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개성공단 '치킨 게임', 유일한 해법은… - '북풍 총동원령'은 장기집권 플랜?!

일취월장7 2016. 2. 13. 12:52

 개성공단 '치킨 게임', 유일한 해법은…
[주간 프레시안 뷰] '무서운 대가'는 누가 치르나
             

북한의 미친 행위에 미친 행위로 맞서다

지난 일주일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2월 4일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12개국 정부가 협정문에 서명을 하는 날이이었고, 이에 맞춰 국제심포지엄의 형식으로 TPP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도쿄, 야마가타, 오사카에서 한 제 강연은 <교도통신>에 기사로 실리기도 했습니다.

한미 FTA의 수많은 독소조항 중 서비스 분야의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개방(목록에 기록되지 않은 서비스는 무조건 개방한다), 서비스 현재유보 분야에 적용되는 래칫 조항(현재 유보리스트에 있을지라도 정부가 자발적으로 개방하면 되돌아갈 수 없다), 미래의 MFN(협정 후에 당사국이 다른 나라에 추가 개방을 하면 TPP 국가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ISDS(투자자-국가 분쟁처리 절차)와 의료 분야의 독소조항이 그대로, 또는 좀더 강화된 형태로 실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한미 FTA와 TPP의 각 조항 비교는 곧 <프레시안>에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레시안> 독자들이 익히 아는 바대로 TPP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함께 미국의 대중국 포위 양대 전략입니다. TPP가 경제적 포위망이라면, 사드는 군사적 포위망이죠. 일본 청중들은 특히 미국과 중국에 거리를 두는 제3지대(러시아-남북한-일본-아세안-인도)의 협력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2월 3일, 일본 TV는 하루 종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통보를 다뤘습니다. "왜 또 이러나" 하는 걱정은 결국 귀국 뒤인 7일 현실이 됐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날 오후3시부터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공식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즉각 반발했고, 바야흐로 '한미일' 남방 삼각동맹 대 '북중러' 북방 삼각동맹의 대립도 시작됐죠. 동아시아를 미중 양대 패권의 격돌 장소가 되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남북한의 화해 협력이 필수적인데 결국 남북관계가 패권 대립의 빌미가 되어 버린 겁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10일 정부는 개성공단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고 북한도 이에 맞서 이제부터 개성공단은 군사통제지역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정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초강수)

(☞관련 기사 : [전문]북한 조평통, '개성공단 폐쇄' 성명)


이렇게 지난 10여년 조금씩 키워 온 경제적 협력의 장은 또 다시 군사대결의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뒤에 게임이론으로 잠시 설명드리겠지만 북한의 미친 행위에 대해 남한도 미친 행위로 맞선 겁니다.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관해서는 우리 '프레시안 뷰'의 국제 분야에서 충분히 다룰 테니 저는 개성공단 얘기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 가동이 중단되기 전의 개성공단. ⓒ연합뉴스



파국에 이르는 논리  

2003년 5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비서관'이었습니다. 동북아 공동체를 만들자는 웅대한 구상의 첫 걸음을 내딛는 역할을 맡았고 개성공단도 당연히 그 업무에 포함되었습니다.  

2003년 봄 저는 버스로 휴전선을 넘어 갔습니다. 개성은 정말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새벽에 여의도에서 출발해서 한 시간도 안 걸려서 군사분계선을 넘었으니까요. 그로부터 10년 뒤,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로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때 쓴 글을 보시죠. (☞관련 기사 : 어느 해 봄의 개성) 

이렇게 어렵사리 시작되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조금씩 확장되어가던 개성공단이 이제 영구 폐쇄의 위기에 빠진 겁니다. 파종을 하지 않은 황량한 들판이었던 개성공단 부지에서 북한의 담당자가 한 얘기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군사 대치선이 몇십 킬로미터 뒤로 물러난 거다. 만일 남한의 대기업이 들어오면 다시 남포까지 군대를 물릴 수 있다".  


