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김정은 참수 작전? 손 안 대고 코 풀겠단 뜻!" - 북한 고립? 중국-러시아까지 적으로 만들 텐가

일취월장7 2016. 2. 15. 10:42


"김정은 참수 작전? 손 안 대고 코 풀겠단 뜻!"

[정세현의 정세토크] "박근혜, 한국을 '제2의 우크라이나'로 만드나"
이재호
기자
| 2016.02.14 09:28:41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라며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북한은 태도를 바꾸기는커녕, 공단의 자산을 동결하고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개성공단 가동으로 북한의 핵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박근혜 정부는 정말 모르고 있던 것일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4월 총선을 앞둔 '북풍 몰이'의 일환이라고 진단이다. 이미 지난 1월 북한의 '수소탄' 시험 이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부터가 북풍의 시작이었다는 설명이다.

곧 시작될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수 작전을 연습하겠다는 것 역시 일종의 '북풍'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분석이다. 그는 "이건 다른 말로 하면 북한에 '조금 더 세게 도발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그러면 집권 여당은 국내 정치에 큰 도움이 된다.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는 '북풍 몰이' 외에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는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외에 양자 또는 다자 제재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곧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의 제재가 쉽지 않아졌다는 뜻이며 한미일 제재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반대로 한미일이 원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안보리 제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안보리 제재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한미일이 각자 북한에 대해 양자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이 대북 압박 제재의 적극성을 보이도록 하려면 우리가 먼저 일을 내야 한다. 그래서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제재 일변도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북한이 핵 카드를 이용해 얻으려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받아내려고 했던 반대급부는 미국과의 수교다. 이는 정책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를 의미하고, 법적인 차원에서는 평화협정의 체결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 문제가 마치 남한을 상대로 위협을 하는 것처럼 여론을 조성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의 실마리도 내놓지 못했다. 정 전 장관은 "결국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만들어준 셈"이라고 일갈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뼈아픈 제재를 가해 태도를 바꾸겠다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던졌습니다. 한국이 먼저 대북 제재의 '진정성'을 보여 다른 나라들의 제재를 이끌어 내겠다는 속셈이라고 전해집니다. 이와 함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논의도 전격 시작됐는데요. 여기에는 중국의 미온적 대북 제재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한국 주도의 제재만으로는 북핵을 저지할 수 없습니다. 이는 국내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자해적 조치, 나아가 사드 배치라는 무모한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대북 제재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4월 총선 등을 의식한 국내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정세현 : '북풍 몰이'를 시작한 거라고 봅니다.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틀 만에 확성기 방송 재개를 보고 총선을 앞둔 북풍 몰이가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개성공단 중단에는 북풍 몰이 외에도 또 하나의 목적이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지금 한미 양국이 북한의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사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유엔 안보리 제재에 중국은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드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안보리 제재에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는 역효과가 나온 겁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는 유엔 안보리 제재 외에 양자 또는 다자 제재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곧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의 제재가 쉽지 않아졌다는 뜻입니다. 한미일 제재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북 제재의 방향을 아예 이렇게 설정하면 우리가 먼저 일을 벌여야 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이 대북 압박 제재의 적극성을 보이도록 하려면 우리가 먼저 일을 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곧 있을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서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수 작전 연습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세현 : 그것도 집어 넣어서 연습을 하겠다는 건데, 이건 다른 말로 하면 북한에 조금 더 세게 도발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겁니다. 그러면 집권 여당은 국내 정치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겁니다.  

