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예술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일취월장7 2016. 6. 10. 15:55

자살률 1위 우울한 한국… '안전망' 절실

[대한민국 길을 묻다] 1부 장벽을 넘어서자 ① '자살공화국' 오명


#1. 50대 주부 A씨는 남편이 갑자기 조기퇴직을 하자 노후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 체중은 몇달 새 5㎏이나 빠지고 두통과 허리통증이 수시로 찾아왔다. 짜증이 잦아졌고 남편과의 관계도 예전만 못해졌다. 언니가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지만 “동네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냐”며 펄쩍 뛰곤 했다. 그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 A씨의 집 안 수납장에는 각종 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2. B씨는 2006년 회사가 부도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모아둔 은퇴자금으로 작은 가게를 하나 차렸지만 파리만 날리다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생활고에다 부부갈등마저 깊어지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죽음으로까진 이어지지 않았지만 자살 시도 후유증 치료비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밤늦도록 멍하게 TV 앞에만 앉아 있기 일쑤였던 그는 어느 날 새벽 집을 나간 뒤 인근 야산의 차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자살 원인과 유형 등을 분석하기 위해 실시한 유가족 면담을 토대로 각색한 사례들이다. 최소한 이 땅에서 A, B씨의 사례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2014년 기준 국내 자살 사망자만 해도 1만3836명에 달한다. 매일 36분마다 1명씩, 약 40명이 스스로 생명줄을 끊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사람답게 살기 힘든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헬조선’의 암울한 풍경이다.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 등 서둘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만 자살 증가세

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1년째 부동의 1위다. OECD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990년만 해도 8.8명으로 일본(17.5명), 미국(13.1명)보다 적었고 OECD 평균(16.2명)에도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2003년 28.1명으로 증가해 OECD 회원국 중 1위로 올라선 뒤 선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 자살률 급증의 변곡점은 경제 위기와 맥을 같이 했다. 1997년 15.6명이었던 자살자 수는 외환위기(IMF사태)가 본격화한 1998년 21.7명으로 껑충 뛰었다.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한 2003년에는 28.1명으로 전년(22.7명)보다 5.4명이나 늘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33.8명으로 전년(29명)보다 4.8명이 증가했다.

이처럼 경제 악화나 소득불평등이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2008년과 2009년 사이 ‘복지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12.2→12.9명), 노르웨이(10.6→11.9명) 등의 자살률이 증가세로 돌아선 데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의 자살률이 금융위기 극복 후 감소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만 유독 하락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게 문제다. OECD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한눈에 보는 OECD 보건 2015(OECD Health At A Glance)’ 보고서에서 “1990년 이후 회원국 전반의 자살률이 30%가량 줄고 헝가리와 핀란드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자살률만 증가 추세를 보였다”며 “아시아 경제위기가 지나간 뒤 자살률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일본과 달리 한국은 2009년 정점을 찍을 때까지 지속 증가세였으며, 특히 10대 연령층에서는 자살이 사망원인 1위”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한국의 자살률은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2013년 현재 28.5명으로 OECD 평균(12.0명)을 두 배 이상 상회한다. 자살률이 20명이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같은 해 터키(2.6명)나 2012년 그리스(4.2명), 멕시코(5.0) 등과 비교하면 암담한 수준이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한국 입장을 특히 곤혹스럽게 하는 점은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한국의 70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116.2명으로 다른 나라의 최대 10배에 이른다. 특히 2020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노인인구에 본격 편입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영 선임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느라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노인 자살률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의료 연계해 삶의 위기 줄여나가야”

전문가들은 한국 자살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취약한 사회안전망, 양극화 심화, 가정의 붕괴 등을 꼽고 있다.

한국자살예방센터 정택수 센터장은 “전쟁 이후 경제 살리기에 몰두해 ‘잘 먹고 잘 살자’는 슬로건으로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양극화로 인해 상대적 빈곤, 박탈감, 격차가 심화된 것이 자살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과거 대가족 중심 가족구조에서는 가정이 심리적 보호자 역할을 해 줬는데, 최근 들어 가정마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신대 홍선미 교수(사회복지학)는 “2014년 2월에 일어난 송파 세 모녀 사례 등을 보면 경제적 취약계층이 정서적 우울감을 가지고 있고, 고연령층은 빈곤에 더해 신체질환, 가족 소외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일시적 예방대책뿐 아니라 복지, 의료가 같이 연계돼 삶의 위기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90억원대 수준인 자살예방 관련사업 예산의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살 충동을 느낄 때 상담이 가능한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의 경우 평소 시·군·구 단위에서 운영되는데, 야간이나 주말·휴일에는 시·도 단위로 전환돼 긴급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두 차례 자살예방대책 5개년 계획을 수립·추진하는 한편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자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살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자살사망자 121명의 유가족 151명에 대해 광범위한 심리부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중순 정신건강증진대책과 함께 제3차 자살예방대책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태영·남혜정 기자 anarchyn@segye.com


