상 숨김없이 이 체계를 운용할 것임을 명확하게 밝혔으며,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MD 체계에 가입한다는 것을 공포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둘째는 중국에 대한 실망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중 관계의 개선에 많은 노력을 하였다. 전략적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경제적으로 한중 협력을 더욱 강화했던 것 외에도, 정치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즉, 한중 관계를 강화함으로서 중국이 한반도 통일 문제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한반도 비핵화에서도 중국이 '한국의 제안'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 문제에서 중국은 여전히 남북이 각각 자주적으로 평화롭게 통일하는 것을 지지하는 등 변함이 없었다. 이는 한국 정부의 기대와는 매우 다른 결과였다. 북핵 문제에서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표명하였으며, 이는 한중 정치 관계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자국의 이익에서 중국은 북한을 제재하는 동시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였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제제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직접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는 기대와는 달랐다. 제4차 핵 실험 이후 북한 제재 문제에서 한국은 중국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고, 이로 인해 사드 배치라는 '선물'로 한미 동맹의 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주한 미군의 사드(THAAD)를 남한 내 배치하는 것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셋째는 국내 정치의 필요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 정책과 관련한 여러 구상을 하였고, 이 구상의 실천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실현을 원했다. 그러나 3년여의 실천 결과는 원했던 바와는 달리 오히려 남북 관계의 악화와 갈등만 발생시켰다.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의 악순환이 이루어져 단시일 내에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박근혜 정부가 처음 제시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비핵화 문제 등 대북 정책은 실패로 끝났음을 알 수 있다.
대북 정책의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 정부는 국민에게 해명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사드 배치는 바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동시에 북한의 위협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점으로 정부가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려는 수단이다.
위와 같이 한국의 사드 배치는 안보상의 수단이지만, 그 내면에는 복잡한 정치적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통해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여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안전 방어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이를 통해 비핵화 문제에서 중국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 정치에서도 국민에게 일종의 '핑계'가 생긴 것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사드 배치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자본'과 '수익'을 정확하게 평가하지도 못하며, 미래 전략상의 '부작용'도 전망할 수가 없다. 더욱이 '절대 안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먼저, 전략적으로 볼 때 한국의 사드 배치는 현재의 동북아 지역 군사력 균형을 깨뜨려 군비 경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대북 미사일 방어 능력을 일정 정도 높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력을 낮추게 될 것이며, 이로써 대국 관계에 잠재하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깨뜨리게 될 것이다.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분명히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것이며, 새로운 대국군비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동북아 지역의 안정이 깨지게 된다면, 한반도 전체가 위험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사드 배치는 동북아 지역의 신(新)냉전 대립 구도를 유발할 수 있다. 현재 중국과 미국, 미국과 러시아 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영역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의 압력에 대항하는 형세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드 문제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다른 면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이 미국의 MD 체계에 가입을 의미한다. 한-미-일이 군사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한-미-일이 실질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하는 '다변 동맹'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자연히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한-미-일 동맹에 대항할 것이고, 이로서 동북아 지역에는 21세기형 신냉전 구도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냉전의 구도 속에서 중소 국가들은 자주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둘째로, 사드 배치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무너뜨릴 것이며, 특히 한중 관계는 큰 위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반대를 해왔다. 특히 중국의 반응이 가장 강했으며, 많은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한국에 걱정과 불만을 나타냈다. 만약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도 사드를 배치한다면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는 파탄날 것이며, 정치 관계도 대폭 후퇴할 것이다. 정치 관계의 후퇴는 반드시 국가 관계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정치·외교·경제·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한미에 반기를 들 것이며, 이러한 반격에서 한국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한중 관계에서 한국의 여론은 중국이 사드 문제로 경제적 제재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이는 매우 심각한 오판이다. 한국이 정식으로 미국과 사드를 배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중국 국내 여론은 매우 강한 반응을 보였으며, 한국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7월 10일 봉황망(凤凰网)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80%에 달하는 중국 네티즌들이 만약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다면 중국은 전방위에서 한국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한국이 최종적으로 사드를 배치한다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여론의 압력으로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해 보복 조취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며, 한중관계의 밝은 미래는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사드 배치는 한국의 일부 정치가들을 만족시키지만, 피해를 입는 것은 한중관계 발전으로 이득을 얻는 일반 민중들이다.