프레시안 : 어쨌든 북한은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일을 착착 진행시켰습니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제재 국면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정세현 :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가지고 북한이 도발하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북한은 공단을 군사 통제구역으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바로 군부대를 배치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언제 정세가 바뀌어서 다시 공단을 쓸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비어있는 공간에 군부대를 전진 배치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이 남침을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도 한미가 연합 훈련하면서 북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 때는 전 군에 비상을 걸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일정한 전진 배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국지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번지는 도발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공세적으로 나가면 북한이 피곤할 텐데, 전시작전권이 없으니 그걸 하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 개성공단 남한 인원들이 11일 밤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남한으로 들어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이유 

프레시안 : 결과적으로 북한은 네 번의 핵실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며 미사일 시험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김정은 위원장의 참수까지 고려할 정도가 됐는데요. 이런데도 북한이 계속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 문제의 발생 배경과 전개 과정을 보면 우리는 피해자이긴 하지만 문제 해결의 당사자는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핵 카드를 들고 받아내려고 했던 반대급부는 미국과의 수교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책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를 의미하고, 법적인 차원에서는 평화협정의 체결을 뜻합니다.

북한이 여기에 집착하는 이유를 보려면 역사적인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 소련에서 개혁정책인 이른바 '페레스트로이카'가 본격화되면서 '제 코가 석 자'가 된 소련은 동유럽에 대한 통제를 놓아버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체제 전체가 흔들릴 조짐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이 북방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남한이 소련과 중국에 본격적으로 접근한 것이죠. 그러면서 북한은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남한은 소련, 중국과 수교를 앞두고 있는데 자신들은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1980년대 후반이 되면 동유럽에서 사회주의가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동·서독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어나게 됩니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북한은 이에 1989년 발표한 신년사에서 난데없이 "통일은 누가 누구한테 먹히는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1989년 독일에서는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합니다. 또 1990년에는 남한과 소련이 수교를 맺었습니다. 북한은 1991년 신년사에서 '느슨한 연방제'를 언급하기에 이릅니다.  

또 1990년 가을부터 진행된 남북 총리급 회담에서 북한은 남북 기본 합의서를 만들자는 남측의 요구에 적극 호응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요구에 의해 추진됐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

▲ 지난 1월 6일 북한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정부성명을 발표하고,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리춘희 아나운서 ⓒAP=연합뉴스


북한은 잘못하면 남한에 먹힐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기본 합의서로 남한의 발목을 붙잡아 놓고 비핵화 공동선언에 협조하면서 미국의 관심을 사려는 계산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바꿔주면 나쁘지 않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또 1991년 남북한의 유엔 공동 가입을 통해 '두 개의 한국'을 국제법적으로 확인시켜 놓으면 흡수통일이 쉽지 않을 거라고 계산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북한은 미국과 수교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1992년 1월 김일성이 김용순 국제비서를 미국에 보내 아놀드 켄트 미 국무차관에게 자신들과 수교만 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통일된 뒤라도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물론 북한 입장에서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은 바뀌어야 했겠지만요.

북한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힘을 남한의 북침 또는 남한의 흡수 통일을 막는 데 활용하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미국의 국가 이익인 주한미군 주둔을 충족시켜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부시 정부는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동유럽과 사회주의 국가가 무너지고 소련도 흔들리는 마당에 겨우 2500만 명인 북한이 자신들과 수교를 해달라고 하는데,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붕괴될 것이라고요. 그래서 뭐하러 수교를 해주느냐고 생각했을 겁니다.  

통일이 돼도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조건이긴 한데, 그건 자동적으로 해결할 문제지 조건으로 걸고 수교를 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미국은 북한의 제안을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에 특별 사찰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달라는 뜻으로 미국에 수교를 간청하러 갔는데 무시당하고 핵 활동을 의심 받으면서 IAEA의 특별 사찰을 받으라고 압박을 하니, '이건 결국 우리를 없애려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의 새 정권인 빌 클린턴 정부에게 보란 듯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합니다.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역시 올해 새롭게 들어설 정권을 겨냥해서 한 것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당시 클린턴 정부는 북한이 NPT를 탈퇴하겠다는 강수를 두니까 바로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NPT를 탈퇴해버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고, 핵 기술이나 무기가 확산되면 곤란하다는 생각에 초기에 싼값에 거래를 끝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론이 바로 1994년 제네바 기본 합의입니다. 이 합의는 북한의 핵 활동 중지에 대한 대가로 3개월 내 수교협상 개시, 경제적 지원 차원에서 200만 킬로와트 경수로 발전 지원 등이 골자입니다. 이후 2005년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한 대가로 미북 수교가 들어 있습니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북한의 핵 카드는 기본적으로 미북 수교와 평화협정을 끌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의 수단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수교와 평화협정은 미국에게 먹히지 말아야겠다, 남한에 흡수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전략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은 자위적 수단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알고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할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단순히 '적화통일의 수단'이라고 전제하는 것은 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남한 겨냥한다?  