10년 넘게 한발자국씩 뒤로 물러나던 군사대치선은 단번에 휴전선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표에서 보듯이 개성공단의 생산액은 2005년 약 1490만 달러에서 2015년 약 26억7000만 달러로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섬유 중소기업에게 개성공단은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 표> 개성공단 업종별 생산액 


(출처 : 통일부, <2015년 통일백서>, p72) 

2월 11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이 추정한 2014년 북한의 GDP가 322억 달러니까 개성공단의 생산액이 굉장한 수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GDP는 부가가치의 합이기 때문에 26억7000만 달러에서 중간 투입액을 빼야 하고, 여기서 다시 한국 기업의 수익과 우리 노동자의 임금을 제하면 북한에 남는 것은 1억 달러 정도로 추정됩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가 독자적인 경제제재라고 했지만, 아무리 북한이 어렵다 해도 GDP의 1/322 때문에 위기에 빠질 리 없습니다. 민주 정부 10년 동안 남북한 간의 무역액은 북한의 대중국 무역액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7년 동안 남북한 간의 경제교류는 형편없이 위축되어 이제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90%에 이르렀습니다. 개성공단을 폐쇄한다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위축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과거를 돌아 봐도 1,2,3차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과의 무역은 결코 줄어들지 않고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치가 '자해 공갈'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거죠.  

그런데 왜 이런 '감정적' 조치를 취한 걸까요? 여기 그 답이 있습니다.

(☞관련 기사 : 국가미래연구원 "개성공단 중단, 적절하고 필요한 조치")


아시다시피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은 대통령의 대표적인 두뇌이고 새누리당 쪽에선 합리적인 학자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하여 경고한 바와 같이 반드시 '무서운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더 이상 '치킨 게임'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서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먼저 잠재적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제재 조치를 감행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죠.  

남은 임기 2년 동안 한 자리 차지하려고 쓴 글이 아니라면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위의 제 칼럼에도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치킨게임은 상대의 '배반'에 나도 '배반'으로 맞설 때 파국에 이르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서 잃을 게 많은 쪽이 피하는 게('협동', 이 행동을 치킨, 겁쟁이라고 부르는 거죠) 훨씬 낫습니다.  

김광두 원장은 현재의 상황이 치킨게임이라는 걸 알면서도 '본 때'를 보이자고 주장하는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에 경제적으로 '무서운 대가'가 될 수 없습니다. 또 우리가 그런다고 이에 따라 국제사회가 '실효성이 있는 제재 조치'를 취할까요?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아무런 효과도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건 동아시아의 국제 세력관계상 꿈도 꿀 수 없는 얘기죠.

치킨게임과 같은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협동입니다. 협동과 협동의 조합이 최선의 해가 되도록 게임의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민주정부 10년' 동안의 햇볕정책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이유가 북한체제, 더 정확히 김정은 체제의 보존에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습니다. 햇볕정책은 북한이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증가시킬 수 밖에 없도록 게임의 구조를 바꾸려는 겁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교수의 오해처럼 북한의 목적함수 자체를 바꾸는 것(예컨대 경제적 이익 극대화)이 아닙니다. 바로 북한의 목적함수(예컨대 체제 안정의 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북한이 남북한의 협력을 강화하도록 하고, 주변국들도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 남북한의 평화체제를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햇볕정책, 또는 평화번영정책의 목적입니다. 민주정부가 많은 오류를 저질렀지만(예컨대 양극화의 심화), 햇볕정책은 그 모든 오류를 감싸 안을만큼 올바른 정책입니다.  

불행하게도 북한에게 '무서운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정책은 곧바로 동아시아의 군비경쟁, 냉전체제로 이어집니다. 이야말로 한국 정부가 가장 피해야 할 길이겠죠.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확성기 재개가 개성공단의 재개로 이어졌다고 굳게 믿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이런 강경조치가 또 한번 북한의 양보를 유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제관계마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이 망상이 우리의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풍 총동원령'은 총선용? 장기집권 플랜!

[정욱식 칼럼] 국정원 헛발질, 박근혜 정부 무리수, 여당 색깔론 공통 목표는?