보육현실 제대로 반영 못하는 정부 대책… 아이 낳기 꺼린다

[대한민국 길을 묻다] 1부 장벽을 넘어서자 ③ 세계 최저 출산율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홀로 아이 둘을 키우는 ‘선우 엄마(배우 김선영)’가 등장한다. 죽은 남편 앞으로 나오던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는 외출할 일이 생기면 6살짜리 막내딸 ‘진주’를 이웃에 맡긴다. 사실상 이웃과 함께 진주를 키운 셈이다. 선우 엄마는 형편이 넉넉한 이웃집 오빠와 재혼할 때까지 경제적 고충은 많았어도 육아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선우 엄마가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육아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이웃과 교류하던 분위기가 사라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남편의 연금만으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와 물가 등을 감당할 수 없는 데다 일을 구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많지 않을뿐더러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자녀를 낳고 키우는 환경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얘기다. ‘낳으면 어떻게든 기르겠지’, ‘낳으면 알아서 크겠지’라는 말이 어느덧 ‘낳기가 겁나는 세상’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아이 안 낳는 사회


1일 통계청의 ‘2015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4명이다. 전년(1.21명)보다 0.03명 오른 수치이긴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저 수준이다.

2012년 기준으로 OECD 32개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포르투갈밖에 없었다. OECD는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곳은 ‘초저출산’ 사회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2001년 이후 15년째 초저출산 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이탈리아·일본 등 초저출산을 경험했던 국가는 대부분 초저출산 현상을 탈피했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유례없이 긴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출생이 줄면서 지난해 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자연 증가는 전년보다 4700명(2.8%) 준 16만3000명에 그쳤다.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통계청은 2028년에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가 같아져 자연증가가 ‘0’이 되고, 2030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곧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이어져 내수 부진과 노동력 부족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아 국가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는 이유이다. 지난해 말 확정한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은 난임치료 시술비 건강보험 적용·난임휴가제 등 난임부부에 대한 종합대책과 임신·출산 비용 부담 감소 정책, 자동육아휴직제 등 양육 지원 대책은 물론 신혼부부 주택 정책까지 담겼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통해 합계출산율을 2020년 1.5명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잡았다.

◆현실과 겉도는 저출산 대책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저출산 대책이 보육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국민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3살 딸을 둔 직장인 이모(36·여)씨는 결혼 전만 해도 아이가 많은 가정을 원했지만 지금은 둘째 낳기도 주저하고 있다. 이씨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한 이른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다. 그러다 첫째를 낳으면서 출산·육아 휴직을 하는 동안 다른 동료에 비해 업무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대외적으로 ‘워킹맘’을 위한 단축근무제를 도입하고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까지 장려한다고 했지만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하는 직원은 드물었다.

이씨는 “육아휴직을 하고 돌아온 첫해 인사고과에서 납득할 이유 없이 최하점을 받아 억울했지만 휴직 않고 일한 직원들 눈치가 보여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며 “상사들이 셋째를 낳기 위해 휴직한 여직원을 향해 ‘이기적’이라고 수근거리는 분위기에서 둘째를 낳으려고 휴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또 다른 워킹맘 최모(35·여)씨는 “아이와 아이를 봐주는 친정 어머니에게 매일 죄인 같은 기분이 드는데 둘째까지 낳으면 더 미안해질 것 같다”며 “낳기 싫은 게 아니라 아이를 낳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자기들을 믿고 무조건 낳으라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성토했다.

최씨는 정부의 보육 정책에 대해 “당장 나한테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이를 더 낳았다가는 가정이 무너질 판인데 아이를 안 낳으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하면 뭐하나”라고 토로했다. 이씨 등의 사례는 대다수 맞벌이 가정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고충이다. 특히 여성들은 직장에서 임신과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 등으로 적잖은 손해와 차별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직장여성은 각각 58.1%, 68.7%에 달했다. ‘육아휴직제도가 있는 직장을 다녔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답변도 절반 이상이었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은 현재 28%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신청해도 몇 년이 걸려야 차례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출산·육아 휴직 제도를 쓰기 어렵고, 쓰더라도 회사에 복귀하고 나면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엄두가 안 나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비싼 돈을 주고 도우미를 고용하지 않아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촘촘한 보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정책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교육 및 사회정책의 출산율 고양 효과에 대한 비교연구’에 따르면 출산율을 높인 나라들은 정부의 교육비 지출 비중이 높고 의무교육 기간이 길었다. 보고서는 “의무교육기간 연장 등 정부의 교육 책임 강화가 효과적인 출산율 제고수단”이라며 “저출산 정책대상을 미성년 청소년기까지 늘려 정부의 교육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대한민국 길을 묻다] 육아·교육·노후 막막…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1부 장벽을 넘어서자] ④ 구호뿐인 사회복지… 머나먼 '복지한국'