프레시안 : 그런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북핵이 남한을 침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세현 : 그렇지 않다는 것이 국민적 상식이 돼야 합니다. 만약 지금처럼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권도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채택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따라오는 겁니다. 북한은 미국과 수교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 흥정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핵실험을 성공하고 이를 실어나를 미사일까지 개발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남한에 대한 위협이라고 펄펄 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미사일을 남한에 발사하려면 굉장히 뾰족한 포물선을 그려야 합니다. 그럼 그만큼 목표지에 떨어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동안 공중에서 감지해서 남한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습니다. 미사일이 잡힐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북한이 이런 짓을 하겠습니까? 이건 비용 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행위입니다.  

▲ 북한이 지난 7일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남한을 상대하려면 핵무기나 미사일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재래식 무기인 장사정포나 방사포만 가지고도 수도권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고, 순식간에 기선을 제압해 남으로 내려올 수 있는데, 뭣 하러 남쪽에 장거리 미사일을 쏘겠습니까?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도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 무기는 미국한테도 쓸 수 없는 무기입니다. 예전에 미국과 소련이 핵 탄두를 각각 1만 5000개 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전략무기 감축 협상을 통해 줄여나갔고 지금은 약 절반 정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7000개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많아봐야 7~8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무력으로 맞설 수 있겠습니까?  

소련과 미국 사이에도 '공포의 균형'이 일어나서 결국 감축 협상에 들어갔고 핵무기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을 죽이려다 자기가 먼저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협상용이고, 최악의 경우에도 자위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박근혜 정부는 확성기 방송을 하고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의 수단이며, 강력한 대북 제재를 끌어낼 수 있는 소위 '마중물'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먼저 강하게 제재를 해야 다른 나라들이 따라온다는 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동북아 국제정치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 나갔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이렇게 잘못된 방식을 택하게 되는 겁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협상용임에도 우리는 핵이 없으니까 북한이 핵을 들고 공갈치면 우리가 굴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못 쓰는 무기를 들고 겁을 주는데 왜 굴복합니까? 더군다나 한반도는 땅덩어리가 작아서 설사 핵을 쓴다고 해도 우리만 피해를 입는게 아닙니다. 한반도 전체가 피해를 봅니다. 겁쟁이만 아니면, 소위 대남 위협 카드로서의 핵무기는 소용없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겁을 먹으면 그 때서야 북핵이 힘을 갖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북한 핵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했으면 경제적으로 북한보다 훨씬 잘 살고 매년 국방비로 북한의 1년 GDP만큼 쓰고 있으면서 그동안 뭘 했을까요? 북한은 군사적 주권이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미국이 자기들이 대신 쏴준다고 하면서 미사일 개발 하지 말라고 합니다. 미국에 무기를 의존하다 보니 독자적으로 대응도 못하는 상황인 겁니다.  