퍼즐을 맞춰보자. 국정원의 헛발질과 박근혜 정부의 무리수, 그리고 새누리당의 색깔론이 어떤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인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가 끝나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전해주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북한이 러시아 기술과 부품을 들여와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국정원, 러시아와 외교 마찰 촉발 파문)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개성공단에 투입된 현금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그다음엔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나섰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10일에는 "개성공단이 김정은 정권의 현금자동지급기가 되었다"고 말했고, 다음날엔 "20년 전 햇볕정책을 정치권이 인내하면서 지켜봤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남북경협,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 역시 "사실 햇볕정책을 통한 대북 무상지원이 궁극적으로 대륙 간 탄도탄 실험을 하게 한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저희 분석"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과 통일부, 그리고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발언을 삼단논법으로 정리해보자.

'북한이 러시아에서 미사일 기술과 부품을 구매해 미사일을 만들었다→그 돈은 개성공단에서 나온 것이다→개성공단은 김대중-노무현이 만든 것이다'

이게 우연적인 연쇄 반응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고도의 정치 기획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부가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했을 때, 국정원의 보고가 주요하게 반영되었다고 봐야 한다.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청와대는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것과 비슷한 내용을 보고 받고 이를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결정적 구실로 삼았을 공산이 크다. 이걸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점도 잘 알았을 테고.

▲ 개성공단 남한 인원들이 11일 밤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남한으로 들어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정확한 정보였다면… 

국정원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주요 부품은 러시아에서 도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러시아에서 들여왔다는) 상당한 자료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게 정확한 정보였다면, 한국은 상당히 중요한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북한 로켓이 러시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러시아도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러시아에 외교적 항의뿐만 아니라 정부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에 러시아의 동의를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를 가지고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낯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러시아가 미사일 개발 기술을 넘겼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뒤이어 러시아 외무부 미하일 울리야노프 비확산·군비통제 국장은 한국 측에 증거 제시를 요구하면서 "만일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기존 발표를 취소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고 충고했다. 그러자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와전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건 이렇게 '퉁'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끝장 제재'를 이끌어내겠다며 외교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 외교관들이 러시아 외교관들을 만나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국정원의 헛발질을 해명하는 데 진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사드 논란'에 이어 또 하나의 외교 참사로 기록될 만하다. 참고로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이다.

개성공단이 '도깨비 방망이'인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작년에만도 1320억 원이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 19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10일 통일부 장관의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통일부는 "전체 임금 중 북한 당국이 교육과 의료 등에 대한 공공서비스 관련 인력지원과 사회간접시설 구축비용으로 쓰는 '사회문화시책비'로 30%를 가져가고 남은 70%를 현물(물품교환권)과 현금으로 노동자들에게 지급한다"고 설명했었다. 

하루아침에 뒤바뀐 입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개성공단이 '돈 나와라 뚝딱'하면 무한대로 돈을 쏟아내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되는 것일까?

기실 북한의 핵과 로켓 대부분 자체 기술과 자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라늄 광산에서부터 농축 및 재처리 시설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핵연료 주기를 완성해놓고 있다. 탄도미사일 기술 역시 1980년대에 이집트로부터 스커드를 도입해 이를 역 설계하는 방식으로 자체 기술을 축적해왔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부과했음에도 불과하고 별 효과를 보지 못한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로켓 기술과 부품을 사왔다거나 개성공단 수익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했다는 추론 자체에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말해준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정리하자면,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황당한 언행과 정책은 단 한 가지를 목표로 두고 있는 것 같다. 그건 바로 장기 집권 플랜이다. 선거용 북풍과 색깔론은 오래된 얘기이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을 겪고선 이것밖에 믿을 게 없다는 인식이 집권 세력과 그 지원 세력 내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이러한 권력 의지 앞에서 안보니, 통일이니, 경제니, 민생이니, 자유민주주의니 하는 정치적 수사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꼬리가 몸통을 계속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런 식의 정치 기획이 통할까? 그건 알 수 없다. 일단 북한의 핵실험 및 로켓 발사와 남한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정부 여당의 실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상당수 언론도 '노이즈 마케팅'을 열심히 해준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떨어질 공산이 대단히 커진다. 여권이 노리고 있는 게 바로 이게 아닌가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러한 나쁜 정치 기획에 맞설 수 있는 방법도 결국 선거이다. '똑똑한 국민이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종잇돌'을 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익이 아니라 사익 추구의 전유물이 되고 있는 정치를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집권 세력의 권력 의지를 넘어설 수 있는 국민적 의지가 커질 때, 비로소 '헬조선'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