셋째로 장기적으로 볼 때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뿐만 아니라 평화 통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의 사드 배치는 대국들의 군비경쟁과 동북아지역 내에 신냉전 대립 구도를 유발할 것이다. 냉전 구도 속에서 관련 국가 간의 비핵화 협력은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한미일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끌어들일 것이며, 지금껏 북한에 실시했던 비핵화 압력이 백지화 된다.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 국내 여론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 핵 보유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한국이 핵 보유의 길을 걷게 된다면 한반도는 핵무기의 위협 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핵무기의 위협은 전면전을 저지할 수도 있지만, 한반도의 분열과 냉전 대립 구도를 더욱 굳어지게 할 것이며, 남북통일은 실현 불가한 정치적 구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형세로 볼 때 사드 배치는 중국과 한국의 이득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며, 미국과 북한이 가장 이득을 보고 있다. 미국은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를 단절시켜 놓아 한국이 다시는 중-미 간에 '균형 전략'을 사용하지 못 하고, 오직 미국이 주도하는 다변 동맹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는 미국의 동맹국 통제와 대중국 견제·봉쇄에 유리하며, 이로서 미국의 아태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게 할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사드 배치로 본래 문제가 많은 미사일 공격 능력이 하락할 것이다. 하지만, 사드 문제의 출현으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지속적으로 받아온 비핵화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만약 동북아 지역 내에서 신냉전 구도가 나타난다면, 이는 북한 체제 유지의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이 계속 사드 배치 문제에서 '실수'하길 원할 것이다. (번역 : 임상훈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위 글은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과 산동 대학교 중한관계연구센터의 양해각서(MOU) 체결 내용에 근거해 제공받은 원고이며, 필자의 견해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지난 주 썰전에서 사드의 배치에 관한 유시민의 말들은 지속적으로 돌아봐야 할 만큼 사안의 본질을 꿰뚫었다. 유시민은 국방부의 주장을 착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KBS와 MBC가 성주군민을 폭도로 모는 역할을 담당하고, TV조선과 채널A, 연합뉴스TV와 YTN이 사드프레임을 전자파 유해성으로 좁히는데 성공한 지금, 유시민은 사드 배치가 미국의 동북아 패권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는 최악의 자충수임을 설득력 높게 풀어냈다. 환경부는 쓰레기들의 일사분란한 역할 분담에 의해 사드프레임을 전자파 유해성으로 국한시키는데 성공하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사드 배치가 북한과의 확장적 군비경쟁(복지비가 제일 먼저 줄어들 것)을 촉발해 민족 전체가 자멸하는 전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유시민의 경고는 성주군민만이 아니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놓쳐서는 안되는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사드 문제의 본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유시민은 '사드는 한국의 안보수요를 넘어서는 무기'라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과 러시아의 반발에 주목했다. 사드 문제의 '본'이 민족을 공멸로 모는 확장적 군비경쟁이라면 '말'은 한미일 대 중러의 신냉전이며, 그 피해는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가장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류와 관광 분야가 당장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수출기업들의 애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피해라는 것도 상기시켰다. 그는 또한 한미간에 맺은 소파 규정을 들어 사드의 운용에 한국 정부가 개입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무기체제가 사드이기 때문에 사드 운용에 제한을 두겠다는 박근혜와 국방부의 약속이 거짓말임을 까발렸다.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 등에서 보듯, 미군이 사드 운용에 한국 정부의 동의를 구하게 하겠다는 것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인 이명박도 박장대소할 일이다. 문재인이 사드 관련 담화에서 밝혔듯이, 유시민도 미국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한 소파(SOFA) 규정를 개정하지 않는 한 사드 배치 부지와 운용비에 대해 동의를 받는 것 말고는 국회도 아무런 개입도 할 수 없음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에 일체의 운용권리도 없는 사드 배치가 동북아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미국과, 전쟁하는 나라로 돌아가 국제적 영향력을 넓히려는 일본의 이익에 따라, 그런 미국에 맞서려는 중국과의 충돌과 러시아의 반발에 따라 한반도가 신냉전의 화약고로 변할 것이라며 사드 배치의 대차대조표를 제시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한반도를 3차세계대전의 전쟁터로 만들지 않으려면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답이라는 것에서 유시민의 상황인식이 빛을 발한다. 