프레시안 :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분리 대응했습니다. 이른바 병행 정책이었는데요.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 해결에 연계시키지 않고 꾸준히 진전시킨 것입니다. 북핵은 기본적으로 북미 사이의 문제로 한국의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북핵을 남북관계에 연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개선'으로 정책 기조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남북관계를 후퇴시키는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다 보니 남북관계마저 꼬이게 된 것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런 측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세현 : 2002년 10월 북한에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으로 촉발된 북핵위기 때 국민의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같이 가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의 네오콘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의 정부는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가면서 남북관계를 진전시켰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심각한 핵 활동을 하고 있는데 무슨 남북관계 개선이냐며 치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중단할 수는 없지 않느냐, 남북관계는 계속 가야 하고 북핵 문제는 북핵 문제대로 풀자는 것이 국민의 정부의 기조였고, 이는 이후 참여정부까지 이어졌습니다. 어차피 핵은 다자문제이고, 결정적으로 미국이 키를 쥐고 있는 문제인데 거기에 남북관계를 종속시키면 안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래서 그 어려운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남북관계를 끌고 왔고,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나섰기 때문에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우리가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또 뒤늦게나마 2007년 남북 정상회담도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비핵개방3000'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식으로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게 된 겁니다. 이러다 보니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6자회담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 겁니다.  

이렇게 되면서 북한이 마음 놓고 핵실험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계속 하게 되는 겁니다. 적어도 6자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북한에 대한 감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벌어준 셈이 됐습니다. 북한은 '시간이 지나면 미국 정권이 교체되고 대화로 나올 수도 있다, 대화가 성사될 때 더 많은 것을 받아내려면 이 골든타임을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이 시간을 이용해서 핵 능력을 강화해 놓으면 나중에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더라도 규모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평화협정도, 수교도 빨리 끌어날 수 있다'라는 정도의 계산을 하고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한 겁니다.  

그런데도 밖에서 문 걸어 잠그고 6자회담도 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먼저 행동으로 보이라고 하니,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중국이 북한의 선(先)행동을 추동하도록 압력을 넣으라고 합니다. 오바마 정부와 함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사보타주'를 한 셈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그럼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미국도 그렇지만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외교 정책은 기본적으로 '선/악'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해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들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는 나쁜 행동인데 어떻게 북한이 원하는 수교나 평화협정 요구를 들어주면서 해결하나? 그건 보상이다. 보통 보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이라크처럼 군대가 들어가서 또는 군사적인 압박을 가해서 정권을 붕괴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도 평화적인 통일이 북핵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프레시안 : 차기 미국 국방예산 중에서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전년 대비 4배로 증가했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예산안을 올렸는데, 공화당에서 오히려 그걸로는 부족하다며 더 올리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슬람국가(IS)만 가지고는 국방예산 증액을 설득할 수 없으니, 러시아를 새로운 위협으로 삼아야 한다는 건데요. 이런 상황을 보니, 자칫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가 아시아의 우크라이나가 되는 것 아닌가 싶은 우려도 듭니다.

정세현 :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반도가 아시아의 우크라니아가 되면서 그 핑계 대고 다른 분야의 연방 예산 일부가 국방예산 쪽으로 넘어오고, 그러면서 사드도 들어오는 수순을 밟을 수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에 대응하는 국방 예산 규모를 올린다는 것이 상당히 불길한 조짐인데, 러시아 못지않게 미국이 견제해야 할 것이 중국입니다. 그런데 중국을 바로 지목하고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북한 핑계를 대고 있는 겁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작년에 일본까지 끌고 들어왔습니다. 여기에 한국을 마저 포함시키려고 지난해 12월 위안부 문제 밀어붙이지 않았습니까? 또 사드 문제를 언제 수면 위로 올릴지 지켜보고 있었는데 마침 북한이 광명성 4호를 발사해주는 바람에 사드 배치의 공식 논의를 할 수 있게 돼버린 상황입니다.  