‘복지를 위해 뛰겠습니다.’ 다음달 총선을 한 달 앞둔 요즘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복지’를 핵심공약으로 걸고 있다. ‘복지의 정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도 국민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겠다며 ‘찾아가는 복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처럼 여기저기서 복지를 말하는데, 정작 대다수 국민은 복지를 여전히 ‘나와 먼 이야기’로 여긴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복지가 구호만 요란할 뿐 피부로 와닿는 게 별로 없다는 불평불만이 많다.


◆헬조선·흙수저… 낮은 삶의 만족도

복지(福祉)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한 삶’이다. 따라서 사회복지는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빈곤·실업·질병 등을 예방하고 삶의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인프라와 제도적 노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복지 만족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각종 지표를 보면 한국의 사회복지 환경은 박수받기 힘든 수준이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점으로 34개 회원국 중 27위에 그쳤다.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것은 사회복지망이 곳곳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덴마크·스위스(각각 7.5점), 노르웨이(7.4점), 네덜란드(7.3점) 등 비교적 사회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로 평가받는 북유럽 국가에서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 방증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복지를 보장한다면 한국 사회는 출생 이후부터 개인이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는 과정의 연속이다. ‘흙수저’와 ‘금수저’, ‘헬조선’ 등의 신조어가 판을 치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흙수저·금수저는 태어날 때 부모의 재력이 평생 삶에 걸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빗댄 표현이고, 지옥(hell·헬)을 뜻하는 단어를 붙인 헬조선은 살기 팍팍한 현실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는 사회복지 안전망을 믿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불안·위기감이 스며 있다. 

이들 단어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현상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국민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가미래연구원의 20∼40대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5.3%가 ‘헬조선 의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은퇴 후 삶에 많은 사람이 비관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푸르덴셜생명이 최근 한국과 미국, 멕시코, 대만의 은퇴자와 은퇴예정자를 대상으로 은퇴에 대한 생각과 노후 관심사 등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들은 두려움·우울·비관 등 부정적인 정서를 기대감·희망·낙관 등 긍정적인 정서보다 강하게 표출했다. 반면 멕시코나 대만은 긍정적인 감정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장모(44)씨는 “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에서 노후란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생활을 갖는 것이 떠오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선 대다수가 ‘어떻게 노후를 살아가야 하나’라고 막막함을 느낀다”며 “국가만 믿고 있다가는 큰코 다칠 것 같아서 국민연금 외에 개인연금을 별도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기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 1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 남녀 1655명을 대상으로 ‘이민 의향’을 조사한 결과 78.6%(1301명)가 ‘갈 수 있으면 가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민을 가고 싶은 이유(복수응답)로는 △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56.4%) △대체로 근로조건이 열악해서(52.7%)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해서(47.4%) △직업 및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47.4%)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44.4%) △해외의 선진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30.7%) 등 다양했다. 특히 이민 갈 나라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복지’(41.2%)가 꼽힌 점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복지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체감 못하는 복지제도, 사회 불신으로 이어져

지난해 말 발표된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의료서비스가 2년 전보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52.7%, 사회보장제도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48.5%로 절반수준에 그쳤다.

복지예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낮은 복지체감도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복지 예산은 123조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의 30%가 넘는다. 연간 증가율도 7.4%나 된다. 복지에 쓰는 돈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정책 효과는 신통치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복지시스템이 소득 최하위계층에 집중되면서 소득 하위계층이나 중산층 등 사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누릴 만한 복지체계는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복지시스템은 결국 육아나 교육, 노후 등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 밀접한 영향이 있는 요소들에 대해 사회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게끔 보장해 주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런 부분이 많이 취약하다 보니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려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불신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행 복지시스템 자체가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바로 위의 차상위계층은 잠재적 빈곤계층으로 불리지만 복지 혜택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예컨대 건강상 이유 등으로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소득지원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소득이 낮아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식으로 곳곳에서 복지 사각지대가 생겨난다.