서독이 통일을 이루기 위해 동독에게 했던 것처럼 햇볕정책만이 확장적 군비경쟁이라는 민족 공멸의 길을 피하고, 미중 간의 패권전쟁에서 벗어나 완충적 균형자 역할로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은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국제적 평가가 끝난 상태라는 것을 유시민이 모를 리 없다. 미국 연방정부와 군산복합체, 박근혜 정부와 조선·동아 일당 및 뉴라이트 같은 수구세력은 이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민주정부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됐으며, 개성공단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군의 최전선이 북쪽으로 옮겨간 것에서 햇볕정책이 실질적 결과를 도출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시민의 말처럼 외교에는 'if/만약에'가 없지만, 인공지능에 제일 많이 쓰이는 'then else'를 차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명박근혜 정부 8년 7개월 동안 북한과 강대강으로 맞선 결과,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최고조로 올랐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도 막지 못했으며, 휴전선 근처의 주민들은 상시적 도발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면 또 다른 길을 찾거나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유시민도 동의하겠지만, 노무현과 김정일이 체결한 10.4남북공동선언(6.15선언의 확장)을 되살리는 것이 평화통일로 가는 최선의 길임을 민주정부 10년이 말해줬다. 박근혜처럼 외국을 쏘다니며 천문학적인 수주(지금까지 60~70조에 달한다, 놀라워라!)를 한다 해도 구체적 결과(실제적인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거의 없다, 더욱 놀라워라!)가 없으면 세금 낭비에 불과하다. 그렇게 뻔질나게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과 밀월을 나눴으면서도 한반도 위기관리와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면, 북한을 방문해 10.4선언 같은 것을 끌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더구나 미국은 더 이상 한국전쟁 당시의 미국이 아니며,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남북한은 그때에서 한 치도 벗어나면 안된단 말인가?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 정도의 국가에 머물러 있다면 중국보다 미국에 붙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그런 선택은 60~70년대의 냉전에서만 유효할 뿐이다. 북한은 김일성 시절로, 한국은 박정희 시설로 돌아갔다는 유시민의 한탄이 살을 에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간의 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그것도 미국 연방정부와 유착된 에너지·석유업체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조작하고 국민을 속여서 일으킨 전쟁이 대부분이다. 미국(과 일본)의 이익에 충실하며, 군사식민지 노릇에 준하는 행태는 국가안보와 군사주권에 해가 되면 됐지, 절대 득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전시작전권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현재의 상황에서는 남북대화를 통해 10.4선언을 이행하는 것이 최상이다. 권위주의적 보수주의자 김종인은 '미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는 철지난 소리가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옥죄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도움보다 수십 배는 많은 대가를 지불한 상태며, 일제의 식민지지배를 미국이 허락했고, 심지어 자본까지 지원한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P.S. 전원책은 레이건이 소련을 붕괴시켰다고 하는데, 필자가 읽은 책들에 한정해도 소련의 붕괴 원인에 대한 일치된 견해는 없고, 상당히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레이건이 군비경쟁을 벌여 소련을 붕괴시켰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소련의 붕괴는 수십 년에 걸친 과정이었으며, 그 시작은 소련과의 우주경쟁과 군비경쟁을 선언한 케네디 정부 때였다. 레이건이 취임했을 때는 소련은 내부로부터 붕괴과정에 있었다는 연구는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스탈린 전체주의의 폐해, 사회주의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성급한 이전, 즉흥적인 농업 정책 포기, 옐친과 고르바초프의 갈등 및 개방정책 실패, 극단에 이른 소련연방 사이의 불평등, 군부와 특권층의 부정부패, 미국과의 우주 및 군비경쟁 등이 거론되며, 무엇보다도 중동발 1,2차 석유쇼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
사드를 읽으려면 무수단을 보라
중국이 마련한 북·미 군사대화를 미국이 거부한 뒤부터 중국은 대북제재에서 벗어나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해 대북 국제정치의 주도권을 유지하려 한다.