북한 고립? 중국-러시아까지 적으로 만들 텐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4차 핵실험과 북핵 위기의 새로운 징후들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실험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핵융합 실험인 수소 폭탄 또는 그 전단계인 증폭 핵폭탄 실험의 가능성이 크다. 이는 1980년대 중국과학원과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사용하던 레이저 핵융합 설비가 북한에 공여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0년 5월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에 비춰볼 때 기술적인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수소탄이든 증폭 핵분열탄이든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 실험에 이어 수소탄 개발이라는 일반적인 핵 개발 수순을 밟고 있으며,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기술에서 상당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이번 핵실험은 외부 관찰자들의 예측을 벗어난 것일지는 몰라도 미국의 적대 정책 포기 없이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의 일관된 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2015년 9월 장거리 로켓 발사 중단은 <조선신보>가 2016년 1월 7일 주장했듯이 '한미 군사 연습의 임시 중단과 핵실험의 중지'라는 북미 협상을 위한 대화 제의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미는 북한 선행적 비핵화 조처를 요구하며 협상을 거부했으며, 대화의 가능성이 사라지자 북한은 핵실험으로 맞선 것이다. 2016년 봄 한반도는 또 다시 위태롭고 가파른 대결의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미는 강력한 제재가 없으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제재는 목표가 될 수 없으며,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신호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이 내건 핵 경제 건설의 병진 노선에 맞서 제재와 협상의 병진 노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유엔에서의 제재 등 한-미-일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위해선 제재만을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협상에 대한 중-러의 지지를 6자 회담의 북핵 협상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얻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 

4차 핵실험에 대한 평가 : 수소탄 실험 둘러싼 논란 

북한은 2016년 1월 6일 낮 12시 30분(평양 시간 낮 12시) <중앙텔레비전>의 특별 중대 보도를 통해 첫 수소탄(수소 폭탄)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한미의 이에 대한 공식 평가는 수폭 실험인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며, 실험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수소 폭탄 제조에 쓰이는 방사성 물질을 확보하고 이를 기존 핵무기의 폭발력을 늘리는데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일찍부터 미국 핵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프리 루이스 미국 비확산센터(CNS) 소장은 지난해 12월 10일(현지 시각) "북한이 (수소 폭탄 개발에 쓰이는) 중수소나 '리튬 6'와 같은 물질을 이용해 기존 핵무기의 폭발력을 증강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기본적인 핵실험을 영원히 계속할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 대학교 방문연구원도 "수소 폭탄 제조에 쓰이는 물질을 기존 핵폭탄의 폭발력을 늘리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은 오래전부터 수소 폭탄과 관련된 핵물질을 다루는 데 쓰이는 시설을 영변 핵시설 내에 건설해왔다"며 "북한은 그러나 단기간 내에 수소 폭탄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핵물질의 폭발력을 강화하는 데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핵실험은 2014년 3월말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약 2년만이며, 2010년 5월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후 5년 8개월이 흐른 시점이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월 7일 지난 2010년 5월 12일 <노동신문>이 "조선의 과학자들이 제기되는 수많은 기술적 문제들을 100%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여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키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 핵융합 반응. ⓒ국가핵융합연구소​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춘근 박사는 북한이 원자탄 폭발시의 고온 고압으로 리튬 6와 중수소를 반응시켜 삼중수소를 발생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중수소-삼중수소(D-T) 핵융합을 일으키는 강화형 핵무기의 개발을 진행시켜왔다고 밝혔다. 이 박사에 따르면 강화형 핵무기 개발 시험은 핵폭발 없이도 실험실에서 수행할 수 있는데. 레이저 핵융합 설비를 이용해 고온 고압 플라즈마를 만들고, 이를 반사 거울로 작은 점에 집중시켜 순간적으로 수천만도의 고온 고압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1980년대 중국과학원과 북한과학원의 과학기술 협력을 통해 중국이 사용하던 레이저 핵융합 설비가 북한에 공여됐으며 북한은 이를 평성에 있는 과학원 산하의 이과대학에 설치하고, 용량을 확장하여 실험 조건을 강화하였다고 말했다. 앞서 2010년 5월 12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핵융합 실험 성공은 이를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진파 측정에 의한 핵폭발 규모로 수소 폭탄이 아니라든가, 수소 폭탄 실험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인 평가로 볼 수 없다. 미국의 네바다나, 소련의 세미팔라친스크, 중국의 고비사막과 같이 인구 밀접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광활한 사막이 없는 북한의 지리적 여건상 수폭을 실험한다고 해도 그 폭발력을 과시할 수 있는 규모의 실험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수소탄이든 증폭 핵분열탄이든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 실험에 이어, 수소탄 개발이라는 일반적인 핵 개발 수순을 밟고 있으며,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기술에서 상당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주권적 권리인 위성 발사 유보를 조건으로 한 협상 제의
   