국가와 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배경이다. 직장인 이모(35)씨는 “대학 때 나라에서 빌린 학자금을 아직도 갚고 있는 데다 아이도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기 힘들어 민간 어린이집에 보내는 등 경제적 압박이 심하다”며 “노후도 그렇고 사회에서 기대할 게 없다 보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하지 못했을 때, 실직했을 때, 병에 걸렸을 때 등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국가가 자신을 구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높지 않다 보니 복지에 들어가는 돈을 아깝게 생각해 조세저항이 일어나기도 한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들은 복지 재원을 위해 세금을 많이 걷고 있지만 조세저항이 덜한 편이다. 자기들이 낸 세금만큼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서다.

현재 덴마크에서 거주 중인 홍아란(40·여)씨는 “사람들이 소득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지만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실직했을 때나 은퇴했을 때 그 돈이 안전망이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지금 내가 낸 돈이 어려운 누군가를 돕고,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나 역시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신뢰가 강해 삶에 대한 불안감이 적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복지국가, 사회신뢰의 관계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복지국가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한국사회는 △사회적 결속력(29개국 중 21위) △사회적 안전성(34개국 중 29위) △사회적 형평성(34개국 중 28위) 전 분야에서 사회통합 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복지제도 발달 정도가 이 같은 사회통합과 사회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보고서는 “단순히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떤 형태의 복지국가를 추구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라며 “사회복지제도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안정적이고 공평한 분배 상태를 달성해야 사회 신뢰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대한민국 길을 묻다] '문화 생활'과 멀어지는 한국인들

⑥ 문화격차 현주소 / 소득·연령·사는 곳 따라 공연관람 극명… ‘문화권’ 신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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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종로구에 사는 신모(50)씨는 지난해 공연 관람에 2500만원을 썼다. 국내 공연만 한정해서다. 휴가철 공연을 보기 위해 독일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등을 방문하고 주말에 틈틈이 일본에 간 것까지 합하면 연간 문화 지출액만 웬만한 중소기업 직원의 연봉이다. 그는 10살 때부터 공연장 나들이를 하며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졌다. 공연을 즐긴 외할아버지가 손주를 데리고 다녔다. ‘취향’이라는 무형의 유산과 경제력을 가진 그는 우리 사회의 ‘문화 귀족’이다. 신씨는 “운이 좋았다”고 한다. 유복한 환경이 뒷받침됐고 사교육비나 아파트 대출에 돈 들어갈 일이 없었다. 30대 후반 김모씨는 일종의 ‘문화 개미’다. 그는 지난해 평균 사흘에 한 번 꼴로 공연장을 찾았다. 출판계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지만 야근을 요리조리 피하고 주말을 활용했다. 들어간 비용은 전체 수입의 10∼20%. 그는 “박리다매로 많이 간다”며 “저렴한 좌석이나 할인혜택을 이용하면 평범한 직장인 연봉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술·담배를 안 하는 미혼이어서 가능하기도 하다. 클래식, 연극, 무용 등을 즐긴 지는 6년쯤 됐다. 이유는 “그냥 좋으니까”다.


시골 마을 작은영화관에서 주민들이 3D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자료사진
#2. 충북 단양군의 외진 시골에 사는 이모(68)씨는 영화를 한 편도 안 보는 해가 부지기수다. 영화관까지 차로 30분이나 가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안 봐도 아쉽지 않다. 평생 고향에서 산 그는 영화니 공연이니 일체 모르고 자랐다. 이씨가 가장 좋아하는 여가시간은 월요일 오후 10시. KBS에서 ‘가요무대’가 나오면 베개를 끌고 와 TV 앞에 앉는다. ‘고향역∼’ 하고 흘러간 노래를 따라부르노라면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34살 동갑내기 맞벌이 부부 김모씨도 영화관에 갈 엄두를 못 낸다. 한때 ‘시네필’을 자부했지만, 충북 청주에서 양가 도움 없이 2살, 5살 자녀를 키우니 문화생활을 위한 외출은 언감생심이다. 통신사에서 매년 제공하는 영화관람 혜택도 고스란히 날리곤 한다. 공룡에 빠진 첫째를 위해 올해 초 ‘굿다이노’를 본 게 가장 최근의 영화관 나들이였다.