| [461호] 승인 2016.07.18 18:00:07 |
흘러간 강물은 되돌릴 수 없다. 국가 간 관계도 그렇다. 6월 초 중국이 중재했던 베이징 북·미 군사대화를 미국이 거부한 것은 실수였다. 그 뒤 워싱턴이 후회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방중(5월30~6월2일)과 미·중 전략경제대화(6월6~7일) 직후가 기회였다. 리수용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북한 국방위원회 측과 미국 국방부 측이 군사대화를 갖도록 하겠다는 게 중국의 복안이었다. 그대로 되었다면, 북·미 양측이 핵 비확산을 위한 구체적 방법에 합의하고 향후 비핵화 전망도 세울 수 있었을 터이다(<시사IN> 제457호 ‘베이징 데이트는 왜 엎어졌을까’ 기사 참조).
그러나 미국이 최종적으로 북·미 군사대화를 거부하면서 모든 일이 뒤죽박죽되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충격과 분노가 컸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주선을 부탁한 4월 초부터 미국이 최종 거부한 6월 초까지 두 달여간 접점을 만들기 위해 기울여온 중국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거부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미국이 말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비확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상황 관리를 위해서라도 만나는 게 상식이었다. 결과적으로 리수용 부위원장을 부른 중국은 체면만 구겼다. 미국에게 뺨을 맞은 셈이다. 즉각 베이징에서 “미국이 왜 저러는지 원인을 분석한 뒤,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다”라는 소리가 나왔다.
향후 중국이 택할 대응 카드는 세 가지다. 첫째는 중국 군부의 보복 행동이다. 당시 협의 채널이 미·중 양국의 군부였기 때문에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남중국해 등지에서 중국군이 군사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두 번째는 대북제재 완화이고, 세 번째는 북한과의 우호관계 강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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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조선중앙통신 지난 6월22일 북한은 괌 미군 기지까지도 공격할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
북한도 북·미 군사회담 불발에 반발하리라 예상됐다.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실패하자 미군이 얕잡아본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던 만큼,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부터 성공시킬 것이라고 예상됐다. 실제 그 뒤의 상황 전개는 예상했던 대로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6월30일자 일본 <산케이 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센카쿠 상공에서 중국과 일본 전투기 간에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그 시점을 역순으로 추적해보니 6월17일이다. 바로 북·미 군사회담 무산으로부터 10일쯤 지난 뒤다. 이날 중국 수호이30 전투기 두 대가 전례 없는 비행에 나섰다. 일본 측 방공식별구역(ADZ)과 겹치는 동중국해 중국 측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순찰 비행이었다. 항공자위대 전투기의 스크램블(긴급 발진)을 예상한 의도적 도발이라 할 수 있다. 이 상황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사흘 뒤인 6월20일 중국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A4 용지 3~4쪽짜리의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했다. 제재나 단속 결과는 하나도 없이 선언적 내용만 잔뜩 담긴 무성의한 것이었다. 말미에는 민생 목적의 교역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등 제재가 목적이 아니라 6자회담 재개가 목적이라는 내용까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틀 뒤인 6월22일, 이번에는 북한이 행동에 나섰다. 바로 무수단 미사일(북한 명칭으로 ‘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의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발사이다. 그중 여섯 번째 발사에서 고각 발사라는 난이도 높은 발사 실험을 통해 상승 고도 1200㎞, 사정거리 400㎞라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미군 당국에 충격을 주었다. 대기권 재진입 실험까지 겸해 핵탄두 장착 및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까지 근사치로 보여준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2013년 4월의 ‘무수단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당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서 미국이 F22 등 전략 자산을 동원해 북한에 핵공격 위협을 가하자, 북한은 4월5일부터 이동식 차량에 무수단 미사일 두 대를 각각 싣고 맞대응 태세에 나섰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이 미국 공군기 발진 기지인 괌을 공격할 경우 방어수단이 없다는 판단 아래 군사행동을 접고 4월11일 대화를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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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7월8일 미국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