북한은 과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등을 결의하면 핵실험으로 맞섰다. 북한의 1∼3차 핵실험은 모두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1∼3개월 안에 이뤄졌다. 2006년 7월 대포동 미사일 발사는 그 해 10월9일 첫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또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인공위성) 발사로 촉발된 위기는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비화했고, 2012년 4월 그리고 12월 두 번의 로켓 발사는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초래했다. 
  

물론, 각각의 정세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06년 7월은 2005년 9.19 공동 성명의 합의가 있었음에도 부시 행정부가 방코델타 아시아은행의 불법 거래를 이유로 대북 금융 제재에 나서자 그에 맞선 것이었다. 북한은 이때만큼은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이라 하지 않고 미사일(대포동 2) 발사로 명명했다. 핵실험과 달리 로켓 발사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주권 국가의 당연한 권리 행사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미사일 운반 수단을 갖지 못한 핵무기는 기껏해야 자폭 수단이 될 뿐이니 미사일과 핵실험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이 서로 연계되는 것은 군사적으로나 북한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자연스런 것이기도 하다.  외부의 시각으로 보면 그건 핵무장을 목표로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벼랑 끝 전술이겠지만. 국가와 정권의 생존 논리에서 본다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유엔이 제재 논리로 나섰다면 북한은 주권적 권리의 침해에 대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핵무장으로 맞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이 지난해 9월 "양보할 수 없는 주권적 권리"인 위성 발사를 유보하면서까지 대화를 제의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는 9월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중단은 "북한이 지난 2012년 북-미 간에 합의했던 2.29 합의를 실패로 이끈 군사 연습과 로켓 발사 강행이라는 두 악재를 한미 합동 군사 연습의 축소와 로켓 발사 핵실험의 동결 (및 검증)과 서로 교환하는 '동결식 평화 체제'를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0월 16일 워싱턴에서의 정상 회담이 이런 북한의 제안에 대해 논의했던 건 분명하다. 이 정상 회담에서 한미는 북핵 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utm ost urgency and determination)"라는 표현이 들어간 별도의 대북 공동 성명을 내놓았다. 두 정상은 또한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비핵화라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두 정상이 "대북 적대시 정책(hostile policy)"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북의 요구를 의식한 것이었다. 

그러자 북한은 한미 정상 회담 직후인 10월18일 대변인 성명보다 한급 높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을 요구하였다. 성명은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먼저 용단을 내려야 할 문제이며 조-미 사이에 우선 원칙적 합의를 보아야 할 문제이다. 유엔도 평화 협정 체결을 적극 지지 고무해 나섬으로써 조선반도에서 한 성원국과 유엔군사령부가 교전 관계에 있는 비정상적인 사태를 끝장내는데 자기 몫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초청은 이런 맥락에서도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성 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0월 20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은 비핵화 단계를 뛰어 넘는 평화 협정 체결에는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그는 11월 10일 워싱턴에서의 강연 뒤 북조선(북한)이 조선(한국) 전쟁 정전 협정을 대신하는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비핵화를 위한 진전이 없는 한 응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는 "순서가 반대이다. 최대 문제인 비핵화에서 중대한 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9월 중순 내놓았던 미-북 대화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북쪽에 잘못이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북한은 11월 그리고 12월 21일 두 번에 걸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으로 대응했으며, 김정일 국방위 제1위원장이 수소 폭탄 개발을 언급한 것은 12월 10일이었다. 8.25 합의에 따라 어렵게 성사된 12월 11~12일의 남북차관급 당국 회담 역시 예상된 것이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됐다. 북한은 이 회담에서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압력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조차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북한의 일관된 입장을 반영한 예견된 수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16년 1월 7일 "수소탄 실험" 감행의 주요 원인으로 2015년 1월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 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지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지만, 미국은 "암묵적 협박(implicit threat)"으로 일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6년 봄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대결 예고 