네 가지 사례는 우리 사회 ‘문화 격차’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화 격차는 소득, 연령, 사는 곳에 따라 문화를 즐기고 참여하는 정도가 차이 나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사회는 문화를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문화생활은 여전히 사치재로 인식된다. 잦은 야근과 경제 양극화로 돈과 시간이 부족하고 문화를 즐겨온 경험도 적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공평한 문화 향유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정부의 문화 향수 실태조사는 우리 현실을 잘 드러낸다. 이 조사는 전국 남녀 1만명을 대상으로 2년마다 이뤄진다. 문화를 즐기는 정도는 소득에서 가장 크게 갈렸다. 2014년 기준으로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조사 대상자 중 연극과 뮤지컬을 본 비율은 각각 24.2%, 25.8%였다. 반면 소득 100만원 미만인 경우 이 수치는 3.9%, 2.4%에 불과했다. 100만∼200만원을 버는 응답자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만원 안팎이면 볼 수 있는 영화도 이들에게는 사치였다. 소득 100만원 미만인 이들이 영화를 직접 관람한 비율은 17.7%, 100만∼200만원인 경우는 34.4%에 불과했다. 소득 600만원 이상과 100만원 미만인 응답자들은 미술 관람률 18.9% 대 5.2%, 서양음악 13.1% 대 1.8%, 대중음악 22.6% 대 5.2%로 모든 장르에서 편차를 보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 부자 보고서(Korean Wealth Report)’에서도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연구소가 지난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 10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매월 문화와 레저에 쓴 비용은 117만원에 달했다. 통계청 가계 지출 조사에서 일반 가정이 쓴 금액(15만4000원)보다 7배 이상 많다. 앞으로 문화·레저 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자도 36%였다. 부유층의 문화·레저 지출은 2013년 85만원, 2014년 96만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 연구소 이수영 수석연구원은 “조사 대상 부유층 중 기업 경영자나 자영업자의 문화·레저 지출액이 컸다”며 “이들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일반인보다 여가가 많아 이런 현상이 나타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또 “부를 일구고 유지·계승하는 데 커뮤니티나 인맥관리가 중요하다 보니 이들은 골프나 문화예술 관람에 적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과 함께 거주지도 문화 향유에 영향을 미쳤다. 각종 공연과 전시회가 서울에 집중된 현실에서는 필연적인 결과다. 뮤지컬계 관계자는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서울에서는 두세 달씩 공연하지만 지방 일정은 주말에 짧게 이틀을 잡는 게 일반적”이라며 “공연이 활성화된 대구 정도가 예외적으로 ‘캣츠’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등을 한 달 안팎으로 장기공연한다”고 설명했다. ‘문화개미’ 김씨 역시 공연을 자주 볼 수 있는 요인으로 “서울에 살고 고정 수입과 할인혜택을 챙기는 정보력을 갖춘 점”을 들며 “이직 과정에서 지방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취미생활을 생각하니 못 내려가겠더라”고 전했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유니버셜발레단 `백조의 호수`
야근에 탈진한 직장인, 전투하듯 육아하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시간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장애인에게도 공연·전시의 문턱은 높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 역시 중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삶의 질을 높이려면 반드시 문화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양혜원 연구원은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는 개념이 문화권”이라며 “유엔인권협약부터 문화권을 인정해 왔고 우리 역시 2013년 12월 문화기본법을 만들어 국가와 지자체가 문화권을 보장할 의무를 규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화예술은 많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필수재”라며 “최소한의 문화예술조차 누리지 못하는 국민이 여전히 많기에 국가가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에 맞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대한민국 길을 묻다] 누구도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⑦ ‘대학민국’ 슬픈 자화상 / 대학 나와도 취업은 아득… ‘학벌 지상주의’에 멍드는 한국

#. 나는 소위 강남 8학군 명문고로 불리는 학교에 다녔다. 친구들은 당연하다는 듯 1학년 때부터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학교-학원-집을 왕복했다. 이 무리에서 도태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부모님은 나 역시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했다. 어릴 땐 꿈이 많았지만 막상 입시를 준비하다 보니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충고는 많았지만 누구도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았고, ‘뭐가 하고 싶은지’를 자세히 묻지 않았기 때문에 언젠가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재수를 한 끝에 수능 점수와 내신 성적에 따라 (많지 않았던 대학·학과 선택지 중) 서울 소재 A대학의 전자전기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선택이 옳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최모(28·대학생)씨의 경험을 재구성한 사례다. 그는 A대학에서 3학년을 마친 뒤 결국 자퇴했고 현재 한 전문대에 입학해 회계를 공부하고 있다.