서로 축전 보내며 ‘우정’ 회복하는 북·중
당시 선보인 무수단 미사일은 실험을 거치지 않은 것이었지만 이제 실험을 통해 완벽하게 위력을 보여줬다. 미국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국제한국학회(ICKS) 회장에 따르면, 북한은 50개 발사대에 무수단 200여 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한 발이라도 핵탄두를 장착하고 괌에 떨어지면 미군 8만명이 사망한다.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국내 한 전문가는 “무수단 미사일 성공 이후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미국의 내부 평가가 상향 조정됐다. 사실상 건드려서는 안 되는 핵 국가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자극을 멈추지 않는다. 7월8일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 7월6일(현지 시각)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 내 핵심 인사들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는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긴장을 유도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국제정치에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기 위한 책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체적으로 사드 문제를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사드 배치가 공론화된 시점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에서 벗어나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려 할 때이다. 지난 6월1일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직후 수면 아래 있던 사드 배치 문제가 수면 위로 솟구쳤다. 이번에는 북·중 정상 간의 축전 외교로 북·중 협력구도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과 관련돼 있다. 6월30일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 공산당 창건 95주년 기념 축전을 보내자, 시진핑 주석이 그다음 날인 7월1일 김정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추대를 축하하는 축전으로 화답했다.
양 정상의 축전은 북·중 관계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1차적으로 주목할 날짜는 7월11일, 북·중 우호협력조약 체결 55주년 기념일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베이징과 선양 등에서 양국 고위층이 참석한 가운데 상당한 규모의 기념행사를 연다. “미국에 뭔가 보여줄 좋은 계기다. 그냥 흘리면 북·중 관계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라는 것이다. 7월에 예정된 또 하나의 행사는 양측이 전승절로 부르는 7월27일, 신압록강대교 개통식 겸 북측 접속도로 착공식이다. 2010년 말 건설비 22억2000만 위안(약 3837억원)을 중국이 전액 부담해 착공한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10월 교량을 완성했다. 그러나 당시 북측 접속도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북측 구간까지 중국 자본으로 다 하겠다는 뜻이다. 그 주변에 보세 창고와 물류 창고를 지으면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공사로 이어진다. 이렇듯 북·중 우호 관계가 본격 회복되려 하고 있다. 그러자 어김없이 미국은 사드 배치로 중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과연 그것으로 막을 수 있을까?
['사드', 그 정치적 도박]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韓, 대북압박 최우선 외교의 연장선..美, 한미일 협력 강화로 중국 견제주간동아 조숭호 동아일보 기자 shcho@donga.com 입력 2016.07.20. 09:21 수정 2016.07.20. 09:23
설날 연휴가 한창이던 2월 7일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번 결정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건의에 따라 이뤄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미 당국 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의가 공식화된 순간이었다. 그동안 한국이 사드에 대해'3No(미국에서 요청도, 협의도 없었으며 결론 낸 적도 없다)' 답변만 2년 넘게 되풀이한 것에 비춰보면 전격적인 전환이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7월 8일 한미 당국은 "사드 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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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협의 공식화를 발표한 날(2월 7일) 북한은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6월 22일에는 사거리 3000km가 넘는 무수단 미사일(화성 10호)을 고각(高角)으로 발사해 고도 1413.6km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북한의 위협 고조로 인한 사드 배치 불가피'라는 논리를 북한이 제공해준 셈이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는 한미 양국의 논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최소 1조5000억 원 넘는 값비싼 사드를 한반도에 갖다놓으려는 배경에는 과연'북한 대응'만 있을까. 한국은 어떤 생각이기에 2년 넘게 끌어온'3No'를 일거에 바꿨을까.