2016년 봄 한반도는 다시 북한의 핵실험을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핵무기 등 군사적 시위와 유엔 및 한-미-일의 강도 높은 대북 추가 제재 등을 앞두고 있다. 2월부터는 한미 합동 군사 연습인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이 겹쳐지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이 보여준 괌에서 발진한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맞선 대응 조처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하다. 

게다가 남북한은 각각 4월의 총선과 5월의 당 대회를 맞는다. 남쪽은 첨예한 정치 세력 간 대결이 벌어질 것이고 강경론이 득세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대결적인 국면이 예고되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5자 회담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 1월 22일 외교부와 국방부, 통일부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시한 연두 합동 업무보고는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박 대통령이 "6자 회담은 지난 8년여간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며 6자 회담 무용론을 시사한 것은 이 자리였다. 그는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을 시도'할 것을 주문했다. 2016년을 2013년보다 더 위태롭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이를 '다양한 창의적인 접근 방법'의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정부 부처와 재계에 대해 '경제 살리기 법안' 서명의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대화의 가능성을 닫아두고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5자 회담을 창의적인 접근법으로 보는 것은 권위주의로 무장한 통치자의 일관된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5자 회담은 중-러의 동의는커녕 반발을 일으킬 자충수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인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을 뺀 5자 회담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6자 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북 핵실험에 대한 한미의 '중국 책임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미국이 주한 미 대사관의 성명을 통해 5자 회담 지지를 밝힌 것은 박근혜 정부를 카드로 삼아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2013년 3차 핵실험 뒤 이어진 전쟁의 위기는 5월 들어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한미와 긴밀한 협력 아래 북한의 최룡해 특사를 불러들여 불완전하나마 출구를 찾았다. 2016년 봄은 그러한 출구마저 보이지 않는다.

▲ 11일 개성공단 내 남한 기업들이 공단에서 물품을 싣고 남한으로 내려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드 배치 문제의 파장과 러시아 변수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론화 시킨 뒤 현실화되고 있는 사드 배치는 5자 회담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이 스스로 밝혔듯이 중국의 보복적 '제재'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위한 카드가 아니라 실제적인 배치가 이뤄질 때 그것은 중국에 '남한의 핵실험'으로 간주될 것이다. 중국은 이제 북한이 아니라 4차 핵실험을 중국 봉쇄의 군사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한국과 미국을 비난할 것이며, 북한과의 결속을 오히려 강화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중요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월 26일 연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중국보다 더 강경했다. "한국 측이 우선 '6-1' 형식으로, 즉 북한을 제외하고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들었다"면서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 누군가를 또 고립시키려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는 중국이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우회적으로 반대한 것과도 다르다. 그는 특히 "지난 3년 동안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서방 측 참가자들은 모든 종류의 유연한 접근법을 거부하고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단호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고 말해 협상을 거부한 쪽이 한-미-일이었다는 인식을 보였다. 

라브로프는 또한 북핵 문제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북한, 한국, 미국 어느 누구도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 남한, 미국 어느 누구도 한반도에서 핵을 보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은 자국 핵무기 일부를 다시 한반도로 배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이 수소 폭탄 실험을 실시했다는 확신은 없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수소 폭탄이었다면 모든 종류의 핵물질 북한 반입을 엄중하게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관련 제재들이 효과가 없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제재에 대한 의문 제기다. 