최씨는 “어느 학교 다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주변에서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것 같다”며 “남들보다 늦었지만 지금은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서 더 간절히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가 A대학에 입학한 것은 8년 전이지만 2016년 우리나라의 입시 현실에서도 이 사례는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간 몇 차례 입시제도의 변화가 일부 있었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집보다 학교와 학원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학원 밀집지역은 지금도 불야성을 이룬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직도 단지 대학만을 목표로 힘겨운 입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학→취업→성공’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테두리를 헤어나오지 못하는 ‘학벌 지상주의’ 대한민국, 또 ‘대학’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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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률 7년째 OECD 1위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5년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 2015)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2014년, 25~34세 기준)은 무려 68%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인 41%를 훌쩍 뛰어넘을 뿐 아니라 2위인 캐나다(58%)와도 10%포인트나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이다. 우리나라는 7년째 이 부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높은 까닭은 뭘까? 우선 대학졸업이 곧 취업이나 성공과 직결된다는 인식, 또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의 201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로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6.7%로 가장 많았고, ‘자신의 능력과 소질 개발’(37.5%), ‘학력을 차별하는 분위기 때문’(10.8%) 등의 순이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교육은 직업 또는 관직을 얻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해왔을 뿐 아니라 다른 방식의 신분 상승 수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한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근간에 교육이 큰 몫을 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의 같은 조사에서 부모가 기대하는 자녀의 교육 수준은 대학 졸업(전문대 포함)이 78.4%, 석사 이상 20.6% 등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원하는 부모가 99%에 달하고 있다. 1973년 조사에서는 자녀의 대졸 및 석사 이상을 기대하는 부모가 50%에 불과했다. 1987년에는 77.5%, 1990년에는 81%까지 오르며 점점 기대치가 높아져왔다.

대학이 지나치게 많아진 탓도 있다. 1995년 제1차 교육개혁 당시 대학설립·정원 및 학사운영이 자율화되면서 당시 131개교였던 일반대학(교육대, 산업대 제외)은 20년이 지난 2015년 기준 189개교로 44% 증가했다.

◆대학 집착 버리려면 고졸 직종 여건 개선해야


OECD 1위인 대학진학률과 달리 대졸자(전문대 졸, 대학원 석·박사 포함)의 고용률은 최하위권이다. 고등교육과정 이수자(2014년, 25∼34세 기준)의 고용률은 76%로 OECD 평균 82%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보다 고용률이 낮은 OECD 회원국은 이탈리아(62%), 그리스(63%), 스페인(74%), 슬로바키아(75%) 등 4개국이 전부다.

대학에 간다 하더라도 취업과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나라의 ‘학벌 지상주의’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취업시장에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이 넘치는 상황에서 고졸 학력으로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업에 뜻이 없거나 기술·예체능 쪽의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전부 대학을 가야 한다고 믿고 있는 상황”이라며 “별도의 학문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은행의 경우, 영국 같은 국가는 고졸 출신들이 많이 채용되는데 우리나라는 전부 대학을 나온 인력들이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정원을 적절히 조정하는 등 기형적인 취업시장 구조의 개선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고용시장 구조 변화로 학력에 대한 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졸취업자의 직종에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졸취업자가 종사하는 대부분 직종의 경우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아예 없어지거나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데 이들이 이러한 기술변화에 적응하면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 현장이 다양한 스킬,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장 교수는 “설사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교육을 시켜서 보낸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시스템이 없다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명문대학이 아니더라도, 고등학교만 나왔지만 능력이 뛰어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대학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우·김주영 기자 woolee@segye.com

[대한민국 길을 묻다] 유입은 '고속' 포용은 '저속'… 다문화사회 장벽 여전

⑨ 갈 길 먼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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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이 떠중이 외국인들 다문화마을 할 때부터 (도시가) 슬럼화됐다. 콘크리트 장벽으로 (외국인들을) 고립시키고 싶다.” 지난 1일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토막살인 시신이 발견되자 인터넷에 외국인 노동자를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범죄 집단’, ‘무식한 놈’, ‘꺼져라’ 등 외국인들을 향한 집중 포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경찰수사 결과 피해자는 물론 피의자도 모두 한국인이었다. 외국인에 대한 비난은 바로 ‘쏙’ 들어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반다문화사회’는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주도 20대 여성 살인 사건 범인이 중국인으로 잡히자 “오원춘, 박춘풍처럼 잔인한 범죄는 모두 중국인 소행이다”, “제주도에 외국인이 너무 많아서 위험하다” 등 어김없이 외국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에서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위치이동 중이지만 다문화에 대한 포용과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부부의 날인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에서 열린 ‘해누리 세대이음 페스티벌’에서 다문화가족 부부의 전통혼례식이 열리고 있다.
◆다문화사회 가파른 진행… 여전히 ‘폐쇄적’