중국과 남중국해 갈등 빚는 미국 승부수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5월 한 강연에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려면 제재 강도가 매우 높아야 한다"며 "사드 체계를 비롯한 미국 미사일방어(MD)나 군사훈련, 인권문제 제기 등을 통해'최후통첩' 식 압박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드가 배치되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덜 먹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결정 이유에 북한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봐야 한다.3월 데이비드 만 미 육군 중장은 기자들을 만나 "미 중부사령부의 요청으로 유럽에 사드 포대를 파견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 지휘관인 만 중장은 "향후 5년간 9개 사드 포대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 괌에 사드 포대를 운용 중인 미군이 전 세계적으로 사드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며 한반도가 이 중 한 곳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MD를 책임지고 있는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도 6월 16일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강연에서 "MD는 미국 안보 공약의 핵심 요소"라며 "한국과 진행 중인 사드 배치 논의도 MD 협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또 "MD를 따로 떼서 보지 말고 북한 같은 국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 방위 능력의 일부로 봐야 한다.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터키에 이어 루마니아, 폴란드로 MD 거점을 확대해가는 상황에서 사드를 MD의 일부로 보라는 설명은 러시아에게'너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로 들릴 수 있다.
중국 역시 시진핑 국가주석이'신형대국관계'라는 표현으로 화평공존을 강조했던 2015년과 달리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과 갈등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을 안방 들여다보듯 샅샅이 볼 수 있는 AN/TPY-2 레이더가 사드 포대와 함께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은 안심할 수 없다. 반대로 미국은 원할 경우 이 레이더로 중국 내륙 깊숙이까지 들여다볼 능력을 갖게 된다. 안보부처 실무자는 "중국은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를 동북 지린성에 두고 있다"며 "미국이 사드 한반도 배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는 이 기지를 염탐할 수 있다는 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로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점도 중국을 견제하는 데 보탬이 된다. 일본은 이미 AN/TPY-2 레이더 2기가 배치돼 미국 MD에 통합된 상태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 부장관도 7월 8일 브리핑에서 "양국(한미) 간 사드 협력이 진전되는 것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일"이라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11월 대선 앞두고 결정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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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2년 넘게 유지해온'3No'를 전격 변경한 걸까. 2012년 10월 한미가 미사일협정 개정을 통해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km로 늘렸을 때 국방부는 "한국은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를 독자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한국은 사실상 MD에 편입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AN/TPY-2 레이더는 MD의 핵심 구성 요소다.
다시 2월로 돌아가보자. 7일 사드 배치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히고 사흘 뒤 한국 정부는'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때도 운영하던 개성공단을 문 닫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한미는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이후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협의하고 있던 시점. 미국이 "다른 나라에는'북한과 외화벌이사업 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한국이 매년 수백억 원씩 현찰을 가져다주는 개성공단을 운영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압박했고 정부는 이를 반박할 논리를 찾지 못했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도 비슷한 논리적 구조로 진행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대응무기(사드)를 한반도에 안 갖다놓는 게 말이 되느냐"는 미국 측 주장에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한국이'대북 압박 최우선 외교'로 기조를 정하면서 스스로를 논리의 함정에 빠뜨린 셈이다. 안보부처 실무자는 "북한 방어 목적만이라면 사드보다 이지스함에 SM-3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대안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구나 그동안 "사드는 현안이 아니다"라며'3No' 식으로 대응하다 갑자기 미국 쪽으로 돌아선 이유를 한국은 중·러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는 주변국 외교의'뜨거운 감자'가 돼버린 것이다.
조숭호 동아일보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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