이런 러시아의 판단은 북러 관계와 앞으로 전개될 북핵 문제 향방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중요하다. 우선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래 북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러관계가 그 빈 공간을 채워 왔다. 북-중 관계의 악화라는 상황에서 북한은 그만큼 러시아에 의존해 온 셈인데 라브로프의 발언은 북한의 핵실험에도 북-러 관계가 오히려 더 강화될 여지를 주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그 내용에서 본다면 5자 회담과 징벌적 제재를 추구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러시아의 이런 입장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명시적으로 밝힌 제재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으로서 6자 회담 재개가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게 러시아라는 후원자가 있는 한 러시아를 배제하고서 한미가 중국만을 설득하거나 압박해서 북한을 고립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예컨대 2013년 5월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중국이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을 통해 북한의 대외 금융 사업을 총괄하고 외국환을 결제하는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4년 6월 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무역 경제, 과학기술 협력 정부 간 회의에서 러시아는 러시아 은행에 북한이 계좌를 개설하고 두 나라 간 무역 결제를 루블화로 하는데 합의해줌으로써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악화돼 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제재의 강도와 범위는 오히려 제한돼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으로서는 양국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조처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 경제 건설의 병진 노선 대 제재 협상의 '병진 노선' 
  
6자 회담을 둘러싸고는 두 가지 견해가 충돌한다. 하나는 6자 회담 무용론이다. 다른 하나는 대안 부재에 입각한 협상 고수론이다. 예컨데 협상 고수론은 협상 무용론이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협상이 아니면 전쟁과 북한 붕괴뿐이 없을 텐데 그것이 북핵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협상 무용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 무용론은 아니더라도 북핵 협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뿌리가 깊을 뿐만 아니라 무시하기 쉽지 않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협상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인데. 협상 무용론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미가 6자 회담을 여는 데 부정적이거나, 실질적 선행 조처를 요구한 데는 이러한 6자 회담 회의론이 작동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6자 회담을 열어도 핵 폐기에 합의해도 북이 이를 무시하고 핵 개발을 계속한 이상 6자 회담은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 명분을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 불신론도 2006년과 2009년 그리고 2013년, 2016년 4번에 걸친 핵실험은 모두 회담이 좌초되거나 회담이 부재한 상태에서 감행됐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게다가 6자 회담 또는 협상을 대신한 그 어떤 정책이나 전략도 북한의 핵 위협을 약화시키거나 저지하는 데 실패한 것 또한 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제네바 합의 주역인 갈루치 전 국무차관보의 논리는 일관된다. 그는 그동안의 북핵 협상이 실패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건 협상론, 협상 무용론의 양자택일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준비 태세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제재도 협상 과정의 일부가 돼야 하며, 북한의 도발 행위는 협상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이해시켜야 한다." 

굳이 말한다면 북한의 핵 경제력 재건의 병진 노선에 대응해 “제재와 협상의 병진노선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의 강조점은 이제 본격적인 보다 근본적인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의회 도서관 클루기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1월 21일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라는 학술 회의에서도 오히려 4차 핵실험을 협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활용해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은 지속되고 있으며, 악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한미는 강력한 제재가 없으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제재는 목표가 될 수 없으며,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신호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실험은 물론이고 미사일 발사마저도 정당화 시켜줄 것이고 중-러는 북한의 편에 설지도 모른다. 이제 북한의 핵실험이 아니라 사드로 한반도는 협상이냐 대결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시대착오적인 냉전 질서로 회귀할 것인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조와 격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 핵심 주변국들의 한반도 정책, 북한 체제의 내구력과 시장화, 한국의 정책 능력과 정치 현실 등 제반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사드의 배치는 한반도를 돌이킬 수 없는 대결국면으로 몰아갈 것이다. 

반면에 사드 배치를 유보하면서 오히려 비핵화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확고한 입장과 대화 논리를 적극 활용한다면 갈루치 전 북핵 특사가 강조했듯이 4차 핵실험은 역설적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유엔에서의 제재 등 한미일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위해선 제재만을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협상에 대한 중러의 지지를 6자회담의 북핵 협상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얻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핵심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중-러 등 국제사회가 미국과 남한의 북핵 포기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 북한을 고립시키고 붕괴시키는 전략이 아닌 북한에 대한 '포괄적 관여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적절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