24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수는 174만명을 넘어섰다. 2006년 54만명이던 외국인 주민수는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주민수 증가율은 연평균 14.4%로 주민등록인구 증가율(0.6%)에 비해 25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국 다문화가구수도 27만8036가구로 2012년(26만6547가구)에 비해 4.3% 늘어났다. 특히 만 9∼24세 자녀 수가 8만2476명으로 24%가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 대비 다문화가구의 비중은 1.3%에 달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다문화사회’로의 이행 속도는 빠르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준에서 보면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 유입에 폐쇄적인 나라다. 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은 2.0%로 슬로바키아(1.1%), 헝가리(1.4%), 일본(1.6%) 등에 이어 끝에서 4번째다. 1위인 룩셈부르크(45.8%)가 국민의 절반이 외국인인 것과 대비된다. 10위권 밖에 있는 영국(7.7%), 스웨덴(7.2%), 덴마크(7.1%), 아이슬란드(7.0%), 미국(7.0%) 등과 비교해도 3분의 1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다문화사회를 대하는 자세도 20년 전과 변한 게 없다. 여성가족부의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 결혼이민자·귀화자의 사회적 차별 경험 비율은 40.7%에 달했다. 오히려 혐오·기피시설을 꺼리는 님비(NIMBY) 현상처럼, 외국인 이웃 기피 현상도 두드러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외국인 노동자·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질문에 31.8%가 동의했다. 이는 스웨덴(3.5%), 호주(10.6%), 미국(13.7%) 등 수치에 비해 최고 9배 이상 높다. ‘자국민 고용 우선’에 대해서도 스웨덴(14.5%), 독일(41.5%), 미국(50.5%)에 비해 높은 60.4%가 동의했다. 

그나마 우리나라 성인의 수용성 점수가 100점 만점에 53.95점으로 2011년보다 2.78점 올랐다. 4년 전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이 역시 ‘과거형’과의 비교에 따른 것일 뿐이다. 세계가치관조사협회의 ‘세계가치관조사’(2014)에서 한국의 다른 인종에 대한 수용성은 전체 59개국 가운데 51위에 그쳤다. 

◆“한국에 왔으면 한국문화에 따라야”… 일상화된 강요

외국인들은 이런 차별을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로 매일 마주하고 있다. 결혼이민 여성들은 ‘한국인’ 가족들에게도 멸시를 당하기 일쑤고, 그 자녀들은 학교에서 ‘왕따’에 괴로워한다. 이주근로자들은 회사 내 학대에 가까운 노동을 강요당하고, 피부색 다른 비아시아계 외국인들은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마주한다.

필리핀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A(11)군은 “2년 전쯤 친한 친구 엄마가 친구에게 ‘쟤랑 놀지마’라고 말하는 걸 들은 이후에는 까맣다, 더럽다,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 정도에는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며 일상화된 차별을 털어놓았다. A군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늘 (한국인에게) 무시당하고 사이가 좋았던 적은 없다. 심지어 ‘한국인 아빠’도 술취하면 엄마와 나를 때리며 무시한다”고 자신을 한국과 분리해서 말했다. 

여성가족부와 복권위원회는 다문화가족 82만시대를 맞이하여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다문화가족과 시민들이 함께어울리는 "봄.만남.어울림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에는 다문화 다국적 노래단인 "몽땅"과 결혼이민자 난타동아리 "다울림 공연단",소프라노 권미현씨와 테너 최기수씨,피아노 최은주씨 등이 출연하는 성악공연이 이어졌다.
서상배 선임기자
중앙아시아에서 유학 온 대학생 B(28)씨는 “한국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외국인 범죄는 외국인 집단의 문제로 몰고 간다”며 “사람들이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은 다 안다”고 비판했다. 과테말라에서 온 C(32·여)씨는 “버스 안에서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했는지 ‘외국애들 왜 이렇게 시끄러워’라고 말했다”며 “목소리가 크지도 않았고, 우리에게 조용히 하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외국인이라 화풀이 대상으로 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사회연구센터장은 “우리 국민의 다문화를 대하는 자세에는 ‘이중적인 평가’와 ‘일방적 동화’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고, 우리나라에 정착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해보다는 “한국에 왔으면 한국문화를 따르라”는 일방적 강요가 강하다는 것이다. 안 센터장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은 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선동 등이 함께 합쳐질 때 외국인에 대한 범죄로 번질 수 있고, 거꾸로 차별받던 외국인이 범죄자가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지속적인 교육과 사회문화적 캠페인 등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비합리적인 비난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 잡아야 시민들의 자율적 규제로 ‘반다문화 인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학교 → 학원X3 → 학습지… 행복할 시간 없는 아이들

[대한민국 길을 묻다] 고달픈 한국 청소년들… '행복지수' 7년째 최하위권

초등학교 4학년 지현이(가명)의 하루는 마치 어른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침 7시30분에 일어나 8시40분까지 등교해 수업을 끝마치면 오후 2시. 하지만 지현이의 하루 일과는 아직 절반도 끝나지 않았다. 방과후학교와 매일 2∼3개씩 잡혀 있는 학원수업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와 수학, 바이올린, 수영까지 정신없이 이어지는 학원수업을 받고 나면 어느새 날이 어두워진다. 집에서 어머니가 준비해 준 저녁식사를 마치고 학원숙제와 학습지 풀이를 마치면 그때야 지현이의 하루가 끝난다.


이런 삶 속에서 지현이는 행복할까? 지현이의 어머니 이정희(가명)씨는 “학교와 학원에 하루 열 몇시간씩 매어 있는데 왜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지현이가 힘들어하는 것도 다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현이는 7개의 학원을 다니는데 주변에 10개 넘게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지현이를 마지못해 학원에서 많은 과목을 공부시키는 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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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행복감’ 7년째 OECD 최하위권

지현이의 사례는 2016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부분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학교와 학원, 공부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행복을 느낄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행복감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 따르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초등 4학년∼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도출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2014년 기준 90.4점으로 나타났다. 주관적 행복지수가 조사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3개 가운데 19위다. 

2009년부터 매년 시행되고 있는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한 번도 OECD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9년부터 6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OECD 꼴찌를 탈출했지만 여전히 평균점인 100점에 턱없이 모자란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의 주관적 행복지수 순위 상승은 외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악화된 것의 반사효과”라고 분석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도 크게 떨어졌다.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4.3%로 OECD 국가 평균인 86.05%보다 크게 낮았다. 심지어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 10명 중 2명 정도는 자살충동을 경험하기도 했다.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 있다’고 답변한 학생들을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 14.3%, 중학생 19.5%, 고등학생 24%로 상급학교로 갈수록 급격히 상승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행복감 부재의 원인으로 과도한 학업부담과 이로 인한 자율적 결정권의 부족을 꼽는다. 이는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와 ‘가장 불행하다고 느낄 때’에 대한 어린이·청소년들의 답변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초·중·고생들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할 수 있을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33.9%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중학생은 43.3%, 고등학생은 47.4%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이같이 답변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답변도 초등학생 22.3%, 중학생 29.1%, 고등학생 28.0%에 달해 자아실현과 원만한 사회적 관계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행복에 직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평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는 ‘성적 압박이 심할 때’와 ‘학습 부담이 너무 클 때’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을 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비율이 가장 많았다. 과도한 사교육과 성적에 다한 압박감으로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어린이·청소년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결과다.

◆‘나만의 시간’이 없는 아이들

실제로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하루일과표는 대부분 타율적 삶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필수생활시간은 12시간5분, 의무생활시간은 7시간1분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은 필수생활시간 11시간13분, 의무생활시간 8시간46분이었다. 고등학생의 필수생활시간은 10시간22분인 반면 의무생활시간은 10시간16분에 달했다.

필수생활시간은 수면과 식사 등 생존에 필수적인 시간, 의무생활시간은 일·학습·이동 등 자신에게 지워진 의무적 역할을 수행하는 시간으로, 결국 우리 사회 어린이·청소년들은 하루의 80% 가까운 시간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지 않은 일을 하며 보내는 셈이다.

이처럼 학교와 학원 등으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타율적으로 보내다 보니 정작 행복감에 직결되는 자아실현과 사회적 관계 형성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아가 성장하지 못하고 어린이·청소년들이 쉽게 불행감에 빠지는 원인이 된다.

김경식 경북대 교수(교육학)는 “과도한 교육을 시킨 아이들이 방치된 아이들보다 더 성공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과 욕심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아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틀에 맞춰진 삶을 살게 되면 성장하면서 친구, 이성과 어울리는 데에, 성장 후에는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삽화로 묘사한 한국 학생들의 일상. NYT 캡처
오윤자 경희대 교수(아동가족학)는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권위적일수록 아이들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가면적 태도를 보인다”면서 “아이들에게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삶 대신 타율적 삶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오지랖, 잘못된 허울”이라고 밝혔다.

결국 해결책은 과도한 경쟁을 자초하는 입시제도의 개혁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김경식 교수는 “결국 학부모 문화의 변화가 필요한데, 입시제도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처방이 있어도 정상화되기 힘들다”면서 “대학입시제도가 하위 교육문화를 다 좌우하기 때문에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입시제도 개혁부터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필웅·권이선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